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에 해당되는 글 470건

  1. 2021.07.21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 『뿌리』:: 책 소개
  2. 2021.07.08 대중의 클래식화를 꿈꾼다!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책소개
  3. 2021.07.08 『문학/사상』 3호_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 책소개
  4. 2021.07.08 다니자키 준이치로, 읽는 희곡을 꿈꾸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5. 2021.06.22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환경정책의 문제와 대안 :: 책 소개
  6. 2021.06.16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책소개
  7. 2021.06.07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책 소개
  8. 2021.05.26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 <쪽배> 책소개
  9. 2021.05.20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 ― <나절로 인생> 책소개
  10. 2021.05.17 『중산층은 없다』- 사회이동이 우리를 어떻게 호도하는가 :: 책소개 (2)
  11. 2021.05.17 소비에트러시아로 떠난 취추바이 ―『취추바이 선집』책소개 (1)
  12. 2021.05.13 [청소년 추천도서] 진로를 고민하는 너에게 추천하는 산지니의 책
  13. 2021.05.12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 『혜수, 해수』1 영혼 포식자 📚신간소개
  14. 2021.05.12 그대 향해 기울어져 있으니 ― <나는 기우뚱> 책소개
  15. 2021.05.11 우리는 왜 정체성을 논의해야 하는가 ― <정체성이 아닌 것> 책 소개
  16. 2021.05.07 [청소년 추천도서] 코로나 시대에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합니다. (1)
  17. 2021.04.27 당신도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있다! ― <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 책소개
  18. 2021.04.06 전 세계 바다에서 끌어올린 생생한 물고기 이야기 ::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_명정구 지음
  19. 2021.03.18 그의 음악을 들으면 모두 '바그네리안'이 되고 만다 _『바그너 읽기』:: 책소개
  20. 2021.03.17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 정치사_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책소개)
  21. 2021.03.17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_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책소개)
  22. 2021.03.17 말이 글이 되는 방법_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책소개)
  23. 2021.03.15 "국가권력에 대한 기본권의 우월성을 이해하기 위하여" 『인간의 권리』_김철수 지음 :: 신간 소개
  24. 2021.03.11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선생님의 보글보글』(신간소개)
  25. 2021.03.09 건륭제의 문화프로젝트『이미지 제국』(신간소개)

 

뿌리

 

에바 틴드 장편소설

 

 

▶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집을 나가서 독립하려고 결심했어요.”

허공을 떠도는 그녀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카이는 열여덟 살이 된 딸 수이의 독립을 지켜봐야만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떠난 미리암은 두 번째 남편의 사고사 이후 깊은 상실감을 겪는다. 이들은 삶의 어느 순간 찾아온 상실의 순간에 각자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스웨덴의 깊은 숲,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여행을 시작한다.

 

 

▶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별과 여행을 거듭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세계적인 아티스트 미리암은 카이와의 만남으로 수이를 낳게 되었지만 성공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엄마의 역할을 포기한다. 미리암이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었던 카이는 건축설계사 일을 하며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수이를 키운다. 아버지 손에서 자란 수이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집을 떠나 독립하기로 결심한다.

 수이가 독립하면서 카이는 평온했던 삶의 위기를 맞는다. 어렸을 때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그는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고, 타인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마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오로빌로 떠난다.

 그 즈음에 수이는 7살 때 헤어진 엄마 미리암의 갑작스런 초대를 받는다. 미리암은 두 번재 남편 히로키의 죽음 이후 세상을 등지고 스웨덴의 황량하고 외딴 숲, 달라르나에 홀로 살면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거대한 원시적 숲속 공간을 만들던 미리암은 그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뿌리를 만나게 된다.

 미리암과의 우울한 만남 이후 수이는 한국인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에 도착한 수이는 해녀들로 이루어진 작은 모계사회, 마라도에 발을 디딘다. 마라도에서 해녀인 미옥 할머니를 만나 끝없는 자유를 느낀 수이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린다.

 

▶ 용기를 내어 내면의 고요함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발걸음

 

 소설의 원제목인 ‘Ophav’는 근원, 혈연, 기원 등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삶의 근원적 장소, 또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린다. 에바 틴드가 말하고자 하는 고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뿌리를 말하는 대안적 형태의 개념이다. 그 고향은 자연이 될 수도, 자신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미지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 에바 틴드, 당신의 기원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를 질문하다.

 

 

 에바 틴드는 19741,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마산 출신이며, 아버지의 고향은 신의주이다. 아버지의 가족은 1946, 신의주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이렇다 할 집안 배경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항상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아버지는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고, 성공을 이뤘다. 그는 부산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키가 매우 크고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던 어머니와 사회적 성공을 거둔 아버지의 결혼은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세 명의 자식을 낳았다. 에바 틴드는 그중 막내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러나 에바 틴드가 만 한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내연녀 때문에 가정을 버린다. 여자의 몸으로 세 명의 자식을 건사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막내딸을 덴마크로 입양 보냈다. 그녀가 덴마크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 반 년 후, 부모님은 재결합을 했지만 이미 한국의 가정에는 에바의 자리가 없었고 돌아갈 수 없었다.

 20여 년이 흐른 후, 그녀는 한국의 부모님과 가족을 다시 만난다. 자신의 정체성처럼 둘로 나누어진 모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한국 이름은 이미 잃어버린 후였다. 그녀의 혈통적 근원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에바 틴드는 우리의 기원이 무엇으로 형성되며 어디에서 오는지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그녀의 질문이 작품 속 스토리텔링을 통해 펼쳐진다.

 

 

첫 문장

우윳빛처럼 하얀 빗방울이 안개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책 속으로

p. 13 수이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일은 물론, 주변의 모든 일을 매일 수첩에 기록했다. 손수 만든 옷과 헐렁하고 이상한 바지를 입은 그녀는 마치 고대 신화에 나오는 님프처럼 보이기도 했다. 갸름한 얼굴과 긴 갈색 머리, 아몬드를 닮은 두 눈. 그녀의 두 눈에서는 항상 생기와 배려심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텅 빈 집에서 술로 외로움을 달랠 내 모습이 떠올라 두려움에 휩싸였다. 혼란스러웠다. 난생처음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의 그 느낌과 기분은 반복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자식이 품을 떠날 때의 느낌은 세상의 빛이 사라지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수이의 첫니가 빠졌을 때, 그것은 너무나 작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 그리고 지금: 내 딸이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내 삶은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을 멈추고 그녀를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 치더라도 다음 순간 나는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절망감에 손을 깨물거나, 부엌문에 망치질을 하다 부어오르는 손가락을 보며 끝내는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높은 하늘 위로 돌멩이를 던지고 눈을 감는 심정이었다. 그 돌멩이가 아이의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돌멩이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다가, 손으로 쓴 듯한 이곳에서 쇼가 시작됨이라는 조악한 표지판을 스쳤다. 새로운 삶. 그녀의 앞에는 뒤에 남기고 간 삶보다 더 큰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23-24 나는 홀로 딸을 키우는 남자로 지내며 항상 나 자신을 여행자로 생각해왔다.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내 속에는 방랑자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중동 지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대학에서 건축학 공부를 마치면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수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나는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오랜 친구 핀과 함께 설립한 건축 회사는 번창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건축 일에서는 손을 떼고 의뢰가 들어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만 할 뿐이다. 나는 알 수 없는 동경과 그리움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옌센은 내게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은 자주 그 실체와는 달리 더 흥미롭게 여겨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보금자리를 만들고 딸을 키우는 데 삶을 헌신했다. 이제 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44세의 중년 남자가 되었고,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겨우 삶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 남은 삶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직도 내겐 방랑자의 기질이 남아 있을까? 아니, 내 삶은 이미 얼어붙은 폭포수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문득 내가 활짝 열린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9 그 작품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로디니아입니다. 10억 년 전 존재했던 초대륙의 이름을 딴 것이지요. ‘로디니아는 러시아어로 조국이라는 뜻입니다. ‘로디트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탄생하다또는 출산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단어로는 어딘가에 속하다또는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의 로드노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슬라브계 언어에서는 로디니아가족또는 고향’, 그리고 풍성한 과일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저는 저절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는 완성된 작품을 살아서 보기 어렵겠지요. 저는 그 작품의 기초와 바탕만 마련할 뿐입니다. 제가 죽은 후 수백 년이 지나서 마침내 제가 만든 천국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한 홀가분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예술계를 향한 저의 저항이자 타협안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선 무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거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가의 사후에야 그 참다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인터뷰, 달라르나, 2010, 예술 매거진 룩킹 글래스, 뉴욕에 실린 미리암과 앨리스 쉬어의 인터뷰

 

p. 345 붉은 흙으로 뒤덮인 길을 달려 유니티로 되돌아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간다면 아버지를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를 향한 나의 낯선 감정은 어떻게 숨길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오로빌에 눌러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확실한 생각이 나를 감쌌다. 그 생각은 마치 거센 소용돌이처럼 내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집을 떠나며 리-메이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의 세상을 회의적인 눈으로 보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문을 열어젖힌 것 같은 느낌이 스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이 느낌. 어쩌면 그것은 다시 오로빌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아련한 슬픔이 아닐까. _오로빌, 2010, 카이

 

추천글

세 사람이 각자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은, 인간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빠른 전개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_<노르드위스케>

서로 다른 주제와 사고의 조각들이 면밀히 엮인 광범위하고 힘이 넘치는 이야기”_<인포르마티온>

이 책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강렬한 방식으로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을 다룬 이상적인 소설이다. 버림받은 과거의 트라우마, 가족의 결속력과 연대감, 사회적 관계, 사랑과 동질성, 냉소와 화합, 그리고 죽음으로 이르는 인간의 연대기를 볼 수 있다. 에바 틴드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 책을 통해 야성과 추상을 표방하는 재능 있고 유일무이한 작가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했다.”_<위크엔드아비센>

 

저역자 소개

지은이 에바 틴드(Eva Tind)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2009죽음이라는 시집으로 데뷔했다. 2010년에는 이 작품으로 덴마크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클라우스 리프비예르그Kluas Rifbjerg’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작가는 두 권의 시집과 소설 로젠베이(장미의 길)를 출간했다. 2014년에는 소설 을 출간했는데, 이 소설은 입양된 여인이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북한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2015, 3년 기한의 덴마크 국립 예술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무성영화 주인공인 아스타 닐센의 개인적 발자취를 그린 아스타의 그림자를 출간했고, 같은 해에 오토 룽작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손화수(Hwasue S. Warberg)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노르웨이로 이주해 크빈헤라드 및 스테인셰르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전문 노르웨이 문학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번역, 출간된 문학서는 나의 투쟁, 벌들의 역사, 자연에 거슬러, 피레네의 성, 유년의 섬, 케플러62 시리즈, 꼭두각시 조종사80여 권이 있다. 2012, 2021년에는 각각 올해의 번역가 및 노르웨이 예술인 상을 받았고, 2019년 한·노 수교 60주년을 즈음하여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에바 틴드 지음ㅣ손화수 옮김ㅣ원서명 ophavㅣ430쪽ㅣ

140*205ㅣ978-89-6545-734-3 03850ㅣ18,000원ㅣ2021년 7월 10일ㅣ

소설/시/희곡>세계의 소설>북유럽소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9678457 

 

뿌리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예술가 미리암,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권효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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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일상의 스펙트럼 06

 

예비 선생님의 못 말리는 클래식 ‘덕질’라이프

그의 일상에 스민 클래식을 발견하는 순간

당신도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제와피’와 ‘지아코’ 전에 ‘바흐’와 ‘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여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을 듣는 것이 진리라는 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시그니처 사운드 하면 ‘제와피’와 ‘지아코’보다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먼저 떠올리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온전한 LP판을 발굴하기 위해 음반 가게를 전전한다. 여행의 피로는 온천보다 클래식 공연으로 씻어내야 한다는 이 못 말리는 클래식 애호가의 여정은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무겁고 마이너하다는 편견을 ‘클래식 덕질’로 승화시켜 버린다. 그의 ‘덕질’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클래식 애호가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클래식은 내 아이덴티티

클래식이 내 아이덴티티가 된 이상, 클래식 음악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상징이자 취미가 될 것 같다. (p.16)

페르마타는 늘임표를 뜻하는 음악기호로, 음을 두세 배 더 길게 끌어 연주하라는 표시이다. 저자는 평소 자신의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로 이 기호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정했다. 자신의 삶과 성격에 늘임표가 필요하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페르마타를 하나씩 선물한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저자의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은 카페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공익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클래식은 자신의 취미를 찾아 가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느린 일상과 다채로운 매일에 대한 가능성을 선물한다.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저자는 교육대학교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육성재단 ‘엘 시스테마’가 음악을 통해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처럼 언젠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에 보탬이 되려 한다. 이 책을 톺아나가다 보면 저자가 클래식 음악과 아이들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발을 내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자연히 클래식의 미래에 희망을 품게 된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은 ‘대중의 클래식화’이다. 그를 위해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특별한 음악으로 취급되어 왔다. 편견으로 외면 받은 좋은 음악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젊은 클래식 애호가의 노력은 클래식을 가장 낡고 오래된 음악에서 더 없이 익숙하고 부담 없는 음악으로 만들어 준다. 오늘, 그가 얼마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의 ‘덕질’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면 당신은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 시리즈 소개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 첫 문장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던 때였다.

 

🎵 책 속으로

p.13  20대 중반의 나이에 클래식 음악을 찾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 심지어 주위의 나이 많은 어른들 중에도 클래식을 굳이 ‘찾아서’까지 듣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클래식 음악은 내 가장 큰 아이덴티티가 됐다. 야구도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만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하지만 클래식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흔치는 않은 것 같다.

p.132   혹자는 여독을 풀기 위해 일본 여행의 마지막을 온천욕으로 마무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나는 온천보다는 음악회가 훨씬 피로를 풀기에 좋다. 지끈거리던 머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나았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p.164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클래식 음반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펴고 오늘 산 클래식 음반들에 대한 소개를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썼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대중의 클래식화’에 기여할 날이 오겠지!

p.202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갖게 되는 특별한 마음이다. 내 경우에는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회에 가고 싶다. 내 친구들 중 나와 연주회에 함께 가 보지 못한 친구가 없을 정도인데(혹시 있다면 앞으로 같이 가면 된다), 함께 연주회에 가는 일이 친구가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p.209   아이들에게 직접 악기를 가르쳐 주거나, 지휘자가 되어 지휘를 해 줄 수는 없더라도, 스무 평 남짓한 작은 교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음악이, 그중에서도 교향악이 가진 힘과 매력을 전달하는, 클래식 음악으로의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213   클래식은 절대 특별한 음악이 아니다. 가장 오래되고 낡은 음악이며, 그렇기에 언제 꺼내 들어도 부담 없는 일상의 음악이다. 독자들에게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은, 다만 그것뿐이다.

 

🎵 추천사

신동욱을 만나면 음악이 들린다. 그는 교향곡이다. 다양한 음악을 보고 느끼고, 마음속에서 퍼즐을 맞추고, 화음을 이루게 하는 음악꾼이다. 피아노 수업 시간에 처음 만난 이 신기한 재주꾼이 대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넘겨보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피아노, 관현악, 야구, 영어, 컴퓨터, 글쓰기… 블랙홀 같은 이 친구의 능력과 열정은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보다도 음악꾼인 그가 연주했던 베토벤 비창 소나타의 진지함과 무게감이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 한 조각의 감동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음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신동욱이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들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 최영미(피아니스트 •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클래식음악을 향유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젊고 열정 가득한 이 클래식 애호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클래식 애호가라, 덕분에 클래식음악의 미래에 대해 많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음악은 단순히 연주회장을 넘어, 또 교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이 독자들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그러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영완(팀파니스트 •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음악감독)

 

🎵 작가 소개

신동욱

어린 시절, 오디오가 CD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30장짜리 클래식 전집 CD를 하나씩 바꿔 끼우면서 놀았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을 처음 만났다.

CD 넣는 재미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저자는 어느덧 성장하여 교향악을 특히 사랑하는 스물 여섯 살 예비 초등 선생님이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여 서울교대 학보사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KBS 교향악단 대학생 명예 기자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았다. 이때 ‘페르마타’라는 필명을 지었다. 페르마타는 늘임표라는 뜻의 음악기호다. 평소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숨 좀 쉬면서 여유 있게 살자는 뜻으로 지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랄수록 점점 커져, 오직 클래식 공연 하나만을 위해 방학마다 유럽, 미주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2019년부터는 전국 팔도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순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 클래식은 멀지 않은 곳에,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이에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공연 관람 후기, 명반 소개 등의 컨텐츠를 개발해 꾸준히 소통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시도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 차례

더보기

 

내 이름은 페르마타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CD 세 장짜리 여행

베토벤이라 불리던 초딩

1악장은 조금 긴데요

재수생의 하루는 거슈윈으로 시작된다

이건 만 원이야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음악

우리는 축복받은 청중이다

관객의 톤앤매너

악보를 사수하라

절판된 악보를 구했을 때의 기쁨이란

프로그램에도 궁합이 있다

하우스 룰을 존중해 주세요!

차마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는 후기

음악 속 음악

갑자기 !’

제와피지아코전에 바흐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단 사흘 만에 작품 하나가 뚝딱?

작곡가들의 미신과 징크스

북한의 교향악

참으로 영국스러운

가장 바그너답지 않아서

죽기 전 택할 마지막 음악

딱 초기 스트라빈스키까지만!

신동욱, 쳐 보세요

뉴욕에 가면 반드시 하는 일

조금 제약이 심하다

휠체어 탄 지휘자

하늘에서 내려온 소프라노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브라보!

어깨가 들썩들썩

굳이 거기를 가야겠어?

뜻하지 않은 연주회, 운명적인 만남

포도 향 차이콥스키

엘렌 그리모를 좋아하던 그 친구

기차역에서 만난 팀파니스트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

푸르트벵글러가 뭔가?

클래식은 프리패스

잠이 오나, 잠이 오지 않나

초등학교 1학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를 만나다

비행기에 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이거 브람스 아니야?

추운 겨울날의 작은 휴식처

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호두까기인형!

그 티켓, 다시 주세요!

사인 스타일, 연주 스타일

파바로티와 쿠렌치스

도서관 음악 섹터를 완파하리라

나만의 피날레

클래식 투수

, 내 친구가 돼라!

참 고마운 교향악단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에필로그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 일상의 스펙트럼 06

신동욱 지음 | 224쪽 | 110*178 | 978-89-6545-735-0 02670

12,000원 | 2021 7 1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의 음악 에세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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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3호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 비평지 『문학/사상』 3호 출간,

로컬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진실성으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문학/사상』의 3호가 출간됐다. 2호에서 주변성의 개념과 그 이행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면, 이번 호에서는 주변부성을 좀 더 심화시키고 그 갈등과 모순에 접근하기 위한 구체적인 담론을 펼친다.

3호는 전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해 ∏비판-비평의 수가 하나 더 늘어 총 네 편의 글로 특집이 구성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 사키하마 사나, 곽형덕, 심정명이 글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이들 모두 일본과 한국에서 연구와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다. 오키나와에 관한 폭력과 지배 그리고 주변성에 입각한 문학이 특집을 이루며 독자에게 국민국가와 지역, 그 관계에 대한 관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특집이 마무리를 짓는 자리에 구모룡 교수의 날카로운 제주 Ⅹ현장-비평을 실었다. 이어지는 ∞쟁점-서평에서는 주변부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구체적인 곳에서 찾는 진실을 마주한다. 우리는 3호로 말미암아 다양한 시각으로 로컬의 시작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한 기획을 해볼 수 있다.

 

 

▶ 일본과 한국을 횡단하는 오키나와 담론과 오키나와 문학, 그 주변성

 

특집에서 우리는 네 명의 사유를 엿볼 수 있다. 도미야마 이치로는 자신의 글 『시작의 앎』을 연장하며 오키나와에 관한 일본인들의 경계와 무지를 인지하고, 균열의 회복에 집중하는 과정을 읊는다. 특히 모자란 일본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아 ‘안다’고 하는 삶의 영위에 대해 고뇌한다. 오키나와의 평화는 일본의 것이 아닌 자립된 그들의 몫이며 이것을 발언함으로써 무지를 인정하고 오키나와와 일본 두 관계성에 집중하며 회복을 논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키하마 사나는 이하 후유의 ‘일류동조론’을 재독하여 이하 후유 그가 일본과 오키나와의 관계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음을 제기하여 사후에도 많은 독자를 매혹시켜 왔음이 분명함을 이야기한다. 이하 후유는 제국적 평등을 위해 오키나와의 신기지 건설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옳고 그르다를 논하기 전에 중요한 것은 오키나와인과 일본인, 둘 사이에 대한 동등한 몫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그의 사상적 도전을 ‘신화 다시 쓰기’라 표현하는 사키하마 사나로 말미암아 이하의 텍스트야말로 혁명이며 폭력적인 주변부성에 대항하는 비폭력이자 인식적 평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어서 곽형덕은 한국에서 진행하는 오키나와 문학 연구가 지니는 ‘유사성의 함정’을 논파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다. 지배당한 식민지라는 아픈 과거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과 오키나와는, 그 역사적 유사성으로 국민국가와 지역이라는 스케일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린다. 그러나 엄연히 다른 역학 관계 속에 있으므로 다양한 주변 국가와의 주변성을 확립시켜 여러 관계를 이해하고 고찰하여야 한다고 말해준다.

오키나와에 반복되는 폭력과 저항하는 힘의 존재를 메도루마 슌의 작품을 보며 끌어내고 있는 심정명은 그가 오키나와 신기지 건설에 어떤 식으로 대항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소설가인 메도루마 슌은 작품과 함께 다양한 육체적 행위로 시위를 표현한다. 그의 고독한 저항은 우리에게 ‘시작의 앎’의 의미를 깨달으라고 말하는 듯하다.

 

 

▶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

 

‘Ⅹ 현장-비평’으로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를 실은 구모룡은 제주라는 텍스트를 읽어내는 시각에 대해 말한다. 제주를 제주의 관점으로 보면서 자기중심에 갇히지 않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며, 제주 안의 주체이자 타자인 해녀는 여성문화라는 차원에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으로서의 제주’라는 관점이 필요한 현 시점에, 타자의 관점이 아니라 제주의 관점에서 제주를 바라보고 해석하자고 제안한다. 이렇게 바라보면 해녀 문화의 동아시아적 위상이 보인다. 제주 해녀가 일본열도의 연안에서 남중국해를 경유하여 발해만에 이르고, 한반도의 남해와 동해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간 사실에서 제주라는 로컬과 한국이라는 네이션, 동아시아라는 리전, 세계라는 글로벌로 시야를 확장해 볼 수 있으며, 이렇게 로컬에서 동아시아지역으로 시좌를 넓힐 때 새로운 국면이 열린다고 말한다.

 

 

▶ 주변부성의 본질에 육박하는 단단한 글쓰기

 

어긋난 듯 비슷함을 띠는 네 개의 서평들은 한결같이 단단한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나름대로 공통적인 지표를 그리며 부유하고 있는 글들은 독자에게 충분한 사유의 기회를 주며 우리 주변의 본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 한다. 문학평론가 강희정은 『억척의 기원』으로 역사적, 사회적 소수자들의 구술과 그에 대한 청취가 그들과의 진솔한 대화로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홍명교 기자는 『우한일기』를 읽고 코로나19 세태가 보여주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짚어준다. 중국이 이루고 있는 로컬적 폐쇄가 얼마나 우매한지, 오늘날 중국 사회가 ‘자유’를 이루고자 하는 행위가 어떤 상실과 딜레마를 상기시키는지 이야기하며 저자의 소시민적 의지를 느끼게 해준다. 안상학의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을 읽고 그의 시를 날카롭게 짚는 김만석 평론가는 어떤 풍경의 생성을 공통된 내장기관의 연결을 통해서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존재와 기억에 따른 ‘내장풍경론’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변용된 신체로서 시를 바라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절박한 삶』은 다섯 명의 탈북 여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들은 정영선 소설가가 하나원에 근무하던 시절 만난 교육생이다. 『절박한 삶』의 저자는 북한 이주 여성의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자신의 모습까지도 독자에게 보여주는데, 정영선 소설가는 이것이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을 위한 고민의 결과라고 말한다. 항상 질문과 충고를 받는 탈북민은 더 이상 배제와 차별의 대상이 아니며, 도리어 그들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존재가 되고, 한국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고 날카롭게 짚어준다.

 

 

첫 문장

문학과 사상의 대화 혹은 문학 안의 사상과 사상을 사유하는 문학을 지향하며 이제 3호를 내게 되었다.

