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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여름날 시 한 구절-「여름 제재소」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8. 17.



말매미들이 나무를 베어낸다


어제의 나무들


체인톱이 맞닥뜨린 무늬 앞에서


잠시 쉬어가듯 멈춰 설 때도 있지만


식탁이 되고 싶있던 망고나무


흰 나무살 가운데 짙은 먹빛 박혀 있는 계수나무


오늘의 등고선이 그러져 있는 나이 많은 나무만을 골라


제재기에 올린다


매미들 눈에만 보이는 나무가 있어


재목이 되지 않을 어린 나무는 건드리지 않는다


좋은 의자가 되려면 참아야 한다고


밝은 적갈색의 여름 단면 그 아래로


가방을 맨 소녀가 귀를 막고 지나간다


-신정민, 「여름 제재소」, 『나이지리아의 모자』




"좋은 의자가 되려면 참아야 한다고" 이 여름을 잘 보내면 괜찮아질 거라고 

시인이 다독이는 듯하네요. 

한편으로는 좀처럼 식지 않은 이 더위에 저 역시 귀를 막고 싶어지네요ㅎㅎ


덥다, 덥다 했지만 이번 여름도 끝이 보입니다.

그렇게 화요일 같은 수요일.

나무 한 번 보고 매미 소리 한 번 듣는 여유는 챙겨두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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