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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이벤트

2013 가을독서문화축제-최학림 저자와의 만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9. 18.

최학림 저자와의 만남
기자, 문학을 탐하다

 

 

 

일시/장소: 9월 8일 오후 5시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
초대손님: 김은숙 중구청장, 파주 출판도시문화재단 김언호(한길사 대표) 이사장
사회:  문옥희 우리글방 대표.

 

2013 가을독서문화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문학을 탐하다』최학림 저자와의 만남이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에서 열렸습니다. 그 현장을 전합니다.

 

 

 

 

방금 소개받은 부산일보 최학림입니다. 기자들은 신문에 글을 쓰기 때문에 말주변이 없습니다.(일동 웃음) 여러분들을 보고 있으니 약간 떨리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책을 통해서 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이야기하듯 나눌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까이 앉아 있기도 하고(웃음).

 

 

표지 보셨습니까? 부산의 오순환 작가의 그림입니다. 제가 미술담당 기자를 할 때 만난 분입니다. 이분의 화면은 굉장히 부드러워요. 그림을 볼 때마다 어떻게 물감이 화폭과 하나가 되는지, 이게 작가가 도달한 마음의 경지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술 기자를 하면서 잘 만났다 싶은 작가, 마음에 넣고 있던 작가지요.
 

제가 문학 기자를 하기 전에 2년간 출판 기자를 했습니다. 그때 문학 기사가 쓰고 싶어 <책 속의 그림이야기>라는 코너를 썼습니다. 책 표지와 그림을 가지고 쓴 기사인데, 기사를 쓰면서 문학과 미술은 통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책을 내면 지역 작가의 그림을 넣어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러던 차에 오순환 씨의 그림을 보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산지니에 이야기를 했는데, 이건 출판사에서 찾은 그림입니다. 그림 제목은 ‘바라보다’입니다. 작가에게 제목이 뭐냐고 물어보니 뜸을 들이면서 말을 바로 안 하시더라고요. 꽃을 탐하다 할까요, 하니까 바라보다, 로 합시다 하더라고요. 탐하다라는 건 한발 나간 것이고, 바라보다는 평상심, 여백이 많은 제목인데, 역시 오순환 씨는 화가가 아니라 시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슬리퍼가 이 그림의 핵심입니다. 너무 편하게 보이잖아요. 재미있는 농담을 하자면, 유홍준 시인의 시에 세탁소 주인이 일하다 나와서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시 구절에 ‘불알 두 쪽’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 구절이 그림과 어울리지요. 슬리퍼는 너무 편하고 ‘그건’ 숨어 있고. 누구는 이 그림이 저를 닮았다고 합니다.


부산의 작고한 소설가 중 윤정규 선생님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전에 국제신문의 논설위원이셨지요. 문단에서는 요산 김정한의 아들급이라 표현합니다. 혈기 왕성하신 분인데, 텔레비전에서 토론을 하면 말씀도 잘 하셨지요. 제가 문학 기자였을 때 따라다니면서 요산 선생님 기억도 물어보고 부산 문학도 물어보고, 누가 소설을 잘 쓰는지도 물어보았지요. 소위 문학 수업을 받는 겁니다. 그런데 그 수업은 교실이 아니라 주로 술자리에서 받습니다. 어느 날 자주 가시는 조방앞 주점에 따라가게 됐는데 선생님이 술병을 두고 가셨더라고요. 두고 가신 술병을 챙겼다가 드려야지 드려야지 하면서 육 개월을 책상 밑에 뒀어요. 드디어 드려야겠다고 꺼내 보니까 제 발등에 차였는지 깨져서 술이 다 날아가고 없더라고요. 어떻게 술 냄새도 안 났는지, 술병 챙긴 날 벌써 깨져 있었던 건지.(웃음) 그게 미안했어요.
오늘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내가 지역에서 묵묵하게 글을 쓰고 있는 작가들로 쓴 이 책이 그때 선생님께 돌려드리지 못한 바로 그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씩 웃기도 했습니다.


여기 실린 열여덟 명의 작가들 중에서 아시는 분도 있고 모르는 분도 있을 건데, 지역 작가들 많이 아시죠? 골고루는 몰라도 많이 아시죠?(웃음) 저는 사실 문학 기자를 하기 전에는 잘 몰랐죠.

(부산의 이복구 소설가, 정태규 소설가, 손택수 시인, 허만하 시인 등 작가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이어진다.)

지역에는이 책을 두 권 정도 충분히 더 쓸 수 있는 시인, 소설가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 쓰지 못한 분들에게 굉장히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문에 뭐라고 썼냐면 “한 권의 책이다 보니 이번에 쓰지 못한 문인들이 꽤 있다. 언젠가는 나는 그 침묵에 마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대들도 그것을 알고 있으리라. 사랑하는 그대여! 서운하다 생각하지 마오.” 이렇게 썼습니다.


 

 

 

문답

지역신문이 고전하는데 수고 많으시단 말씀부터 드리고 싶다. 이 책이 부산의 산지니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니 모르는 작가가 많더라. 세 파트로 나눈 기준이 있다면?
손 닿는 대로 썼는데 구분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열한 명의 시인과 일곱 소설가를 세 부로 나눌 때 소설가를 앞쪽으로 배치해야겠다 싶었다. 출판사에서는 앞쪽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보니 앞은 좋은데 갈수록 힘이 달리는 책을 보면 실망스럽더라. 끝까지 긴장감을 주려 했다.