 

책속으로_권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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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의 공화국

 

할 말 많은 새들이 잠을 깨운다 중구난방 회합장이 된 이 집 지붕은 누구 것인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잠깐 물어보는 사이에도 날아오고 날아간다 한 뙈기 텃밭은 무료급식소, 옆집 굴뚝에 세 사는 참새들이 내려와 종종 끼니를 때운다 까치가 가끔씩 입맞춤해도 잔디들은 군말이 없다

 

황금조팝 겨드랑이에서 노란 혀들이 솟아나고 있다 납작 엎드려 한파를 견디던 잔디도 옆으로 손을 뻗는다 본격적으로 거주지를 넓혀갈 때다, 지도자의 진군 나팔소리 없어도 알아서들 기어간다 잔디는 횡렬종대로 어깨를 겯고 침울한 기분을 떨치려는 듯 부추가 허리에 힘을 준다 수심이 깊어진 마늘과 수태 중인 달래가 동거한다

 

등기권리증이 통하지 않는 거주지

텃밭 공화국엔 형형색색 깃발들이 진동한다

인민들이 기지개를 켠다 지렁이도 나비도

말없이 대화하는 자유민주주의 공화국

추위와 배고픔을 증명하지 않아도 기초수급은 된다

 

뿔이 나고 있다 안간힘으로 밀어올리는 푸른 비명, 숨어지내던 갓도 깃대를 세우고 사철나무에 더부살이하던 더덕도 혀를 내민다 잔디들이 어깨 겯고 으쌰으샤 웃음을 터트린다 뽕나무 그늘 한 귀퉁이에서 꽃마리가 흥분해 잎을 떨고 제비꽃이 수줍게 환호한다 잔디가 파고들어도 개망초가 밀어붙여도 집집이 일가를 이루었다

 

옹색한 지하방 붙어 잘 수록 따닥따닥 새끼들만 늘었다 단결심 좋은 잔뿌리들은 안온한 거주처, 온몸이 굴삭기인 지렁이들도 새끼를 쳤다 바위가 엉덩짝 하나 내주어 고향도 출처도 모르는 꽃양귀비도 돌나물도 문패를 달았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고 집행하는 이도 본 적 없지만 법은 지켜진다 아무도 찌르지 않는다 화살나무와 화살나무 사이 화살이 빽빽해도 상사화 잎과 긴병풀꽃은 무사하다

 

연푸른 혀들이 공중을 소요하는 사이

붉고 노란 꽃무데기들이 두세두세 산비얄을 내려온다

싸리순과 산고추나물 산달래 몇 덩거리가 내게로 이사왔다

덜퍽진 비닐봉다리와 내민 손 사이에 눈애리게 광막한 허공이 보였다

제 이름으로 땅 한 뙈기 소유하지 않아서 사시사철 산은 보살들 것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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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두시

점유의 공화국

 

∏ 비판-비평

전후 일본의 오키나와론, 그 곤란과 ‘시작의 앎’

이하 후유의 「일류동조론(日流同祖論)」 재독

-‘정치(la politique)’를 놓치지 않기 위하여

유사성의 함정과 연대의 가능성

-한국에서 오키나와를 묻다

메도루마 슌과 대항으로서의 문학

 

Ⅹ 현장-비평

동아시아 지중해와 제주 해녀 로드

 

∞ 쟁점-서평

구술과 청취: 기록이 남는 순간

-『억척의 기원』

바이러스가 드러낸 다층적 시공간으로서의

중국 사회 모순

-『우한일기』

내장풍경론

-『남아 있는 날들은 모두가 내일』

금기를 넘어와 분단에 갇힌

-『절박한 삶』

 

∽ 연속비평

「폭력-비판을 위하여」의 행간번역 (2)

 

 

 

 

문학/사상 3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구모룡 지음|199쪽145*225|15,000원|2021년 7월 12일

ISBN : 9788965457329[05800]ISSN : 2765-7167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3호는 전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해 ∏비판-비평의 수가 하나 더 늘어 총 네 편의 글로 특집이 구성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 사키하마 사나, 곽형덕, 심정명이 글에 힘을 실어주었는데 이들 모두 일본과 한국에서 연구와 담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이들이다.
오키나와에 관한 폭력과 지배 그리고 주변성에 입각한 문학이 특집을 이루며 독자에게 국민국가와 지역, 그 관계에 대한 관찰의 시간을 선사한다. 또한 특집이 마무리를 짓는 자리에 구모룡 교수의 날카로운 제주 Ⅹ현장-비평을 실었다. 이어지는 ∞쟁점-서평에서는 주변부성을 여실히 드러내며 구체적인 곳에서 찾는 진실을 마주한다.

 

 

 

 

 

문학/사상 3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문학/사상 3 : 오키나와, 주변성, 글쓰기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지형을 뒤흔든다는 기획 아래 창간된 비평지. 3호는 전보다 한 걸음 더 발전해 ∏비판-비평의 수가 하나 더 늘어 총 네 편의 글로 특집이 구성되었다. 도미야마 이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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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읽는 희곡을 꿈꾸며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굴하다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에서는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번역되어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지속적으로 연극적 양식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희곡 창작을 병행하여 극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였고, 시나리오와 대화극, 희곡체 소설까지 포함하여 약 30편의 희곡 관련 작품을 발표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소설가의 ‘희곡 시대’를 이끌다


『문장의 희곡』에 수록된 5편의 작품은 소설가의 희곡 창작이 늘어나고 창작극의 방향이 레제드라마로 집중되었던 다이쇼기(大正期)의 ‘희곡 시대’를 전후하여 발표된 것이다. 
다니자키의 초기 희곡 창작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느낄 무렵」은 다니자키 본인의 최애 희곡으로 언급한 작품이며, 1913년 발표된 후 1981년 초연되기까지 오랜 기간 레제드라마로 ‘읽혀’ 왔던 희곡이다. 이 작품은 부유한 상인 집안의 서녀인 여주인공 오킨과 적장자이자 상속자인 신타로를 둘러싼 일종의 가권상속 다툼을 그린다. 오킨의 여체에 매료되는 신타로의 모습과 등장인물 모두를 압도하는 오킨의 존재감은 초기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마조히즘 성향의 남자주인공과 마성의 여성이라는 남녀관계의 구조를 ‘극’형식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혼자와 이혼자」는 대화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레제드라마이다. 극 전반을 관통하는 문학사와 법학사의 대화는 작가 자신의 이혼과 관련한 실생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 두 남성의 대화 속에 다지나키 자신의 결혼관과 여성관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연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표출하다


「흰 여우 온천」은 1923년 작품으로 다니자키가 가장 활발하게 희곡을 집필하던 시기에 창작되었다. 달 밝은 밤 흰 여우가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을 본 자는 여우에 홀려 버린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고베의 양복점에서 일하던 가쿠타로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밤마다 산골짜기 계곡의 온천탕 주변을 배회하다가 백인여성 로사로 둔갑한 흰 여우에게 홀려 익사한다는 내용이다. 흰 여우의 표상은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로, 이 작품에서는 달빛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나는 여우의 새하얀 털과 백인여성의 하얀 살갗이 오버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25년 작품 「만돌린을 켜는 남자」는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한 희곡으로, 자신의 아내를 빼앗으려는 남자를 두려워하는 맹인이 그 남자(자기 자신)가 연주하는 만돌린 소리를 피해 도주하다가 호수에 잠겨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호수에 비치는 차디찬 달빛과 은은하게 울리는 만돌린 소리를 배경으로 아내를 향한 맹인의 집요하고도 이중적인 애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돈을 빌리러 온 남자」는 1926년에 창작된 사실적 분위기의 1막극이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도요타의 집에 평소 자주 돈을 꾸러 오던 하세가와가 방문해서 여행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의 대화는 공통의 지인인 우사미의 낡은 회중시계로 이어진다. 이를 이용하여 하세가와가 도요타에게 사기로 돈을 빌리려 하지만, 마침 그때 우연히 시계 주인인 우사미가 도요타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에 낭패하는 하세가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초라한 일면과 어떻게든 돈을 빌리려는 하세가와의 자기희화가 부각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이다. 
『문장의 희곡』을 통해 국내 독자들이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견하고, 그가 소설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희곡 창작을 계속해 온 의미를 되새겨 보길 기대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읽는 희곡’ 레제드라마의 즐거움과 가치를 만나보자.

첫 문장                                                           
오스미, 실제로는 37, 8세이지만 서른 전후로밖에 보이지 않는 중년 여성. 

이제 막 아침식사를 마친 참인 듯 혼자 화로에 기대어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가, 바로 무릎에 던지고 담뱃대에 담배를 채우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른다. _「사랑을 느낄 무렵」

 

책 속으로                                                         
p. 112  그래서 난 그 여자와 이혼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벼락치기라도 좋으니까 어설픈 서양사상을 마구 불어 넣어서 급조된 신여성으로 만드는 거야. 남편이 이혼신청을 해도 겉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자부심을 갖도록 말일세. _「기혼자와 이혼자」

p. 132-133  누구라니, 옛날부터 본 사람이 많아. 온천물이 깨끗하니까, 게다가 달빛이 투명하게 비치지, 그 탕 안에 여우가 새하얀 털을 세우고 목덜미와 겨드랑이 아래를 부지런히 씻고 있는 모습이 마치 눈의 정령(雪女)처럼 굉장하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예뻐서, 무심코 빨려 들어가 오두막 안을 엿보기라도 하면 그 후로 미쳐 날뛰게 되는 거야. 가쿠타로의 엄마나 형과 누나도 모두 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 _「흰 여우 온천」

p. 194  그림자 사나이, 맹인을 뒤로 밀치면서 떨어진 창틀 위로 밀어 넘어뜨린 뒤, 말을 탄 것처럼 깔고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맹인의 목을 조른다. 맹인은 간신히 저항만 하다 숨이 끊어진다. 구멍을 통해 비쳐 들어온 달빛이 그 시체 주위로 푸르스름하게 원을 그린다. _「만돌린을 켜는 남자」

저역자 소개                                                   
지은이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이다. 다니자키는 서구권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이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대가(大家)로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소설 작품이 번역되었다. 메이지기(明治期), 다이쇼기(大正期), 쇼와기(昭和期)에 이르는 약 60여년의 문학생애를 보내면서 탐미적·유미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으며, 중년 이후에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여성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많은 소설과 희곡 및 평론을 남겼다. 사후 50년을 맞이한 2016년 저작권이 소멸되어 다수의 소설작품이 번역되었으나,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아 30여 편의 희곡 대부분이 미(未)번역 상태이다. 본 번역서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희곡을 발표한 다니자키의 극작가로서의 숨겨진 일면을 소개하고, 1910~40년대 일본의 신극운동을 계기로 근대 초기 한일 양국의 소설가들의 희곡 창작과 레제드라마의 유행을 고찰한 연구의 성과물로 기획되었다.

옮긴이 나승회(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일본 근·현대문학 및 문화 연구를 전공하였다. 일본 근대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문학이 남성의 이야기에서 여성의 이야기로 이행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여 주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문학을 고찰하고 있으며, 한일 창작극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소설 중심의 문학 연구를 희곡의 영역으로 확대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근대 초기 한국에서 발간된 일본어 신문의 광고란을 고찰하면서 관련 논문을 집필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도시의 시학』(2019.02 심산출판사)이 있다.

목차                                                         
사랑을 느낄 무렵
기혼자와 이혼자
흰 여우 온천
만돌린을 켜는 남자
돈을 빌리러 온 남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역자후기

『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 읽는 희곡을 꿈꾸며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 나승회 옮김 | 279쪽 | 148*210

978-89-6545-733-6 93830 | 20,000원 | 2021년 6월 21일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국내에는 소설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다니자키의 작품 세계가 이번 책을 통해 그가 애정을 가졌던 희곡작품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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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환경정책의 문제와 대안

홍석환 지음

왜 환경문제는 개인의 실천만으로 개선될 수 없을까?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홍석환 저자가 환경·생태문제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환경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우리나라 환경부와 산림청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 각종 환경정책 문제, 이를테면 에너지정책이나 산림정책 등을 지적하고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짚는다.
그동안 우리나라 환경 분야 연구는 주로 외국의 환경문제 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환경복지 악화와 환경 정의 불평등 사례 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환경에 관한 구조적인 문제들을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짚어보고 해결과제와 실천 방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다. 특히,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정책과 관련하여 알린다.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환경문제와 정책

책은 전체 2부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부 ‘환경을 바라보는 어제와 오늘’에서는 산재해있는 환경정책과 우리나라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고질적인 환경문제를 주목한다. 
특히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우리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는 것과 같이, 직접적인 피해 과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중에 조금씩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환경문제를 수면 위로 올린다. 또, 생태계 서비스가 사라져가는 우리나라의 구조적인 문제점과 이에 대해 일반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내용을 논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자연보전의 가치에 대한 기본적 정보를 간단한 예시와 수치로 설명한다. 
2부 ‘내일을 위한 고민’에서는 환경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조금씩 바꾸거나 새롭게 추진해나가야 할 환경과제에 대해 다룬다. 
환경이나 사람에게 이로울 것이라며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업이 초래하는 문제점을, 객관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제시하며 올바른 가치판단으로 사회 인식의 변화를 모색한다. 또 자연이 주는 가치를 온전히 환경복지로 전환하기 위해 개인이나 정부가 해야 할 실천과제가 무엇인지 짚어도 본다.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환경정책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 것인가를 실질적인 정보와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


환경복지와 불평등, 이제는 해소해야 한다  

환경문제로 인한 피해는 먼 곳의 남 얘기가 절대 아니다. 내 삶을 위해, 내 이익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이다.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을, 단체를 응원하면 된다. 환경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들은 국민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잘못된 경제구조 속에서 타인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머리글 중에서

몸에서 열이 나면 곧바로 해열제를 투약할 것이 아니라 발열 원인을 파악하거나 열을 내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과정이 우선인 것처럼, 환경문제를 다루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 각종 환경문제는 임시방편으로 해결해서는 안 되며, 문제를 확실하게 규명해서 해결과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쪽으로 흘러가는 여러 환경사업의 병폐를 지적하며, 환경복지가 심각하게 오용되는 과정을 산림정책, 에너지정책, 환경정책 등의 측면에서 살펴본다. 
환경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한 정책적인 문제는 다양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사람들은 모두 이 책에서 던지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환경 정의 측면에서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불평등한 구조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알면 바뀔 수 있다. 2021년 환경의 날을 맞아 출간되는 이 책이 그 역할을 해낼 것이다.

첫 문장
2021년 4월 13일. 우려하던 일이 공식화되었다.

P.18     자연환경을 바라보는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옛것을 알아야 새것이 더욱 빛을 발할 터인데, 환경에 대한 옛것의 무지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니, 이 얘기는 지금 우리나라가 환경을 생각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로 더없이 적합해 보인다.

P.27     이 나무들을 보며 우리나라 고유의 오랜 역사문화의 감동을 느끼라고 하는 강요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제의 문화말살정책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하는 행위는 시급히 멈춰야만 한다.

P.57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는 잠시 유행한 드라마나 영화, 또는 사람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허비하는 상황을 보는 것이다. 수천, 수만 년 동안 만들어낸 장소의 아름다움을 하루아침에 내팽개치고 새롭게 껍데기를 포장하는 데 잘될 리가 없지 않은가?

P.116     폭염이나 산림병해충의 대책은 세금을 투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각 분야에서 폭염을 가중시키는 데 들이는 세금을 쓰지 않는 것이 훨씬 쉽고 높은 효과를 보임을 명심해야 한다. 환경운동의 바이블이 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당시의 상황과 우리나라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때와 같은 일이 고스란히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펼쳐지고 있다.

P.178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멸종위기종을 복원한 후 이들이 살 수 없는 서식환경으로 내몰아 버리는 이런 행위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는지. 종을 복원하는 일보다 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P.194-195  홍수 예방을 위해서는 다른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진행해왔던 하천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제방을 없애 하천을 넓히고,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림과 시가지, 경작지를 이용할 정책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홍수, 산사태, 해일이 발생할 지역의 개발 자체를 하지 않는 게 청개구리가 되지 않는 길이다.

P.234     국토는 모든 국민의 것이지 관리를 위임받아 관리하고 있는 부서의 재산이 아님을 명심해야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세금을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곶감 빼먹듯 매년 빼먹어야만 하는 무리들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산림은 개발할 수 없는 버려진 땅이 아니다.

P.264     우리가 환경개선을 위해, 기후위기 타개를 위해 실천해야 할 유일한 한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리 어렵지도 않다. 내 아이를 위해, 지구를 위해 ‘자린고비’가 되는 것이며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현명하게 소비하기 위해, 아주 잠깐, 짧게는 몇 초 정도의 고민을 들여 에너지 소비를 생각해서 선택하면 된다.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생각이다. 안 쓰는 게 가장 좋지만 써야 한다면 적게 쓰고,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물건이나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홍석환
부산대학교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이상적인 국토의 지속가능성을 강의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개발이익에 치우친 사회문제를 확인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기 위한 계획이론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운동장 기울기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지에서부터 국립공원과 원시림까지, 전국 하천과 습지에서부터 무인도까지, 도시녹지에서부터 아고산지대까지 전국 곳곳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자연환경을 이해하고자 했고 지금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머리글

1부 환경을 바라보는 어제와 오늘
1. 환경, 해결되지 않는 과제들
살아 있는 문화재
환경 인식의 거울, 환경영향평가제도
고양이와 생선가게
환경영향평가 왜? 
설악산과 케이블카, 환경전문가는 필요 없다
먼지 쌓인 환경·생태 공약
가리왕산에 드리워진 오리발과 지역발전의 허상
4차산업혁명의 역행, 흑산도공항
지금도 계속되는 4대강사업

2. 인간, 자연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운
반달가슴곰 KM-53의 여행?
숲 가꾸기, 정부의 위장환경주의
소나무재선충과 숲
미세먼지와 자동차
미세먼지와 숲 
숲속 나무는 얼마나 오래 살까? 

2부 내일을 위한 고민
3. 이제는 바꿔야 할 것들
일제의 잔재, 국립공원
1%를 위한 성장
핵발전 단가 ‘숨겨진 비용’
정원과 공원, 그리고 세금
따오기에 덮친 생태적 덫
반달가슴곰과 설악산
국토 훼손과 부동산
홍수는 재앙인가?
그린 없는 그린뉴딜

4. 미래는 환경이다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사람이 먼저인 나라
주택 및 토지공개념
환경 칸막이
경유차 전성 시대와 유류세
깨어 있는 기업의 힘
송편이 먹고 싶다
기본소득과 기본공제
금수저와 청년기본소득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더 하고 싶은 상생이야기 오색케이블카가 촉발한 갈등을 바라보며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 환경정책의 문제와 대안

홍석환 지음 | 288쪽 | 152*225

978-89-6545-731-2 03300 | 20,000원 | 2021년 6월 5일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홍석환 저자가 환경·생태문제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환경 관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우리나라 환경부와 산림청 등에서 드러나고 있는 각종 환경정책 문제, 이를테면 에너지정책이나 산림정책 등을 지적하고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짚는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9678460 

 

환경에 대한 갑질을 멈출 시간

부산대학교 조경학과에서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는 홍석환 저자가 환경·생태문제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이 책에서는 왜 환경문제가 해결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을 자연환경 관점에서 중점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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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장편소설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무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민원인과 매일 반복되는 하루. 현실은 답답하고 무료할 뿐이다. 무득은 푸른 탑 꿈 카페를 통해 깨어있는 꿈을 알게 되고, 어떤 기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날고 싶다는 일념으로, 꿈을 자각하는 훈련부터 차근차근 시행한다. 그런 무득을 눈여겨본 푸른 탑 꿈 카페의 대표 탁우는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동참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유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놓인 흰 문과 검은 문. 탁우는 오직 흰 문을 통해서만 유토피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득은 탁우를 따라 흰 문 너머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하지만, 그것은 탁우의 질서 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일 뿐이다. 이것이 정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일까?

 

치밀한 묘사를 통해 구축한 가상의 세계 

인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노력해왔다. 역사의 현재가 말해주듯 그런 유토피아는 마녀사냥과 아동노동과 강제수용소라는 치명상을 남기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꿈에서라면 어떨까? 자각몽에서라면 인간은 유유히 유토피아를 즐기고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물음에서 탄생했다. _작가의 말(363)

정광모 소설가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원하던 유토피아를 건축할 수 있을까 하는 창의적 질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의 도움 없이 하늘을 나는 무득의 상상을 시작으로, 작가는 깨어있는 꿈으로 명명되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집요한 묘사를 통해 깨어있는 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상의 서사에서 현실을 건져 올리다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인 직업을 획득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진상 민원인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무득,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양태관, 세상의 이목에 반하여 원하는 성적 지향을 표출하지 못하는 송아진과 홍리.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찾아 깨어있는 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광모의 소설은 성실한 현실 조사와 탐구를 바탕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식과 존재를 사회적 징후의 서사로 포착하는 데 예리한 성취를 보여왔다. 그의 소설에 언제든 분명하고 구체적인 구조와 배경으로 녹아 있는 사회라는 지평은 미메시스의 영역에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더디지만 착실하게 진전시켜온 온전한 인간 파악의 과제를 새삼 돌이키게 한다. _해설, 정홍수 문학평론가(349)

작가는 깨어있는 꿈이라는 기묘한 가상 세계의 기저에 꿈을 꾸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깔아 둔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감정적 결핍 등을 경험한 인물들은 유토피아를 찾아 헤맨다.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징후를 서사에 녹여내는 작가의 방식은 소설의 밑바닥에서 사건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유토피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존재하는 것인가. 각자의 희망을 안고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속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한다. 말 그대로 꿈속의 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호숫가를 따라 수초가 무리 지어 자라났다. 꿈이라는 호수 앞에 놓인 정자에 몸을 기대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편안하게 바라다보는 느낌이었다.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은 그걸로 족했고 두 사람의 동지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건 오래도록 이어질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_본문(220-221)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이라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 받는다. 정광모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직조된 세계와 느와르적 서사, 그 밑에 자리한 사회적 징후들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로 건설되었다. 그 위에서 꿈속의 꿈을 꾸는 인물들이 어떻게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하는지 그 여정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첫 문장 

무득은 비명을 질렀다. 총을 맞고 허공으로 떨어지다니.

 

 책속으로 / 밑줄긋기 

📌 p.23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꿈 세상은 무한했고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며 다채로운 경험으로 넘쳐났다.

📌 p.37 우린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해.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추구하려다 실패만 거듭한 그야말로 꿈이었지. 꿈의 유토피아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사람을 고르고 있어.”

📌 p.83 탁우는 처음부터 오롯이 흰 문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건 탁우가 만든, 자신의 말을 믿고 자기를 따르도록 한 첫 번째 계명이 아닐까. 그 계명을 어기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푸른 탑을 안내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닐까.

📌 p.86 이 공간은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 자리로 제공되었으니 마음껏 쓰시라. 이 안에서는 뭘 만들거나 무슨 일을 벌려도 좋다. 단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야 한다.” 무득은 꿈에서 지켜야 할 질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말했다. “질서라면 어떤 걸 말하나요?” “꿈에서도 질서란 그냥 질서야. 지키지 않아도 돼. 다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뿐이지.”

📌 p.238 양태관의 몸은 고통으로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꿈이다. 곧 깨어날 꿈. 통증은 가짜고 곧 사라질 거짓이다. 다섯 번째 총알은 종아리를 부수고 여섯 번째 총알은 어깻죽지에 박혔다.

📌 p.313-314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보면 우리 지구는 밤도 낮도 없는, 볼펜으로 콕 찍은 점에 불과해. 우리는 무에 가까운 존재야. 무는 아니지만 무한히 무에 가까운……. 그래서 유토피아란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

 

 저자 

정광모

소설가. 부산 출생.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한국소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콜트45,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그 외 작가의 드론독서 1, 2, 3이 있다. 부산작가상, 르코창작기금,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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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해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정홍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지음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알라딘: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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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

 

▶ 정제된 문장으로 모순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서정아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2014이상한 과일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을 잔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침투한 뜻 모를 불안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일상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도 모른 척하며 그들은 오늘도 일상을 살아낼 뿐이다.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 그들에게 닥친 사소한 불행, 그 불행이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어딘지도 모르고 진오가 낸 교통사고로 가난한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진 합의에 진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그들에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의 행위, 선택, 말 등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서서히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의 강은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풀샷으로 날린 골프공이 나무에 맞고 아내의 눈을 강타한 사고 때문이다. 불운한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와 아내 진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의안을 끼워야 했다. 하지만 강과 진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부부의 생활은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어쩌면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애써 모른 척하고, 부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과 서로를 위무한다.

 

▶ 한순간 사라진 아이들, 엄마는 아이의 공백을 가만히 더듬는다

사라진 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들 동훈을 찾아 헤매는 싱글맘 유란의 이야기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유란은 동훈을 찾지만 집 안 어디에도 동훈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유란은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유란은 아이의 흔적을 통해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동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동훈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삶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던 사이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은 느리게 온다물놀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유경의 일상을 담고 있다. 유경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타인들은 그녀를 더욱 아프게만 한다. 살아남은 아들의 친구를 원망해보고, 행복했던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도 보고, 아이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해보지만, 아들을 향한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마냥 놓아버리고만 싶은 생을 둘째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붙잡을 뿐이다.

 

▶ 가족이라는 아이러니, 그 이상한 관계를 되짚어본다

양의 울음의 윤은 자신이 일했던 호주의 양 공장을 떠나온 후에도 가끔 양의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은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인 휴고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목도한다. 그로테스크한 양 공장의 묘사와 함께 혈연이라는 관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후 네 시의 동물원 휴가를 맞아 가오슝으로 떠난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한 가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무더운 여름, 그들은 갖은 고생 끝에 동물원에 도착하지만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해 보인다. 엄마인 도연은 이따금 서늘해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마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카메라 렌즈에 금이 가고, 하마 우리에 하마가 보이지 않고, 아이가 떼를 쓰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야생 원숭이까지 발치 앞으로 다가오니 그녀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다.

