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256건

  1. 2020.08.28 [서평] 인간의 존엄성을 위한 투쟁사,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2. 2020.08.28 [저자와의 인터뷰] 대중 기반의 정당이 되기 위한 반성과 성찰,『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저자, 이창우 작가님
  3. 2020.08.19 [저자와의 인터뷰] 우리가 지나온 풍경과 사람들,『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저자, 소진기 작가님 (1)
  4. 2020.08.18 [서평] 우리가 지나온 풍경을 말하다,『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5. 2020.07.29 [서평] 이토록 유쾌한 지옥이! 임정연 작가의 『지옥 만세』
  6. 2020.07.29 '세종도서 선정 지원 사업'에 대한 한국출판인회의 입장
  7. 2020.07.28 [서평] 왜 우리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벽이 없는 세계』
  8. 2020.07.28 [저자와의 인터뷰] 시끌벅적 성장 스토리,『지옥 만세』의 임정연 작가님
  9. 2020.07.27 [역자와의 인터뷰] 지리는 운명이다, 『벽이 없는 세계』역자 정상천 선생님 (1)
  10. 2020.07.22 [서평] 우리는 살아있습니다, 황경란의 『사람들』 (1)
  11. 2020.07.21 역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산지니 책을 알아보았습니다!
  12. 2020.07.21 [서평] 모든 순간, 모든 시대, 모든 낮과 밤에 그가 오고 있다_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3. 2020.07.21 장강의 뒷물결은 더 이상 앞물결을 치지 못한다_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14. 2020.07.16 [저자와의 인터뷰] 고독과 사랑을 노래하며,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저자, 박정선 작가님
  15. 2020.07.15 [저자와의 인터뷰] 살아가는, 살아있는 이야기:『사람들』의 황경란 작가님 (1)
  16. 2020.07.06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북 콘서트를 가다
  17. 2020.06.25 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삶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월간 토마토」 (1)
  18. 2020.06.11 2020 원북원부산 북콘서트에 다녀왔어요! (2)
  19. 2020.06.09 [서평]『밤의 눈』과『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를 읽고 (1)
  20. 2020.05.26 [서평]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_『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21. 2020.05.15 [서평] 올해도 오월이 왔다_소설『1980』과 「전라도 닷컴」
  22. 2020.05.12 [서평]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_월간 「작은책」 (1)
  23. 2020.04.28 [서평] 당신이 곧 나이기 때문에_『어느 돌멩이의 외침』 (1)
  24. 2020.04.17 [서평]『그림 슬리퍼』: 사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2)
  25. 2020.04.03 [서평]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또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게 혁명이라면 _김유철, 『레드 아일랜드』 (1)

  진보적 낭만주의 정치인 이창우 작가가 집필한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한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로 출간된 책이다. 전태일이 분신한 지도 벌써 50년이 지나갔다는 것도,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여러 출판사가 모였다는 것도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쥐꼬리 같은 임금을 받으며 풀빵조차 제대로 사 먹지 못하던 어린 시다들, 실밥 풀풀 날리는 숨 막히는 작업환경에서 폐병에 걸려 각혈하며 쓰러지던 어린 시다들에게 한없는 연민을 품었던 전태일은 1970년 11월 13일 한자로 때려 적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자신을 불사른다. 햇빛 한 줌 허용되지 않았던 평화시장 시다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자신을 던져 어둠을 사르는 불꽃이 되지.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p. 15~16.

노 의원에 의해 명단이 공개된 전·현직 고위 검찰 간부들은 골리앗에게 돌을 던진 다윗을 가만두지 않겠다며 안강민 서울지검장을 앞세워 노 의원을 고소했다. 노 의원은 "나를 기소려면 그렇게 하라. 나의 행동이 공익에 반한다면,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내용을 공개하고 사리를 추구했다면 스스로 면책특권을 포기할 것이다. 나 스스로 나의 손목에 수갑을 채울 것이다. 옳다면 해야 한다. 다시 또 이런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나의 행동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며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p.141. 

  전태일은 열악했던 노동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근로기준법을 두르고 분신했다. 부조리한 노동환경 속에서 자신은 그런대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어린 시다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간부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로 인해 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자격정지와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되었다. 전태일과 노회찬 의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것도 내려놓을 줄 아는 이들이 있었다. '앎과 함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제목에 등장하는 전태일과 노회찬 의원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작가 또한 이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의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가슴에 새겨져 그 속에서 살아갈 만큼. 작가가 20대를 이 문제를 두고 고민했듯, 나 또한 앞으로 그 영향 속에서 고뇌하게 될 것 같다. '앎과 함의 일치'라는 말에 무거움이 느껴졌다.

 

  책은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 2부 민주노동당 시대, 3부 분당과 통합 그리고 분당, 4부 정의당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 등 총 4부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태일을 기억하며 펴낸 책이니 투쟁이나 노동기본권과 관련한 내용이겠거니 짐작했다. 노동기본권을 위한 운동의 역사도 담겨있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정치사까지 다루고 있어 새로웠다. 이외에도 특이하게 1부는 구어체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듯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어렵고 힘들었던 시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노력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더욱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활동가들의 치열한 '일상활동'과 사업장 울타리를 넘는 조합원들 간의 연대투쟁으로 다져진 '노동자는 하나'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지. 하루 3천 원도 안 되는 저임금, 월 평균 100시간 잔업이라는 극심한 장시간노동, 관리직 사원들과의 심한 차별대우 등등 가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다 노동조합을 통해 '단결, 투쟁'의 맛을 본 노동자들은 더 이상 임금노예가 아니었어.

p. 42.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를 통해 노동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전에 비해서 나아지긴 했지만, 그리 많이 변한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예전처럼 먼지 구덩이에서 밥을 먹거나, 어린아이들이 나와서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다. 그런데도 아직 바뀌지 않은 부분 역시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긴 작업 시간보다 임금을 적게 주는 곳도 있으며, 안전하지 않는 작업장에서 일하다 다치게 되는 경우를 더러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아마존이라는 쇼핑몰에는 에어컨이 없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에어컨을 설치하는 비용보다, 직원이 쓰러져 병원에 가게 되는 경우가 더 저렴하다는 이유였다. 다행히 현재는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엄청나게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건 노동자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태일 말처럼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말을 그렇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5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남아있다. 노동자가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아직도 필요하다는 게 슬프게 다가왔다. '노동자는 하나의 존엄한 인간이다'라는 인식이 팽배한 사회로 변할 수 있길 바란다.

   진보정치사를 다루고 있는 2부 민주노동당 시대, 3부 분당과 통합 그리고 분당, 4부 정의당이 바꾸고 싶었던 세상에서는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다. 무상급식, 부동산, 성소수자, 갑질, 세금 등 다양한 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작가의 심경을 풀어놓았다. 정치사는 아무래도 알고 있는 역사가 많지 않아서 이전의 내용은 어렵게 다가왔지만 그림과 함께 나와서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2번 읽었지만, 부족해서 부분적으로 더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평상시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례들을 다르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머리는 아팠지만, 여러 가지 현상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사실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유를 동굴 우화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었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는 이론으로 들어본 적 있었다. 그때는 듣고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 번 가정해 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껏 믿어왔던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라도 힘든 일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 환경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더 할 것 같았다. 자유의 의미와 진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 계속 생각났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주었다. '앎과 함의 일치', 노동자의 존엄성, 다양한 정치적 이슈, 자유 등. 가볍게 봤다가 된통 당했다. 덕분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들긴 했지만, 새로운 측면들을 많이 인식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우리는 모두 인격을 가지고 존엄한 존재라는 것을 상기해 볼 수 있었다. 이런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전태일, 노회찬, 노동자, 시민들의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기록이 바로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였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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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서승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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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인턴 서승연입니다.  

 이번에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저자이신 이창우 작가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창우 작가님은 진보적 낭만주의 정치인이자 시사 만평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런 작가님이 집필하신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청년들에게 한국 진보정치사가 어떻게 등장하고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생각할 거리도 많았던 책이었습니다. 작가님과 인터뷰를 통해 책을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 이창우 작가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함께 보실까요?

 

 

 

Q1.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를 집필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A1.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정신을 다양하게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진보정치가 전태일 정신의 중요한 계승자라고 보았습니다. "노동자도 인간이다." 전태일이 이렇게 외치며 자신을 던져 밝히고자 했던 것은 눈부신 경제 성장의 주역이면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무권리 상태에 놓인 노동자의 현실이었습니다. 전태일의 분신 이후 우리 사회 변혁의 중심에 노동자를 우뚝 세우려 했던 것은 민주당류의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이었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2.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역사를 비롯한 많은 정치사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자료조사가 필요해서 힘드셨을 것 같은데, 집필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으셨나요?

A2. 민주노동당에서부터 현재 정의당까지 직접 몸을 담아왔기 때문에 아주 어렵진 않았습니다. 집필에 필요한 자료는 정의당 정의정책연구소가 풍부하게 제공을 해 주었습니다.

 

Q3. 1부 <우상의 몰락과 이성의 개안>에서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고 진정한 '자유'를 경험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이외에도 작가님을 동굴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던 책이나 경험이 있으신가요?

A3. 20대의 독서 중에 에리히 프롬의 저작들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자유로부터의 도피』,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이 나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 책들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무타이 리사쿠의 『현대의 휴머니즘』, 『철학개론』 찰스 라이트 밀스의 『들어라 양키들아』 같은 책들도 세상을 보는 관점을 교정해주는 좋은 길잡이였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노동야학'을 운영하며 신발공장 노동자들과 동고동락한 모든 과정이 나를 실지로 해방하는 과정이었습니다.

 

 

Q4. 2부 <비례 50%는 여성에게>에서 민주노동당이 비례대표 명부의 홀수 순번을 여성에게 할당하며 소수자의 지위에 있던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소수자의 정치적 진출을 보장한 민주노동당의 선진적인 정당문화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지금 정치에서 선진적으로 필요한 정당문화가 있을까요?

A4. 지금 대한민국 국회는 20억대의 재산을 가진 50대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직업도 정치인, 법조인, 교수, 기업인 출신입니다. 우리 국민의 평균적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성으로 지금과 같은 정치 문화가 쉽게 바뀔리 만무합니다. 만약 국민들과 동떨어진 국회 구성을 지속시키는 선거제도를 정치 선진국처럼 바꾼다면(예를 들어 독일처럼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국회 구성이 국민을 닮게 될 것이고, 정치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지역구 중심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무늬만 연동형 선거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국회의원은 민심을 살피기보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꼼수정치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Q5. 3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진보의 미래』>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된 힘이며 그것이 정당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이들이 진보적인 미래를 위해 노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서 정당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5. 정당(party)은 다양한 갈등을 내포하는 시민사회의 특정 부분을 대표합니다. 정당이라는 대표기관이 없으면 시민사회는 내전상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임금생활자는 임금 인상과 근로조건 향상을 원하고 있고, 사장들은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와 대립합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기후 위기에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공유지인 대기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면서 돈을 버는 기업가들은 '탄소제' 입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반지하에서 물난리를 겪는 가난한 시민들을 비롯한 대다수 기후위기의 약자들은 탄소제 도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당체제의 문제점은 노동자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정당이 너무 취약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들의 목소리는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기득권자들은 과잉 대표되고 있고, 가난한 자들은 과소 대표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로 구성된 진보정당은 약자의 목소리가 입법에 반영되도록 자신의 발언권과 의결권을 키워야합니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여전히 다수의 사회적 약자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기득권자들에게 투표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당은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과학자 토마스 쿤은 새로운 이론이 과학계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는데, 일단 15% 지지를 얻게 되면 그다음으로 도약하기 쉽다고 했습니다. 진보정당도 일단 원내 교섭단체(20석)로 올라서는 게 어렵지, 일단 원내교섭단체로 올라선다면 그다음 집권의 길은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미약하더라도 이 종자마저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지금 빈사의 지지율을 붙잡고 낮은 포복으로 히말라야 산맥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진보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투명인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Q6. 중간중간 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사만평도 기고하고 계시는데, 그림을 그릴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A6. 현재 신경쓰고 있는 것은 젠더 감수성입니다.

예전 내 만평의 화자는 주로 남성이었습니다. 마치 내 잠재의식에 남성이 보편성을 대표한다고 입력이 되어 있는 듯했습니다. 늘 깨어 있지 않으면 이런 원시적 잠재의식에 잡아먹히기 때문에 경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예 여성을 화자로 그림을 그려볼까 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그림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그림이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Q7. 이 책을 출간하며 겪은 일화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7. 처음 집필 요청을 받고는 빨리 쓸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9개월 가까이 끌면서 출판사 편집팀을 애먹이게 되었습니다. 결국 1교를 받고 제대로 읽어보지 못하고 넘기는 바람에 출판된 후에야 군데군데 손 볼 곳이 보였습니다. 결국 2쇄 들어가기 전에 교정지를 보내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편집팀에게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Q8. 진보정당에 속해 계시고, 이와 관련 책들(『만화로 보는 노무현시대』,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등)을 출판해 내셨습니다. 앞으로 진보정당이 이루어 나가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8. 불평등과 기후위기 극복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97년 외한위기 이후 소득과 자산격차는 날로 심해졌고, 수도권 일극화에 의한 지방소멸이라는 극단적 지역격차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 19라는 수퍼 바이러스의 팬데믹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까지 겹치면서 경제는 장기적인 대침체에 빠져 말 그대로 민생이 백척간두에 서 있습니다.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은 '예언자' 역할을 해오면서 처방전도 써왔습니다. 과거 무상급식,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안했던 시절에는 "그게 실현 가능하냐?"는 냉소적 비판을 듣기도 했습니다.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는 진보정당의 단골 의제으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이미 일부는 현실이 되었고,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는 보수 정당들이 빌려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제기한 모든 의제는 이리저리 휘어지고 부러진 채 적용되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무장한 예언자'가 아니면 세상을 바꾸어나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합니다. 결국 힘을 키워야합니다. 노동조합에서,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마을기업과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자율적인 풀뿌리 공동체로 깊숙히 파고 들지 않으면 안됩니다.

한편 코로나가 강제한 비재면 환경에서 온라인 적용력을 획기적으로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로벌하게 상상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건강한 당 생활을 굳건히 내세워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Q9. 마지막으로 앞으로 출간 계획이나, 집필해 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A9. 시민들에게 정의당을 친숙하게 소개하는 만화홍보 자료를 만드는 일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직접 만나 뵙지는 못해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였지만, 그럼에도 작가님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의미를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워낙 정치사가 많아서 어렵게 느껴졌는데, 작가님이 그 속에서 경험하고 계셨다니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여태까지의 정치사 흐름을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를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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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서승연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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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박도연입니다

 

코로나가 모든 걸 바꾸어버린 지금,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살아가고 계시나요? 아마도 이전보다 혼란해진 삶에 하루를 버티고만 계시는 분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신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죠.

그동안 바쁜 하루를 살아오신 만큼, 이번에는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의 저자이신 소진기 작가님의 인터뷰를 통해 잠시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는 작가님의 첫 에세이집입니다.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있으신데도 불구하고, 많은 수필을 담으셨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었는데요, 이번에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답니다. 그럼 함께 보실까요?

 


 

Q1.

이번에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로 첫 에세이집을 내셨는데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A1.

책을 낸다는 것은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이에요. 만약 거대한 힘이 있어 지구를 가루로 만든다 해도 우주 어딘가에 인쇄의 씨는 흩날려 다시 발아할 거라는 상상을 하죠. 애초 출판을 전제로 글을 써오진 않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낸다는 것은 낭만적이고 창조적인 호모사피엔스의 노동이죠. 아주 멋진 일이에요. 오십줄 넘어 제가 좀 정신적으로 심심했었나 봅니다. 일을 벌였고 결국 성공했어요. 돈도 지위도 영원히 내 것이 될 수 없지만, 영원히 내 것일 수밖에 없는 어떤 실체를 가지고 됐으니까요.

국립중앙도서관이나 유명대학에 제 책이 비치된 걸 보면 기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정작 제 모교인 경찰대학 도서관에는 아직 검색이 안되더라구요~^^

 

 

Q2.

처음에 '경찰공무원'의 에세이라는 사실이 상당히 낯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작가님께서 특별히 수필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소재는 주로 어디서 발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2.

가난한 농촌에서 자라 어릴 때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때 방학이 되면 도서관에서 소공자, 소공녀를 읽었다던지 집에 있던 두꺼운 서유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집에 누가 가져다 놓은 김동길 교수의 '한국청년에게 고함'이라는 책을 뒤적거렸던 기억도 나는군요. 대학교 때 잠시 문학써클에서 활동한 적이 있지만, 책이나 글쓰기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2004년도에 수필세계 신인상에 몇 개의 글을 응모했다가 덜컥 당선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그때부터 지적 허영심이랄까 명색이 작가로서의 양심이랄까 이런 각성을 계기로 많은 독서를 하게 됐지요. 그게 다시 글로 패드백 되고 다시 사유가 확장되는 과정들을 겪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자적 시각에서 경찰이라는 직업과 글이 매치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 관점은 고정관념이라고 봐요. 경찰은 무인(武人)으로 주로 근력(筋力)을 쓰는 직업이니 머리를 써야 하는 글과는 상관관계가 적지 않느냐 하는 시선인데, 사실 글은 발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치열한 현장과 삶에서 잉태되는 거죠. 그리고 가슴이라는 숙성고를 거쳐 평소 독서로 단련된 필력에 의해 문학으로 탄생되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경찰관은 글쓰기에 전혀 불리하지 않다, 라고 말할 수 있고요. 그 글이 사람들에게 여하한 감동을 주느냐 하는 문제도 있지요.

경찰도 파트가 다 다릅니다만 남녀노소에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엄청 많이 만나고 대화한 경험과 사건, 사고의 현장이라든지 집회현장이라든지 다채로운 현장경험이 있어서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고요. 속세의 한복판에서 먹고 마시고 놀고 읽고 하기 때문에 소재는 늘 현재진행형으로 발생하는 편이고 지금은 경찰서장으로서 요지경인 세상을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죠. 물론 공무원 신분으로 글을 쓸 때 주제와 소재의 제한이 없을 수가 없지만, 누구나 어느 정도의 한계는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Q3.

분명 현장에서 경찰이란 직업으로 일을 하고 계신데도 이렇게나 많은 수필을 쓰셨다는 점이 정말 놀라워요. 글은 보통 언제 집필하시나요? 일과 병행하는 게 힘들진 않으셨나요?

A3.

때가 되면 가슴에서 글이 툭 튀어나온다고 하면 건방진 표현일까요. 생각도 쌓이다 보면 물체가 돼요. 글이 꾸러미가 돼서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오히려 글 때문에 일이 밝아지고 더 좋은 결과를 낸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토니 모리슨은 "문학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거울"이라 했거던요. 부끄러움을 배우기 위해 읽었고 썼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공직자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합니다. 공자도 의(義)를 말하면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이라 했지요.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 술 마시는 시간 다음으로 읽고 쓰는 시간이 많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Q4.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저는 책에서 "남이 나를 규정짓게 놔두지 말고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파워와 내성이 필요하다(p.122)"라고 하신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작가님께선 본인을 어떻게 규정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A4.

사실 나보다 남들이 나를 더 정확하게 규정하는 법이죠. 그래서 타인의 시각으로 나를 바라보도록 하는 감수성 훈련이라는 것도 심리학에 있어요. 스스로는 스스로를 잘 몰라요. 성찰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은 내면에 타인의 시각을 만들고 타인의 관점으로 늘 자신을 점검하며 양심을 지키고자 해요. 물론 나도 나에게 타인인 거죠. 이게 서양철학에서 말하는 '로고스'이고 불교에서 말하는 '참나'거든요.

 

되도록이면 양심에 따라 살려고 늘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비겁하고 쩨쩨하게 살지말자는 거죠. 인간에게 양심이란 게 없다면 그냥 살과 뼈로 구성된,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에 불과한 피조물이죠. 그런 사람은 사랑의 힘이라든지 하는 걸 아마 모를거예요. 노예가 되는 거죠. 돈이라든지 권력이라든지 타인의 시선에 좌우되는 노예 말이에요.

