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역 책의 미래
강수걸(산지니 대표)
1. 지역출판 정책의 현황
지역 출판의 미래를 위해서는 물론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정책의 도움 없이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먼저 지역출판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2018년 제주도에서 제정된 출판조례를 제외하고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를 강제하는 출판관련 법제는 전무하다.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4조(출판문화산업 진흥계획의 수립・시행)에 따라 출판문화산업의 진흥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4조 4항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진흥계획을 수립・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하면 광역단체장에게 협조를 요청하거나 시・도지사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임의규정으로 입법되어 있다. 그리고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어디에도 지역출판 육성에 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출판문화산업 진흥계획이 5년 단위로 진행 중이지만, 실제로 지역 출판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산지니가 있는 부산시에서도 지역 출판 우수도서를 선정 제도를 작년까지 운영하다가 올해에는 그마저도 폐지한 상황이다.
독서문화진흥법 제3조(국가 및 자치단체의 책무)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른 시책을 수립・시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상호 협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제4장 독서진흥에서 제8조(독서 교육 기회 제공), 제9조(지역의 독서 진흥), 제10조(학교의 독서 진흥), 제11조(직장의 독서 진흥), 제12조(독서의 달 행사 등)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제3조(국가와 자치단체의 책임)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 진흥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산업 진흥을 위하여 기술의 개발과 조사・연구사업의 지원, 외국 및 문화산업 관련 국제기구와의 협력체제 구축 등 필요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는 만큼, 출판계의 의견을 대변하는 출판단체에서 지역 출판 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의 개정(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신설)을 통해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함께 적극적으로 출판 진흥을 위한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입법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정책 검토
출판문화산업의 진흥・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16조(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설치 등)에 따라 201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설립되었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산업육성사업은 도서기증 창구의 일원화 및 상시적으로 연계하는 중개센터 설치운영을 통해 책나눔 문화 확산 및 책 읽는 사회분위기 조성, 지역출판산업 재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 양성 지원 등의 사업이 시행되고 있으며,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5년도에는 지역문화자원과 연계된 지역 특화 출판콘텐츠 발굴, 지역 출판문화산업 활성화 도모, 관람객 등의 문제로 독서행사가 어려운 지역에 축제를 활용한 독서문화행사 지원, 지역 대표축제와 책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축제 모델 구축을 통해 지역 출판산업 및 독서문화 활성화에 기여,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거점으로 출판문화도시로의 재도약 도모, 변화하는 출판시장에 대응한 전략으로 지역출판콘텐츠 경쟁력 제고,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의 원활한 안착과 활성화 유도 등이다.
2016~2017년도에는 국민 책 기부 센터 설치・운영, 책 기부센터 설치(진흥원 1층 제1자료실), 후원도서 접수 및 도서 기증(사회복지기관 등), 대구출판문화산업육성 지원, 출판 실무 역량 강화 교육 실시(8개 과정 230시간 교육), 콘텐츠 창작・생산 인력 집중 육성(멘토링 및 시제품 제작 지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였다, 2018년도에는 처음으로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지원(65백만 원)사업을 실시하여 지역출판산업 및 지역출판문화 활성화 관련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2015년도부터 지원하던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의 출판산업 지방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지원(65백만 원)은 계속되고 있다. 또한 창작지원 우수콘텐츠 발굴, 책나눔센터 운영지원(20백만 원), 지역서점 종합관 전시 지원(50백만 원, 서울국제도서전 기간 중 종합전시관을 마련하여 지역서점 홍보)을 진행하고 있다.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사업이 있지만 진흥원의 홈페이지에 홍보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는 지역출판사를 위한 사업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또한 위에 제시된 지역출판산업육성 사업도 세부사항을 살피면 지역출판을 위한 뚜렷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예산마저 전국에 위치한 지역출판사에게 골고루 배분되기보다는 대구출판산업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와 비교해 파주에서는 열린도서관, 파주출판도시활성화 사업, 파주출판도시 세계클러스터 조성사업, 파주어린이책잔치 등 많은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주출판단지 활성화 지원을 통해 출판산업 육성 및 출판산업 인프라 구축,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복합문화산업단지 조성 및 출판단지의 인프라를 활용한 사업을 시행하였다. 세부 사업을 살펴보면, 어린이책잔치(160백만 원), 인문학강좌(200백만 원), 국제출판교류(107백만 원), 국제출판포럼(77백만 원), 동아시아 책의 교류 심포지엄(30백만 원), 관광활성화(197백만 원), 파주에디터스쿨(93백만 원), 출판도시 멀티체험관 활성화(104백만 원), 출판도시 복합문화조성(430백만 원), 출판도시 허브사이트 개발(50백만 원), 파주출판도시 자문회의 등 운영 관리(10백만 원) 등이 있다.
