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발행하는 <출판문화> 6월호 ‘출판문화가 만난 사람’산지니출판사 강수걸 대표님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이미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출판문화> 잡지를 만나신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 덕에 대표님께서는 계속 인사를 받으셨다는 후문이^^)

아직 못 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산지니 블로그에서 공개합니다.

 

출판문화가 만난 사람

 

 

지역과 더불어 살아가는 출판,

‘산지니’ 강수걸 대표

 

 

 

우리나라 출판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아주 도드라진다. 지역 출판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런데 14년간 우수학술도서와 우수교양도서를 수십 종 발간하여 학계와 지적인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역의 특색을 살린 책을 꾸준히 기획출간하며 지역 독자들과 상생해온 지역 출판사가 있다. 부산 지역 출판의 허브로서 출판의 지역 균형발전과 문화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산지니’의 강수걸 대표를 출판문화가 만났다.

 

20대부터 출판인의 꿈을 꾸셨다고 들었습니다. 출판사를 하면 대부분 수도권에서 창업을 하는데 처음부터 고향 부산을 근거지로 삼으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작년에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출판사의 약 75%가 서울 경기 지역에 있다고 합니다. 전체 출판사의 25% 정도만이 서울 경기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출판사가 꼭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법 제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듯이 ‘출판’은 모두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입니다. 당연한 권리라면 어느 지역에서든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지요. 이런 생각에서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생활을 해온 부산에서 출판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지역에서 출판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막상 출판사를 운영하다 보니 예상보다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출판사를 창업한 2005년 2월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전국 독자를 대상으로 꾸준히 책을 내왔습니다. 지역 출판사로서 지역의 생각과 문화를 담는다는 특색을 가지되, 전국 독자를 대상으로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출간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요. 지금은 ‘부산’ 하면 떠오르는 출판사 중 ‘산지니’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역에서 제작하고 판매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유통과 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계신지요? 그리고 지역 출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지역 출판사는 전국적으로 책을 판매하고 유통하기가 쉽지 않아서 해당 지역 독자들만을 대상으로 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역 독자 수가 많지 않다 보니 지역 출판사들은 대부분 이익을 내기 위해 인쇄소 겸 출판사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하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전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출판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출판사가 전국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책을 판매하려고 하니 여러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전국적으로 책을 판매하려면 ‘유통’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도매상을 거치거나 대형 서점과 거래를 할 경우 택배로 보내면 남는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를 통해 만 원짜리 책을 60%에 공급하면 6000원을 받는데, 택배비 3000원을 빼고 나면 남는 이윤이 없는 것이지요. 따라서 지역 출판사는 전국적인 유통을 하려면 책을 유통물류단지가 있는 수도권으로 보내야 합니다. 물류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요.

 

창업 이후 가장 어려웠던 경영상의 고비는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요?

2017년 1월 2일 ‘송인서적 부도 사태’로 2,000개가 넘는 출판사들이 피해를 입었습니다. 심지어 몇몇 출판사들은 그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희 역시 도매상인 송인서적을 이용해 전국 유통을 했기에 거의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일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었습니다. 당시 힘든 상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호소문을 통해 피해 상황을 공개했는데, 그 글을 읽고 다행스럽게도 부산 지역 공공도서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덕분에 피해를 다소나마 줄일 수 있었지요. 정말 고마운 일입니다. 지금은 책이 정상적으로 출고되고 있지만 아직 그 피해는 다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메워가야 할 부분입니다.

 

2015년 제35회 한국출판학회상 경영·영업 부문 대상을 받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역 출판사는 첫 수상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수상을 하신 건가요?

한국출판학회 경영·영업 부문 대상은 2015년에 지역 출판사로서 처음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제주도의 ‘각 출판사’가 2014년에 수상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군요.이 상은 출판사를 창립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산지니가 10년간 활동한 것에 대한 평가로 받게 된 상입니다. 아무래도 ‘지역 출판사로서 오래 버텼다’는 의미로 준 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수상을 계기로 산지니 전 직원 8명이 10년 동안 출판 과정에서 겪은 소소한 이야기를 모아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를 출간했어요. 이 도서는 우수출판콘텐츠 도서로 선정되었고, 2016년 타이베이 도서전에 소개된 뒤 대만에서 번역 출간되어 올해 2월 우수도서로 뽑히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창업 이후 14년간 낸 책의 종수가 450종이 훨씬 넘고 해마다 빠짐없이 우수학술도서, 우수교양도서 등에 선정되셨더군요. 뛰어난 기획력의 핵심 비결이 궁금합니다.

‘해마다 빠짐없이 우수학술도서, 우수교양도서에 선정이 되었다’는 대목이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는 ‘지역출판사라서 특혜를 받았다’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지역출판사에 대한 지원제도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수도권에 있는 다른 출판사들과 동등하게 경쟁하여 선정이 된 것이니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우수도서로 선정된 기획력의 핵심 비결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필요한 책은 반드시 출간한다는 원칙은 있습니다. 중국 관련 총서와 시선집이 그런 책입니다. 솔직히 대형출판사가 아니면 출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시리즈이지만, 저희는 중국 연구에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하게 총서를 출간했고 시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시집을 출간해 왔습니다. 이렇게 학술과 문학의 각 분야에서 꼭 필요한 책들을 출간한 것이 1달에 4종, 1년에 50종 가량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온 원동력이자 우수도서에 많이 선정된 비결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획과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될 만한 책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해당 책에 얽힌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2015년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의 ‘원북원 부산도서’로 선정된 최영철 시인의 『금정산을 보냈다』를 들 수 있습니다. ‘원북원 부산도서’는 부산 시민의 투표로 일 년에 1권의 도서를 선정하게 됩니다. 저희 책이 선정되어 큰 영광이었고, 이 책을 가지고 일 년 동안 부산의 시민들이 독서토론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져 더욱 기억에 남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금정산을 보냈다』는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책이기도 합니다. 시집에 세월호를 다룬 <난파 2014>라는 시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요.