 

더군다나 우리는 자본주의(資本主義)에 살고 있잖아요. 자본주의라는 건 돈이 주인이고 인간을 포함한 나머지는 노예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인간이 비겁하기까지 해버리면 답이 없어요. 이게 전락(轉落)이거든요. 양심적인 자본주의를 붙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가합니다. 그러니까,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차용해도 될 거 같습니다. 돈과 친하되 돈과 같아지지는 마라는...

 

Q5.

바바리코트 이야기 후에 "세상의 귀한 물건과 돈과 지위도 가질 수 있는 사람과 가질 수 있는 때가 다를 것이다(p.97)"라고 하시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잃을 것은 잃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와 때가 맞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놓아줘야 하는 줄은 알지만, '혹시나'하는 미련에 묶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작가님께 한번 여쭙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스스로 '버릴 것'과 '잡아야 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요?

A5.

이 질문은 절대 버려서는 안되는 것은 무엇이냐, 라고 이해하는 게 더 명료할 거 같아요. 글쎄요. 세상에는 참 정답이 없어요. 진부한 질문이지만 만약 정말 사랑하는 이성을 내 우정어린 친구도 나만큼 사랑하고 있다, 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해아 하나요? 강진의 삼각관계라는 노래에도

사랑을 고집하니 친구가 울고 우정을 따르자니 내가 우네

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랑과 우정, 이 두 소중한 가치도 이렇게 충돌하는 게 사바세상이지요.

 

대승불교에서는 육바라밀을 강조합니다. 보시(普施), 지계(持戒), 인욕(忍慾),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 즉 베풀고 지킬 거 지키고 수용할 거 수용하고 열심히 일하고 마음을 가지런히하면 지혜가 나와 양심을 구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성리학에서는 이걸 인의예지(仁義禮智)라 하고 기독교에서는 성령(聖靈)에 충만한 삶으로 표현합니다. 결국 다시 양심(良心)의 문제로 귀결하고 마는데요.

 

절대 버려서는 안되는 것, 양심이 아닐까합니다. 

 

보통은 '앞으로 뭘 하고 살지' 하는 고민을 하곤 합니다. 물론 그 고민이 잘못 됐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최소한 양심만은 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

 

Q6.

책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티는 삶을 산다(p.125)라고 하신 부분에 동의해요. 특히나 요즘 상황이 상황인지라, 모든 사람들이 힘겹게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모든 희망이 재가 돼버렸을 때 그 상처를 직면하는 일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작가님께선 이러한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6.

누구나 버티는 삶을 살지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고요. 쇼펜하우어가 그랬지요. 삶에 기쁨은 작은 알갱이로만 아주 가끔씩 존재한다고요. 저 사람도 상처가 있나, 할 정도로 사람은 누구나 한두가지 깊은 상처를 갖고 있더라고요. 어떡하겠어요. 견뎌야지요. 견디다 보면 쨍하고 해뜰 날 오겠지 하고 견뎌야 해요. 그게 어른이라고 생각해요. 묵묵히 견디는 것,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 혼자 우는 것, 이런 것들이 성숙함이라 생각해요.

 

오래 전 정치인 안철수 씨가 이런 말을 했더라고요.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있고,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요? 저는 가난했고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사람들은 지금 저를 보고 성공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해요. 저는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경찰서장쯤 되고 SKY 다니는 자식도 있고 작가라는 타이틀도 얻었고 아파트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별로 행복하다는 느낌은 없어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술을 자주 마시는 것일 수도 있나요?

참, 금강경을 읽고 화엄경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마음을 좀 어루만져야 할 거 같아서요.

 

현재의 내 일과 내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사소하지만 정말 꾸준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언젠간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믿어 봐야겠어요. :D

 

 최상민 사진작가님의 사진도 글과 정말 잘어울렸답니다 :)

 

Q7.

3부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와 4부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사이'에 특히 노래가사와 짧은 구절을 많이 남기셨는데, 이런 말들은 그때그때 떠오르시는 건지 아니면 따로 메모해 두었다가 수필에 담으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A7.

책 읽다가 마음이 움직이는 구절을 만나면 저는 노트에 기록을 해놓는 습관이 있는데 이 노트가 지금 10권을 넘었네요. 한번씩 뒤적거리기도 하고요. 글감이 떠오르면 관련성 있는 자료를 다양하게 찾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많이 읽으려고 합니다. 가요에도 고전 못지 않은 문학성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가사도 가끔씩 살피는 편이고요. 나훈아의 '고독한 찻집'의 가사는 어느 시에 견주어도 심금을 울려요.

 

이어령 교수는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서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나눠 컴퓨터에 입력해놓았다가 필요할 때 키워드를 입력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평소에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결국 "창작도 편집"이라는 김정운(에디톨로지,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등 다수 저자) 작가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텍스트도 어쩌면 쇼의 일종이 아닐까요. 이목을 집중시키는 멋진 쇼, 감동적인 쇼 말입니다. 거기에는 시공을 넘나드는 수많은 장치들이 동원되는 법이죠.

 

개인적으로 작가님께서 읽고 쓰는 행위를 좋아하신다는 게 가장 많이 와닿았던 답변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사유의 깊이와 담백한 어휘에 감탄을 했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Q8.

저는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중에서 「오십보백보」가 가장 여운이 남았는데, 작가님께서는 어떤 글이 가장 애착이 가시는지 궁금합니다.

A8.

글을 쓸 때 가능한 계몽적이지 않으려고 했고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가능한 누구를 비판하는 것도 삼갔는데요, 가만히 뒤집어 보면 제 글에는 거의 세상을 겨누는 창이 있답니다. 그래서 글에 어떤 여유와 해학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작가에게 모든 글은 사실 열손가락이지요. 다 그때의 조건과 맥락을 갖고 있으니까요. 이미 발표된 글은 작가의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굳이 꼽으라면 돌아가신 큰 형님을 추억하는 나의 버킷리스트? 읽을 때마다 가슴이 울어요 그냥.

 

Q9.

저는 글을 쓸 때 제목을 정하는 게 정말 어렵더라구요. 흔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큼 매력적이어야 하니까요. 작가님은 어떻게 글에 어울리는 제목을 생각해 내시나요?

A9.

저는 사실 제목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대충 정하는 편인데 그래도 시적인 표현을 떠올리려고 애썼던 거 같아요.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의 책 제목은 강나래 편집께서 잘 선택해주셨어요. 다들 제목이 멋지다는 말씀을 많이 주셨는데 운이 좋았습니다. 책 내용이 제목의 멋짐에는 못미치는 거 같습니다만~~^^

 

Q10.

어느덧 인터뷰의 끝이 보이네요. 이렇게 첫 에세이집을 내셨는데, 처음에 주변 반응은 어떠셨나요?

A10. 

주로 지인분들이죠. 많은 분들이 전화로 또는 문자로 반응을 주셨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다고. 아마 동시대를 살아 비슷한 추억과 정서를 공유하고 있기에 공감의 폭이 넓었던 것 같습니다. 내공이 정말 깊다는 분도 있었고 그렇게 가난하게 살았냐고, 동정의 멘트를 주신 분도 있었어요. 가난이라는 것도 숨기고 부끄러워할 때 가난으로 남는 것이지 그걸 드러내버리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보물이 되고 문학이 돼버리는 거거든요.

 

지금껏 살아오신 삶에 당당하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고 부끄러워했던 제 모습이 생각나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Q11.

책을 출간할 때 있었던, 혹은 출간 후에 생긴 짧은 일화가 있으면 들어보고 싶어요!

A11. 

책을 내기까지 전과정이 저에게는 모두 첫경험이었죠. 편집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고요. 이 지면을 빌어 강나래 편집님께 감사의 말씀을 다시 드리고 싶네요. 프로의 편집, 마법의 편집이에요. 그래서인지 책이 한국문화 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이 되었어요. 영광이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일이죠.

 

Q12.

마지막 질문입니다. 책에 미래에 쓸 소설의 첫 문장을 살짝 언급해두시긴 했는데, 현재 진행 중이거나 혹은 계획 중이신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12. 

네, 장편 하나, 단편 몇편 습작을 하기도 했는데요. 소설 써봤다, 는 그 느낌만 기억이 납니다. 딱 습작 수준인 거죠. 맨몸으로 잠수해서는 소설이라는 바다에 십 미터도 어갈 수 없을 거 같아요. 관심을 가질지 여부도 퇴직후에나 생각해볼 거 같습니다.

 

우선 틈틈이 수필을 쓸 생각입니다. 가벼운 수필도 좋지만 수상록(錄)에 가까운 글에 관심이 갑니다.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아도, '그냥 쓴다는 것' 이거면 저에게 충분할 거 같습니다.

 

작가님의 문장을 보고난 뒤라,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또다른 수필도 엄청 기대가 됩니다. 내심 작가님의 문체가 담긴 소설도 궁금했었는데 아직은 관심을 가질지 잘 모르겠다고 하셔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답변지를 정리하는 지금도 직접 작가님과 대화를 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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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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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0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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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온 풍경을 말하다,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인턴 박도연

 

 

경찰공무원의 에세이’, 나를 소진기 작가의 독자로 만든 한 마디였다. 나는 수필을 잘 읽지 않는다. ‘에세이라고 하면 서점 매대에 잔뜩 쌓인, 뻔하디뻔한 자기계발 에세이밖에는 생각나지 않아서이다. 그렇게 다 똑같은 자랑과 따분한 위로에 지쳐갈 무렵 우연히 만난 책이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였다.

 

남이 나를 규정짓게 놔두지 말고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는 파워와 내성이 필요하다. 헐한 자아보다는 든든하고 건강한 자아로 주어진 삶을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도록 살아나기 위한 정신적 방어 장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방어하지 않으면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타인의 사고와 규정의 노예로 사느냐, 주체로서 사느냐, 나의 선택만 남아 있을 뿐이다.

-p.122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는 총 6부로 구성돼있다. 1시골 경찰서장의 편지에서는 저자의 대학생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경찰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마냥 안정되어 보이고 걱정이 없을 것만 같지만, 저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제복 속에 갇힌 자신의 모습에 울기도 한다. 경찰이 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2까칠한 사람에선 자연인으로서의 저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책의 표지에 영화배우 송강호의 추천사가 적혀있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배우 송강호에 따르면 두 사람은 같은 시골마을에서 이십 년 이상을 살았던 죽마고우라고 한다.

저자는 1986년 겨울, 원하지 않던 경찰대학에 합격하고 송강호와 인사 없이 헤어진 그 날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그를 그리워한다. 저자가 해운대 경찰서장이 되어 부산 영화제에서 다시금 조우할 날을 기다리기도 한다.

3나도 나에게 타인이다4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사이에서는 아래의 경우처럼, 유독 노래와 시, 서적에서 인용한 구절을 통한 저자의 깊은 사유가 돋보인다.

 

모난 돌」이라는 시가 있다. (…)

우리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 때문에 모난 돌이 떠돌이들의 이정표와 같은 정체성을 가질 수 있으며 제대로 정을 맞으면 훌륭한 조각품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왔다.

이렇듯 삶이라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조각조각 빛을 머금고 있다.

-p.153

 

5박꽃 피고 기러기 날면에서는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특히 누나와 선친을 향한 애틋함이 잘 드러난다. 평생을 농부로 살다 간 아버지의 삶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옛 시절을 박꽃처럼 그리워하기도 한다. 또한, 자식들이 모두 떠나간 지금, 인생은 한 순간의 등불과 같음을 되새기며, 아직 자신에게 머무는 것들은 보내야 할 때 잘 보내고 돌아서야 한다고 말한다.

 

 

6호모사피엔스의 유치원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공직자로서의 시각이 담겨 있다. 세상을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는 사람을 비판하고, 아무리 풍진 세상이라도 거짓됨이 없이 진실하게 한 번 더 부딪혀 보는 태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흔히 쓰이는 헬조선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글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는 혼란해진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볍게 기분 전환용으로 속독하기보다는 옆에 조그만 노트를 두고 끄적여가면서 정독하는 걸 추천한다저자의 어휘와, 저자가 우리에게 무심하게 던지는 한 마디가 그냥 흘려보낼 수 없게 만든다.

 

세상에 뭔가 어마어마한 것이 있는 줄 알던 때가 있었다. 다 가지지 못하면 던져버렸고 다 잃지 않으면 포기하지 않던 청춘의 시절이었다. '조금'이라는 것은 치사하고 시시했다. 그런데 그 '조금'이 지금 나의 토대요 조각조각 진실이었음을 차츰 깨닫는다.

모든 단어에 '조금'을 붙이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진다.

-p.81

 

유독 자신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씌우는 사람들이 있다. 타인에겐 비교적 유하게 대하면서도 스스로에겐 '조금'의 찰나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과도하게 채찍질하고 자책한다. 그 사람들은 때론 허망함에 쌓여 모든 걸 놔버리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대개 그들의 마음은 상처로 잔뜩 헤져있다. 이렇듯 오늘날 '조금'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 사람들에게 허탈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을 향해 '조금'이 지금 나의 토대이고 하나의 진실임을 깨달으라고 조언한다.

 

 

연락이 오면 영화배우가 된 첫사랑을 만나는 것쯤은 아니겠지만 약간 풀이 죽은 정수리 주변머리를 사자갈기처럼 세우고 가능한 멋진 모습으로 첫인상에 강호의 기를 죽여야겠다,

나도 내 인생의 주연배우이니까.

-p.93

 

  '강호'는 우리가 아는 영화배우 '송강호'이다. 사실 처음에 책 표지에 송강호의 추천사가 적혀있어서 놀랐었다. 어떻게 둘이 친구가 되었을까 싶다가도, 한편으론 참 잘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국내 최고의 배우와 경찰서장이 친구라니, 아직도 여전히 신기하긴 하다.

 

 

  책을 읽다 보면, 참 생각이 많아진다. 최상민 사진작가의 흑백사진과 함께 글을 읽고 있노라면 무심코 지나온 풍경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가족 개개인의 일생까지도 말이다. 또한 저자의 문장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내 사람에게 '편안한 옷 한 벌' 같은 존재가 되는 게 중요함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마냥 진지한 에세이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사유와 특유의 문체가 글 속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찬란하게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짧은 인생이기에, 우리는 좀 더 자신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생에서 그러기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때론 눈 깜짝하면 흘러가 버리는 시간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존재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자책은 하지 말도록 하자. 찬찬히 알아가면 되는 거다, 나도 나에게 타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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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연이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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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유쾌한 지옥이! 임정연 작가의 『지옥 만세』서평

인턴 김소민

250쪽 정도 되는 책인데 2시간도 안 돼서 다 읽어버렸다. 간결한 문장처리와 현실감 넘치는 대사 덕분에 부담 없이 한번에 읽을 수 있어서였다. 출퇴근 버스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스크가 없었다면 계속해서 피식거리는 모습을 누군가 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스크를 방패 삼아 마음껏 소리 없이 웃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냐고 묻는다면 인물들의 말도 안 되는 행동과 상황도 있지만 그중 먼저 대사를 얘기하고 싶다. 청소년의 입말을 그대로 가져온 대사들은 모두 이름 모를 학생들의 카랑한 목소리로 들리는 듯하다.

 

"근데 별명 특이하네, 두 마디라니, 뭐가 그래."

"아아, 그거. 수업시간 말고 걔한테서 두 마디 이상 들어본 사람이 없대서 두 마디야."

"그렇다고 그런 별명을 갖다 붙이냐"

"그것뿐인 줄 알아?"

"뭐?"

"걔한테 사귀자고 한 선배들이 줄줄이 차였대. 그때도 걔가 한 마디만 하더래."

"뭐라고?"

"싫어요."

- p.12

'두 마디'라는 별명이 지어진 원인을 들어보면, 생각보다 허무하기도 하고 학창 시절에 나올법한 별명이라 납득이 가기도 한다. 그런 별명을 짓는 학생들이 유치하다고 해야 할지, 재치 있다고 해야 할지.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건 재밌는 일이다.

대사 비중이 높은 『지옥 만세』는 기발하고 재밌는 대사가 많다. 위의 인용처럼 귀여운 대사들도 많지만, 특히 기억에 남았던 건 아래 사진 속, '조삼모사'에 대한 평재와 할아버지의 대화다.

조삼모사를 내 생각만 강요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해석하다니, 여든의 지긋한 나이에도 할아버지의 세상을 보는 관점은 새롭기만 하다. 보통 청소년 소설에서 할아버지는 세대 차가 나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지옥 만세』 평재의 할아버지는 더 깨어있는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듯했다. 할아버지의 이러한 말들은 평재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끔 이끌어준다.

 

"인생은 다 그런 거다. 옛사랑이 가면 새로운 사랑이 오는 거지."

- p. 215

 

평재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할아버지가 있다면 백수로 빈둥거리면서 의외로 인생살이 명언을 만들어내는 영재 삼촌도 있다. 평재 집안 식구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이지만 이따금 독자들의 마음에 박히는 말을 하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옛사랑이 가면 새로운 사랑이 오는 거지." 영재 삼촌의 인생을 나타내는 대사이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다.

위와 같은 대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옥 만세는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등장인물이 꽤 많은데도 모두 개성 넘치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평재를 계속해서 호출했던 학교 선배들과 중학생들도 각기 다른 밉살스러움으로 독자들에게 황당한 웃음을 준다. 초 단위로 평재와 시아를 분석하는 전산부장 백덕후, 회장이 아닌 사장처럼 평재를 캐묻는 학생회장, 축구부장 안정한(누군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등 뭐 저런 사람들이 있어, 하면서도 그들의 존재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깝습니다."

존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응?"

"아직 튼튼하고 멀쩡합니다. 계속 사람이 살 수 있습니다."

존이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건물을 부수면 여기 살았던 사람들의 추억도 사라집니다."

"허허."

 - p.74

 

지옥 만세』의 매력 중 하나는 유쾌함 속의 묵직함이다. 가벼운 대사와 에피소드가 많지만 책에 등장하는 배경을 따져보면 결코 가볍다고만은 할 수 없다. 재개발에 직면한 주민들, 이산가족 등 사회적 문제를 겪는 인물이 많다. 사실 이러한 배경은 소설에 전반적으로 깔려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옥 만세』는 어두운 분위기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책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옥 만세』는 사회적 문제를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 시아의 집이 철거 위기에 놓였을 때 평재가 불러들인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는 장면은 사회적 갈등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모습이 우습기만 하다. 이처럼 유쾌함과 묵직함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 있기에 웃고 나서 다시 한번 내용을 곱씹어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문제에 놓인 사람들도 역시 밝은 모습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평재와 함께 하며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일들이 많았다. 아직 꿈을 찾을 나이인 평재의 시야를 넓혀주는 일이며, 그것은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시끌벅적한 이야기 속에, 우리 사회와 자신의 꿈을 생각해볼 지점이 존재한다. 

 

지옥이지만 만세를 외치리라.

평재는 지옥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결국은 모든 게 끝난 후 만세를 외칠 수 있었다. 이렇게 청소년들의 고민과 성장 스토리를 유쾌하게 담아낸 『지옥 만세』. 같은 시기를 겪고 있는 지금의 청소년들은 물론, 그 시기를 지나왔던 어른들도 책을 통해 학창 시절을 환기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지옥 만세 - 10점
임정연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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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 "세종도서 선정 지원 사업, 예산 증액 필요하다."

