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에 해당되는 글 441건

  1. 2021.01.07 『문학/사상』2호,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 책소개
  2. 2021.01.07 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 책 소개
  3. 2021.01.06 『약속과 예측: 연결성과 인문의 미래』:: 책소개
  4. 2020.12.17 문선희 소설집_『바람, 바람, 코로나19』(책소개)
  5. 2020.12.17 『한중 협력의 새로운 모색, 부산-상하이 협력』(책소개)
  6. 2020.12.07 『말라카』15세기 동남아 무역왕국 :: 책 소개
  7. 2020.11.27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박향 에세이 :: 책 소개 (4)
  8. 2020.11.23 마음을 공부하는 능엄경 이야기 :: 『불교와 여래장』(책소개)
  9. 2020.11.23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_책소개
  10. 2020.11.19 [아시아총서37]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책소개
  11. 2020.11.18 음악과 연극으로 조국 광복을 노래한 독립운동가―『한형석 평전』(책소개)
  12. 2020.11.09 산지니시인선005-강남옥 시집『그냥 가라 했다』(책소개)
  13. 2020.10.30 삶의 중반에 서서 펼치는 감정의 파노라마_『봄밤을 거슬러』정미형 소설집(책소개)
  14. 2020.10.21 『좋은 문장을 쓰고 싶다면』소소하지만 굉장한 우리말 맞춤법 이야기 :: 책 소개
  15. 2020.09.25 [동화 함께 읽기] 신진 가족 동화집 ①반려인간 "인간! 개들의 반려인간이 되다!"
  16. 2020.09.23 남도에서 만난 역사와 풍경, 정보통신기술에 관한 이야기『고인돌에서 인공지능까지』책 소개
  17. 2020.09.23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세상의 모든 생명 이야기_신진 가족동화집『반려인간』:: 책 소개
  18. 2020.09.16 『완월동 여자들』살아남아 사람을 살리는 여성 연대의 기록 :: 책 소개
  19. 2020.08.26 『일본 이데올로기론』, 근대 일본 지성계의 사상 문제를 논하다
  20. 2020.08.13 더욱 나은 자유사회를 향하여『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21. 2020.07.20 국경 없는 세계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_『벽이 없는 세계』 책소개
  22. 2020.07.09 황경란 소설집 『사람들』(책소개) (1)
  23. 2020.07.02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마르크스주의_『한 권으로 읽는 마르크스와 자본론』 책소개
  24. 2020.06.23 박정선 비평집_『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25. 2020.06.08 정형남 장편소설 _『맥박』 책소개

『문학/사상』 2호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비평지 문학/사상2호 출간

중심과 주변이라는 이항대립에 맞서며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그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바라보며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 권력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했던 1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총 세 편의 글로 구성된 특집 비판-비평에서 독자들은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중심주변이라는 문제틀은 실체가 있는 대상이 아니라, 다르게 배분되는 정치적 힘을 가리키는 은유라고 해야 더 알맞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심/주변의 관성적 이항대립을 깨뜨리기 위해 어떤 개념적 장치를 가져야 하는가? 최진석은 에드워드 사이드부터 마르크스, 레닌을 끌어오며 소수적 생성의 잠재성을 타진하고 사유의 이행을 돕는다.

 

 

■▲

 

 

신들은 왕에 대해선 참고 허락할지라도 하층민에 대해선 증오할 뿐이다.”

인수공통 전염병이 창궐할 때, 이 세계의 행위자가 인간만이 아니라면

 

세 번째 특집에서 최유미는 우리는 개체였던 적이 없다는 스콧 길버트의 주장 아래, 도나 해러웨이가 주창한 -(-)’으로서의 생명을 다시 사유한다. 살아있다는 것은 환경과 개체가 뚜렷한 경계를 갖고 각자의 식별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상호작용 속에서 여럿이 함께 만들어낸 구성물에 더 가깝다. 최유미는 해러웨이의 반려종개념을 차용하여, 세계가 하나의 덩어리가 아닌 부분적인 연결망들의 집합체임을 주지시킨다. 세계의 행위자가 인간만이 아님을 분명히 함으로써, 인수공통 전염병이 창궐하는 현재를 정확히 관통하여 우리의 정치와 윤리를 새롭게 할 것을 요청한다.

 

문제의식은 현장-번역으로 이어진다. 에드거 앨런 포의 페스트왕: 알레고리를 포함한 하나의 이야기는 무국적의 전염병이 세계전역에서 일으키는 피해를 목격하면서도, 이를 부정하기 위해 자신만의 논리로 무장하는 폐쇄적 왕국의 민낯을 드러낸다.

 

 

 

 

모멸과 억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계

노동사회의 지배자, 자본

 

이번 호 쟁점-서평에서 소개하는 글은 총 네 편으로, 각각 달리는 열차에 매달린 눈송이의 뜻은, 시의 나라를 위한 착한 무기, 정당한 중국, 에너지에 농락당한 땅에서 자본의 착취를 노동으로 기록하다를 제목으로 삼고 있다. 정용택은 두 번째 특집에서 노동의 프레카리아트화를 논하며, 이를 자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 먼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명료한 개념적 정립이 사회체계 차원으로서 요구된다고 말한 바 있다. 각 서평이 이에 대한 응답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동일한 장소에 머무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빨리 달려야만 하는 자본주의적 동역학은, 프롤레타리아적 노동을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은 가치 생산의 유일한 원천으로서 여전히 필요한 것으로 남아 있다. 정용택은 이러한 이중성이 지속됨에 따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오인된 프롤레타리아적 노동의 폐지 가능성이 왜곡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을 짚는다. 불안하고 비공식적인 형태의 고용이 증대하는 방향으로, 프레카리아트라 불리는 새로운 위험한 계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유연화와 불안정화라는 자본의 통치술은, 통치라는 단어가 이미 암시하듯 폭력을 내재하고 있다. 윤인로 편집주간은 연속비평에서 벤야민의 폭력-비판을 위하여행간번역을 통해 폭력의 형질을 석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이번 글을 포함, 3회 연속 비평으로 이어져 다음 호에서도 진지한 논의를 계속해나갈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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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

 

권두시 폭포로 들이치는, “퍼붓듯 직립으로 흩어지는 비판-비평의 특집은 다음 세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 책 속으로_권두시

 

칡꽃이 보라색 정념으로 허공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바위에 앉아 여울목 돌아가는 물소릴 듣다가

폭포로 왔다

검은 바위틈으로 버드나무 가지가

올라와 있다

바위 사이 올라온 푸릇한 것에서

누구는 우주의 원리와 인간의 도리를 생각하고 나는 그저 연두의 깊이와 넓이를 가늠해본다

물 위는 폭포다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낸다

용장골에서 무량사 매월대폭포까지 그의 행적을 따라 북쪽으로, 물이 많은 서늘한 북쪽으로 왔다

폭포로 오르는 컴컴한 초록길에서 더듬더듬

더덕향을 맡았다

폭포는 쩌렁쩌렁 곧은 소릴 내고

근처엔 노란 동의나물이

독을 품고 자라고 있다

곧은 소리는 가까이 가면 차갑고, 차가운 물거품들은 퍼붓듯 직립으로 흩어졌다

 

 

 

■ 저자 소개

 

- 최진석

러시아인문대학교에서 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15문학동네를 통해 등단했다. 수유너머104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가능성의 인문학: 휴머니즘 이후의 문화와 정치』 『감응의 정치학: 코뮨주의와 혁명』 『민중과 그로테스크의 문화정치학: 미하일 바흐친과 생성의 사유가 있으며, 역서로 누가 들뢰즈와 가타리를 두려워하는가?』 『해체와 파괴』 『러시아 문화사 강의(공역) 등을 펴냈다

 

- 윤인로

총서 <신적인 것과 게발트[Theo-Gewaltologie]> <제국 일본의 테오-크라시> 기획자. 신정-정치』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을 썼고, 국가와 종교(근간) 정전(正戰)과 내전』 『이단론 단장』 『파스칼의 인간 연구』 『()의 연구』 『사상적 지진』 『유동론』 『윤리 21(공역) 등을 옮겼다.

 

 

 

 

문학/사상 2호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최진석·윤인로 외 지음 | 200쪽│145*22515,000원 | 2020년 12월 24일 발행 ㅣ 978-89-6545-689-603800

 

주류 담론이 지배하는 환경에 반격을 가하고, 그들이 들여다보지 않는 문제를 바라보며 담론의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 권력과 사회의 관계성을 탐구했던 1호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문학/사상 2 : 주변성의 이행을 위하여 - 10점
최진석 외 지음/산지니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박희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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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확대해온 구모룡 평론가

시조라는 주변 장르의 현대성을 궁구하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구모룡 평론가의 현대시조 비평집.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으로 문학평론의 길에 들어선 구모룡 평론가는, 그간 다양한 비평활동과 연구를 통해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넓혀왔다. 이번 비평집에서는 주변 장르로 인식되어왔던 시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며, 현대시조의 새로운 세계관을 가늠하고 있다.

저자가 이미 책 머리에 밝혔듯,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의 작업물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가 현대시조라는 장르에 관심어린 눈길을 주는 것에는 분명 어떤 연결지점이 있다. 중앙과 주류라는 개념에 밀려,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옳게 평가해 주는 것. 이는 구모룡 평론가의 비평이 갖는 중요한 증언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서문을 위시하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이론과 방법을 다루었으며, 3부에는 현대시조 시인론을 담았다. 특히 서문은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시조시학의 핵심요소를 간추리면서, 그 의미를 현대시조의 맥락에서 되새겨보고 있다.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에 포획되지 않는 시조시학

시조에 곧잘 대입되곤 하는 오래된 편견으로,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근대성이 만들어낸 가짜 이분법이라고 말한다. 시조의 형식은 고정된 하나의 정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담기는 내용에 따라 형식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에 더 가깝다. 학계에는 여전히 창사주종(唱詞主從)의 원리를 따라 현대시조도 고시조의 정형률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형시와 자유시의 이분법은 여러 오해를 낳는다. 정형시는 지켜야 할 것으로, 자유시는 지켜야 할 것이 없는 것으로 잘못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한 편의 시 속에서 함께 요동하고 있음을 역설하며, 잘못된 이분법을 거부하는 시조시학을 펼친다.

 

 

현대시조는 삶과 시에 안주하는 양수겸장이라거나 자연예찬이 아니다

시조형식의 민족주의를 넘어서기 위하여

1920년대 문화 민족주의가 이끌어낸 시조 부흥은, 민요 운동과 더불어 각기 민족과 민중의 이름으로 소환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시조라는 형식은 이미 그 역사적 소임을 다 하였으며, 현대시조는 이미 죽은 형식을 살리는모순된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시조가 민족주의를 넘어서고 정형시로서의 규율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현대의 변화하는 세계상을 자신의 형식 속에 담아낼 때, 현대시조는 비로소 민족시로서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자연의 문맥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현대시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하는 지점이다. 근대성이 만든 생태학적 재앙으로 인해 현대시조는 탈근대의 한 양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동양의 자연주의는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시조가 삶과 시에서 안정의 위치를 유지하려는 양수겸장의 욕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적어도 나는 믿고 싶다. 어쩌면 이러한 물음을 다시 묻는 방식이 나의 시조평론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시조는 현대와 시조의 결합이라는 조어로부터 그 이중성이 벌써 암시되는 장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혼재라는 현대시조의 장르적 속성에서 대화적 개방성을 찾고, 그 묘미를 맛보길 바란다.

 

 

 저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1982<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폐허의 푸른빛,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연구(편저) 등이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키워드

#현대시조 #시조시학 #문학평론 #문학비평 #시인론 #산지니평론선

 

첫 문장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작업은 아니다.

 

 

 속으로 / 밑줄 긋기

 

p.54     혹자는 시조와 현대의 양립 불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현대시조의 시대착오성을 공박한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부박(浮薄)한 현대에 대한 비판의 계기로 간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변증을 상정한다. 이들 세 가지 부정과 긍정은 지금까지 보여진 현대시조에 관한 입장들을 대체로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시대착오성을 들어 부정하는 입장은 대개 시조의 계급성과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보인다. 시조가 지닌 귀족주의는 현대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비평가들의 입에서 나온다.

p.57   자연은 하나의 이념이다. 달리 동양적 자연주의라고 해도 될 법한 이것은 전통적으로 삶을 통어하는 원리와 척도로 존재해왔다. 이것은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그 나름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삶의 논리이다. 전통적 사유형태인 이것은 서구의 낭만적 자연주의와 다르다. 서구의 그것이 문명과의 대립을 상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전통은 인간과 현실의 전체성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하나의 전체를 의미하는 도()이다. 시조는 이러한 자연의 도에 이르는 과정의 표현이 되었다.

p.62 현대시조 쓰기는 낡은 형식에 생기를 더하는 일이다. 마른 헝겊조각이 물과 만나 다른 삶을정화하는 걸레가 되듯이 현대시조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획 속에 있다.

p.68 현대시조의 가능성은 현대와 시조라는 모순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만드는 이중성에서 찾아진다. 즉 현대시조는 이중지시적 담론이다. 그래서 이것이 지니는 대화적 개방성에 그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탈근대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그 하나는 전통적인 이념의 재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양식적 실험이다.

p.87 시조가 지향하는 화의 미학도 드러나지 않는 것의 드러남, 숨은 것의 나타남,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 이것은 근대(현대)에 의해 묻혀버린 보편 가치를 발굴하는 일과 관련된다.

