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시 좋아하세요? 영어 어려워 인간인 저는 『영미시의 매혹』 북토크를 통해 한층 더 다가간 것 같습니다 :)
이번 북토크는 『문학/사상』에서 주최한 행사로, 영미시를 깊이 연구해온 김혜영 시인을 초대해 『영미시의 매혹』에 담긴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행은 평론가 구모룡 평론가가 맡아, 시에 대한 애정 어린 질문과 흥미로운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영국과 미국의 대표 시인 24명을 한 권에 담아낸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영미시의 흐름과 특징, 그리고 현대 독자들에게 시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김혜영 시인은 시를 연구하고 번역하는 과정에서 느낀 즐거움과 고민을 솔직하게 풀어놓으며, 영미시가 단순히 어렵고 낯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가볍게 펼쳐볼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야기 속에는 시대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시인부터 현대의 시인들까지 다양한 삶과 시 세계가 담겼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브라우닝 부부의 사랑 이야기, 휘트먼의 광활한 서사, 그리고 실비아 플러스와 에이드리언 리치 같은 강렬한 개성을 가진 시인들까지. 김혜영 시인의 해설을 따라가다 보니, 영미시가 단순히 교과서 속 문학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인 북토크의 기록을 함께 살펴볼까요? ✨
구모룡 평론가: 오늘 북토크는 『문학/사상』이라는 반연간지가 주최한 북토크입니다. 오늘 특별히 영미시의 매혹이라는 아주 좋은 책을 내신 문학자, 영미시를 전공한 김혜영 선생님을 모셨습니다. 여러분.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저자이신 김혜영 선생님의 인사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김혜영 시인: 안녕하세요. 날씨도 차가운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들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모룡 평론가: 저도 한번 읽어봤는데 참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우선 이 책을 저술하기까지 그 과정 이야기들을 좀 해보시죠. 전공한 시인은 로버트 로엘입니까? (예)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해 주시죠.
김혜영 시인: 제가 사실은 대학에서 대학원 갈 적에 성적이 조금 좋았어요. 그래서 소설 하는 교수님도 저를 오라고 오셨거든요. 근데 이상하게 저는 시가 좋아서 영시를 하게 됐어요. 요즘은 영문학 장르 중에서 영미시 전공이 갈수록 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우리 현대시도 어렵죠. 저는 제가 좋아하다 보니까 영미시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굉장히 오랜 시간 제가 쭉 연구해온 작가들, 시인들 중에 영국과 미국의 가장 핫한 시인들 24명을 선별했습니다.
영국 같은 경우는 역사가 길죠. 낭만주의 그다음이 빅토리아. 그다음에 이제 현대 시인들. 20세기 시인들. 그중에 이제 아주 핵심적인 시인을 제가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20세기 이후에는 세계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니까 미국의 시들이 굉장히 좋아집니다. 그래서 휘트먼 굉장히 유명한 (미국) 시인인데도 영국 평론가들이 그건 시도 아니다 이러면서 쓰레기통에 갖다 버려라 이렇게까지 얘기했거든요.
제가 사실 석사 논문을 휘트먼으로 했거든요. 휘트먼의 시는 굉장히 장시입니다. 사실은 한국 시도 자유시 같은 경우에는 휘트먼 영향을 받았거든요. 래서 미국 현대 시인들은 굉장히 어떻게 보면 자유롭고, 경계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이 책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 다양한 시대를 담았어요. 사람도 흑인 시인도 있고 그리고 동성애 시인들도 있습니다. 게이 시인, 레즈비언 시인도 2명 포함돼서 굉장히 스펙트림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냥 심심풀이로 이렇게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좋습니다. 시간 날 때 한번 읽어보면 쉽고 일단 영어도 있으니까 좀 있어 보이잖아요. 제 생각에 이 책은 잘 안 버릴 것 같아요.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왠지. 그리고 학생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도 되거든요.