 

▶ 씁쓸한 현실과 쓸쓸한 ‘나’의 세계

카빙은 이상보다 현실의 편익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조리 교사 오윤의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비틀어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윤은 회의나 자책보다는 합리화와 외면이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돌아서고 만다. 현실에 순응하며 내일을 위해 날카롭게 칼을 벼리는 오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겹의 세계 안젤라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아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만, 그들의 삶에는 함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의 빚에 허덕이는 안젤라, 낙태수술을 감행하는 루시아와 미카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외면 받는 요한. 안젤라는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에 쓸쓸함을 느낀다.

 

서정아 소설가는 인물이 겪는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은 현재의 상황과 감정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다음 날의 출근을 준비하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혼란한 감정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우리는 그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첫 문장 

새 유리 어항으로 옮겨진 물고기들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어차피 죽은 고기야.

진오는 집게로 장어의 머리를 뒤집으며 말했다. 불판에서 치익, 하고 물기 닿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구워 먹힐 고기라고.

진오는 상추쌈을 쌌다. 양념이 묻은 장어 토막을 두 개나 넣고 각종 야채도 한 젓가락씩 듬뿍 얹어 엄청나게 커다래진 쌈을 한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한참 입을 우물거리더니 입에 있던 것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키고는 말했다.

그러니 무서워할 것 없어.

 

p.60 그들은 침묵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서로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그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은 앞으로도 전혀 나빠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문득 고요한 공기를 가르고 자동차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뭔가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p.112-113 유란은 동훈의 종합장을 책가방에 넣으려다가 표지를 들추었다. 혹시 무슨 메모라도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들과 틀린 표시가 가득한 수학 문제들뿐이었다. 온통 빨간 빗금이 그인 문제풀이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그녀는 아이가 혼자 견뎌야 했을 오답의 시간들에 눈이 붉어졌다. 동훈이 남긴 메모 같은 건 없었는데도 어쩐지 아이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 것만 같았다.

 

p.140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교집합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들이 분명 각자에게 존재했다. 그건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는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였다.

 

p.193-194 선생님은 못 도와주실 거예요.”

경서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원망과 절망스런 확신이 묻어 있었다. 오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았다. 경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힘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윤은 바람에 삐거덕거리는 문을 바라보다 결국 돌아섰다. 경서의 뒷모습을 보니 어쩐지 선화가 자신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모두 다 알 것만 같았다.

 

 저자 

서정아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으로 이상한 과일이 있다.

clawjsanf@hanmail.net

 

 목차 

 

어딘지도 모르고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사라진 아이

한 겹의 세계

양의 울음

카빙

아침은 느리게 온다

 

작가의 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224쪽|125*205 |978-89-6545-728-2 03810

15,000원|2021년 05월 20일 출간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2014년 『이상한 과일』 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169125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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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배 

조성래 시집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초기 작품에서는 폭압적 현실에 대한 젊음의 상처를 알레고리로 드러냈지만, 차츰 시 세계를 확장하면서 도시 문명의 황폐함과 존재의 내면에 깃든 생명성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한편, 시인은 만주기행 시집을 통해 북방 정서를 인상 깊게 그려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제15회 최계락문학상을, 2019년에는 제5회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회에 대한 심경과 실존의 무게가 깃들인 시

쪽배에는 시인의 초기시편 카인 별곡연작과 같이 도시의 환멸스러운 풍경을 말하는, 삼월」 「개인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도시 문명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의 시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생명의식은 농적(農的) 삶에 기반한다. 이는 그의 시에서 원초적 기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용한다. 도회를 폐허의 이미지로 수용하는 데에 유년의 추억이 간섭하는 바 없지 않다. 아울러 환멸이나 폐허는 초월을 꿈꾸는 기제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그의 시 의식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서로 당기는 가운데서 긴장한다. 한편에 고향의 기억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 경계를 넘는 초속의 세계를 갈망한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견인하지만 대립하지 않는다. 어느 한 방향의 선택 문제도 아니다. 모두 구체적인 삶 안에서 현실을 비판하거나 넘어서려는 시적 확장과 연관한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우울한 삶의 풍경이나 묵시록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주체를 부정하고 존재를 무로 돌리기보다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시를 통해 현존재의 삶의 개입하는, 유년의 추억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은행나무를 향한 시인의 유별한 사랑

시인의 시에는 은행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은행나무는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되고, 기운을 나누고 생동하는 주체가 되며, ‘그대에게 이르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가 된다.

은행나무야,
그 조랑조랑 매단 열매들 좀
흔들어대지 마.
푸른 바람 서늘히 불어
부전동 쌈지공원에 첫가을 찾아와 노숙하는 지금
은행나무야 제발
그 열매 달린 팔 길게 뻗어
호프집 <체르니> 창문 두드리지 마
「밀애」 부분

조성래 시인의 시에서 은행나무는 유난한 편애의 대상이다. 은행나무 열매를 수족관에서 팔딱이는 전어나 피아노 건반, 나아가서 어린아이들로 연상하는 일은 곧 떨어지고 휘날릴 낙엽의 예감을 품는다. 생명의 감각은 이와 같아서 그 절정에서 조락을 알고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서 새움을 발견한다. 나아가서 이러한 생명현상 속에 영성이 깃들어 있음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연작시이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헬레나
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
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
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
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손때 묻은 성경과 묵주
여전히 책상 위에 모셔져 있건만
집 안의 모든 시계 멈춰 버렸다
그대 아끼던 화초들도 몸 둘 바 몰라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고 말았다
하늘이 맺어준 것 사람이 끊지 못하리라
그 말씀 받들며 살려 했는데 우리 사랑 이미
행성 저쪽으로 빗금 긋고 사라졌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하늘통신-아내에게」 부분

 

번에 걸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를 반복한다. 이 시편을 읽는 우리도 할 말을 잃는다. 그 어떤 말도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그가 슬픔을 통과하는 시간이 빠르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러함에도 시인이 쓴 애도의 시가 그만의 방법임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누구나 태어나 만나고 이별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토록 애틋한 이를 그리움으로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깊게 울린다.

 

 

📘 작가소개 

조성래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무크 <지평>, 1989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국에 대하여, 카인 별곡, 바퀴 위에서 잠자기, 두만강 여울목,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 목단강 목단강이 있다.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했다.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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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하나

1

삼월 | 항구 | 두통 | 꿈과 현실 | 현기증 | | 물고기와 은행나무 | 해녀와 돌고래 | 중앙하이츠 | 한 자리 | 비가悲歌 | 평상 | 등꽃 | 눈부시다 | 비정규직의 하루

2

대금 | 합천 영암사지에서 | 밀애 | 가을 석포 | 관계 | 하늘거울, 쪽배 | 노숙 | 장고개 | 뒷길 | 생존1 | 생존2 | 이 몸, 낙타-새벽녘 눈 뜨면 나는 사막에 누워 있다 | 은행나무·| 순례-이해웅 시인 | 폐사지에서

3

허공 | 팔만대장경 | 나무실 합천이씨 | 알레르기 | C3 계곡 | 나목 | | 비염 | 개인| 감전 | 복천동고분군 | 대기초등학교 | 삼천포 간다 | 내리는 눈발 속에 | 장유계곡

4

역광 | 하늘통신-아내에게 | 사순절-아내에게 | 산책-아내에게 | 가족-아내에게 | 수원지-아내에게 | 달밤 | 비 오는 날 | 환풍기 | 까치집 | 칠산동 지붕 위를 누비는 고등어 | 즐거운 PC | 거목巨木의 노래-경남대학보 59돌 기념 | 돌고 돌아 | 설렁탕 먹으며

발문 은행나무 아래서 새를 보다-구모룡(문학평론가)

 

 

 쪽배 

조성래 지음 | 144쪽 | 127*188 양장 | 978-89-6545-725-1 |

12,000원 | 2021년 5월 18일 출간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알라딘: 쪽배 (aladin.co.kr)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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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절로 인생 

 

 

▶ 나절로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원고를 정리하다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한 단상을 비롯하여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담겼다.

나절로 인생이라는 제목은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절로처럼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지었다. 300쪽에 달하는 꽤 두툼한 책에는 칠순의 나이에 흩어진 글을 하나하나 살피며 반듯하게 엮어내는 모습과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표지그림과 제호는 저자의 호를 지어준 통도사 수안 스님의 작품이다.

 

▶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에 공개하는 문집

장동범 시인은 2021, 올해 칠순이다. 그의 주위 연배 지인들은 고희古稀를 일러 비로소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라 격려한다.

책의 1스마트폰을 열며에는 20144월부터 1천 회 가까이 스마트폰에 기록한 수촌야화壽村野話사진과 글 가운데, 25편의 내용을 발췌해서 실었다. 음악과 미술과 시와 풍경 등 평소 관심을 가지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함축되어 있다.

저자는 시인이다. 그런데 시만 쓰는 시인은 드물다. 2붓 따라 글 따라에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붓 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그동안 이곳저곳에 써 놓은 글을 모은 것이다.

3강단에서는 경성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인터넷 언론 <시빅뉴스>에 정기적으로 기고했던 칼럼이 담겨 있다. 주로 제자들을 생각하며 쓰긴 했으나, 누구나 읽고 그 울림을 들을 만한 글이다.

4책갈피에는 저자가 읽은 책에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시인이나 작가에게 여전히 소중한 가치이다. 그 단면을 저자의 독서경험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창작에는 비평이 뒤따른다. 특히 짧은 시 쓰기에 열심인 저자는 자신의 시에 대한 견해를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했는데. 이에 5시에 관하여에서는 시인인 저자가 보는 시에 대한 감상과 저자가 직접 쓴 시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KBS 대구방송총국 보도국장이던 시절 인터뷰한 내용과 마산고등학교 개교 80주년 기념문집에 수록한 시편이 부록으로 들어 있다.

 

▶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여전히 공부하고 소통하는 삶

 

나는 앞으로도 계속 배울 것이다. 또 남은 시간 오랜 생명력을 지닌 옛글(고전)들을 두고두고 천천히 읽고 음미할 것이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글에서 배운 바가 있다면 그 느낌을 간혹 기록해 남길 것이다. 일찍이 로마 원로원에서 카이오 티투스는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Verba volant, scripta manent)”라 했다. 이 세상 모든 기록물들은 ‘배워서 남 주자!’의 실천과 다름없다. 앞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시를 쓸 수 있어 좋고, 끝으로 그동안 젊은이들과 함께 호흡한 대학 강단이 고맙다!

_‘들어가며’ 중에서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보는 동안에도 저자의 마음은 한결같다. 쉬지 않고 정진하는 삶, 책 읽기와 시 쓰기 같은 배움으로 더 나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 올해 초 네 명의 시인과 함께 공동시집을 낸 데 이어 개인 문집까지 발표하는 성실함이 그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저자는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天无絶人之路)’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어딘지 모르지만 왔고 어딘지 모르지만 간다. 그래서 세상살이는 고단한 나그네이기도 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니 우여곡절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저자와 같이, 세상에서 머물거나 떠도는 동안 자족할 줄 아는 나그네로 살 줄 알아야겠다.

 

 

첫 문장

인생 칠십이 흔한 일이 되었지만 맞이하는 저마다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

 

책 속으로 / 밑줄긋기

📌 P.28 외출도 하고 모임도 월 몇 차례 있지만 일상을 굳이 소개한 것은 단순한 생활에서 오는 낙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 하여 시간에 늘 쫓기는 분들, 괴테의 시구처럼 조금만 기다리시라! 시간 주체못할 때가 언젠가 온다.

📌 P.74 어릴 적 모든 것이 부족한 시절임에도 명절이 기다려지는 즐거움이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땀이 차 잘 미끄러지는 낡은 검정 고무신 대신 앞에 고무밴드를 댄 운동화를 빔으로 받고서 신을 날을 가슴 설레며 기다리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 안타까웠던 추억!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런 기쁜 일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다.

📌 P.111 원만한 대화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답하는 식으로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생활에서 소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고, 아무리 통신 수단이 발달해도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아날로그적인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 P.228 책은 추억을 깊숙이 소환하는 미디어다. 1976, 지도교수께서 대학에 남기를 권했지만 졸업 전 생활 전선에 나섰다. 그러나 문학의 꿈은 버리지 못하고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기웃거렸다. 내가 손때 묻은 책들을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 P.243 좋은 시란 어떤 시인가? 아마 평자評者 수만큼이나 좋은 시에 관한 정의는 많을 게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시는 한 마디로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는 시이다. 마음에 닿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공감대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한다.

📌 P.277-278 장동범 시인은 전화에서 느꼈던 정다움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 생생한 현장을 보도하는 뉴스가 주는 표면 위의 날카로움은 그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그를 만난 첫인상이다. 보도국의 장동범 국장이 아닌 시를 쓰는 남자 장동범의 시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한다.

 

저자 소개

장동범

1952가고파의 고향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 성호초등학교(57), 마산중(17), 마산고(30)를 거쳐 부산대 문리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부산에서 쭉 살고 있다.

1976년 중앙일보, 동양방송 기자로 출발했으나 1980년 언론 통폐합으로 KBS로 자리를 옮겨 부산, 창원, 대구에서 기자, 부장, 보도국장을 거쳐 울산방송국장을 역임한 뒤 2010년 정년퇴직했다. 학업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부산외대, 경성대에서 2개의 석사학위를 딴 인연으로 두 대학에서 7년간 겸임, 초빙교수로 일했다.

1999년 월간 <시문학>에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해 심심7권의 시집을 자비로 출판했으며 30년 언론인 생활의 소회를 적은 칼럼집 촌기자의 곧은 소리와 공동시집 오후 다섯 시의 풍경도 상재했다.

백수인 요즘 책을 읽고 시를 쓰며, 스마트폰을 통해 한정된 지인들과 SNS로 소통도 하고 특히 불교에 관심이 많아 공부도 나름 하고 있다.

 

차례

더보기

글머리에

 

1부 스마트폰을 열며

귀가 순해진다는 것은 | 병원 가는 길에 | 모든 산봉우리에 휴식 있노라 | 시작 메모 |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다 | 고운 떡갈나무 단풍 | 한가하게 거한다 | 무명시인의 하루 | 내 안으로의 여행 | 불란서 빵집 앞에서 | 가을 햇살 | 꽃무릇 유감 | 파도처럼 잠깐의 흐름 | 끼리끼리 어울리며 | 멈추어 보는 지혜 | 과거로의 여행 | 인류의 고난과 연민 | 버리고 줄이고 비우며 | 출산의 기쁨 | 파스칼의 구체 |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 나이 일흔에 | 봄이 무르익었다 | 오래된 필통에서 | 절로 절로 나절로

 

2부 붓 따라 글 따라

삼산거사의 세상 사는 이야기 | 황금 돼지해의 어떤 고백 | 괭이갈매기와 아구찜 | 지하철에서 동기회 모임까지 | 선물-우분투 | 처용, 용서의 미학 | 또 한 해를 보내며 | 매화 옛등걸에 봄이 왔으나 | 바다의 갈채 | 양파를 뽑으며 | 평화가 바로 길이다 | 산천은 의구한데 | 러시아 문학기행민중의 고통 속에 꽃핀, 그러나 미완의 혁명 | 한잔 술이나 할까

 

3부 강단에서

수구리족과 모바일 세대, 그리고 인간소통 부재 | 그래서 여러분에게 미안합니다! | 저마다 있는 곳에서 주체적인 삶을! | 잡초는 없다 | 심심해지자! | 국민이 국가다 | 대학의 위기와 책 이야기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 평형감각이 필요하다 | 부자와 문화보국 | 조상 이야기 | 그때는 그랬지요 |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우리의 소원 | ‘안티푸라민의 추억 | 사람이 곧 하늘이다 | 마음 비우기 | 배워서 남 주자!

 

4부 책갈피

독서의 정점이 될 책이 왔다 | 꽃향기 훔친 도둑 | 읽을 책은 쌓이고 | 아함경 일독을 마치며 | 내 인생의 책 | 진흙에서 연꽃을 피운 구마라집 | 인문학의 보고 <삼국유사>를 읽고 | 바다의 침묵 | 책 읽기, 본다는 것 | 폭염과 독서-서늘한 독후감 | 사아디라는 페르시아 시인

 

5부 시에 관하여

시 짓기의 아픔 | 나의 시 쓰기 | 짧은 시에 관하여

 

부록1: 인터뷰 작가를 만나다

부록2: 학림문향鶴林文香수록 시편

약력: 수촌 장동범 칠순 흔적

 

 

나절로 인생

장동범 지음 | 304쪽 | 150*220 | 978-89-6545-726-8 |

18,000원 | 2021년 5월 18일 출간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기록한 단상을 비롯하여 산문, 칼럼, 독서일기 등이 담겼다.

 

알라딘: 나절로 인생 (aladin.co.kr)

 

나절로 인생

기자와 방송국장을 지내고 부산외국어대학교와 경성대 등에서 초빙교수로 일했으며 몇 권의 시집과 칼럼집 등을 발표한 바 있는 장동범 시인의 산문집이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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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은 없다

 

사회이동이 우리를 어떻게 호도하는가

We Have Never Been Niddle Class

 

 

하다스 바이스 지음

문혜림·고민지 옮김

 

▶ 과연 중산층은 존재하는가?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다

 

금융화가 가하는 가장 심한 압박은
우리 자신의 착취에 우리가 투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의 증가와 쇠퇴는 중요한 이슈다. 중산층의 몰락은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힌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산층을 산출하는 범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과감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 이데올로기 핵심은 바로 투자.

저자 하다스 바이스는 인류학자로 금융화 및 중산층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나온 문화기술지 연구들을 실례로 제시한다. 그간의 연구를 집약적으로 녹여낸 이 책은 중산층을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새롭고 논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주식, 펀드, 부동산, 가상화폐, · 무형 자산에 열광적으로 투자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목청껏 투자를 홍보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저축 이자가 낮아졌으니 은행에 돈을 넣어 손해 보지 말고 금융 자본에 투자해 이윤을 챙기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산층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본에 투자하는 행위는 과연 자기 결정적 투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핵심 논쟁을 이끌어가면서 모호한 중산층 범위와 중산층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사유재산 제도, 인적 자본 투자, 변화한 정치적 특성과 가치에 대해 상세히 규명한다.

 

▶ 투자를 강요받는 시대

우리는 우리를 착취하는 구조에 투자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 구조적으로 투자를 강요받지만, 주도적인 자기 결정으로 투자했다고 여기고, 이런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자산을 지닌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었다고 지적한다. 자본주의에서 가계 재산을 늘릴 가능성이 점차 커지자 노동자들은 주택이나 주식, 보험, 학위, 전문자격증, 그 밖의 유무형의 재산에 투자하지만, 그들의 자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를 메우기 위해 계속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런 끊임없는 투자로 인해 투자한 사람들은 지속적인 불안정과 부채, 강박적인 과로에 시달리게 된다. 엄청난 값을 치르지 않고서는 투자에서 손을 뗄 수도 없고 그로 인해 큰 손실을 얻게 되더라도, 투자는 자신의 결정에 의한 선택이기 때문에 투자의 모든 손실 역시 개인의 책임이라고 여긴다.

우리는 우리를 착취하는 자본에 투자하면서 자본의 몸집을 키워주지만 손실의 위험에 대해서는 개인의 몫으로 떠안아야 한다. 이 위험성에 대해서 자본주의는 함구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착취를 은폐할 뿐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 인적 자본에 과잉 투자, 결국 인간의 가치를 하락시킬 뿐이다

 

오늘날 우리는 중산층이 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인적 자원에 투자한다. 학위를 받고 자격증을 따고 의미 있는 인맥을 구축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자녀 교육은 열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금융 자본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자녀 교육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어든다. 내 자녀가 뒤처지지 않기 위해 가계 재산을 기꺼이 투자한다.

그러나 인적 자본에 투자할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우리는 더 많이 투자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예를 들어, 개인이 자격증을 많이 취득하면 할수록, 오히려 자격증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격증을 많이 보유하는 것이 평균이 되는 것과 같다. 우리는 앞서기 위해서가 아니라 따라잡기 위해서 인적 자본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자녀나 자신에게 투자했을 때, 투자의 결과가 사유재산의 증식으로 전환되면 좋겠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완전한 가치로 보상하거나 전환하지 못한다. 저자는 책에서 인적 자본 논리에 따라 가족의 유대 관계가 어떻게 재형성되는지 관찰하고 인적 자본의 과잉 투자와 축적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혀낸다.

 

▶ 굿바이 가치, 굿바이 정치

 

마지막으로 저자는 중산층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정치와 가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시위와 시민운동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낳은 정치에 대한 비판적 사상들에 대해서도 간략히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표명된 정치와 가치를 살펴보고, 뒤이어 저자의 문화기술지 연구에 기반하여 독일과 이스라엘에서 나타난 정치적 변화 및 가치에 대해 살펴본다. 이러한 사례들은 투자 주도적인 자기 결정이라는 중산층 이데올로기가 활동가들이 세우는 최고의 목표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가 자본에 투자하면 할수록, 사회의 중요한 가치나 공동의 이익보다는 내가 투자한 곳의 이익에 더 치중하게 되고, 사람들은 점점 사적 이익에 따라 재정립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가치와 정치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을뿐더러 우리에게 착취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하는 구조에 더 순응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첫 문장

(중산층으로서의) 중간계급(middle class)은 존재하지 않는다.

 

추천사

이반 아서(Portfolio Society: On the Capitalist Mode of Prediction 저자)
어쩌면 우리는 이미 중산층이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마치 어린아이가 산타클로스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방에 있는 어른들이 계속해서 착한 소년과 소녀가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면, 그 믿음을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중산층은 없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 특별한 책에서, 하다스 바이스는 놀라울 정도로 영리하게 누가 선물을 나무 아래에 놓았는지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했는지까지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매우 친절하고 예리하게 오늘날의 금융화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상기시키면서 동시에 해체한다. 이 책에서 얻는 교훈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우울감이나 향수를 자아내지는 않는다.

 

마이크 새비지(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 사회학과 교수・전(前) 국제불평등연구소장)

이 책은 새롭게 부상하는 사회계급 인류학에 절묘하게 기여하고 있다. 하다스 바이스는 투자와 축적, 재산 개념이 전 세계의 중산층 이데올로기의 매력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보여줌으로써 폭넓은 시각을 드러낸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63중산층이라는 명칭은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고 어떻게 사는지가 마치 개인적 선택과 노력의 결과인 것처럼 여기는 우리의 생각을 대변한다. 더욱이 그것은 마치 미래가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만 달려 있다는 듯이 미래를 위해 희생하려는 우리의 헌신을 대변한다.

 

P.74 자본이 우리의 등 뒤에서 우리를 희생시켜서 축적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버티는데, 왜냐하면 우리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가 그렇게 하도록 장려하기 때문이다.

 

P.96 중산층을 지명하는 것의 주요한 이점은, 노동자들이 포부와 근면성, 진취성(enterprise)을 가지고 축적에 기여하기 가장 좋은 위치에 서게 하여 축적을 용이하게 한다는 데 있었다.

 

P.125 우리는 더 이상 일관되고, 안정적이며, 눈에 보이는 재산의 소유주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운이 좋으면, 재산의 구성요소가 압축되어 있고 광범위한 축적 추세에 따라 가치가 변동하는 금융상품에 대한 공동 투자자가 될 수 있을 뿐이다. 우리의 집, 자격증, 보험, 연금계좌는 안정의 올가미가 될 수 있다.

 

P.144 새로운 중산층은 대개 인적 자본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구 중산층과 구별된다. 경제의 구조조정 물결은 선진국의 재산 가치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소유의 기회나 혹은 소유주가 불로소득 및 수익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켰다. 사회의 부유한 구성원들은 다른 방법으로 그들의 이익을 확고히 하고 영속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들은 물질적 획득을 사회적 지위로 전환하고, 자녀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받을 특권을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 새로운 중산층을 과시하는 국가들은 옛 엘리트계급의 기원이 재산에 있었던 것과는 달리 중산층의 기원은 전문적 기술과 교육을 통해 일어나는 사회이동이 보장된 것에 있다고 본다.

 

P.149인적 자본이라는 범주는 자본주의 생산의 맥락에서만 의미가 있다. 사회적 관계, 기술, 취향, 역량을 표준화된 측정 가능한 단위로 바꿔서 이를 자본이라는 물질적 표현으로 나타낼 뿐만 아니라 여타의 물질들과 비교되고 대체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역학이다.

P.191 가치를 통해 자신을 표명할 때, 우리는 더 안정된 토대에 서게 된다. 왜냐하면 가치는 현실보다는 신념에, 물질적 보상의 포기에, 그리고 실제 영향력에 얽매이지 않고 비슷한 성향을 지닌 타인들이라는 가상적 존재로 입증되는 보편성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시위, 자원봉사, 연대활동, 시민운동에서 가치는 우리의 약해진 힘을 발산할 강력한 수단을 제공한다. 또한 가치는 보상받지 못한 투자를 기꺼이 한 희생처럼 보이게 만들어 우리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마치 더 고귀하고 비물질적인 이상을 추구하면서 실용주의를 초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치는 우리의 삶을 조직하는 구조의 경직성을 우리가 받아들이게 만든다.

 

P.205 투자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이러한 자유로부터 힘을 얻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명백한 불평등에 맞닥뜨리고 만다. 이러한 불평등은 일상의 고역을 넘어설 수 있는 수단을 지닌 사람들의 대응을 이끌어낸다. 그러나 그들이 지닌 가치는 무기력하고, 그들의 정치는 물질적 압박 및 인센티브와 얽히면서 방해를 받고 있다.