 

 

 

<목차>

책 머리에

 

서문: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선생의 시조시학을 생각한다

 

1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현대시조의 성과와 과제

시조시학: 보존과 창조 사이

 

2

왜 제유인가

지연되는 화()의 미학

시조 속의 꽃의 미학

 

3

상처를 치유하는 생의 형식이우걸론

푸른 생명과 붉은 사랑의 시박옥위의 시세계

삶으로 빚은 그릇김연동론

귀환의 노래, 신생의 노래김보한론

뜨거운 심미주의이정환론

생의 감각과 은유의 매혹정희경론

사랑이라는 긴장된 관계강영환의 남해

본디 감각의 세계서일옥의 동시조집

 

 

저 자 : 구모룡

쪽 수 : 260

판 형 : 140*210

ISBN : 978-89-6545-688-9 03810

가 격 : 20,000

발행일 : 20201130

분 류 : 국내도서 > 소설//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보존과 창조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이수진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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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어펙트 총서 01

약속과 예측

연결성과 인문의 미래

잔혹한 낙관주의의 한국 사회 앞에 펼쳐진 두 갈래 길: '약속예측

 

한국판 뉴딜‘AI노믹스’, 그리고 여론 예측정치의 지평 위에서 작동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는 (나중을 위해 지금의 잔혹함을 인내하는) ‘잔혹한 낙관주의와 기술적 미래라는 정동적 사실로서 미래에 대한 낙관과 위협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여론 예측 정치, ()’의 총합 통치 전략이 바로 정동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동은 대안 정치의 핵심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정치가 단순히 공학적인 것이 아니라 신체적이고 인문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동 이론이며, 이는 젠더 연구의 역사 위에 펼쳐진 것이기도 하다. 정동 이론이 전 지구적 연결의 시대를 사유하는 새로운 방법론이라면, 젠더 연구 역시 연결성과 윤리를 의존, 돌봄, 침해가능성 등의 맥락에서 오래 탐구해왔던 것이다.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공동연구팀 <연결신체 이론과 젠더·어펙트 연구>의 첫 성과로, 약속과 예측: 연결성과 인문의 미래가 출간되었다. ‘젠더·어펙트 총서시리즈의 문을 여는 이번 책은 정동 이론을 젠더 연구와 연결시키고, 이를 젠더·어펙트연구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책에는 물질과 담론,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 등 근대적 이원론으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 보이는 정동적 분석을 담은 열두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역사공간그리고 매체의 범주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된다.

이와 같은 구성은 정동의 근본적인 조건인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더 나아가 공간의 물리적이고 가상적인 차원을 함께 살핌으로써 그 경험의 정치성을 입체적으로 드러내 보이려는 목적에 따른 것이다. 젠더·어펙트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이 책에서 외부에서 수입된 이론이 아니라 자생적 연구를 통해 젠더·어펙트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초하고자 하며, ‘연결성을 탐색하는 다채로운 시선과 함께 정동적 전회이후 인문의 미래를 약속한다.

 

 

주체의 역사 다시 쓰기 또는 연결신체의 역사 새로 쓰기

정동(情動, Affect) 이론은 부대끼는 몸들의 반복적인 되기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존재들의 시간성을 뒤쫓아 가는 일이다. 정동 이론이 즐겨 사용하는 약속이라는 어휘는 “pro(/전에)+mittere(놓다, 보내다)”라는 어원을 지니며 미리/앞서 내놓는다는 뜻으로, 현재에 이미 미래에 대한 전망이 기입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동적 약속의 장소 가운데 하나로서 다양한 사회적 힘들이 교차하는 젠더화된 몸이 존재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예측의 패러다임이 근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몸을 규율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젠더 연구와 결합한 정동 연구는 로렌 벌랜트(Lauren Berlant)가 말하는 잔혹한 낙관주의가 새겨진 약속이라는 개념과 함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을 새롭게 연결하려는, 이를 통해 인문의 미래를 약속하려는 시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문의 방법론으로서의 정동 이론은 신체가 무엇을 하는지, 특히 신체가 언어와 이성이 아닌 힘들에 의해 어떻게 좌우되는지를 묻는다. 욕망하고, 운동하며, 사유하고, 결정하는 신체는 다른 신체들과의 부대낌과 상호 작용(inter-action), 그리고 내부 작용(intra-action)을 두루 거치며 되기를 반복하고 지속한다. 이 과정을 염두에 두었을 때, 개별적이고 내면적인 주체의 역사는 초개체적 차원의 정동과 뒤얽힌 연결신체의 역사로 다시 쓰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1연결신체의 역사에서는 장애, 돌봄, 기술 등의 범주를 중심으로, 연결신체의 역사를 중층의 연결망으로서 펼쳐 보이고자 한다. 박언주는 치매인을 상호정동적 관점에서 살피며 공유된 존엄(shared dignity)에 대해 논의한다. 소현숙은 장애인의 역사를 되짚으며, 1960~90년대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을 비판한다. 이화진은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기 위한 시도로서 장애 관객의 범주를 길어 올린다.

마지막으로 권명아는 미래 예측 시스템을 해킹하는 시간여행자로서의 몸에 주목함으로써 연결신체의 역사와 미래 사이의 연결지점을 마련한다. 과거와 현재, 사회와 물질, 운동과 상태, 수동과 능동 등이 상호 공존하는 공통구조로서의 역사에 대한 검토는 인문의 미래를 연결성의 차원에서 다시 쓰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선험적 범주로서의 공간에서 살된 존재로서의 환경으로

부대낌과 상호작용을 그 조건으로 삼는 연결신체는 자연스럽게 살된 존재(fleshy beings)로서의 환경과 다시 한 번 연결된다. 그 환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동 또는 운동, 흐름을 발생시키고, 또한 다시 그 흐름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정동-발생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공간과 정동은 특정한 정동적 영역으로서 공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김보명은 최근 여성 공간에 대한 접근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트랜스젠더 여성 배제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 페미니즘 공간정치학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고찰한다. 권영빈은 서사화가 아닌 공간화의 관점에서 작가 박완서의 소설에 나타난 을 젠더지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또 다른 젠더지리지로서 신민희의 글은 로컬 부산의 성장서사에 의심을 품으며, 여성의 해양노동이 이루어지는 부산의 배후지를 비로소 가시화한다. 이시다 게이코는 야스쿠니신사를 중심으로, ‘남성적내셔널리즘과 여성적위령 행위의 관계를 탐색한다. 2부에서 다루는 다양한 층위의 정동적 공간들은 이처럼 젠더의 범주에서 검토됨으로써, 교차성 및 취약성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미디어로서의 신체, 신체의 정동적 형성에 얽힌 미디어라는 포맷

정동적 공간은 물리적 장소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다. 예컨대, 최근 들어 그 용례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피지털(phygital)’이라는 용어는 신체를 둘러싼 물리적 장소와 미디어라는 가상적 장소의 혼종을 사유하게 한다. 이때, 미디어는 단순한 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공론장, 아카이브 등 결코 단성적이지 않은 포맷(formats)을 취하며 미디어에 접속된 신체를 정동적으로 형성(formulation)한다. 신체 역시 다양한 힘들이 교차 또는 횡단하는 일종의 미디어임은 물론이다.

3미디어와 연결성은 바로 이러한 사례들, 즉 개인적이고, 집단적이고, 담론적이고, 네트워크화된 신체들이 서로 정동을 일으키고 수정되는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다. 최이숙은 함께 돌봄을 의제화한 정치하는 엄마들의 관계성을 각종 미디어 안팎에 걸쳐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권두현은 동아시아 미디어 문화의 주요한 테마였던 신파(新派)’를 정동체계로서 논의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을 시도한다.

김나영은 고전소설이라는 연구대상과 연구자가 디지털이라는 매체적 조건 속에서 연결되는 새로운 양상에 주목한다. 입이암총은 민주화투쟁의 장()으로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홍콩의 사례를 통해 용무(勇武)’라는 정동에 휩싸인 몸을 증강현실적 미디어와 함께 살펴본다. 젠더·어펙트 총서의 첫 번째 책은 이러한 창발적인 논의들로 채워져 있다.

 

 저자 소개

*젠더·어펙트연구소

젠더·어펙트연구소는 정동(情動, affect)과 젠더의 연구방법을 결합하여 주체와 몸, 삶과 죽음, 질병, 장애, 소수자, 포스트휴먼 등에 대한 인문학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며 연결의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의제를 발굴·연구하고 있다.

 

박언주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주요 교육 분야는 사회복지실천, 노인복지, 사회복지와 문화다양성, 질적연구방법론 등이다. 가정폭력을 주제로 한 연구와 더불어 여성노인의 구술생애사 연구를 통해 노동, 빈곤, 이주 등으로 연구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여성노인의 구술생애사를 통해 본 1980년대 중산층 국제이주가족의 계층 재생산 전략과 젠더역할의 변화, 가정폭력피해여성의 자녀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권자 결정 경험등이 있다. 공저로 조국 근대화의 젠더정치(아르케, 2015), 가족과 친밀성의 사회학(다산출판사, 2014)이 있다.

 

소현숙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한국 근현대 가족사, 사회사, 여성사, 마이너리티 역사를 전공했다. 주요 논문으로 “Collaboration au féminin en Corée”, 식민지시기 불량소년담론의 형성, '만들어진 전통'으로서의 동성동본금혼제와 식민정치, 식민지 조선에서 불구자' 개념의 형성과 그 성격, 전쟁고아들이 겪은 전후:1950년대 전쟁고아 실태와 사회적 대책등이 있으며, 저서로 이혼법정에 선 식민지 조선 여성들: 근대적 이혼제도의 도입과 젠더(역사비평사, 2017), 공저로 일상사로 보는 한국근현대사: 한국과 독일 일상사의 새로운 만남(책과함께, 2006), 식민지 공공성: 실체와 은유의 거리(책과함께, 2010), 日韓民衆史硏究最前線(有志舍, 2015) 등이 있다.

 

이화진

연세대학교 매체와예술연구소 전문연구원. 연세대학교와 인하대학교에서 강의하며, 한국의 영화와 극장 문화에 대해 연구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전쟁과 연예, 더 많은모두를 위한 영화, 할리우드에서 온 왜색영화등이 있다. 저서로 소리의 정치(현실문화, 2016), 조선 영화(책세상, 2005)가 있고 공저로 조선영화와 할리우드(소명출판, 2014), 조선영화란 하()(창비, 2016), 할리우드 프리즘(소명출판, 2017), 원본 없는 판타지(후마니타스, 2020) 등이 있다.

 

권명아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 근현대 문학과 젠더 이론, 정동 연구, 문화 이론 등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와 함께 지역의 문화적 실천에도 주력해왔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반헤이트 스피치 운동과 이론에 대한 비교 고찰, 증강 현실적 신체를 기반으로 한 대안기념 정치 구상등의 논문을 썼으며, 주요 저서로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 부대낌과 상호 작용의 정치(갈무리, 2018), 무한히 정치적인 외로움: 한국 사회의 정동을 묻다(갈무리, 2012) 등이 있다.

 

김보명

부산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여성학을 전공했다. 페미니스트 역사와 시간성, 인종정치학에 관심을 갖는다. 최근 한국사회의 페미니즘 재부상에 대해 연구하면서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이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에 대한 질문들을 탐색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페미니즘 정치학, 역사적 시간, 그리고 인종적 차이, 혐오의 정동경제학과 페미니스트 저항등이 있고, 공저로 교차성×페미니즘(여이연, 2018)이 있다.

 

권영빈

젠더·어펙트연구소 특별연구원. 동아대에서 강의한다. 정동과 공간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주로 한국 현대소설을 읽고 분석하면서 젠더화된 신체와 여성의 공간 경험을 젠더지리학의 방법으로 연구한다. 최근 박완서 소설의 젠더지리학적 고찰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주요 논문으로 박완서의 미망에 나타난 ()근대공간의 건축술: 젠더지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개성(開城)의 탄생이 있다.