 

잠재력이 있는 부산 작가들이 많은데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해 안타깝다. 지역 문학을 활성하게 할 방법이 무엇일까?
작년부터 부산문화재단이 지역출판 지원 차원에서, 지역 저자가 지역 출판사에서 낸 출판물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고, 문화 내부적으로는 독자들과 쉽게 만날 수 있는 책이라든지 여러 매체가 많아져야 한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있는데, 문학기자가 되고 나서 『부산문학사』를 읽었다. 그 뒤편에 최영철 시인이 어느 시인들에 대한 아주 촉촉한 에세이를 썼다. 이런 걸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기억이지만 공유하고 싶은 그런 기억, 그런 부분을 좀 더 많이 만들자고. 그렇다고 이걸 그냥 써버리면 지나가는 환담이 되니, 작품을 같이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작가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다면?
서울은 어떤 시스템이 있는 것 같다. 출판시장이 요구하는 대로 부합하는 어떤. 상업주의라고 이야기하지. 그런데 부산은 거기서 약간 거리를 유지하고 우직한 정신이 있다. 그 대신  그 우직함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부산은 변화가 빠른 도시다. 항구도시였고 한국전쟁을 통해 만들어진 복잡한 도시다. 부산 문학의 근원 중 하나는 모더니즘이다. 특히 시에서 그렇다. 그런데 이 부산이 또 희한한 게, 복잡한 도시니까 모더니즘밖에 없냐면 그렇지는 않다. 서정시를 아주 잘 쓰는 시인도 있지. 부산에는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시는 그렇고, 소설에서는 요산 선생의 전통이 아주 강하게 내려온다. 리얼리즘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리얼리즘은 요산이 다르고 이복구가 다르고 정태규가 다르고 조갑상이 다르다.

 

밤에만 뵙다가 낮에 뵈니 아주 잘생긴 것 같다.(일동 웃음. 아마 선생님과 아는 분이신 듯) 기자님이 익숙한데 저자라니 생소하다. 혹시 젊었을 때 신춘문예병에 걸리신 적이 있는지? 그리고 기자로서 쫓김을 어떤 마음으로 즐기고 계시는지?
신문기사도 굉장히 어렵다. 사람들에게 20년 중에서 10년은 울부짖으며 글을 썼다고 이야기한다. 그 다음부터 조금씩 살겠다고. 그런데 요즘 또 다시 느끼는 게 뭐냐면 편해진 게 아니라 역시 글은 어렵구나라고 느낀다. 처음 10년은 짧은 기사를 쓰는 데도 어찌 그리 힘든지. 그런 글쓰기가 몸에 붙지 않았으니까.
잠깐 돌아가자면, 나는 철학과를 나왔는데 4학년쯤 되니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 철학 공부를 어느 정도 한 것 같다, 하산해야겠다는.(웃음) 철학은 세상을 추상화해서 한꺼번에 보려 한다. 세계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무엇이 있는 줄 알았다, 철학과에 들어갔을 때는. 그런데 4년 공부를 하니 아, 이게 없구나. 그리고 허탈해지더라. 없는데, 여기서 인간이 모든 걸 만들어가는구나. 학교 다닐 때 배운 말 중에 세계는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해명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해석은 그까지밖에 안 된다는 거다. 철학은 이때까지 해석을 했는데, 거기까지다. 나가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론을 집어치우고 생명의 나무로 살 것인가? 문학이 생명의 나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내가 문학을 좀, 신춘문예병까지는 아니고 누구나 20대 때는 시도 쓰고 산문도 쓰고 하잖나? 그러다 신문사에 들어가 문학 기자를 지원했는데 신청한다고 바로 시켜주는 게 아니고 문화부에 들어가 5년 있으니 드디어 문학기자를 시켜주더라. 오래 하고 싶었는데 다른 데 보내고, 그러다 또 문학 기자 하겠다고 가고. 내가 문인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문학에 관심을 갖고 문학 기사를 써보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정해진 기사 스타일에 맞추기 싫었다. 데스크에서 막말은 못해도 술자리 같은 데서 은근하게 야단을 치지. 그러다 보니 내가 쓰는 글이 문학적인 글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라는 생각에 혼자 외로웠다. 정보가 범람하면서 신문의 문장도 조금씩 바뀌니 계속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으로만 보다가 책으로 뵈니 정말 좋다. 앞으로 두 권 정도는 더 쓰실 수 있다고 했는데. 다음 책은 언제 나오는지?(좌중 웃음) 다음에는 수필이나 평론 등 다른 장르도 포함을 고려하고 계신지?
글쎄 말입니다.(좌중 웃음) 시인과 소설가를 각각 묶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다. 내가 두세 권을 꼭 내겠다는 말씀은 안 드린 것 같고, 다음 권이 필요하다고만 이야기를(좌중 웃음). 후배들도 있고 부산에도 작가들이 많다. 제가 만나 어울린 기억이 별로 없지만 필요한 작가들, 젊은 작가들이다. 일단 한 권은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생각하고 있다.

 

 

 


 산문집『문학을 탐하다』

최학림 지음

문학 작가 산문 | 신국판 변형 | 304쪽 | 16,000원
2013년 8월 26일 출간 | ISBN :
978-89-6545-224-9 03810 

문학기자인 저자가 부산 경남 지역 작가 18명과 그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에세이. 지역을 지키며 묵묵히 글을 쓰는 작가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지역문화 기록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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