파주에 많은 출판사가 위치해 있기는 하지만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가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에 비해서 그 크기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으로 보여 지역 출판사 경영자로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열악한 환경의 지역 출판사에 더 많은 지원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지역출판정책의 필요성
지역출판과 관련해서는 2017년 <제주한국지역도서전 자료집>에 부길만 교수가 쓴 글을 인용해 좀 더 상세히 그 현황과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지역출판과 지역도서전에 대한 논의는 그동안 다소 이루어졌고, 기본적인 개념 정립도 되어 있는 상태이다. 지역 출판이란 “지역에 소재를 둔 서적 출판, 교과서 및 학습서적 출판, 전자출판 및 유통, 도소매업 서점” 영역으로 규정한다. 또한 지역출판물은 서울과 파주출판단지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소재 대형 출판사를 제외하고 지역소재 서적 및 매체 출판업자가 발행한 책, 지역소재 잡지, 지역소재 인터넷 ․ 모바일 전자출판서비스업자가 제공하는 출판 콘텐츠, 지역에 소재를 둔 사업자가 발행하는 서적, 잡지, 전자출판물 등이다.
백원근(2009. 7.)은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독서 진흥정책은 종국적으로 국민을 위한 풍요로운 독서환경의 조성에 있으며, 지역문화 발전 및 독서자료 제공의 토대인 지역출판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공동체의 폭넓은 관심이 요청된다.”고 전제하며,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지역문화 창달, 지역발 문화 콘텐츠의 생산기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지역 출판사들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양한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둘째, 지역출판에 대한 상을 만들어 지역출판의 의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한다. 셋째,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지역에서의 도서전 개최를 출판, 서점, 도서관, 교육단체 등과 연계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넷째, 독서 생활화를 유도하기 위해 독서 이벤트 프로그램을 지방자치단체가 예산 범위 내에서 공모제로 지원하는 지원책 확충이 필요하다.
또한, 백원근(2016. 3.)은 “지자체가 지역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고, 지역 서점과 도서관이 지역 출판물 코너를 만들어 지역 특산품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부길만(2015. 5.)은 이렇게 언급했다. 오늘날 지역문화가 크게 발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는 치역출판이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역출판을 살려내어 지역문화 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고, 이를 통하여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출판은 ‘지역 자원의 네트워킹’이 전제되어야 지속성과 의미를 높일 수 있다. 지역출판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문화와 발전을 견인해야 한다. 지방정부에서 독서 진흥을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있지만,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지자체는 몇 곳 되지 않는다. 우리가 지방으로 눈을 돌릴 때 우리 문화와 역사의 고유성과 보편성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라 해야 할 과제도 많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지역출판에 관한 현재사항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진흥원을 비롯한 출판 단체에서 지역출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면, 지역문화를 살리고, 수도권에 국한된 상태에서 발전이 가로막혀 있는 한국출판산업을 지역출판의 활성화를 통해 확장시켜 지역의 출판 생태계뿐만 아니라, 문화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4. 지역출판의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네트워크 사례
산지니x공간
지역에서 출판 활동을 하면서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독자와의 친밀한 소통’의 필요성을 느껴오던 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 활성화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지난 7월 산지니x공간을 개관했다.
