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며 문제를 끌어안고 사는 우리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우리 사회의 여성이 겪는 크고 작은 불편함을 소설로 풀어내다
주인공 소영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비정규직 여성이다. 재래시장에서 스토리텔링을 해주는 그는 평상시처럼 길 찾기 앱을 열고 골목 구석구석 거리를 검색해 본다. 정해진 길을 검색하는 건 쉽지만, 소영의 삶은 도착지 없는 골목을 지나가고 있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우리사회의 지친 면들을 다시 끄집어낸다.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를 그리기보단 그저 버티며, 그저 한 사람으로 서 있다. 다름 아닌 우리네들 삶처럼 말이다.
▲ 사진 출처 http://bbs.rigvedawiki.net/index.phpmid=issue&document_srl=23034&order_type=desc
▶ 자신의 삶을 주도하는 ‘밝음’
소영에게도 부러운 친구가 있다. '미홍' 그는 소영에게는 없는 특유의 ‘밝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대학연극부 시절 발음으로 지적을 받던 미홍은 항상 주인공을 배정받았고, 발음이 좋은 소영에게는 비중 없는 역할을 배정받았다. 그러던 중 한 선배가 소영에게 말로 찌른다. “아무리 발음이 좋아도 무대욕심 없이는 못 해!” 말을 들은 소영은 쓸쓸한 마음을 가지고 조명실로 향한다. 그녀는 미홍에 비해 무엇이 부족할까?
▲사진 출처 = 아리랑 패널
▶ 길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필요한 ‘밝음’
나오고 나서 후회했던 대기업 정규직도, 피곤을 무릅쓰고 쫒아 다녔던 그 많은 강좌들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아니었던 거다. 정말 하고 싶은 게 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어쩌면 정말 하고 싶은 게 없는지도 모른다. P71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에서 주인공 소영은 미홍을 보며 자신의 밝음을 찾아 나선다. 이처럼 이 책이 자본으로 일그러진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를 바래본다. 미홍처럼 내면에 묵묵히 버틸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아니 찾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이 한결 밝아지지 않을까? 현재 우리네 일상은 길을 잃었고, ‘미홍의 밝음’은 언제나 곁에 있다. 어떤 철학자 말 따라 참 치사하고 씁쓸한 현실이지만 ‘자신의 밝음’을 찾아나서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밝음이기 때문이다.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 안지숙 지음/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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