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더 가혹"
최문정(부산일보)
실직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6년을 보낸 부산의 30대 여성 활동가가 퇴직과 함께 자신의 실직자 지원 경험을 단상록으로 펴내 주목받고 있다.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에서 지난 2006년 6월부터 공채 간사로 일하다 지난 8월 퇴직한 최문정(33) 씨가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도전하는 청춘 최문정의 활똥가 일기'를 부산 출판사인 산지니를 통해 최근 출간했다.
지금은 누구나 '준실업',
당장 직장 잃을 수 있고,
노년층은 공포 수준
책은 평소 블로그와 잡지에 '실업 극복 희망일기'라는 제목으로 실었던 일기체 형식의 글과 그림을 단행본 출간을 위해 다시 정리한 것으로, 시민단체 활동가로 일하게 된 계기부터 직업적 애환, 사적 고민, 퇴직 소회 등을 담았다.
"지금은 아무도 실업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누구나 당장이라도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준실업 상태에 놓여 있지요." 그러니 실업통계조차 믿기 어려운 것이 그가 목격한 실직의 현실이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현실은 통계보다 훨씬 가혹하고 파괴적입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청년 실업만 그런 것도 아니라고 했다. 60대 이상의 노년층도 실업 공포가 심각하다고 그는 답했다. "퇴직하면 쉰다고요? 까마득한 옛날 이야깁니다. 요즘은 대학을 졸업하고 수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30대 아들과 딸을 거느린 것이 60대입니다. 40∼50대보다 오히려 가장의 역할이 더 커졌지요."
40∼50대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경비원이나 주차관리직은 40∼50대 남자들조차 거의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0∼30대 젊은층도 진입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산은 특히 더 심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제조업은 다 사라지고 서비스업만 늘었는데, 이런 일자리조차 용역회사가 다 차지해 직접 고용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고 그는 푸념했다. "이는 곧 용역회사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시켜 노동자 임금을 낮추는 악순환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5년 부경대 해양학과를 졸업했다. 그리고 첫 직장으로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를 선택했다. "저는 운동권 출신이 아닙니다. 졸업 직전 수영구의 한 복지관에서 설거지 봉사를 했는데, 그때 묘한 행복감을 느꼈어요. 그래서 젊을 때 남을 위해 뭔가를 해 보자는 생각을 가졌어요." 그는 부산실업극복센터의 첫 공채 간사였다. 그곳에서 그는 출세가도를 달리는 '능력자'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루저'들을 수없이 만났다.
그들을 위해 그는 기초생활수급법, 의료, 주거, 실업급여 등을 주제로 한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조금씩 인기를 얻으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는 유명(?) 강사가 됐다. "처음에는 부산지역 복지관을 주로 찾아 다녔습니다. 그런데 소문을 듣고 서울, 충청, 강원도에서도 강의 요청이 들어오더군요."
그는 지난 8월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를 그만두었다. "일은 무지 행복했어요.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점점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 같아 스스로 맥을 끊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 '타임'을 걸었다며 가볍게 웃었다.
짬짜미, 공모, 사바사바 - 최문정 글.그림/산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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