산지니x공간은 산지니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상시 운영되는 책 관련 전시와 함께 독자와 소통하는 독서공간을 마련했다. 또한 출판도시 인문학당 강연,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산지니x공간은 직장인들이 많고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접근성이 높은 센텀시티 센텀스카이비즈 A동 710호에 위치하며, 평일 10시~17시에 상시 오픈한다.
이번 산지니x공간 프로젝트는 부산 문학과 출판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현재 부산의 출판과 문화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은 물론, 나아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보는 것까지에 그 목표를 둔다.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은 이러하다.
○ 책 식탁 - 커피, 차와 함께 글의 맛을 음미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 독서 의자 - 수영강을 바라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여유를 누리다
○ 편집자의 책상 - 작가의 글을 맨 처음 대하는 편집자의 마음에 남은 글귀를 따라 적다
○ 베란다 독서공간 - 산지니의 책들과 마주하다
○ 전시 - 지역 출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다
현재 ‘산지니x공간’에서는 <책 제목 키워드로 보는 부산지역 출판의 작은 역사> 전시를 하고 있다. 전시 기간은 2018. 9. 21.까지이다. 지역출판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위상에 관련해서는 2018년 <책 제목 키워드로 보는 부산지역 출판의 작은 역사> 팸플릿에 구모룡 교수가 쓴 글을 인용해 좀 더 상세히 밝히겠다. 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구모룡 교수는 <책 제목 키워드로 보는 부산지역 출판의 작은 역사> 팸플릿의 ‘지역출판 다변화와 과제,’ ‘21세기 책의 위상’에서 아래와 같이 언급한다.
-지역출판 다변화와 과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경유하면서 지역출판의 가능성과 한계가 드러났다고 본다. 가능성은 인쇄에 종속된 상황을 탈피하여 전문성을 획득하였다는 데 있다. 특히 문학 전문 출판 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시와 소설과 비평과 아동문학 등의 장르별 계열화를 이룬 사실도 괄목할 만하다. 빛남, 해성, 전망, 작가마을, 시와사상사, 신생 등이 각기 계열화하고 있는 출판 내용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시선, 소설선, 비평선 등으로 집약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출판 계열화의 수준과 특성이다. 자비 출판이나 기금수혜 출판을 빈번하게 수용하다 보면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완성도 높은 책을 출간해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해야 하는데 기획이 아닌 경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지평과 시로, 빛남이 겪은 시행착오와 무관하지 않다. 한계는 자족 시스템에서 유발한다.
기획출판이 가능하려면 편집자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대부분 직원이 3인 이하의 일인출판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니 출판사가 책을 만들어낸다는 개념이 부족하다. 편집자와 더불어 디자인 영역의 보완은 필수적이다. 북디자인은 책을 잘 만든다는 개념을 넘어서 수용자와 소통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문학 중심성을 극복해야 한다. 장르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책을 구성하는 내용과 형식의 쇄신을 끊임없이 요구받고 있는 현실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의미가 그대로 수용되는 경우는 없다. 출판 기획, 편집, 디자인이 매개되어 독자가 책을 통해 의미를 형성하도록 유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실에 비출 때 그동안의 문학 중심 출판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지역출판의 혁신은 출판 내부에서 진행되었다. ‘비온후’(2000)는 건축 중심으로 특화된 출판사이다. 월간 《이상건축》의 성취를 담보하는 출판사의 감각이 신선하다. ‘산지니’(2005)는 인문사회과학 출판의 가능성을 전개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일인출판을 넘어서는 규모에 편집자 회의체라는 운영방식을 도입하여 창의적인 경영의 장을 열었다. 다양한 출판을 계열화하는 한편 기획-편집-디자인이 환류하는 양상을 보인다. ‘호밀밭’(2009)의 등장도 부산지역 출판의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독서대중과 네트워크를 통하여 책의 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이 꾸준하다.
