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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걸의 글방

'원 북 원 부산' 운동은 왜 하는가 (1)

by 산지니북 2011. 9. 23.

2005년 부산에서 ‘산지니’라는 출판사를 시작하고 2008년 9월 30일 부산시가 주최한 독서문화토론에서 「지역에서 책 만들기」라는 토론문을 발표하였다.

부산지역에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구체적 기획을 구상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쳤다. 먼저 출판사 대표인 내가 부산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신문도 서울에서 발행하는 중앙지만 보았고,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부산소식은 거의 무지하였다. 부산의 유구한 역사와 부산을 빛낸 인물에 대한 이해도 깊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의 반성이 필요하였고 초읍에 있는 부산시립시민도서관을 방문하여 부산 관련 책들을 읽으며 기획정보를 구체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부산지역의 신문들을 자세히 읽고 모니터링하면서 지역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을 만나서 조언을 구하였다. 지역서점에서 주최하는 독서토론회에도 참석하여 지역의 독자들의 관심사항도 관찰하였다. 그러면서 처음 낸 책이 <반송사람들>이었다. <반송사람들>은 반송 지역에서 여러 가지 지역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책을 내고 난 이후 지금은 그 사람들이 ‘느티나무도서관’을 만들어 더 유명해졌다.

지역의 필자들과 교감을 통해 국내서와 국외서를 기획하고 4년 동안 56권의 단행본을 발행하였다.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알려 많은 원고가 출판사에 들어오는 지금도 여전히 부딪히는 문제가 있다. 저자(번역자를 포함하여) 중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과 도시에 대해 애정이 없으면서 서울만 바라보며 지역의 다른 필자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식인의 이런 허위의식이 일제식민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문제라고 바라본다.

물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다. 최근에 전국 어디보다 민간의 마을가꾸기 운동과 마을도서관 운동이 활발한 곳이 부산이다. 부산시의 열악한 재정자립도에도 불구하고 공공도서관을 잘 가꾸려는 열의가 높은 곳이 부산이다. 지역의 출판사와 함께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저자도 있다.

출판사가 서울에 95% 존재하고 수도권 독자들이 책의 70∼80%를 구매하는 대한민국에서 지역출판사가 생존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지역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지역의 잠재적 필자군(C급 필자)을 가능성 있는 필자군(B급 필자)으로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검증된 필자군(A급 필자)으로 만들고자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의 출판사가 6개월에 5천 부 판매가 보증된 필자와 아이템만을 쫓아갈 때 우리는 생활하는 공간에서 필자를 찾아내고 지역의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 독자들의 요구사항을 기획에 반영하여야 한다. 부산지역의 많은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졸업하지만,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과 교류가 많은 나라와 도시에 대한 문화적 정보를 가공하여 단행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적극적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해외로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내가 대학을 다닌 80년대는 정치적으로 암울했지만, 많은 독서를 하며 취업도 잘되는 시대이었다. 반면에 지금 20대는 IMF를 경험하고 졸업과 동시에 비정규직이 예상되는 불행한 88만원 세대이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서경식 선생의 표현을 빌리면 “자신이 갇혀 있는 세계에는 ‘외부’(바깥)가 있다는 발견이고, 타자의 역사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려는 대화”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도 지역출판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정책으로 구체화시키면 좋지 않을까? 지역아이템에 대한 사전 공모나 사후 지원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중앙에서 지역을 말해주지 않는다. 지역의 문화가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지역 출판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원 북 원 부산 사업을 부산시 교육청 산하 공공도서관에서 하고 있는데, 2004년에는 김중미, 2005년에는 김형경, 2006년에는 공지영, 2007년에는 김현근, 2008년에는 박경철의 책이 선정되었다. 시 차원의 이런 사업에서도 가능하면 부산을 소재로 한 책이든가, 부산 저자가 쓴 책이든가, 지역 출판사가 발행한 책을 선정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원 북 원 부산 운동을 언급하면서 끝낸 토론문에 대해 부산광역시립시민도서관 관장님이 원 북의 선정 기준 10가지를 언급하면서 토론을 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해 2009년 원 북 원 부산 후보도서 10권 중에 부산지역 소설가의 소설집 <부산을 쓴다>가 선정되어 20일간 투표를 하게 되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출판사 책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결과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선정되는 걸로 끝났다.


2010년에는 시민도서관에서 출판사로 원 북 원 부산 도서추천을 요청하는 메일이 왔다. 조갑상 소설집 <테하차피의 달>을 추천하였으나 2008년에 출판된 김곰치의 장편소설 <빛>이 10권의 후보도서에 선정되었다. 이번에도 지인들에게 투표를 호소하였지만, <산동네 공부방, 그 사소하고 조용한 기적>이 선정되었다. <산동네 공부방>은 부산 감천동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지역의 특색을 나타내는 책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에 잘 선정되었다고 생각했다.

2011년에도 시민도서관에서 후보도서 추천을 요청하여 박태성 칼럼집 <유쾌한 소통>과 정영선 장편소설 <물의 시간>추천하였으나 후보도서 5권에 들어가지 못하였다. 하지만 후보도서 5권 가운데는 부산의 중견시인 최영철의 <찔러본다>, 부산 지역 소설가 김현의 <봄날의 화원>, 교사 이상석의 자전소설 <못난 것도 힘이 된다> 등 부산 지역 작가의 작품이 3권이나 후보에 올라서 반가웠다. 결과적으로는 2005년에 출간된 <책만 보는 바보>가 선정되었는데, 이 책은 출판된 후에 스테디셀러로 남녀노소 다양한 대중이 보기에 좋은 책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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