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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걸의 글방

부산에서 바라본 지역출판미디어 : 산지니 사례(2)

by 산지니북 2010. 6. 4.


지역출판미디어의 과제1 : 유통

지역에서 출판을 하다 보면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유통이다. 익히 알려진 출판사의 책이나 베스트셀러는 전국 어느 서점에서나 환영받는다. 그렇지 않은 책은 잘해야 한두 권, 그마저도 거절당하기 일쑤다. 이런 현상은 작은 서점일수록 두드러진다. 서점에 책이 공급되었다고 해도 독자들의 눈에 잘 띄는 매대에 책을 진열해 놓는 경쟁에서 지역출판사는 밀릴 수밖에 없다. 정기적으로 서점을 방문하여 자사 출판물을 관리할 수 있는 영업사원을 두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점에 출판사의 인지도를 높이려면 최소 한 달에 2∼3종의 신간을 출간해야 하고, 이것이 어느 정도 팔려야 그나마 영업사원 한 명이라도 둘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지역 출판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2009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의 서점은 474개에서 380개로 줄었다. 광주는 197개에서 116개, 대전은 192개에서 121개로 각각 줄었다. 이 가운데 작은 서점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003년 914개이던 전국의 10평 미만 서점이 2007년에는 138개로 급감했다.

이처럼 전국의 작은 서점이 연평균 200개 가까이 사라지는 데 반해 2004년 전체 도서시장(2조 3485억원) 매출의 15.9%를 차지하던 인터넷 서점의 매출은 2008년에 전체 시장(2조5840억원)의 31.9%로 크게 늘었다. 오프라인 서점 가운데서도 교보문고와 같은 큰 서점 하나의 시장 점유율이 17.3%를 차지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해졌다.

필자가 지역서점이 살아야 지역경제도 지역문화도 산다(서점신문 1010년 4월 9일 제231호 - 관련글 링크)는 글에서 말한 것처럼 한국의 출판유통은 온라인 서점의 급성장과 오프라인 서점의 몰락으로 표현되는 소수 과점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현실은 미래의 한국독자들에게 한국출판의 괴멸로 나타날 것이다. 지역서점들의 몰락은 지역문화를 죽이는 일이다. 지역서점들이 건재해야 지역경제가 살고 지역문화에 투자도 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독자들이 구매하는 이유는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고 할인 및 마일리지를 용인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선하는 것이 지역출판사와 지역서점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이다.

단기적으로 지역출판사가 전국적으로 유통을 하려면 하나의 총판에 일원화를 통해 유통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직거래 서점수의 최소화는 발행부수를 줄이고 제작비용을 최적화하는 시발점이다. 전국의 모든 서점과 위탁거래를 하기보다 필요할 경우 현금거래를 하는 것도 힘이 약한 지역출판사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전국적으로 존재하는 유통의 구조를 먼저 인정하고 지역의 거점서점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출판미디어의 과제2 : 출판미디어로 독자와 소통하기

먼저 미디어는 표현수단임과 동시에 전송수단을 가리킨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출판미디어는  책이라는 전송수단을 넘어 더 확장된 전송수단을 획득하게 되었다. 과거라면 라디오와 텔레비젼의 사업영역이던 오디오 콘텐츠와 동영상 콘텐츠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힘입어 출판미디어의 사업영역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편 콘텐츠란 다양한 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텍스트를 일반적으로 가리킨다. 여러 콘텐츠가운데 출판콘텐츠는 독자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지식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책이라는 공간에 한정된 지금까지의 출판방식을 ‘공간의 출판’이라고 한다면 다른 미디어와 자유자재로 결합하고 분리하는 앞으로의 출판방식을 ‘흐름의 출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공간의 출판이란 공간적 구획을 통해 내부와 외부를 확고하게 가르며 작동하는 폐쇄적인 출판시스템을 말한다. 특히 흐름의 출판에서 출판은 일방향의 표상적인 미디어여서는 안 된다. 출판미디어는 다양한 종류의 활동이 결합되어 콘텐츠를 함께 생산해내는 쌍방향적 생성의 미디어야 한다.