책은 <부산일보>에서 청탁이 와서 문화 칼럼을 3년 연재를 했어요. 원래는 2년 하는데 반응이 좋다고 저보고 더 하라 하더라고요. 연재한 게 25꼭지 26꼭지였는데, 2개는 빼고 구성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표지는 김혜영 시인 언니 되는 분이 화가신데 언니 그림을 가지고 산지니 디자이너분이 이렇게 멋진 표지를 만들었습니다. 24명의 영미 시인들을 이렇게 만나게 하셨습니다. 먼저 셰익스피어 얘기를 해볼까요? 제일 유명한 시인이니까요.
김혜영 시인: 예전에 소네트라는 화장품이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나세요? 셰익스피어 희곡, 드라마는 다 시로 되어 있어요. 영국에 가면 셰익스피어 산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헴릿>이라든지 <로미오 줄리엣>은 영화가 계속 나오잖아요. 책도 계속 팔리고. 셰익스피어가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드라마 대사가 다 시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번역으로만 보니까 잘 모르는데 굉장히 좀 음란한 얘기가 많습니다. 역사극에서조차도 비유가 좀 외설스러운 표현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당시에 관객들이 이렇게 들었다 놨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영화감독들 못지않게 오죽했으면 여왕이 인도하고 바꿀 수 없다 할 정도로. 그래서 여전히 셰익스피어가 여전히 영국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굉장히 유쾌하면서 역사적, 철학적 통찰력 있죠. 근데 시는 그렇게 심오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원히 살아남을 거라는 거죠. 우리가 옆집에 사는 여자 이름은 다 까먹어도 <로미오 줄리엣>은 안 까먹잖아요. 그래서 그를 문학의 신이라고. ‘그의 시 속 여인은 영원히 살 것이다’ 이런 말도 있거든요. 저는 시의 영원성을 언급하고 싶어서 셰익스피어를 넣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우리가 서구도, 그리스 시대에도 서정시가 있었지만 서부에서의 시라는 건 낭만주의 시대인데 여기 보니까 빅토리아 시인으로 로버트 브라우닝하고 크리스티나 로제티를 언급합니다. 우선 빅토리아 시대 하고 이 두 시인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를 좀 해 주시면 좋겠네요.
김혜영 시인: 칼럼을 쓰라고 연락을 이제 김건수 기자님이 전화가 왔는데 갑자기 저보고 1번 타자를 하라 하더라고요. 신년에 제일 먼저 글이 나가야 되니까 굉장히 부담감이 크더라고요. 그래서 누구를 할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코로나도 터지고 그러면서 한참 그게 많았어요. '한남충'. 우리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많았어요. 여자에 대한 미러링으로서. 여자들한테 쓰는 된장녀 나쁜 말이 많이 있으니까요. 젊은 여성들이 막 이렇게 왜곡된 남성상 이 반사해 주는 거죠. ‘너도 한번 들어봐라 행복하냐’ 이런 식으로.
그런 어떤 시대적 배경에서 저는 한국적인 신사의 전형은 무얼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이 로버트 브라우닝이 생각났습니다. 영국 시 사회에서 브라우닝 부부의 사랑이 굉장히 아름다운 사랑으로 각인되거든요. 왜냐하면 브라우닝이 굉장히 부잣집 가문의 아들인데 그6살 연상의 여자를 사랑합니다. 그게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인데 그 당시에는 여자가 더 인기 많았어요. 엘리자베스는 굉장히 달콤한 사랑시를 쓴 시인이었는데 몸이 굉장히 안 좋았어요. 척추도 안 좋고. 그런데 로버트와 사랑에 빠져서 야반 도주를 합니다. 유럽 사람들은 몸이 안 좋으면 이태리 따뜻한 지방으로 내려가잖아요. 한동안 이태리 가서 살았는데 여자가 먼저 죽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로마 사람들이 볼 적에 영국은 참 야만적이었거든요. 영국이 제대로 유럽에서 자리매김한 빅토리아조부터 영국에 신사 개념이 발달합니다. 동시에 자본주의 시대에서 부가 오면서 영국 가정사가 문란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 브라우닝은 아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와서 죽을 때까지 계속 자식을 키우면서 아내를 생각하면서 살아요. 그래서 그런지 세월이 지나서는 당대에는 아내가 훨씬 유명했는데 갈수록 남편이 문학사적으로 조명을 많이 받죠. 시 기법이 훨씬 현대적이 앞서 갔기 때문이기도 한데 저는 시적인 성취와 삶을 다 담고 싶었어요. 그를 통해서 한국적인 신사는 과연 무얼까를 얘기하고 싶어서 제 첫 칼럼으로 썼고 이 책에도 첫 번째로 실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그리고 같은 빅토리아 시대의 또 다른 시인으로는 크리스티나 로제티를 넣었습니다.
