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228건

  1. 2020.01.23 [저자와의 인터뷰]『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의 저자 정우련 작가
  2. 2020.01.22 [저자와의 인터뷰]『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김민주작가님 (1)
  3. 2020.01.21 [독서토론] 목표를 향한 그의 열정,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를 읽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2)
  4. 2020.01.20 [저자와의 인터뷰]『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의 저자 이국환 교수님 인터뷰 (3)
  5. 2020.01.20 [저자와의 인터뷰] 이 시대의 진정한 가치를 묻다 『실금 하나』정정화 작가 인터뷰 (2)
  6. 2020.01.17 [저자와의 인터뷰] 『골목상인 분투기』의 이정식 저자님 인터뷰 (2)
  7. 2020.01.09 [서평] 『골목상인 분투기』 오늘도 행복한 자영업자를 꿈꾸다 (2)
  8. 2020.01.09 김민주 작가의 에세이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를 읽고 (2)
  9. 2020.01.09 [서평] 끓는점에 놓인 통증과 마주하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2)
  10. 2020.01.09 [서평] 위선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 『실금 하나』 (2)
  11. 2020.01.09 [서평] 작지만 따뜻한 삶의 위안,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3)
  12. 2019.08.27 [저자와의 인터뷰]『마지막 감식』의 정광모 작가님 인터뷰
  13. 2019.08.21 [서평] 세계 속의 해양문화를 만나다,『해양사의 명장면』
  14. 2019.08.21 [서평] 저도 청년으로 쳐주나요, 『대학과 청년』
  15. 2019.08.14 지하도시 여행자를 만나다, 제6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톡 행사 후기
  16. 2019.07.31 [서평] 특별한 순간을 전하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1)
  17. 2019.07.30 [서평] 식사 잘 하셨어요?, 전혜연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1)
  18. 2019.07.24 [서평] 인도까지 이끈 마약같이 단 향기,『마살라』 (2)
  19. 2019.07.24 [저자와의 인터뷰]『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님 인터뷰 (2)
  20. 2019.07.23 [서평]택배 현장 속에서 너 나 우리를 위한 위로를 담다 『까대기』
  21. 2019.07.23 [저자와의 인터뷰] 천천히 쉬지 않고 쓴 『마살라』의 저자, 서성란 (2)
  22. 2019.07.15 [서평]사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그림 슬리퍼』 (1)
  23. 2019.07.15 [저자 인터뷰] 견디는 삶을 사는 자들을 위한 글. 『데린쿠유』의 안지숙 작가님 인터뷰. (2)
  24. 2019.07.15 [서평]『CEO 사회』우리가 알고 있던 CEO 사회, 그 익숙함에 의문을 던지다 (1)
  25. 2019.07.12 [서평] 부단한 오늘을 일어난 우리에게,『시로부터』 (1)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김다연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게 정우련 작가님의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서평과, 저자와의 만남 포스팅에 이어 인터뷰까지 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작가님은 자주 가신다는 광안리의 한 카페로 저를 초대해주셨는데요. 작가님이 애정하시는 곳에서의 인터뷰라 더 뜻깊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을 처음 뵙는 자리였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본 선생님처럼 친절히 대해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올리며, 정성가득한 정우련 작가님의 인터뷰 함께 보실까요? :D

 

