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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하여 ::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7. 12. 27.

EDITOR'S NOTE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편집자 기획노트]


“행복한 인생 후반전에 대하여”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이기숙 지음)

 

산지니 편집부 정선재


일요일 아침, 거울 앞이 분주하다. 나와 엄마가 서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단장에 여념이 없다. 청첩장을 받아 든 나는 분홍빛 원피스를 입었고, 문자로 날아온 부고 소식에 엄마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같은 날, 같은 공간 나와 엄마는 함께 거울을 보고 있지만 우리의 옷 색깔만큼이나 너무나도 다른 삶의 얼굴을 만날 준비를 한다.


아직은 탄생, 시작, 출발이라는 단어가 가까운 나이라 그런지 처음 이 원고를 받아 들고는 매우 낯설었다. 그러곤 지금까지 내 삶에서 마주했던 죽음들을 반추해보았다. 할머니의 죽음, 선생님의 죽음, 유명 연예인의 죽음 그 밖에 신문 사회면에서 접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들로 인한 사회적 죽음까지. 생각만으로도 불편하고 힘들었다. 그래서 괜히 죽음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싫었고, 못 본 척 피하고만 싶었다. 그러다 문득 이 원고의 한 구절을 만나게 됐다.


“죽는다는 것은 우리에게 또 다른 행운이다” (p.34)


죽음에 관한 이기숙의 에세이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는 ‘잘 죽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죽음에 대한 경험과 준비, 노년의 삶과 최소의 치료, 보내는 이들의 사례와 애도 작업 등을 다루고 있다. 저자 이기숙은 한국다잉매터스 대표를 맡으며 죽음 관련 강의와 연구 그리고 엔딩노트 사업,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보급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실제 현장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을 토대로 좋은 죽음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친근한 어조로 설명한다. 또한 저자가 실제로 겪었던 가족의 죽음을 바탕으로, 가는 자(노년기 부모)와 보내는 자(성인 자녀)의 입장에서 떠오른 단상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늙어가는 것과 죽는다는 것. 이는 어느 날 불시에 찾아오는 슬픔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늙어가는 모습도, 죽어가는 모습도 다르다. 즉, 죽음은 나의 생애를 보여주는 마지막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우리는 잘 사는(well-being) 방법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여러 요소들이 죽음의 과정을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면 잘사는 것은 곧 잘 죽는(well-dying) 것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예식장에 도착한 나는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기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엄마는 몇십 년 만에 만난 친구의 아픔을 위로하며 국화 한 송이를 고인 앞에 놓는다. 결혼식이 끝난 나는 시끄러운 뷔페 자리 한편에 앉아 친구들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조문을 마친 엄마는 친구들이 있는 식당으로 가 시락국 한 대접을 놓고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다른 듯 비슷한 나와 엄마의 일요일, 주말의 해가 넘어가는 지금, ‘삶과 죽음도 이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삶의 시작점과 끝자락, 결국 우리가 모두 건너야 하는 과정들을 생각해보며, 깊어가는 가을 『당당한 안녕: 죽음을 배우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그리고 약간의 오지랖을 부려본다면 죽음이란 단어에서 가지를 뻗어 보다 행복하고 풍요로운 오늘을 만나길 바란다.

 

『출판저널』 2017년 12월 - 2018년 01월 호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기획노트」에 게재되었습니다.

 

당당한 안녕 - 10점
이기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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