       ▲사진=뉴시스

 

배경 및 평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로 인해 오랜 논의 끝에 2019년 '민관협치의 세종도서 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선정의 공정성, 시회의 균등, 분야별 선정 비율의 안배 등 개선이 이루었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학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어렵고 힘든 출판 환경에서 양서 출판 의욕 진작과 국민의 독서 문화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87억(도서 구입비 76억) 원 상당의 예산으로 매년 시행하고 있는 세종도서 선정사업은 코로나19로 침체한 출판업계에 버팀목이 되고 창작자에게는 저술 의욕을 고무시키는 사업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20년 현재까지 사업예산은 조금도 증액되지 못한 76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출판사의 도서제작비용과 간접비는 꾸준히 상승했으며, 더불어 다양한 독서 수요로 인해 연간발행 종수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도서 선정 비율이 지원 종수대비 7.4%로 선정 비율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어려워진 출판계를 위해 한국출판사문화산업진흥원(김수영 원장)과 함께 민관협치 운영 주체인 세종도서 운영위원회(이광호 위원장, 한국출판인회의 부회장,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했다. 모든 예산을 상반기에 100% 조기 집행하고, 한 출판사의 최대 선종 종수를 8종에서 4종으로 줄여 수혜를 받는 출판사의 수를 늘였으며, 1종당 지원 금액을 100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낮추어 선정도서를 760종에서 950종으로 190종을 더 확대하기로 했다. 이러한 예외적인 조치들은 지금의 출판계의 심각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긴급한 대책이었다.

 

예산 증액 타당성

신간 발행 종수가 2014년→2018년동안 67,062종→80,130종으로 22%(14,828종)가 증가하였고 연간 1종 이상 발행실적이 있는 출판사도 2014년→2018년동안 6,131개→8,058개로 31%(1,927사)가 증가하였다. 도서제작 비용 또한 아래의 표처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선정 지원 예산은 단 한푼도 증액이 없었다.

 

<도서제작 비용>

 구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조사 사업체 수(개)

621 

614 

624 

704 

총비용(백만원) 

395,126 

387,651 

401,734 

450,400 

사업체 당 비용 

636 

631 

644 

640 

 

<2014-2020 세종도서 도서구입비 예산 변화>

구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 

2020년 

교양도서 

40억 

45억 

45 

44억 

44억 

44억 

44억 

학술도서 

33.6억 

32억 

32억 

32억 

32억 

32억 

32억 

총합 

73.6억 

77억 

 77억

76억 

76억 

76억 

76억 

 

 

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세종도서 선정 지원 사업 예산 증액 추진, 기획재정부 통과 관건

한국출판회의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세종도서 선정 지원 사업예산이 조금도 증액되지 못한고 있는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예산 증액을 수년간 요청하였다. 그리고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업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1년 예산 증액을 편성, 기획재정부에 제출하였으나 현재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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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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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벽이 없는 세계』

인턴 이승은

 

최근 문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한 타개책이다. 한국 외에도 다수의 국가가 코로나 19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 19는 국가 단위의 재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대로 부상하기 위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를 극복해내는 국가야말로 차세대 국제정치의 선두주자가 될 테다.

왜 우리는 국제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개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 같은 세계는 우리 삶의 사소한 것까지 숨결을 불어 넣었다. 가령 먼 나라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기름값이 폭등하기도 하니, 국제정치는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생각해보라. 우리들 대부분은 현재 평화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검색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이나 여행 경험을 공유할 기회도 있다. 그러한 번영은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혜택들은 만약에 정부가 국제 분쟁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질 수 있다.

―『벽이 없는 세계』 서문 중 일부

 

국제정치는 마치 거대한 인간관계와 같다. 그들은 실리를 쫓아 움직이기에 국익을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과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지만, 때론 타민족에 대한 반감 하나로 국가 전체가 움직이기도 한다. 이성과 감정이 혼재된 이들은, 지구를 지배하는 거인이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나라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세계 속에선 아시아라는 이름 아래 중국과 일본을 끌어안지만 막상 그들과 마주하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니.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인의 축제에서 우리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았는가.

 

『벽이 없는 세계』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세계를 면밀한 시각으로 저술하고 있다. 보통 정치학·지정학을 다루는 책들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패권주의 국가를 중심으로 정세를 살핀 것에 비해 『벽이 없는 세계』는 중심과 변방을 한데 아우르고 있는 연결고리에 초점을 둔다. 이로 인해 독자는 국제정치에 밀도 있는 접근을 하게 된다. 세계는 단순한 이유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리와 주변국과의 관계, 혹은 운까지 현재를 완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수많은 원인으로 완성된 현재의 국제정치를 해독하기 위하여 책은 세 가지 열쇠를 독자에게 건네준다. 이는 권력, 지정학, 정체성 정치학, 총 3가지로 세계정세를 해독할 주요 키워드가 된다. 세 키워드는 책을 넘어서 2020년 현 정세의 흐름을 살피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저자가 거듭해서 강조하는 것은 ‘지리’이다. 땅이 없으면 국가 또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리는 국가를 보호하기도 하고 위협하기도 한다. 약소국이더라도 지정학적 이점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는 강대국에 대항할 무기가 된다. 역으로 강대국임에도 지리적 약점으로 인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패를 내어줄 때도 있다. 지리는, 운명이다.

 

싸우는 운명은 운명을 거부한다는 의미입니다. 변화하는 운명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지리적 맥락에서, 지리적 운명을 거부하는 국가들은 지리적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넘어 행동하는 국가들입니다. 반면에, 운명을 바꾸는 국가들은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기초하여 지정학을 만들어 내는 국가입니다.

―『벽이 없는 세계』 저자 인터뷰 중 일부

 

국가는 절대 홀로 존립하지 못한다. 세계와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고립은, 죽음을 야기할 뿐이다. 전우와 적이 공존하는 이 전쟁터 속에 꼭 최강의 무기를 지닐 필요는 없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만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약소국이 패권국을 상대로 거래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하던가. 중요한 것은, 쥐에게도 자신을 보호할 이빨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벽이 없는 세계』는 멀리 보는 책이다. 패권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동남아까지 넓고 공정한 눈으로 정세를 파고든다. 책은 여러 국가의 전략을 날카롭게 파악하여 그것의 득실을 추려낸다. 그러나 그곳에 저자의 견해는 교묘하게 빠져있다. 미래를 향한 모든 판단은, 오로지 독자만의 영역인 것이다.

이 책의 독자의 역할은 자신의 조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민이라면 말레이시아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방향을 떠올려내야 한다. 국가는 국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국가가 올바른 길로 부상할 때 당신의 삶이 지켜진다.

우리 역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문제를 품고 있다. 넓게는 오랫동안 지속해왔던 북한 문제가 존재하고, 좁게는 현재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부동산 문제, 부산 침수 이재민 발생 등이 존재한다. 이것들은 단순히 우리나라 안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이것들을 해결하는 것이 세계롤 나아가는 기로가 될 것이고, 또 세계의 문제를 해결함이 우리나라 내부 문제 해결에 대한 단서가 될 것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속담에 있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것이 한국의 운명이다. 그것은 "두 마리 코끼리가 싸우면 중간에 낀 쥐사슴은 밟혀 죽는다"라는 말레이시아 속담과도 비슷하다. 한반도의 지리적 상황이 말레이반도와 똑같이 보이는가?

지리는 운명이다. 같은 지리는 같은 역사적 경험을 형성한다. 따라서 그것은 같은 지정학적 의식을 생산하게 된다.

―『벽이 없는 세계』 44장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의 통일 중 일부

 

대한민국 역시 세계로 발을 뻗은 지 오래임에도, 여전히 그 시각은 패권주의 국가나 인접 국가에 머물러 있다. 세계는 넓고, 변화무쌍하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국가에 한정된 것이 아닌, 국민인 우리에게도 포함되는 사항이다. 우리 또한 이 변화에서 생존할 필요가 있음으로.

타국의 정치를 비판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국제정치를 보는 눈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세계는 벽이 없다.

 


 

 

벽이 없는 세계 - 10점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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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김소민입니다. 

요즘처럼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유쾌함을 가져와 줄 책! 지옥 만세』의 임정연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지부터 시끌벅적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직접 얼굴을 뵀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작가님과의 거리가 멀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어요. 집필로 바쁘신 와중에 소중한 시간을 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럼 어떤 내용으로 인터뷰했는지 지금부터 함께 보실게요!

 

 

Q1. 벌써 작가님의 일곱 번째 책이네요. 지옥 만세를 출간한 소감과 지금까지 달려오신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A1. 책이 나올 때마다 늘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돼요. 제일 좋아하는 냄새가 새 책에서 나는 냄샌데 갓 출간된 제 책은 더 특별한 것 같아요.

그동안 7권의 책을 냈어요. 특히 지난 5년 동안 매년 책을 냈는데 해마다 책을 내다보니 계속 내고 싶더라고요. 지금까지 달려온 기분에 대해서는 아직 뭐라고 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지금도 달리고 있으니까요. 언젠지 모르겠지만 다 달린 뒤에 그때 달려온 것에 대한 기분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Q2. 지옥 만세는 유쾌하면서 동시에 생각할 부분이 많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재개발 문제라든지 이산가족 문제라든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문제를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나타내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긴 쉽지 않은데, 지옥 만세를 출간하시며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A2.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표지요. 평재와 시아가 잘 나와야 될 텐데... 하지만 표지 시안을 받고서는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제 생각보다 더 잘 나와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옥 만세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배경에 무거운 요소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런 환경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다 어둡고 힘들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무거운 주제들을 얘기하다 너무 무거워지지 않으려고 신경 많이 썼습니다. 균형이 잘 잡혔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Q3. 지옥 만세는 인물들이 참 재미있어요. 모두 통통 튀고 생생합니다. 일단 평재는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고등학생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산을 타며 운동하고 할아버지와 공부, 거기다 봉사활동까지. 그야말로 바른 생활의 정석이잖아요? 그런 평재가 시아와 엮이며 겪은 일들은 평재의 인생에선 제목 그대로 지옥 같은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평재라면 시아가 참 미웠을 것 같은데, 평재는 아니었어요. 평재가 시아에게 마음이 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A3. 시달릴 때는 시아가 미웠지만 사실을 알고 난 뒤 선배들에게 시달리는 시아를 보고 평재가 연민을 느끼게 되는 거죠. 학원에서 시아의 옆자리에 평재가 가서 앉는 장면에서 시아에 대한 평재의 연민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런 평재에게 시아가 고마워하고 둘의 관계가 새롭게 시작이 되죠.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 하나. 시아가 예쁘잖아요. 그것도 모든 것이 다 용서될 정도로 무지하게 예쁘니까요.

 

Q4. 할아버지 얘기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할아버지는 지옥 만세에서 평재와 재개발 지역 주민들에게 든든한 등대 같은 존재였어요. 특히 할아버지는 평재가 다방면으로 좋은 사람이 되게끔 여러 활동을 함께 하셨죠. ‘평재가 장손이어서 아낀다라고 하셨지만 왠지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평재에게 그토록 좋은 일을 많이 하게 했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A4.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죠. 요즘 아이들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만 배우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경험은 배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런 평재에게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경험을 가르치기 위해 여러 활동들을 함께 하시는 거예요.

 

작가님 작업실 뒤편에 있는 다락방입니다. 이곳에서 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하시는데, 의자와 테이블이카페 같지 않나요?

 

Q5. 청소년들의 입말이 굉장히 많이 나왔어요. 대사들이 딱 중·고등학생들이 하는 말이라 웃음이 나기도 했고요. 현실감 넘치는 대사들이 많던데, 대사를 쓰시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없으셨나요?

A5. 감사합니다. 다 타고난 감각이라고나 할까요. ㅋㅋㅋ.

농담이고요. 사실 대사 쓰는 건 너무 어려워요. 특히나 주고받는 대화를 쓰는 게 가장 힘들어요. 오글거리거든요. 어떤 얘기를 할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서로 주고받고 하게 쓰다 보면 손이 오글거려서 타자가 안 돼요. 그게 제일 힘들어요. 이 오글거림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된다고 이 악물고 쓰지만 그래도 한 번씩 올라오는 오글거림에 몸서리를 친답니다. ㅋㅋㅋ.

 

Q6. 전체적으로 재미있는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평재에겐 미안하지만, 선배들에게 매번 호출되는 장면도 시트콤을 보는 것처럼 웃기고, 영재 삼촌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뽑아낸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이건 명장면이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A6. 마지막에 평재가 시아에게 얻어맞는 장면이요. 맞아도 싼 장면이죠. 제가 시아라도 목을 졸라 죽였을 듯. 죽어도 싸요. 앞에도 얘기하셨듯이 어두운 배경이 많기 때문에 마지막은 밝고 유쾌하게 끝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면이 좋을까 고민도 많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이거다, 하고 쓰게 되었어요. 쓰는 중간에 혼자 킥킥대기도 하고 중간중간 웃으면서 쓴 장면이에요. 땀에 흠뻑 젖은 여자에게 사귀자고 하다니, 백번 죽어 마땅합니다. ㅋㅋ.

 

Q7. 제목에 관해 얘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지옥’, 몇 년 사이에는 ○○이라고 힘들거나 싫은 것을 많이들 빗대어 얘기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무려 만세를 외치고 있네요. 책을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니 지옥 만세는 반어법이거나 지옥을 통해 성장했기에 만세를 외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독특한 제목이 나온 배경이 궁금합니다.

A7. 다 얘기하시면 제가 말할 게 없잖아요. ㅠㅠ. 보신 대로예요. 기본 배경은 반어법이고 시아 때문에 힘든 일이 평재에게 행운이 되잖아요.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평재도 한 뼘 성장하고요. 그 일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평재가 감히 시아한테 사귀자는 말을 해볼 수나 있었겠어요?

 

Q8. 작가님 얘기를 살짝 해볼까 합니다.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자 하신다고 들었어요.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쓰는 건 참 힘든 게 재미있는 얘기잖아요. 하지만 전 지옥 만세를 보며 작가님이 글을 엄청 유머러스하게 쓰신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말하는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비결이 있다면 여쭤보고 싶습니다. :)

A8. 재미없게 쓰는 거요.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쓰면 안 되거든요. 캐릭터가 하고 싶은 대로 써야 돼요. 글을 쓰면서 평재는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생각을 버려야 돼요. 생각을 비우고 평재가 어떻게 하는지 가만히 지켜봐야 해요. 그러면 평재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 그걸 지켜보고 글로 옮기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작가가 하고 싶은 대로 쓰는 게 아니라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해야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와요.

 

Q9.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네요. 지금 단편을 쓰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을 쓰시는지 살짝 들어볼 수 있을까요?

 

A9. 지금 쓰고 있는 게 단편만이 아닌데요.

재미있는 글만이 아니라 하드코어 같은 센 것도 쓰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간의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소설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장편은 재미있는 거로 단편은 센 걸 쓰려고 해요. 그러니까 단편은 센 거겠죠. 살짝 얘기 드리자면 죽음, 엿보기입니다. 이게 한 편 얘기일까요? 두 편 얘기일까요? 스포일러는 여기까지.

 

다락방의 전망이라고니다. 이런 풍경과 커피 한 잔이라면 피로가 풀릴 것 같아요.

 

인터뷰마저도 유쾌함의 절정이었던 임정연 작가님..! 서면 인터뷰였지만 글을 보면서 킥킥거렸네요. 덕분에 책을 읽는 것부터 인터뷰까지 너무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동시에 생각도 깊게 해볼 수 있는 『지옥 만세』! 시끌벅적한 청소년들의 성장 이야기가 매력적인 책이랍니다. 인터뷰를 보니 내용이 더 궁금해지지 않나요?

지금까지 『지옥 만세』의 임정연 작가님 인터뷰였습니다!

 

 

지옥 만세 - 10점
임정연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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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이승은입니다

빗속에서 7월이 끝나감에 따라 아쉽게도 제 인턴 기간 역시 마지막을 향해 가는데요.

마른 땅이 목을 적시는 빗소리와 함께 제 맘을 사로잡은 책 한 권이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평소에 국제 정치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저는 영 정치에 어두워서,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평소에 공부 좀 해둘 걸 그랬어요…!)

아마 저처럼 '정치'라는 단어에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러나 『벽이 없는 세계』는 말 그대로

독자와 정치학·지정학 사이의 벽을 허물어주는 책이랍니다!

 

책을 즐겁게 읽고, 역자이신 정상천 선생님과 인터뷰할 기회까지 생겼는데요!

비록 서면 인터뷰였지만, 정상천 선생님께선 제 질문에

친절하고 꼼꼼하게 대답해주셨답니다.

(저도 이제 조금은 지정학에 밝아지는 기분…!)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상천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보도록 할까요?


 

Q.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저술하고 번역하셨는데, 이번에 『벽이 없는 세계』를 번역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작년에 3.1 독립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를 펴낸 바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애국 출판사(Patriot Publishing. Co.)에서 제 책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올해 10월에 말레이어로 현지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이에 산지니의 권유로 그쪽 출판사 책 중 하나를 번역하게 되었고, 제가 관심이 있는 국제정치 관련 책인 ‘벽이 없는 세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말레이시아 외교관이 집필한 책인 만큼, 말레이시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성향을 드러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느낀, 다른 지정학책들과는 다른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나요?

A.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정치학·지정학 관련 책들은 미국이나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서술된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 분야가 강대국들의 세계관이나 힘의 논리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로 구성된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 국가들도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이제 명실상부하게 중견국으로 부상한 우리나라도 서구의 시각이 아닌 우리의 시각으로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고, 아세안 국가 중의 하나인 말레이시아의 지정학 연구자가 제3의 시각에서 바라본 국제정치에 대한 분석은 기존의 책들과 차별되는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아세안이 자칫 강대국에 의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막고, 국제적 이슈에 대해 아세안 차원의 적극적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벽이 없는 세계』 역자 정상천 선생님

 

Q. 저자 아이만 라쉬단 웡의 날카로운 견해는 제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찌르는 듯하여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번역하시면서, 저자의 생각에 감탄하셨거나, 크게 공감하신 부분이 존재하시나요?

A. 저자가 책에서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는 ‘지리는 운명이다(Geography is destiny)'라는 표현은 저도 아주 공감하는 말입니다. 이는 미, 일, 중, 러 4대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한반도의 운명을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아무리 남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없애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를 만들고자 합의하여도 주변 4대 강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제44장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의 통일‘에도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Q. 한국인인 만큼, 저자의 한국에 대한 시선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는 “남북한을 막론하고, 한국인들은 꿈을 크게 꾸는 경향이 있다.”라는 구절이 존재하는데, 이에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한국인이 현실적일지언정,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A. 보는 시각에 따라 각자의 의견이 다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외교부에 15년간 근무해본 제 경험으로 미뤄볼 때 한국인들은 매우 꿈을 크게 꾸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비전인 ‘동북아균형자론’, 이명박 대통령이 ‘신아시아 외교구상’,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살펴보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한 꿈들이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만, 분단된 한반도에서 남한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소위 ‘잃어버린 연결고리(missing link)'인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구축되었을 때만이 실현 가능한 꿈들입니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께서 보수층의 많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무대로 나오도록 설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진다!’ 잘 아시죠? 그렇게 되도록 이 책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Q. 저자는 국제 정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요소로 권력, 지정학, 정체성 정치학 3가지를 꼽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이 외에 국제 정치를 이해함에 있어 도움 되는 요소가 더 있나요?

A. 저자가 언급한 지정학의 세 가지 주요 열쇠 ‘권력(power), 지정학(geopolitics), 그리고 정체성(identity)’으로 대부분의 국제 정치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외교부에 근무했던 경험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문화(culture)'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한류로 대변되는 K-pop, K-food, K-sport, K-beauty(화장품), K-방역 등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이 전 세계에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국제정치가 하드 파워(hard power)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이동하고 있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벽이 없는 세계』 역자 정상천 선생님

 

Q. 책 내에서 트럼프의 정치에 관한 언급이 나옵니다. 2018년을 지난 2020년 오늘날에도 트럼프의 정치는 뜨거운 화두인데요. 그의 극단적이고 강한 언행에 따라 트럼프식 정치는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선생님께서 보시기엔 그의 정책과 행보는 어떠한가요?