Q. 작년 9월에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출간하셨는데요. 16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이라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습니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사실 너무 오랜만에 나온 소설집이다 보니까 책 내용은 뒷전이고 도대체 뭐 하느라 인제야 두 번째 소설집이냐, 하는 눈총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가 후기에서 책을 출간하는 데에만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말은 그런 반응들이 예상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때는 문학이 내게 사치가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져서 나 하나쯤 안 쓴다고 뭐 그리 달라질 게 있을까 하고 슬그머니 비켜서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그러다 보니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글은 더더욱 안 되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요. 그런 우여곡절 끝에 그동안 발표한 단편 12편 중의 7편을 추려서 묶었습니다. 더는 숨을 데가 없다 싶으니까 차라리 뻔뻔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책을 내고 보니 그제야 앞으로 제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 보이는 것 같아요. 얼마나 다행한지 모르겠어요. 그게 이번 소설집의 의미라면 의미겠지요. 2017년 끝에 낸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를 묶었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산문집도 신문에 연재하거나 청탁받아 쓴 산문 중에서 추려서 묶었는데 그동안의 제 관심사가 오롯이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그 속에 실린 짧은 단상들 중에는 소설로 쓰고 싶은 발상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것들 몇 개가 단편소설이 되었고, 또 이 단편소설집 안에 들어 있는 단편 중에서 장편으로 쓰게 될 모티브가 보였어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낸 것도 그런 뜻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Q. 표제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의 제목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서 나온 대사라는 걸 알고 흥미로웠습니다. 평소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요? 영화 외에도 작품을 쓰실 때 소재나 주제를 채집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A. 등단 초기에는 더러 미술이나 음악 같은 데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첫 소설집『빈집』에 실린 「서른 즈음에」는 한때 제 애창곡이었던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부르다 문득 서른 즈음의 나이에 파업 중인 한 학습지 교사의 어느 막막한 하루를 상상하면서 써봤고요. 「빈집」은 화가 박병재의 전람회에 갔다가 <빈집>이라는 그림을 보고 그 우울하고 쓸쓸한 이미지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마음을 단편으로 만들기도 했지요. 「브라암스의 회상」도 브라암스 피아노협주곡 1번을 떠올리면서 썼고요. 이번 소설집에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이 영화에 나오는 한 줄의 대사에서 영감을 얻어서 쓴 작품이에요. 나머지 6편은 제 일상 속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했거나 언론이나 방송 매체 같은 데에서 충격적으로 접한 사건이 마음속에 남아있다가 이야기가 된 경우지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쓴 게 13년 전이니까 최근에는 타 장르에서 영감을 얻거나 하는 초기 소설의 경향에서는 좀 멀어진 게 아닌가 싶네요.     

 

 

Q.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읽고 나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는데요. 7편의 이야기 곳곳에 통증을 느끼는 인물들을 배치했다고 느꼈는데, 편집자님께서 「통증」도 표제작 후보에 있었다고 말씀해주셔서 신기했습니다. 소설집의 제목을 정하게 된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A. 맞아요. 「통증」이 1번 후보로 올라왔었습니다. (웃음)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소설 전편에 걸쳐서 통증을 느끼는 인물들이 나옵니다. 「통증」에서 아내는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남편의 상처를 보면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거든요. 「까마귀 길들이기」에서는 펄펄 끓는 호박죽을 젓다가 팔목을 덴 윤주가 까닭모를 통증에 시달리며 마치 까마귀를 길들이는 것처럼 힘들게 사춘기를 지나온 기억을 떠올리고요. '통증'을 제목으로 했어도 무난했겠지요. 근데 너무 평이하고 심심했을 것 같은 거예요. 「까마귀 길들이기」는, 뭐뭐 길들이기 같은 제목도 좀 흔해 보이고. 「처음이라는 매혹」은 느낌은 있지만, 또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미흡하고, 제3의 제목을 달기도 좀 그렇고. 그래서 제가「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을 표제작으로 하면 어떨까 하고 제안을 했어요. 이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목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13년 전 이 소설을 쓸 때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 또한 내일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그만그만한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어요. 살다 보면 권태로울 때가 있잖아요. 그때 오래전에 본 영화를 다시 봤는데 영상이며 음악이 정말 아름다운 거예요. 뜨겁게 사랑하는 두 연인이 막다른 골목까지 도망치다 결국 동반 자살을 선택하거든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사랑이 죽는 것보다는 자신들이 죽는 게 사랑을 살리는 길이라고 판단해요. 남자는 닭장에서 막 낳은 달걀을 훔쳐 와서는 최후의 만찬을 준비합니다. 달걀을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고 여자가 묻죠. 물이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삶으라고 남자가 대답해요. 남자의 그 대답이 아주 상징적이고 은유적으로 와 닿더라고요. 냄비 속의 물이 팔팔 끓기 시작해서 4분이면 달걀이 푹 익듯이 어쩌면 사랑도 삶도 딱 그 만큼에 해당하는 시간을 말하는 건 아닐까. 나머지는 그저 연명이고 잡지의 부록처럼 군더더기가 아닐까.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느낌이 하도 선명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고요. 책 제목이 인상적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독자들이 입에 딱 붙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팔팔 끓는 라면 그거 재밌더라 하는 말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습니다.

