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가
4천 원 인생- 전종휘·임인택·임지선·안수찬 글 /한겨레출판사
출판사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밥은 먹고 사느냐는 말이다. 저임금의 현장에서 직접 일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궁금할 것이다. 밥도 먹고 가끔 외식도 한다고 대답하지만, 약간은 곤혹스럽다. 대한민국 문화산업 종사자의 대부분이 최저생활비 수준에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최근 통계는 책 만드는 현장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출판사의 젊은 편집자가 열심히 읽고 있는 '4천 원 인생',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현시창'을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밥 먹고 살기의 어려움이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한 우리 시대의 노동일기'라는 부제를 단 '4천 원 인생'은 바로 최저임금의 경계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불안노동(precarious labor)의 현장 이야기다. 2009년 9~12월 넉 달 동안 '한겨레21' 기자 4명의 현장취재를 통해 연재된 '노동 OTL'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언론은 항상 노동을 다룬다. (…) 그런데 정말 알고 있나? 이 질문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2009년 7월, 우리는 '불안정 노동'에 천착하기로 했다. "직접 취업해서 일해 보면 어때." "하루 이틀 말고, 적어도 월급 받을 때까지, 똑같이 먹고 자고 입는 게 좋겠어." 그때만 해도 우리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것이 거대한 삶의 무게를 다루는 일이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맺음말' 중에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는 3명의 저자가 사회 곳곳에서 일하고 있는 20명의 젊은이를 인터뷰하고 그들의 육성을 토대로 '열정 노동'이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전략을 밝혀낸다. '너희가 원하는 일을 하니 참아!'라는 명령과 '너희 말고도 그 일을 할 사람은 많아'라는 협박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젊은이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는 한국 역사의 특수성과 세계 자본주의의 보편적인 흐름이 함께 만들어 낸 합작품임을 밝힌다. 열정의 도덕, 열정의 현장, 열정의 역사, 열정의 미래 4부를 통해 세대론에 감추어져 있던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을 투명하게 보여 준다.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는 부제를 단 '현시창'은 '당신의 고통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 아래 청춘 저마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노동, 돈, 경쟁, 여성을 키워드로 묶은 24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나쁜 사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속에서는 개인이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도 한계적인 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를 바란다. 청춘의 고통스러운 사연을 통해 이것이 사회의 진정한 변화로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3권의 책을 보면서 출판을 비롯한 여러 현장에서 열정 노동과 불안노동은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조를 바꾸기 위한 힘은 결국 개인의 협력적 열정과 생존을 위한 치열한 균형 감각에서 동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 '쿵푸 팬더'에서 고난을 극복하는 힘은 주인공의 평정심에서 나오듯이.
도서출판 산지니 대표 강수걸
4천원 인생 - |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 - 한윤형.최태섭.김정근 지음/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
현시창 - 임지선 지음, 이부록 그림/알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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