 

P.222 중산층에 암시되어 있는 자기 결정은 거짓이다. 우리가 인생을 계획하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의 관습과 관계를 조정하는 구조들은 우리의 욕구 충족과 꿈의 실현, 두려움 해소와는 상반되는 목표를 위해 나아가도록 설계된다. 그 목표들은 우리가 투자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임시적이고 수단적인 동맹을 맺게 하는 한편, 이익과 손실을 두고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경쟁은 자본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운동들 속에서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힘을 우리에게서 앗아간다.

 

 

저자🌸

 

하다스 바이스Hadas Weiss

이스라엘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학계의 유목민이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핀란드, 헝가리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활동하였고, 마드리드 고등연구소(Madrid Institute for Advanced Study)에 재직한 바 있다. 현재는 베를린훔볼트대학교 아시아 아프리카학과에서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문화기술지 연구는 이스라엘, 독일, 스페인에서 이루어진 금융화의 사회적 기반과 그 여파를 다루고 있으며, 다수의 학술지에 기재되었다. 이 책은 하다스 바이스의 첫 번째 책으로, 그간 진행한 문화기술지 연구들의 결과를 녹여내며 중산층을 이데올로기로 규정하는 과감하고 논쟁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문혜림

고려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대학원 정치경제학과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저서로 교육혁명가 파울로 프레이리, 역서로 거리 민주주의, 계급 이해하기(공역), 마르크스의 마지막 투쟁(공역), 희망의 페다고지(공역)가 있다.

 

고민지

경상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정치경제학과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여 프랜차이즈 생산구조와 노동의 불안정화: 베이커리 산업을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술지 마르크스주의 연구에 등재된, 계급과 사회재생산론에 관한 해외학술논문을 번역한 바 있다.

 

목차🌸

 

감사의 말: 중산층-러브스토리

서문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다

1장 우리가 중산층을 이야기할 때 말하는 것들

2장 재산의 은밀한 매력

3장 너무나 인간적인

4장 굿바이 가치, 굿바이 정치

맺음말

역자 후기 : 투자를 강요받는 시대, 과연 중산층은 존재하는가?

찾아보기

 

 

 

 

<구매>

알라딘: 중산층은 없다 (aladi.co.kr)

 

중산층은 없다

하다스 바이스는 인류학자로 금융화 및 중산층과 관련된 문제를 연구해왔다. 이 도발적인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독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나온 문화기술지 연구들을 실례로 제시한다.

www.aladin.co.kr

 

 

『중산층은 없다』 - 사회이동이 우리를 어떻게 호도하는가

We Have Never Been Middle Class

하다스 바이스 지음 | 문혜림·고민지 옮김 | 272쪽 | 127×200

978-89-6545-721-3 03330 | 20,000원 | 2021년 5월 10일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의 증가와 쇠퇴는 중요한 이슈다. 중산층의 몰락은 그 사회의 경제가 위험하다는 지표로 읽힌다. 하지만 사람들은 중산층을 산출하는 범위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이 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중산층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목적을 가지는지 과감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우리는 결코 중산층이었던 적이 없고,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만 존재한다고 과감하게 말한다. 그 이데올로기 핵심은 바로 ‘투자’다.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리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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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파이채굴러 2021.05.17 16: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파이채굴러입니다.
    요기조기 구경다니다가 들어왔는데,
    포스팅 진짜 잘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배워갑니다.
    시간되실때 제 블로그도 한번
    들려주세요.🤗🤗🤗🤗

  2. 동글동글봄 2021.05.21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알라딘에서 화제의 책으로 주목해줬어요!

 취추바이 선집 

― 『신아국유기』, 『적도심사』

 

 

▶ 신생 소비에트러시아에서 전망을 찾고자 했던

중국공산당 초기 지도자 취추바이의 여정

 

취추바이(瞿秋白, 구추백)는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러시아어 번역가이자 중국의 좌익 작가, 공산주의 혁명가이다.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열 번째 책으로 출간하는 이 선집에는 취추바이의 저술 가운데 신아국유기(新俄國遊記)적도심사(赤都心史)를 번역하여 실었다.

1920년 가을,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취추바이는 새로운 기회의 땅, 붉은 물결의 소비에트러시아로 향한다. 신아국유기는 저자가 중국에서 출발해 19211, 모스크바에 도착할 때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것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해 하얼빈을 거쳐 모스크바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는데, 여러 가지 국내외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하얼빈에서 50일 이상 발이 묶이고, 이후에도 기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2021125일이 되어서야 취추바이 일행은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브스키역에 도착한다. 이어 모스크바에 머물던 1년여의 기록이 적도심사(赤都心史)이다.

 

상하이에서 좌련(左聯)을 이끌던 1930년대 초 취추바이와 루쉰

 

몰락한 신사집안을 뒤로하고

새로운 사회에서 주체로 서기를 희망하다

 

1899년 장쑤성 창저우에서 태어난 취추바이의 집안은 대대로 서생과 관리를 배출했던 신사집안이었다. 그의 아버지 취스웨이는 전통 지식과 예능에 재주가 있었지만, 생활을 꾸려나가는 재주는 없었다. 몰락한 집안에서 생계를 걱정해야만 했던 취추바이는 학비를 내지 않아도 되었던 러시아어 전수관에 들어가 러시아어를 배우게 되는데, 이때 5.4운동이 일어나면서 러시아어 전수관의 학생대표로 학생운동을 지도하고, 이후 리다자오가 발기한 마르크스연구회에 참여해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를 공부하게 된다.

5·4운동이 퇴조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전망을 찾던 취추바이는 1917년 혁명으로 탄생한 신생 소비에트러시아에 눈길을 돌리고, 신보(晨報)의 특파원으로 모스크바에 가게 되는데 이때의 여정이 이번 선집에 실린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그는 햇수로 4년을 머물면서 이론을 공부하고, 현실을 관찰하여, 실천에 참여할 기회를 갖는다. 이후 1923년 소비에트러시아를 방문한 천두슈(陳獨秀)를 따라 귀국하여 공산당의 선전업무를 담당하면서 신청년(新青年), 선봉(前鋒), 향도(嚮導)등의 간행물 발행에 참여한다.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신사 계급의 몰락은 필연적이었고 이에 따라 취추바이 자신 또한 존재를 상실하고 세계에서 부재하게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취추바이는 왕조가 붕괴되고 새로이 나타난 사회에서 그 자신이 변화한다면, 자신은 옛 체제와 더불어 소멸할 존재였을지언정 새로운 사회에서는 존재를 유지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주체로서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분투하다가 공산주의 혁명가로 생을 마감한다.

 

하얼빈을 출발하여 극동공화국을 거쳐 붉은 빛의 나라로

 

취추바이는 신보의 특파원으로 동지 2명과 함께 러시아로 떠나게 되는데, 신아국유기에는 출국을 결정하고 신변을 정리하면서 갖게 된 회한과 미래의 전망에 대한 불안감 등 자신의 심리적 변화와 더불어 중국 국내에서부터 극동공화국을 거쳐 모스크바로 진입하기 직전까지, 이동하는 도중에 보게 된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사회상이나 인간의 심리가 기록되어 있다.

192010월에 베이징을 떠난 취추바이는 하얼빈에서 발이 묶이면서 이 유기(遊記)’를 쓰기 시작하는데, 단순하게 보면 중국에서 러시아까지의 노정을 기록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저자의 사상적 경험이자 마음의 여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92111월이 되어서야 탈고한 신아국유기에는 길 위에서 겪었던 모든 견문과 경험, 구체적인 사실, 마음의 여정 속 동요와 기복, 사상과 이론 전부가 들어 있다.

신아국유기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그는 저 멀리서 가냘픈 한 줄기로 빛나던 붉은 빛의 세계로 들어가 깨닫고, 그렇게 해서 얻어낸 빛을 다시 중국으로 가지고 와 단잠에 빠져 있던 중국의 인민들을 돕고자 했다.

나는 어쨌든 모두를 위해 광명의 길을 열고 싶다. 나는 가고자 하며, 또 나는 가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지금 일떠섰다. 나는 아향(소비에트러시아)으로 떠난다.(1920. 11. 4. 하얼빈)

 

혁명과 내전을 겪은 이론의 실험장 모스크바에서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사람을 만나다

 

적도심사는 저자가 모스크바에 머물던 1년간의 기록으로서 신아국유기에 이어서 쓴 글이다. 두 책 모두 무미건조한 기행문이 아니고 여행안내서도 아니며,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서 그 수준이 상당하다. 저자는 한 나라의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법률이나 법령 몇 조항에 근거할 수는 없으며, 그 사회의 영혼을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문학작품의 형식을 취해서야, 작자의 개성이나마 훑어볼 수 있는 법이다.”라고 말하면서 이 책을 문학성 있는 시와 산문으로 채웠다.

혁명에 성공한 소비에트러시아와 볼셰비키는 백군의 반란을 빌미로 전시공산주의(戰時共産主義)라는 급진적 사회주의경제정책을 시행했다. 취추바이가 소비에트러시아로 들어갔을 때는 이러한 전시공산주의에서 벗어나 막 신경제정책(NEP)을 시작하던 단계였다. 혁명과 내전을 겪은 소비에트러시아는 이론의 실험장이었다. 당과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국가적·사회적 실험을 전개하고 있었고, 소비에트러시아 사회의 다양한 계급과 계층의 인간들은 이에 반응하여 실천하고 생각하며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개혁과 변화의 현장,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던 사람들을 접하고 관찰한 취추바이는 이를 기록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기록했다.

레닌과 트로츠키를 만났던 일, 러시아 귀족문화의 잔재를 경험한 일, 러시아식 사회주의, 러시아의 종교, ‘노동자에 대한 상념, 시베리아 유배 경험자와의 만남 등 취추바이의 글쓰기는 모스크바에서 그가 보고 들었던 모든 분야를 가로지른다. 그러면서도 중국인으로서의 의 존재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톨스토이 생가, 야스나야 폴리아나 방문

 

취추바이는 모스크바에서 톨스토이의 손녀와 교류하면서 톨스토이 생가를 방문하는 여행단에 합류하게 되는데, 적도심사에서는 이때의 여행기를 제법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30여 명의 여행단은 기차를 타고 툴라로 가서 야스나야 폴리아나를 방문한다. 여행에 동행하는 다양한 사람들과 혁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생가에서는 또 톨스토이의 친척들을 여럿 만나 톨스토이의 생전 모습을 들어본다. 톨스토이파들이 꾸리고 있는 코뮌에도 들른다. 혁명 후에도 톨스토이의 유적이 보존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야스나야 폴리아나에 혁명의 파도가 거세게 밀려왔을 때, 소장파 농민들은 들고 일어나 톨스토이의 재산을 나눠 가지려 했지만, 노인들은 톨스토이의 됨됨이를 기억하고는 차마 그렇게 하지를 못했었다. 나중에 중앙정부가 인력을 파견하여 이 역사의 유적을 지킨 것이다.

 

러시아에서 병을 얻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던 취추바이에게 야스나야 폴리아나 여행은 답답했던 마음을 확 풀어주는 일이었다. 그 시골에는 세계적인 위대한 대문호의 흔적과 향기가 아직 남아 있었고, 구시대의 러시아, 즉 귀족적 풍모가 아직도 풍광에 남아 있었고, 사람들의 꿈에 서려 있었다. 취추바이는 평민 농민과 지식계급의 감정에는 사회문제가 여전히 선명하고 깊게 뿌리 박혀 있었지만 지식계급 문제와 농민 문제는 노도와 같은 10월혁명에 힘입어 그 뿌리가 흔들렸고, 이제 점차 해결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서 그날의 감동을 기술한다.

 

직접적인 경험과 사고에 바탕을 둔 취추바이의 고민을

지금 다시 검토하는 일의 의미

 

취추바이가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소비에트러시아는 중국과 같은 농업국가 상태에서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고 있었다. 취추바이는 여기서 소비에트의 사회를 보려 했다. 그가 행했던 사회의 관찰은 곧 사회 성원들의 다양한 삶과 그들의 심리를 보는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의 심리를 기록하는 것에 자기 글의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에트 사회를 형성하고 있던 사람들노동자, 농민을 포함한 피지배층의 심리 기록을 통해 어떻게 사회적 주체가 형성되는지를 살핀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취추바이는 초기 중국공산당의 실천을 조직하고 중국 사회주의 혁명운동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중국 혁명의 진행 과정에서 좌익모험주의로 비판받고 실권을 빼앗겼으며, 정치적으로 실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험과 사고에 바탕을 둔 취추바이의 고민을 지금 다시 검토하는 일은 오늘날 중국의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방향을 모색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소비에트러시아가 막 건설되고 나서의 사회상과 이념적으로 교조화되기 전 중국 사회주의 운동의 실상과 그에 대한 대응을 알아보고, 그 가운데 간과되고 있는 지점, 놓치고 있는 지점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 문장 

북풍이 살을 에고 온갖 더러움과 추악함이 얽혀있는, 음침하고 어두운 곳, 나는 그곳에서 태어난 이래 빛 한 줄기를 보지 못했다지금까지 햇빛이란 것이 어떻게 생겨먹은 녀석인지 알지도 못한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 P.79 화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 P.153 이 두 책은 모두 저자의 문학 작품으로 그 수준이 유치하기는 하지만 결코 무미건조한 기행문도 아니며, 여행안내서도 아니다! 한 나라의 사회생활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법률이나 법령 몇 조항에 근거할 수는 없으며, 그 사회의 영혼을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게다가 문학작품의 형식을 취해서야, 작자의 개성이나마 훑어볼 수 있는 법이다.

📌 P.158 무거운 어둠이 평화롭고 고요히 대지를 감싸고 있었다. 높이서 타들던, 은촛대의 양초는 이제는 짧아져 흐릿한 빛을 낼 뿐이고, 부끄럼 많은 항아姮娥는 이미 저녁 화장을 지운 뒤였다. 주흥도 다하고 피곤에 전 무희는 허리에 힘이 빠져 흐느적대고 있었다.

📌 P.180 톨스토이 전시관은 우리 아파트에서 멀지 않았다. 전시관은 청결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소피아는 갖가지 그림과 사진을 설명해주었다. 톨스토이가 직접 그린 작은 그림에는 조랑말 한 마리와 성인 한 명이 있었다. 소피아는 말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주었던 장난감이라고 말했다.

📌 P.217 레닌은 대회에 출석하여 서너 번 발언을 하였다. 그는 독어와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발언이 침착하면서도 과단성이 있었지만, 절대 대학교수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진지하고 과감한 정치가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게 보였다. 한 번은 복도에서 우연히 그를 만나 몇 마디를 나눌 수 있었다.

📌 P.278 이처럼, 나의 사명은 분명하다. “나는 장차 무엇이 되려는가?” 나는 가 인류 신문화의 배아가 되길 바란다. 신문화의 기초는 본래 역사적으로는 대치해왔으나 지금 시대의 초입에 이르러 서로를 보조하는 두 문화, 즉 동방과 서방을 연결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 

취추바이(瞿秋白, 1899–1935)

현대 중국의 정치가, 혁명가, 언론인, 문학가, 학자이다. 러시아어 전수관의 학생대표로 5.4운동에 참여하면서, 혁명가이자 정치가로서의 길로 들어섰고, 소비에트러시아 여행 이후, 중국공산당에 가입하여 혁명가로 살아갔다. 중국공산당 당 장정의 초안을 작성하기도 했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정치국 위원에 선출되었으며, 중앙위원회 총서기로서 무장봉기를 지도하는 등 혁명운동의 최고 지도자로서 활약했다. 언론인으로서 공산당의 선전업무를 담당하고 신청년新青年, 선봉前鋒, 향도嚮導등의 간행물 발행에 참여했다. 문인으로서 본서와 같은 문학성 짙은 글을 다수 발표하는 한편 중국좌익작가연맹中國左翼作家聯盟에 참여하면서, 마르크스주의문예이론의 보급과 좌익문학 건설에 공헌했다.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상하이대학上海大學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교편을 잡았으며, 중국어의 라틴화 방안 등 중국언어문자의 개혁과 대중화를 연구하고 실천하려고 했다.

 

 역자 

이현복

고려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청말 新政時期 문학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원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현대문학과 문화를 가르치고 있으며, 중국 사회주의운동과 좌익문학, 華人文學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논문으로 1920년대 중국 공산주의의 인간화와 혁명-瞿秋白의 이념의 현실화와 변용, 陳映眞 초기 소설에서 좌절과 절망의 의미-서사구조분석을 중심으로등이 있으며 역서로 혁명과 역사-중국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무중풍경(공역), 타이완신문학사(공역), 저서로 길 없는 길에서 꾸는 꿈 중국 신문학 100년의 작가를 말하다(공저)가 있다.

 

 목차 

더보기

 

신아국유기(아향기정)

서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발跋

적도심사

프롤로그

1 여명
2 무정부주의의 조국
3 전쟁과 노래
4 가을빛
5 코뮌公社
6 혁명의 반동
7 사회생활
8 「번민……」
9 하얀 달
10 러시아식 사회주의
11 종교적인 러시아
12 노동자의 부활
13 ‘노동자’
14 「사자死者의 집」의 환향인
15 Angel
16 귀족의 보금자리
17 모스크바의 붉은 물결
18 레닌과 트로츠키
19 남국 『혼이나마 돌아오시오, 강남은 애달프오.魂兮歸來哀江南』 유신庾信
20 관료문제
21 신新 자산계급
22 기아飢餓
23 영혼의 감상
24 민족성
25 “동방월”(중추절에 짓다)
26 돌아가세
27 지식노동
28 야스나야 폴리아나 여행기
29 “뭐!”
30 붉은 10월
31 중국인
32 집에서 온 편지
33 ‘나’
34 생존
35 중국의 ‘잉여 인간’
36 ‘자연’
37 이별
38 일순간
39 적막
40 새벽놀
41 표트르Pyotr의 성
42 러시아의 눈
43 미인의 소리
44 아미타불
45 신촌新村
46 바다
47 야우자Yauza강
48 새로운 현실
49 생활
미주

해제

 

 

 취추바이 선집 ― 『신아국유기』, 『적도심사』 

취추바이 지음|이현복 옮김|336쪽|148*212 

 978-89-6545-727-5 94820|28,000원

취추바이(瞿秋白, 구추백)는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러시아어 번역가이자 중국의 좌익 작가, 공산주의 혁명가이다.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열 번째 책으로 출간하는 이 선집에는 취추바이의 저술 가운데 『신아국유기(新俄國遊記)』와 『적도심사(赤都心史)』를 번역하여 실었다.

 

알라딘: 취추바이 선집 (aladin.co.kr)

 

취추바이 선집

취추바이는 중국 공산당의 초기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러시아어 번역가이자 중국의 좌익 작가, 공산주의 혁명가이다.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열 번째 책으로 출간하는 이 선집에는 취추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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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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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파이채굴러 2021.05.17 16: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파이채굴러입니다.
    요기조기 구경다니다가 들어왔는데,
    포스팅 진짜 잘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배워갑니다.
    시간되실때 제 블로그도 한번
    들려주세요.🤗🤗🤗🤗

2021년 책씨앗 청소년 추천도서목록에 실린 책들을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할 주제는 <진로, 적성-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입니다. 

청소년 시기에 진로를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이 없겠죠?

단순히 '무엇이 되어야 해!'라고 결정을 짓는 것보다

이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를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보여주는 산지니의 책을 지금 추천합니다. 

 

1.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강수걸 외 지음
부산 지역출판사 산지니의 창업에서부터 다사다난했던 출판사 운영 과정을 책으로 엮었다.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을 홍보하러 서점 관계자를 찾아갔던 이야기, 출판사 작명에 관한 이야기, 저자에게 원고를 청탁했던 이야기, 인쇄사고, 서점부도 등 10여 년에 걸친 지역출판사의 생존기록이다. 산지니 출판사 사례를 통해 지역의 독자들과 꾸준히 만나고 있는 향후 지역출판의 과제와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적이 있을 텐데요. 하나의 원고가 기획자, 편집자, 디자이너 등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에서 만나보세요. (문득 청소년들이 출판사에 관심이 있을까라는 슬픈 생각도 드네요 ㅠ ㅠ ... 여러분, 책 만드는 일도 참 재미나답니다 ㅎㅎㅎ)

2. 심폐소생술

이근영 지음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시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현직 국어선생님이 쓰신 시집입니다.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학생들과 부대끼며 써내려간 시가 가슴에 박힙니다. 조금은 아릿하고 씁쓸한 오늘날 학생들의 현실을 선생님의 시선으로 만나보세요. 

이 새끼들아, 어딜 튀어나가려 그래?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해?

 

하루 세끼 밥에 내 목을 매달고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들을 사육하는

나는 얼마나 진화한 족속인가.

_「진화론」 중에서.

 

3.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은정아 지음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인터뷰를 할 때 공통으로 챙기고 반드시 해야 할 기본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전 준비부터 퇴고까지 인터뷰의 기본을 단계별로 최대한 알기 쉽게 정리했다.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처음 누군가를 인터뷰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을 기록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직업, 한 사람의 인생을 담아내는 직업이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것.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의미와 역사를 찾아내고 세상에 공유하여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 그 어떤 일보다도 크리에이터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작고 소소한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해줄 수 있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지역에서 행복하게 출판하기

부산 지역출판사 산지니가 다사다난했던 출판사 운영과정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을 홍보하러 서점 관계자를 찾아갔던 이야기, 출판사 작명에 관한 이야기, 저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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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시인은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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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인터뷰를 할 때 공통으로 챙기고 반드시 해야 할 기본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전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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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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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영혼 포식자

임정연 장편소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임정연 작가의 장편소설. 여고생 선무당 혜수와 앳된 저승사자 해수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어 고난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글을 쓰는 데 장르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 잠깐 여유시간에 꺼내 읽으며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흥미로운 설정에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읽는 이에게 한 번 잡았다 하면 손 떼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한다.

앳된 저승사자 해수와 여고생 선무당 혜수, 두 청춘의 발랄 케미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저승사자 정해수는 700년이 넘게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해온 저승사자. 700살이 넘은 나이지만 어려서 죽은 탓에 10대의 외모를 하고 있다. 그날도 저승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혼령을 잡으려다 내림굿에 휘말려 강혜수의 신장이 된다. 저승사자가 신장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베테랑인 정해수도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무당도 철없는 여자 고등학생. 좋아하는 것도 하필이면 엄청나게 매운 걸 좋아하는 탓에 멋모르고 있다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도망간 악귀는 자신을 방해하고 잡으려는 정해수에게 앙심을 품는다. 정해수와 강혜수의 관계를 알게 된 악귀는 복수의 대상으로 강혜수를 노리게 된다. 악귀의 습격으로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된 강혜수. 하지만 정해수와 힘을 합쳐 악귀의 공격을 물리치게 된다. 복수에 실패한 악귀는 기회를 노리며 힘을 기른다. 다른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기른 악귀의 습격에 강혜수의 친구와 다른 저승사자들이 당하게 된다. 그리고 강혜수의 엄마를 인질로 잡은 악귀는 혜수를 혼자 외딴곳으로 불러낸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은 가라

임정연 작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작가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승사자와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고생 무당이라는 설정부터가 흥미진진하다. 혜수는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 신내림을 받으면서도 별로 심각하지 않다. 할머니가 무당이라 그쪽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장이 저승사자라 당황스럽지만 스타일이 괜찮아서 봐줄 만하다. 혜수의 친구들도 무당이나 저승사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소설은 이승과 저승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여고생 혜수와 차사 해수의 티격태격 일상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의미가 재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사 일을 하는 해수는 이승의 삶을 마감한 이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당연히 남기고 갈 것들이 아쉽겠지만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을 맞이해야 하는 삶의 의미를 묵묵히 전달해준다.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

악귀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조선 중기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난 ‘무명’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늑대의 무리 속에서 자라 숱한 살인을 저지르는데, 사후에 악귀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빙의하면서 악행을 저지르고 힘을 키워 나간다. 700년 된 차사도 속수무책. 한번 시작된 악행은 점점 커져만 가고, 급기야 혜수가 타깃이 되는데, 숨 막힐 듯 흥미진진한 대결구도 속에서 티격태격하던 무당과 차사 두 주인공은 결국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한 뼘 더 성장해 간다. 

***추천사                                  

김종광(소설가)
앳된 저승사자 해수는 여고생 선무당 혜수의 ‘신장(神將)’. 두 청춘의 발랄 케미. 드라마인 듯 웹소설인 듯 애니인 듯 장르소설인 듯. 청소년소설이 이토록 속사포처럼 읽혀도 되는 것일까? 임정연 작가는 청소년소설계의 이단아 혹은 개혁가임에 틀림없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청소년소설은 무엇보다도 청소년이 ‘빠르게 읽으면서 재미든 감동이든 맛보는 과정’임을 ‘빙의’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을 꿰뚫어 버릴 듯.

강유정(문학, 영화평론가)
임정연 작가는 독자를 안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어 지금, 여기의 독자가 원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임정연의 소설엔 현재가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로서의 사후세계와 그래서 할 수 있는 우리의 상상이 있다. 임정연은 다양한 장르적 변용 속에서 낯익은 소재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흥미롭게 재배치한다. 흥미롭고도, 진지한 가상공간, 『혜수, 해수』는 그런, 임정연의 소설 공간이다.