출판은 단지 책을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와 대화하면서 독자에게 알맞은 책을 만드는 수행이다. 마땅히 텍스트의 외부도 중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을 시도하고 다양한 글쓰기와 새로운 독서를 창안해야 한다. 그러니까 출판은 여러 행위자들이 만나는 장이다. 이러한 장에는 글쓰기를 둘러싼 권력과 모험, 새로움과 자유, 소통과 사랑이 내재한다. 어느 일방의 관계가 아니다. 출판은 장을 확장하며 유연하게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손에 잡히고 읽히는 책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를 변화시키는 이는 유능한 편집자이다. 나름의 이념을 지닌 편집자들이 출판의 미래 지평을 열어야 한다. 그동안 지역출판은 이러한 편집자를 전면에 내세우거나 편집자를 육성하지 못했다. 편집자들이 매개되어 출판의 장이 더욱 활기를 얻는다.
저자의 권위와 자본의 권력이 출판을 좌우하지 않는다. 저자의 변화와 독서대중을 위한 책의 생산은 매우 중요한 시대적 요청이다.
지역출판이 새로운 단계의 도약을 위해 내외적 혁신의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기획의 부족, 디자인의 미흡함, 자비와 지원에 의존하는 자족적 시스템 등에 대한 문제 인식은 비온후, 산지니, 호밀밭의 출현으로 두드러졌다. 자기 쇄신과 미디어로서의 책에 대한 재인식이 보태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부산지역의 출판이 독자적이고 본격적인 시대를 이제 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역중심주의의 내부 논리에 갇히지 않고 로컬에 뿌리를 내리면서 더 큰 스케일을 전망하는 기획과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 21세기 책의 위상
원고지에 또박또박 글을 써나가던 시절이 아득하다. 타자기로 찍어 쓰던 기억도 멀다. 전동타자기를 잠시 사용한 적도 있지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20세기 후반은 그 어느 때보다 글쓰기 매체의 변화가 심했다. 마찬가지로 인쇄와 출판도 전환기를 맞았다. 1990년대에 컴퓨터가 보급되고 한글프로그램이 진화하면서 활판 인쇄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디지털 시스템이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하는 시기와 미디어의 변화가 병행하는 양상은 단지 우연은 아닐 터이다. 20세기 후반의 대중문화 시대는 문자 문화보다 사진과 영상 문화의 빠른 발달을 가져왔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책의 위상에 대한 논쟁을 가열한다. 문학의 죽음이 운위되고 전자책의 활성화를 예견한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여 출판 디자인의 쇄신이 일어나고 있다.
21세기에 이르러 인류의 형질 변경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오랜 인간 문화의 패턴인 책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인문학의 위기가 기존 인문학의 위기이고 문학의 위기가 기존 문학의 위기이듯이 책의 위기도 출판 관습의 위기일 가능성이 크다. 내용과 체제를 혁신하는 디자인 혁명으로 출판물의 형태와 범주를 달리하면서 책의 공유가치를 향상해야 한다. 더불어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장을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기획이 요긴하다. 경계를 넘어서는 디자인 못지않게 책과 이미지와 장소의 혁신적인 공진화가 요구된다. 이제 책은 미디어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생공락하는 장소이다.
이와 같이 지역출판이 걸어온 길과 미래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을 듯하다. 오늘날에 지역서점, 지역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지역출판에 대한 이야기는 정리된 것이 없다. 부산 지역 책 역사관이라든지 지역 책을 단위별로 정리된 논문 등은 전무한 실정이다. 지역 단위별(지역출판사, 연구재단)로 출판의 역사를 정리해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더불어 그 정리된 결과물을 산지니x공간의 경우처럼 전시하면 지역 출판 생태계에 활발한 영향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월간 토마토
산지니가 운영하고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활용한 예는 대전에 위치한 출판사 ‘월간 토마토’에서도 볼 수 있다. 월간 토마토는 전시와 공연의 역사가 오래되어 2008년부터 10년째 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월간 토마토의 연혁은 아래와 같다.