 

신민희

젠더·어펙트연구소 특별연구원. 경성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후 경성대, 동아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불륜 서사의 문학적 재현 방식 연구(2015)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지역의 문제를 젠더적 관점, 정동적 관점에서 독해하고자 하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시다 게이코(石田 圭子)

일본 고베대학 국제문화학부 준교수. 연구 분야는 미학·예술학·표상문화이다. 오차노미즈 여자대학 문교육학부 외국문학과(영어·영문학) 및 도쿄예술대학 미술학부예술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미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논문으로 ボリス・グロイスにおけるアートと政治交差について, アルベルト・シュペーアの廃墟価値理論をめぐって, 今日のアートにおける批判とはかー参加型アートを中心にー가 있고, 공저로 Transcultural Intertwinements in East Asian Art and Culture, 1920s-1950s(Freie Universitaet Berlin, 2018)가 있다.

 

최이숙

동아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미디어 및 언론 현상을 연구해왔다. 주요 논문으로 미투 운동(#Metoo) 관련 TV 보도의 새로운 가능성과 한계, 1960~1970년대 한국 신문의 상업화와 여성가정란의 젠더 정치, 1920년대 동아일보기사에 나타난 이성-감정등이 있다. 공저로 다시 보는 미디어와 젠더(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13), 한국신문의 사회문화사(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한국텔레비전 방송 50(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등이 있다.

 

권두현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동국대에서 강의한다. 미디어와 한국 현대문학/문화의 관계, 특히 한국과 일본의 드라마와 대중문화를 대상으로 테크놀로지와 정동의 문제틀을 적용시킨 연구들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텔레비전 현상과 현대 드라마의 미학, 기계의 애니미즘 혹은 노동자의 타나톨로지-1970년대 한국의 테크노스케이프와 생명, 신체, 감각, 관계론적 존재론의 정동학-텔레비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나타난 연결과 의존의 문제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김나영

젠더·어펙트연구소 전임연구원. 성신여대에서 강의한다. 한국 고전소설과 설화 등 고전서사 분야를 연구한다. 변신 모티프로 박사학위논문을 썼고 이후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에 관심을 두고 텍스트별 등장인물의 차별화된 특성을 구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운영전>의 서사구조에 내재한 비극성: 신화적 서사패턴의 변용과 인간 욕망의 좌절, 노비로 등장하는 정수남과 느진덕정하님의 정체-안사인본 <세경본풀이>를 중심으로, 고전서사에 형상화된 노비의 존재성 탐구등이 있다.

 

입이암총(葉蔭聰)

링난대학교 문화연구학과 방문조교수이자 홍콩 독립미디어 InMediaHK의 공동설립자. 국립대만대학 건축과 도시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연구 분야는 도시학·현대 중국학이다. 주요 논문으로 Becoming a Revanchist City: A Study of Hong Kong Nativist Movement, Political De-politicization and the Rise of Right-wing Nativism가 있고, 저서로 Nativist Right and Economic Right: The Case of an Online Controversy(本土右翼與經濟右翼由一宗網絡爭議說起, jcMotion, 2016)가 있다.

 

 책 속으로

P. 31-32

한국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지배적 치매 서사를 통해서 이루어져 왔고, 그 과정에서 치매인의 목소리는 배제되어 왔다. 지배적인 치매 서사는 치매 증상을 중심으로 획일화하여 기능 상실과 의존을 부각함으로써 치매인의 개별성과 다양상을 간과하고 있고, 돌봄의 대상으로 치매인을 인식함으로써 치매인의 인간 존엄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해 왔다. 대안으로 제시된 인간중심접근은 치매인의 인간임을 강조하고 있으나, 그 조건에 해당하는 개별성과 독립성은 인지능력에 기반한 근대적 개인 개념에 근거하고 있어서 상실과 의존으로 표상되는 치매인의 경험세계 속에서 긴장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치매인의 경험세계에서 상실과 의존, 그리고 개별성과 독립성은 어떻게 유지되거나 극복되는지, 나아가 치매인의 인간 존엄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_박언주, 인간 존엄의 조건으로서의 상호의존과 연결성: 치매인의 경험세계를 중심으로중에서

 

p. 73

적정한 수의 자녀를 출산하는 것과 더불어 건전한자녀의 출산이라 표현되었던 자녀의 은 바로 인구의 자질과 관련된 사안이었다. 이미 인구를 인적 자원으로 간주하는 시선은 일제 말 전시체제하에서 나타났지만,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와 발맞추어 인력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실업자를 없애고 완전고용을 이룩하자는 목표가 제시되는 가운데, 인구의 양적인 억제와 더불어 인구의 질적인 향상이 과제로 인식되어 갔던 것이다.

_소현숙, 우생학의 재림과 정상/비정상의 폭력: 가족계획사업과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중에서

 

P. 114

다양한 손상을 지닌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고 동질화하는 것은 그 집단 내의 다양한 차이를 평준화해버리기 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 관객이라는 범주는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분법을 넘어 장애의 다양성과 교차성에 대한 사유로 나아가기 위한 이론적 전략으로서 유효하다. 장애 관객의 범주는 사회적 장애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을 거부하고 장애 그 자체를 본질화하려는 게 아니라, 손상이 있는 몸을 특정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위치시킴으로써 신체적 온전함이라는 보편주의로 환원되지 않는 특수성을 드러내고, 관람 공간이 신체적으로 정상적이고 중립적인공간으로 동질화되는 데 저항하려는 것이다.

_이화진, 보통이 아닌 몸의 영화 보기에 대하여: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관객의 역사화를 성찰하기중에서

 

P. 157

한국 사회는 오래된 잔혹한 낙관주의’(나중을 위해 지금의 잔혹함을 인내하는)와 기술적 미래라는 정동적 사실로서 미래에 대한 낙관과 위협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정동 이론과 페미니스트 정동 이론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몸 없는 미래는 없으며, 미래는 몸으로 온다. 몸 없는 미래를 꿈꾸는 정치적 기획이 엄청난 미래를 예측한다고 해도, 결국 당도하는 것은 죽음 혹은 소멸이다. 사라지는 몸들을 통해 이미 당도하고 있듯이 말이다.

_권명아, 젠더·어펙트 연구에서 연결성의 문제: 데이터 제국의 도래와 인문의 미래중에서

 

P. 203

페미니즘 리부트의 강력한 모멘텀을 제공한 강남역 사건에서부터 미투 선언의 흐름들, 그리고 최근의 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의 현실들은 여성들이 안전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여성만의 공간과 연대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유가 되었다. 신체적, 문화적 동질성으로 상상되는 여성은 공간이자 공동체이자 집합적 주체로 기능하면서 페미니즘 실천의 안전하고 확고한 터전으로 표상되지만 실제로 이렇게 동질적이고 견고한 실재로 표상되는 여성이 성별이분법과 생물학적 본질주의의 작용 속에서 담론적으로 구성되고 실천되는 범주이자 효과이다. 문제는 이러한 본질주의적 담론에 기대어 여성대중을 페미니즘의 주체와 동력으로 조직하고 이를 통해 여성의 권리와 이해관계를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들 속에서 나타나는 페미니즘의 탈정치화와 보수화에 있다.

_김보명, 여성 공간과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배제를 중심으로중에서

 

P. 219-220

박완서는 등단작 나목을 포함해 전쟁 경험을 환기하고 있는 다수의 작품 속에서 과 같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투쟁을 초점화하는데, 이때 집은 가부장 질서에 매어 있는 여성들의 거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 각자가 지닌 지리학의 차원에서 보다 특별한 위상을 갖는다. 박완서의 소설에서 집을 매개로 펼쳐지는 전시의 경험은 그 안에서 부대끼고 시달리는 몸()의 물질성에 각인됨으로써 전쟁이 몸으로 접혀진(fold) 특정한 존재 양태를 불러온다. 집은 더 이상 개인에게 친밀하고 안정된 공간이 아닌 개인 내부 혹은 가족·공동체를 화해 불가능한 존재로 구조화하는 장소가 되며, 이러한 경험은 그것이 체현된 이들 의 물질성과 확실성으로 인해 무엇으로도 재현되거나 환원되거나 분유(分有)되지 않는다.

_권영빈, 한국전쟁과 젠더화된 생존의 기록: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전시(戰時)의 집에 대한 젠더지리학적 고찰중에서

 

P. 253

부산이 도시의 성장서사를 구축하는 과정은 공간의 위계적 분배를 통해 작동해왔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시작으로 삼는다. 그 안에서 지역-낙후-낙후된(나이 든) 사업-기술의 발전 없음의 관계는 노동이 젠더화되는 지점과 맞닿는다. 따라서 노동의 공간적 분할과 불균등한 발전의 과정을 시간성·인과성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 사유를 통해 노동의 젠더화를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이는 남성노동자에서 여성노동자라는 자리바꿈이 아니라, 여성노동자라는 주체 역시 단일한 방식으로 상상할 수 없음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배후지를 젠더지리학적으로 검토하는 일이다.

_신민희, 항구도시 부산과 여성노동자들의 해양노동중에서

 

P. 286

영화(<남자들의 야마토>)에선 전우를 위해, 나라를 위해 싸운다는 비장한 결의가 남자들의 아름다운 각오로 여기저기서 강조되고 있다. 또 특공으로 인한 죽음의 불합리함을 언급하는 곳이 보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각성, 이를 위한 핑계를 누구라도 납득하도록 만들고 만다. (중략) 이는 야스쿠니에 바쳐진 신부인형이 결국엔 야스쿠니가 말하는 내셔널리즘 신화를 강화하는 데 쓰이고 마는 구조와 유사하다. 전사에 따른 슬픔과 아픔(‘여성적인 것’)은 매우 자연스럽게 내셔널리즘(‘남성적인 것’)의 강화로 이어지고 마는 것이다.

_이시다 게이코, 야스쿠니신사의 위령과 여성적인 것의 관계에 대해: 현대 일본 내셔널리즘의 한 측면중에서

 

P. 326

정치하는엄마들이 표방한 당사자 정치는 한국사회에서 돌봄을 둘러싼 정치의 영역이 매우 광범위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돌봄 책임자로 규정된 여성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교차하는 사회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배제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사회 전 구성원들이 연대에 기초한 함께 돌봄의 중요성을 제기하였다.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를 지향하는 이들의 정관과 차별에 맞선 다양한 활동은 보살핌의 윤리가 민주주의를 가부장제로부터 구원해내는데 있어 필수불가결함을 보여준다.

_최이숙, 모성에 대한 전유와 돌봄의 의제화: 정치하는엄마들을 중심으로중에서

 

P. 382

신파성은 법적 정의와 시적 정의, 정의 윤리와 돌봄 윤리, 시장 관계와 돌봄 관계 등 수많은 힘들의 구성물로 볼 수 있다. 그 힘들에 주목할 때, 신파성에 대한 논의는 격동하는 감정으로서의 파토스(pathos)에서 에토스(ethos)로 그 초점을 옮길 수 있게 된다. 에토스는 체계적 양상을 띤다. 에토스는 개인의 본능과 정서의 조직이 문화적으로 표준화된 체계의 표현이다. 따라서 에토스는 사회 미학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다. 또한 에토스는 윤리 미학과도 밀접하며, 윤리 미학은 또한 윤리 정치이기도 하다. 몸과 힘과 윤리의 문제는 신파를 미감의 문제로서 다루고자 하는 시도를 포함하는 동시에 넘어서면서 정동적 지평에서의 논의를 시도하게끔 한다.

_권두현, 신파성재론을 위한 시론: ‘신파에 대한 사회적-관계적 접근중에서

 

P. 394

현재와 미래의 고전문학 연구의 정동적 실천 방향에 대한 고민 역시 학문 연구에 있어 일정한 혹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연구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도태되지 않고 진전할 수 있는 원동력과 추진력을 발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종이 문서에 활자화된 텍스트를 대상으로, 연구자의 직관과 통찰을 기본 도구 삼아 이룩되어 온 고전소설 연구가 과학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였다는 데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고전소설 텍스트와 연구자[인간] 그리고 기계[컴퓨터]가 어떠한 관계 맺음[연결]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가야 하는지를 짚어보아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었음을 인지할 때이다.