A. 책에도 트럼프식 정치(Trumpolitics)에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행동으로 보기도 하고, 정치를 잘 모르는 부동산업자 출신의 대통령이 인기 영합적으로 모든 것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상반된 평가가 있습니다. 어쨌든 그는 미국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미국인들이 바라던 가려운 데를 긁어 준 것이지요. 미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과도한 대외 개입을 축소하고, 그동안 미국의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영향력에 탈피하고자 하였습니다. 일부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만, 일부는 많은 비난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동안 미국이 표방했던 ‘자유 세계의 수호자’, ‘민주진영의 지도자’, ‘자유무역을 통한 세계 경제의 진흥’ 등의 표어들이 사라지고, 미국을 믿고 따르던 나라들에게 많은 실망감을 준 것이 사실입니다.
2009년 11월 미국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들여 성사시킨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유엔에 통보하였고, 2020년 7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비난과 함께 탈퇴를 공식 통보하였습니다. 어쩌면 그동안 관세장벽을 낮추어서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였던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탈퇴도 선언할지 모릅니다. 2001년 12월 중국이 WTO에 가입한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서 미국의 턱밑에까지 쫒아왔으니까요.
아무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미국의 외교정책과는 180도 상이한, 상식을 타파하는 외교 노선을 추구하여 많은 자유우방 국가들에게 불안과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을 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금년 11월에 있을 미국의 대선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Q. 2016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 중 하나가 ‘브렉시트’였습니다. 당시 저는 영국이 무지몽매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통해 이 선택 또한 영국이 자신의 득실을 계산한 행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렉시트는 EU 내부의 고질적인 문제를 조명하는 사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영국으로 하여금 여러 사회 문제의 진통에 시달리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브렉시트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요즘의 국제정치를 보면 상식을 깨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예측불허의 안개 속을 걷는 기분입니다. 브렉시트도 그중의 하나이지요. 대부분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로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리라고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중의 한사람이었으니까요.
영국의 브렉시트는 영국 경제를 나락으로 떨어트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경제란 것은 벽을 허물어야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벽을 쌓고 고립주의를 택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같은 맥락입니다. 과거 영국이 드골의 반대로 유럽연합에도 늦게 합류하였고, 유로화 체제에도 동참하지 않고 영국의 파운드화를 고집한 것도 지금의 브렉시트와 연계되어 있는 영국의 ‘정체성’ 지키기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EU라는 거대 집합체에 정치, 사법 권한까지 위임하고 이에 종속되는 것은 자존심 강한 영국사람들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으로 이들에 대한 혜택은 늘어나고, 영국에서의 일자리는 빼앗기고 있다는 인식이 영국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던 것이지요. 결국 브렉시트도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들이 찬성함으로서 결정된 것이니 이에 따라야 하겠지요.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가 어떻게 될지 독자 여러분들도 잘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Q. 국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여쭙고 싶습니다. ‘동아시아’란 집합 속에서 중국을 떠올리면 가깝게 느껴지지만 ‘세계’로 집합의 범위를 넓히게 되면 오히려 중국보단 미국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데요. 한국인은 미국과 중국 두 강국 중 어떤 나라를 더 친밀하게 여기며, 그 기반에는 어떠한 ‘국가 정체성’이 존재하는지 궁금합니다.

A. 이 문제 역시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를 것 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후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 서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한-미 동맹은 있지만, 한-중 동맹 관계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은 수천 년간의 교류를 통해 성장해 온 가까운 이웃이며, 한자와 유교 문화권에 속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의식의 내면에는 동양적 사고와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외교관으로 해외에서 근무할 때 비록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였지만, 중국이나 일본 심지어 아세안 국가의 외교관들이 더 친밀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국가들입니다. ‘국가 정체성’이란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것이 새로운 국가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립, 실리외교’가 핵심입니다.

 

 

Q. 책을 번역하면서, 선생님께서 생각하신 외교 방향이 궁금합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비해 국제 정세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추측됩니다. 선생님의 견해는 어떠한가요?

A.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1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위상은 우리가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이제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해서 G7 회의에 한국, 러시아, 인도 등 5개국을 추가하자는 의견을 낸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으로 우리의 국력이 분산되어 있지만, 한민족 전체로 볼 때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의 창이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젊은이들과 정책담당자들이 전 세계를 무대로 마음껏 포부를 펼칠 날이 올 것으로 믿습니다. 

 

Q. 현 추세와 관련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국제 정치는 지정학, 권력 등 다양한 영향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해나가는데요. ‘코로나’라는 팬데믹이 지구를 휩쓴 지금, 국제 정치와 관련하여 ‘코로나’는 어떤 새로운 요소로 작용하게 될지 선생님의 견해를 여쭙고 싶습니다.

A.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의 모든 삶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측됩니다. 과거처럼 마음 놓고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그리고 국가 간의 벽이 높아질 것입니다.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벽을 허무는 것이 이번 번역서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국제정치의 실상을 바로 알고 이에 대응하자는 것이지요.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하드웨어 경제에서 소프트웨어 경제로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앞으로 이것이 새로운 뉴노멀(New Normal)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추세에 빨리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Q. 저자는 조국인 말레이시아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 꼽았는데요. 그 외에도 다른 성장 가능성을 품은 나라가 다수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안목으로 보셨을 때,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나라는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가 볼 때 인도가 가장 유력합니다. 인구 규모나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후보 국가입니다. 인도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가 유력하다고 봅니다. 인구가 2억 7천만으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고, 천연자원도 풍부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와 자원협력을 한 역사도 오래되었습니다. 결국 인구 숫자가 국력의 척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Q. 다음 작품이나 혹은 번역 계획이 있으시다면, 살짝 알려주실 수 있나요?

A.  최근 말레이시아 애국 출판사에서 발간한 『위대한 말레이 왕들의 연대기』에 대한 번역을 마쳤습니다. 아마 8월이나 9월경에 한국의 독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떠한 책이 저와 인연이 되어 출간될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제가 새로운 작품을 낸다면 저의 전공과 관련된 국제관계나 역사 관련 작품이 될 것입니다. 미력하지만 저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인문학의 르네상스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벽이 없는 세계』와 정상천 선생님 인터뷰를 통해

세계정세를 보는 시각이 넓어질 수 있었어요.

제가 선생님께 드린 질문에 여러분의 생각도 대답해보시면서

포스팅을 본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예요

 

'기름 유가는 왜 폭등한 걸까?'

'아베 총리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21세기에 왜 여전히 독재 국가가 존재할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사람 한 길 모른다고, 국제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알다가도 모르겠는 것이 정치지만,

『벽이 없는 세계』는 퍼즐을 맞추듯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주어

좀 더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혼란스러운 세계,

『벽이 없는 세계』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을 파악해보도록 해요.

 

 

벽이 없는 세계 - 10점
아이만 라쉬단 웡 지음, 정상천 옮김/산지니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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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iteu 2020.07.28 1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번역책 잘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열독을 부탁드립니다 ^^

우리는 살아있습니다,『사람들』서평

인턴 김소민

 

뉴스 한 토막, 길 한복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과 손짓

따로 떨어져 있지만 함께 모인 책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제목 그대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바로 옆에 혹은 멀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의 시작이자 표제작인 「사람들」에서 륜은 신문 한 쪽에 ‘사람들’을 연재했다. ‘사람들’에 실렸고 또 실릴 사람들은 다양했다. 외국인 노동자,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 강제전향 장기수, 환경미화원, 연변 합창단, 시각 장애인, 역사교과서를 만들고 있다는 학생들의 모임 등 ‘사람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쏟아져 나왔다. 이런 「사람들」에서 스치듯 언급했던 사람들은 페이지를 넘기면서 한 명 한 명 찾을 수 있었다. 분명 새로운 이야기로 넘어왔는데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사람들」에서 봤던 이름이었다. 「사람들」의 문장은 끝이 났지만, 사람들은 끝난 게 아니었다. 이러한 구성은 『사람들』의 사람들이, 가상 인물이 연재하는 가상 신문 속의 평면적 인물이 아닌, 어딘가에 살고 있을 사람들로 느껴지게 했다. 마치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어요'라고 외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게 『사람들』이 우리에게 얘기하고자 한 게 아니었을까.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사람에 의한 시련'과 함께 '외부 충격에 의한 시련'을 모두 가할 수 있다." - p.29

부장이 륜의 파일에서 발견한 문장은 일종의 경고 같았다.

륜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놓치기 쉬울 만큼 넘쳐나는 사람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볼 줄 알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서 내고 있었다. 그런 륜이 말하는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은 륜이 구분한 두 개의 시련을 함께 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사람들은 륜의 입장에선 굉장히 잔인한 사람들일 것이다. 과거를 잊었다는 게 무엇이길래?

시련을 받았던 기억, 시련을 가했던 기억 혹은 그런 장면을 봤던 모든 기억이 없는 사람들. 그렇기에 시련을 주는 데 망설임과 죄책감이 없는 사람들. 그게 륜이 말한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은 또 다른 사람들이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륜이 필사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작가가 던지는 말일지도 모른다.

 

"가난보다 추할까."

누가 누구를 향해 쓴 말인지 리켈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켈은 아버지의 가난을 보았고, 아버지가 보았다는 할아버지의 가난을 보았다. 할아버지의 가난이 배를 사지 못했던 것처럼, 아버지의 가난은 배를 정박할 곳을 찾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안타나나리보에 간 것도 그런 이유였고, 아버지가 컨테이너 부두에 간 것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 p.114

 

그날을 생각하면 소년은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가 되면, 아버지를 닮아 밥상도 잘 던지고, 아버지를 닮아 젓가락도 멀리 던지는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그러다 가끔씩 칼도 휘두르는 무서운 사람이 되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힘이 세지면 지금은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p.161

「킹덤」의 리켈은 가난의 원인인 '킹덤'에 라이터와 경유통을 들고 갔다. 「소년은 알지 못했다」의 날개는 아버지의 폭력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동시에 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키워드는 '세습'과 '답습'이다. 가난과 폭력은 쉽게 세습되고 답습된다. 그걸 고스란히 물려받은 아이들은 어느새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거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야 할 것이다. 세습과 답습은 받는 사람이 피하긴 힘들다. 실을 끊는 건 넘겨주는 사람 손에 달렸다. 하지만 넘겨주는 사람 역시 손에 든 실을 끊어내기 힘들다. 익숙한 환경을 뒤로하고 새로운 변화를 맞기 위해선 그만큼 감수하고 이겨내야 하는 게 많다. 이 책은 이러한 가난, 폭력 혹은 다른 것들의 세습과 답습이 되는 과정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계속 의식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책이 말하는 듯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희망을 느낄 수도 있었다. 「사람들」에서 륜은 연재 기사 '사람들'을 통해 륜만의 방식으로 주변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렸다. 「그날 이후로」에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볼 수 있듯,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이 위안부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던 시민들이 있었고 당사자인 금령은 그 모습을 보며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런 금령에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리엔이 있었다.

『사람들』에선 이렇게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이 보듬어주기도 했다. 그것 역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상처를 주는 걸 사람이 했다면,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것 역시 사람의 몫이다. 륜, 집회하던 시민, 금령과 리엔처럼 상처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들 역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이 책은 말하고 있었다.

 

"신문은 말이다, 일기장이 아니야."

부장의 말에 륜이 돌아섰다.

 "그게 문제죠. 신문에는 선과 악,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밖에 없잖아요." - p.12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륜의 '사람들'이 언젠가 다시 연재되는 날이 올까? 책 속의 이야기 말고도 륜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너무나 많을 것이다. 륜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사람들의 목소리를 낼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금씩 소개될 것이라 생각한다. 륜이 해낼 일이자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 속 사람들을 읽지 말고 느껴야 한다. 사람들은 종이에 인쇄된 존재가 아닌 숨 쉬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고, 느껴야 한다. 살아있다고 외치는 사람에게 시선을 던져야 하고 그들의 손짓을 알아차려야 한다. 안부를 묻는 소설이 되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사람 한 명 만날 때도 미묘한 껄끄러움이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기 시작하며 점차 사람 사이의 몸과 마음의 거리가 더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때론 보이지 않아 잊혀져 가는 사람들도 있다. 접촉을 지양하는 사회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그사이에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사람들』이라는 책 한 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않길 바란다.

 

 

사람들 - 10점
황경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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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7.24 14: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서평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인턴 김소민입니다. 오늘은 환경부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된 산지니 책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우수환경도서란?

환경부에서 국민들의 환경보전의식과 실천력을 높일 수 있는 책으로 선정한 도서입니다. 1993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15번째를 맞았는데, 여기에 함께 했던 산지니 책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알아볼까요?

 

먼저 올해 2020년 우수환경도서로는 『습지 그림일기』『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가 선정되었어요!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훑어보겠습니다.

 

습지 그림일기』/ 박은경 글 · 그림

 박은경 습지 활동가가 북한산국립공원에 있는 진관동 습지를 보전하고 관찰하려는 노력으로 13년 동안 습지생태의 변화와 다양한 생물을 켜켜이 담은 그림일기. 책에는 저자가 13년 동안 기록한 관찰일기를 정리해,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습지의 모습을 담았다.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조혜원 지음

서른을 훌쩍 넘겨 서울 생활을 접고, 아무 연고도 없는 외딴 산골에 첫발을 디딘 용감한 여자가 있다. "잘한 선택일까, 과연 여기서 살아낼 수 있을까." 걱정 반, 설렘 반으로 깊은 산골짜기 언덕 위의 하얀 집에 깃든 지 어느덧 5년. 작은 텃밭과 골골이 이어진 산골짜기를 벗 삼아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글 쓰는 알콩달콩 재미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두 책의 2020년 우수환경도서 선정을 축하하며, 역대 산지니의 어떤 책들이 우수환경도서로 선정되었는지 함께 보겠습니다!

 

<2008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진재운 지음

세계 최대 규모인 샨샤댐이 그 규모만큼이나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 책은 샨샤 협곡의 역사적, 문화적, 자연생태적 가치를 설명하고, 샨샤댐이 들어서면서 생겨난 산사태, 지진 등 환경재해, 기상변화, 수몰민의 문제, 환경과 생태적 피해와 샨샤댐이 샨샤 주변 지역뿐 아니라 동중국해를 시작으로 황해 전체에 다양한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한다.

 

『습지와 인간』/ 김훤주 지음

인간이 살아 숨 쉬게 만드는 허파 구실을 하면서 역사적으로는 사람살이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습지. 이러한 습지의 중요성을 알리면서 인문과 역사를 통한 새로운 시각으로 습지를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은 람사르 총회가 열리는 경남 인근의 우포늪(소벌), 주남저수지 등 여러 내륙습지와 연안습지인 갯벌들을 둘러보고, 산지습지인 양산 천성산과 밀양 재약산 산들늪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진화하는 람사르 총회의 의미와 새롭게 습지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논의 중요성에 대해서 짚는다.

 

 <2010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강수돌 지음

마을공동체와 농촌의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한 신안마을 주민들의 노력, 그 현장 보고서.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논과 밭, 과수원과 구릉을 허물고 앞선 뒷산도 다 가리는 고층아파트 건설 계획에 주민들은 스스로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2012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아파트키드 득구』/ 이일균 지음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아파트 주거로 인해 겪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영향에 관해서는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자란 득구, 진구의 성장기를 통해 초고층 아파트 주거의 문제와 내 아이가 겪는 아파트키드 현상이 무엇인지, 이외의 아파트 주거의 문제는 무엇인지 총체적으로 짚어보고 있다.

 

<2014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김훤주 지음

2011년 1월부터 「경남도민일보」에 친환경 콘텐츠로 연재한 기획기사를 재구성하여 출간하였다. 기존의 여행서처럼 단순한 지도 정보와 음식점, 가볼 만한 곳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버스차편과 주요경유지, 배차시간 등의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버스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2018년 환경부 우수환경도서>

 『해운대 바다상점』/ 화덕헌 지음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해운대. 그곳에 자리잡은 바다상점은 바다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작품화한 상품(업사이클링)으로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 『해운대 바다상점』은 ‘생태의 가치가 메아리치듯 방방곳곳에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는 에코에코(Eco Echo)협동조합의 이모저모와 ‘바다상점’이 만들어진 과정을 소개한다.

 

날이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이 꼭 필요해지고 있어요. 위의 책들을 읽으면서 환경에 대해 더 생각해보고, 관심의 첫걸음을 내딛는 건 어떨까요?

 

습지 그림일기 - 10점
박은경 지음/산지니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 10점
조혜원 지음/산지니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 10점
진재운 지음/산지니

 

습지와 인간 - 10점
김훤주 지음/산지니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마을혁명 - 10점
강수돌 지음/산지니

 

아파트키드 득구 - 10점
이일균 지음/산지니

 

 

시내버스 타고 길과 사람 100배 즐기기 - 10점
김훤주 지음, 경남도민일보 엮음/산지니

 

해운대 바다상점 - 10점
화덕헌 지음/해피북미디어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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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 모든 시대, 모든 낮과 밤에 그가 오고 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인턴 이승은

 

 

 

유구한 풍요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메말라간다. 부족함 없는 자원 틈에서 외로이 파묻힌 탓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 하던가. 개인의 삶이 두드러지면서 자아는 타자와 이별한 채 굶주린 존재가 되어간다. 마치 정착하지 못해 바다를 떠돌던 아스테리아처럼.

우연히 그 속에서 피어난 한 떨기의 꽃을 보았다. 그것은 고독과 슬픔을 마시고 자라났음에도 고상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그 모습은 어린 왕자가 그리워하던 장미와 같기도 하고, 싱클레어가 꿈꾸던 알을 깨고 나온 새와 같기도 하다. 혀가 윗니와 부딪히며 터트리는 소리로 시작하는 그 이름, 타고르. 나는 시성 라빈드라나드 타고르의 일생을 접하게 되었다.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의 여운에서 빠져나오기란, 많은 각오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의 조용한 발소리를 듣지 못했는가?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모든 순간, 모든 시대, 모든 낮과 밤에 그가 오고 있다.

(…)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햇빛 가득한 사월의 향기로운 낮에 숲의 오솔길을

밟고서 그가 오고 있다. (…)

비에 젖은 칠월의 울적한 밤에 천둥치는 구름의 수레를

타고서 그가 오고 있다.

언제나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슬픔 다음에 또 슬픔이

이어질 때 내 가슴을 밝고 오는 것은 그의 발소리,

그리고 내 기쁨을 빛나게 하는 것은 그 발의 황금빛 감촉

 

―『기탄잘리』 45편 중에서

 

 

명예와 명성의 껍데기를 벗겨낸 타고르는 섬세하고 죽음으로 점철된 고독과 자유로운 영혼 사이의 투쟁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족 대신 하인들이 어린 그를 돌보는 동안 그는 인생을 지배할 고독이 싹 틔우게 된다. 그것은 타고르에게 갑작스럽고 연속적으로 다가왔는데, 아내, 자식 그리고 친우의 죽음, 같은 민족의 불신과 비방 등이 그를 짙은 슬픔과 고독에 갇히게 했다. 슬픔을 견디던 타고르는 고독을 펜 끝으로 섬세하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 타고르가 하인들이 그려놓은 동그라미 안에서 몸을 웅크리며 반얀나무를 떠올리던 기억은 그의 작품의 양식이 되었다. 타고르에게 고독은 문학적 산통으로 작용하게 되었고, 『기탄잘리』 등 다양한 작품을 잉태하게 된다.

그는 고독을 사랑으로 종결시켰다. 그의 사랑은 범인류적이었기에 성별도, 인종도, 심지어는 국경도 가리지 않았다. 그는 비록 자신의 조국을 억압했지만 문학적 소양이 있는 영국인들과 어울릴 줄 알았으며, 제국주의에 취해 식민지를 양산하는 이들 또한 포용할 줄 알았다. 안타깝게도 타고르가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자 어린아이 토라지듯 타고르를 외면하는 이들도 존재했지만, 그는 그들조차 품을 수 있는 그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같은 민족인 인도인부터 일본인, 영국인 등, 심지어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이들까지도 연민하고 동정했다. 혹자는 연민과 동정이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연민과 동정이 없으면 타자를 사랑할 수 없기에.

 

이 부서지기 쉬운 그릇을 당신은 비우고 또 비워

언제나 새로운 생명으로 채웁니다.

이 작은 갈대 피리를 언덕과 골짜기로 가지고 다니며

당신은 그것에 끝없이 새로운 곡조를 불어넣습니다.

