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의 반이 흘렀습니다. (저, 임병아리의 인턴기간도 반이나 지났군요.) 이제 휴가철도 막바지에 이르렀지요.
제 주변에는 휴가철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이 많았는데요,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은 물론, 동남아에 유럽까지 제각각 여러 나라들을 다녀왔더군요. 저 또한 인턴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라오스에 다녀왔었답니다. 사실 저는 이번 라오스 여행이 첫 해외여행이었어요. 이전에는 금전적인 부담도 있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을 돌아다닌다는 것이 두려워 선뜻 해외여행에 관심이 가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처음이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요? 한번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저는 이미 머릿속으로 ‘다음 여행’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제 눈에 들어온 책이 바로 『시칠리아 풍경』이었지요.
『시칠리아 풍경』은 미국 작가이자 역사학자 ‘아서 스탠리 리그스’의 시칠리아 탐방기를 담은 책입니다. ‘시칠리아의 풍습, 건축, 언어, 역사, 사람들을 만나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처럼, 『시칠리아 풍경』에는 아서 스탠리가 보고 느낀 시칠리아의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책은 1912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고 하네요. 올해로 100년 하고도 3년이 지난 후에 이렇게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시칠리아의 모습은 무려 백 여년 전의 시칠리아인 셈이지요.
시칠리아 지도 (출처: Google 지도)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서남단, 지중해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섬이에요. 지중해의 섬들 가운데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섬이기도 합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해요.
수많은 여행자들이 오고가는 시칠리아이지만, 하와이라거나 보라카이, 파리 등의 이름난 관광지에 비해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에요. 저 또한 『시칠리아 풍경』을 통해 시칠리아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 때문인지 책에서 묘사되는 시칠리아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국적이며 환상적인 이미지로 다가왔답니다!
위로는 시칠리아의 코발트 빛 하늘이 타오르고, 주변에는 진홍빛 양귀비꽃, 섬세한 미나리아재비와 등대풀, 그리고 수많은 다른 꽃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플루트처럼 청아한 목소리를 지닌 새들이 올리브 나무 사이를 지저귀며 날아다니고, 대기에는 활짝 핀 아몬드 꽃향기가 공기 중에 나른하게 떠돈다. 그리고 남부의 화창한 햇빛 속에서 신전은 불멸의 신들이 보내는 불길의 희미한 반사인 것이 분명한 황금빛 광휘로 찬란하게 빛난다. -『시칠리아 풍경』 119p
시칠리아의 아름다운 풍경들
『시칠리아 풍경』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보성 여행서적과 달리, 기행문 형식으로 시칠리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1인칭 고백체 형식의 기행문이다보니, 마치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소설을 본 것 같았습니다. 특히 시칠리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까지도 상세히 묘사하여, 아서 스탠리와 함께 시칠리아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답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어딜 가든 팁! 팁! 팁! 소리를 들어야만 한다. 그러나 시칠리아에서는 기쁘게도 감사의 말 한마디와 미소가 현금 팁과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팁은 종종 거절당한다. 한번은 내가 어떤 어린 소년에게 사소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10센트에 해당하는 1리라를 주려고 했는데 그 순간 소년의 얼굴에 스친 표정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나를 올려다본 짙은 갈색 눈동자에 상처받은 자존심이 스쳐갔고, 때 묻은 작은 손은 말없이 동전을 밀어냈다. -『시칠리아 풍경』28p
위의 구절은 이탈리아의 팁 문화와 대조되는 시칠리아의 서비스 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단순히 그에 대한 설명만을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하여 직접 겪은 일화를 이야기해줌으로써 지루하지 않고 현장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지요.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자유롭게 기록할 수 있는 기행문만의 매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시칠리아 풍경』의 뒷표지
기행문은 문학적인 가치 뿐 아니라,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알게 하고, 독자들을 여행지 속으로 끌어들여 그곳의 매력을 깨닫게 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칠리아 풍경』에서도 시칠리아에 얽힌 여러 신화와 역사들이 소개되어 있지요.
『시칠리아 풍경』의 역자 김희정 교수는 이 책이 가지는 의미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데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 책이 발간되었을 시기의 시칠리아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을 뿐 아니라(현재), 이전까지 시칠리아가 겪어왔던 역사적인 사건들 또한 서술되어 있으며(과거), 100여 년이 지나 이 책을 접하게 된 여러분과 저 같은 미래의 독자들에게 간접적인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어(미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 것이지요.
저의 다음 해외 여행은 시칠리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손에는 『시칠리아 풍경』을 들고서 과거의 아서 스탠리가 바라본 시칠리아와, 현재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칠리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죠?
이상, 여러분의 임병아리였습니다^^
시칠리아 풍경 - 아서 스탠리 리그스 지음, 김희정 옮김/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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