김혜영 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는 자기 오빠가 굉장히 유명한 화가입니다. 그런데 오빠가 생활이 좀 문란했어요. 그래서 아마 진저리가 났는지 로제티는 결혼을 안 하고 독신으로 삽니다. 로제트 시는 좀 가벼우면서 좀 따뜻한데 여기에서 소개한 시는 「북쪽에서 온 사랑」입니다. 여자분을 통제하는 남자. 그래서 결혼하기 전에는 예스, 예스 하다가 나중에는 여자가 말도 못하게 하는 그런 내용으로 시를 재미나게 구성했더라고요.
구모룡 평론가: 브라우닝은 6살 연상의 아내를 위해서 평생 헌신한 훌륭한 신사고 로제티는 당시에 남성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시인이네요. 시인을 선별하는 데 한국 사회에 대한 어떤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김혜영 시인: 칼럼을 쓰고 그에 맞는 작품을 골랐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구모룡 평론가: 이제 그러고 이제 낭만주의 시인들이 등장을 하는 것 같아요. 바이런에 대한 이야기를 도 궁금합니다.
김혜영 시인: 바이런은 호색한 남자였습니다. 바이런은 귀족 가문의 자제라서 어릴 때부터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죠. 그리고 너무 잘생겼습니다. 잘생기기만 하면 되는데 패션 감각이 그렇게 좋았답니다. 아랍풍의 옷도 많이 입고. 그리고 오른발을 약간 절었대요. 잘생긴 외모에 시도 잘 써, 집안도 좋아 모든 여성들이 따라다니는 거죠. 그래서 연애를 많이 하고 그랬죠. 자기가 사랑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이제 사랑 좀 그만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답니다. 또, 바이든은 좀 일찍 죽어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들은 다 일찍 죽어요.
구모룡 평론가: 그리스 내전에 참전해 가지고 서른 몇 살에 죽죠.
김혜영 시인: 그다음에 키츠는 의사인데 지금은 우리나라의 의사가 굉장히 각광받는 직업이었지만 낭만주의 시대 영국에서는 의사들도 사는 게 힘들었어요. 오히려 시인들이 훨씬 더 대접을 받았다고 해요.
키츠도 이른 나이에 죽습니다. 동생들이 다 폐병으로 죽었으니까 아마 이게 감염이 되었나 봐요. 저는 키츠가 굉장히 천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모나리자>도 고유한 아름다움이 있으니까 더 영원성을 지닌 거잖아요. 키츠도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예술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혜안이 굉장히 뛰어난 시인이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키츠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빛나는 별이여>)도 있어요. 자기 사랑하는 여인 패니 브론과의 이야기를 담은.
구모룡 평론가: 그리고 윌리엄 워즈워스가 있죠.