_김나영, 고전서사 연구에서 연결성에 대한 논의의 현단계: 고전소설의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 사례 검토를 중심으로중에서

 

P. 450

나는 용무(勇武)가 일종의 젠더화된 정동으로, 진화적 시간 흐름으로서의 민주화가 시간적으로 붕괴하고 교착에 빠졌다는 감각으로 구성되는 다양한 정서들의 집합이라고 주장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젊은 남성 활동가들은 외국인 혐오와 영토적 충성심에 기댄다. 그것은 가까운 미래의 소멸, 단지 남성 활동가 단체에 특유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지배적 자각이 증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또한 전세계에 걸친 오늘날의 정치 문화에 중심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_입이암총, 홍콩의 파열된 시간: 청년, 행동주의, 영토적 충성심중에서

 

   목차

서문: 정동적 전회 이후, 젠더어펙트 연구의 시작을 알리며

 

1: (연결)신체의 역사

인간 존엄의 조건으로서의 상호의존과 연결성: 치매인의 경험세계를 중심으로 (박언주)

우생학의 재림과 정상/비정상의 폭력: 가족계획사업과 장애인 강제불임수술 (소현숙)

보통이 아닌 몸의 영화 보기에 대하여: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관객의 역사화를 성찰하기 (이화진)

젠더·어펙트 연구에서 연결성의 문제: 데이터 제국의 도래와 인문의 미래 (권명아)

 

2: 공간과 정동

여성 공간과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배제를 중심으로 (김보명)

한국전쟁과 젠더화된 생존의 기록: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전시(戰時)의 집에 대한 젠더지리학적 고찰 (권영빈)

항구도시 부산과 여성노동자들의 해양노동 (신민희)

야스쿠니신사의 위령과 여성적인 것의 관계에 대해: 현대 일본 내셔널리즘의 한 측면 (이시다 게이코)

 

3: 미디어와 연결성

모성에 대한 전유와 돌봄의 의제화: 정치하는엄마들을 중심으로 (최이숙)

신파성재론을 위한 시론: ‘신파에 대한 사회적-관계적 접근 (권두현)

고전서사 연구에서 연결성에 대한 논의의 현단계: 고전소설의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 사례 검토를 중심으로 (김나영)

홍콩의 파열된 시간: 청년, 행동주의, 영토적 충성심 (입이암총)

 

 

 

 

 

 

지은이: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쪽 수 : 528

판 형 : 148*225

ISBN : 978-89-6545-690-2 93300

가 격 : 30,000원

발행일 : 2020년 12월 28일

 

‘젠더·어펙트 총서’ 시리즈의 문을 여는 이번 책은 정동 이론을 젠더 연구와 연결시키고, 이를 ‘젠더·어펙트’ 연구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책에는 물질과 담론, 자연과 문화, 주체와 객체 등 근대적 이원론으로 온전히 포착되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 보이는 정동적 분석을 담은 열두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역사’와 ‘공간’ 그리고 ‘매체’의 범주에 따라 총 3부로 구성된다.



 

 


 
약속과 예측 - 10점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연구소 지음/산지니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이수진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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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소설집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광풍처럼 불어오는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1986<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 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각박한 현실 아래 상실되어 가는 절대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때로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특별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고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환기한다. 지친 현대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표제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부의 삶을 그린다. 재난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혼자가 가장 안전한 상황이더라도 내 옆의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소설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세상의 민낯을 꼬집으면서도, 봄을 데려오는 우아한 바람의 존재를 역설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형태와 빛깔이 다른, 저마다 고유하게 빛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물안개는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갖게 된 삼례댁은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살아간다. 남편이 전처에게서 얻은 자식들도 살뜰히 살펴 키워냈다. 어느 날 남편의 전처가 돌아오고, 삼례댁과 남편의 사이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선물의 집은 작은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은수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경로를 그리고 있다. 은수는 자신의 가게 맞은편 전자상회 직원 무호와 짧은 교제를 끝내고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가게에 방문한 손님 할머니는 그런 은수에게 자신의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며 가게에 들른 할아버지에게 즉석만남을 시도한다. ,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며 은수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일지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은 어느 요양보호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두 노인이 서로의 인생을 반추하며 새로운 사랑을 쌓는 모습을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 장면을 통해 섬세히 보여준다.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서로 연대하여 새로운 에덴을 창조해내는 이야기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괴로움에 엇나간 모녀관계를 갖게 된 민경은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선을 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우설에게도 결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 두 사람은 학대받는 두 아이를 입양하여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은 긴 복도에 설치된 난해한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이복 오빠와 새엄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는 타인의 애정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를 거두게 되면서 는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만난 의사가 에게 뜬금없는 치과치료를 권유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물질주의와 동물성을 비판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그리고 있다.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혼외자식을 낳은 그 여자는 정체 모를 아파트 소음에 시달린다. 이웃에 따져도 보고 관리기사를 불러 하소연도 해보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관리기사는 오직 그녀에게만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들려오는 고유 진동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답변만 들려준다. 이해할 수 없는 소음 탓에 이웃과 마찰을 빚는 여자를 이해해 주는 것은 14층 여자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여자는 변화를 맞는다.

물과 불을 지나는 미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한국인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은 현지의 집을 렌트하면서 집주인 홀리, 에드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홀리는 미국문화에 서툰 현서 부부를 가르치려 하는데, 현서는 그들의 간섭과 과도한 요구사항들이 불쾌하다. 중첩되는 갈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불가해함을 느낀다. 그러나 소설은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어떤 피로를 불러오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끝내 소통부재를 극복하고 피어난 유대의 소중함을 성실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연결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살아야 할 것인가. 소설 속 인물들은 오해 속에 난관을 맞닥뜨리고 힘겨워 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의 일면을 포착한다. 소설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자꾸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세상에 너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느냐고 우리에게 다정한 말을 걸고 있다.

 

 첫 문장 

혹시 남편의 체온이 느껴지나 싶어 옆자리를 더듬어보았지만 곁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 대신 온기 없는 싸늘한 이부자리가 만져졌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5      간밤의 꿈이 생각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삼례댁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럴 때의 삼례댁은 언제나 열아홉살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돌아보니 남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꿈속에서 산을 오르고 손을 붙잡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돌아보면 상대는 언제나 남편이었다. 꿈속에서조차 상대는 남편이었다. 매번 그랬다. 삼례댁은 그 남자, 남편밖에 몰랐다.

 

P.73      왜 진즉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야만 들을 수 있는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아픈 이야기일수록, 깊은 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거다. 그날 늦은 오후, 1층 노부부의 안방에 있던 오동나무 반닫이는 2층 아들네 방으로 옮겨졌다. 진즉 그랬어야 했던 반닫이였다. 노인은 중년의 아들에게 미안해서 깨끗한 앞마당을 자꾸 쓸었다.

 

P.226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미움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싶다. 내가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이런 희망쯤은 품고 살아야 당연하다. 그렇게 내 운명에 길들여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내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P.93      내 상처 입은 영혼아. 내게서 떠나가라. 나는 새로운 나의 주인 희망을 맞아들였다. 나는 희망에게 복종할 것이며, 새로운 두 생명을 책임질 것이다. 나는 사랑할 것이다. 내 불쌍한 영혼아.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가라.

 

 저자 

문선희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며 울산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평생학습원에서 현대 영문학 디플로마 및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86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고, 1996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단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창작동화집 말하는 거북이』 『벙글이 책가게 단골손님』 『나의 분홍 삼순이, 전기문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청소년장편소설 장다리꽃, 장편소설사랑이 깨우기 전에 흔들지 마라등이 있으며 현재 울산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물안개

바람, 바람, 코로나19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

선물의 집

물과 불을 지나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

내 안에 있는 나라

 

작가의 말



 




『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지음|264쪽|978-89-6545-687-2|15,000원|2020년 12월 07일|한국소설


198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 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바람, 바람, 코로나19 - 10점
문선희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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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협력의 새로운모색, 

       부산-상하이 협력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퉁지대학교 중국전략연구원 공편



 한반도 통일과 북핵 문제, 대만해협의 긴장, 남중국해 분쟁… 

격변하는 동아시아 정세변화 속에서 한중 관계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다

동서대학교는 2016년 사드배치의 긴장과 얼어붙은 한중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중국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도모하고, 민족주의적 관점을 넘어 동아시아의 다양한 쟁점들을 교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노력의 연장선으로 동서대와 퉁지대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이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동아시아 정세변화와 한중 관계를 분석하는 책을 발간했다.

동아시아는 문화적 밀접성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가 강해 역내 국가(--) 간 화합이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조공관계와 사대주의로 맺어진 전근대적 우월감과 피해의식이 얽혀 있는 데다 19세기 말 이후 전쟁과 침탈 등으로 형성된 원한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까지, 평화구축은 물론 안정적 경제교류 또한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책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중 협력 현황을 국제 정치 이슈를 통해 분석하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한중 간 경제·문화적 교류 협력 방향을 제시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와 퉁지대 중국전략연구원이 동아시아 평화구축의 진정한 해답으로 제안하는 동아시아지역주의는 탈민족주의 관점을 확산시키고 역내 정치이슈에 대한 역외 국가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해 새로운 동아시아시민사회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심화되는 국제 갈등 속에서 우리가 쥔 열쇠, 동아시아지역주의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한중 협력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2부에서는 한중 간 경제적 협력 방안을, 3부에서는 한중 간 문화교류의 역할과 방향을 살펴본다.

동아시아 지정학은 유난히 복잡하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인 한반도의 한국과 조선(북한) , 동아시아에 위치하면서도 부재하는 일본, 그와 반대로 동아시아에 부재하면서도 현존하는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동아시아에 속하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서는 중국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춘성, 동아시아인의 정체성 형성, 장애와 출구: 비판적 동아시아 담론을 중심으로에서 인용)

지난 40여 년간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의 세계적 입지 부상에 따라, 미국의 강력한 중국 견제와 양국 간의 전략적 경쟁이 국제관계 향방의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국제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양국이 보여준 입장 차이는 과거와 다르다. 협력에 따른 공동대응보다는 압박과 책임전가의 양상을 띠고 있어, 미중 간 전략적갈등상황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치열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경쟁 아래, 한미동맹과 한중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최대한 조화롭게 유지해야 하는 한국은 과중한 부담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상황 속에서 동아시아지역주의는 역내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체계를 제시함으로써 지역의 안전과 경제교류의 안정화를 도모한다. 동아시아지역주의는 호혜적이고 보완적인 한중 협력 관계의 동력이 되는 중요한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지역주의화 현상은 국제정치경제의 오래된 핵심 이슈 중 하나로, EU(유럽연합)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라고 볼 수 있다. EU의 사례는 지역주의가 역내 국가 사이의 전쟁과 충돌을 방지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임을 보여준다. 국민국가 중심의 세계관과 국익우선의 논리를 탈피하여 동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사상적 문화적 정체성을 통해 동아시아시민사회라는 새로운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

 

 부산-상하이, 연해에 위치한 국제도시들의 잠재력 

민족국가 중심을 초월하여, 민간 네트워크를 선도하다 

부산과 상하이, 후쿠오카와 같이 동아시아 각국 연해에 위치한 국제도시들은 도시특성상 개방성과 포용성을 품고 있어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동아시아 공동체적 사고를 형성하기에 알맞다. 시민단체와 지방정부, NGO 등이 주도하는 네트워크는 장기간에 걸쳐 지역통합을 추구하고, 국가주도의 협의와 별개로 동아시아 지역 내 영토갈등과 역사갈등을 완화시키는 힘이 있다. 또한 환경문제와 지역개발, 다문화 교육, 개발 원조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의견 교환과 역량강화, 상호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책은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처럼, 민간교류를 활성화하여 민간연대를 먼저 튼튼히 할 것을 제안한다.

동서대와 퉁지대의 부산-상하이 협력포럼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부산과 상하이의 실질적인 민간교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연관 키워드 

#한중관계, #신남방정책, #일대일로, #동아시아지역주의, #부산-상하이 협력

 책 속으로/ 밑줄긋기 

첫문장

1992년 한중 수교가 체결된 이후, 한중관계는 28년간 모든 방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p. 18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들인 미국과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국익을 내세우기보다 지역이나 국제사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북핵문제는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에 배치되는 중대한 문제이면서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소극적이면서 장기간 사실상의 핵보유 국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되는데 이런 점에서 미중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시간표 제시 그리고 검증에 대한 합의가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적극 협력할 필요가 있다.