―『기탄잘리』1편 중에서

 

그렇기에 『기탄잘리』는 타고르의 영혼의 정수를 듬뿍 머금은 작품이다. 종교시로써 신에게 헌사한 이 작품은 읽는 이로 하여금 여러 종교적 교리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단순히 한 종교에 머문 것이 아닌 다양한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 속에는 예수의 말씀도, 부처의 말씀도 들어있다. 시는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 줄 안다. 『기탄잘리』에 등장하는 신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초월자이다.

 

이 시를 읽는 동안 나에게는 뜨거운 즐거움이 흘러 넘쳐 마치 맑고 신선한 샘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그의 온갖 감정과 사상에 스며있는 저 뜨겁고 사랑스러운 경건성, 마음의 순수성, 그의 스타일의 고상하고 자연스런 장엄함― 이런 것들이 모두 배합되어 깊고 희귀한 정신의 총체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있다.

―베르네르 폰 헤이덴스탐(당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은 타고르의 섬세하고 복합적인 사상과 작품을 날카롭게 해체하여 독자가 타고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준다. ‘시성’ 타고르를 ‘인간’ 타고르의 위치로 끌어내린 뒤, 독자와 함께 ‘시성’ 자리를 되찾아가도록 타고르의 삶은 조명해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타자의 평가로 인해 신격화된 상태에 머물러 있는 타고르에 대한 인식을 그의 고뇌와 아픔의 간접 체험을 통해 복합적 존재로서의 타고르로 변모 시켜 독자에게 선물한다.

1부와 2부로 나뉜 책은, 먼저 타고르의 문학 세계의 중심을 파고든다. 그는 어떻게 해서 이러한 문학적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가? 그 근원을 때론 그의 어린 시절에서, 때로는 타고르 가문의 역사에서 찾아내기도 한다. 근원을 탐색하는 과정은 미궁을 탐색하는 과정과 동일한데, 다른 것 하나 있다면 도착지에서 출발지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다. 독자는 그 속에서 또 다른 도착지를 찾기도 한다. 그만큼 타고르의 포용과 영향력이 넓은 범위로 뻗어있다.

1부에서 문학 세계를 빠져나오면, 2부에서 ‘인간’ 타고르가 독자를 반긴다. 1부가 흩뿌려진 수염뿌리라면 2부는 곧은 원뿌리와 같다. 저자, 독자, 타고르 모두 하나의 지점을 보고 곧게 달려 나간다. 타고르의 죽음이다. 그 죽음 직전까지 타고르는 전 세계를 돌며 세계, 지구촌이 나아가야 할 길을 거듭 설파한다. 다시금 그의 위대함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그의 죽음을 마주해야 하는 일은, 독자들에게 거대한 슬픔으로 다가갈 테다. 책과 타고르에게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났을 때, 독자는 타고르의 마력에 온몸을 적셨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은 내게 있어 ‘동행’이었다. 그저 타고르의 뒤를 따라 그의 업적을 재현해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타고르의 고민을 독자인 내 영역으로 끌어와 함께 그 해답을 마련해보는 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독을 사랑으로 변모하여 타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나 또한 그의 그러한 모습에 많은 사유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사랑하기보다 미워하고 혐오하기가 더 쉬운 오늘, 그의 작품과 사상을 다시금 되짚어봐야 하지 않은가 하다. 노래도 있지 않은가.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백만송이 장미> 가사 중에서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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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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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이승은입니다

한 번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읽어보신 적이 있으실 텐데요.

(저는 조자룡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삼국지연의』의 무대가 중국의 샨샤 협곡임을 알고 계셨나요?

그러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가 많이 어렵다고 해요.

그 이유는 현재 그 지역에 '샨샤댐'이 들어섰기 때문인데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샨샤댐!

무엇이 그렇게 골칫거리인 걸까요? 포스팅을 통해 알아보도록 해요.


 

샨샤댐이란?

 샨샤댐은 중국 양쯔강(揚子江) 유역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 댐으로, 2009년 완공됐다. 높이는 185m, 길이는 2,335m, 너비는 135m이며, 최대 저수량은 390억 톤, 최고 수위는 175m, 1일 발전량은 1,800만 kW(연간 847억 kW)에 이른다. 
중국은 고질적인 양쯔강의 홍수 문제를 막고 농업용수를 공급할 목적으로 1994년 양쯔강 600km 하류에 샨샤댐 공사를 시작했다. 이후 1997년 1차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으며, 2002년 11월에는 2차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2003년 6월 1일부터 본격 저수가 시작됐다. 그리고 물막이 제방과 수문 및 발전소 건설, 1만 톤급 선박 2척이 댐을 넘나들 수 있는 갑문식 운하 건설, 3,000톤급 선박을 20분 만에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 리프트 건설 등 4단계로 나누어 공사가 진행돼 2009년 완공되었다. 
이 공정으로 창강(长江)을 따라 거대한 인공호가 만들어진 것은 물론 충칭(重庆)까지 1만 톤급 선박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물류 혁명이라고 평가되는 변화가 일었다. 여기에 창강(长江) 홍수 범람의 조절, 관광지 개발 등의 경제적 이익도 창출되었다. 그러나 댐 건설로 인한 문화재 수몰과 수질오염 증가, 창강(长江) 유수의 해양 유입 감소로 발생한 서해의 염분농도 증가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싼샤댐(삼협댐)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샨샤댐 출처 게티이미지 코리아

 

샨샤댐과 사건사고

中 샨샤댐 최고 수위 11m 남겨둬…"더 큰 홍수 온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한달이 넘도록 폭우가 지속되면서 후베이성 이창(宜昌)에 위치한 세계 최대 수력발전댐 싼샤(三峽)댐의 수위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홍콩 빈과일보와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장강 상류에 폭우가 지속되면서 인근 제방을 폭파하는 등 당국의 유입량 억제 시도에도 유입되는 수량이 급증하면서 샨샤댐 수위는 이날 오전 11시께 163.85m까지 증가했다.

이는 홍수 제한수위인 145m를 18m 초과한 것이자, 최고 수위인 175m를 11m 남겨둔 규모다. 19일 오전 샨샤댐 상류 유입량은 초속 5만8000㎥에 달하지만 쌴샤댐 하류로 방류되는 유량은 초속 3만6000㎥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중국 당국이 샨샤댐 수위 조절을 위해 하류 방류량을 늘리면서 하류 지역에 위치한 둥팅호(洞庭湖) 수위는 더욱 빠르게 높아지는 모양새다.

중앙통신은 중국 수리국을 인용해 올해 장강지역 강수량이 사실상 전년 대비 40% 가량 많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매년 7월말부터 8월초까지 하북과 동북지역에 이어지는 '7하8상'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샨샤댐 수위를 남겨둬야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빈과일보는 이달 현재 중국 24개성에서 2385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중국 응급관리부에 따르면 19일 현재 31명이 죽거나 실종됐고 2385만명(긴급 대피 204만명 포함) 이상이 홍수 피해에 노출됐다. 가옥 1만6000채가 붕괴되는 등 피해액은 644억위안(약 12조원)에 달한다.

이재우 기자

[뉴시스 원문 바로보기]

 

 

샨샤댐과 환경 문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책소개]

▶ 양쯔강엔 더 이상 세대 교체의 거대한 강의 흐름이 없다

세계 최대 규모인 샨샤댐이 그 규모만큼이나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이 책은 샨샤 협곡의 역사적, 문화적, 젼생태적 가치를 설명하고, 샨샤댐이 들어서면서 생겨난 산사태, 지진 등 환경재해, 기상변화, 수몰민의 문제, 환경·생태적 피해와 산샤댐이 산샤 주변 지역뿐 아니라 동중국해를 시작으로 황해 전체에 다양한 환경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증명한다.

 

▶ 구름 위의 협곡, 샨샤를 보다

중국의 샨샤댐 건설이 가져올 수 있는 아니 이미 나타나고 있는 부정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쓴 책. 지은이는 2005년 여름 중국 베이징을 시작으로 청두에서 상하이까지 두 달여 동안 5,000km를 달리면서 취재했으며, 중국 현지 구석구석을 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탐사보도 형식으로 담고 있다.

 

[저자소개]

진재운

KNN(부산경남방송)에서 다큐멘터리 PD 겸 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역적이면서도 국제적인 환경 문제를 취재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2008년 뉴질랜드 환경법센터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차원이 다른 인권 개념인 제4세대 인권, 즉 ‘자연권’을 접하면서 그 가치를 실현할 방법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환경다큐멘터리 <적조-그 죽음의 물결>,<초록빛으로 숨죽인 강>, <물은 생명입니다>, <생명의 바다>, <고니의 땅>, <해파리의 침공>,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등 30여 편을 제작했으며, 한국방송대상, 한국기자상, 삼성언론상, 봉생문화상, 교보생명환경문화상, 대한민국해양환경대상 등의 많은 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해파리의 침공』,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백두산에 묻힌 발해를 찾아서』 등이 있다.

 

[책속으로…]

P. 33 샨샤(三峽)를 글자 그대로 풀면 세 개의 깊은 골짜기가 된다. 샨샤의 협(峽)은 강이 좁아 물살이 험하고 양안에 아찔한 벼랑이 깎아지른 듯이 솟아 있는 곳을 뜻한다. 충칭(重慶)에서 양쯔강을 따라 뱃길로 600km를 내려가면 빠른 물살이 일기 시작하는 샨샤를 만난다.

P. 78 물이 차오르는 속도도 눈으로 보일 정도로 뚜렷했다. 꼭 지렁이 기어가는 속도 마냥 조금씩 조금씩 찰랑거리며 끊임없이 차올랐다. 그리고 이 느린 걸음에 한 번 수몰(水沒)되면 웅장했던 절벽의 풍광은 물로 평평해지면서 지극히 단순화되어 버린다.

P. 142 이곳 절벽에 안장돼 있는 현관들은 현대에 와서도 그 높이 때문에 도굴의 손아귀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댐으로 물이 차오르면서 이들 야인들의 수천 년 문화재들이 도굴꾼들의 대표적인 표적이 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을 읽다보면,

샨샤댐의 문제가 오직 중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체감해요.

수몰뿐만 아니라 생태계, 온난화 등 환경문제와 오래된 문명까지 사라지니

더더욱 중요한 문제임을 알게 돼요.

(제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촉나라 문화재 탐방인데 갈 수 있을까요...?)

최근 샨샤댐 붕괴와 관련해서

연일 뉴스에서 샨샤댐 소식을 다루고 있으니

그 문제를 허투루 여기지 말고 눈여겨봐야겠죠?

 

오늘은 환경 문제를 생각하며,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한반도 환경대재앙, 샨샤댐 - 10점
진재운 지음/산지니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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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이승은입니다

코로나 시대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일상을 보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코로나로 인해 친구들을 만날 수가 없어

마음 한 켠이 외롭고, 쓸쓸하여 어쩌면 고독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마치 한줄기의 빛처럼 나타난 책 한 권이 있는데요!

(두둥!)

시성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을 다룬,

박정선 작가님의 비평집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이에요

 

책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고,

또 영광스럽게도 저자이신 박정선 작가님과 인터뷰할 기회도 생겼는데요!

인터뷰는 산지니와 같은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진행되었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그리고 제 질문에 즐겁게 답변해주셨던 작가님께

감사드리며… 인터뷰를 함께 보도록해요

 


 

 

Q. 작가님께서는 시, 소설, 비평 등 많은 장르를 아우르고 계시고, 이번에는 마치 변신을 하듯, 새롭게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으로 다시 독자에게 다가갔는데요. 가볍게 출간 소감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A. 아주 기다렸던 그런 질문 같아요. 질문해주셔서 고마워요.

저는 스스로 주요 장르를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시조를 시작했구요. 시조란 게 정형시잖아요? 정형시는 몇 년 동안 몰입하면 그 틀에 고정이 돼요. 그래서 다른 장르 하기에 참 어려워요. 자유시를 쓰다가도 저도 모르게 시조를 쓰게 되더군요.

15년 동안 시조를 쓰다가 장르해서 여러 장르를 쓰게 되었어요. 그럼 지금은 시조를 안 쓰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쓰고 있어요. 소설 쓰다가, 시조 쓰다가. 영감이 떠오르는 대로 해요.

이번에 비평집을 왜 쓰게 되었냐면, 우연한 계기예요. 종교 시인의 해설 평을 쓰고 있었는데, 종교 시들은 그리 좋은 평을 못 받거든요. 그런데 타고르도 종교 시를 썼거든요? 그로 인해 타고르도 낮게 평가받지 않는가? 하는 불합리한 생각, 이러한 거로 출발하게 되었어요. 마치 독자 여러분께 선물한다는, 그런 마음으로요.

타고르를 소설로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소설로 쓰면 사실을 밝힐 수 없잖아요. 소설은 픽션의 영역에 존재하기에. 평론처럼 인용할 수도 없고… 그래서 비평집으로 쓰게 되었어요.

 

Q. 제가 예전에 하셨던 인터뷰를 조금 살펴봤는데요. 작가님께서 ‘힐링 서사’를 써오셨던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러한 힐링 서사를, 그 외에 모든 작품을 쓰게 된, 작가님이 ‘문학’에 이끌린 계기가 궁금해요.

A. 사르트르가 말하길, 작가는 사회 모순을 가장 먼저 발견할 줄 알고 사회 모순을 비판할 줄 알며 언어로 행동하는 실천하는 사람(지식인)이라고 해요. 작가는 글로써 사회를 인도해가는 하나의 일종의 인도자인 거죠. 마치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는 목사처럼 말이에요. 소설은 사실을 예술로 승화해서 인간을 감동으로 설득시키고 인간의 인생 방향을 돌릴 수도 있어요. 교회에는 ‘은혜받다’라는 표현을 써요. 이걸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감동받다’라는 말이 돼요. 작가란 사회에 이러한 감동을 제공하는 사람인 거죠.

작가로서, 내가 누구인가? 나 스스로는 어떤 사람인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 많이 던져봤어요. 제가 살아온 가정 분위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어렸을 때 할아버지께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전래동화뿐만 아니라 백조 왕자 같은 공주와 왕자의 사랑 이야기, 퀴즈 등이요. 선과 악, 또는 지혜 등 수많은 것들을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많이 펼쳤던 거 같아요.

또 저희 집안이 귀양 간 족보더군요. (웃음) 귀양은 정치범들만 가잖아요. 그것과 더불어 시제를 지내면서 여러 가지 전해온 말들을 듣고, 또 물려받은 백자 같은 것들도 보고. 그 탓인지 저도 반골 기질이 있더군요. 할아버지에게 많이 반항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면 제사를 지내는데, 낭비가 너무 심했거든요. 보여주기 허세가 강하니까 하지 말자고. 길러준 할아버지를 비판하고 나선 거죠, 그래서인지 시대극을 쓰게 된 것 같아요. 관심이 꽂히더군요. 작가는 정의감이 강한 사람이니까요.

물론, 중요한 건 열정이에요. 정의감이 강하면 열정도 강하더군요. 불합리한 것들, 부당한 것들을 보면 못 견디는 거예요. 어떤 장치를 수단으로 쓰든 표현하고 싶어요. 소설은 참 좋은 게 그런 걸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인물들을 빌려 말할 수 있으니까 좋은 문학인 거 같아요.

이 많은 것들이 합쳐져 지금의 제가 된 거 같아요. 

 

▲박정선 작가님께선 유머와 재치가 가미된 무게 있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Q. 작가님 인터뷰를 읽으며 작가님께서 철학에 학문적 관심을 두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작품을 쓰실 때 철학과 사상이 어떻게 영감을 주는지, 철학이 또 작가에게 왜 필요한지가 알고 싶어요.

A. 철학은 특별한 분야가 아니에요. 옛날에는 철학과가 없었어요. 철학과가 좀 늦게 생겼거든요. 철학은 갈래가 아닌 인문학의 바탕이에요. 철학은 사람 이야기이고, 지혜예요. 성경 속 솔로몬의 지혜, 이런 것들이 철학인 거죠. 작품 쓰는데 철학이 없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요. 뼈가 없는 살덩어리 작품이 되죠. 작가는 철학을 바탕으로 글을 써나가야 해요.

자기만의 독특한 철학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식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상식이 곧 철학이죠. 현재 우리 사회는 상식을 무시하는 일들이 많죠. 쉬운 예로, 현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끼지 않는 그러한 행위들이요. 그와 관련된 많은 사건이 있었죠?  남을 위해, 또 나를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게 상식이잖아요. 이러한 상식, 즉 철학을 통해 자신의 규칙을 세우고 모든 사물을 바라보고, 시대를 분석해야만 탄탄한 글이 나오겠죠.

우리가 성경,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성경 구약은 이스라엘 신화고, 신약은 철학과 지혜거든요. 이 안에 비유가 참 아름다운 것들이 많아요.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우리는 한 몸이란 뜻이죠. 정치를 하든, 무엇을 하든 철학을 모르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문학에서는 그러한 비유를 유효적절하게 잘 찾아내야 해요.

 

 Q. 이번엔 타고르에 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책 머리글에 앞서, ‘기탄잘리를 통해 접한 타고르의 정신세계의 신비로운 마력에 대해 언급해주셨는데요작가님께서는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에서 어떠한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와, 타고르의 매력 속에 빠지게 되었나요?

A. 타고르의 그의 센티멘탈한(감상적인) 우울과 고독. 거기에 저는 푹 빠졌어요. 타고르는 항상 혼자였어요. 그런데 혼자라는 것, 고독에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어요. 고통을 느끼는 즐기는 고독. 하나는 외로움과 슬픔이 내면에 스며들고, 또 다른 하나는 고독 속에서 내면의 자기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게 해줘요.

타고르는 14번째 자식으로 태어났어요. 그 탓에 어머니는 늘 아프고, 형제자매들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났지요. 아버지는 신학자, 교수로서 항상 집을 나가 있었기에 타고르를 돌보는 것은 하인들이 했는데, 타고르는 그게 지독하게 외로웠어요. 하인들은 그를 애칭으로 라비라고 불렀어요. 그 어린 라비를 돌보기 힘드니까 어떨 때는 백묵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나오지 못하게 해요. 나오면 안 된다고. 왜 하필 동그라미냐면, 그 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어요. 라크슈마나 왕자가 시타 공주 주위에 그려 놓은 동그라미를 공주가 넘어가서 벌을 받은 이야기가 있어서, 라비는 그 원을 나오지 못해요. 라비가 이때 어린 마음에 느꼈던 외로움과 고독을, 성장해서 반얀나무를 통해 그 시를 풀어내요. 동그라미를 벗어나 그늘로 가고 싶지만 그러지 못함에도, 꿈을 꿀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요.

고독이 열정을 창조하는 거지요. 고독하지 않으면 열정도 뭣도 없어요.

반얀나무, 출처 pexels


너의 가지에서 얽혀진 뿌리를 내리는

오오 해묵은 반얀나무여

너는 명상에 젖은 구도자처럼

그날이 그날이듯 말없이 서 있다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네 그늘에서 꿈을 즐기고 있던

그 어린아이의 일을,

-『기탄잘리』 발췌-

 

Q.  혹시 책 안에 담지 못해서 아쉬웠던 타고르의 일화, 혹은 그의 문학 작품 등이 있나요?

A. 굉장히 많아요. 그중 타고르의 사랑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워요. 타고르, 얼마나 잘생겼습니까? 젊어서 결혼을 막 했을 때 찍은 사진은 또 이지적이고, 성자처럼 생겼죠. 그런 사람이 노벨 문학상도 타고 유명해져서 초청 강연도 다니니 얼마나 매력적인가요? 그렇게 강연을 다니다 어느 순간 아프게 되는데, 이때 타고르에게 반했던 한 여성 기자가 하인들을 시켜 타고르를 간호하게 돼요. 그 여성은 엄청 아쉬워해요. 자신이 직접 간호하고 싶었으니까요. 그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게 아쉽죠. 비평집하고 어울리지 않을까 봐 자제를 했어요.
또 타고르는 앤드루라는 선교사를 만난 적이 있어요. 이 사람은 아프리카에서 간디의 숲속 자연학교를 도왔던 사람인데, 이 사람을 보고 타고르는 자기 분신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그를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보고, 그 사람에게 많은 기독교적 영향을 흡수하게 되죠. 타고르는 기독교적인 풍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조명하지 못한 게 또 아쉽네요.
그 외에도 참 많아요. 가족 문제, 학교 비스바바라티를 세우는 과정에 있었던 일화 등. 그 이야기까지 모두 담으면 비평집이 아니라 타고르 자서전이 될 것 같아 아쉽지만 제외하게 되었어요.