김혜영 시인: 워즈워스는 수선화를 참 좋아하는데 제가 대학 다녔을 때도 부산대 앞에 교정에도 노란 수선화를 많이 심어놨었거든요. 워즈워스는 어릴 때 부모님이 좀 일찍 돌아가셔서 호숫가 근처에서 살면서 자연에 대한 시를 많이 남겼어요. 초기에는 운동을 많이 해서, 프랑스 혁명도 옹호하고 평이 좋았는데 나중에 영국의 개관시인 됩니다. 왕실에서 돈을 받는 거죠. 대체로 시인들이 좀 가난했는데 개관시인이 되면서 워즈워스의 혁명 정신이 시들고 안주하니까 그 당시에 젊은 시인들이 비판을 많이 했대요.
책에서 소개한 「나는 한 조각 구름처럼 외로이 떠돌았네(I Wandered Lonely As a Cloud)」는 호반에 수선화가 피어서 바람결에 흔들리는 풍경을 노래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그곳에 가지 않아도 풍경이 그려집니다. 낭만주의 정신이 평등을 말하면서, 그 이전 신고전주의 시인들은 굉장히 시를 어렵게 썼었어요. 귀족을 위한 시. 그걸 일반 시민들은 싫어하잖아요. 이해를 못 하니까 그래서 낭만주의 시대는 문화민주주의를 많이 실현한 그런 시기이기도 하죠.
구모룡 평론가: 우리 국문학을 하면서도 시험 공부할 때 워즈워스가 시에 일상어를 사용하는 이런 걸 인상 깊게 봤습니다. 낭만주의에서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대중성을 얻었다.
김혜영 시인: 낭만주의 같은 경우는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워즈워스 같은 경우는 대중을 위한 시를 썼거든요. 시가 쉽고 시 표현이 좀 단순합니다. 누구나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구모룡 평론가: 이제 아일랜드 쪽으로 가면 예이츠가 있습니다.
김혜영 시인: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대표 시인이고 노벨상을 받았죠. 예이츠의 첫사랑은 모드 곤이라는 사람입니다. 시인들이 보면 맨날 시 쓰고 좀 힘이 없잖아요. 여성은 굉장히 미인이었어요. 그리고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 유약한 예이츠가 되게 좋아했죠. 그런데 계속 차입니다.
그래서 예이츠 시에 이 여자가 엄청 나옵니다. 그래서 「쿨 호수의 야생 백조(The Wild Swans at Coole)」도 그렇고요. 모드 곤은 군인하고 결혼했서 딸을 낳았습니다. 근데 이 늙은 예이츠가 그 딸도 예뻐가지고 청혼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결혼은 뭐랄까 우리나라의 무녀 같은 여자와 했어요. 그래서 초기 시는 좀 낭만적인데 시 세계는 결혼을 하면서 확 깊어집니다. 저는 사랑시를 좋아합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랑시가 오래가거든요.
구모룡 평론가: 저는 예이츠는 잘 모르는데 나중에 심리적이고 예언적인 시를 썼죠. 이번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예이츠의 『재림』이라는 책을 보니까 기후 위기나 이런 거하고도 맞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모드 곤은 혁명가인데 예이츠가 죽고 난 뒤에도 이런 소리를 했다고 그래요. “내가 이 예이츠의 사랑을 안 받아줬기 때문에 예이츠가 저렇게 위대한 시인이 됐다”이제 예이츠까지 이야기를 했고 그다음에 20세기로 넘어 와야 되겠죠. 20세기로 넘어오는데 먼저 미국의 휘트먼. 교수님이 석사 논문도 쓰셨죠. 휘트먼 이야기부터 좀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혜영 시인: 제가 석사 때, 지금도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한데 그때는 얼마나 부족했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이상하게 휘트먼 시가 좋더라고요. 그래서 제 지도교수님께 꼼꼼하게 지도를 받고 쓰기 시작했는데 너무 어려운 거예요. 『풀잎』 시집이 이렇게 두껍거든요. 휘트먼 시집은 『풀잎』밖에 없습니다. 이분이 처음에는 얇게 했어요. 근데 그걸 개정판을 내면서 자꾸 덧붙이고, 덧붙이고 이렇게 했어요.