 

p. 32

부산과 상하이는 각각 양국 수도 이외의 가장 중요한 항구 도시들로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중국의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서 각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 도시 간의 협력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부산-상하이 포럼 같은 플랫폼이 보다 활성화되고, 이를 통해 국제정세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는 물론이고 경제적, 문화적 방면에 상호 도움이 되는 실질 협력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함으로써 양국 도시 간, 나아가 양국 간 우호협력 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P. 92

한국 내에는 한반도가 미중 간 세력경쟁의 각축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또한 한국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을 추월함에 따라서 한중 관계가 한미 관계를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 혹은 대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져왔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외교력으로 생존 모색의 성공적 경험이 취약했 기에 이러한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나 이를 양자택일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한국의 선택지는 매우 제한되고 그 운신의 폭도 매우 좁아진다. 양자를 대체제로 인식하지 않고 보완제로 접근해야 하는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P. 292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구문화의 지배와 근대화를 거쳐 국민국 가로 성장해왔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근대화 시기 서구 이념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주의를 과도하게 숭상하고 배타적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등 동아시아 사람들의 인간관과 역사관 그리고 세계관을 변질시켜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구를 극복한 동아시아 정체성에 기반하는 동아시아지역주의 구축이 중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 중국, 일본에 남아 있는 전통 가치 가운데 미래적 의미가 있는 가치들을 보존하고 동아시아 공동의 정체성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저자 소개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2015 9 16일 정식 개소한 이래 중국의 대학 및 연구소들과 협력하여 <부산-상하이 협력포럼>, <한중 동북아지역 협력세미나>, <한중일 동북아협력 국제심포지엄>, <신남방정책-21세기 해상실크로드 협력포럼>을 포함하는 국제학술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국내 학술토론 행사로서는 <DSU 중국학술토론회>를 분기별 1회 개최하고 있다아울러부산 경남 지역에서의 중국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한 <동서중국 시민강좌>를 운영하고 있으며최근 중국동향을 중심으로 한 소식지 <동서중국웹진>, <동서중국브리프>를 작성온라인으로 배포하는 등 부산 경남지역에서 중국연구와 대중국 교류활동의 중심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2020 12월 현재이홍규 교수가 소장직을 맡고 있다.

 

퉁지대학교 중국전략연구원

2015520일에 설립되었다. 퉁지대학교 먼홍화 특임교수를 원장으로 임명하고 중국 국무원 참사 스인홍 교수를 학술위원회 주석으로 임명하였다. 현재 12명의 학술 연구 인력이 있고 16명의 겸직 학술 연구인력이 있다.

개방적인 연구기구로 중국의 평화 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략 의제를 연구 대상으로 하며 중국 국내외 학술 기관들과 협력을 통해 학술 성과를 꾸준히 ᄊᆞᇂ아가고 있으며 중국 전략 연구의 핵심 기지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전략학>, <중국전략전통>, <대국전략비교연구>, <중국국가안전전략> 등 전략 관련 전공 교재를 출판하였고 중국전략학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 외에 <중국전략보고>(2)를 발행하면서 학술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과학연구, 교학, 자문을 아우르는 삼위일체의 새로운 싱크탱크로 거듭나고 있다.


 목차 

 



한중 협력의 새로운 모색, 부산-상하이 협력

동서대학교 중국연구센터, 퉁지대학교 중국전략연구원 공편|304148*220978-89-6545-682-7 0330025,0002020125국내도서> 경제경영> 경제학/경제일반> 경제사/경제전망> 아시아 경제사/경제전망

동아시아는 문화적 밀접성에도 불구하고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가 강해 역내 국가(--) 간 화합이 어려운 실정이다. 과거 조공관계와 사대주의로 맺어진 전근대적 우월감과 피해의식이 얽혀 있는 데다 19세기 말 이후 전쟁과 침탈 등으로 형성된 원한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까지, 평화구축은 물론 안정적 경제교류 또한 지속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책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중 협력 현황을 국제 정치 이슈를 통해 분석하고, 정밀한 분석을 통해 한중 간 경제·문화적 교류 협력 방향을 제시한다. 동서대 중국연구센터와 퉁지대 중국전략연구원이 동아시아 평화구축의 진정한 해답으로 제안하는 동아시아지역주의는 탈민족주의 관점을 확산시키고 역내 정치이슈에 대한 역외 국가의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해 새로운 동아시아시민사회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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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동남아 무역왕국 『말라카』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지, 말라카의 모든 기록을 담다
“말라카는 대단한 미스터리였고, 그 진면목은 역사 속에 묻혀 있다.”

말라카 해협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항로다. 중국이 석유와 무역상품을 수입하는 주요 관문이자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가장 중요한 뱃길로, 연간 10만 척 이상의 배가 운항되는 곳이다. 세계 패권을 차지하려는 미국과 중국이 말라카 해협의 국가들과 동맹국을 맺으려는 이유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말라카 해협은 15세기 국제 무역항으로 번영의 정점에 달했고 그 중심에는 해상무역을 전담했던 항구 도시 말라카가 있었다.

이 책은 15세기 동양 최대의 무역항이자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말라카의 모든 기록을 정리한 역사서이다. 말라카의 도시와 사람, 왕위 상속과 계승자, 귀족과 지방, 경제, 전쟁, 교통, 놀이, 부패, 사랑, 법률, 그리고 말라카와 이슬람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저자 파라하나 슈하이미는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역사 연구자로, 이 책은 『말레이 연대기Sulalatus Salatin』, 『인도의 전설』, 『동쪽으로 가라』, 『말레이 술탄국의 기술』, 『말레이 술탄국의 행정: 출현과 영광』 등 말라카 역사를 다룬 실제 문헌에 근거해 서술했다. 

당시 말라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현재 상하이나 싱가포르와 유사한, 동서양을 연결하는 주요 수출입항인 동시에 베니스에 비견되는 국제 무역항이었다. 인구는 10만 명 정도였고 60여 곳의 무역 상인들이 오갔으며 84개의 외국어를 사용했다. 이 책은 동남아 무역왕국이었던 말라카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말라카를 모르는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또한 국내에 소개된 말레이시아 관련 책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 책을 번역해 출간함으로써 말레이시아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준다.


고도화된 문명을 이룩한 국제 무역도시 말라카

말라카는 수준 높은 문명을 이룩한 도시로, 대규모 국제 무역항의 면모를 갖추었다. 무역 상인들은 계절풍을 타고 오랜 기간 도시에 머무르며, 비단, 금, 향신료 등을 거래했다. 교역 상품은 열대기후나 화재에 상하지 않아야 했으므로 말라카는 상품을 오랫동안 보관하기 위해 저장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기술은 무역 상인들에게 높은 신뢰감을 주었다. 또한 말라카는 잘 정비된 상하수도 시설과 도시 설비, 여러 국가의 배가 입출항 할 수 있는 선박 시스템을 마련했고 다양한 국가와 인종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교역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말라카는 우수하고 정교한 선박 기술을 보유했다. 선박은 특정한 목적에 맞춰 건조됐다. 범선의 돛은 세 가지 모습으로 눈가리개 모양의 돛을 배치했고 바람을 받아도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범선에 어떤 부분은 부서짐 방지를 위해 단단한 나무를 사용했고 어떤 부분은 장비 설치를 위해 부드러운 나무를 사용했다. 말라카 선박 용량도 대형이었다. 선박 여덟 척의 최대 용량이 포르투갈 스무 척에 필적했다. 여기서 말라카 최전성기에 거래된 상품의 양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저자는 말라카의 선박 기술이 유럽 선박 기술에 지지 않았음을 피력하며 말라카의 수준 높은 문명을 보여준다.


조화와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 법률로 다스린 말라카

저자는 이 책에 34쪽에 걸쳐서 말라카 법조항을 상세히 기술했다. 술탄 무자파르는 조화와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 23개 지역과 식민지에 44개 조항의 교회법을 시행했다. 교회법은 제국 전체를 통해 총리, 테멘궁, 책임 재무관, 그리고 유사한 직책을 가진 귀족들에게 참고 기준으로 활용됐다. 사유 재산의 기준이 엄격했고 절도에 대한 형벌도 단호했다. 배가 고프거나 투쟁하는 사람을 노예로 삼는 것은 불법이고 난파된 배의 노예를 파는 것은 금지했다. 노예를 함부로 하지 못한 법조항도 눈에 띈다.

술탄 마흐무드 샤 통치 시기에는 해사법이 도입됐는데 법은 25개 장과 8개 부속서로 이루어졌다. 해사법을 살펴보면, 선원들의 임금은 목적지에 따라 결정됐다. 배에 모든 불은 사용한 후 꺼야 했고 불을 낸 사람은 태형 두 대를 맞았다. 배에서 도둑질할 경우 귀족이라도 벌을 받아야 한다. 범선 소유자는 계절풍이 불 때까지 출항을 멈추어야 했다. 이 해사법은 말라카의 뛰어난 세 명의 선장이 실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해사법은 말라카항이 세계적인 항구가 된 바탕이 됐다.

이러한 법률은 말라카가 단지 지역의 이점만으로 번성한 나라가 아님을 증명하며 서양의 배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동남아시아는 미개하고 계몽이 필요했다는 시각을 완전히 뒤집는다.


포르투갈은 말라카를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

말라카는 인기 있는 경제 중심지로 외부의 침략도 잦았지만 해안, 늪지, 강 등 자연환경을 지혜롭게 이용해 도시를 방어했다. 어떤 적도 말라카를 완전히 점령할 수 없었고 일부분만 잠시 탈환했을 뿐이다. 1511년 말라카가 포르투갈의 점령으로 제국이 멸망했다고 여기지만 수도만 함락됐다.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그들이 가진 자산을 모두 약탈했다고 생각하지만 포르투갈이 말라카의 부를 가져간 것은 3분의 1밖에 안 됐다.

저자는 이 책에 도시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은 포르투갈 전쟁에 대해 지도를 이용해 실감 나게 전개한다. 포르투갈 공격 당시 말라카에는 2만 명의 무장한 병사를 두고 있었고 제국 군대에는 징집된 군인들에게 복무와 참전에 대한 금전이 지급했다. 비록 포르투갈에 패배했지만 말라카는 부유하고 군사력이 막강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끊임없이 포르투갈이 말라카를 공격했던 이유는 동양에서 오는 무역독점, 특히 향신료에 대한 베니스의 독점을 깨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이 점령한 이래 인도양과 태평양에 진출했던 네덜란드와 영국과 같은 제국주의 유럽 열강 중 말라카를 차지하지 않고 성공적으로 아시아-인도 무역망을 경영한 세력은 없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에이 파모사는 말라카를 차지하기 위해 포르투갈과 네덜란드의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는지 보여준다. 


말레이시아와 말라카 술탄국을 이해하다

이 밖에 책에서는 말라카 술탄국의 형성과 행정 체계에 대해 서술한다. 「말라카 왕위 상속과 계승자들」에서는 결혼과 계승으로 교체되는 술탄에 대해 설명하고 「말라카의 귀족과 지방」에서는 궁궐의 신하들과 귀족, 관리들의 역할을 전한다. 그들은 각국 정부의 행정을 진두지휘하였으며, 술탄의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조언했다. 

이 책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정신적 수도이자 말레이시아 문명 발상지이며, 현 말레이시아의 시조 국가인 말라카 왕국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책은 동남아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생과 청소년에게는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으며, 시사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의 궁금증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첫 문장                                  

“누구든 말라카의 통치자가 되는 사람은 베니스의 목에 손을 얹게 된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말라카에는 켈링 케이프(Keling Cape), 차이나타운, 자바 마을 등과 같은 대규모 상인 거주지역이 있었고, 그 지역은 모두 무역업자들의 주거지역으로 활용되었다. 끊임없는 혼잡함에는 다른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데, 상인들 대부분이 계절풍이 부는 시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너무 오랜 기간 체류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야만 그들은 현저하게 낮아진 가격으로 더 많은 상품에 돈을 물 쓰듯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P.96 한때 2,000척의 배가 이 무역항에 정박할 수 있었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주그라(Jugra), 벤탄, 그리고 탄중 비다라의 항구가 말라카항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시 대기항의 역할을 하였다. 허락을 받으면 상선들은 상업목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그 이외에도, 말라카항은 전 세계의 모든 형태의 선박들에 인기 있는 목적지였다

P.73 술탄 마흐무드 샤는 이를 보충하기 위해 해상법을 도입하였다. 그것은 해상 침범이나 해상 무역에 관련된 모든 사건을 구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P.174 말레이 다도해의 반도와 섬에는 한 번도 고품질의 목재가 없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한 목재는 특정 선박의 부품을 아주 다양하게 공급하는 원천이 되었다. 목재의 풍부함으로 인해 술탄 국가들은 다재다능하고 신속한 해군을 육성할 수 있었다. 