부산 시민의 투표로 원북원 도서가 된 책이, 정부의 블랙리스트 도서가 된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11개 출판사가 함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씁쓸한 일이지요.

 

<부산을 맛보다>와 <부산언론사연구>와 같이 ‘지역’ 색깔을 드러나는 책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러한 지역 콘텐츠의 출간 비중은 얼마나 되며 지역의 독자와는 어떤 방법으로 소통하고 계신가요?

2006년 조갑상 경성대 국문학과 교수의 『이야기를 걷다』를 내면서 부산이라는 지역에 관해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부산을 피상적으로만 알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책의 출간은 부산 콘텐츠를 어떻게 책으로 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전체 출간 도서 중 약 20~30%가 부산 지역의 작가들과 부산 지역 콘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 콘텐츠를 다룬 책들은 몇몇 책을 제외하고는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지역 독자들에게 좀 더 다가가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산지니가 2009년부터 한 달에 한 번 꼴로 진행해온 ‘저자와의 만남’ 행사가 대표적입니다.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이자 독자와 출판사가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입니다. 이 인터뷰를 보시고 더욱더 많은 독자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해 출판사의 활동 소식을 활발히 알리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 독자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나아가 전국의 독자들에게 저희 출판사의 존재를 알리려고 합니다.

 

 

산지니의 책은 교양도서에서 학술도서까지, 사회과학에서 시와 소설에 이르기까지 분야가 다양합니다. 현재의 주력 분야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분야에 더 비중을 둘 계획이신가요?

제가 법대 출신이다 보니 처음부터 인문·사회 관련 책 출판에 주력했습니다. 국내에서 작가를 찾기 힘들 때는 일본·중국·미국의 외서들을 번역하여 출판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 번은 일본 출판사 ‘고단샤’의 도서를 번역 출판하려고 오퍼를 넣었는데, 고단샤 측에서 지역 출판사는 번역 책을 낼 역량이 안 된다며 거절한 적도 있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요.

문학 서적 출간의 첫걸음을 내딛게 한 책은 2006년에 출간한 조갑상 소설가의 산문 『이야기를 걷다』입니다. 이 책이 문학나눔 우수도서 수상을 하면서 ‘산지니’라는 이름이 부산의 문학 작가들에게 알려졌지요. 2007년부터 소설책을 냈고, 소설에서 시작해 평론 책, 시집으로 분야의 영역을 점차 넓혔습니다. 지금은 문학 도서가 출간 도서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스펙트럼의 책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어떤 출판사로 기억되고 싶은지, 출판사로서 산지니가 그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셨으면 합니다.

산지니는 독자들의 기억에 남는 책을 내는 출판사가 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산지니 프렌즈’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산지니 프렌즈는 독서회원과 서평회원을 모집하여 산지니의 책을 함께 읽고 서평을 공유하는 활동을 합니다. 지금은 독서회원 2기를 마감하고 잠시 숨을 고르며 개편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가 최근에 준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전시와 강연이 가능한 ‘산지니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부산을 포함한 지역의 출판 역사를 전시하고, 산지니의 ‘저자와의 만남’을 비롯한 독서 모임 등의 행사를 여는 공간을 마련하고 이곳을 독자들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또 하나는 ‘북투어’ 행사입니다. 올해 2월에 저희 출판사는 독자 10명과 타이베이로 북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번역 출간한 책 『저항의 도시 타이베이』를 들고 책에서 소개하는 타이베이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콘셉트였습니다. 원저자와 티타임을 갖기도 하고, 마침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이 열리는 기간이라 도서전도 둘러보았지요. 이런 여행이 신선했는지 대만의 출판 관련 잡지 <오픈북>에서 인터뷰를 하고 북투어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행사를 진행한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하는 등 독자들과 소통하고 저희 출판사의 존재를 알리려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6년도부터는 저작권 수출을 위해 영·중문 카탈로그를 만들어 홍보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그 결과 『침팬지는 낚시꾼』이 태국에 수출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산지니가 독자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기억에 남을 책을 선사하는 그런 출판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에 있는 출판사로서 지역 정부의 출판 관련 정책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한마디를 해주신다면?

지방정부에는 출판에 대한 관련 법제가 하나도 없습니다. 지역출판 진흥계획은 5개년 계획으로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지역 출판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부산시에서도 지역 출판 우수도서를 선정하는 제도를 작년까지 운영하다가 올해에는 그마저도 폐지한 상황입니다. 부산시의 출판업 지원이 열약한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독서문화진흥법 제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한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3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 진흥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기술의 개발과 조사·연구사업의 지원, 외국 및 문화산업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력체제 구축 등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지요. 이런 부분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만큼, 출판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도 지역 출판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의 개정(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신설)을 통해 기초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출판 진흥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osted by 실버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