어쨌든 휘트먼 시가 참 예쁘거든요. 잘 다듬어 가지고 근데 시가 너무 길었어요. 저는 영어 실력도 출중하지 못한데. 리듬을 타야 하고 너무 어려워서 영어 가르치는 외국인한테 부탁해서 휘트먼 시를 녹음 좀 해달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당시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석사 때 휘트먼을 연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휘트먼 시가 아메리칸 에픽, 에픽은 서사시거든요. 서정시는 좀 짧잖아요. 휘트먼의 시에는 긴 이야기가 있고 장대한 미국의 비전 같은 게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 20세기에 들어서서는 휘트먼을 빼고서는 시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거의 국민시인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로 치면 백석이나 김소월 같은 시인이죠.
휘트먼은 미국의 민주주의 기틀을 시에서 노래합니다. 링컨을 존경해서 링컨에 대한 시도 있고. 그래서 이후 시인들이 휘트먼 굉장히 많이 본받으려고 해요. 영화도 있잖아요. <죽은 시인의 사회> 이런 것.
구모룡 평론가: 다음은 카를로스 윌리엄스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죠.
김혜영 시인: 이제 휘트먼은 19세기 시인이거든요. 심지어 영국에서는 휘트먼의 시는 쓰레기통에 갖다버려야 한다고 할 정도로 인정을 못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리듬이 안 맞고 자유시니까 근데 그게 굉장히 시인들의 어떤 사고를 확장시킨 거죠. 휘트먼이 사상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고 시 형식을 해체시켰죠. 그래서 20세기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 사람은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아무래도 의사니까 경제력이 좀 있었겠죠. 그래서 자기가 문학 잡지를 발간하죠.
카를로스도 시를 쉽게 써요. 이미지즘으로 쉽게 쓰고 말년에 긴 연작시를 쓰죠. 그의 시집과 같은 이름의 영화 『패터슨』을 보면 여기도 주인공, 저기도 주인공 다 이렇게 되는 거죠. 휘트먼부터 영국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해서 미국 독자적인 것으로 나아갔고 이제 카를로스 역시 그렇고요. 20세기 후반에 오면 미국시가 더 강성해지죠. 국력하고도 관계있는 것 같아요.
구모룡 평론가: 아무래도 영국은 이제 귀족주의 문화가 있으니까 시도 굉장히 정형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을 테고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제 휘트먼에서 카를로스에 이르기까지 시가 자유로워지죠. 자유율이라고 프리리듬이라고 그러는데 그런 쪽으로 이제 미국이 더 발전해서 20세기에 보면은 오히려 미국 시가 더 이제 강세다 이런 말씀이죠. <패터슨> 영화 저도 봤는데 버스 운전사인데 끊임없이 시를 쓰는 정말 좋은 영화죠. 카를로스의 정신을 잘 이야기하는 그런 영화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김혜영 시인: 시인이라고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일상을 비출 때, 그 예쁜 몸짓도 시가 될 수가 있는 거고, 앉아 있는 모습도 시가 되고, 시장에 고기 파는, 고등어 파는 아줌마도 시가 될 수 있죠. 그게 카를로스의 정신이거든요.
구모룡 평론가: 우리나라에서도 칠곡 할머니들이 책을 많이 쓰고 시도 쓰시고. 김혜영 시인 이야기 들어보니까 이제 영국적 흐름과 미국적 흐름이 만나는 게 있죠. 저도 <실비아>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를 보면은 테드 휴즈가 아주 몹쓸 놈으로 나오죠. 그리고 에이드리언 리치 그쪽으로 이야기를 좀 정리해 보죠.
김혜영 시인: 제가 생각할 적에 이제 일반 대중들 상대로는 좀 재미있어야 되잖아요. 다들 시를 어려워하니까. 그래서 이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한 브라우닝 부부 얘기해 주고 그다음에 20세기에 들어오면 이제 실비아 플라스하고 테드 휴즈 이야기를 대비돼서 해줍니다.