***첫 문장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검정 슈트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0 방금 죽은 놈이 이걸 어떻게 알고 도망을 쳤지? 다시 위로 올라와 사내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자리에 손을 갖다 대고 기를 빨아들였다. 죽은 자의 영혼은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령이 되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P.86 “혜수는 일단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고. 신장을 모시게 됐으니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해야 할 거야. 자세한 거는 차사님이 알아 오시면 그때 얘기하기로 하자.” 엄마와 할머니는 굿으로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할머니는 무복을 벗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P.121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요?”
“뭐가?”
차사가 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갑자기 나타나면 난 그쪽이 보이지만 딴 사람은 안 보이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다 얘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요?”

P.167 저승사자가 눈을 감고 미소를 띠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해수 차사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통화를 했다.
“아, 예. 정해숩니다.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내가 물었다.
“저승에도 핸드폰 있어요?”
“다 있어. 너도 나중에 죽어보면 알 거야.”

P.212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껴 내려와 봤더니 악귀가 여자아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여자아이의 뒤에서 뛰어들며 소리쳤다. ‘안 돼!’ 하고 소리 지르는 순간 아이의 의식과 동화가 되었다.

P.247 에필로그
어슴푸레한 불빛이 통로를 비추고 있다. 전동차가 지나가자 주위가 일순 밝아졌다가 다시 괴괴한 어둠에 잠겼다. 어디선가 벌어진 틈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소리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공사 중인 지하철역을 이리저리 배회하더니 한 곳에 멈춰 섰다.
“어린 무당과 저승사자라. 재미있군. 크크크큭.”
어둡고 축축한 터널 사이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자  소개                                                             

임정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데뷔했다. 제1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아르코 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의 창작기금 등을 받으며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단편집 『스끼다시 내 인생』, 『아웃』, 『불』 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지옥 만세』 등이 있다.

***목차                                                                         

9월 17일 해수
9월 18일 혜수
9월 19일 해수
9월 20일 혜수
9월 21일 해수
9월 22~23일 혜수
9월 24일 해수
9월 25일 혜수
9월 26일 해수
9월 27일 혜수
9월 28일 해수
9월 29일 혜수
9월 30일 해수
9월 31일 혜수
10월 1일 해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혜수, 해수 1-영혼 포식자

임정연 지음|248쪽|978-89-6545-718-3 44810 
15,000원|2021년 04월 30일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떡볶이를 좋아하는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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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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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우뚱

 

 

사랑-슬픔-사랑의 시적 변증

이지윤 시인의 첫 시집 나는 기우뚱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1자벌레로 걷다에는 사랑과 슬픔을 깊은 사유로써 노래한 열일곱 편의 시가, 2절반의 얼굴에는 담담한 시선으로 삶의 서정을 읊은 스무 편의 시가 담겨 있다. 3그리움의 거처에서는 그리움의 궁극적 대상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열여덟 편의 시로 펼쳐지고, 4지극한 사랑은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열여덟 편의 시로 구성된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어 사랑-슬픔-사랑의 시적 변증을 너머 진여(眞如)의 푸른 눈빛을 찾아가는 금빛 환희의 비상(飛翔)”이라 말한다.

 

사랑과 슬픔의 궁극, 진여의 푸른 눈빛

“이지윤의 시인됨은 존재의 슬픔을 이야기한다는 데서 비롯한다. 기쁨보다 슬픔이 더 많은 게 삶이다. 슬픔은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시는 자기의 슬픔을 말하면서 ‘나와 너’를 묻고 대상과 사물을 더 깊이 이해하려 한다. 슬픔은 사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지윤의 시는 사랑을 사유한다. 복수초의 꽃말처럼 ‘슬픈 추억’을 환기하는 데서 비롯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랑을 잃고서 좌절과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자아의 외로운 투쟁이 만든 사랑의 궁극적인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아닌가 한다. 이는 실존적인 생존의 과정이며 이 과정이 빚어내는 노래가 시가 된다. 그의 시는 사랑과 슬픔의 변증법이다. 금빛 환희를 기억하면서 희망 없는 실존적 생존을 견뎌내고 푸른 기억의 에너지로 다시 비상을 꿈꾼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시로 사유하지 않는 날 선 생존의 시대에 이지윤 시인은 삶의 나날들을 시로써 씨줄과 날줄을 엮어낸다. 자연을 낙()하며 사람과 화()하는 그의 깊은 눈에는 시어가 가득하며, 시를 읊는 그의 목소리는 소녀처럼 투명하고 순후하다. 부박하게 떠도는 세상사에 휘둘리지 않는, 시인의 곧은 서정은 쉼표와 마침표 하나에까지 유동하고 또 유랑한다.

 

화해의 지평을 여는 유년의 기억

시인은 시집에서 세상을 향하여 서정을 잉태한, 마음의 탯줄을 더듬어 찾아간다. 일렁이는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나 강물처럼 변함없이 흐르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 돌담 옆 작은 꽃 피었던 산 아래 고향 마을은 모두 상처의 기억을 넘어 흘러간 슬픔을 더 큰 사랑으로 잇는 화해의 지평을 연다.

“유년의 추억은 지금의 자아를 되비추는 거울로서 순수한 얼굴을 회복하는 길을 열어주며 그 어떤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면서 ‘더 큰 사랑’을 발명하는 데 계기로 작용한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유년은 지금의 상처를 회피하기 위하여 향수를 선택하는 도피 의식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유년을 불러 세움으로써 현재의 자아를 반성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적 기획이다. 그때의 기억은 나르시시즘이나 노스탤지어에 그치지 않는다.”(구모룡 문학평론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연을 품고, 그리움으로 기울어진 삶

이번 시집의 표제작은 나는 기우뚱이다. 얼핏 가벼워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아니, 이지윤의 시는 삶의 무게로 아득히 기울어져 있다. 부재한 어떤 그리움에 몸 기울이는 시인의 궁극의 서정이 한 편의 시에 무겁게 쌓여있다.

 

내가 홀로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실 때

그대 지척인 듯 아득한 거리

처음부터 또는 내 죽고 난 후에라도

끊어지지 않을 영원의 거리

나는 기우뚱, 그대 향해 기울어져 있으니

 

세상의 저울로는 감히 측량할 수 없는 무게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찰나를 영원 삼아

무거운 그리움의 배후가 되어

이 안타까운 궤적을 돌고 있는 것이다

 

「나는 기우뚱」 부분

 

“시인은 자전과 공전을 거듭하는 지구의 기울어진 순환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사연들’을 품고서 ‘그리움’으로 ‘기우뚱’ 기울어진 삶을 사는 시적 화자의 생과 포갠다. 한편으로 불가능한 사랑의 표백이고 다른 한편으로 근원을 향한 존재론적 갈망이다. ‘아득한’ 거리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하지만 ‘지척인 듯’ 마음을 이끄는 역설의 긴장이 있다. ‘어쩌다 얼굴을 마주할 찰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그대’야말로 영원에 가까운 궁극이다. 어디에도 없는 당신을 향한 시적 자아의 기울어짐은 상처와 고통을 동반한 ‘무거운 그리움’이다. 그 순수한 대상의 인력으로 비록 기울어진 마음이지만 그의 존재로 인하여 생은 부서지지 않는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시인은 새로운 그리움을 갈망하며 날마다 시작(詩作)한다.

 

 

저자 소개

이지윤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2004<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냈다. 2018시와 소리전국문학낭송가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였고, 유튜브 계정 이지윤의 시와 함께를 통해 직접 시를 낭송하고 있기도 하다. 시저녁작가회를 거쳐 현재 부산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목요시선동인 대표를 맡고 있다.

 

차례

시인의 말 하나

1부 자벌레로 걷다

애인 | 자벌레로 걷다 | 비탈에 선 나무에게 | 동백, 지다 | 지상의 길이 막히면 | 귀를 여니 | 달안에서 추억을 본다 | 청동물고기 | 사랑 1 | 사랑 2 | 은하수 | 청사포 | 부재중 | 인드라망 | 가을숲에 들다 | 사랑은 | 노란 신호등

2부 절반의 얼굴

복수초 피다 | 절반의 얼굴 | 바람 부는 날 | 그 집 | 길 위에서 | 수련 | 찔레꽃 | 귀걸이 | 신발 | 기척 | COVID-19 | 선상에서 | 꽃을 줍다 | 밀물이 썰물에게 | 리젠시빌라 | 병실 | 1302 | 이별 앞에서도 담담한 | 꽃과 별 사이 | 젖은 아침 그리고 | 그대

3부 그리움의 거처

그리움의 거처 | 아버지의 달 센베이 과자 | 열두 살 송편 | 달개비꽃 | 새벽강 어머니 | 푸른 기억 | 엄마는 색맹이다 | 하늘바닥 | 물의 지문 | 아나, 차비 보태라 | 정지된 테레비 | 달의 노래 | 산굼부리 | 그네 | 몸살 | 붉은 저녁의 강 | 담쟁이 1 | 담쟁이 2

4부 지극한 사랑

지극한 사랑 | 나는 기우뚱 | 아젤리아, 사랑의 기쁨 | 깡통 | 등꽃 | 가을 립스틱 | 안드로메다의 기억 | 붉은 새 | 드라이플라워 | 풍경 | 한실 저수지 | 빈 바다 | 강의 무게 | 겨울 여행 | 떠도는 섬 | 유리창을 닦으며 | 석양 | 시인에게

사랑과 슬픔의 궁극-구모룡(문학평론가)

 

 

나는 기우뚱

이지윤 지음 | 144쪽 | 127*188 양장 | 978-89-6545-717-6 |

12,000원 | 2021년 5월 6일 출간

이지윤 시인의 첫 시집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1부 ‘자벌레로 걷다’에는 사랑과 슬픔을 깊은 사유로써 노래한 열일곱 편의 시가, 2부 ‘절반의 얼굴’에는 담담한 시선으로 삶의 서정을 읊은 스무 편의 시가 담겨 있다. 3부 ‘그리움의 거처’에서는 그리움의 궁극적 대상인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열여덟 편의 시로 펼쳐지고, 4부 ‘지극한 사랑’은 섬세한 감수성이 녹아든 열여덟 편의 시로 구성된다.

 

 

알라딘: 나는 기우뚱 (aladin.co.kr)

 

나는 기우뚱

시인은 2004년 <문학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로 <주변인과 시>, <주변인과 문학> 편집위원을 지내며 시작(詩作) 활동을 이어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이지윤 시인의 서정을 일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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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 아닌 것

- 존재인식에 대한 자유, 나와 타자에 대한 자유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는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이 아닌 것에서 정체성의 구성 논리를 제시한다. 하이니히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으로 여성과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주체의 지위 및 정체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가가 수여하는 최고의 명예 훈장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을 수상하는 등 오늘날 프랑스 언론과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책 정체성이 아닌 것(Ce que n’est pas l’identité)(2018)은 그의 작업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고 있다.

 

사회적 혐오 현상, 한국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

프랑스 사회과학계는 1970년대 말부터 인류학에서 정체성의 주제를 다루기 시작했고, 2000년대부터 정체성의 단어는 프랑스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공통의 주제가 되었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는 국가 정체성을 선거의 핵심 이슈로 삼았고 국가 정체성 부처를 창건했다. 반면, 1980년대 정체성의 정치적 용법이 미국 좌파에서 등장했을 때 그것은 인종 차별과 성차별 반대의 소수자 수호 운동에서 시작되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는 정체성에 대하여 저자 나탈리 하이니히는 정체성이 아닌 것으로 그 윤곽을 잡으려 한다.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는 특히 한국 사회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다. 공동체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가 단일민족의 틀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 다양한 사회적 낙인은 정체성의 위기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관계의 미성숙을 증명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개인들의 심각한 위기를 말하는 것이다.

 

정체성이 아닌 것은 무엇인가

정체성을 정의하고 인식하고 적용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체성은 기억과 경험에 근거한 구성물이기에 사물처럼 관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체성이 환상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정체성의 개념을 먼저 정의내리기보다 무엇이 정체성이 아닌지에 대해 먼저 톺아본다. 정체성은 우의 개념도 아니고, 좌의 개념도 아니다. 객관적 사실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며, 국가 정체성에 한정되지도 않는다. 정체성은 유사성이나 차이에서 구성되지 않으며, 일원적이지도, 그렇다고 이원적이지도 않다. 정체성의 위기가 없다면 정체성의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은 극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처럼 정체성이 아닌 것들에 대해 역추적하고 지워나가며 정체성이란 개념의 윤곽을 드러내는 저자의 작업은 정체성이라는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차이와 유사, 한 단어 속에 두 가지 의미를 가지는 정체성

정체성(Identité)의 단어에는 두 가지 상치되는 의미가 있다. 존재 자체라는 의미와 두 가지의 것이 동일하다는 유사성의 의미이다. 한 단어 속에 완전히 반대되는 두 의미(차이, 유사)를 가지는 정체성의 단어는 의미론과 존재론의 입장에서 엄청난 인식의 어려움을 일으킨다.”(본문 58쪽) 인간은 타인이 아닌 나, 유일성의 나를 가지기 위해 치열하게 자신과 투쟁한다. 차이 정체성은 대체 가능한 공동체의 일원이 아니라 유일한 존재로서의 나를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회의 구성원이며 사회적 집단에 소속되어 타인과 함께 살아간다. 사회적 관계의 나는 시공간 속에서 소속 집단의 고유한 문화, 정신, 가치, 지식을 공유한다. 사회적으로 공유된 특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은 외부 세계의 객관적 현실에 영향을 받는 존재이며,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인 나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결국, 정체성이란 유일성의 개별적 특성과 타인과 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공통의 특성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다.

 

기존의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간 삼원적 정체성 구성

“명명(désignation), 소개(présentation), 자기 인식(autoperception)”

이 책의 저자는 사회학의 이원적 정체성 구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삼원적 정체성 구성을 제시한다. 이원적 정체성 구성으로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자기 인식의 순간, 타인에 의해 불려지는 명명의 순간, 타인에게 나를 말하는 소개의 순간. 이 세 순간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자기 인식, 명명, 소개의 순간을 통해 구성된 삼원적 정체성 구성은 주체와 타인으로 구성되는 관계가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세 순간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이 세 순간이 불일치할 때 정체성의 위기를 야기한다.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세 순간은 내재성과 외재성의 측면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유한다. 자기 인식은 가장 내적인 순간으로 언어에 의해 매개되고 타인의 시선에서 내재화되는 자기와의 관계이다. 소개는 매개의 순간이며 주체에 의해 타인에게 제공되는 이미지이다. 명명은 타인에 의해 주체에게 주어지는 고유한 이미지이며 가장 중요한 외재성의 순간이다.(p.89-90)

 

 

우리는 왜 정체성을 논의해야 하는가

저자는 정체성에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무용해 보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숨겨지고 언급되지 않는 정체성의 문제를 톺아봐야 할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구성된다. 타자가 어떻게 나를 바라보는지,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내가 타자에게 어떻게 소개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 세 순간이 불일치를 겪을 때 우리는 정체성의 위기를 겪고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갈 수 있다. 이는 역자의 말처럼 서양 사회에서 논의되는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제, 다양한 사회적 낙인 현상과 공동체에 상처받은 사회적 집단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정체성 문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한국적 현상은 ‘혐오’ 논쟁이다. 우리 사회의 혐오 대상은 다종다양하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혐오 대상은 출신 지역, 출신 학교, 부의 크기, 직업, 성별의 유무에 따라 이른바 갑질 형태로서 사회적 낙인을 안착시켰다. (…) 각자도생의 경쟁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배려하지 않으려는 적대성은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관계의 미성숙을 증명하는 것이자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개인들의 심각한 정체성 위기를 반증하는 것이다.(p.156)

 

정체성은 성찰하는 인간과 성찰된 내용을 공유한 사회 집단에 대한 이야기이다. 각자도생의 치열한 경쟁 구조, 심각해지는 환경, 기술력 발달에 제한된 인간성과 같은 오늘날의 삶의 조건에서 개인은 새로운 방식의 자기 인식과 자기 행위 결정의 문제에 부닥친다. 정체성은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행복을 위한 존재 인식에 대한 자유’, ‘나와 타자에 대한 자유에 관한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공유되어야 할 우리의 이야기이다.

 

 

📝 첫 문장

정체성의 문제 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학계에서 대두되었다.

 

📝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3 우리는 정체성의 단어가 가진 모호성, 내포성connotation, 투사projection의 의미에 봉착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잘못 통용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 개념을 웅덩이에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학을 수단 삼아 정체성이 무엇과 관련되는지 성찰하려고 한다.

P.25-26 따라서 의 구분 인자로서 정체성 질문을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은 정체성이 작동하는 맥락, 특히 옹호되는 해당 공동체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체성 질문을 정치 영역에 축소하는 경향은 정체성 논의의 쟁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도록 하고, 축소주의에 따른 성찰의 기회를 막아버린다.

P.50 국가 정체성이 개인 정체성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이지만 개인 정체성이 국가 정체성에 한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 정체성은 공동체 소속에 따라 자아를 규정하는 다양한 기준과 경쟁적이다.

P.100 정체성 없는 정체성의 위기는 없다. 이 규칙은 민족이나 문화와 같은 공동체적 실체보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 개인이 자기 인식, 소개, 명명의 순간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느꼈을 때, 즉 정체성의 위기를 가진 인간 존재에게서 더욱 명확하게 확인될 수 있다.

P.140 지위에 부여된 부정적 표시는 자기 일치의 순간에 필요한 조건의 복잡성을 보여줌으로써 정체성의 세 순간에 대한 효용성을 부각시킨다. 자기일치는 존재의 정상 조건이 아닌 특권이나 복잡한 과정의 결과에서 단번에 달성되지 않을 때, 영원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위기가 아닌 비교적 견딜 만한 정체성 감정을 유지시킨다.

 

📝 저자

나탈리 하이니히(Nathalie Heinich)

1955년 프랑스 출생. 예술 사회학 전공. 사회과학고등교육원(EHESS) 졸업,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 여성과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주체의 지위 및 정체성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네 차례의 수상(2012년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 훈장 수상, 1996여성의 신분Etats de femme, 2015현대 예술의 패러다임Le paradigme de l’art contemporain, 2017가치들 Des valeurs)을 통해 오늘날 프랑스 언론과 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 정체성이 아닌 것 Ce que n’est pas l’identité(2018)은 그녀의 작업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고 있다.

 

📝 역자

임지영

파리 5대학 소르본인문사회과학대학 사회학 박사. 부경대학교, 부산교육대학교, 경성대학교, 타히티 가톨릭대학교 강사. 저서로 사회가 뭐예요?: 개인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이해(2019), 역서로 믿음과 지식은 어떻게 선택될까?(2017), 통합이란 무엇인가?(2012)가 있다.

 

📝 목차

서문

1장 정체성은 우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좌의 개념도 아니다)

2장 객관적 사실도 환상도 아닌 정체성

3장 정체성은 국가 정체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4장 정체성은 유사성이나 차이에서 구성되지 않는다

5장 정체성은 일원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이원적이지도 않다)

6장 정체성의 위기 없이 정체성의 감정도 없다

7장 정체성의 혼란은 불치가 아니다

8장 정체성이란

 

후기: 유대인의 시련과 정체성

해제: 나와 타자를 인식하는 사회적 시선

참고문헌

 

정체성이 아닌 것

나탈리 하이니히 지음 | 임지영 역자 | 190쪽 | 978-89-6545-722-0 |

112*187 | 18,000원 | 2021년 5월 10일 출간 

정체성이 무엇이고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책의 저자인 나탈리 하이니히는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이 아닌 것에서 정체성의 구성 논리를 제시한다.

 

알라딘: 정체성이 아닌 것 (aladin.co.kr)

 

정체성이 아닌 것

정치와 철학의 관점에서 잘못 사용하고 있는 정체성 개념을 비판하고, 인류학, 사회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민속학과 같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생산된 정체성의 의미를 종합 정리하여,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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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책씨앗 청소년 추천도서목록에 실린 책들을 소개합니다. 

추천도서는 주제별로 큐레이션이 되어 있는데요. 

오늘 소개할 주제는 올해 특별하게 만들어진 <코로나19 스페셜 섹션>입니다.

 

***코로나19 스페셜 섹션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시대,
인간 관계, 사람 사이의 연결 그리고
공감에 대해 다룬 책들을 소개합니다.

1. 의술은 국경을 넘어

나카무라 테츠 지음|아시아평화인권연대 옮김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의사 나카무라 테츠가 아시아 변방 오지 마을과 해발 2,800미터 산악지대를 넘나들며 환자들과 함께한 17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지구촌 한구석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 한 의사의 이야기다. 1984년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에 있는 페샤와르에 부임한 테츠는 나병 진료에 진력했으며, 아프간 난민촌, 산간 오지 마을까지 돌아다니며 병자를 치료했다.

2019년 12월, 나카무라 테츠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총격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80년대부터 의료 구호활동을 펼쳐 온 나카무라 테츠는 한센병 환자와 난민들을 돕는 자선단체를 세워 활동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다른 국가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전 세계, 우리 모두의 일이 되는 것을 보면서요. 진정한 세계 시민의 삶을 살았던 나카무라 테츠의 이야기를 <의술은 국경을 넘어>를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2. 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황갑진 지음
급속한 발전과 함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외 문제를 다룬다. 소외는 인간이 만든 구성물이 인간을 억압하여 자유가 침해될 때 발생한다. 오늘날 현대인이 직면하는 소외 현상은 이윤 추구의 자본주의에 경도된 사회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책은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권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회 성원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분절되어 가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 그 자체로 살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조금 어렵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우리가 우리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한 번쯤 생각해볼 주제입니다. 

 

3. 일기 여행

말린 쉬위 지음|김창호 옮김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창립하고 운영한 경험과 출판된 일기, 자서전을 읽으며 일기 쓰기가 가져온 놀라운 변화를 기록했다. 일기 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일상에 헝클어진 내면을 탐구하고 상실된 마음을 애도하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해낸다. 내면을 탐색하고 상실을 위로하는 일기 여행에 독자들이 동참하도록 권한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도, 새로운 여행지로의 떠남도 많은 제약이 따랐던 시간이 계속해서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앓게 되었는데요. 하루하루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오늘을 살아가는 요즘, 답답함과 불안으로 어지러운 내면을 정돈할 수 있는 일기쓰기를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소중했던 지난 일상을 돌아보고, 우리 안의 우울한 마음들을 차분히 돌아보며 일상성르 회복할 수 있는 일기 쓰기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의술은 국경을 넘어

 

의술은 국경을 넘어

2003년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의사 나카무라 테츠의 에세이. 아시아 변방 오지 마을과 해발 2,800미터 산악지대를 넘나들며 환자들과 함께한 17년간의 기록을 담았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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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현대인의 자유와 소외

근대 시기 급속한 발전과 함께 자본의 도구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소외 문제를 다룬다.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 인권을 우선시하는 민주주의 가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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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여행

 

일기 여행

여성이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서 삶을 기록하는 여정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여성 일기 연구회를 창립하고 운영한 경험과 출판된 일기, 자서전을 읽으며 일기 쓰기가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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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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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파이채굴러 2021.05.07 16: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파이채굴러입니다.
    요기조기 구경다니다가 들어왔는데,
    포스팅 진짜 잘하시는거 같아요.😉😉
    저도 배워갑니다.
    시간되실때 제 블로그도 한번
    들려주세요.🤗🤗🤗🤗

 

 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 

― 90년생 주부, 미니멀리스트가 되다

 

 

맥시멀 라이프는 이제 그만!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가 대세다

 

코로나19 이후 드높아지고 있는 관심사는

바로, 제로 웨이스트

 

책 속에 나오는 실천 팁과 미션을 달성하면

당신도 미니멀리스트, 제로웨이스터가 될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 실천 이야기부터 32가지 꿀팁까지

90년생 주부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아이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신혼 초만 해도 여느 새댁들처럼 예쁜 물건을 사거나 집 안을 빵빵하게 채우는 것을 즐겼던, 자칭 맥시멀리스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직업 군인인 남편의 전출로 18평의 아담한 관사 생활을 시작하고 이후 아이까지 낳게 되면서 청결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는, 발 디딜 틈 없는 집의 모습에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

청소와 정리하는 데 낭비되는 에너지를 가족에게 더 쏟고, 관리할 수 있는 만큼의 물건들로 현재에 집중하며,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미니멀 라이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미니멀 라이프 4년 차.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살며,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관련 에피소드는 수십 개가 모였고,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 실천 팁에 독자들을 위한 미션까지 전할 수 있게 되었다.

 

90년생 주부의 미니멀 라이프 정착기

인생에서 청소가 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청소는 귀찮고, 하기 싫은 일이었다.”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서, 자타공인 미니멀리스트도 결국은 굳은 결심과 의지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다.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미니멀 라이프를 선택하고 좌충우돌하며, 이제는 자신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데 이른 이야기는 그래서 더 솔깃하다. 이 책이 쉽고 편하게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는 청소정리전문가처럼 대단한 노하우를 전하며, 단기간에 공간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저자는 꾸준히 하는 것이 습관을 바꾸고, 생활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청소를 잘하기 위해 저자가 실천하고 있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우선 빈 공간을 만들고, 청소하는 때와 구체적인 시간을 정하는 루틴을 설정하며, 세수하는 김에 세면대 닦기, 설거지하는 김에 싱크대 닦기와 같이 ~김에 청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도 조금씩 매일 해나가야 습관화될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개인의 실천에서 세계의 관심으로

제로 웨이스트.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인다는 의미로, 최근에는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이행하는 추세다.