저자 파라하나 슈하이미(Farahana Shuhaimi) 

말레이시아 국립대(UKM)에서 역사, 정치, 그리고 전략학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말레이족과 관련된 역사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해협(海峽) 정착지와 말레이 땅의 치유 및 건강 문제를 탐구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드난 나왕 교수가 말레이시아 국립사료원에서 자바(Za’ba)에 대한 연구를 할 때, 파라하나 슈하이미는 연구조교로서 가딩 베르투아(Gading Bertuah)라는 이름으로 함께 일했고, 객관적인 역사 서술에 기초한 역사적 탐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였으며, 말레이 대중들에게 역사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다른 종족을 배제하지 않는 가운데, 그녀는 한때 세계적 수준의 경제발전에 영향을 미쳤던 말레이족의 신비에 대해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역자 정상천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1대학(팡테옹 소르본느)에서 역사학 석사(DEA)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상공부와 통상산업부에서 근무했고 1998년부터 외교통상부에서 한/아세안, 한/프랑스 등 국제관계를 연구했다. 이후 다시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쳐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재직했다.

대표 저서로 『아시아적 관점에서 바라본 한불통상관계』(파리 출간), 『나폴레옹도 모르는 한-프랑스 이야기』, 『한국과 프랑스, 130년간의 교류』,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가 있고 최근에는 『벽이 없는 세계』를 번역했다.




말라카 15세기 동남아 무역왕국

파라하나 슈하이미 지음 | 정상천 옮김 | 256쪽│140*22018,000원 | 2020년 11월 27일 출간

9788965456810 03910 


이 책은 15세기 동양 최대의 무역항이자 해상무역의 중심지였던 말라카의 모든 기록을 정리한 역사서이다. 말라카의 도시와 사람, 왕위 상속과 계승자, 귀족과 지방, 경제, 전쟁, 교통, 놀이, 부패, 사랑, 법률, 그리고 말라카와 이슬람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말라카 - 10점
파라하나 슈하이미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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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에메랄드 궁』의 

박향 작가가 쓴 첫 번째 에세이

제주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이제 이곳에서 조금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문득 이곳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다. 유행하는 한 달 살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쁜 시간의 허리를 톡 떼 내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작은 시골집을 숙소로 삼아 동네와 그 주변, 때로는 조금 멀리 나들이를 갔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았기에 매일의 기분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졌다. 휴대폰 알람이 아닌, 제주 앞바다의 파도 소리에 이끌리듯 잠이 깨면 습관처럼 바닷가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여행을 왔으니 꼭 관광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했다. 어떤 날은 에어컨을 켜둔 채 집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침대에 누워 시골 책방에서 산 책을 읽거나 하릴없이 뒹굴기도 했다.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을 보며 아름다운 슬픔을 가슴 속에 가득 채우다

작가는 열흘 동안 매일 사진을 찍었고, 저녁마다 일기를 썼다. 제주를 떠나올 때쯤, 찍었던 사진을 살펴봤을 때 작가는 깨닫는다. “아, 노을을 찍은 사진이 많구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바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었다. 여행 첫날, 숙소 동네에서 우연히 노을을 발견하고 감동한 후 매일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노을을 찾았다. 그때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자기의 시간이자 일상에서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대는 노을을 보며 작가는 김원일의 소설 『노을』에 나오는 ‘대장간의 불에 달군 시우쇠처럼 붉게 피어난 노을’이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처음엔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황홀한 아름다움이 조용하게 변화하는 순간 그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움직였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 ‘무엇’ 때문에 열흘간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노을을 눈에 담았다. 



여행과 일상, 그 경계에서 따뜻한 위로를 만나다

작가가 10년 전에 쓴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에는 힘든 시기를 지나온 주인공과 가족들이 마지막에 함께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마지막 대목을 놓고 작가는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고백한다. 소설을 다 쓰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주인공이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밥상을 차리는 것이고, 상처 받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그 밥을 먹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식사는 대부분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숙소 마당의 작은 정원에 자라는 가지, 깻잎, 고추, 파 등은 훌륭한 식재료가 되어 주었다. ‘밥 잘해주는’ 친구 ‘경’이 차려주는 밥상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작가에게 말이 필요 없는 위로와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예약된 병원에 가고, 은행에도 가야 한다. 출근도 해야 하며, 여러 가지 집안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열흘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기억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방랑자들』의 한 대목 “나의 첫 여행은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제주여행 #살아보기 #엄마의 여행 #작가의 여행 #자유여행


첫 문장                                                            

오전 11시 45분 비행기였다.


책 속으로                                                          

P. 15-16   무엇보다 우리는 좀 여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장소를 옮긴 것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알게 될 것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이 봄날의 기운처럼 우리 곁으로 왔으면 했다. 떠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님을, 우리 인생이 여행 그 자체임을 느껴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다.

p. 27-28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서서히 바다에 젖어들고 있었다. 태양은 동그란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댔다. 하늘도 바다도 핏빛이었다. 멀리 작은 등대도 해안의 작은 집들도 핏빛 속으로 스러져 갔다.


P. 104   지나고 보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서 모든 걸 망쳐 버리는 때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좋은 파도가 와도 놓쳐 버리거나 방심하다 바다에 빠져 버리기도 했다. 기다린다는 것, 가장 좋은 때를 알아챈다는 것은 지금도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패한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래의 여자』 속 남자처럼 그 시간들이 모여서 기다리는 법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도를 타 넘으며 패들을 멋지게 회전시킨 젊은이의 모습이 눈부신 윤슬 사이로 흩어져 내렸다.


P. 195   오늘도 제주 노을을 보러 간다. 어쩌다 보니 제주의 서쪽에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코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각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 속에 있는 그 순간, 우리를 가득 채우는 풍만함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슬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억과 망각의 순간이 뒤섞이며 우리를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시간을 차마 입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 소개                                                          

박향

다락방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손수건만 한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조금 더 자라 문학소녀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하고 곧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 만에 첫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를 펴냈다. 이후 작품집 『즐거운 게임』, 『좋은 여자들』을,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 『에메랄드 궁』, 『카페 폴인러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를 펴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제5회 현진건문학상 대상, 제12회 부산작가상, 제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한 달은 아니라도, 한 번쯤은 그 바쁜 시간을 똑 떼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용하고도 여유롭게 엄살 같은 걸 떨어 보고 싶었다.

2019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간 오랜 친구와 나는 제주도의 작은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묵은 동네와 그 주변, 그리고 아주 가끔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주변을 거닐고 그곳의 풍광을 찍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아서 그날 기분에 따라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목차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출발 

노을에 젖다 

한밤의 방문자 

거문오름과 어깨동무하다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는 

밥 잘해 주는 친구 

보말과 허브가 있는 바다 

기다림에 대해 

좋아요 

팔찌 네 개 

초록이 또렷해지면 

맥주 두 캔과 꼬깔콘 한 봉지 

바다에 취하고 

순이삼촌 이야기 

햇살 가득 한담산책로를 걷다 

너는 춤추고 나는 책 읽고 

노란길이 있는 마을 

똑똑아, 안녕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208쪽| 127*188|15,000원|2020년 11월 18일 

978-89-6545-680-3 03810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 10점
박향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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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11.27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 낙엽과 에세이!
    사진 좋네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11.27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책 사진 너무 이뻐요. 선생님 프로필과도 셋투셋투

  3. BlogIcon Peace21 2020.11.27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컬러감이 좋네요. 가을 감성 가득~

마음을 공부하는 능엄경 이야기

불교와 여래장


황정원 지음



주역의 대가 야청(也靑) 황정원

진심과 여래장을 설명하는 논증법문을 정리하다 

 

불교는 고통을 버리고 행복을 찾는 것을 종지(宗旨)로 한다.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달성하고자 인생과 우주의 진리를 이야기한다. 모든 중생들이 그런 목표를 달성하도록 가르치고 도와주는 이야기가 싯달타 부처의 가르침이다. 인생의 고해를 건너가자면 먼저 인생의 실상을 알아야 하고, 동시에 넘어야 할 세파의 진상도 파악해야 한다.

대승불교는 인생의 실체는 진심이라고 하고, 세상의 진상은 여래장이라고 한다. 그래서 먼저 나의 마음을 가장 자세하게 설명한 심지법문을 배워야 하고, 이어서 삼라만상의 본체인 여래장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 경전의 내용을 제대로 알아야 불교에 바르게 입문했다고 할 수 있다.

저자 황정원은 2011, 불교경전 <능엄경>에서 마음을 설명하는 부분을 가려내 풀이한 불교와 마음을 출간한 바 있으며, 이번 책에서는 <능엄경> 3권 이후에 나오는 여래장 법문들을 정리했다.

 

<능엄경> 공부에서 나의 본래면목인 청정각명(淸淨覺明)을 이해하고, 다시 삼라만상의 진상(眞相)인 여래장(如來藏)묘진여성(妙眞如性)을 공부한다면, 문사(聞思)공부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다음은 수행(修行)인데, 만약 문사(聞思)공부가 제대로 되었다면, 마지막 수()공부는 저절로 진행된다_머리말중에서

 

진심과 여래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논증법문을 해석·설명한 이 책으로 여래장 문사수(聞思修)에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모든 중생은 여래장이다

여래장사상이 바라본 중생의 본 마음 

 

여래장(如來藏, tathagata-garbha)’이란 범어(梵語)의 의역이다. 이 단어는 <능엄경>·<여래장경>·<승만경>·<능가경>을 비롯하여 대승경전에 두루 등장하며, <대승기신론>·<불성론> 등 후기 논장(論藏)에도 나온다.

<여래장경>은 번뇌(煩惱)에 가리어서 나타나지 못하고 숨어 있는 여래(如來)를 여래장(如來藏)이라고 설명하는데, 사람마다 차별없이 모두 여래가 될 잠재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본다.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 즉 이 세상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은 다 불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여래장사상의 주요 명제이다. 다시 말해서, 여래장은 번뇌에 둘러싸인 중생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부처와 동질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중생은 여래의 몸, 여래의 지혜, 광명을 간직하고 있으나 온갖 고뇌에 둘러싸여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여래장사상은 세계와 중생이 오염됐음을 현실로 인정한다. 다시 말해서, 여래장은 궁극적으로 극복해야 할 번뇌의 실존을 배제하지 않는다. 여래장사상은 비환원적 불이론 또는 실존적 존재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여래장과 번뇌의 불가분리를 확인하고, 중생의 현실을 수행의 토대로 삼는다.

 

번뇌(煩惱)는 몸과 마음을 번잡하게 하거나 괴롭히는 모든 정신작용을 가리킨다. 번뇌가 바로 발업(發業)과 윤생(潤 生)의 주범(主犯)이다. ()을 짓는 발업(發業)은 과거(過去)가 되고, 과보(果報)를 받아 살아가는 윤생(潤生)은 미래(未來)가 된다. 이것들이 이어지면서 윤회(輪迴)가 계속되니까, 해탈(解脫)하려면 먼저 번뇌(煩惱)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_본문 중에서

 

이처럼 여래장은 마음과 깨달음의 구조를 설명하는 논서이자, 중생의 현실이 바로 수행의 토대이고 수행과정에서 다른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을 가질 것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승불교 수행 지침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청정한 삼업(三業)으로 

내면에 깃든 빛나는 마음을 발현하다 


여래장사상의 명제는 우리들 중생은 모두 여래의 지혜와 같이 빛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겸허한 믿음과 역동적인 실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주체적인 앎을 추구할 것이라는 인간의 내재적 가능성에 대한 신뢰에 바탕하고 있다. 여래장사상에 따르면 중생은 참선, 염불, 주력 등의 수행으로 삼업청정(三業淸淨)한다면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다.

 

먼저 공리(空理)를 요달하고, 무명(無明)의 정체를 알고, 나아가 무연지(無緣知)를 체득하여 분명하게 청정(淸淨)각명(覺明)이 되면 그것이 바로 무공용도(無功用道)에 이르는 지름길이 아니랴! (...) 따라서 무연지(無緣知)를 요달(了達)하여 일념(一念)을 제대로 알아차려야만, 비로소 일념(一念)으로 새지 않는 무루선(無漏善)을 훈수(熏修)하는 것이 가능하다.

 

불교와 여래장은 마음속으로 침잠하여 번뇌의 실체를 파악하여 스스로 깨달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철학가, 종교인, 불교학자뿐만 아니라 마음을 승화하려는 사람들이 깨달음의 경지를 더하고 지혜를 향상시키도록 도울 것이다.

 





『불교와 여래장』

황정원 지음│368쪽│978-89-6545-679-7 03220│152*225(신국판)28,000원 | 2020년 11월 6일 출간


*분야
국내도서> 인문학> 교양 인문학
국내도서> 인문학> 동양철학> 불교철학
국내도서> 종교/역학> 종교일반> 종교철학
국내도서> 종교/역학> 불교> 불교 경전/법문






불교와 여래장 - 10점
황정원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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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출간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2020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일반부분에도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 구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자에게 감동을 전하며 강연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을 한정 수량으로 출간한다.