저는 처음에 30대, 결혼하고 힘들어서 실비아 시를 열심히 연구해서 논문도 쓰고 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테드 휴즈 시를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실비아 플라스는 생물학과 교수 딸입니다. 국가 장학금으로 영국에 유학을 가죠. 거기서 만난 게 테드 휴즈입니다. 테드 휴즈도 너무 잘생겼어요. 테드 휴즈가 그렇게 낭송을 그렇게 잘했답니다. 미국 사람들은 영국식 영어를 하는 사람이 멋져 보이나 봅니다. 그래서 이 테드 휴즈가 그 좋은 악센트로 낭송을 하면 인기가 하늘로 솟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실비아와 결혼하고 나서도 바람을 피우죠. 실비아 플라스도 우울증이 약간 있어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가스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테이프를 다 바르고 자살해버려요. 그 당시가 1960년대인데 이 시기는 페미니스트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그래서 테드 휴즈를 너무너무 싫어했고, 실비아 무덤에 테드 휴즈 이름이 있으면 그 글자를 다 파내버렸다고 합니다.
근데 그때 그 테드 휴즈가 바람을 피우는 사람도 글 쓰는 여자였는데 그 사람이랑 딸을 하나 낳았어요. 몇 년 지나고 나서 그 딸도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어요. 그래서 페미니즘에 관한 시 분야에 있어서는 실비아가 하나의 전환점이 되는 그런 시인입니다. 우리 한국에 제일 영향을 많이 받은 시인은 최승자가 있죠.
구모룡 평론가: 근데 테드 휴즈의 시로집은 우리나라에 번역돼 있는데 시는 별로 번역된 게 안 보입디다. (하나 번역됐을 겁니다.) 그리고 여기에 실비아 플러스를 뒤에 에이드리언 리치하고 앤 섹스턴 등이 나오죠.
김혜영 시인: 제가 박사 학위를 받은 시인은 로버트 로월입니다. 고백시를 찬양한 사람이거든요. 1950, 60년대에 미국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했고 미국 대학 교재 교과서에 실리는 시인이라 하더라고요. 로버트 로월의 제자가 실비아 플라스하고 앤 섹스턴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플라스하고 앤 섹스턴은 시창작 강의 이런 데서 만났어요.
섹스턴은 모델도 했어요. 그래서 굉장히 자유분방해요. 남자가 다 자길 피곤하게 한다. 유행가 가사처럼 실크 속옷도 피곤하고 다 피곤하다 이런 식으로 굉장히 솔직하게 썼어요. 날 것이 주는 해방감을 주는 아주 매력적인 시인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남성 비평가들이 플라스는 좀 좋게 평가해 주고 섹스턴의 시는 시가 아니다 이렇게 저평가하는 사례도 많았다고 합니다.
로버트 로월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엘리트 계층이 시에서 욕을 쓴다거나 이런 게 없었어요. 근데 로월은 어릴 때 자기 학교 다닌 거, 출산 이야기, 자기 아버지가 실직자된 이야기까지 모조리 씁니다. 그 영향을 받은 게 플라스, 섹스턴입니다. 플라스는 남편 얘기를 하거든요. 그 이전에는 영국이든 미국, 특히 여성 시인 중에는 함부로 욕을 쓰는 시인들이 없었어요. 그 뒤로는 욕이 많이 나옵니다.
구모룡 평론가: 그다음에 에이드리언 리치는 문학의 결이 다르고, 이 사람은 레즈비언이죠.
