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코 후미코 91주기 추도식.

7월23일 일요일 오전, 경북 문경의 하늘은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박열의사기념관 옆 가네코 후미코의 묘지.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추모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문경시장을 비롯한 지역관계자분들, 후손들, 부강초 동창생들,

아나키스트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

그 한켠에 산지니 출판사도 조용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준비해 간 가네코 후미코 옥중수기 <나는 나>

2쇄본 5권을 검은 리본에 묶고 비닐봉지에 담아 묘소 앞에 모셨습니다.

가네코 후미코, 당신이 감옥에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처연한 생의 기록.

2012년 발간 후에도 오랜 세월 지하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책 <나는 나>

 

나는 더 많은 세상의 부모들이 이 수기를 읽어주었으면 한다.

아니, 부모들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교육가, 정치가,

사회사상가 모두가 읽어주었으면 한다.“ -옥중수기 머리말 중

 

 

당신의 바람처럼 이제야 우리 독자들께 당신의 삶을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꽃같은 23년을 살다 간 가네코 후미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을 찾아뵐 최소한의 면목이 생긴 것은 배우 최희서 덕분입니다.

영화 박열을 통해 가네코 후미코의 삶과 사상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배우 최희서의 열연과 영화 준비과정에서의 열정은 가네코 후미코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날도 배우 최희서는 그의 블로그 꼭지명처럼 생각하는 想者를 열었습니다.

전사로 불렸던 시인 김남주의 <고목>을 헌시로

가네코 후미코 <최후의 변론>도 추모사로 소개했습니다.

 

배우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 묘소 방문이 벌써 4번째랍니다.

한 영화인의 진정성이 엿보입니다.

영화사측은 다음 스토리펀딩 모금액 5,643,650원을 박열의사기념관 측에 기부했습니다.

 

 

아래는 시집 《조국은 하나다》에 실려 있는 <고목> 전문입니다.

 

고목 - 김남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 싶다.


갖은 풍상에 주름지고 상처받았어도
오랜 세월 살아 남아
큰 그늘 만들어 쉼을 허락하는 나무.
그 나무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목소리를
가네코 후미코의 마음으로 승화시킵니다.
배우 최희서의 헌시를 고른 안목이 대단합니다.


아래 사진은 배우 최희서 님이 산지니 출판사를 위해 <나는 나> 책에 사인해 준 겁니다.

문자=후미코의 한자명입니다.


 

 

나는 나 - 10점
가네코 후미코 지음, 조정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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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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