_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지키며 삶을 버티게 하는 글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_「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중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전하는 삶의 이야기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깊고 그윽하며 단단하다. 불안, 슬픔, 고독을 부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때로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외로움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삶에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상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삶을 붙드는 족쇄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목표에 연연하기보다 이 순간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한다. ‘저곳’을 꿈꾸지 말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이곳’에 충실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저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실은 바로 ‘이곳’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라 전한다. 이렇듯 힘 빼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문장을 빚어내 일상의 방에 만들다

“소심한 자가 갈팡질팡하며 고민한 흔적들”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이 있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는 동안, 정작 자신의 손에 가락지 하나 없었다는 푸념을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 앞에서 풀어놓는 글이다. 그녀의 글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_「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중에서


저자는 책에서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또 글쓰기 덕분에 지금 자신의 삶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교수가 돼서도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필요성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고루한 훈화 대신 책 읽기와 글쓰기로 삶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공독(共讀), 마음의 경계를 허물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 「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독서, 연민과 자기 이해의 여정」 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 나아가길 독려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는 일임을 책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작가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기어 올린 단어들

슬픔, 늙음, 방황 그리고...


삶은 항상 즐거울 수 없다. 희로애락 속에 자신을 담금질해 가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원숙하게 받아들인다. 기쁨보다는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는 부정적 감정을 수면 위로 올려 일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만든다.

저자는 「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에서 슬픔에 대해 말한다. 16년간 함께했던 강아지 ‘별이’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슬픔을 기록하기로 한다. 글쓰기로 애도하며 그리움을 기록하고 그 존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가 진정 애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이별의 순간과 애도하는 시간에 대해 쓴 글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또 방황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대학 시절 자살 여행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우연히 가출 소녀를 숨겨주게 된다. 소녀를 쫓던 폭력배들에게 달아나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 “살고 싶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킨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려고 애썼던 그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과시만이 SNS 계정에 도배되는 요즘, 슬픔도 기록될 수 있고 방황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일상의 균열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곳을 다시 메꾸면서 단단해지고 원숙해지는 법을 나눈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이국환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문학과 아내라 생각한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책으로, 아내를 만난 후에는 사람으로 세상을 배웠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책과 영화,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울적할 때는 기타를 연주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주로 고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직접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쓰기도 한다. 운 좋게도 글 한 편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 이를 통해 여기저기 글을 드러내게 된 것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텔레비전에서 <다시 책이다>, 라디오에서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소개했다. 동아대 최우수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남은 생도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이국환 지음│270쪽│978-89-6545-678-003810
46판 양장(127*188)16,000원 | 2020년 11월 10일 출간 

예술과 철학에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10점
이국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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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총서 37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기억되고, 표상되어 온 일본군 위안부를 읽다

일본군 위안부 표상을 통해 돌아보는

일본의 어제와 우리의 현재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조선인 위안부’는 어떻게 표상되어 왔는가

1990년대 초반 피해 당사자의 증언으로부터 쟁점화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학, 국제법, 여성학, 내셔널리즘, 포스트 콜로니얼리즘이라는 다양한 학문적 시좌에서 고찰과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학문적 연구뿐 아니라 다양한 각도의 접근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전후 일본’의 기억과 표상의 영역에서 분석한 연구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왜곡하는 일본사회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방식으로 인식/표상되어 왔는지 그 계보를 추적한 연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학과 일본문화를 전공한 저자는 패전 이후 일본사회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식으로 표상되어 왔으며 그 속에 내재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근래에 일본에서 보이는 ‘위안부’=자발적 성매매여성설의 역사적 계보를 추적한다. 


어디에서부터, 무엇으로부터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표상이 만들어졌는가

일본의 패전 이후 미연합군 사령부(GHQ: General Headquarters) 산하에서 미디어 정보통제와 검열을 담당하던 민간 검열국(CCD: Civil Censorship Detachment)에 제출된 한 편의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서문이 붙어 있었다. 

이 작품을 전쟁의 기간 동안 대륙의 벽지에 배치되어 일본군 하급 병사들의 위안을 위해, 일본여성이 공포와 멸시로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던 여러 최전선에서 정신하며 그 청춘과 육체를 바쳐 스러져 간 수만의 조선낭자군에게 바친다.

이 책은 이 서문의 문구로부터 시작되었다. 검열에서 전체 공표불가 판정을 받은 이 소설 「춘부전(春婦伝)」이다. 소설의 작가 다무라 다이지로(田村泰次郎)는 일본의 ‘전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소설 「춘부전」은 일본에서 194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후 연극,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약 20여 년에 걸쳐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며 ‘일본군 위안부’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다. 「춘부전」에 등장하는 하루미는 피식민지 조선인 여성으로 자발적으로 전장으로 향해 일본군에게 성적 ‘위안’을 제공한 존재이자, 열정적으로 일본군 병사를 사랑하여 그와 함께 죽는 인물이다. 여기서 표현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상은 1990년대 후반 일본사회에서 나타나는 왜곡/비하된 ‘위안부’ 상과 동일선상에 위치한다.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전쟁/기억/젠더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장에서 ‘에로틱한 타자’로 표상되는 ‘조선인 위안부’는 전쟁책임과 전후처리의 과정을 누락한 채 구축된 산물이다. ‘전후’의 사상적, 정치적 기반 위에 구축된 현재의 일본에서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왜곡과 비하가 다시금 부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춘부전」의 ‘조선인 위안부’ 표상에 변용이 가해지고 이에 대한 자성적 움직임이 포착되는 1960년대까지를 논의의 대상에 포함한다. 1960년대에 중후반 일본 영화계의 거장으로 알려진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 ⟪일본춘가고(日本春歌考)⟫에 ‘조선인 위안부’가 등장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인 위안부’ 표상은 제국주의적 폭력과 연계되는 성적 폭력에 대한 비판적 기제이자 장치이다. 오시마의 영화 속 ‘조선인 위안부’ 표상이 가지는 의미와 문제점은 2005년의 영화 ⟪박치기(バッチギ!)⟫와 비교분석을 해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남성주체 중심의 담론을 넘어서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위안부’ 문제를 바라보다

소설 「춘부전」에서 시작된 논의는 패전 직후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일본의 미술작품, 영화 ⟪박치기⟫ 속 재일조선인으로 담론의 외연을 확장해 간다. 그리고 한국의 ‘평화의 비’=소녀상으로 눈을 돌린다. 저자가 담론의 범위를 한국으로까지 넓히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단순히 일본의 전쟁기억과 표상의 관점에서 식민지 지배와 폭력의 문제로만 회수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는 여성의 성과 젠더를 둘러싼 폭력과 지배, 정치라는 문맥이 존재하며, 따라서 피해국-가해국의 구도에서 벗어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국내 영화 ⟪귀향⟫에 나타난 ‘위안부’=소녀이야기의 한계를 지적하며, ‘위안부’ 문제를 한국과 일본, 두 국가 간의 문제로 이해하는 편협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 남성주체 중심의 담론의 틀을 부수고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 속으로                                                                                             P. 17   이처럼 「춘부전」은 ‘조선인 위안부’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녀들에게 헌정하는 작품으로서 전후 일본 최초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한편 그 출판/영화화/리메이크의 과정은 ‘위안부’ 표상을 둘러싸고 당시 일본의 미연합군 주둔이라는 특수한 상황, 그로 인한 표상의 변용과 굴절,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을 통해 드러나는 전쟁/기억/젠더를 둘러싼 정치학이 가시화되는 지점으로 주목할 만하다.

p. 50   패전 직후인 1947년 발표된 전전과 전후 사회의 최하층 여성을 표상한 이들 작품이 영화화되기까지 이들은 모두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의 장인 연극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 그들의 욕망을 흡수하며 원작의 내용을 변용하고 있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대/스크린을 통해 투영되는 전후 일본의 대중적 욕망의 양태이며, 패전 직후라는 당시의 시대적 컨텍스트를 고려할 때 이 대중적 욕망은 전쟁에서 패배한 남성 주체의 전쟁을 둘러싼 기억과 욕망, 그리고 젠더관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P. 157   그렇다면 제국주의 폭력의 산물이자 젠더적 폭력의 양태인 ‘위안부’ 문제에 있어 그녀들의 사랑=연애가 가해국과 피해국 양국에서 형상화되며 대중적 욕망을 투영하는 지점이 되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는 ‘위안부’가 피해자를 여성으로 하는 성적/젠더적 폭력이고 여성이라는 성/젠더에 이미 남성의 연애/성적 대상이라는 의미, 나아가 여성의 성과 신체를 남성의 소유로 상정하는 인식구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위안부’의 성과 연애를 그린 이들 작품 모두에는 본질적으로 같은 종류의 욕망이 투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연애 대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남성적 시선이 그것이다. 이러한 시선 안에서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 여성의 말할 수 없는 상태의 의미는 간과될 수밖에 없다. 그녀들의 봉인된 기억=부정의 역사를 둘러싸고 여러 형태의 남성적 욕망이 개입하는 미디어로서 ‘위안부’를 응시할 필요가 있다.

P. 267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여성=민족의 무고함을 강조하는 형태로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가치기준에 편입하는 형태가 아닌, ‘위안부’라는 역사적이고 젠더적 폭력을 그 근간에서부터 비판할 수 있는, 즉 남성 중심의 폭력의 논리가 정당화되어 온 현재에 대한 비판적 시좌가 필수불가결하다. ‘위안부’ 문제가 ‘소녀’가 아닌 여성폭력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소개                                                                                                  최은수

일본의 메이지대학(明治大学)을 졸업하고 전남대 일어일문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일본문부성 국비장학생으로 오사카대학 대학원(大阪大学文学研究科)에서 일본학 전공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일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표방하는 ‘민족’을 젠더를 매개로 하는 탈구축주의적 관점에서 해체하고자 시도한 박사논문 이후, 일본의 ‘전후’를 중심으로 하는 기억/표상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에 관해 연구 중이다. 오사카대학, 일본 학술진흥재단의 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로 있다.


목차                                                                                                       서문

제1장 전후 일본의 ‘조선인 위안부’ 표상, 그 변용과 굴절

「춘부전(春婦伝)」의 출판/영화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표상/젠더

제2장 ‘전후 일본’의 대중문화와 남성주체의 욕망

다무라 다이지로(田村泰次郎)의 「육체의 문(肉体の門)」과 「춘부전(春婦伝)」을 중심으로

제3장 리샹란(李香蘭)과 이민족 간 국제연애, 식민주의적 욕망

여배우의 페르소나와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표상

제4장 타자화된 여성들, 일본 영화 속 ‘조선인 위안부’ 표상

오하루(お春)와 쓰유코(つゆ子)의 사이에서

제5장 ‘조선인 위안부’의 연애=사랑을 둘러싼 정치

식민주의적/민족적 욕망의 미디어로서의 ‘위안부’

제6장 전후 일본 미술계의 ‘위안부’ 표상

전중세대의 ‘번민’에 주목하여

제7장 노래를 둘러싼 공감의 정치: ‘조선인 위안부’의 현재에 대한 일고찰 

영화 《일본춘가고(日本春歌考)》와 《박치기(バッチギ!)》를 중심으로

제8장 ‘위안부’=‘소녀’상과 젠더

‘평화의 비’를 중심으로

제9장 ‘위안부’=소녀이야기와 국민적 기억

영화 《귀향》에 주목하여


참고문헌

찾아보기



'전후 일본'의 전쟁기억, 표상, 젠더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최은수 지음|288쪽| 148*225|25,000원|2020년 10월 31일 

978-89-6545-676-6 94300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부정/왜곡하는 일본사회 내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방식으로 인식/표상되어 왔는지 그 계보를 추적한 연구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학과 일본문화를 전공한 저자는 패전 이후 일본사회에서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가 어떤 식으로 표상되어 왔으며 그 속에 내재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묻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근래에 일본에서 보이는 ‘위안부’=자발적 성매매여성설의 역사적 계보를 추적한다. 




