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음식점에서 만난 조명숙 작가는 "작가로서 사회에 냉담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적 문제를 완전히 작품 전면에 내놓기도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짧은 글이라도 써서 SNS에 올리고 털어버리면 좋을 텐데, 소설가라 그것도 잘 안 되더라고요."
고민하던 작가가 실제 사건을 작품에 담는 데 쓴 비법은 '왜곡'이다. 조 작가는 영감을 얻은 사회적 사건이 일어나면 적어도 1년, 길게는 5년이 지나고 기억의 실체가 흐릿해졌을 때, 자기 방식으로 다시 그 때를 회상하며 글을 써내려갔다.
이런 방식으로 '거기 없는 당신'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당시 촛불시위를 하는 남편을 찾는 여자의 우울한 일상을 그렸다. '가가의 토요일'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둘러싼 사회적인 분위기를 담아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충격만큼은 오래 기다릴 수 없었다. '점심의 종류'는 참사 5개월이 지나기 전에 썼다. 그마저도 차마 사고 직후의 처참함을 담을 수 없어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고 썼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작품 대부분이 사건 당시나 직후를 담고 있어 저는 새로운 방식으로 쓰고 싶었습니다. 참사 자체를 다루기 괴로웠던 점도 있었고요."
'러닝 맨'에는 지난해 여동생을 폐암으로 잃은 작가 본인의 개인적인 아픔이 담겼다. 책 속에서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아버지는 딸이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 한겨울 거리를 옷을 벗고 달린다.
조 작가는 이 소설을 줄 한 번 바꾸지 않고 뱉어내듯 써내려갔다. "너무 힘들어서, 내가 힘들어서 읽는 사람도 같이 아파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책 속 작가의 말에서 그는 "지극한 고통엔 섣부른 위로보다 또 다른 고통이 약이 되기도 하는 법이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여기 적어둔다"고 했다.
조금씩 도둑 - 조명숙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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