지난 11월 9일 토요일, 하근찬 작가의 고향인 경북 영천 시립도서관에서 제4회 하근찬 문학제가 개최되었습니다.
하근찬 문학제는 2021년부터 백신애기념사업회에서 간행하고 있는 <하근찬 문학 전집>의 발간 의미를 관련 평론가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 나누는 행사인데요. 올해로 4번째를 맞이하며 <하근찬 문학 전집> 전권 발간도 절반을 지나고 있습니다.
백신애기념사업회, 영천시립도서관서 ‘하근찬 문학제’ 개최
백신애기념사업회(회장 김종식)가 지난 9일 영천시립도서관 1층 지산홀에서 제4회 하근찬 문학제를 개최했다.
문학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하근찬 작가의 작품세계를 탐색하고 그의 정신을 재조명했다. 이번 문학제는 오창은 중앙대학교 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용락·홍덕구 문학평론가가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의 의미에 대하여, 검은 주체의 형상과 말년의 양식을 발제하고 이정숙 문학평론가와 장수희 동아대학교 교수, 이중기 시인이 토론자로 나섰다.
김종식 회장은 “하근찬 작품에는 한국인의 삶과 정신,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스며있다”며 “관련 자료를 많이 확보하고 작품의 전체적 복원을 통해 한국 현대문학 저변 확대에 이바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인서기자
출처 : 경북도민일보(http://www.hidomin.com)
오늘은 제4회 하근찬 문학제 현장을 간단히 소개하려고 합니다.
문학제가 열린 영천시립도서관의 모습입니다. 소설가이자 항일 독립운동가인 백신애 문학비의 모습도 보이네요.
백신애는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한민국의 여성 소설가로, 경북 영천 출생입니다. 1928년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조선일보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으며, 그의 작품은 민중의 궁핍한 삶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여성의 능동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억압을 의문시하는 데까지 다양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문학제에서는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 오창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에는 문학평론가 김용락 시인과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흥덕구 님이 해주었고 토론에는 이정숙 문학평론가와 장수희 동아대학교 교수, 이중기 시인이 참여하여 문학제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근찬문학전집 간행위원으로는 오창은(중앙대), 이정숙(한성대), 송추현(한신대), 장수회(동아대), 이중기(시인)으로 구성돼 있고 출판사는 부산에 있는 '산지니 출판사'가 맡았다. 간행위원들 면면이 모두 학계의 신망 있는 학자들이다. 하근찬 문학전집을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출판사가 맡았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모든 게 수도권 일극체제로 휩쓸려가고 있는 때에 문학적 성과가 검증된 한 유력 작가의 문학전집을 지역에서 간행한다는 것은 지역의 문화와 출판이 성장해 저력을 보이는 하나의 증거이다.
(중략)
영천 문학인들의 실력과 열의가 이번에 증명된 일대 사건이라 할 만하다. 이런 결과는 아마 지난 20여 년간 백신애문학제를 비롯한 여러 선행된 지역문학 활동의 축적된 성과와 결과물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하근찬 문학전집 발간이 무사히 완간되어 하근찬 문학의 본령과 가치를 밝혀내고 하근찬을 배출한 영천지역 문학인들과 시민들이 하근찬 문학전집을 계기로 더욱 수준 높은 문학도시 영천을 만들기를 바란다.
아울러 눈 밝은 후배 문인이나 학자들이 나서서 하근찬 문학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고찰해 그의 문학적 성과를 한국문학의 전통 속에 온전히 편입시켜 한국문학의 폭과 깊이를 키우고, 이 문학전집 간행의 고양된 문학적 열기 속에서 우리 문학인 개개인들도 좀 더 수준 높은 창작품을 써내는 계기로 삼길 염원한다.
_김용락(시인, 문학평론가),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의 의미에 대하여" 중에서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작가, 교과서 문학 작가'로 일컬어지는 하근찬이야말로 불행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수난이대」는 중등교과서들이 가장 많이 호명한 작품이고, 또 과거 출판시장으로부터 끊임없이 소환당하면서 수없이 고쳐진 소설이다. 고쳐 쓴 작품으로 최인훈의 「광장」이 거론되곤 하지만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작가 생전에 그 작품이 수록된 단행본이 얼마나 발간되었는지 헤아리긴 어렵다. 「수난이대」가 최초로 수록된 『신춘문예당선소설집』(신지성사, 1959)부터 작가가 마지막으로 손질한 『산울림 』(한겨레출판사,1988)본까지. 폄하하려는 게 아니다. 인터넷에서 하근찬을 불러내면 온통 '수난 2대'의 난바다가 펼쳐진다. 어쩌면 하근찬이라는 작가가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건 분단국가라는 상징성 때문이고, 그래서 작가는 명부에서조차 등단작의 굴레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안쓰러움이 앞선다. 또 하근찬에게 덧씌워진 '50년대 작가'라는 오해도 수정되지 못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도 축복일 수 없는 「수난이대」는 그러나 옹호하지 않을 수 없다.
어쩌면 그건 하근찬 작품에 대한 짧은 안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전쟁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가는 곳마다 상이용사 쇠갈고리 손들이 민중을 위협하던 1950년대의 「수난이대」(1957)로부터 민주화가 이루어진 「헌책에서 대전집으로」(2002)까지, 45년 동안 이어진 작가의 큰 작업을 살펴볼 때 하근찬의 단편 미학은 실로 우뚝하지 않은가. 주구장창 「수난이대」만 대표작으로 내세우는 이 획일적인 세태는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올바른 평가도 아니다.
_제4회 하근찬 문학제 자료집, "그 '외나무다리'는 어디에 있었을까?" 중에서
올해 10월, 하근찬 문학전집 13권 작은 용, 15권 검은 자화상, 16권 남한산성 3권의 장편이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문학제처럼 앞으로도 전집 22권이 모두 발간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학연구자들이 함께 하근찬의 문학이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지 등등 여러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이후에도 <하근찬 문학 전집>이 완간될 때까지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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