2007년 월간토마토 창간
2008년 5월 대안문화예술공간 ‘봐 voir’ 운영
2010년 4월 월간토마토 사옥 1층 ‘북카페 이데’ 운영
2012년 7월 작당모의 방, 세미나실 ‘딴데’ 운영
2013년 5월 월간토마토 창간 6주년 기념 기획 공연 옥상콘서트 진행
2013년 12월 이응노미술관 ‘조용한 행동주의’ 전시 참가
2014년 7월 원도심, 공간의 재발견 포럼 공동주관 ~2015 현재 11회 진행
2015년 1월 전국 지역문화잡지 기획사진전 <촙스럽네> 주관
2015년 6월 대전형 예비 사회적기업 지정
2015년 6월 프리마켓 ‘삼팔광땡장’ 운영 - ~10.28까지
2015년 10월 ‘아트레지던시페스티벌 in 전북’
2016년 10월 북카페 이데 1호점 폐업 기념 삼팔광땡장과 ‘이데가면 언제오나’ 콘서트
2017년 11월 북카페 이데 재오픈
위와 같이 월간 토마토는 북카페를 운영함과 동시에 전시, 공연 등을 통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2017년에는 ‘문화예술 활동 등을 통한 지역개발사업 및 강연과 강좌 등 시민교육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 10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강연강좌 및 문화공연활동을 8회 실시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2017 문화예술 호라동 등을 통한 지역개발사업 및 강연과 강좌 등 시민교육사업
구분 |
실적 |
사업기간 |
비고 |
강연강좌 및 문화공연 활동 |
8회 |
2017.10.01. ~ 2017.12.31. |
북콘서트 및 불금이데이 |
강연강좌 '대전여지도2-출판기념 북콘서트'
공연일 |
참석자 |
참석자(명) |
장소 |
비고 |
2017-10-30 |
후원회원, 일반인 |
30여명 |
북카페이데 |
|
2017-11-21 |
일반인 |
10명 내외 |
가수원도서관 |
|
2017-11-28 |
일반인 |
10명 내외 |
유성도서관 |
|
2017-12-12 |
일반인 |
10명 내외 |
갈마도서관 |
|
2017-12-21 |
일반인 |
20여명 |
스페이스플라토 |
서울-종로 |
문화공연-'불금이데이'
장르 |
공연일 |
참석자 |
참석자(명) |
장소 |
인디밴드 |
2017-12-22 |
후원회원, 일반인 |
27 |
북카페이데 |
인디밴드 |
2017-12-29 |
후원회원, 일반인 |
16 |
북카페이데 |
인디밴드 |
2018-01-05 |
후원회원, 일반인 |
20 |
북카페이데 |
치유극 |
2018-01-12 |
후원회원, 일반인 |
28 |
북카페이데 |
2018년에는 ‘문화예술 활동 등을 통한 지역개발사업 및 강연과 강좌 등 시민교육사업’을 진행했다. 2018년 1월부터 2018년 8월 2일까지 강연강좌 및 문화공연활동을 11회 실시한 내역은 아래와 같다.
2018 문화예술 활동 등을 통한 지역개발사업 및 강연과 강좌 등 시민교육사업
구분 |
실적 |
기간 |
장소 |
비고 |
강연강좌 및 문화공연활동 |
11회 |
2018.01.~ 08.02 기준 |
북카페 이데 |
북콘서트 및 불금이데이 |
추가 공연 및 전시: 2018.07.20. <모먼치얼스ep2: 동명이인 프로젝트 시즌2 GV>_장소: 북카페 이데 · 영화 <동명이인 프로젝트 시즌2> 상영 · 이경원 감독과 배우들의 GV 행사
2018.07.23.-27 <몽골에서 온 바람> 그림 전시 _장소: 북카페 이데 |
*이데, 봄소리에 물들다. 신창수 명창의 판소리/ 가야금, 거문고 공연
*형제공업사 재즈공연
○ 매달 1회 이상 문화공연 진행 및 ‘문화행사 집중의 달 선정’ 계획 중
월간 토마토는 ‘모먼치얼스’라는 문화행사 브랜드를 론칭해 저자 강연회, 영화 시사회 등 출판사로서 하기 힘든 규모의 행사들을 운영하고 있다. ‘모먼치얼스’는 매달 하나 이상의 문화행사를 진행하는 브랜드로서, 단지 공연에 국한하지 않고 저자 강연회, 토크쇼, 영화 시사회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2017년 11월에 북카페 이데를 재오픈하고 매달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행사 기획과 운영에 있어서 문화행사를 전문으로 기획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 월간토마토가 문화행사를 잘 이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지역에 위치한, 대부분 영세하고 규모가 작은 출판사가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각 지역의 작은 출판사에서도 나름의 역랑이 닿는 데까지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면, 지역 독자들과 소통이 늘어나는 등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5. 책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한 책의 해 사업
지역출판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연관된 사업 중 올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으로는 ‘책의 해’ 사업이 있다.
