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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산책」과 함께 출판계를 '산책'해볼까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2. 5. 16.

「산책」과 함께 출판계를 '산책'해볼까요?

 

 

 

  책을 서점에서 손에 쥐게 되는 과정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합니다. 평소 좋아하는 저자의 책이었기에 자연스레 손이 갈 때도 있고, 표지가 예뻐서, 또는 필요에 의해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책장을 펼쳐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 중에 '출판사'의 믿음 때문에 책을 접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편집자가 된지 어언 한달이지만, 전 사실 편집자가 되기 전에는 책을 좋아한 것과 출판사를 좋아하는 것은 별개라는 생각을 줄곧 가져왔습니다. 신생출판사도 멋지고 가치있는 책을 출판하고 있고, 좋아하는 저자분이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더라도 그 텍스트의 질을 폄하할 수 없다는 것이 제 논리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 제 서가에 같은 출판사의 책이 여러권 장식되는 일이 잦았고, 그때를 기점으로 책의 출판사명을 찾아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버렸습니다. 소설과 비평서를 출판하는 창비, 역사책을 주로내는 돌베개나 예술서적을 출판하는 예경이었는데요. 신문사 서평을 굳이 참고 하지 않아도 이들 출판사들이라면 믿을만 하다며, 알려진 저자도 아니었는데 덜컥 구입한 책이 꽤 있답니다.

 굳이 전문서적을 출판하는 출판하는 전문출판사뿐 아니라 저에겐 애정을 갖고 있는 출판사가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만큼이나 많은 편입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이름으로 산지니가 거론되었다는 기사를 접했을때 묘한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요. 바로 '서해문집' 김흥식 대표의 출판관련 글에서 산지니가 거론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며칠전 문화부로 출판과 관련된 재미있는 잡지 한권이 배달됐다. 발행인의 표현을 빌자면 ‘엉뚱하고 도발적인’ 1인 잡지 ‘산책’(살아있는 책, 함께 걷는 책)이다.
 발행인은 종이책이 죽어가고 지성이 압사당하며 꿈이 탐욕의 칼날에 깨지는 모습을 보다 못해 탄생한 잡지라고 했다.
잡지에 실린 글은 거침이 없다. 동료 출판인들이 펴낸 책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출판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이 속속 까발려진다. ‘완전히 제 마음대로’ 기준으로 쓰여진 글들은 묘하게 공감이 간다.

(중략)

 잡지는 다양한 꼭지들로 구성돼 있다. ‘베스트&워스트’는 출판과 관련된 ‘10대 존재’를 이야기하는 글이다. 창간호에서는 ‘10대 출판사’를 다뤘다. 철저히 그의 시선으로 뽑힌 ‘10대 출판사’는 사계절 출판사, 도서출판 창비, 돌베개, 도서출판 길, 그린비, 뜨인돌, 사이언스북스 승산, 예경, 산지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다. 

-광주일보 2012년 05월 09일(수) 00:00

 

 김 대표는 도서출판 '서해문집'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이자 필자로 활동하신 12년차 편집인이라고 하십니다. 『행복한 1등 독서의 기적』(서해문집)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시죠.

 1인 출판으로 발행되는 잡지라 가격이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서해문집 출판사에서 제작비를 모두 부담한 무가지 잡지라고 합니다. 저희 산지니 출판사도 정기구독을 신청했습니다. 구독신청은 paja@paran.com으로 하면 된다고 하네요. 아직 지역출판사인 산지니의 입장에서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 「산책」에 관한 정보는 광주일보 기사(기사 원문보기)를 참조했습니다.

 

이 잡지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너무 화가나서”라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10여년전만해도 출판계가 단순히 장사라는 개념을 떠나 문화의 전위대라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어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발언들도 많이 있었죠. 그런데 요즘엔 그런 게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출판계는 문화활동에 대한 사명감 같은 게 있어야 해요. 하지만 요즘 출판인들은 자기들이 만든 책만 많이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강해요. 그러니 베스트셀러 조작이다 뭐다 해서 온갖 장난을 치고 서로 욕하고 뒷담화하고 그러는 모습들을 보이는 거죠. 다 알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내가 직접 독자들과 이야기하자 싶었죠. 안되면 내가 미친놈 되는 거고(웃음)” 

-광주일보 2012년 05월 09일(수) 00:00

 

 끝으로 김 대표가 하신 말로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요즘 사람들이 바라보는 편집자상이란 어떤게 있을까요. 아마 신문기자나 방송사 PD가 갖는 언론인에 갖는 시선은 아닐것입니다. 잠시 대학 학보사 기자시절을 더듬자면, 기자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게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올바른 세상에 대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현장의 필요한 정보를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여 기사화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편집자는 이 세상 속에 어떤 영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일까요?

 출판인으로 활동하신 많은 분들은 김 대표님 처럼 탄식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언론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던 출판인들의 사회적 발언이 점차로 사라지고, 출판사가 자본주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팔기 위해 책을 찍어내는 공장같다고 말이죠. 그런점에서 제가 다니는 산지니는 책을 찍어내는 공장이 아닌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편집한 책으로 독자분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 것, 그것이 옷이나 화장품, 자동차와 같은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내부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 더욱 좋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다짐하면서 원고를 잡고 펜과 씨름 한 판 겨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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