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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책632

건너 뛰며 읽을 권리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은 이라는 책에서 자유롭게 책을 읽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1. 책을 읽지 않을 권리 2. 건너뛰며 읽을 권리 3.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을 권리 4. 책을 다시 읽을 권리 5. 아무 책이나 읽을 권리 6. 보바리즘을 누릴 권리 7. 아무 데서나 읽을 권리 8. 군데군데 골라 읽을 권리 9. 소리 내서 읽을 권리 10. 읽고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권리 사람이 책을 읽는다는 건 가장 개인적인 행위이고, 그 누구도 그 즐거움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9년째 뜻 맞는 사람들과 어린이책을 같이 읽어오고 있는 저로서는 우리 아이들의 책읽기 현실이 그러지 못함에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픕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이러저러한 독서교육의 모습이.. 2009. 4. 2.
너무나 문학적이신 교수님 “밤에 돌아댕기지 말고, 이쁜 여자 꼬신다고 따라가지 마소.” -그럼 안 이쁘지만 젊은 여자가 오라면 가도 되나? -『미완의 아름다움』 181p 따끈따끈 며칠 전에 나온 『미완의 아름다움』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이 드신 분이 하는 말이 아니라 이십대 신혼들이 하는 말 같지 않은가.ㅎㅎ 이 글을 쓰신 분은 부산대 독어교육과에 재직 중이신 교수님이시다. 교수님이라면 보통 점잖고 무게만 잡을 것 같은데 이상금 교수님(이 글의 저자)은 문학적이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이시다. 『미완의 아름다움』은 교수님이 20여 년간 틈틈이 써온 글을 정리한 산문집인데 가벼운 신변잡기가 아닌 전문성이 묻어나는 산문집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봤을 것 같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세계도 들여다볼 수 있고,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 2009. 3. 26.
유배지에서 쓴 아빠의 편지 유배지, 아빠, 딸. 어울릴 수 없는, 아니 어울려서는 안 될 세 단어다. 그런데 아빠는 어느 날 홀연히 짐을 챙겨 유배지로 떠났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두 딸에게. "소망한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좁쌀 한 톨처럼 작은 기억으로나마 남는 거였지. 훗날 아빠가 너희 곁을 떠난 뒤에라도 이 책을 펼치기만 하면 활자 하나하나에 아로새겨진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행 편지는 그렇게 시작됐다. -부산일보 서평 중에서 『유배지에서 쓴 아빠의 편지』, 신국판 변형, 316쪽, 값13,000원 20년 기자생활을 마친 저자가 전국 유배지를 돌며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두 딸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엮었습니다. ▶유배지를 찾아 걷기 시작한 이유 "삶은 때때로 번민과 방황의 시간에 갇히기도 하는 .. 2009. 2. 24.
걷기의 즐거움 - 부산 경남의 인문 지리지 밤이 맛있는 마을, 밤마리. 낯설면서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멀리 있으면서 가까이 있는 이름이다. 생밤을 깨물듯 콕 깨물고 싶은 이름이다. 생각만 해도 밤꽃 향기에 정신이 어찔해지는 이름이다. 생각만 해도 밤꽃 향기에 옷자락이 옷소매가 물드는 이름이다. (본문 중에서) 천자는 마차를 타고 천재는 걷는다 언제부턴가 인간이라는 동물은 걷기를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볼 때도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가장 혁명적인 사건은 직립보행이었습니다. 천자는 마차를 타고, 천재는 걷는다고 합니다. 니체는 “창조력이 가장 풍부하게 흐를 때는 언제나 나의 근육이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는 순간이었다” 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책은 시인이 근육을 가장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얻은 사색의 결과물입니다. 등단 20.. 2009. 2. 12.
변두리 동네 반송에서 희망세상으로 반송동은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동네입니다. 하지만 반송동을 찾아가려고 해운대 바닷가나 신시가지 쪽에서 택시를 잡아타면 요금이 10,000원도 더 나옵니다. 같은 해운대구 내에 있지만 반송은 그만큼 해운대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충렬사가 있는 동래 안락로타리를 돌아 명장동, 서동을 거쳐 꽃시장으로 유명한 석대를 지나면 갑자기 창밖 풍경이 달라집니다. 왼쪽은 산, 오른쪽은 논밭이 펼쳐지고 이제 부산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향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게 얼마간 가다보면 반송 마을이 짠~ 하고 나타납니다. 반송으로 들어가는 길은 한 길밖에 없어 189번, 112번 등 시내버스의 종점이고 그 너머는 기장, 울산으로 이어집니다. 반송은 부산에서도 끄트머리 변두리에 위치한 동네입니다. 한국전쟁으로 수많은 .. 2009. 1. 28.
인도 시장을 개척한 20인의 생생한 현지 리포트 안타깝지만, 아시아에서 인도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이나 정보가 가장 준비되어 있지 않은 나라는 한국일 것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탓에 우리와 역사를 공유하지 못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관계가 너무 미·일·중에 경사되어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인도가 가지고 있는 정치·행정 차원의 다원성, 종교·사회체계·세계관 등의 이질적 성격과 통합 구조, 전통적 연고 문화에 서구화된 합리주의가 섞이면서 만들어진 독특한 풍토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문 17쪽, 이광수(부산외국어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교수) 인도는 억만장자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일부 한국인들은 인도의 개인당 국민 소득이 약 1,000달러에 불과한 것만 보고 인도에 와 돈 자랑을 하곤 한다. 자신이 얼마 .. 2009.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