책의 해 사업의 목적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국민의 ‘지식과 상상력’ 함양, 책의 사회적 위상과 가치 고양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제고, 독서 친화적인 사회 환경 조성을 통한 책 생태계 활성화와 출판 진흥, 책으로 소통하는 독서생활화 기반 조성으로 출판 수요 창출에 기여 등이다.
책의 해 사업은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4조(출판인쇄문화산업진흥시책의 수립・시행), 제5조(전문인력 양성 지원), 제6조(국제교류 지원 등), 제7조(시설・유통의 현대화 지원 등), 제8조(출판문화산업의 기반시설 등 확충)에 따라 개설되었다.
사업 내용은 다음과 같다.
○ 함께 읽기 사업 Ⅰ: 북튜버 영상 제작, 위드북 캠페인, 북캠핑, 북클럽 리그, 찾아가는 이동 책방, 전국 심야 책방 데이
○ 함께 읽기 사업 Ⅱ: 우리 고전 다시 쓰기, 시민 책・독서 프로그램 공모, 지역별 ‘책 플러스(+) 네트워크’ 발족, ‘책의 마을’ 지정 사업, 책읽는 가족 한마당 축제, 도서관 독서모임 확대, 도서관 독서 프로그램 경연대회, 지자체 지역도서전 지원
○ 언론 협력 사업: 비블리오 배틀, 지금 무슨 책 읽으세요?, 1사1책 읽기 캠페인, ‘책 생태계 비전 포럼’ 시리즈 지상 연재
○ 책 생태계 비전 포럼 : 국제 포럼 2회, 국내 포럼(8회/월례)
○ 대외협력사업 : 책읽는나라 의원연맹 발족 지원,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출범 지원, 책나라 도서기증센터 오픈 지원 등
이 중 ‘함께 읽기 사업 Ⅱ’에 있는 공모사업 중 지역별 시민 책・독서 프로그램 공모 지원 사업에 산지니 출판사도 참여해 선정이 되었다. 초청 강연회 방식이 아닌 공동체의 독서활동 관련 사업 우대, 시민 책・독서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는 사업 목적에 따라 독서모임 형태로 네 번의 행사를 진행해 지역독자와 함께 소통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한다.
산지니 출판사에서 시행할 ‘시민 책・독서 프로그램’ 공모 사업에 지원한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업명: “모다 읽기 프로젝트-지역 독자 & 지역 출판사 함께 읽기”
여기서 사업명에 들어가는 ‘모다’는 모두의 옛말이자 모으다의 준말로, 부산지역에서 널리 쓰인다. 모다 읽기는 ‘모두 함께 읽고, 모여서 같이 읽자’라는 뜻을 가진다.
사업의 목적: 국내 출판, 독서 환경의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부산은 제2의 도시에도 불구하고 독서 환경이 매우 열약한 실정이다. 그 예로 도서관의 수와 서점, 독립서점의 수는 물론이고, 독서 모임의 수나 그 다양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에 산지니출판사는 출판사와 시민이 함께, 좀 더 능동적으로 책을 읽는 활동을 조직하고자 한다. 이 활동은 시민과 지역의 출판사가 ‘함께 읽는’ 과정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독서활동을 증진시키고 출판사와 책, 그리고 독자의 관계를 친근하게 바꾸는 데 그 목적을 둔다. 나아가 지역 문화 융성에 도움을 주고, 동시에 지역 출판사의 우수한 책을 시민에게 홍보할 수 있다.