 

Q. 사랑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여쭙고 싶은 게 있어요. 므리날리니(바바타리니)와의 결혼은 타고르가 원하던 결혼은 아니었지만 타고르는 그녀가 아플 때 극진하게 간병해주었는데요. 이는 타고르가 그녀에게 죄책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타고르는 그녀를 사랑했나요, 아니면 죄책감 등 다른 감정들로 므리날리니를 대면했나요?

A. 사랑하진 않았어요. 나이 차이가 무려 14살이나 나는데, 아버지의 명이니까 따라야 했었죠. 당시 타고르가 영국에 있을 때, 아버지가 그런 타고르를 다시 인도로 불러요. 왜? 영국 여자랑 결혼할까 봐요. 영국 하숙집 딸이 타고르한테 반한 상태여서 편지도 하고. 타고르의 마음이 움직이기도 전에 아버지가 불러들인 거죠. 그러나 타고르가 거부할 수도 있는 결혼이었어요.
타고르의 아내 이름은 당시 촌스러운 이름이어서, 타고르가 새 이름을 지어주기도 해요. 므리날리니라고. 또 부인의 공부도 가르쳐요. 므리날리니는 그렇게 후에 번역도 하게 돼요. 그런 거 보면 타고르는 페미니스트에요. 그런 남편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31살쯤에 일찍 죽어요. 그때부터 타고르에게 고난이 들이닥치게 되죠. 아이들은 5명인데 장남 하나만 살아요. 손자도 죽어서 외손녀 둘만 있지 손자가 없어요. 우리식으로 하면 대가 끊긴 거죠.

 

▲2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Q. 책을 읽는 내내 계속 궁금했던 것이 있는데요, 바로 타고르와 간디의 관계입니다. 두 성인은 상반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경하고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어 책을 읽으며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떻게 두 분이 그렇게 서로를 존중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도 책을 쓰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함께 발맞춰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두 사람을 생각해보면, 타고르는 평화주의자고 간디는 무저항주의자에요. 당시 인도에서는 국산품 애용 운동이 지배적이었어요. 영국이 200년 동안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면서 영국이 완전히 영국화가 되어버려요. 간디가 그때 물레 운동을 일으키는데 타고르는 여기에 동의를 안 해요. 타고르는 그걸 퇴보라고 생각한 거죠. 그게 국익을 위한 것도 아니며 그것을 통해 독립을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두 사람이 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간디는 어디에 글을 기고해서 타고르에게 인도 천으로 짠 옷을 입을 것을 권하고, 타고르는 또 그거에 반대하고.
언제는 간디 추종자들이 영국제 천을 파는 가게를 약탈해서 천을 불태우는 장면을 간디와 타고르가 보게 돼요. 타고르는 그 모습을 보고 간디에게 저 모습이 비폭력이고 묻자, 간디는 대답을 못 하죠. 간디는 비폭력적으로 운동을 전개하고 싶었는데, 간디의 추종자들이 그러지 못한 거예요. 두 사람 참 재미있는 일화가 많아요. 식사하는데도 간디가 타고르더러 그래요. 조금씩 드세요. 하고. 또 서양 빵 드시지 마세요, 우리 것 먹어야죠. 그럽니다. 또 외모도 많이 차이가 나죠. 타고르는 온화한 외모를 가진 반면 간디는
 날카롭죠. 그런 점들에서 차이가 많이 났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스케일은 타고르가 더 커요. 타고르는 왜 간디를 따라 민족운동을 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업적도 민족을 위한 것이었죠. 인도를 빛냈잖아요. 타고르의 행적을 보면, 참 놀라운 것들이 많은데, 특히 제국주의자들한테 개의치 않고 비판을 가하는 것이 가장 놀라웠어요. 제국주의 그만하라고. 또 영국이 인도 양민 학살을 저질러요. 마치 우리나라 광주 민주화운동 때처럼요. 그에 타고르가 즉각 기사 작위를 반납해요. 이 기사 작위는 왕이 준 명예에요.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 타고르는 민족 운동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근사하게 했다고 볼 수 있죠. 타고르와 간디는 길은 달라도, 목적지는 같았던 거예요.

 

Q. 타고르와 간디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고 싶습니다. 타고르와 간디 두 분 모두 제자를 양성하고 교육에 힘썼는데요. 비스바바라티에서 타고르는 항상 마름모꼴 사탕, 초콜릿 등을 가지고 다니며 자유분방하게 학생들을 가르친 반면 간디는 학생들에게 점잖고 근면, 성실, 검소를 중점으로 교육했습니다. 그래서 두 선생의 제자들이 만났을 때 분위기가 달랐다는 일화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작가가 아닌 한 분의 교육자로서, 두 교육 방침 중 어떤 것을 더 선호(동의)하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 아까 말했듯이 저는 유교 집안에서 자랐어요. 절도, 예의. 그런 것들을 들으면서요. 저도 이제 아들 두 사람을 키웠는데, 이 사람들이 나중에 하는 말이 ‘어머니는 저희를 군대식으로 가르쳤어요.’라고 하더군요. 근데 나는 아이들 공부하고 노는 데에 크게 간섭 안 했어요. 거리에서 음식 먹지 말라, 밥 먹을 때 너무 머리 숙이지 말라 이 정도만 했지. 뭘 보고 군대식이라고 하는지. (웃음)
아마 제가 할아버지께 교육받으면서, 그때 기억들로 인해 무의식적으로 그랬던 거 같아요. 저는 할아버지께 문안 드리며 컸거든요. 또 공자의 논어를 들으며.

간디가 그런 식이었죠. 철저한 금욕주의자로, 18살에 결혼했는데 너무나도 금욕적이어서 부인하고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대요. 20살 넘어야 한다고. 마치 자신에게 일종의 형벌을 주는 것 같죠? 그런데 간디는 그렇게 해야지만 만족할 수 있었고, 또 그래야지만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철학이 있었어요. 그런데 간디도, 타고르랑 똑같이 자연주의자였어요. 두 사람 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방법이 달랐던 거죠.
타고르의 교육 방법은 참 신기해요. 공부하다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 오면 그 선생님한테 뛰어가요. 타고르는 그런 행동에 크게 개의치 않았어요. 교실도 없었어요. 나무 그늘에서 공부했어요. 옛날 공자처럼요. 앉아있는 사람은 앉아있고,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사람은 또 비스듬하게 있고. 간디는 그런 걸 절대 허용하지 않았죠. 정자세를 해야 교육이 된다고 생각했던 거죠.
저는 타고르의 방식에 동의합니다. 그런 방식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교육이죠. 아이들은 어른이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만들어져 가는 거죠. 자연스럽게.

 

 

Q. 「기탄잘리」는 종교시로서 당시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으로 하여금 당혹감을 내비치게 했는데요. 제가 기독교인 탓인지 저는 책 속 삽입된 「기탄잘리」의 시를 읽으며 저는 자연스럽게 예수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타고르는 벵골인이기에 힌두교를 많이 접했을 것이며 또한 전 세계를 누비며 힌두교 외 기독교, 천주교, 이어 불교까지 다양한 종교를 접했을 텐데요. 「기탄잘리」 속 언급되는 ‘님’은 타고르가 접한 종교 중 딱 하나의 신을 언급하는 걸까요, 혹은 그들을 초월한 절대적인 누군가를 상징하는 걸까요? 작가님의 의견이 듣고 싶습니다.

A. 굉장히 중요한 질문인데, 어떤 특정한 절대자가 아니고, 자기의 마음속에 정신적인 하나의 중심인 거 같아요. 하지만 기독교적인 요소가 짙다고 봐요. 선교사 앤드루에게 받은 영향으로 기독교를 흡수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못 다뤄서 아쉽네요.
시 「동방의 등불」 있죠? 불교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 하지만 가장 기독교적인 것이 크죠. 성경하고 비슷비슷한 내용이 너무나 많아요.

 

Q. 이번에는 비평집을 내셨는데요. 다음 작품으로 장편 소설을 준비 중인 거로 알고 있어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들을 위해서, 어떤 작품을 준비 중인지 조금 귀띔해주실 수 있나요?

 A. 작년 12월부터 집필에 들어가서 오늘(인터뷰 당일) 표지 시안이 내려왔어요. 『순국』이라는 제목인데. 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순국』은 늦어도 8월 10일까지는 출간될 거 같아요. 상하권 두 권으로, 한 권 당 약 450페이지 차지하는, 굉장히 두꺼운 책이에요.
무슨 작품인가 하면, 독립 운동가 이석영 선생에 관한 내용이에요. 올해 8월의 인물로 선정되었는데. 내용을 좀 더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가 국권침탈이 될 당시 주인공이 영의정의 양아들이에요.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만석이라는 재산을 다 물려받아요. 조선 3대 부자인 셈이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 불행하게도 나라의 국권을 뺏기게 되지요. 그 재산을 다 처분해서 만주로 가서 신흥무관학교를 지어요. 자기는 거지가 돼요. 자식 아들 둘이 있는데 둘 다 독립운동하다가 죽고 주인공은 79세에 얻어먹다가 굶어 죽어가요. 이보다 더 비극적일 순 없죠. 그거를 쓰는 소설이에요. 이 정도로 해둘까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 주변에 시인, 소설가 등 작가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은데 선배 작가로서 후배 작가 지망생들에게 한마디만 해주실 수 있나요?

A. ‘모든 걸 걸어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가라는 것은 끝이 없어요. 저는 제 작품 끝에 항상 이런 말을 뒤에 붙여요. ‘또 실패했다.’ 정말 걸작을 쓰고 싶었는데 또 실패했다. 그러나 실패를 채근하는 또 다른 항해를 떠난다. 오늘 쓴 작품에서 자기가 만족하고 취하면 더 이상의 어떠한 성장은 없어요. 히딩크가 했던, ‘나는 아직 배고프다’와 같은 말이죠.
그리고 상상을 하세요. 상상은 하면 할수록 개발이 되고 향상이 돼요. 가스통 바슐라르의 『상상력이란 무엇인가』란 책이 있어요. 그 사람을 제2의 코페르니쿠스라고 불러요. 당시엔 이성주의 시대여서 상상력 이야기를 하면 바보 취급을 받았는데, 그걸 정립했잖아요. 상상력이 인류에 이바지한 공이 대단합니다. 우린 그걸 공부해야 해요. 또 다치바나 다카시의 글도 읽어보세요. 참 좋답니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독자를 위한 어떠한 헌신이에요. 묘한 것은, 작가 또한 일차적으로 자신의 독자가 된다는 거지요. 자신이 먼저 즐기고 나머지를 독자에게 선물하는 거예요. 

글을 쓰다보면 잘 쓰려고 해도 마음대로 잘 안 되죠? 지금은 습작기니까. 그럴 땐 무조건 써야 해요. 쓰다 보면 길이 보여요. 통과의례에요. 고민하고 몸부림을 쳐야 무언가가 나와요. 마치 아이를 출산할 때 가지는 산고처럼, 산고를 견뎌야 출산할 수 있으니까요. 창작의 세계는 그걸 감내해야만 하는 거죠. 오로지 상상력 하나만 믿고 가는 거예요.
그리고 자기 취향을 연구하세요. 내 취향에 맞는 소설, 그리고 작품. 수긍가고 이해 가는 그런 작품을 읽어야지, 단순히 훌륭하다는 이유로 읽으면 감동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시를 읽으세요. 문장이 유기적일 때 독자들은 작품을 읽기 시작해요. 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문장을 참 예쁘게 잘 써요. 시를 읽고 소설을 쓰면, 어딘가 달라요. 우리말에는 음수율이란 게 있으니까, 입으로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문장을 어디를 풀어야 할지 등등 그런 게 보여요. 그러면 위 문장과 아래 문장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착착 맞아떨어지거든요. 그래야 독자가 매끄럽게 읽어요.

 


 

타고르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듯,

작가님 말씀 하나하나에 허우적거릴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특히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것들을 명쾌하게 답변해주셔서,

코로나로 우울했던 기분까지 싹 날아가 버린 것 같아요.

저는 타고르를 읽으며 '사랑'하는 법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그의 문학과 사상은 마치 무겁고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인간 타고르'를 알게 되어 좀 더 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답니다.

 

여러분에게 타고르는 어떤 사람인가요?

지금까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 작가님과 인터뷰였습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 10점
박정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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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산니지 인턴 김소민입니다

 

지난 6월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인데요 이번에 사람들의 저자, 황경란 작가님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고 들었기에 저도 굉장히 설렜어요. 하만 아쉽게도 작가님과 거리가 멀어서 서면 인터뷰로 진행했답니다. 대신 인터뷰 질문 이전에 짧게나마 책을 읽고 난 제 소감이나 생각을 함께 보내드린 후에, 본격적인 질문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럼 인터뷰를 함께 보실까요?

 

Q1. 사람들은 작가님의 첫 소설집이라 들었습니다. 사람들을 출간한 소감을 여쭈어보고 싶어요:)

A1. 재촉한 사람은 없는데 밀린 숙제 같은 걸 끝내고 난 기분이에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숙제가 있다면 이런 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네요. 그리고 첫 번째라는 수식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다행히 이 처음을 넘겼다는 홀가분한 지금의 기분만 기억하려 해요.

 

Q2. 사람들에 나오는 사람들은 곁에서 쉽게 볼 수 있기도 하고, 어딘가에 분명히 있지만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로 섞인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에 나오는 각각의 인물을 쓰기로 하신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이 사람들 꼭 넣어야겠다! 하신 부분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A2. 특별한 이유보다는 기억해야 할 사람들을 소설로 쓰고 싶었어요. ‘기억해야 할 가치의 기준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인간의 잘못, 과오, 위선 같은 단어를 찾게 되네요. 인간의 잘못으로, 위선으로 상처 받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싶었어요.

꼭 넣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 못 넣은 사람들이 더 많아서겠죠.

 

Q3. 작품 안 내용에 대해 하나씩 얘기하고자 합니다. 먼저 사람들을 보면 신문을 통해 륜의 가치관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점은 부장과는 반대된다고 생각했는데 부장의 말들, ‘제 기사는 그냥 기사가 아니에요, 그건, 그건, 사랑이에요그러니까, 모두가 사랑이에요를 보면, 어쩌면 부장도 륜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륜을 대신해 선뜻 사람들을 연재했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부장은 사람들대신 사고를 적었고 륜이 말하고 내가 씀을 마지막 문장으로 써냈는데, 이건 그동안 륜의 사람들을 삭제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였을까요?

A3. 부장은 과 같은 사람이었을 거예요. 물론 처음에는요. 그러다 열정도, 품었던 가치관도 어느새 잃어버렸죠. 그래서 부장은 이 부럽고 무서웠어요. 자기처럼 변해야 하는데, 륜은 그럴 거 같지 않았거든요. 륜이 부럽고 두려웠던 부장은 죽은 사람의 흔적을 찾겠다는 륜의 일본 출장을 허락했죠. 그리고 륜이 사라진 그의 빈자리에서 과거를 잊어버린 사람들앞에서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어요. 그 혼란으로 사람들의 연재를 마무리하지 못하지만, ‘륜이 말하고 내가 씀이라는 문장을 덧붙이며 륜의 사람들’, 그들의 중심에 륜이 있었다는 걸 밝히는 거죠. 일종의 고백이라고 할까요

 

Q4. 만약 사람들에서에서 륜이 연재한 사람들을 작가님이 연재하시게 된다면 어떤 이야기를 제일 먼저 쓰고 싶으신가요?

A4. 외국인 노동자보다 더 가난한 공장 사장이요. 한국 근로자가 모두 떠난 공장을 외국인 노동자와 지키는 가난한 공장 사장의 이야기. 또 하나의 사람들이죠.

 

Q5. 선샤인 뉴스에서 치윤이 점자지에 기록하는 문장들, ‘그녀도 미로 속에 살고 있다’, ‘안마를 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 ‘가장 아름다운, . 높이 60미터 달. 살아서 돌아가고 싶어요.’ 등 모두 하나하나 마음을 강하게 울리는 듯합니다. 작가님은 치윤의 문장 중 어떤 것을 가장 고민하며 쓰셨고, 또 기억에 남으시나요?

A5. 살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걸 봤어요. 티브이에서. 우리의 모든 대화, 입을 열고 입을 닫고, 숨을 쉬는 그 모든 행위는 살려주세요의 다른 표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Q6. 킹덤에 등장하는 타마타브 항구는 옛 타마타브, 현재는 토아마시나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동부 도시를 배경으로 하신 것 같습니다. 사실 제겐 조금 생소한 장소였고 사람들중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타마타브라는 공간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6. 실제 암바토비 광산에 킹덤이라는 제련소가 설치됐어요. 각국의 투자로 니켈과 광물을 캐내는 작업이 오 년여 동안 있었어요. 그걸 배경으로 쓰게 된 소설이에요. 특별한 이유라기보다는 자본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 나가는지 그 위험을 말하고 싶었어요.

 

Q7. 그날 이후로에서 금령은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60년 넘게 숨기고 살아오다 서울에서 집회 장면을 보고, 글을 배우면서 점차 마음이 바뀌게 됩니다. 금령을 움직이게 했던 결정적인 일 혹은 생각은 무엇이었을까요?

A7. 함께하는 모습이요. 연대라고 할까도 했지만 왠지 그건 너무 거창하구요. 금령 할머니의 눈에 함께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낯설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악몽 같았던 기억들이 떠올랐겠지만, 그래서 더욱 그들 틈에 같이 있고 싶었을 것 같아요. 함께, 둘이서 같이, 이건 큰 힘이 되죠.

 

작가님 방 창 밖으로 보이는 감나무라고 해요. 저 감나무와 교감을 많이 하신다고 합니다.

 

Q8. 소년은 알지 못했다에서는 폭력의 답습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 같았습니다. 제목이 소년은 알지 못했다인 이유도 날개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얘기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고요. 그래서 날개의 열여섯 살과 동생의 열세 살, 그리고 그 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날개와 동생이 시간이 흘러서도 폭력의 그늘을 벗어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무거운 질문이긴 하지만, 작가님은 이렇게 폭력이 답습되는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A8. 날개와 같은 상황에서 성장한 아이들, 충분한 보호와 보살핌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면 분명 날개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자랄 거예요. 문제는 이 사실을 어른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알면서도 아이들이 자신들보다 약하고 어리다는 이유로 폭력을 가하죠. 우리 또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어른들이 공범이고 방관자라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변해야 해요.

 

Q9. 언덕 위의 집은 앞선 이야기와는 느낌이 다른, 독특한 구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몇 번째 남자의 이야기를 차례대로 나열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마치 동화나 전설을 그대로 쓴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늙은 아버지와 소년의 이야기가 더 아름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고요. 혹시 언덕 위의 집을 쓰실 때 이러한 구성에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A9. 구성은 의도하지 않았어요. 쓰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소설의 서사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었어요. 시간과 공간은 항상 그대로인데, 변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언덕 위의 집이 되었어요. 이 소설은 조금 더 고쳐서 다시 완성해야 할 것 같아요. 중간에 퇴고하면서 어색한 부분을 많이 삭제했는데, 그 부분을 보완할 계획이에요.

 

Q10. 작품 밖의 이야기도 조금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님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글을 쓰신다고 들었습니다. 작가님이 되고 싶어 하시는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A10.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친절해야 하고, 친절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우산이 없는 사람에게 우산을 받쳐줄 때도 용기가 필요하고,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다가설 때도 용기가 필요해요. 선한 일에 용기를 내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 제가 쓰는 글이 때로는 미흡해도 나는 좋은 사람이다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것 같아요.

 

Q11. 이번 사람들은 왠지 작가님이 길을 걸으시다, 뉴스를 보시다 떠올리셨을 것 같은데 제 추측이 맞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평소에 글을 쓰실 때 주로 어디에서 소재나 주제를 떠올리시나요?

