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죠?
최은영 작가님의 연극 <연애, 그 오래된>의 마지막 공연이 있었습니다. 2011년에 초연한 이후 올해 다시 선을 보인 작품인데요,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공연 중 하나였는데,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가 공연 일자가 얼마 남지 않을 걸 알았죠. 그래서 현재 최은영 작가님의 희곡집을 담당하고 계시는 온수 편집자님께 부탁을 드려 마지막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이 연극은 196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준하와 선희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서울 근교 달동네에서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준하가 대학에 합격한 날, 같은 또래인 선희는 직장을 구해 준하의 집에 세를 들게 되게 되면서 극은 시작됩니다.
준하라는 이름처럼 한여름을 닮은 남자와
착한 선희가 아닌 태양 같은 써니가 되고 싶다고 했던 여자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 내려온 준하는 선희가 가까워지고, 그들은 한여름의 뜨거움과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시절 누구나 그랬던 것처럼 여름을 닮았던 첫사랑은 아픔과 이별을 마주하게 되고,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그들의 특별할 것도 없었던 사랑의 추억은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는 순간 스무살의 여름날처럼 사랑이 타오르고, 그 사랑의 미래를 위해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버리게 됩니다.
연극이 끝나고 이 절절한 사랑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것임을 알았습니다. 작가님께서 강원도를 여행하다 만난 어느 노신사의 이야기를 듣고 극본을 만든 것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요즘은 핸드폰으로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이고, SNS를 통해 쉽게 다른 이의 소식을 접할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절절하고 애달픈 사랑을 찾아보기도 힘들고, 한편으로는 그런 사랑이 오래된 신파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보는 내내 느리고, 어렵고, 답답하기까지 한 주인공들의 사랑에 왜 그리 마음이 쓰이던지요.
'따뜻함'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찾게 되는 계절. <연애, 그 오래된>은 마음 한편을 훈훈하게 데울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제로 끝이 났지만, 최은영 작가님의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어요. 더불어 곧 산지니에서 만나게 될 최은영 희곡집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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