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표서점인 동보서적과 문우당서점의 폐업소식은 부산시민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부산지역 대표신문의 P이사는 너무너무 답답한 현실이라고 우울한 심정을 필자에게 토로하기도 하였다. 부산일보 10월 30자는 1면에서 3면에 걸쳐 “동네 책방을 추억하다”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창원KBS 방송국에서는 특집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부산을 방문하고 향후 대책을 질문하기도 하였다. 늦었지만 지역의 언론은 마음이 짠해진 독자들의 ‘정겨운 사랑방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라는 정서를 충실히 전달하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필자에게 요청한 주제는 2010 지역서점이 살아야 지역문화도 산다는 내용이다. 출판생태계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출판과 지역문화를 고민하고 있는 필자에게 작은 대책이라도 이야기하라는 주문일 것이다. 며칠을 고민하여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특히 서점신문 제238호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국장의 글은 암울한 현실을 진단하고 있었다. 지역서점이 인터넷서점, 초대형 서점과의 힘겨운 경쟁, 지속적인 종이책 소비 감소라는 환경에 앞으로 예상되는 디지털교과서 등장으로 인한 참고서 시장의 축소라는 3중고에 직면한 현실.
그래서 부산지역에서 <책과아이들>이라는 어린이전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 강정아 대표와 차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강정아 대표는 완전한 도서정가제를 첫 번째 대책으로 이야기하였다. 또한 서점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향을 이야기하였다. '책과아이들' 서점 안 풍경. 서점 입구
<책과아이들>의 예를 들면 할머니한테 옛이야기 듣기, 시 감상을 통한 노래 배우기, 음악과 어우러진 빛그림 감상하기 등의 프로그램, 그것 말고도 3세부터 7세까지 연령대 별로 있는 그림책 교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학년별 독서프로그램, 올해 시작한 초등 그림책 읽기 교실, 한반 아이들이 오는 서점 나들이 프로그램까지 어린이 책을 중심에 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책만 팔아서는 적자이고, 서점을 먹여 살리는 건 이런 프로그램들이라고 강 대표는 이야기하며, 비관적 현실에서도 15년을 버틴 비결은 책에 애정과 열정이었고 돈만 생각한다면 서점을 그만두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였다.
동네서점이 사라지고 지역문화에 구심적 역할을 하는 대표서점이 무너지는 현실에서 위기를 돌파할 힘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서점인들의 소통과 연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점이라는 소중한 공공적 공간에 대한 재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쟁의 공정한 규칙의 정립(완전 도서정가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절망스러운 현실의 개선의 힘은 서점인들의 자부심회복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동네 슈퍼와 동네 서점은 다른 것이라고. 서점은 문화가 살아 있도록 하는 나무이며 여기에서 공기가 나온다고. 생태계가 파괴되면 삶이 황폐화된다고
지역서점이 죽으면 지역문화가 선순환할 수 없다. 대형 온라인서점과 지역서점은 가는 길이 다르다. <책과아이들> 대표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문화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으로 획일화되어서는 좋은 책을 뒤적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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