저자는,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소중한 자연을 오래도록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생활용품 최대한 재활용하기,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 줍기 등을 실천하는 제로웨이스터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삶을 살고 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일회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쓰고 버리는 것보다 다회용품을 소비하기 위해서는 재료 선택부터, 어느 정도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환경을 생각하는 것인지까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쉽지 않지만, 그래도 지구에서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다.

 

코로나19 이후 바뀐 세상, 대세는 환경이다

이 책은 2021지구의 날에 출간되었다. 지금보다 많은 사람이 환경 사랑을 실천하고,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바라며 저자와 편집자가 생각해 낸 작은 퍼포먼스이다.

무언가에 자극을 받아 실천 의지를 다지고, 지켜나가야 할 항목을 정하기는 쉽다. 굳은 의지로 단기간 실천해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변함없이 꾸준한 행동으로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거실이나 주방, 아이가 쓰레기를 줍는 모습 등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에 오직 집중하며 살아가는 저자의 소셜미디어를 보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 환경사랑을 실천하자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순히 자연보호나 환경보존을 구호로 외치던 것을 넘어 불필요한 물건은 나눔하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와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는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졌다.

이와 관련된 생생한 이야기나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고 있다면 답은 <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

 

 

🌿 첫 문장

주방 서랍을 열었을 때 보이는 작은 나무 포크를 사랑한다.

 

🌿 책속으로/ 밑줄긋기

P.33 집에 장난감이 많이 없다 보니, 가끔 또래 아이의 방에 비하면 너무 장난감이 없는 게 아닌가 고민하기도 했다. 가끔 친구들이 놀러 오면 혹시나 몇 개 없는 장난감으로 인해 싸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아이는 장난감만으로 노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고민은 더 이상 내 고민이 아니었다.

P.76 비울 땐 미련 없이 비운다는 마음으로 얼마 전 자취를 시작한, 아는 동생에게 사진을 보내 혹시 필요한지 물었다. 그 그릇들은 그날 저녁 동생네로 갔다. 요즘은 필요 없는 물건들을 파는 재미보다 진정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눔 하면서 더 큰 기쁨을 느낀다.

P.97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정말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꼭 필요해 보이는 물건도 당장 사지 않고 며칠만 고민해보면 답이 나온다. 꼭 필요한지 굳이 없어도 될지.

P.159 우연히 본 광고 덕에 나무의 소중함과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 새하얀 화장지의 반전까지 알게 되었다. 우리 집은 남편의 눈에 든, 조금 비싸지만 사용감이 좋고 지구도 지키는 대나무 화장지를 쓴다.

P.177 물티슈 없이 살기 몇 달째, 나도 남편도 아이도 당연하게 찾았던 물티슈는 이제 없다. 우리는 뭐가 묻으면 당연하게 바로바로 씻거나, 가제 수건 또는 남편 면 티를 잘라 만든 와입스를 꺼내 쓴다.

P.215 닫혀 있는 뚜껑을 열자 기대에 차 있던 아이가 환호성을 질렀다. 유리 용기 안에 가지런히 모여 있는 마카롱은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였다. ‘용기내길 참 잘했다. “우리 다음엔 어디서 용기를 내볼까?”

 

 

🌿 저자소개

신귀선

90년생 보통의 주부로 간결하고 효율적인 살림을 운영하고 있다. 책이라는 조용한 벗이자 현명한 선생님을 두고 있으며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이 인생의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책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루 중 저녁, 아이가 잠이 들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며 혹은 읽으며 반성한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다가 운 좋게도 올린 글로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집이 좋아지고 살림이 행복해졌다.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의 주제로 SNS를 운영하며 많은 이들과 함께 실천하는 중이다. 귀찮은 일은 싫어하지만, 쓰레기에 관심이 커지면서 분리수거 박사가 되는 것을 꿈꾼다. 아이와 산책을 하면서 쓰레기 줍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훗날, 진정한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남편과 평온하게 늙고 싶다.

 

🌿 차례

프롤로그 나도 미니멀하게 살아야겠다

1부 지금은 미니멀리즘이 대세다

30분이면 대청소 끝나는 집 / 언니, 오늘 우리 코스가 어떻게 되죠? / 장난감은 다다익선 아닌가요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 한때는 보물단지, 지금은 애물단지 / 화장을 좋아하지만 화장대가 없는 여자 / 답정너 아내의 미니멀 라이프 / 내가 책을 읽는 방법 / 어머님이 그릇을 주셨다 / 미니멀리스트 가방 맞아? / 군인 아내답네요! / 옷장의 아이러니 / 우리 집에 놀러 오세요 / 설거지가 싫어서 / 5단 서랍장을 없앴더니 / 미니멀리스트의 집 꾸미기 / 남편이 변했다

2부 너도 할 수 있어! 제로 웨이스트 생활

중고거래는 제로 웨이스트다 / 우리는 줍줍러 / 슬기로운 텀블러 생활 / 나도 설거지에 지분이 있다고! / 까다로운 남편의 눈에 든 화장지 / 내 군복에서 향기가 났으면 좋겠어 / 5200원으로 만드는 반찬 세 가지 / 애정했던 물티슈와의 이별 / 일회용 비닐은 쓰는 데 5, 썩는 데 500/ 빨대가 좋아서 / 지구를 위한, 나를 위한 면 생리대 / 진정한 제로 웨이스터들은 가까이 있었다 / 캡슐 커피를 포기하고 / 용기 내 프로젝트 / 플로깅을 하자, 플로깅을 하자 / 플렉스 대신 아나바다 / 터진 옷도 다시 한 번

에필로그 인생은 공수래공수거, 미니멀 라이프 그 후

부록

 

 

 

 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 

신귀선 지음| 252쪽 | 9788965457169

16,000원 | 2021년 4월 22일

90년생 주부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아이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미니멀 라이프 4년 차에 관련 에피소드는 수십 개가 모였다.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 실천 팁에 독자들을 위한 미션까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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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멀 라이프가 싫어서

90년생 주부가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아이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책이다. 미니멀 라이프와 제로 웨이스트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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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물고기의 사생활을 엿보다

 

🐬 🐳 🐠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

 

명정구 지음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탐사하며 건져 올린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물고기와 바다 이야기

‘바다’. 원시 지구의 비밀을 품은 생물종이 살고 있으며, 지구 역사 속에서 진화, 멸종, 새로운 종의 탄생이 반복되는 다채로운 생명 현상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극지, 온대, 아열대, 열대 바다에는 다양한 해양생물이 가득하고, 여전히 연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인간을 기다리고 있다. 
자타공인 물고기 박사 명정구 교수는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수중탐사를 통해 다양한 물고기를 만나고, 수중세계를 연구해 왔다. 평생을 물고기와 해양생태계, 수산자원 탐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연구자 생활을 마치며 그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수중탐사를 통해 알아낸 물고기의 생태에 대하여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다와 생명에 관한 저자의 철학, 바다를 꿈꾸던 바다소년이 해양생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냈다. 

 



우리가 몰랐던 ‘물고기의 사생활’
인간은 바닷속 물고기가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까?

물고기의 시력은 어떻게 될까? 물고기는 어떻게 감각을 느낄까? 암수로 전환하는 물고기가 있다고? 지구상에서 크기가 가장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는 무엇일까? 1장에는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비하고 놀라운 물고기의 생태 지식을 담았다. 물고기의 생김새, 크기, 감각기관, 번식 전략, 기생과 공생, 취급 방법 등 상식적인 내용부터 전문가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지식까지를 총망라했다. 
저자는 지구의 진정한 터줏대감은 물고기라고 말한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물고기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인간은 육지뿐 아니라 해양생태계까지 침범해 그 환경을 파괴해 왔지만, 물고기를 비롯한 해양생물들은 수억 년 동안 생태계의 질서를 지켜 왔다. 수중세계에는 상어나 고래와 같은 포식동물과 멸치, 정어리, 고등어와 같은 작은 물고기가 생태적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수천만 마리의 상어를 잡아들이고, 수산 어종을 남획하는 인간에 의해 수중의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있다며 조화롭게 절제하며 살아가는 물고기의 모습을 인간이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해양생물학자가 전하는,
우리 바다의 아름다움과 다채롭고 풍성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길

세계 곳곳의 바다를 탐사한 저자는 우리나라 바다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우수함을 강조한다. 뚜렷한 사계절을 가진 위도상의 특징, 다양한 해류와 물덩이, 갯벌과 다도해 등 연안의 특성이 복합되어 만들어진 환경으로 우리나라 바다에는 다양하고 많은 수의 생물종이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독도와 울릉도는 명정구 박사가 꼽는 최고의 수중경관이다. 외국의 어느 바다 못지않게 특색 있는 우리 바다의 경관을 책에 수록된 사진으로 만나보길 바란다. 
20여 년간 바다목장화 사업에 매진해 온 저자는 이러한 우리 바다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수중세계를 잘 아는 전문 연구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불어 최근 낚시산업의 발달로 증가한 유어 자원관리, 해양 쓰레기, 수산자원 남획, 어업민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 역시 바다라는 대자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소년, 바다를 꿈꾸다 
바다를 사랑한 소년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는 해양생물학자가 되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바다를 접할 수 있는 부산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수영과 낚시를 하며 자란 바다소년은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발견한 물고기 이름을 알고 싶어서 헌책방을 샅샅이 뒤지고, 극장에서 해양 다큐멘터리를 보며 바다에 대한 꿈을 키웠다. 바다를 꿈꾸던 소년은 수중 세계의 질서를 탐구하는 해양생물학자가 되어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물고기들과 만나 왔다. 1975년 국립 부산수산대학교에서 물고기 생태, 형태학 공부를 시작하여 2020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연구원으로 정년을 맞기까지, 명정구 박사의 시간은 바다와 물고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연구 논문이나 전문 서적에 싣지 못했던 바다 이야기를 가벼운 문장으로 표현하면서, 다양한 수중 탐사 경험을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들려준다. 



***저자 소개                                                          

명정구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에는 부산 영도 동삼동, 조도의 자갈밭과 바위 연안에서 바닷속을 들여다보거나 낚시를 즐겨 했고, 봄이면 구포다리 밑 웅덩이, 김해 명지, 맥도, 조만포 수로 등지에서 붕어 낚시를 즐겼다. 1960~70년대 극장에서 개봉된 해양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고 잠수하는 해양생물학자를 꿈꾸며 국립 부산수산대학교에 진학했다. 1977년 대학교 3학년 때 잠수 교육을 받았고, 1980년대에 동 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물고기 형태, 생태 공부로 1992년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부터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해양연구소(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근무하기 시작하여 2020년 12월까지 우리나라 바다목장 연구, 독도 수중생태 연구 등 과학 잠수를 통한 연구원 생활을 했다. 바다는 외우는 대상이 아니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 믿으면서 36년간의 연구원과 겸직 교수직을 마쳤다. 1990년대부터 잠수 전문가들이 모인 한국수중과학회에서 활동하면서 2020년까지 10여 년간 회장직을 맡아 우리나라 수중 잠수연구에 기여했다. 『우리바다 어류도감』, 『제주 물고기 도감』, 『한국산어명집』, 『바다의 터줏대감, 물고기』, 『울릉도, 독도에서 만난 우리 바다생물』, 『독도 바닷속 생태지도』, 『꿈의 바다목장』 등의 저서 40여 편과 논문 100여 편이 있다.


***작가의 말                                                                      
이 책은 지난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이루어진 수중 탐사의 이야기와 낚시 등 해양레저에 대한 생각, 어시장 방문기 등을 풀어쓴 것이다. 지난 세월 바다와 물고기에 매료되었던 필자의 기억들을 조각조각 연결하였다. 몸에 익은 오래된 잠수장비를 착용하고 레귤레이터를 입에 물면 말이 필요 없는 수중세계로 들어가 자유로움과 행복을 느꼈다. 그저 신비하고 놀라운 수중세계를 눈으로 보고 노트에 기록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연관 키워드                                                                                                                         
#바다이야기 #물고기 #해양생물 #해양연구 #해양탐사 #수산자원


***책 속으로                                                                                                                                
P. 21-22     사람들은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위해 매년 수천만 마리의 상어를 마구 잡아들여 수중의 먹이사슬을 파괴시킨다. 이는 수중세계의 교란까지 야기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인간도 물고기처럼 인류 역사의 출발 때부터 생물다양성에 대한 원리를 잘 받아들였더라면 지금의 기후 변화나 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지구상의 기후변화를 야기하여 육상생태계는 물론 지구의 미래까지 우려하게 만든 원인은 인간이다.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는 인간에 의해서 지구 생태계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 이제 인간은 수중 척추동물인 물고기에게 건강한 생태 보존(다른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기)을 위한 기술을 배워야 한다.수중세계에서 절제하면서 수많은 생명과 더불어 살아온 물고기들의 생태적 적응 모습을 보면 ‘지구상의 진정한 터줏대감은 물고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P. 137    동해, 서해, 남해에 흩어져 있는 3,000여 개의 섬들과 함께 조석 간만의 차이가 매우 큰 서해 갯벌, 한강, 낙동강 하구의 넓은 기수 해역과 여름이면 수온이 25℃ 이상으로 상승하는 연안, 세계 2대 해류 중 하나인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직접 받아 겨울에도 14~15℃를 유지하는 제주도 연안까지. 우리 바다는 한대, 온대, 아열대, 열대 생물종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상승과 맞물려서 점차 더 많은 열대 생물종이 우리 바다를 방문하거나 정착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해양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면서 이러한 다양성 보전을 해야 하는 것이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임무이자 후손을 위한 숙제이다.

P. 163-164    점차 고급어종을 원하는 우리들의 식생활은 고급어를 사육하기 위해 저급한 생선을 먹이로 사용하는 양식 산업을 발달시켰다. 고급어종 1kg을 얻기 위해서는 전갱이, 까나리 등 저급 소형어 7~8kg을 잡아서 먹이로 주어야 한다. 저개발국의 식량자원인 정어리, 전갱이, 밴댕이 등 값이 싼 소형어를 돔, 넙치, 연어 등 고급 어종을 키우기 위해서 먹이로 사용하는 이율배반적인 산업의 발달이 인류의 식량문제와 수산자원의 고갈을 촉진한 것은 아닐까?

P. 246-247    잠수하는 어류학자로서의 생활은 내게 축복이었다. 여러 나라를 방문하면서 다이빙을 하고 그 나라의 수중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와 지금은 내 후배 해양생물학자가 된 아들까지도. 아들과 함께 갈라파고스섬을 방문하고, 에콰도르 해양연구소 연구원들과 잠수하면서 생태지도에 의한 해양보호구역 관리 방법을 알려 주었던 보람 있는 시간들이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때로는 물이 차갑고 어두우면서도 물 흐름이 강했던 우리 바다 여러 해역에서 잠수 조사를 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수중 세계에 대한 나의 호기심을 꺾지는 못했다. 어릴 적 꿈이 있었기에 때로는 힘들어도 즐거워하며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오늘도 연구실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낡은 잠수장비를 보노라면 물가가 그리워진다. 정년을 한 지금도 어쩔 수 없는 이 바다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를 잊게 하고, 순간 나를 어린 시절로 돌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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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펴내며 

1장 물고기의 사생활
생긴 대로 산다: 물고기 관상학 
물고기가 사람보다 낫다: ‘더불어 사는 지혜’는 물고기에게 배우자! 
물고기의 감각기관 
물고기의 독특한 번식 전략 
놀라운 암수 전환의 세계 
기생과 공생: 더불어 살아가는 물고기 
가장 큰 물고기와 가장 작은 물고기 
선호하는 수심, 체색으로 짐작하는 물고기 생태 
바다와 강을 왕래하는 물고기들 
사라진 어종들: 명태, 말쥐치의 진실 
어류 취급 방법 
‘참’ 자가 붙은 어종들 
모든 새끼는 귀엽다 
독을 가진 어류들 
어류의 눈빛이 말해 주는 생태와 성격 

2장 바다가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
어류의 출현과 화석종 
진화와 적응 사이에서 
열 길 물속을 안다고요? 
다양한 해양생물의 보고, 우리나라 바다 
우리 바다의 또 다른 가치, 수중경관 
세계의 바다목장 
우리나라 바다목장 
수산자원 복원은 어디에서부터? 
수산업계의 제3의 물결, 낚시 산업과 해양레저 산업의 발달 
낚시 인구 700만 시대, 낚시의 예절과 예의 
생물에 대한 철학 
노트에 담긴 숙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물고기 세계 

3장 소년, 바다를 꿈꾸다
내 젊음의 빈 노트엔 
바다를 사랑한 소년, 해양생물학자가 되다 
20대의 물음, 60대의 답변 
독도에 빠진 이유 
바다를 지키는 일상의 노력 
어시장과 나 
세계의 어시장 
해양수산 연구의 역사 속에서: 지우지 말아야 하는 역사들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의 필요성 
다시 어릴 적 추억 속으로 

참고문헌 

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 

명정구 지음|256쪽|978-89-6545-714-5 03490

18,000원|2021년 03월 25일

과학 > 동물과 식물 > 해양생물

과학 > 지구과학 > 해양과학

자타공인 물고기 박사 명정구 교수는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수중탐사를 통해 다양한 물고기를 만나고, 수중세계를 연구해 왔다. 평생을 물고기와 해양생태계, 수산자원 탐구에 매진해 온 저자는 연구자 생활을 마치며 그간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수중탐사를 통해 알아낸 물고기의 생태에 대하여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다와 생명에 관한 저자의 철학, 바다를 꿈꾸던 바다소년이 해양생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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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

40여 년간 전 세계 바다를 탐사하며 건져 올린 생생하고 생명력 넘치는 물고기와 바다 이야기. 수중탐사를 통해 알아낸 물고기의 생태에 대하여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바다와 생명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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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읽기

트리스탄, 장인가수, 파르지팔

 

 

 

광활한 바그너 작품 세계,

든든한 초행길 파트너가 되어줄 바그너 안내서!

 

유미주의자부터 군국주의자까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 모두 '바그네리안'이 되고 만다.

 

여기 이름만으로도 장중한 느낌을 주는 한 거장이 있다. 그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자, ‘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창시자이기도 한 바그너다. 바그너의 영향력은 현대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 철학, 문학, 정치 등 분야를 막론하고 퍼져 나갔으며 그의 음악은 니체, 에른스트 블로흐, 토마스 만 등 서구의 여러 지성들에게 고루 사랑을 받았다. 이렇게 바그너의 성과는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거대해 보여, 그 음악을 들어보기도 전에 괜히 겁을 집어먹게 된다.

사실, 우리가 바그너를 즐기기란 정말 쉽지 않다. 공연 대본은 어렵고 장황한데, 번역조차 드물다. 매력적인 음악이지만 귀를 부담스럽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 내용의 이해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는 작품을 제대로 만끽하기 어렵다. 분량도 대단하여,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라면 끝까지 감상하는 것도 수월하지 않다.

이 책은 그런 바그너의 작품들을 ‘일단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씌었다. 특히 바그너가 마흔 이후에 완성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장인가수>, <파르지팔> 주요 세 작품에 집중한다. 이 작품들은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과 같은 바그너 초기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가사의 내용이 낯설고 음률도 예측이 어려워, 나름의 ‘감상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가 시도한 것이 바그너 ‘읽기’작업이다. 리브레토를 직접 번역하고 관련 도서를 찾아 읽으며 저자는 서서히 바그너와의 심적 거리를 좁혀갔다. 이 책은 광활한 바그너 작품세계에 먼저 발을 디딘 저자가 바그너를 만나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내미는 친절한 손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그너의 두툼한 작품 하나라도 편히 감상해볼 수 있게 된다면 그 이름이 주는 막연한 부담감도 곧 사라지지 않을까 한다. 철학자이든 작가이든 화가이든 우리가 그 이름에 압도되는 이유는 많은 경우 작품을 들여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나라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우리는 더 이상 그 이름에 압도되지 않을 수 있다.

 

바그너라는 이름이 주는 위용 앞에 용감히 선 사람들에게 이 책은 든든한 초행길 파트너가 된다. 각 장은 앞서 언급한 작품들을 독립적으로 다룬 세 편의 에세이로 꾸며져 있다. 작품의 흐름에 따라 줄거리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천천히 산책하듯 바그너의 세계를 즐기게 될 것이다.

 

 

아는 자는 과거를 가진 자다

바그너와 독일 민족주의

 

익히 알려져 있듯, 바그너를 떠올렸을 때 자연히 연상되는 것은 반유대주의다. 그는 생전 유대인, 특히 유대인 음악가들을 비판하는 저술을 다수 발표했으며 반유대주의적 입장을 피력하는 대화를 거리낌없이 주고받았다. 그런 바그너의 음악을 히틀러가 매우 아꼈음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철학자 아도르노는 자신의 에세이집 『바그너에 관한 시도』에서 바그너 작품 속 “배척당하는 인물들은 모두 유대인 캐리커처다.”라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그너가 나치즘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이렇다 하게 입증된 바가 없다. 물론 바그너가 독일 신화에 심취해 있었으며 독일 민족과 독일 문화, 독일 예술을 숭배하였음은 사실이다. 『바그너 읽기』는 그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독일 민족주의적 면모들을 해명하지 않고 해석한다. 특히 저자의 눈으로 보았을 때 <뉘른베르크의 장인가수>는 바그너의 신념이 가장 또렷하게 표현된 작품이다. 예술만이 사회를 구할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예술은 보편적 개념이 아닌 ‘독일 예술’이라는 바그너의 자부심. 분명한 것은, 바그너의 반유대주의는 나치즘이 아닌 그의 끔찍한 독일 사랑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책은 리브레토와 무대연출, 여러 비평들을 살펴보며 작중의 ‘뉘른베르크’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곁가지로 뻗어나간 다양한 읽기자료들이 작품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가 아무리 ‘안다’고 현재형으로 말해도, 아는 것은 모두 과거로부터 온 것이다. 그래서 <파르지팔>의 구원자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인물, 아무것도 모르는 자, 바보 천치다. ‘독일’과 ‘과거’라는 단어가 나란히 설 때, 우리에게는 연상되는 역사가 있다. 그러니 저자의 말대로, 정말 ‘아는 자’란 ‘과거를 가진 자’가 아니겠는가? 이 모든 연결을 떠올리면 바그너의 음악을 들을 때만큼이나 전율이 인다.

기독교 정신에 타락했다며 바그너를 비난했던 니체조차 “어느 모로 생각해보아도, 바그너 음악이 없었다면 나는 내 청년기를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절절하게 고백했던바 있다. 시대를 불문하고 듣는 이를 매혹시켜 왔던 바그너, 이제 당신이 만나볼 차례다. 『바그너 읽기』와 함께!

 

첫문장

우리는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때 주저하지 않는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9 이졸데로 하여금 칼을 떨어뜨리게 만든 감정은 실제로는 사랑이었다.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가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고 할 때 비올라 솔로는 아주 부드럽게 심금을 울리며 이른바 ‘시선의 모티브’를 연주한다. 브란게네는 아마 듣지 못할 이 음악을 오케스트라는 우리에게 들려준다.

p.70 죽음의 약을 마셨다고 믿었기에 사랑을 고백할 수 있었던 이들 연인. 나중에 알고 보니 사랑의 묘약을 마신 거라 하여도, 죽음을 앞둔 게 아니라 하여도 이제 그들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일시적으로야 당황하지만). 사랑을 가동하기 위해 죽음이 닥친 상태를 필요로 했던 두 사람. 이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죽음을 찾아 나설 것이다. 뒤바뀐 묘약의 이름에서 우리는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게 될 핵심어에 일찌감치 주목한다. 죽음, 사랑. 사랑의 묘약이 실상 죽음의 묘약이다.

p.121 고유한 개성을 지닌 개체가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는 사회는 보통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바그너식 사랑개념에서 볼 때 그런 사회는 사랑이 불가능한 곳이다. 위의 대화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서로의 이름을 바꿔 불렀다가 이름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그런 한계를 넘는 사랑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적 존재에게 주어지는 한계가 소멸되고 개체가 해볼 수 있는 모든 것, 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무제한으로 실행하는 ‘공간’, ‘상태’에서라야 사랑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p.159 미화된 과거가 필요한 것은 현재가 남루하기 때문이다. 과거는 초라한 현재가 멋진 미래를 꿈꿀 때 불러낼 이미지로서 손색이 없다. 빈회의 이후 독일 땅에서 통일이 절체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독일 조상’에 대한 이런 신화화 작업은 19세기 내내 이어졌다.

P.347 미래는 예언자나 아는 일. 그러니 평범한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할 때는 그 시점 직전까지의 과거에 속한 것을 아는 셈이다. 우리가 아무리 현재형으로 말해도 우리가 안다는 그것은 언제나 과거에서 왔다. 그러므로 아는 자는 과거를 가진 자다. 과거를 가진 쿤드리는 아는 게 정말이지 얼마나 많은가!

 

저자소개

김윤미

서울대 독어교육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 학술연구교수로 있으며, 독일문학 속 음악과 관련한 주제를 다룬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옮긴 책으로 『마법분필』(공역), 『타너가의 남매들』, 『트인 데로 가는 길』이 있다.