김혜영 시인: 이제 리치는 자기 아빠가 의사인데 유태인입니다. 아빠가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시를 쓰게 했대요. 그게 괴로웠던지 틱장애가 있었어요. 몸도 되게 약했고. 재능은 있어서 상은 일찍 받았고 결혼 생활도 해요. 남편이 유명한 교수예요. 애도 세 명 낳았고 그런데 어느 날 자기 성 정체성을 깨닫고 동성애자라고 공표를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 자살을 해요. 남편이 아내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을 하니까. 그 당시만 해도 한 1960, 1980년대 그 정도 됐을 거예요. 남편이 자살하니까 대중적 비난을 얼마나 받았겠어요. 지금도 함부로 레즈비언이라고 잘 밝히지 못하잖아요.
리치는 키도 작고 약했는데 시는 굉장히 강합니다. 레디컬하다 하거든요. 그래서 끊임없이 시뿐만 아니라 이론에서도 페미니즘 레즈비언을 계속 말하죠. 약간 전사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면서 자기가 레즈비언이다 보니까 소수자에 대한 연대가 생기잖아요. 나중에 그 흑인 시인 오드리 로드하고 굉장히 친하더라고요. 로드로 레즈비언입니다. 협력해 주고 자기 상 받을 거 좀 양보하기도 하고.
구모룡 평론가: 리치와 오드리 로드가 그런 관계가 있었군요.
김혜영 시인: 네, 근데 제가 최근에 오드리로 논문을 썼는데 제가 너무 욕심이 과해 가지고 시 하고 소설하고 같이 연구하겠다 해가지고 제가 엄청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영시만 연구해야 되는데. 오드리는 시에 흑인의 신화를 굉장히 많이 도입합니다. 그래서 굉장히 창의적이고. 시도 잘 쓰는데 산문도 좋더라고요. 굉장히 명쾌하고 그다음에 소설을 봤어요. 소설도 잘 써요. 이렇게 세 장르를 다 잘하기가 참 어려워요.특히 우리나라는 시인은 시만 써라 이런 분위기가 있는데 오드리는 세 가지를 다 잘하더라고요.
구모룡 평론가 : 원래 장르 경계라는 게 없고 그냥 문학을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희한하게 그렇죠. 시민에게는 소설 쓰지 말라고. 흑인 시인 중에는 랭스턴 휴즈가 있죠.
김혜영 시인: 랭스턴 휴즈 같은 경우는 목포에 가니까 가수 이난영 기념공원 있더라고요. 저희 집 남편이 하도 트롯을 좋아해가지고 자꾸 들으니까 귀가 좀 열렸는지. 그 공원에 가니까 이난영 노래를 들려주더라고요. 노래를 들으니까 랭스턴이 생각나요. 랭스턴은 뉴욕의 할렘 지역에 르네상스, 블루스를 주도한 사람인데 저는 조금만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글을 쓰려고 하다 보면 좀 자세히 보잖아요. 이 시인도 굉장히 쉬우면서 임팩트를 주는 매력적인 시인이다 생각을 했어요.
구모룡 평론가: 랭스턴 휴즈 평전을 소설가 박태순 선생님이 번역해서 우리나라에 소개가 된 적이 있거든요. 블루스, 재즈 이런 게 다 흑인들 문화였죠. 흑인 계보는 랭스턴 휴즈하고 오드리로 이어지고.. 그런데 미국의 시적 대부는 휘트먼이고 휘트먼 영향을 받은 사람이 카를로스고. 이 시인의 영향을 받은 게 요즘 우리나라에 굉장히 인기 있는 루이즈 글릭이죠.
김혜영 시인: 글릭은 노벨 문학상을 3년 전인가에 받았거든요. 노벨상으로 지명되었을 적에 무슨 말을 하는지 전 세계인들이 궁금해하잖아요. 한강은 아들하고 뭐 좋은 시간 보내겠다 그렇게 말을 했고 글릭은 내가 일단 커피부터 마셔야 되겠다고. 그분이 노벨상 받기 전에는 한국에 그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어요.