아직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이라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산지니에서도 ‘저자와의 만남’이나 강연 형태의 행사는 많이 진행했지만, 독자와 더욱 친밀하게 소통하는 형태의 사업은 처음이라 우여곡절이 있을 듯하다. 2018년 하반기까지 4회의 사업을 마치고 평가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책의 해 사업의 지원으로 부산 지역의 독자들과 출판사가 함께 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지역커뮤니티와 책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는 2018년 6월 발행된 <한국출판학연구> 제82호에 실린 김정명 교수의 ‘지역커뮤니티와 책문화생태계 연구’ 한 부분을 인용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정윤희(2018)는 책문화생태계를 ‘책이라는 유형 및 무형콘텐츠가 다양하게 기획/창작되고 독자인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출판생태계-유통생태계-소비생태계-독서생태계의 가치사슬 네트워크와 정책과 기술적 환경들이 상호작용함으로써 출판생태계에서부터 독서생태계까지 선순환하는 체계’라고 정의했다.
이상의 내용으로 본 연구에서 출판생태계와 소비생태계, 독서생태계까지 확장된 책문화생태계는 ‘책과 관련된 산업 및 문화적인 측면까지 포함해서 출판생태계뿐 아니라 소비 및 독서 등의 책과 문화에 관련된 전반적인 구성원 및 환경까지 포함한 상호작용’을 책문화생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문화생태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지역커뮤니티는 도서관이 중심이 될 수도 있고, 서점이 중심이 될 수도, 또 지역출판사 등이 중심이 될 수도 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커뮤니티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현재도 국내에서도 많은 출판사 또는 동네 서점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독서모임 등을 실시하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임이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다. 지역에서 책과 관련된 커뮤니티가 많을수록 그 지역의 책문화생태계는 활성화되고 건전한 책문화생태계가 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책문화생태계 활성화를 커뮤니티활성화와 연결하는 것은 책문화가 단순히 출판 산업적인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출판, 즉 책문화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지역의 책문화는 지역문화, 지역독서와도 중요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역의 커뮤니티 활성화와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지역의 독서문화, 소비문화, 책문화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역출판, 지역책문화 생태계를 위해서 지역의 책문화와 관련된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
먼저, 지역의 책문화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와 지역의 출판사, 지역서점, 지역도서관 등은 적극적으로 지역커뮤니티를 구성해서 지역민의 참여를 끌어와야 한다. 여기서 지역커뮤니티의 거점은 도서관 또는 서점, 출판사 등이 될 수 있다. 책문화생태계의 중심적인 역할로서 지역커뮤니티가 중요하다.
둘째, 지역커뮤니티의 책문화생태계 활성화는 지역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다. 지역문화는 지역자산이 될 수 있고, 지역브랜드가 될 수 있다. 지역문화를 기록하고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출판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지역책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은 그 지역문화가 확장될 가능성이 크며 그것이 지역브랜드로 구축될 수 있다.
셋째, 지역커뮤니티의 형성은 지역민들의 연대 강화와 지역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책문화생태계를 위한 커뮤니티의 형성은 지역정부의 지역출판정책과 지역책문화생태계 구성원들의 네트워크를 더욱 강하게 구축할 수 있다. 이렇게 지역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구축된 강력한 지역책문화생태계 네트워크는 출판산업의 정책에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며, 지역에 적합하고 실질적인 정책의 제안이 가능하다.
넷째, 지역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출판의 지산지소(地産地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역의 출판사의 책, 해당 지역에 관련된 책 등의 소비가 촉진될 수 있다. 즉, 지역의 출판사의 책을 지역의 커뮤니티를 통해 지역 독자가 소비를 할 수 있는 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2018 책의 해 사업을 통해 지역 독립서점이나 지역의 독서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몸으로 느낀다. 책의 해 사업이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를 통한 책문화생태계 발전을 일정 부분 견인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같은 사업이 책의 해 2018년에만 그치지 않고 내년, 후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더욱 풍성한 책문화생태계가 이어질 것이다.
