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지 작가 중·단편 5편 묶어 새 소설집 '내 안의 강물' 펴내



중진 여성 소설가 김일지 씨가 두 번째 소설집 '내 안의 강물'(산지니 펴냄)을 내놓았다.

인기 TV 드라마에서 자주 보게 되는 삶의 모습이 있다. 불우하고 어여쁜 여성 주인공 등장-젊고 부유한 남성 주인공 등장-"난, 이 결혼 반댈세" "너 같은 것이 감히" 로 요약되는 남자 쪽 집안의 반대-난관 뚫고 결혼 성공.

많은 사람이 이런 이야기의 강한 흡인력에 끌리지만, 우리 삶이 실제로는 이렇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럴듯하지만 삶의 진실과는 조금 거리가 먼 예술은, 재미는 있지만 깊이 울리기는 힘들다.

   

삶의 속내, 진실을 냉정할 정도로 있는 대로 그린 작품은 때로 보는 이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삶의 진실을 만날 때가 많다. 삶 자체가 TV 드라마 속의 근사한 모습보다 훨씬 아프고 구질구질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작품이 뜻밖에 깊게 울린다. 

김일지 소설가의 이번 작품집에는 중편인 '내 안의 강물'과 단편 '지금처럼 되기 전에' '나비' '동거' '거머리' 4편을 실었다. 표제작 '내 안의 강물'은 문제작이며 이번 소설집을 상징한다. '내 안의 강물'은 삶의 핵심을 딱딱 짚어가며 사정없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6년째 동거하는 남녀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적당히 달콤하고, 적당히 무책임하며, 적당히 절실하고, 적당히 위태롭다.

여자 주인공인 연은 무지외반증으로 "엄지발가락뼈 두 개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철심을 박는" 고통스러운 수술을 하게 된다. 부잣집 도련님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의 남자 주인공에게 이 수술은 충격과 상실감을 안기며 연에 대한 사랑을 강하게 느끼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사랑을 느낄 만하면 남자는 또 한 발짝 물러나 주춤거린다.

청순하고 가련하고 선량하게 침대에 누워 있는 듯한 연 또한 속으로는 또 다른 젊은 남성 '명일'을 그리워한다. 의사는 수술 직후의 연에게 "뒤꿈치로 걷는 연습을 하는 건 좋지만, 앞으로 발을 내디디면 아주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이 소설은 사랑이 넘치는 것 같은 이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사실은 섬처럼 홀로 떨어져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비관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사랑과 관계가 그토록 상처받기 쉬운 것임을 안다면,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는 듯하다.

'지금처럼 되기 전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때 마음에 생긴 상처가 그토록이나 깊고 커서 돌이킬 수 없는 병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그때 진작 알았더라면 지금처럼 되기 전에 어떻게든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음의 상처를 방치하면 사람은 섬이 된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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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강물 - 10점
김일지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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