백년어서원에서 열린 '4월 저자와의 만남'

출판콘텐츠의 생산, 유통, 소비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을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쌍방향성 변화이며 둘째는 다양성 변화이며 셋째는 장기성 변화이다. 이런 변화는 지역출판인들에게 온라인에서 적극적인 블로그 활동과 오프라인에서 독자와 만나는 활동의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그것은 소수의 대규모 자본으로 과점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출판 현상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출판사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산지니의 경우를 예를 들면 지역에 있는 인문학 카페 <백년어서원>에서 매달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으며,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역출판미디어의 과제3 : 지역사회와 연대 및 소통

무엇보다 지식산업의 핵심 주체인 출판사들의 내부에서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출판사는 책만 잘 만들어내면 경쟁력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출판사는 콘텐츠를 생산, 유통, 소비하는 중심거점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출판사는 책을 펴내는 곳이기도 하고 서점이기도 하며 도서관이기도 하고, 미디어이기도 하고, 지역문화 창달의 커뮤니티이기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에 존재하는 작은 도서관과 결합하고 공공도서관 사서들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신문과 방송 등 지역 언론과 인적, 물적으로 결합하여야 한다. 서울과 달리 부산에서는 이런 활동이 수월한 편이다. 산지니의 경우 지역의 미디어 종사자를 저자로 결합하여 출판한 경험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전략적으로 바라보며 의식적으로 결합하고자 더 노력하여야 하는 과제도 있다. 또한 지역정부에 정책적인 제언을 통해 지역정부가 출판정책을 만들도록 계속 촉구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지역출판미디어의 과제 4: 출간목록의 업데이트와 적극적 홍보

출간 목록 만들기는 출판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출판사의 신뢰와 명성을 쌓는 과정이며 효과적인 생존과 단계적인 성장의 길을 여는 과정이다. 김학원(휴머니스트 대표)은 <편집자란 무엇인가>라는 책 11장 도서목록을 어떻게 개발하고 확장하는가에서 한국출판에서 소홀히 평가되고 있는 출간목록의 중요성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목록 만들기가 왜 필요한가를 정의하면 아래와 같이 요약 정리할 수 있다.
 

① 출판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
② 저자 섭외에서 경쟁적인 우위를 가질 수 있다.
③ 일정 수준 이상의 원고를 잡을 수 있다.
④ 서점의 진열과 홍보, 판매, 수금에 유리하다.
⑤ 비용,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⑥ 충성도가 높은 고정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⑦ 안정적인 경영, 예측 경영이 가능하다.
⑧ 기획, 편집, 홍보, 마케티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다.
⑨ 편집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

산지니의 경우도 출간목록을 만들어 메일로 발송을 하기도 하고 오프라인독자에게 제공을 하기도 한다. 물론 책 만들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출간목록은 분기에 한 번씩 업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올해 들어 출간목록의 전략적 중요성에 출판사 식구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지난 5월에 체계적으로 정리된 목록을 만들기도 하였다. (산지니 출간목록 링크)


글을 마치며

기존질서에서 불이익을 받는 집단이 변화를 주도해 기존의 게임법칙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만 한다. 특히 세상의 변화는 중심이 아니라 약한 고리인 변방에서 일어나지 않았나. 지역출판미디어도 서울중심의 출판을 극복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일본의 성공한 지역출판미디어의 공통점은 산지니를 비록한 지역출판미디어의 나아갈 방향에 참조가 될 것이다. 첫째, 창업이념과 원칙을 지킬 것. 둘째, 틈새시장을 찾아 공략할 것. 셋째, 가능한 일과 불가능한 일을 냉정히 판단하고 대응할 것. 넷째, 사람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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