6. 지방자치단체 사례 분석(부산문화재단 사업을 중심으로)
산지니가 속한 부산의 ‘부산문화재단’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하는데, 그전에 우선 중앙정부의 문화예술분야 주요 과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문화예술분야 주요 과제 전략목표 전략과제 국정과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 국가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 창작 환경 개선과 보지 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 및 세계 속 한류 확산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중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언급했다.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려면 ‘책의 해’처럼 출판의 진흥을 위한 전국적인 정책과 더불어 지역별로 이루어지는 정책이 필요하다. 부산의 경우에는 부산문화재단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세부사항은 아래와 같다. 부산문화재단 2018년도 사업계획서를 보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문화예술 창작 기반을 조성, 시민들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여 일상에 스미는 문화의 새 물결, 상상력 넘치는 해양문화도시 조성 촉진을 목표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 개방과 교류, 다문화 공존을 통한 역동적인 해양문화 지향하고 유・무형 전통의 재창조, 문화다양성을 이끌 실험적, 도전적 예술 지원, 지역문화 정체성에 근거한 문화교류를 통해 미래를 위한 문화역량 제고, 시민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활성화를 통해 창작과 향유의 선순환구조를 구축,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재생과 도시 경쟁력 강화를 사업의 추진방향으로 잡았다. 이와 관련된 세부 추진사업은 지역문화정책연구 및 홍보, 문화예술 지원, 문화공간 기반 지원, 청년문화 육성지원, 문화향유기회 확대 및 공유문화 기반 구축,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문화유산 활성화 등 총 36개 사업으로, 예산은 269억 6천 3백만 원, 약 270억 원이 책정되었다. 이 중에 출판과 관련된 사업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철도 북하우스 사업은 시민 독서문화 진흥을 위한 북하우스를 운영해, 여가문화 정책 강화에 따른 생활밀착형 독서 문화공간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처음에 민간기업 롯데에서 지하철역에 독서공간 설립 후원을 하면서 시작된 사업인데, 민간기업의 후원이 중단되면서 문화재단 예산으로 진행 중이다. 예산은 7천만 원으로 도시철도 연산역, 시청역, 중앙역, 온천장역, 수정역 5개 북하우스 운영되며, 북콘서트 운영 등 시민향유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시축제 및 세계인문학 포럼을 연계한 대시민 독서운동, 하우스 내 북콘서트 개최 등 기획프로그램을 통한 독서문화 확산을 기대하며 개설된 사업이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후원이 중단되어 부족한 예산으로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독서 인문학 활성화 지원 사업은 인문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과 배움의 실천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며, 예산은 4천만 원이다.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독서동아리 활동 지원, 인문학 공유 프로그램・네트워크 지원을 통한 연결고리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소모임 간 네트워크 활성화를 통한 인문학 선순환 구조 발판 마련, 합동세미나 및 결과발표를 통한 공유 프로그램 활성화라는 기대효과가 있다.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독서 인문학 관련 사업 및 기관 간의 네트워킹을 통한 선순환 구조 마련을 목표로 삼고, 독서인문학 발전 전문가 간담회 2회, 독서인문학 발전 실무자 간담회 5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지역 출판물에 대한 지원제도로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간 이어오던 우수출판지원제도(예산 5천만 원)를 폐지하고, 이 예산에서 극히 일부인 4백만 원을 책정하여 부산 지역에 위치한 출판사 20군데 정도의 출간목록을 모아 도서목록집을 만들어 부산시 가을독서문화축제 때 배포한다고 한다. 부산문화재단의 1년 예산 270억 원 가운데 출판 관련 예산은 이 4백만 원이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책 관련 사업을 살펴보면 실질적으로 출판 진흥과 관련된 예산은 독서문화축제 배포 책자에 관련한 것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출판 관련 사업이 운영되고 있지만 예산이 미미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은 극히 부족한 실정이다. 책정 예산을 높이고, 지역별로 더욱 좋은 제도가 확장되어 출판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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