 

바그너 읽기

김윤미 지음|404쪽|978-89-6545-712-1 03670

18,000원|2021년 03월 10일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서양음악

이 책은 그런 바그너의 작품들을 ‘일단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씌었다. 특히 바그너가 마흔 이후에 완성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장인가수>, <파르지팔> 주요 세 작품에 집중한다. 이 작품들은 <탄호이저>, <로엔그린> 등과 같은 바그너 초기작들에 비하면 확실히 가사의 내용이 낯설고 음률도 예측이 어려워, 나름의 ‘감상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가 시도한 것이 바그너 ‘읽기’작업이다. 리브레토를 직접 번역하고 관련 도서를 찾아 읽으며 저자는 서서히 바그너와의 심적 거리를 좁혀갔다. 이 책은 광활한 바그너 작품세계에 먼저 발을 디딘 저자가 바그너를 만나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내미는 친절한 손이다.

알라딘: 바그너 읽기 (aladin.co.kr)

 

바그너 읽기

바그너의 작품들을 ‘일단 이해할 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쓰인 책이다. 특히 바그너가 마흔 이후에 완성한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장인가수, 파르지팔 주요 세 작품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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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 정치사

이창우 글 · 그림

#한국진보정치사 #한국정당사 #전태일50주기기념도서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시리즈 소개
2020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북치는소년, 산지니, 아이들은자연이다, 비글스쿨,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가나다 순) 모두 열 개 출판사가 뜻을 모아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하는 열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 공동 출판은 공익적 목적으로 출판사들이 연대해 독자들과 함께 교감하려는 시도입니다.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를 통해 우리 사회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진보의 발자취
전태일 정신의 계승은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세상이다. 전태일이 죽은 뒤 1970년대 청계피복을 비롯한 민주노동 운동과 1980년대 변혁적 노동운동, 1990년대 대중적인 진보정당 건설운동 및 산별노조 건설투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한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파업권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복직 후 강제휴업 등 노동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과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노동 기반의 정당이 만들어지는 게 필요하다. 이 책은 전태일 사후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의 주요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진보정당의 궤적을 성찰하고 앞으로 진보정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와 진보정당이 추구한 정치 목표와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진보의 역사 속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 찾기 위한 투쟁사
전태일은 청계천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면서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업주로부터 번번이 탄압을 받았다. 그러다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현실을 견디다 못해 결국, 1970년 11월 13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노동자도 인간이다”라고 외치며 분신자살했다. 전태일의 죽음은 큰 충격과 함께 남아 있는 노동자들에게 숙제를 안겨주었다. 전태일이 떠난 후 최초의 민주노조인 청계피복노조가 만들어졌지만 박정희 정권은 독재 통치로 노동운동은 악전고투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부터 한국의 노동사는 본격적으로 탄압과 폭력에 맞선 투쟁사로 이어지고 인간의 존엄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사로 발전해간다. 책에서는 1980년대 5월 광주 민주항쟁, 구로동맹파업, 인천 5.3항쟁, 6월항쟁 같은 한국사에 중요한 장면을 짚으면서 노동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설명한다.

대중 기반의 진보정당이 되기 위한 반성과 성찰
6월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은 광범위한 사회 변혁으로 이어졌다. 전노협, 전농, 전교조, 전빈련, 전대협 등 다양한 사회계급, 계층이 조직되었고, 여소야대의 정당 정치가 힘을 얻게 되었다. 이와 같은 민주노조운동의 폭발을 보며 한국사회의 진보적 전위들은 ‘민중당’ 창당 등 정치적 조직화를 시도했다. 이에 1990년대 후반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 창당이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사에서 진보정당은 순탄하게 흐르지만은 않았다. 분열과 통합, 다시 분열로 이어졌고, 사람들에게 정치적 설득력을 얻는 데 실패하기도 했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진보정당이 “투명정당”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앞으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하며, 전태일과 노회찬의 정신을 잃지 않기를 당부한다.

추천사_전태일재단 이사장 이수호
전태일이 분신 항거하며 세상을 바꾸는 촛불이 된 지 50년, 우리 사회는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그때의 시다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는 외침은 지금도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다시 전태일을 부르고 전태일과 손잡고 우리 모두 전태일이 되자고 나서고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노동자들도 나섰습니다. 뜻을 모은 열한 개 출판사가 각자 다른 모습으로 전태일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50년 전 전태일의 그 마음으로 이 시대의 촛불이 되어 어두운 사회를 밝히고 힘든 사람에게 위로와 힘이 되고자 합니다. 그래서 전태일이 처음 들었던 그 촛불이 천 배 만 배 더 크게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첫 문장
자네가 태어나기 30년 전 이야기라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5 자네도 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먹어본 적이 있지? 아마 우리가 아직도 애용하는 군것질 거리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 중 하나일 거야. 붕어빵은 풀을 쑤는 녹말가루를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풀빵’이라고도 해.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에 보면 1960년대 전태일이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시절에 나이 어린 여성 시다(견습공)들에게 풀빵 사 주던 일화가 기록되어 있지. 녹말풀로 만든 풀빵이 무슨 근기가 있었겠어. 그래도 풀빵조차 마음 놓고 사 먹을 수 없었던 어린 시다들에게는 풀빵 틀에서 갓 구워낸 따뜻한 풀빵은 전태일이 전하고자 했던 온기만큼이나 크나큰 위안이었을 거야. 전태일은 차비까지 털어 풀빵을 시다들에게 사 주고는 자신은 꼬르륵 거리는 위장의 교향악을 들으며 집까지 먼 길을 터덜터덜 걸어 다니곤 했지.

P.35 광주의 트라우마는 80년대 내내 우리 사회를 지배했어.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터져 나온 반미투쟁, 82년 미문화원 방화사건은 학생운동이 더 이상 반정부 투쟁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에 주목해야 한다는 급진적 메시지였다네. 그 이후 학생운동은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을 위해 ‘한국사회 성격’, 예를 들면 한국사회가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냐? 아니면 식민지 반봉건자본주의냐? 등을 놓고 격렬하게 논쟁하고 그에 따른 실천도 보다 ‘혁명적’인 면모를 띠어가지.

P.196 그간 나꼼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보수진영이 문화적 탈권위시대로 진입이 지체되어 있던 한국 정치의 허위의식을 십분 활용하면서 융단폭격을 퍼부어댔다. 나꼼수는 온라인에서 강력한 매니아층을 결집시키긴 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정치적 보수주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꼼수라는 매체가 가진 한계라기보다 나꼼수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 정치의 무능과 무기력의 문제였다. 나꼼수는 2012년 12월 19일 대선을 하루 앞두고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여러분 자신을 위해 투표해 달라. 아는 이들 모두에게 이번만은 투표해 달라고 하라”는 마지막 방송을 내보내고 막을 내렸다

P.212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날 노회찬 대표가 했던 ‘6411번 버스’에 관한 연설은 분열의 상처로 지칠 대로 지친 당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진보정당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여전히 진보정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약자들에게 더 가까이, 더 아래로 내려가는 진보정당을 만드는 일이 곧 진보정당의 혁신이었다.

 

저자 소개: 이창우
전노협과 민주노총 부산본부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민주노동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진보신당·통합진보당·정의당에 몸을 담으며 나름 진보 노선을 견지하는 ‘철새 정치인’을 자처하고 있다. <레디앙>과 <울산저널> 등에 만평을 기고하는 시사만평가이기도 하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 부산 기장군 정관면의 정의당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인디언 텐트에 선거사무소를 차리고 아이들 캐리커처 그려 주기, 1인 콘서트 등 이색 선거운동을 펼쳐 단기간에 10.83퍼센트를 득표하는 저력을 보여 준 진보적 낭만주의 정치인이다. 저서로 시사만평집 『만화로 보는 노무현시대』, 『위기의 진보정당 무엇을 할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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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 펴내며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
아! 전태일
1970년대 풍경
어느 돌멩이의 외침
겨울공화국
갑자기 다가온 유신체제 종말
우상의 몰락과 이성의 개안
5월 광주
불온한 위장취업
보도블록 틈새로 피어나는 민들레
구로동맹파업
6월항쟁 전야, 86년 인천 5.3 항쟁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6월항쟁
7, 8, 9 노동자대투쟁
민주노조시대
수동혁명
이제는 하나다. 전노협!
민주노총 시대
노개투(노동법개정투쟁) 총파업

2부 민주노동당 시대
각성
민주노동당 창당
의석 하나 없어도
제도효과
새로운 정치언어
비례 50%는 여성에게
무상급식운동 원조 민주노동당
“헌법을 버리란 말인가?”
민주노동당의 두 기둥
“부자에게 세금을!”
정치개혁의 함정
“불판을 바꾸자”
“이 자리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의사당의 낯선 손님
당직과 공직은 겸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 폐지 ‘올인’
주권을 건 도박
노무현 연정
삼성X파일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간첩당 오명을 뒤집어쓰다
민주노총에서 금기어가 되어버린 ‘사회연대전략’
북핵, 민주노동당을 흔들다.
혁신하지 않는 진보에겐 미래가 없다
민주노동당 분당

3부 분당과 통합, 그리고 분당
성깔 있는 칼라TV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진보의 미래』
야권연대로 치러진 2010년 지방선거
심상정, 당기위에 제소당하다
진보대통합 추진
오세훈의 자살골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나는 꼼수다’ 열풍
4.11 총선 야권연대 패배
통합진보당의 내파(內破)

4부 정의당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
노회찬의 ‘6411번 버스’ 연설
땀과 생명의 정의
“박근혜가 대통령 되고 5년을 또…”
삼성X파일 ‘떡검’ 실명 폭로한 노회찬, 국회의원직 상실
민심을 배반하는 낡은 선거제도 개혁을 외치다
대통령직이 ‘부당거래’의 대가냐?
정의당으로 당명 개정
‘이석기 내란예비음모 사건’이라는 음모극
역사 왜곡 쿠데타
“빚내서 집 사라?”
무노조 삼성에 맞선 다윗들의 전쟁
선거제도 개혁의 지렛대를 움직인다
성소수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
이것이 국가냐?
안전 업무에 비정규직 고용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외유는 나의 힘?
부패의 뿌리, ‘관피아’의 몸통은 박근혜 정권 그 자체
21세기에 삐라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자원외교 비리의 꼬리를 잡다
참으면 윤 일병, 터지면 임 병장
땅콩의 분노와 갑질의 회항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쌍용차 정리해고는 기업주 마음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수원의 거수기인가?
“대표는 늘리고 특권을 줄이자”
2016년 총선, 반격의 시작
박근혜 대통령은 ‘죄의식 없는 확신범’ 탄핵
촛불 대선
정의당-민주평화당 공동교섭단체 구성
아, 노회찬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7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글·그림 이창우 | 319쪽 | 국판 변형(145*210) | 16,000원 | 978-89-6545-653-7 03340
2020년 5월 1일

책은 전태일 사후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의 주요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진보정당의 궤적을 성찰하고 앞으로 진보정당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와 진보정당이 추구한 정치 목표와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진보의 역사 속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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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황세원 지음

#좋은일의기준 #노동의새로운기준 #일자리정책 #청년노동 
#플랫폼노동 #노동의최저선

 

 

일과 삶은 구분될 수 있을까?
우리의 노동이 조금 말랑말랑해지면 어떨까?
일에 대한 낡은 관념과 변화하는 노동의 기준에 대해 말하다

직장인에서 직업인의 시대로 회사의 울타리보다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4차 산업혁명과 고도화된 IT기술로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 여기에 코로나19로 등장한 비대면 업무 방식까지. 어느 때보다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의 형태가 변화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분명한 건 어떤 형태의 ‘일’이든 삶과 분리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이라는 게 그저 생계수단이지, 무슨 의미가 있어? 결국 다 똑같아”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면서 존재의 의미를 발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소득을 얻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좋은 일인지, 좋은 일의 요건에 대해 배우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던가. 사람마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생애 주기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이 다를 수 있는데 사회는 획일적으로 좋은 일의 기준을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황세원 지음)는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저자는, 일에 지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오랫동안 일에 대해 연구하고 경험한 사례를 이 책에 탈탈 털어 넣었다. 좌우의 이념에서 벗어나 오직 일에 대한 솔직한 생각만 담았다.


디지털 시대, 노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인식의 필요

고체인 노동만 보호하던 관행을 허물고, 너무 딱딱하던 노동은 좀 말랑말랑하게 만들고, 너무 흐물흐물하던 노동에는 탄성을 줘야 한다. 다시 말해, 중요한 것은 노동의 형태가 아니다. 우리가 토론해야 할 것은 어떤 일을 하건 누구나 기본적인 노동의 질,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방법이다. _본문 중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액체 근대』를 통해 무겁고 예측 가능한 ‘고체 근대’에서 가볍고 예측 불가능한 ‘액체 근대’로 이동해 왔다고 설명한다. 액화에 따라 힘이 재분배되고 있으며 권력이 없는 개인들은 더 심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등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라 이승윤 이화여대 교수는 산업화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에 노동이 녹아내린다고 설명한다.
최근 새롭게 생겨난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 방식은 사회가 흔히 말하는 정형화된 고체 노동이 아닌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한 액체 노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액체 노동이라고 해서 무조건 나쁜 노동일까? 다시 단단하게 굳은 노동, 틀에 맞는 고체 노동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옳은 걸까? 디지털 시대에 노동은 짐작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화할 것이다. 어떤 노동의 형태이든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의 질과 최저선을 높이는 일이다. 저자는 액체였던 노동에는 탄성을 주고, 고체였던 노동은 부드럽게 해줘서 우리의 노동이 “말랑말랑한 노동”으로 비슷해지면 어떨까 제안한다.

 

우리 시대 노동에 대한 낡은 관념들
정규직이 되면 다 좋기만 할까?

이미 여러 기업들이 기존의 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하되 신규 인력은 되도록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 식으로 정규직의 비율을 줄여 가고 있다. ‘안정된 직장’의 표상과도 같은 은행 중에도 신입사원 전체를 무기계약직으로 뽑는 곳이 나왔을 정도다. 어쩌면 ‘비정규직 제로’가 아니라 ‘정규직 제로’가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인지도 모른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에서는 우리 시대 노동에 대한 낡고 오래된 관념들을 되짚어본다. 2020년 6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만여 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찬반 여론이 뜨거웠다. 심지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철폐하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왜 이런 갈등이 일어났을까? 이 갈등의 바탕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용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정규직이 무엇이고 기관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집계가 왜 다른지 분석하면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보다 모두가 비정규직이 되어도 상관없는 사회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와 함께 직장 내 연차휴가 일수, 청소년의 일자리, 청년내일채움공제, 고용보험 제도 등 우리 사회 노동의 제도를 구석구석을 훑는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일에 대해 더 많은 포용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삶과 함께하는 좋은 일을 만들고 지켜갈 수 있도록

무엇보다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똑같이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보험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미 많은 노동 및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를 포함해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파악하고, 여기서 일정 금액의 사회보험료를 징수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은 개인적 차원, 정책적 차원, 사회적 차원에서 노동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변화를 요구한다. 저자는 <희망제작소>에서 일하던 당시,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좋은 일의 기준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 착안해 ‘좋은 일을 찾아라!’라는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좋은 일의 기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코로나19로 노동자들은 더 위축되었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좋은 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한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생각이 지금의 잘못된 일의 기준을 만들었다고 한다. 먹고살기만 하면 노동의 질은 나빠도 된다는 생각, 생계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월급만 주면 된다는 생각이 노동을 더 경직되게 만든다. 책에서는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책적으로 변화해야 할 노동인식과 개선해야 할 정책이 무엇인지 속 시원하게 꼬집는다. 이 책을 통해 내일의 일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첫 문장
2020년 새해 시작을 알린 소식 중 하나가 한 일간지의 ‘녹아내리는 노동’ 특집 기사였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91 정규직이 전체의 10~20%라면, 즉 ‘비정규직’이 전체의 80~90%라면 어떨까? ‘비정규직 제로’라는 정책 목표가 말이 될까? 정규직 비율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더라도, 그와 별개로 비정규직들의 임금과 처우, 차별받는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정책 목표여야 할 것이다.

P.206 이제 우리, 고3 때까지 공부 잘했냐 아니냐는 최대로 치더라도 한 5년 정도만 인정해 주는 게 어떨까? 그다음에는 서로 어느 대학 나왔는지 묻지도 말고, 알려고 하지도 말았으면, 그런 얘기 꺼내는 사람은 ‘완전 구리다’고 여겨졌으면 좋겠다. 현재 하는 일과 지향에 따라서 자기를 들어내고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잘사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P.158 복지국가인 스웨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30년 전이지만 노동자들이 누린 실업급여, 이직 훈련 및 지원 등의 수준은 지금의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그렇기에 “실직 후 생활수준과 자녀 양육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습니까?”라고 질문했을 때 모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P.182 한국 기업들은 왜 이렇게 휴가에 인색할까? 그리고 노동자들은 왜 휴가를 늘려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못할까? 혹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연차휴가 기준이 ‘나라가 정해놓은 휴가 기준’인 줄로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조차 든다.

 

저자 소개: 황세원
좋은 일을 하고 있어,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려면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연구해 오고 있다. 첫 직장으로 
<국민일보>에 들어가 10년간 기자로 일했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이직한 뒤로는 대학원에서 사회적경제를 전공하기도 했다. 이후 민간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와 <LAB2050>을 거치며 ‘좋은 일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연구해 왔다. 특히 청년 세대와 지방도시 관점에서의 좋은 일자리에 관심이 많다. 현재는 <일in연구소> 대표이며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공익위원,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자문위원, 행정안전부 청년 자립 및 활력 사업 평가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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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들어가는 글

1부 일하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들
1.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해서
노동은 녹아내리고 있을까|동네 노동을 해 오던 사람들|딱딱한 노동으로 돌아가야 할까

2. 필요한 건 노동일까 소득일까
직업 있으면 무시당하던 시대|‘장래희망 건물주’의 진짜 의미|‘직업의 귀천’과 소득의 관계

3 틈새에 끼어 괴로운 청년들
어린 노동자에게 가혹한 사회|제조업 공장이 답이 아닌 이유|청년들은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

2부 우리가 매여 있던 낡은 것들
4 정규직이라는 환상
정규직이 몇 퍼센트인지 아무도 모른다|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 같다고요?|이대로는 정규직 제로 사회가 된다

5 차별이 문제다
하찮은 일은 정규직이 해야 한다|엘리트에게 부여된 과도한 권력|공부 지상주의와 정규직

6 출세주의
정실자본주의와 출세주의의 결합|출세주의가 이미 깨졌다는 신호|직무급 전환이 답이라고?

3부 어떤 일이 ‘좋은 일’일까
7 단순한 질문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그때는 좋았어도 지금은 아닐 수 있다|작은 것 하나도 바꿀 수 없다면|재미, 성장, 나의 시간, 그리고 자유

8 진짜 안정성에 대해서
과거 위기 때와 다른 점|일자리 없어져도 덜 충격받는 사람들|공장 문 닫아도 격렬한 저항이 없었던 이유

9 기준은 달라지고 있다
다르게 살아도 잘살 수 있다면|단기근속자들의 시대가 왔다|좀 쉬면 어때서

4부 좋은 일을 위해 찾아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10 개인적 차원
자기가 원하는 일을 잘 모르는 이유|모든 일에 대한 존중|경력 관리하는 법

11 사회적 차원
경제민주주의, 노동이사제, 노동조합|일상 속에서의 노동조합|플랫폼이 나쁜 게 아니다

12 정책적 차원
최저선이 필요하다|하나를 바꾸더라도 ‘자유’를 위해|코로나 이후의 전환

나가는 글

참고문헌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황세원 지음 | 272쪽 |  국판 변형(140*210) 16,000| 978-89-6545-664-3 03330
2020년 7월 31일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좋은 일인지, 좋은 일의 요건에 대해 배우거나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던가. 사회는 획일적으로 좋은 일의 기준을 강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은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저자는 액체였던 노동에는 탄성을 주고, 고체였던 노동은 부드럽게 해줘서 우리의 노동이 “말랑말랑한 노동”으로 비슷해지면 어떨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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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인터뷰 #인터뷰글쓰기 #아키비스트 #마을사람기록
#부모님자서전쓰기 #생애사기록 #인터뷰태도

 

 

평범한 사람들의 생애사를 듣고 기록하는 법
말이 글이 되는 여정을 담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온몸으로 이를 받아들여,
다시 쓰는 인터뷰 과정을 통과하며 우리는 변한다.
나아간다.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된다.”
-「나는 왜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나?」중에서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 사람마다 걸어온 길이 다르지만 인터뷰를 할 때 공통으로 챙기고 반드시 해야 할 기본이 있다. 이 책에서는 사전 준비부터 퇴고까지 인터뷰의 기본을 단계별로 최대한 알기 쉽게 정리했다.
저자는 EBS <지식채널e>, <똘레랑스>, <미디어 바로보기>, <시네마천국> 프로그램에서 구성작가로 일하면서 다양한 인물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후 마을기록 작업에 참여하면서 생을 기록하는 작업을 해왔고, 마을기록학교에서 글쓰기 강사를 하고 있다. 책에는 인터뷰하면서 잘못했던 경험담, 눈물을 참으며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던 상황 등 인터뷰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할머니가 이야기의 중심이지만 독자들은 인터뷰 대상을 꼭 할머니로 한정짓지 않아도 된다. 책은 타인의 이야기를 선명하게 듣고 진솔하게 쓰기 위한 기본에 집중한다. 가족의 삶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처음 누군가를 인터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마을 기록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사전 인터뷰 준비부터 글쓰기까지의 태도와 마음
삶보다 글이 앞서지 않도록

삶보다 글이 앞서지 않도록
할머니와 만나고, 그 이야기를 글로 쓸 때
나의 틀에 할머니를 끼워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
몇 번의 짧은 인터뷰만으로 할머니 삶 전부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머니의 삶을 쉽게 재단해 정형화하지 말자.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중에서

할머니라는 인터뷰 대상자가 정해졌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저자는 인터뷰하기 전에 인터뷰이에게 어디까지 기록해도 되는지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꼭 필요하지만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실전 인터뷰에서는 인터뷰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질문할 것인지, 인터뷰이의 맞은편에 앉은 ‘내’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무엇인지, 인터뷰 태도 전반에 대해 전한다.
어떻게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잘 듣고 기록할 것인가. 수많은 길 중에서 저자가 일러주는 길은 인터뷰하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고 인터뷰이의 삶 자체를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인터뷰이의 삶보다 글이 앞서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더 잘 쓰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내가 원하는 대답만 기록하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인터뷰이를 대하는 마음처럼 글 역시 겸손하고 솔직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터뷰이를 대하는 마음과 인터뷰 글쓰기의 기본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새로움을 느껴보라
글쓰기의 마법을 경험해보라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일을
오롯이 해본 이는 안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나’라는 것을.
어떤 타인과의 만남도, 결과물도, 나를 넘지 못한다.
-「인터뷰와 글쓰기 사이의 별책부록」중에서

그렇다면 우리는 왜 쓰는 걸까? 왜 타인의 삶을 기록하려는 걸까? 누군가를 만나 “그의 삶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읽은 적 없는 책을 깊게 정독하는 일”이다. 인터뷰를 제대로 하고 나면 타인이 건네는 세계를 보고, 타인의 시선으로 세상을 오롯이 바라보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나라는 작은 몸에 갇혀 눈앞의 작은 현실만이 전부인 양 살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는 타인의 이야기, 마음, 시선”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의 의미와 그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생각하며, 타인을 통해 세상을 마주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해보기를 권한다.

첫 문장
나는 방송작가다. 어느 날 편집실에 앉아 촬영본을 보는데 인터뷰이의 손이 보였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49 내 진심이 아무리 크고 깊어도, 이리저리 엉켜서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주 앉은 할머니와 나를 연결해줄 사려 깊은 질문지를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P.91 할머니의 마음을 인터뷰어도 느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주 작은 가능성을 이어 붙여 “할머니 이게 이런 뜻이죠?” 하고 몰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 스스로도 좀 억지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극적인 스토리를 좋아하고, 나는 이 글을 잘 써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들어 갈등하게 된다. 내가 거짓을 꾸며낸 것도 아니고 할머니가 그렇다고 대답했으니, 이렇게 써도 괜찮다고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이다.

P.156 다음 날 아침, 원고를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며 머리가 하얘진다. 갖가지 수식어로 가득 찬 문장은 길고 무겁다. 장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장이 길어지면서, 주어와 술어가 호응하지 않거나, 화려한 비유가 글의 논점을 흐리는 게 문제다. 뜻을 알 수 없는 복잡한 문장은 독자를 지치게 한다.

P.199 요지는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며 ‘글 쓰는 몸’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것이 글을 쓰는 첫 번째 열쇠이자, 마지막 열쇠다. 쓰면 는다. 쓰면 쌓인다. 쓰면 쓸수록 잘 써진다. 정말이다.


저자 소개: 은정아
한양대에서 사회학을, 동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EBS 방송국이 좋아 구성작가를 시작했다. <미디어 바로보기>, <똘레랑스>, <시네마천국>, <지식채널e>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다양한 인물을 만나 인터뷰했다.
2013년부터 『수원골목잡지 사이다』의 고정 필진이 되어 골목의 평범한 삶을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 사람을 만나 오롯이 듣고, 나를 통과해 글이 나오는 인터뷰 글쓰기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이 과정을 마을기록학교에서 글쓰기 강사를 하며 학인들과 나누고 있다.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온 경기도민 이야기』, 『지금은 잊혀진 협궤열차 이야기 수려선』 등의 기록 작업에 참여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 이야기, 부서진 미래』(공저), 『차마 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한 마디』(공저) 등이 있다.