글릭은 자기 언니가 어릴 때 죽었대요. 언니가 죽고 자기가 태어나 놓으니까 엄마가 슬픔을 완전히 극복이 안 되어서 자기한테 자꾸 언니의 행적을 찾으려고 했던 게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가 됐다 그러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고등학교 그때쯤부터 거식증을 앓아요. 거식증을 꽤 오래, 한 7 8년을 앓더라고요. 그러면 이제 그 치료를 해야 되잖아요. 정신 분석 치료를 받고, 약물 가지고는 안 되니까. 그런 그 흔적이 시에 많이 드러납니다. 굉장히 다층적 화법을 쓰고 그러면 시어가 굉장히 일상적이고 드라이하게 써요. 뼈대만 남은 시 같은데 묘하게 매력이 있더라고요. 언뜻 보면 어려운 단어가 없어요. 사전 안 찾아서 저는 좋더라고요. 그런데도 어려워요. 그게 그러니까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시를 읽으면 왠지 위로를 좀 받는 느낌. 아마 코로나 때 상을 받았는데 노벨상 위원회에서 위로를 줄 수 있는 시인을 선별한 거 아닌가 그때 그런 평을 받았습니다.
구모룡 평론가: 글릭 시집도 번역이 돼가지고 많이 지금 읽히고 있는데 아까 엔섹스턴하고 좀 다른 상처가 있으네요. 또, 서정시를 쓴 사람이 메리 올리버인데 이 사람 시집도 많이 요새 읽히거든요.
김혜영 시인: 어릴 때 메리 올리버 시를 봤는데 참 싱겁다 생각했어요. 너무 평범한 거야. 막상 연구를 하기 위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시가 진짜 좋더라구요. 올리버는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약간 좀 성적인 학대를 좀 당했나 봐요. 근데 엄마는 집안 일이 좀 시시했던지 집을 떠났어요. 이제 사춘기고 힘들 때 집에서 탈출하고 싶으면 자기 사는 집 근처에 자연 속으로 들어가서 노트를 쓰면서 치유를 했다 하더라고요. 이 사람은 휘트먼을 좋아하는데 평생 은둔했어요. 바닷가에 경치가 좋은 지역에 은둔해서 살면서 사진작가하고 동반자 관계로 살고 있는데 시가 굉장히 위로를 줘요. 제가 연구를 하기 위해서 자꾸 시를 읽어보니까 진짜 내가 정말 힘들 때 특히 「기러기」 시가 참 좋거든요. 하늘에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고 쓴 시인데 이 시는 미국 기숙사 벽에 붙여줄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구모룡 평론가: 참 좋은 좋은 시는 얼핏 보면 참 쉽게 읽히는데 거기에 많은 의미를 함축한 시죠. 안 좋은 시는 처음부터 어렵고 끝까지 어려운. 그런 생각 저도 늘 그렇게 하고 있는데 오늘 김혜영 영문학자이자 시인의 이야기 듣고 보니까 다시 확인이 되었습니다. 오늘 24명의 시인들을 모두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영미시가 어떤 분위기인지 느끼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으로 올수록 시가 일상적이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죠. 사들은 수천 마리가 함께 날아다고 부딪히지 않고, 꿀벌에게도 민주적인 질서가 있다고 하죠. 그런데 인간은 엉망인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우리가 김혜영 시인의 시 해설을 읽으면서 우리 삶도 반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시를 통해서 일상을 좀 풍요롭게 할 수도 있겠고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우리 저자께서 인사 아까 인사를 했지만 한 번 더 인사도 하시고 하고 싶은 말씀을 하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김혜영 시인: 아 진짜 여러분들 다 부자 되실 것 같아요. 기도 많이 해드릴게요. 이렇게 와주시니까 너무너무 감사하고 제 인생에 가장 행복한 순간 중에 한 순간이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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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시의 매혹 | 김혜영 - 교보문고
영미시의 매혹 | ▶ 우리 곁의 시, 시 곁의 인생 천천히 즐기는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일 분에 불과한 숏폼 영상은 소비와 동시에 휘발된다. 더 빨리, 더 짧게를 외치는 요즘, 시가 가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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