망각된 역사, 왜곡된 기억 '조선인 위안부' - 10점
최은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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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연극으로 조국 광복을 노래한 독립운동가

한형석 평전

 장경준 지음 




먼구름 한형석 탄생 110주년 기념

음악과 연극으로 조국 광복을 노래한 독립운동가, 한형석 평전출간

부산 문예인의 아지트인 부산포식당의 편액에는 그냥 갈 수 없잖아라는 글귀가 새겨져있다. 편액이 걸린 장소를 생각하면 한잔 술을 나누자는 직접적인 표현같지만, 그 안에는 나라를 찾아야 가지 그냥 못 간다, 빼앗긴 조국을 반드시 되찾겠다는 독립군의 기상이 담겨 있다. 이 글귀는 중국 관내에서 예술구국활동으로 한국 독립 운동의 사기를 드높였던 한형석(韓亨錫, 1910~1996)이 직접 쓴 것이다.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예술부장, 한국광복군 제2지대 선전대장을 지내고 한미합동 OSS 특수공작훈련을 받기도 한 독립유공자, 음악가 겸 문화운동가인 한형석. 그는 중국에서 일본 제국주의 감시를 피해 항일예술활동을 할 당시 한국을 생각하며 그리워하다라는 뜻의 한유한(韓悠韓)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하여, 한동안 그의 업적은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2020년은 한국독립군 창립 80주년이자, 적후방 선무활동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한형석 탄생 11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형석의 고향이자 귀국 후 주요 문예활동지였던 부산은 그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한형석 평전』 출간을 기획했다. 저자 장경준은 2006년 부산근대역사관에서 근무할 때 한형석 선생 서거 10주년 기념 특별전 '대륙에 울려 퍼진 항일정신-먼구름 한형석의 생애와 독립운동'을 기획한 것이 계기가 되어 평전을 집필하게 됐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역사박물관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쌓은 저자의 지식과 경험이 더해져,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로서의 한형석의 활동과 아버지 한흥교의 면모까지 꼼꼼히 전한다. 우리가 기록하고 기억해야 하는 항일예술가 한형석의 모습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예술구국과 문화예술운동에 생을 바친 한형석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아버지의 독립정신을 이어받아 예술 구국에 매진하거라

항일예술가 한형석, 폭력과 야만의 시대에 예술로 맞서다

아버지 한흥교의 뒤를 따라 항일운동에 투신할 방법을 고민하던 한형석은 1929년 노하고급중학교를 졸업한 후에 아버지의 친구이자,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인 조성환의 조언으로 상하이 신화예술대학에 진학한다. 한형석은 중학교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낸 예술적 재능을 조국 광복을 위한 민족적 단결에 쓰겠다는 자신의 투쟁 노선을 정한다. 이것이 예술구국운동가 한유한의 탄생 배경이다.

 

우리는 한국독립군 조국을 찾는 용사로다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_압록강 행진곡

우리가 부를 때는 군가가 아니고 주술이었다_한국광복군 제2지대 대원 김유길

 

한형석이 한국독립군으로 참여할 당시는 중일전쟁 발발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독립운동세력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던 시기로, 전면적인 대일전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한인무장역량을 집중시켜야 했다. 이에 조선의용대,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 한국청년전지공작대, 한국광복군이 차례로 창설됐다. 한형석은 당시 한국광복군 제2지대 선전대장으로 한인무장역량을 집중·고취시키기 위해 중국 관내에서 적극적인 항일예술활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들로 '신혁명군가', '승리무곡', '광복군 제2지대가', '압록강행진곡', '조국행진곡'을 창작하여 궁핍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대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사기를 드높여서 한인무장의 결속력을 강화시켰다.

 

중국에 울려 퍼진 삼천만 조선민족의 노래 '아리랑'

1940515일 중국 시안에서 초연한 삼천만 조선민족의 염원을 담은 항일가극 '아리랑'은 당시 현지에서 발행되던 신문지면에 연일 보도되며 주목받았다.

매일 아침 전장에 울려 퍼지는 아리랑 노랫소리는

중국인들이 한인 혁명가들을 동정하도록 만들었다_'옹화도문잡지', 1947

항일가극 '아리랑'은 한국민족의 전통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신선한 극 구성으로 작품성뿐만 아니라 한·중연대의 모범사례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혁명 가극 '아리랑'은 일제 식민 지배하에서의 고단한 삶을 묘사하고 있어 장제스, 쑹메이링을 비롯한 중국인 항일투쟁 주요 인사들에서 중국 인민들까지 나라 잃은 슬픔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데 영향을 줬다.

항일전쟁에서 예술로 투쟁한 한형석, 그는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항일을 주제로 한 예술작품으로 적후방 선무공작에 나서 중국 관내에서 한중민족이 일본 제국주의 타도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서로 긴밀히 연계하고 공동 투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한형석 평전 - 10점
장경준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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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5

그냥 가라 했다


바다 너머 건너온 이방의 신체감각

강남옥 시인의 신작 시집 그냥 가라 했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동안 낸 시집으로는 살과 피, 토요일 한국학교가 있다.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구모룡 평론가는 해설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이에게, 더구나 그가 시인이라면 시적 표현은 피할 수 없다. 강남옥 시인이 중년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면서 시인으로 귀환한 일은 거의 필연에 가깝다고 전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다 부주의한 생, 또 박았다
뒤 범퍼가 내 주먹만큼 꺼진 앞 차 주인
범퍼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예기치 않게
관대한 생, 그냥 가라 한
다 또 들이박혀 입 딱, 벌어지는
트렁크 몇 번 닫았다 열어본다
열리고 닫히는, 충분히 충분한 생
그냥 가라 했
_()중에서

 

이민자 시인이 말하는 타국에서의 질곡

미국 이민자인 시인은 섬 같은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시들은 차이와 차별에 민감한, 이방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감정을 표출한다. 가령 쌀과 꽃은 미국 생활에 대한 해학을 품고 있는 시이다.쌀 포대는 크고 무겁고/꽃다발은 작고 가볍지만/값은 같다라는 결구를 지닌 이 시는 쌀과 꽃으로 구별되는 한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선물의 양식을 표상한다. 유머와 해학이 깃든 시선은 일종의 관조와 거리”(해설, 150)이다.

시인은 요절한 친구를 보낸 후, 시적 화자의 입을 빌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끌고 간다/여기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해/지금 끌고 가는 것에 대해/앞으로 끌고 가야 할 것에 대해/뒤에서 저를 주저앉히려 한 것에 대해/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반전의 때가/생의 마감을 알리는 신호라면/치욕도 상처도 내려놓음 없이/헐떡이며 마냥 끌고 가야 하는 것일까/저 헐떡이며 쉼 없이 내리는 눈발처럼이라고 묘사하는데, 이는 생을 끌고 가는 행위에 비유함으로써 이민자 생활의 질곡을 단번에 요약”(해설, 151)하는 것이라 하겠다.

 

시적 감각을 깨우는 고향의 기억들

고향의 기억은 강남옥 시인의 시적 영감을 깨운다. 원동을 떠나다마른 먼지 자욱한 가로수 길/소 버짐같이 쓸쓸하던 봄 그날/첫 차 타고 떠나왔다, 떠난 그대처럼/보고 싶고 안 보고 싶던 날들 셀 수 없건만/다시는 다시는 작은 원동/내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진술한다. 원동은 추억 속의 한 마을이지만 시적 원천과 같은 상징으로 자리한다.”(해설, 149). 고단한 이민살이는 고향을 더욱 그리워하게도 하지만 시인의 시적 감각을 깨우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바다 건너서 전해오는 고향 이야기는 새롭고 또 애틋하다. 시인의 아련한 정서가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오랜 그리움 해감에 넘어 나오는 것들 훔치느라
  코 밑 꺼매진 행주 그렁그렁한 눈물 닦아주며
  몽당연필 같은 여생 빈 볼펜 자루에 끼워
  조심조심 뾰족이 다듬고 있다네
  _부엌의 사색

 


강남옥 195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효성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살과 피(1989), 토요일 한국학교(2017)가 있다. 1990년 도미하여,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

산지니시인선 005

강남옥 시집|158쪽|46판형 양장(133*194mm)12,000원
2020년 11
월 09일 

978-89-6545-659-9 03810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강남옥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그냥 가라 했다 - 10점
강남옥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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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을 거슬러

정미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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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경북일보문학대전소설금상


삶의 중반에 서서 펼치는 감정의 파노라마
“눈물 사이로 다시 살아갈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일”

2019년 현진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인 정미형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2017년 첫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을 펴낸 후 작가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2018년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단편 「고무나무 이야기」로 소설 부문 금상을, 2019년 「봄밤을 거슬러」로 2019년 현진건문학상 공동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당시 「봄밤을 거슬러」는 “생의 후반기를 걷고 있는 노시인을 통해 삶의 관계성과 죽음에의 접근, 꿈과 욕구의 산화(散華)를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문체에 담아낸 수작”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수상작품을 포함해 7편을 수록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이 듦과 죽음의 불안, 불편한 인간관계와 불확실한 인생을 다뤘다.

정미형 작가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삶의 파도에 씻기어 닳아가는 우리의 삶이 있을 때, 말끔하게 닦여진 그 눈물 사이로 다시 살아갈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일”이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경이로움 속에서 줄타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화, 늙음, 불안… 내 인생에 초대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온다

「봄밤을 거슬러」는 단조로울 것 같은 노년의 하루가 생활감과 함께 밀도 있는 언어로 짜여졌다. 무엇보다 이 단편의 문학성은 조용히 놓여 있는 낡은 찻잔에도 미세한 금이 가듯 죽는 날까지 우리 삶을 잠식시키는 불안이라는 복병을 통찰한 점에 있다. 삶이란 무심한 파도는 자비를 모르는 법이다. ―강석경(소설가)


「벽 속으로 사라진 남자」는 아내인 내가, 남편이 벽으로 사라졌다고 믿으며, 불편하고 수상했던 결혼생활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케이라는 인물과 정신적으로 얽혀 있는 남편은 케이의 대리자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남편은 케이에게 고양이 무늬 벽지를 받아온다. 그리고 남편은 그 벽지를 바른 벽 속으로 사라진다.

표제작 「봄밤을 거슬러」에서 이제는 노인이 된 시인은 봄날의 오후를 담담하게 그린다. 어느 날 노시인의 옆집에 사는 이웃이 정원을 새로 단장한다. 이웃은 노시인에게 담장을 허물자고 제안하며 구덩이를 판다. 특별할 것 없던 시인의 일상에 소음이 생기고 시인은 그 풍경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과 다가올 죽음을 관조한다.

「당신 곁에 언제나」는 사고로 죽은 아내가 남긴 글을 읽으며 세상의 무의미함과 살아나가는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상처로 얼룩진 인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닮은 낯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열고 조금씩 소통하려고 한다.

「수박의 맛」은 여름철 수박으로 겪게 되는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신혼시절 육촌 부부가 수박을 들고 찾아와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하는데 마침 달고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싶어 하던 남편은 수박을 먹은 뒤 스스럼없이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중첩되면서 수박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삶을 지탱해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그녀도 외로운 밤 고무나무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고무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순하게 귀를 기울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고무나무 이야기」중에서


노란 등」은 부산 북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나는 어린 시절 그 부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그곳에서 자란 나는 바다와 배에 향수를 가지고 있다. 평생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는 배에서 얻은 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사회복지사가 된 나는 우울증으로 세상과 단절한 친척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 부두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지탱해준 노란 불빛을 본다.

「고무나무 이야기」에서 나는 삶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동생을 안타까워한다. 어느 날 폐건물에 버려진 고무나무를 보고, 고무나무를 키우며 지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는 동생을 생각하며 지나간 시간을 회상한다. 고무나무로 압축된 삶의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못 자국」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아파트의 벽을 도배하는 남자는 어머니가 살아온 억척같은 날들을 기억한다. 남자는 어머니의 집을 차마 팔지 못하고 여러 차례 세입자를 들이면서 그들이 이사 가고 난 뒤 남긴 못을 뽑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첫 문장

계절이 몇 번 바뀌고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남편이 스르르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에게서는 그때 한 점 불안한 떨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다니던 산책의 마지막 코스라도 되는 듯 걸어들어 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남편이 벽 속으로 사라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은 그 벽 외에는 더 이상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남편이 사라진 것을 그의 친구 케이는 알고 있을까?


P.94 남자는 밖으로 나와 잠시 쉬면서 오한준이라는 이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도 읽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어디 아픈 것일까. 아니 어쩌면 문자를 보내준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는지도 모른다.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빨리 이 짐을 덜고 싶었다.


P.151 그래도 이 녀석이 학교 다닐 적에는 공부도 곧잘 하고 좋은 대학도 들어갔는데 그 이상한 연애만 하지 않았어도 저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며 훌쩍거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벌써 이십오 년도 지나 삼십 년에 가까운 옛이야기였다. 또 그 이야기는 오래전 친척모임 때마다 마지막 단계에 숙모가 술에 취해 울며불며 해오던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