 

더보기

여는 글
: 나는 왜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되었나?

PART 1. 인터뷰 준비체조
어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까?
동의에 대하여
우리 미리 만나요, 할머니
글의 토양을 단단하게 하는 자료조사
사려 깊은 질문의 힘

PART 2. 실전 인터뷰
마음을 기울여 듣는다는 것
잘 듣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고유어의 깊이
가장 큰 대답, 침묵
흔들리며 중심 잡기
디테일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행동이 아니라고 말할 때

PART 3. 할머니의 '말'이 나의 '글'이 되기 위해
인터뷰 글쓰기의 시작, 녹취 풀기
이야기 속으로 쉽고 깊게 들어가는 방법
그런데, 인터뷰이가 누군가요?
돌부리 직접 차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
또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은 분명히 있다

PART 4. 글쓰기의 기본
[개요] ‘말’을 중심에 둔 글의 얼개 잡기
[단문 쓰기] 힘을 빼고, 담백한 글의 맛
[묘사] 슬프다는 말은 슬프지 않다
[다듬기] 여백이 있는 글쓰기
[퇴고] 남의 글 보듯
[마무리] 소소하지만 도움이 되는

PART 5. 인터뷰와 글쓰기 사이의 별책부록
글쓰기의 마법을 경험해보길 권함
글을 쓰는 첫 번째 열쇠
‘사람 책’을 깊게 읽기 위한 책 읽기
내일을 기대하며, 씨앗 문장 심기

닫는 글
: 닿을 수 없는 당신에게 닿기 위해

참고문헌

 

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은정아 지음 | 224쪽 46판(130*190) 15,000 | 978-89-6545-669-8 03800
2020년 9월 9일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방법을 담은 인터뷰 글쓰기 책이다어떻게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잘 듣고 기록할 것인가수많은 길 중에서 저자가 일러주는 길은 인터뷰하는 사람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고 인터뷰이의 삶 자체를 진솔하게 기록하는 것이다기록도 중요하지만 절대로 인터뷰이의 삶보다 글이 앞서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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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권리
인권사상 · 국내인권법 · 국제인권법

 

김철수 지음

 

 

기본권의 중요성과 국가권력에 대한 기본권의 우월성을 이해하기 위하여

대한민국 헌법에는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국가가 기본권 보장기구임이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권관이 처음부터 성문화된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인류의 부단한 투쟁에 의해 쟁취된 것이다.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권을 국가가 국민에게 주는 혜택이자, 법률에 의해서 부여되는 것으로 규정한 헌법을 채택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현행 헌법 제10조, 국민의 천부인권, 자연권을 국가가 확인하고 보장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무시하고 이를 국가가 국민에게 부여하는 권리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본권의 실정권론을 반박하고 기본권의 자연권론, 천부인권론을 강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강의해 온 김철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 재임 25년을 기념하며 <인간의 권리>를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권의 자연권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인권 사상을 살펴본다. 또한 헌법발전사를 비교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현대 각국 헌법상의 기본권 해석과 실천에 대해 검토한다. 외국의 기본권 이론과 적용 현황을 상론함으로써 한국 헌법이 고립된 것이 아니고 세계화 조류 속에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아직도 국부인권론이 지배하고 법률우위적인 실정권론이 불식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실정권설을 비판하고 자연권성을 주장한 <인간의 권리>가 독자들에게 기본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국가권력에 대한 기본권의 우월성을 이해하게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


인권 사상과 인권법의 발전을 살피다

이 책은 총 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편 ‘인권 사상’에서는 인권사상이 고대와 중세를 거쳐 근대까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살핀다. 고대뿐 아니라 후세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친 아테네 철학자들의 인권사상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평등과 자유,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의 내용을 정리하고, 아테네학파의 영향을 받아 발전한 고대 로마의 철학과 학문에 대해 알아본다. 근대는 종교개혁을 거쳐 신과 교회의 지배에서 계몽주의가 만개한 르네상스기를 거친 인간 이성의 지배 시기이다. 이 시기 계몽을 주도한 학자, 사상가, 외교관 등의 사상을 살핀다. 계몽주의 인권사상의 기틀을 다진 그로티우스와 푸펜도르프의 사상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미국의 계몽주의자들과 독일 이성론자들의 인권사상을 정리한다.

제2편 ‘국내인권법 서설’에서는 인권법의 발전 경향을 살핀다. 인권법은 개별 국민국가에서 흠정헌법이나 민정헌법의 형식으로 제정되는 국내인권법에서 제1차 세계대전 후 만들어진 국제연맹에 의해 보장되기 시작한 국제인권법으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인권법은 세계인권법으로 진화하는데, 칸트에 의해 구상된 세계국가와 세계시민 개념이 기반이 된다. 이 세계정부에는 세계헌법이 요청된다. 국민국가에서의 인권의 주체는 국민이지만, 세계국가에서의 인권의 주체는 세계시민이며 만민에 대하여 평등하다.

1장부터 3장에서는 근대 국민국가가 어떻게 성립되었으며 국민국가에서 기본권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지 살핀다. 국내인권법의 법원(法源)과 주체, 분류를 정리해봄으로써 현재 국내인권법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아본다.


국내인권법에서부터 세계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인권헌장까지

제3편 ‘국가기본권의 성격과 내용’에서는 현대 헌법의 인권이 인간의 본성에 근거한, 양도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인 자연권임을 강조한다. 자연권은 국가 형성 이전의 권리이므로 헌법에 상위한다. 자연권의 법적 성격에는 인권 원천성, 포괄성, 불가변성이 있으며 자연권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다. 기본권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각국의 해석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는 현행 헌법상의 기본권의 법적 성격과 체계에 관하여 살펴본다. 사상사적으로 기본권은 자연권 사상에 유래하며, 실정 헌법에 따라 이 권리를 자연권으로 규정하는가, 실정권으로 규정하는가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제4편에서는 국제인권법을 다룬다. 한 국가에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으로 인정되던 인권법은 국제관계가 발전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도 인간 권리의 보장이 논의되게 된다. 20세기 들어와서 국내 인권의 침해와 전쟁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참혹성을 경험한 후에 시민의 인권을 국제사회에서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한다. 국제사회에서도 타국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국제적 관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함에 따라 국제인권법이 발달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각 지역(유럽, 미주, 아프리카, 이슬람, 아세안)의 인권헌장의 내용과,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겪고 성립된 국제연합에서 제정한 인권장전의 내용을 살핀다. 끝으로 세계인권헌장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짚어보면서 새로운 세계인권장전에 대한 전망과 세계인권재판소의 필요성,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하여 언급한다.

 

저자 소개

김철수 金哲洙, Tscholsu Kim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대학교 법과대학, 미국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에서 법학을 연구하였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인권연구과정 연수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일본 히토쯔바시대학 강사, 메이지대학 초빙교수, 베를린 훔볼트대학 방문교수를 역임하고, 헌법재판소 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대법원 사법행정제도 개선심의위원, 법무부 자문위원,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공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탐라대학교 총장, 국제헌법학회 세계학회 부회장, 국제법 및 사회철학회 세계학회 집행위원을 역임하였다.
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며, 한국헌법연구소 이사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목차

머리말

제1편 인권 사상
제1장 고대와 중세의 인권사상
제2장 근대 인권사상의 전개

제2편 국내인권법 서설
서장: 인권법의 발전 ― 국내인권에서 세계시민인권으로
제1장 근대국가의 성립과 목적
제2장 국내인권법의 법원과 주체, 분류
제3장 국내인권법상 주권자 국민의 권리

제3편 국가기본권의 성격과 내용
제1장 국가기본권의 성격
제2장 자연권의 본질
제3장 현행 헌법상 기본권의 법적 성격과 체계
제4장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제5장 평등권
제6장 자유권적 기본권
제7장 생존권적 기본권

제4편 국제인권법
제1장 국제인권헌장의 발전
제2장 지역적 인권헌장
제3장 국제연합의 인권장전
제4장 21세기의 인권헌장의 발전
제5장 세계인권헌장의 미래

인명 색인
사항 색인

 

인간의 권리
김철수 지음1028쪽175mm*245mm)978-89-6545-710-7 93360
90,000원2021년 2월 10일

기본권의 실정권론을 반박하고 기본권의 자연권론, 천부인권론을 강조하기 위해 연구하고 강의해 온 김철수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대한민국학술원 재임 25년을 기념하며 <인간의 권리>를 출간하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본권의 자연권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헌법을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철학자들의 인권 사상을 살펴본다. 또한 헌법발전사를 비교적으로 고찰함과 동시에 현대 각국 헌법상의 기본권 해석과 실천에 대해 검토한다. 외국의 기본권 이론과 적용 현황을 상론함으로써 한국 헌법이 고립된 것이 아니고 세계화 조류 속에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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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지음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
아이들과 교실에서 명랑하게 살아남기

교문이 열려 있다. 지금 학교에는 무서운 교장선생님도 부재중이고,
교내는 평화롭기만 하다. 나는 두서없이 학교의 이곳저곳을 보여줄 것이다.
운이 좋다면 학교가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죠?” 하면서 말을 걸지도 모른다. _7쪽

여기 제법 진지하지만 명랑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불의도 잘 참지만, 학교 교문을 넘어가면 용감해지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렇다고 눈물 나게 헌신적인 선생님은 아니다. 매일 주택융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월요병을 감수하는 직장인이자 교장 선생님 눈치도 어김없이 살핀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준수 선생님은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다시피 하면 하루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 하는 극장 같은 학교에서 때로는 관객으로, 배우로, 프로듀서로 지냈다.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과 어려움이란

“제정신을 차려야 해!”


꾀병러를 상대할 때는 마음을 호수 표면처럼 담담하게 유지해야 한다.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하거나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들면 안 된다.
꾀병러는 유연하기가 물과 같아서 손아귀에 움켜쥐려 해 봐야 내 옷만 젖는다. _25쪽

책에는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콜콜거리며 귀가하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꾀병러,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는 곤듀(공주), 교실에서 조용히 서성이는 그림자 소년, 정리정돈을 잘하는 프로 청소부, 형형색색 볼펜으로 특수분장을 즐기는 아이까지. 교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즐겁게 어울려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 비밀을 공개한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꾀병러를 대하는 매뉴얼,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가 짝꿍이 된 경우, 교실에서 사라진 트리케랍토스 지우개를 찾는 방법 들을 풀어낸다.

이제 제법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아이들은 다시 선생님을 시험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까?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 수 있을까? 노력하고 성장하려는 선생님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라는 직장, 선생님이라는 직업
“나는 그저 가르치고 싶다”


교사에게 수업 준비와 상담, 학생 지도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상한 업무로 반 아이들에게 덜 미안해지고 싶다.
빨리 승진해서 수업 대신 결재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업무 포털사이트 열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_201쪽

학교에 재직하면서 학교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럽다. 저자는 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직장과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보는 시선은 모순적이다.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유망 직업이지만 현장에 근무하는 선생님의 직무만족도는 OECD 회원국 국가 중 매우 낮다. 배우자의 직업으로 좋게 평가받지만, 교육공무원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모든 직업에 빛과 그들이 있지만, 선생님에게는 스승이라는 중압감이 그늘이 된다. 초등학교 담임은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가를 신청하지 못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시달릴 때가 많다. 학교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평적인 조직이 될 수 없을까, 선생님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없을까. 저자의 고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육의 기회를 일상에서


삼척은 원주에 밀리고, 원주는 수원에 밀리고, 수원은 서울에 밀렸다. _163쪽

저자는 도시와 시골 학생의 생활 격차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서 산을 벗 삼거나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으면 아이들은 쉽게 게임이나 도박 같은 말초적인 놀잇감에 빠져든다. 또 같은 시골 안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생활의 양식이 달라진다. 건강 불평등, 학력 불평등, 나아가 교양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날마다 목격한다. 아이들 입에서 시골이라서, 지방이라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비하하는 건 어딘가 잘못되었다. 사회가 가정의 구멍을 메워주면 안 될까. 저자가 느끼고 경험한 교육 불평등 이야기는 이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은 소소한 일상의 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책속으로

P.13 제부터 눈이 내렸는데 기온이 영상 5도와 영하 2도를 맴돌았다. 도로가 얼기 딱 좋은 조건이다. 나는 동료 선생님 두 분과 카풀을 한다. 오늘 하필이면 내 차례다. 나의 부주의로 두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산골 마을 도계로 출퇴근하며 욕이 늘었다.

P.48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나도 가르치는 게 좋아서 교사가 되었다. 학교밥 먹은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수업하는 건 지겹지 않다. 게으른 내가 끝끝내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건 그림책 작가처럼 오래도록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P.78 그러나 어린이 카나페는 무기다. 설탕으로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사인은 급성 당뇨병으로 밝혀질 것이다. 초등학생은 카나페를 당 범벅으로 이해한다. 초콜릿과 잼, 생크림이 없으면 카나페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줄 안다. 적어도 세 가지 종류 이상의 당류가 듬뿍 들어가 줘야 카나페로 인정한다. 그들의 슬로건은 간단하다. 설탕은 옳다.

P.216 학교 주변에서 빈집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굳게 닫힌 대문에 녹슨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주인을 찾지 못한 우편물이 잔뜩 꽂혀 있다. 나는 도시로 떠나는 아이를 격려하며 중학교 재배정 절차를 알려주다 말고 주변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떠나는 아이는 늘어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아이는 거의 없다.

이준수
춘천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으며,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학교는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하는 극장 같았다.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배우로, 때로는 프로듀서로 지냈다. 출근하면 적어도 열 번 웃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행운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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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1장 교실에서 울고 웃는 초등선생님
죽음의 레이스 | 저주 인형 |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 프로 꾀병러 | 다이어트 히스테리 | 나도 마미손 좀 보자 | 죽음 앞에서 | 데자뷔 | 위험한 과학실 | 유령 선생님 | 이름을 남기는 습관 | 진짜 바쁜데 | 콩나물에 물 준 범인을 찾아라 | 카르페 디엠 | 잇솔질 | 교실과 평화 | 뜻밖의 깨달음 | 나만 좋은 거야? | 슈가 러쉬 | 잔소리 금지 | 제정신을 차려야 해

2장 그래도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그림자 소년 | 수포자의 오아시스 | 저세상 유머 | 말벌 전쟁 | 벌이 너희를 무서워합니다 | 곤듀병 | 금손의 영업비밀 | 워너원과 손흥민 |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 흑염룡 | 석탄과 다이아몬드 | 청소가 뭐 어때서 | 불가능한 주문 | 탈의실 생존기 | 빅맥 | 마지막 선물 | BHC치킨 마니아 | 현대인의 공통점 | 트리케라톱스는 알고 있다 | 언택트 연극

3장 학교라는 직장
지방 인생은 2부 리그가 아니란다 | 자식 맡긴 부모의 처지 | 선생님 수능이 뭐예요? | 준비물로 눈치 보지 않을 권리 | 마음의 독감은 왜 치료하지 않나요 | 교사의 일상 흔드는 스승’ | 아이가 착해서 노심초사하는 부모 | 아이를 조건 없이 믿나요? | 다문화가정 아이 향한 동정과 혐오의 화살 | ‘노는 아이가 걱정되나요 |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는 없잖아요

4장 교사라는 직업
왜 교대 교육과정에 행정 업무는 빠져 있나 | 인성 교육도 이벤트가 되는 학교 | 요번에 성과급 뭐 받았어요? | 아이들 싸움에 경찰서 가자고요? | 진짜 도농 격차가 뭔지 아세요? | 도시로 진학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슬픔 | 쓸쓸하고 괴로웠던 신종플루의 기억 | 그 선생님은 왜 전화번호를 두 개 쓸까 | 탄소 배출량 7위 국가의 시민으로서 | 거북이의 소원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230쪽국판(145mm*210mm)978-89-6545-711-4 03810
15,000원2021년 2월 26일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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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국』 건륭제의 문화프로젝트, 이은상 지음

 



청나라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이미지 제국’

다민족 국가를 다스리기 위한 건륭제의 시각정치학

청나라는 18세기 중반 단연코 세계 최강의 제국이었다. 중국 본토 이외 만주벌판, 티베트, 몽골, 대만까지 영역을 넓혀 중국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소유한 대제국이 됐다. 동시에 한족과 만주족을 비롯해 티베트인·위구르인·몽골인·버마인·타이계 민족 기타 청나라가 정복한 지역의 다양한 소수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였다.

저자는 청나라가 대제국이자 다민족 국가라는 수식에 새로운 수식을 하나 더 붙여준다. ‘미의 제국이자 이미지의 제국으로 청나라를 새롭게 조명한 것이다. 건륭제는 만주족이 세운 청 왕조의 여섯 번째 황제로, 60년간 중국을 통치하며 강력한 실권을 행사했다. 광활한 영토의 대제국을 이룩한 건륭제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민족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통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책은 청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건륭제가 왜 시각 이미지를 사용했고 이 이미지를 통해 어떤 통치 전략을 펼쳤는지 탐구한다. 건륭제는 정복과 회유의 정책을 적절히 운용한 통치자였다. 만주족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 보편군주의 모습으로, 유교의 예치로 문화적 통일을 지향하려고 했다. 시각 이미지는 민족을 회유하고 통치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황제의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민족 국가를 다스려야 했던 보편군주 건륭제. 천하세계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하는 책임이 있는 천자로서 건륭제의 고민과 노력을 살펴본다. 이러한 연구는 최근 활발해지는 청나라 연구에 새로운 물살이 될 것이다.

 

건륭제의 문화 프로젝트, 다양한 군주의 초상화

건륭제는 다양한 민족을 회유하기 위해 문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조판처에 속한 장인과 예수회 선교사로 하여금 황제의 초상화와 전쟁기록화를 그리게 하고, 장춘원에 조성한 유럽식 궁전 서양루의 건설에 참여하게 했다.

책에는 여러 민족의 모습으로 코스프레 한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잘 알려진 그림으로 <시일시이도>가 있는데 명나라 시대의 그림인 <인물人物>을 모방했다. 그림에는 송나라 문인 대신 건륭제가, 그 문인의 초상화 대신 건륭제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다. 종이와 붓을 들고, 골동품에 둘러싸인 건륭제는 자신이 한족 문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상한 품격을 지닌 통치자로 보이고 싶어 했다.

그림 <건륭문수보살상>에는 1755년에 중가르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해 문수보살로 그려진 건륭제의 초상화를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건륭제는 중앙에 티베트와 몽골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지혜의 보살로 여겨지는 문수보살의 모습으로 재현된다. 건륭제는 티베트인과 몽고인에게 그들이 숭배하는 문수보살이자 보편제국을 다스리는 전륜성왕이 되고자 했다. 저자는 옹정제와 강희제가 여러 민족으로 코스프레 한 초상화를 보여주면서, 제국의 보편군주로 인정받고 싶어 한 황제의 마음을 읽어 내려간다.

 


지식은 곧 권력,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의 출연

청나라 황제들은 제국의 경계를 확정하고 여러 민족의 정보를 수집해 통치자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다. 이러한 취지에서 민족지와 박물지, 지도를 제작했다.

현재 중국의 경계 구획은 강희제와 옹정제 그리고 건륭제가 통치했던 130여 년간에 일어난 일이다. 󰡔황여전람도는 강희제의 명에 의해 청나라의 영토를 조사하여 제국을 시각으로 재현한 지도다. 󰡔묘만도󰡕는 중국 서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과 이를 설명하는 글로 구성된 민족지다. 초판은 옹정제 치세 후반에서 건륭제 치세 초반 중국 변방을 다스리던 관리들에 의해 제작되었다. 󰡔황청직공도󰡕는 건륭제의 명에 의해 만들어진 민족지로, 청나라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을 포함해 세계 301종의 민족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민족이 살고 있는 지역과 청나라와의 관계, 독특한 풍습에 관해 중국어와 만주어로 설명되어 있다. 또한 건륭제는 청나라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그림으로 그리게 해 󰡔조보󰡕󰡔수보󰡕라는 박물지를 제작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식정보의 생산과 유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 청나라 황제들이 어떻게 주변 세계를 정의했으며,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건륭제의 관민
, <건륭남순도>

통치자가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을 순시하는 것을 순행이라고 한다. 순행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세계의 구도를 재정립하려는 군주의 문화적 행위이다. 건륭제는 할아버지 강희제가 했던 것처럼, 1751년부터 1784년까지 6차례에 걸쳐 청나라 경제의 심장부인 강남 지역을 돌아보았다. 건륭제는 자신이 남순한 목적을 관민(觀民)’이라 했다. 백성들의 삶을 돌아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통치에서 자신감이 생긴 건륭제는 자신이 쏟은 노력의 결실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궁정화가 서양(徐揚)은 건륭제가 행한 1차 남순의 모습을 12권 두루마리에 담아 <건륭남순도>를 제작했다. 그림에는 건륭제와 대규모 수행단의 모습이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채색과 묘사가 사실적이다. <건륭남순도>로 당시 건륭제의 수행단 규모와 지역 시찰의 의미, 백성을 살피려는 노력을 살펴본다.


황실의 보물과 유물로 만나는 청나라

청나라 황실은 청동기와 옥기, 자기, 서예, 법랑자기, 칠기 등의 예술품들을 포함하여 100만 점이 넘는 보물들을 남겼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은 대부분 건륭제가 수집했다. 청나라의 힘이 절정에 달했을 때 건륭제는 중국 전역에 걸쳐 그리고 해외로부터 진기한 골동품과 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건륭제가 수집한 보물들은 오늘날 박물관의 컬렉션으로 전해진다.

건륭제가 소장했던 엄청난 양의 보물들은 그 자체가 중국 문화와 예술을 표상한다. 그런데 건륭제는 왜 이처럼 진귀한 물건들의 수집에 열을 올렸을까? 그의 야심은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컬렉션을 소유함으로써 천하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범주의 만물을 망라하는 통치자로 군림하는 것이었다. 책에 소개된 자료들은 북경고궁박물원, 타이베이고궁박물원, 영국박물관 등에 가서 실물로 볼 수 있다.


저자소개 이은상
한국과 미국에서 중국 문학을 공부했다. 중국신화와 소설에 관한 내용을 박사 학위 논문으로 썼고, 이후 몇 년 동안 대학원 시절에 스티븐 오원Stephen Owen이 쓴 Traditional Chinese Poetry and Poetics: Omen of the World를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중국 문인들의 글쓰기와 그림에 관해 공부했다. 2007년에 출간된 시와 그림으로 읽는 중국 역사(시공사)를 시작으로 9권의 책을 썼다. 꽤 오랫동안 상명대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국연구재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2013년에 선정된 묘만도苗蠻圖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건륭제와 18세기 청나라에 관해 연구해 왔는데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현재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문 고전 국역 사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틈이 나면 태극권을 연마하고, 간혹 양생에 관한 책을 만지작거리곤 한다.


책속에서

P.40 건륭제는 한족이 아닌 만주족이다. 이민족으로 한족의 나라를 다스렸다. 만주족 황제가 한족의 옷을 입음으로써 피상적이나마 이방인임을 거부하고 한족 중국인의 문화유산을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는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

P.99 1760년에 건륭제는 궁정화가들에게 동투르키스탄 원정에서 가장 혁혁한 전공을 세운 100명의 전사들의 초상화를 그리라 명하여 그들의 전승을 기념했다. 이 초상화들은 자광각에 전시되었다. 그림의 상단 부분에는 중국어와 만주어로 쓴 초상화 주인공의 전승을 찬양하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P.128 건륭제 때 청나라는 중국 역사상 최대의 영토를 차지하는 제국을 건설했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건륭제는 이 광대한 영토 내에 수없이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표준화된 틀 속에 이들에 관해 기록한 텍스트를 소유하고 싶었다. 지식은 곧 권력이다. 청 제국 내의 민족들의 생김새와 복식을 그린 그림 그리고 이에 관한 지식정보를 소유함으로써 건륭제는 그들에 대한 지배를 주장할 수 있다.

P.164 골동품 수집을 좋아했던 옹정제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골동품들을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고완도古玩圖>이다. 이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옹정 6년인 1728년에 제작된 권6과 옹정 7년인 1729년에 제작된 권8이다. 이 두 권의 두루마리는 원명원에 있는 여의관如意館에서 제작되었다. 한 사람이 아닌 다수의 궁정화가들이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자금성과 원명원에 소장되어 있는 골동품들을 그림으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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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황제의 공방
2장 황제를 그리다
3장 제국을 그리다
4장 민족지와 박물지
5장 황제의 문화수집과 예술품 복제
6장 남순
7장 황제의 정원
8장 그림으로 백성을 교화하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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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제국
이은상ㅣ334쪽ㅣ신국판(152×225)ㅣ978-89-6545-706-0 94910 
ㅣ25,000원ㅣ2021년 1월 28일

책은 청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건륭제가 왜 시각 이미지를 사용했고 이 이미지를 통해 어떤 통치 전략을 펼쳤는지 탐구한다. 건륭제는 정복과 회유의 정책을 적절히 운용한 통치자였다. 만주족의 정체성을 잊지 않으면서 보편군주의 모습으로, 유교의 예치로 문화적 통일을 지향하려고 했다. 시각 이미지는 민족을 회유하고 통치하기 위해 직관적으로 황제의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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