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눈앞에 두고 지난 4년간의 내 경험을 헤아려본다.
내 경험은 과연 몇 개나 될까.
크고 굵직한 사건들을 아무리 떠올려 봐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 길고 긴 나날 동안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루어놓은 게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하나 둘씩 접고 있던 손가락을 몽땅 다 편다.
나는 경험에 대한 기준을 다시 정한다.
내가 겪었던 어느 새벽, 내 친구들과 함께 지었던 함박웃음, 힘든 여행길에서의 내 발
자국 같은 것들ㅡ
손가락은커녕 돌멩이를 한 줄로 나란히 놓아두어도 그 꼬리가 끊길 줄을 모른다.
그 돌멩이 한 알, 한 알이 모인 것이 바로 『랄랄라책』이다.
20대라면, 혹은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껴봤을 일상의 소소한 추억들을 13명의 '책 읽는
청춘'들이 풋풋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동아대학교 독서모임 ‘책 읽는 청춘’ 4기 학생들
처음에 나는
대담하리만치 솔직한 그들의 독백들을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참 당혹스러웠다.
그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이야기를 이토록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
외로운 감정,
관계에 대한 어려움,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 일상에서 느끼는 허탈감ㅡ 이런 것들은
오롯이 나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 할 몫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도 무라카미 하루키 읽어봤는데, 당신은 나보다 더 성숙했구나.’
때로는 내 또래의 친구들이 이토록 깊은 사색을 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20대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한 문장에 안도하며 한숨지었다.
내심 나도 ‘책 읽는 청춘’으로서 그들에게 뒤쳐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고민이 하나 생겼다.
『랄랄라책』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나와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과의 대화?’
‘내 또래들의 솔직한 속내를 몰래 들여다볼 수 있는 짜릿한 기회?’
나는 끝까지 솔직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아직까지 이들처럼 내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여줄 수 있을 만큼
내공이 쌓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하나 - 내 작은 소망 -만큼은 조용히 밝혀두고 싶다.
『랄랄라책』이 한 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기대감이다.
이 땅에 ‘책 읽는 청춘’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 책이 이렇게 끝나버릴 수야 있겠는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내려놓고 당신이 하고 있는 그 생각,
그게 바로 『랄랄라책』이다.
By.왕경태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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