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살과 조롱으로 세상을 바꾸다

스티브 크로셔의 『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

 

산지니 편집부 정선재

 

 

 

작년 연말은 참으로 추웠다. 연일 보도되던 박근혜 정권의 부정의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지켜보며 마음마저 얼었던 그런 겨울이었다. 온갖 비리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국민들의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즈음 스티브 크로셔의 『STREET SPIRITS』을 만났다. 그리고 이 지독한 겨울을 녹이는 촛불들이 거리로 쏟아졌다.

 

부당한 권력이 무서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화염? 단식? 천막? 모두 아니다. 이 책에서는 권력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익살’과 ‘조롱’이라 말한다. 총검으로 제압할 수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들 앞에서 권력의 나약하고 비겁함이 낱낱이 까발려진다. 저자 스티브 크로셔는 이를 웃음행동주의(래프티비즘ㆍLaugh+Activism)라 부른다.

 

샌드위치 먹기, 박수치지 않기, 당나귀 기자회견, 시베리아 한복판에 놓인 인형 등. 이 책은 79개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전 세계의 유쾌한 시위 현장을 전한다. ‘이게 시위라고?’ 누군가는 이렇게 반응할지도 모르겠다. ‘시위’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정형화된 모습은 이 책 어디에도 없다. 무장한 경찰과 마주한 성난 사람들, 고성과 울음이 뒤섞여 핏빛으로 물든 거리의 모습이 없으니 말이다. 대신 창의적이고 이색적인 시위 현장들을 포착한다. 그리고 권위주의와 양립할 수 없는 익살과 유머, 웃음으로 빚어낸 변화의 순간들을 담았다.

 

 

 

이 책의 작업하는 동안에도 촛불을 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활활 타올라 박근혜 퇴진 및 정권 교체만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제반 문제들(세월호 진상규명,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정경유착 및 사회적 양극화 해소 등)에 대한 본질적 비판과 대안 요구까지 나아갔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사(史)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며 책의 제목을 결정했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이루려고 하는 것, 바로 민주주의였다. 이후 책의 제목을 『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으로 확정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 세월호 추모곡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중에서

 

저자의 말처럼 변화는 ‘많은 이유에서 비관주의가 따르는 느리고 더딘 과정’이다. 하지만 오늘의 비극이 다시금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비관주의에서 벗어나는 변혁의 순간이 필요하다. 『거리 민주주의: 시위와 조롱의 힘』이 보여주는 인간적이며 지적인 비폭력 시위가 승리한 사례를 통해 어둠을 밝힌 촛불의 가치를 생각해본다. 나아가 우리가 밝히고자 한 어둠은 무엇이고 그 어둠을 얼마나 몰아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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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병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