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안 여러분 안녕하세요, 전복라면입니다.
때로는 잠잠할 때 무섭습니다. 바람 잘 날 없는 남자친구도 아니고, 엉망진창인 내 방을 보고서도 웬일인지 잔소리를 안 하는 엄마도 아니고, 화산 이야기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유명하지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뭐 할래?'라고 물었을 때 심각해지지는 않습니다. '로또 1등 되면 뭐할래?' 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 받는 감정과 크게 다를까요. 하지만 만약에, 내일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여러분들은 뭘 하실 건가요?
위 칼럼의 필자는 발해 멸망의 주요 원인으로 백두산 대폭발을 꼽고 있습니다. 증거들을 들고, 또한 지금도 우리가 화산 폭발로부터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역사학자들은 이런 기록들을 토대로 발해의 멸망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지배세력인 고구려인과 피지배세력인 말갈인 사이의 모순, 귀족들의 사치생활, 그리고 통치계급 내부의 모순 등….
그러나 문제는 발해 사회내부에 어떤 특정한 권력투쟁이 실재했다는 기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이다.
…화산성 지진활동이 빈발하고 지진규모도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표면의 팽창이 10㎝ 이상 감지되고, 화산가스에서 펠륨의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 또 화산가스 방출로 삼림이 말라죽고, 산사태와 암석균열이 일어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교수는 천지에 20억t의 물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물이 1000도 이상의 마그마와 만날 때 폭발적인 수증기·마그마 분화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10세기 백두산 분화와 비슷한 폭발이 일어난다면?
세기말적 감성 가득한 종말론과 음모론에 대해 한바탕 풀어놓으려는 건 아닙니다. 근시일 내에 백두산이 폭발해서 대한민국이 멸망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아마도) 천 년 전, 백두산이 폭발해 멸망한 나라는 있지요.(아마도)
진재운 지음, 신국판 올컬러, 256쪽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제목만 봐도 아시겠죠?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내용 역시 발해 멸망과 백두산 폭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역시 발해 멸망 이론 중 하나입니다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사료 연구와 답사를 통해 설득력 있는 증거를 성실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천년분화는 탄화목의 발굴을 시작으로 한 탄소연대 측정이 가장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방법이다. 현재까지 일본과 중국, 북한, 러시아, 미국, 독일 학자들이 이 연대 측정으 시도했다. …분석 결과 삼나무가 화산재로 불에 탄 시기는 911~946년으로 그 범위를 크게 압축했다. 이 분석 결과대로라면 백두산 천년 분화는 발해 명망 전 15년, 발해 멸망 후 20년 사이가 된다.
정확하게 백두산에서 화산 폭발 소리를 기록한 문헌은 발견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문헌 자료가 10세기에 기록된 『일본기략』에 있다. …즉 '멀리서 천둥을 치는 듯한 공기의 진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939년 1월 일본에서는 화산 폭발의 자연재해가 전혀 없어 일본 이외의 지역이 이 소리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곳이 한반도의 지붕인 백두산 화산 폭발이다.
'단지 기록과 문헌이 없다고 해서 역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겠지요. 폭발했겠어? 폭발하겠어? 라는 안일한 시각이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백두산 폭발과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다시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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