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행 아들 품에 통째로 보낸 금정산
최영철 시인 열 번째 시집 출간, 위기상황 도시의 민낯 드러내
국제신문 임은정 기자 2014-10-13 본지 23면
최영철 시인이 열 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산지니)를 내놓았다. 1986년 등단 이후 3, 4년에 한 번씩 시집을 낸 시인이 '찔러본다'(문학과지성사·2010) 다음으로 4년 만에 독자 곁으로 다가왔다. 시인은 아들이 나고 자란 부산의 모태, 금정산을 중동으로 떠나는 아들 품에 들려 보냈다고 했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라고 일렀다(…)' ('금정산을 보냈다' 중)
그는 "시니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었다. 시의 위대함 아니겠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내 그가 들려 준 에피소드에 가슴 한 켠이 뭉클해졌다. "부산대를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입사 지원서를 내 모두 떨어졌다. 간신히 한 대기업에 걸렸는데 조건이 요르단 근무였다. 환경도 그렇고 위험해서 말렸는데 아들은 가겠다고 했다. 그게 다 무능한 애비를 만난 탓인 것 같아 미안했다. 딱히 줄 건 없고 뭔가는 줘야겠기에 시로 금정산을 선물했다." 아비는 힘 넘치는 젊은 혈기가 고지가 없는 사막에서도, 밀려오는 파국에도 지켜야 할 세계가 무엇인지 시로 당부하고자 했던 것이다.
최 시인의 시집. 국제신문DB |
총 68편이 수록된 시집은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풍경보다 우리가 가진 위기상황의 민낯을 드러내보였다. '못할 짓이 없구나'('안동 사는 임병호 시인/유행 지나 후줄근한 양복 차림에 부산 와서는/광안대교 보고 싶다 했다/(…)/자꾸 일렁대는 난간 위에서 몸 한 번 부르르 떨더니/딱 한 마디 했다/사람이 못할 짓이 없구나/그리고는 안동 고택에 돌아가 밥도 먹지 않고/병원에도 가지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한 달 만에 저세상으로 갔다')를 비롯해 세월호 비극을 다룬 '난파 2014'('엎어진 채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엎질러진 채 축포가 터지고 있었었습니다') 등 물질과 속도, 생명경시에 중독된 우리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4년 전 부산에서 김해 도요마을로 들어간 시인은 "강 건너 도시를 바라보니 도시의 위기, 갈등이 너무 잘 보였다. 시골생활에 동화되기보다 갈수록 더해지는 위기상황에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게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그래도 인간에 대한 믿음의 시가 철길의 다른 선로 위에서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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