A11.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내내 전철 안에서 신문을 읽었어요. 종이 신문을 여전히 좋아하는데 기사에 밑줄을 긋고, 기사가 나기 전의 앞과 뒷이야기를 이렇게 저렇게 혼자 만들어 봐요. 그러면서 평소 관심 있던 분야가 기사화 됐을 때, 소설을 써볼까, 생각하곤 해요.

 

Q12. 2012년 신춘문예에 등단하실 때 소설을 열심히 쓰셨고 시간이 지나 불과 일 년 전에, 소설에 마음을 쏟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사이의 시간이 아주 짧다고는 할 수 없는데, 계속해서 작가님이 소설을 쓰게끔 하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A12. 질문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서 써야겠네요. 저는 직장생활을 굉장히 오래했어요. 졸업 후 시작한 직장생활을 일 년 전까지 계속 했으니 꽤 오래 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 사이사이 소설을 쓰긴 했지만, 문우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어요. 어찌어찌 글 쓰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보면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외톨이였어요. 그래서 나와 소설은 맞지 않나 보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면서 다시 직장에 충실하고. 그런데 또 소설은 혼자 쓰고 있고. 이런 생활이 반복이었어요. 그러다 일 년 전, 더 늦기 전에 소설을 꾸준히 써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여전히 작가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어요. 지금은 그게 더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죠.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소설을 쓰게끔 하는 이유소설 쓰는 일이 제가 해 본 일 중 가장 평화롭다고 해야 할까요.

 

Q13. 책이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보니 사람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네요.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책을 보니 떠오른 생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일상을 평범하게 보냈었던 사람들도 힘들어하는데, 코로나19 이전에 하루가 고단했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A13. 저는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아닌, 어려움을 겪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주변을 돌아보세요.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답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의 말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견딜 수밖에요. 그리고 모두 견뎌내고 있을 거예요.

 

Q14.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의 향후 작품 계획을 살짝 들어보고 싶네요. 계획하셨거나 쓰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나요?

A14. 100세를 한 해 앞둔 한 노인의 이야기와 청소년보호시설인 중장기쉼터에 살고 있는 남학생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요. 두 편 모두 단편이구요. 장편은 청소년 소설을 구상 중이에요.

 

 

 

질문에 대한 답은 끝났지만 가님이 부록처럼 인터뷰 소감도 함께 보내주셨답니다!

 

질문에 답하면서

질문에 답하는 동안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공식적인 글로, 공식적인 정리를 했다고 할까요.

언덕 위의 집이 기억에 남았다는 글도 제겐 또 힘이 됐어요. 고맙습니다.

(작가님에게 사진을 요청했던 것에) 제 방 창밖으로 보이는 감나무를 찍어서 보내요.

저 감나무와 많은 교감을 하죠. 새도 많이 날아오고요.

그리고, 조카가 만들어준 사람들 엽서의 이미지도 도움이 될까, 보내요.

우편함은 저희 집 우편함이에요.

제가 저에게 소설가의 집이라고 수줍게 붙여줬어요.

그럼, 제 감사함을 언젠가 전할 날이 있겠지요.

그날을 기약하며.

 

 

그렇게 받은 엽서 사진!

너무 예쁘지 않나요?

 

처음에는 대면 인터뷰가 아니라서 소통하는 데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글로 대화하다 보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신경 쓰며 적게 돼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덕분에 신중하고 진솔한 인터뷰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신 작가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에 넘쳐나는 게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사람들을 봐야함을 말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사람들』 황경란 작가님과의 인터뷰였습니다! 

 

 

사람들 - 10점
황경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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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7.15 14: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이 감나무를 보내주셨군요. 엽서도 완전 이뻐요! 실제로 제작하고 싶은 마음이 막 드네요^^ 따뜻한 인터뷰 잘 읽었어요. 두 분의 대화를 엿보는 느낌이 들어 더 두근거리면서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롭게 근무하게 된 인턴 이승은입니다

2020년의 절반을 지나고 도착한 7월, 다들 만끽하고 계시는가요?

아마 코로나 때문에 집 밖을 나가지도 못하고 더위와 전쟁을 펼치고 계실 텐데요,

그래서 이번에 저희가 더위를 날려버릴(!) 청량한 북 콘서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 너는 나다 시리즈로,

이창우 작가님께서 쓰신 책인데요!

1부 '전태일 분신에서 민주노총 창립까지'와 2부'민주노동당의 시대'로 나누어져

한국 노동 운동 역사 흐름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책이에요.

 

 

'역사' '노동', 그리고 '진보'

키워드만 들으셨을 땐 너무 무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실 거에요.

괜찮아요! 이 책은 그냥 편하게 읽으시면 된답니다!

단순한 역사의 나열이 아닌 당시를 직접 경험한 당사자의 시각을 통해

마치 이야기하듯 다루고 있으니까요

과거에 대한 반성,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겸비한 이 책은

그야말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랍니다!

(1부가 너무 어려우시면 2부부터 읽으셔도 괜찮아요!)

 

△ 사람들이 모여드는 활기 넘치는 부산역! :)

행사는 7월 3일 늦은 7시,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진행되었어요.

많은 분이 더위를 뚫고 북 콘서트를 찾아주셨답니다!

 

△ 소장 욕구 뿜뿜! 예쁜 그림 카드도 있어요!

행사장에 오신 분들께는 이창우 작가님이 직접! 그리신 카드도 나눠드렸어요.

그림이 미려하고 예쁜 데다, 내포된 의미가 많은 그림이라

더욱더 그 가치를 발휘하는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열심히 포장하며 행사를 거들었답니다! 으쓱!)

 

예쁜 그림들은 책 속에도 있으니, 읽다가 잠깐 쉬어갈 때

감상하고 가세요~

 

△ 한 권 한 권 책에 소중한 사인을 남겨주시는 작가님!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발열 체크, 손 소독, 문진작성까지 행사는 철두철미하게!

행사에 오신 분들도 모두 마스크를 꼭꼭 착용하시고 와주셔서 안전하게 진행될 수 있었어요.

코로나는 이렇게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나가는 거겠죠?

 

김은아, 하미자 듀엣

동아대 원동욱 교수님, 김용우 선생님(박종철 합창단)

행사는 총 1부 기억 콘서트와 2부 저자와의 대화로 나뉘었는데,

1부 기억 콘서트에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 '나의 노래'를 듣게 되어 반가웠어요. ㅎㅎ

이후에는

 정의당 부산시당 현정길 위원장님

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님

노회찬재단 김형탁 사무총장님

박종철 합창단 김정곤 단장님

네 분께서 축사해주셨답니다.

 

따뜻한 마음에 담긴 축사로 인해

뜨거운 여름 열기가 어느새 지나간 봄처럼 상쾌해진 것 같았어요.

 

△ 작가님과의 만남!

2부는 행사의 꽃!

우한기 정의당부산시당 정책위원장님, 손나영 정의당부산시당 청년위원장님의

사회를 필두로 작가님과의 만남이 진행되었어요.

작가님께서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부터 독자들에게 당부하는 말까지,

다양한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조금만 살펴보도록 할까요?

 

Q. 책을 집필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그에 관한 글을 써 줄 것을 요청받아 쓰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전태일이 살아있었다면 진보정당에서 활동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현재 코로나 시국 속에서 연결된 우리의 모습처럼,

그러한 미래를 꿈꾸며 '다 함께 살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활동하셨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젊은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담긴 책입니다.

 

Q. 1부는 구어체로 되어있는데도 문어체인 2부보다 내용이 무거운데요.

그 이유가 따로 있나요?

A. 저는 평소에 저희 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처럼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자

구어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1부는 70년대의 이야기인데 저는 80년대에 대학을 갔거든요.

그렇다보니 제 경험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접한 이야기와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었고 아무래도 제 경험의 세계를 뛰어넘다보니

신중하게 써야만 해서 분위기가 무거워진 듯합니다.

 

Q. 청년 이창우가 노동 운동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A. 1980년, 대학에 들어가서 전태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세상이 거꾸로 뒤집혀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몸에 불을 붙여 자살을 할 수 있나요.

며칠 동안 그 생각이 저를 괴롭히더군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은 무겁고 힘들지만, 그래도 알았으니

무언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보니 노동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행사는 작가님의 미소처럼 훈훈~하게 진행되었어요!

가끔 뉴스를 틀면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화면을 메워요.

그러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마음도 아파지고,

또 어떻게 해야 더 이상 그러한 일이 없을까? 하는 고민도 많았었는데

책과 북 콘서트를 통해 제 고민이 조금은 해결된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고민이 늘기도 했지만요…!)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알려주신

 필 독 포 인 트

를 전해드리고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Q. 가장 쓰기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요?

A. 노회찬 의원님의 죽음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Q. 반대로, 가장 즐겁게 쓰셨던 장면은요?

A.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였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을 말씀해주세요.

A. 단순히 제 의견을 전하는 것이 아닌, 제 스스로 했던 많은 고민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하여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더운 여름, 함께 이창우 작가님의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를 읽으며

더위를 날려보는 건 어떤가요?

한국 노동 역사의 흐름,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Posted by 이승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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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역에서 삶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월간 토마토」



부산으로 진학을 했지만, 사실 제 고향은 대전인데요. 

오늘은 반가운 잡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공감만세에서 13년 째 발행하고 있는 「월간 토마토」입니다.

수원에는 「수원골목잡지 사이다」가, 전라도에는 「전라도닷컴」이 있는 것처럼, 대전에는 「월간 토마토」가 있답니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도서관에 가면 상큼한 제호에 끌려 몇 번 뒤적거리곤 했었는데 꽤 놀랐던 기억이 나요.

여타 잡지에선 볼 수 없는 대전 이야기로 꽉 차 있었거든요.

인터뷰는 대전 사람을 다루고, 칼럼은 대전의 이슈를 다루고, 피처는 대전의 동네를 소개하고! 어떤 기사든 대전 이야기로 모아진다는 게 그때의 저에겐 참 신기한 일이었어요. 

그동안은 무슨 매체를 펼치든 서울 사람과 서울 명소와 서울의 삶밖에 볼 수 없었거든요. 마치 세상에 서울만 있는 것처럼요. 사정이 그렇다보니 모두가 인서울을 외치는 것도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죠.

그런데 「월간 토마토」는 아무렇지 않은듯 대전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요. 

우리는 서울 밖에 사는데 왜 서울의 이야기밖에 들을 수 없었을까? 월간 토마토는 그런 질문을 처음 만들어준 잡지였습니다. 

 


그 후로 많은 세월이 흘러, 부산에서 다시 만난 월간 토마토! 

예전에 봤던 토마토와는 제책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네요.

편집장 편지를 읽어보니, 삼 개월 동안 여러가지를 정비하고 리뉴얼해서 돌아왔대요. 

「월간 토마토」는 상자에 담아 배송이 되는데요,  꼭 과일박스가 연상되기도 하고.. 

많은 고민은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이번에 읽게된 154호와 155호는 <대전인쇄특화거리>와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이 주제였어요. 

대전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쇄특화거리는 가볼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집에 올라가면서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새롭게 관심이 가게 된 분야가 있다면 바로 인쇄인데요. 저는 주로 편집부에서 관련 업무를 했지만, 표지와 내지 디자인을 거쳐 책이 제작되어 나오는 장면들을 바로 옆에서 겪다보니 인쇄와 제본 방식에도 관심이 생기네요 ㅎㅎ 

책은 언제부터 책이 되는 걸까요? 

한글이나 워드 파일부터? 조판부터? 인디자인 파일을 출력해서 묶었을 때부터? 인쇄소에서 제본이 완료되었을 때부터? 

요즘에는 실과 본드를 빼고 낱장으로 된 책도 만들어지던데,(쪽프레스)

인쇄특화거리가 스러져가고, 꼭 추억속의 풍경이 되어가는 요즘

'책의 꼴'이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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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20.06.26 11: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사님의 마지막 포스팅 잘 읽었어요~ 고향인 대전에서 만들어지는 '월간 토마토'라 더욱 뜻깊었을 것 같네요.
    잡지만이 가진 독특한 감성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죠 :)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행사가 취소 되었던 2020년 상반기.. 

덕분에 사무실에서 책 읽고 서평만 쓰다가, 

인턴 기간 끝물이 되어서 드디어 외부 행사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바로 어제 오후 3시에 부산 시민도서관에서 진행되었던 

2020 원북원부산 북콘서트 입니다.


벌써 17년째를 맞고 있는 원북원부산 운동!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행사도 최소인원 (40명)만 모집받아 진행되었습니다.


모집 6분 만에 서버가 다운되어 버리는 바람에

제가 엄청 가슴을 졸였었는데요... 

다행히 선착순 마흔 명 안에 들어서, 참가티켓을 쟁취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의 뒷모습..)


목적지는 진구에 위치한 부산시민도서관!

지하철과 택시를 갈아타며 행사에 늦지 않게 달려갔습니다.




입장부터 손소독, 발열체크, 문진작성까지.. 

실내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지그재그로 착석했습니다.



참석인원 전원에게 선물을 쥐어주셨는데요, 

원북원 선정 도서 3권 중 1권, 물, 볼펜, 그리고 강다니엘 앨범(ㅋㅋ)이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받았어요.  나래 편집자님, 같이 읽어요!! 



올해의 원북원 선정도서 3종입니다!

산지니가 만든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일반 부문에 선정되었어요.

저자 이국환 교수님께서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주신 상이라 더 기뻤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원북 운영위원장이신 구모룡 교수님.. 반가워서 한컷.. ㅎ 

(책에서 자주 뵙다보니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인데도 내적 친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2부는 원북원 선정 도서 작가 세 분과의 북토크로 이루어졌어요.


코로나19, 언택트 시대라고들 하지만 책과의 접촉은 여전하다며 코로나가 앗아갈 수 없는 낭만이 있다는 이국환 교수님 말씀에 고개를 몇차례 주억거렸습니다. 

저도 책장을 넘길때 만지게 되는 종이의 촉감에서 곧잘 낭만을 느끼거든요.

교수님은 코로나 덕분에 옛날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며 

앙리 르페브르의 『현대세계의 일상성』을 언급하셨는데요, 

 일상을 그리워하지만 사실 우리는 일상을 잃어버린 게 아니라 

새로운 일상을 만난 것이라는 말씀도 전하셨어요. 




북토크 열기가 뜨거워서 예정된 시간을 한참 넘겨서야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여러모로, 원북원부산 운동이 지역공동체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가고 싶어요! 



선량한 차별주의자 - 10점
김지혜 지음/창비
우리 동네에 혹등고래가 산다 - 10점
이혜령 지음, 전명진 그림/잇츠북


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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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20.06.11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빈 씨 덕분에 현장에 다녀온 듯하네요^^
    코로나가 앗아갈 수 없는 종이책의 낭만에 대해 저도 공감합니다~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6.11 1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빈 박사님 덕분에 저도 현장에 다녀온 듯해요. 아주아주 생생하네요. 새로운 일상을 만난다는 말이 저는 공감가네요^^

조국의 산천도 고발하고 푸른 별도 증언한다.

밤의 눈』과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를 읽고


인턴 최예빈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속에 등장하는, 5월의 광주에 바치는 레퀴엠이다. 국민보도연맹(국민보호지도연맹, 약칭 보련) 학살과 유해발굴을 다룬 책을 읽는데, 어쩐지 이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을 돌았다.

통과의례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던 아널드 반 제넵에 따르면, 인간사회가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인 장례1. 기존 지위에서의 분리 2. 리미날 기간(liminal period) 3. 재통합 이라는 삼분 구조로 되어있다. 제넵은 특히 이 의례구조에서 리미날 기간을 강조했다. 리미날 기간은 산 자와 죽은 자 모두 새로운 지위로 진입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도기 상태로서, 수많은 금기를 지키고 의례를 수행해야 극복이 가능하다. , 리미날 기간을 통해 산 자는 죽은 자를 위한 의례의 의무로부터 벗어나게 되며, 망자는 사령 상태에서 조상의 지위를 획득하여 마침내 죽은 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비정상적 죽음(uncommon death)’은 갑작스레 들이닥치고, 이 리미날 기간을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적절한 의례의 기회를 빼앗는다. 죽은 자와 산 자 모두 새로운 지위를 부여받지 못해 산 자는 죽은 자에 대한 의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자 또한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지 못한 채 구천을 떠돌게 된다. 그러니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는 한강의 문장은 한낱 비유나 과장이 아닌, 정확하게 폐부를 찌르는 진실이다.

 

반공을 제일의 국시로 삼아왔던 한국사회에 비정상적 죽음은 너무 잦게 찾아왔고, 이런 역사는 달마다 한반도 곳곳에서 떼제사를 지내게 했다. 4월에 제주43, 5월에 광주518이 있다면 6월에는 한국전쟁 기념일이 있다. 올해는 육이오 전쟁 70주년이자, 우리가 휴전’ 70년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되는 해다.

 


밤의 눈은 한국전쟁 때 자행됐던 보도연맹 학살을 다룬 소설이다. 보도연맹이란 이승만 정부가 좌익인사 관리를 목적으로 조직한 단체로 한국전쟁 발발 1년 전에 만들어졌다. 표면적으로는 좌익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전향시키고 보호하며 인도한다는 취지로 결성되었으나, 지역별 할당을 채우기 위해 고무신이나 쌀 등으로 일반인들의 가입을 무차별적으로 유도하는 일도 많았다. 보도연맹을 운영하는 국가의 논리는 상당히 이중적이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보도연맹 가입자 수가 많은 지역일수록 애국심이 뛰어난 지역이라는 평가를 내리는 등 전향에 커다란 무게를 두었지만, 전쟁이 터진 후에는 보도연맹 가입자=빨갱이 전적자 라는 도식만 남기고 전향에 부여했던 가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뒤 즉결처분을 내린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해도, 정부 주도로 만든 반공단체에 가입한 민간인을 대량 학살하는 것은 국가의 존재 이유(그리고 전쟁의 이유)를 되묻게 만드는 모순적인 행위다.


 


전쟁에 승패가 있다면, 그 승리는 특정하게 지칭할 수 있는 어떤 사람들이나 국가가 아닌 개념적 국가와 민족의 몫이다. 국가는 전장에서 희생된 개인을 열사로 추앙함으로써 안보와 호국을 강조하고 국가성을 강화한다. 반면, 전쟁 중에 수행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국가에 전자와 같은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에 위령 될 수 없는 원혼이 된다. 남겨진 산 자들에게는 오직 침묵과 망각만이 강요된다. 이렇게 패배는 구체적, 물적으로 존재하는 인간 개인 모두에게 돌아간다. (우리가 만약 승전국국민일지라도, 전쟁 이후 인간으로서의 우리에겐 오직 패배만이 남는다.)

 

"내 말은 육이오 때 죽은 사람도 구분이 있어야 한다, 그 말이다! 보도연맹에 가입했다 억울하게 죽었다고 사일구 뒤에 외고 편 놈들, 그때 군인이나 경찰 나가 죽은 유가족들 심정 생각이나 해 봤나? 얼마 전에 우리 시장 안에 그때 설친 자가 있다는 소리 듣고 사일구 뒤가 생각나는 거라. 오일육 아니었으몬 빨갱이들이 나라 말아먹었을지도 몰라! 대한민국 국민이몬 다 같은 국민인 줄 아나? 부산 시내 다쫓겨다니다 어데 수정시장에 나타나 까불고 있어!"

밤의 눈p.345

 

국가폭력과 유해발굴의 사회문화사에서 저자 노용석은 비정상적 죽음을 정상적 죽음으로 되돌리는 유해발굴과 의례 작업 과정에서 꼭 다루어야 할 문제로 죽음의 위계화를 꼽는다. 국가적 차원에서 죽음의 위계화는 사회적 죽음에 해당 되는 죽음을 취사선택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군경의 죽음 vs 민간인의 죽음) 그래서 민간인 피학살자에 대한 사회적 기념 또한 이러한 구조에 몸을 맞춰 이뤄지곤 한다. 유족회의 위령제나 각종 행사에서 과도하게 태극기를 노출하고 애국가를 열창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추모 대상인 희생자들이 순수한 양민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다. (‘가짜 빨갱이의 죽음’ vs ‘진짜 빨갱이의 죽음’) 민간인 학살 추모와 공동체적 기억의 복원이 이런 식으로 흘러선 안된다. 죽음의 위계화는 빨갱이 만들기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흐리고 국가주의에 다시 복무하며, 최종적으로는 학살의 원흉이 되었던 이데올로기를 방치하고 승인한다.

 


밤의 눈후기에 조갑상 작가는 힘든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소설 속 인물로 다시 태어나 세상과 만났다고 썼다. 영혼에게 무당의 입을 빌려주어 자신의 한을 토로하게 한 뒤, 그를 이승과 무사히 작고하게 도와주는 천도재처럼, 문학은 이렇게 하나의 위령제 역할을 한다. 그들이 따뜻한 가슴을 지닌 독자들을 많이 만나 위로받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람을 읽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을 충분히 위로했을까? 우리 사회는 리미날 기간을 제대로 통과하고 있을까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르고, 엄결한 반공주의를 기치로 지켜낸 세상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점칠된 바로 지금이라면. 밤의 눈은 여전히 모든 것을 보고 있다.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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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20.06.10 0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개의 책을 이렇게 연결하여 보니 새롭네요. 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글이었어요. 좋은 서평 잘 읽었어요:)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이 결단을 두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망설이고 괴로워했던가? 지금 이 시각 완전에 가까운 결단을 내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고 가마.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전태일


지금으로부터 50년전, 그러니까 '시다'들이 하루에 16시간을 일하고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아야 했던 시절, 그러고도 한 달에 딱 이틀을 쉴 수 있었던 시절,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 외치며 스스로의 몸을 태웠던 사람이 있다. 이제는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11개 출판사가 기획한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산지니에서 펴낸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는 진보정치인이자 시사만평가인 이창우 작가가 진보주의적 관점으로 한국의 현대정치사를 조망해낸 책이다.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책은 현 시대의 20대 독자를 청자로 두고 가상의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전태일의 삶과 죽음을 접한 후, 그 이전과 같은 삶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다고 말한다. 전태일의 분신은 '앎과 함의 일치'라는 실존적 고민을 깊숙이 심으며, 당대 젊은이들에게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일으키는 계기였다.

'앎과 함의 일치'는 노동운동의 판을 뒤바꿨다. 70년대 활동가들이 외부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펼쳤다면, 전태일 분신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80년대 활동가들은 아예 현장으로 들어가 '존재를 이전'하며 노동자를 직접 조직하는, 이른바 '학출'의 방식으로 활동했다. 

이제는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 또한 이 '위장취업' 첫 세대로, 85년 구로동맹파업을 이끌며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초석을 닦았다. 




박정희체제는 노동자를 힘써 일하라는 의미의 '근로자'로 고쳐 부르고, 농촌에서 허리가 휘게 일하는 농민은 '농군'이라는 전체주의적 군사용어로 연병장에 도열시키듯 동원했고, 그 자식인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또 '산업전사'라고 불렀으며 공장에는 '회사 일을 내 일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는 표어를 붙여 가부장주의적 자본주의체제로 노동을 통제했지. 

p.19



산업화 시대, 국가는 가부장주의적 유교논리를 사회 전체로 확장시켜 국가주의를 견고히 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국민 개인의 권리보다 조국의 근대화를 우선했기에, 기업의 생산력 향상 앞에서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은 얼마든지 등한시 되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노동자―특히 여공은 이중적으로 다뤄졌다. 필요할 때는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하는 '산업전사'로 명명하여 무성화시킴으로써 높은 노동 강도를 방치했지만, 다시 '여성의 노동'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어 저임금을 합리화했다.(이는 유동우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재단사로 일할 수 있었던 남성과 '시다' 여성의 처우는 크게 달랐다) 여성의 임금은 생계보조적인 임금이며, 여성의 노동력은 남성의 그것보다 상대적으로 열등하다는 유교적 관념의 산물이 아니었을까. 

내게 처음 강렬히 각인되었던 '노동운동'은, 다큐멘터리 <밥꽃양>으로 접하게 된 현차노조 여성노동자들의 모습이다. 그동안 노동운동은 빨간 띠를 이마에 질끈 동여맨 아저씨들의 이미지로만 재현되었기에, 여성노동자들이 궐기하는 풍경이 내겐 너무 충격적이고 낯설게만 보였다. 하지만 사실, 내가 몰랐을뿐이지 한국의 노동운동은 동일방직투쟁 등 섬유업에 종사하던 여성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태동했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를 읽으며, (여성에서 남성으로의)노동운동 주체 변화는 구로동맹파업에서 노동자대투쟁으로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일어났겠구나 하는 짐작을 해본다. 나는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이 지나치게 가까이 닿아있었던 것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민주화담론에 기초한 노동사 해석은 노동운동을 무모순의 '신화'로 만든다) 저자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물흐르듯 이어진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왜 이렇게 됐을까"에 대한 의문이 풀리게 된다. 




책은 전태일 분신으로 시작된 이야기를 박정희 유신정권, 광주항쟁, 전두환 신군부 출현, 전노협 건설 등으로 이어가며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줄기에 정확하게 도착한다. 교과서로 알음알음 접했던 굵직한 사건들을 한 줄기에 올려놓고, <노동의 정치>라는 명료한 관점으로 역사를 재편한다.  

2부부터는 민주노동당 창당 등 진보정당 이야기를 중심으로 조금 더 세밀한 한국 현대정치사를 들려주는데, 이 부분이 흥미롭다. 87년 체제, 비례대표 제도변천사, 정치스타 노무현의 등장, 결선투표제, 정몽준의 노무현 지지철회, 전략투표와 소신투표의 딜레마, 노무현 정권의 이라크 파병문제, 이석기 내란음모와 통진당 해산, 가깝게는 세월호와 박근혜 탄핵, 그리고 노회찬의 죽음까지 ... 뉴스를 보며 궁금했던 용어와 사건의 배경들이 연결되어 펼쳐진다. 


심상정은 진보정당이 '진보적이지만 정치적이지 못하면 정당으로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이때 정치적이란 말은 자신의 신념을 고백하는 것을 넘어 결과물을 성과있게 만들어 내는 능력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는 막스베버가 말한 '신념윤리'를 바탕으로 하되, '책임윤리'를 자각한 정치인의 자질이었다. 


정치는 선한 의도가 아니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한다. 전태일 50주기, 얼마전 광주에서는 청년 노동자가 파쇄기에 몸이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정의당은 '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87년생 장혜영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진보정당과 진보정치의 역사는 또 어떻게 흘러갈까. "정의당이 문제 제기 정당이 아니라 문제 해결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이혁재 세종시당위원장의 말에는 뼈가 있다.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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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오월이 왔다

소설 『1980』과 <전라도닷컴>

_인턴 최예빈



 "사람들하고 같이 있을 때문 놈(남)이 우슨께 기양 따라 웃어요. 재미지게 웃어싼 사람 보문 뭣 때문에 웃으까 속으로 그래져요. 나는 웃음이 어디로 가불었어. 웃어도 헛웃음이여요. 오월이 오문 마음이 더 슬프고 질(길)에 가도 아들 또래만 눈에 들어오고..."

<전라도닷컴> 217호, "놈이 가슴 아픈 일 저끄문 꼭 이녁일 같단 말이요" 中



민주화 주간인가보다. 『어느 돌멩이의 외침』을 시작으로, 대표님께 자꾸 이런 책을 받는다. 달력을 보니 수긍이 간다. 오월이니까. 가정의 달이라는 5월에, 가족을 잃은 사람이 많다.


노재열 작가의 『1980』을 읽었다. 

소설은 1980년을 전후한 1년여의 이야기를 부산의 시점으로 다루고 있다. 1980년은 광주에서 5.18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해다. 저자는 그보다 한 해 앞선 1979년에 부마항쟁을 이끌었다는 죄목으로 경찰에게 쫓기다 수감되었다. 그는 전두환군사정권 8년 동안 수차례 감옥을 들락거리며 사회운동에 힘썼던 사람으로, 현재는 부산에서 노동상담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1980』이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겠다. 소설은 15P영창에서 주인공 정우가 얼차려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그가 수감된 전말과 그 전후 상황을 상세히 들려주며 근현대사의 질곡을 묘사해간다. 

작가의 분신으로 이해되는 주인공 '정우'는 독재정권 치하에서 대학 내 지하서클에 가담중이던 '뼛속까지 운동권' 학생이다. 서클 내에서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아끼던 후배를 퇴출시킬 만큼 그에게는 오직 "민중"뿐이다. 


'이 엄혹한 시대에 연애 따위를 할 여유가 어디 있느냐 혁명운동에 온몸을 다 바쳐도 모자라지 않느냐, 특히 남녀가 연애를 할 경우 정신이 흩트려지기 쉽다. 서로가 연애감정을 갖는 건 개인적 취향에 따른 것일 뿐, 인류평등의 사상이나 보편적인 인간애와는 동떨어진 부르주아적 관념이다.'

『1980』 中


정우의 이러한 인식은 2010년 후반대에 대학을 다닌 나를 왠지 민망스럽게 하는 구석이 있을정도로 엄중하고 진지하다. 먹고사니즘만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부유하는 대학에서, 이제 혁명이란 어디 먼나라 이야기 같기도, 영영 빼앗긴 단어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내가 1~2학년일 때는 술자리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사랑은 감미롭게, 투쟁은 치열하게, 아~ 미운 사람!" 

내가 별 생각 없이 주워다 불렀던, 먼 윗대 선배들로부터 내려왔다던 이 노래도 차츰 안부르게 된지 몇 년이 지났는데, 『1980』을 읽으면서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 예전에 대학생들은 투쟁을 했었다.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이 설 때 그것을 자신의 의식으로 정립하는 겨우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떠한 논리를 편다고 할지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동의를 얻어 내기가 어렵다. 경험이나 확신조차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도.

『1980』 中


사회모순과 자신의 문제의식을 대하는 정우의 태도는 매우 진지하다. '진지하다'의 뜻이 "마음 쓰는 태도나 행동 따위가 참되고 착실하다" 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는 정의감에 따라 행동하지만, 자신이 정의내리는 정의에 대한 질문 또한 계속해서 병행한다. 『1980』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이 소설은 불온한 역사의 탄압속 맡은바를 느끼며 민주화 운동을 펼쳐야 했던 대학생 정우의 투쟁기를 담은 '운동권 소설'이나, 다양한 인물을 통해 정우에게 지속적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줌으로써 사건을 좀더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무력투쟁으로 정권을 탈취하는 것만이 지름길이라며 행동주의를 강령으로 삼았던 영호,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착란을 겪으며 예수를 자임했던 정군, 맞아죽을 바에야 스스로 모가지를 따야한다며 자살한 반장 번개까지 차례차례 정우에게 방향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꽃은 봄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고, 심지어 추운 겨울에도 꽁꽁 언 땅을 비집고 눈 속에서도 피어난다. 그러므로 꽃피는 봄이 봄이라면 사계절이 모두 봄이어야 했다.

그렇다면 봄은 무엇일까? 유난히 봄에 꽃이 많이 피어서 꽃피는 봄이 되는 것인가? 그리고 또다른 봄, 꽃피는 봄이 아닌 때에도 꽃이 피는 것은 왜일까? 그 봄을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먼 날들이기 때문일까? 그 기다림이 다하기도 전에 꽃들이 전부 죽어 버릴까봐, 다른 계절에 몇 송이 꽃이라 할지라도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그 꽃이 민중이라면 민중의 봄을 기다리고자 한다면 그 민중으로 다가가는 억울한 자들이 계절의 꽃이 되는 것인가? 그러므로 꽃피는 봄은 소외된 자의 봄을 딛고 억울하게 갇혀 잊힌 자들의 봄을 딛고 꽃이 만발하는 것인가? 

『1980』 中



소설은 정우가 10.16부마민주항쟁, 박정희의 죽음, 전두환의 취임을 연이어 목격하면서 스스로 '도망자' 생활을 끝내고 '탈주'하기를 선택하면서 끝낸다. 이어질 1980년 5월의 열기를 암시하며.


1979년 10월 소설 속 정우가 이끌었던 부마민주항쟁이 있은지 바로 다음해, 광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다. 5.18은 갑자기 단독으로 튀어나온 것이 아닌 10.16의 연결선상에 존재한다. 부산과 광주의 이 경험들이 각각의 독립된 사건처럼 이해된다면 그 끝은 또다시 지역감정(이라고 쓰이지만 사실은 일방적인 전라도 혐오)으로 수렴되고 말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전두환 군사쿠데타세력은 1980년 5월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이기 7개월 전에, 이미 부산시민을 폭도로 몰아붙였다. 1979년 10월 부산시민의 투쟁과 1980년 5월 광주시민의 투쟁은 연속선상에 있었다. 그 7개월이라는 시간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것이었고, 그 속에서 진행되었던 민중들의 투쟁은 점점 커져가는 폭압에 맞서 자신들의 투쟁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었다. 

『1980』 中


이렇게 연결지점을 찾고, 지속해서 공통의 이야기를, 역사를 일궈내는 일이야말로 날조된 지역감정 복원에 일조한다.


부산의 이야기, 『1980』을 읽고 전라도 지역잡지인 월간 <전라도닷컴>을 들춰봤다. 40돌을 맞은 5.18을 특집으로 한 기획기사들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슬픔은, 말로 옮겨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면, 참을 수 있다."


살아남은 자의 가장 중한 역할이란 죽은자들에 대한 기억을 망각으로부터 지켜 내는 일이라고 했다. 오월은 매년 오고, "남이 가슴 아픈 일을 겪으면 꼭 이쪽 일 같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마음을 다잡는다. 남의 슬픔까지도 껴안는 사랑은 감미롭고, 투쟁은 언제까지나 치열해야 한다. 


 

주소인 양 담담히 "우리 아들은 3묘지 66번이요"라고 묘역 번호를 말하는 어매.

"보고자플 때마다 가요. 부상자 친구들이 조르라니 묘가 있어요. 아들 친구들도 다 보고 와요."

수많은 주검들이 여전히 서늘하고 처연하게 오월을 증언하는 망월동 묘지. 그럼에도 한편에선 오월을 둘러싼 왜곡과 폄훼가 극악하다.

"지만원 같은 사람들은 오일팔을 북한에서 넘어온 군인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거짓말을 해쌓고 또 어떤 사람들은 오일팔을 자그마니 우려묵으라고도 하고...."

남의 아픔을 헤집고 진실을 조롱하는 자들 너머 자신이 고통을 딛고 남의 슬픔을 껴안는 사람들이 있다.

"놈이 가심 아픈 일 저끄문 꼭 이녁일 같단 말이요. 세월호 사고로 죽은 아그들도 짠하고 부모도 짠하고. 팽목에도 가보고 그 부모들도 만났어요. 우리가 그 부모들 나이 때였어요. 우리 애기들 갈 때가."


<전라도닷컴> 217호, "놈이 가슴 아픈 일 저끄문 꼭 이녁일 같단 말이요" 中



1980 - 10점
노재열 지음/산지니

다시 시월 1979 - 10점
10·16부마항쟁연구소 엮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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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세상이 바뀐다 

월간 「작은책」



인턴 최예빈

월간 <작은책>25주년을 맞았다. <작은책>은 노동자 생활문예집이라는 정체성을 품고, 199551일 노동절을 맞아 발간을 시작한 잡지다. ‘작은책이라는 이름답게, 한뼘 정도 되는 자그마한 크기로 노동자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짧은 글들을 충실히 싣고 있다.

이번 호에는 발행 25주년을 맞아 "요즘 뭐 해 먹고삽니까?" 라는 질문을 화두로 엮은 특집이 실려있다. 서점 주인, 독립영화감독, 건설 현장 노동자, 어린이집 교사, 만화가 등 '일'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코로나 19사태로 바뀐 일하는 풍경이 일견 새롭긴하지만, 사실 '버티면서 먹고 산다'는 점에는 코로나 전이나 후나 별 다름이 없어보인다. 이러나저러나, 전염병이 창궐하나 마나, 우리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실이다. 밥해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뭐 해 먹고 사냐"는 작은책의 질문은 단출하지만 사실 무겁고 진지한 물음이기도 하다. 그 질문은 당신은 무얼 먹고(밥해 먹고?) 사냐는 게 아니라, 당신은 무엇으로 먹고 사는지에 대한 물음이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저마다 자기가 어떤 '일'로써 생계를 잇고 있는지, 어떤 연유로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한어떤 사람은 유학을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일하며, 어떤 사람은 은퇴 후 꼭 일할 필요가 없는데도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일한다고 한다. 노동은 살림을 꾸리는 밑천이기도 하나, 누군가에겐 삶의 밑천이기도 하다. 그런가하면 어떤 사람은 누적된 노동에도 도무지 나아지질 않는 형편에 대해 질문하고, 어떤 사람은 지면 위에 '과로'사망을 꺼내며 노동환경을 지탄하기도 한다. 이 작은책에 사는 이야기가 다 담겼다. 

그러니까, "요즘 뭐 해 먹고 사냐"는 질문은, 어쩌면 톨스토이적부터 내려온 계보를 잇는 질문(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을 요즘 식으로 달리 말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작은책 발행인이 된 안건모는 원래 작은책의 오랜 독자다.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재직하던 시절 처음 썼던 노동수기가 시작이 되어, '시내버스를 정년까지'라는 글로 1997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지금껏 글쓰는 사람으로 살아오고 있다. 23년전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던 그가, 이제는 잡지 발행인이 되어 뒷면에 "전태일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 너는 나다"를 홍보한다. 

그가 낸 책들을 몇 권 읽으며, 안건모는 '사는 일'이 곧 책이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싸움의 품격을 읽으니 그가 왜 작은책을 이다지도 열심히 짓는지 여실히 알수 있었다. 


글과 일과 책과 삶! 

오늘은 이 단어들이 전부 한 글자라는 점이, 서로의 기원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고 써본다. 




한겨레 기사 바로가기 "작은책이지만 한국 노동자들의 커다란 역사 담았죠"






싸움의 품격 - 10점
안건모 지음/해피북미디어

삐딱한 책읽기 - 10점
안건모 지음/산지니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10점
이창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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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eace21 2020.05.13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과 일을 되돌아 봄, 글과 책을 들여다 봄...
    짧은 봄을 아쉬워 하며 한 글자 보태봄!
    그리고, 작지만 큰 책에 관한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당신이 곧 나이기 때문에

어느 돌멩이의 외침


인턴 최예빈 


어느 때 한 시절을 풍미하는 책들은 자연히 시대정신과 그 배경을 담기 마련이다.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잉게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제각각 장르도, 결도, 국가도 다르지만 내게는 모두 한국의 7-80년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해주는 책들이다. 이제 여기에 한 권이 더해진다. 바로 유동우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다.

이 책의 이름을 처음 알게된 것은 학부 때(졸업을 못했으니 지금도 학부지만) 한창 교지를 만들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세기 후반 이념전쟁을 그대로 거쳤던 대학잡지는 재밌는 구석이 많았다. 재고로 쌓여있던 90년대 출간 교지들을 읽어보면 NL이니 PD, 지금의 대학생으로선 뜻모를 단어들이 가득했다. (표지에는 빨간색으로 극우반동분자구독금지딱지가 붙어있었으니, 말다했다.)

그때 그 낡은 교지를 펼쳤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다.


그렇게 외워둔 제목을 3년이 지나 산지니 인턴을 하면서 다시 마주쳤다.


 

유동우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노동문학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한때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였던 이 책은 당시 공안에게 금서 처분을 당하면서 대화출판사, 청년사 등 출판사를 달리하여 출간되었다가 정지되기를 반복하는 수난을 겪었다. 90년대 초 청년사 판본을 마지막으로 유통되지 않았던 <어느 돌멩이의 외침>은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기획된 공동출판프로젝트 '너는 나다'를 통해 다시 세상에 나왔다. 


저자 유동우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공장노동을 시작한다. 70년대 노동환경은 열악하기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