 

Q. 저는 7가지 이야기 중에서도 「말례 언니」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는데요. 분선이의 천진난만함이 묻어나는 재미와 말례 언니가 주는 아릿한 여운까지 다 지닌 작품이라 더 깊게 각인된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소설집에 실린 7가지 단편 중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 있으시다면 어떤 작품인가요?

A. 저는 제일 촌스럽다고 생각한 소설이 「말례 언니」였는데 의외로 제일 인기가 많더라고요. (웃음) 「말례 언니」가 7편 중에서 제일 오래된 소설이에요. 진짜 청탁받고 보름도 안 걸려서 썼거든요. 지금은 깡깡이 마을이라고 불리는 영도 대평동이라는 공간 배경하고 제 유년 시절의 몇몇 에피소드가 실제 이야기라서 쉽게 썼어요. 물론 말례 언니를 비롯해서 다른 인물들은 모두 허구였지만 상상하기에 무리가 없었어요. 이제는 아무도 안 쓰는 낡은 스타일이 아닐까 우려했는데, 뜻밖에 유머가 느껴진다고 해서 좀 의외였어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쓴 건 없지만 제일 애착이 가는 작품은 예술가 부부의 갈등을 다룬 「통증」이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입니다. 「통증」은 예술가 부부의 갈등이 드러나는 대화의 현장성을 날것으로 살리는 데 주력했고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오래전 발표한 소설이다 보니 시대가 특정되지 않아서 퇴고 과정에서 거의 갈아엎다시피 하는 바람에 제일 힘들게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고 때의 강렬했던 메시지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 것 같아서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발상이나 모티브의 강렬함에서는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Q.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서 소설 「서른네 살의 다비장」으로 등단하셨는데요. 당시 당선 소식을 들었던 기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실 것 같습니다. 소설가의 꿈을 언제부터 키우시게 된 건가요?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대부분의 작가들이 어릴 때의 책 읽기나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경험 같은 게 글쓰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도 그런 케이스였어요. 그전까지는 주로 문학 중심의 독서였는데 고등학교 졸업 무렵에 함석헌 선생의 글에 빠졌습니다.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칼끝으로 가슴을 쓱 베는 듯 아팠습니다. 보수동 헌책방을 돌며 사상계며 씨알의 소리 잡지를 사 모으곤 했지요. 그러다가 부산에 오신 함석헌 선생 강연을 듣고 장기려 박사님 사택에서 했던 수련회에 다녀오고 하면서 나도 선생처럼 사람을 온통 뒤흔들어놓는 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강 이남에 처음 생긴 부산 여전 문예창작과에 들어갔어요. 제가 1기생이었는데 영남권의 문청들이 대거 몰려왔죠. 120명을 뽑아서 한 반에 30명씩 4개 반으로 분반 수업을 할 정도였어요. 그때가 82년도였는데 막 동아일보로 등단하신 조갑상 선생님이 소설창작 실기 지도를 하셨어요. 이제 막 등단한 팔팔한 작가가 내뿜는 은근한 열정이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학생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으셨죠. 하루는 뭣 때문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학보사에서 선생님이 “니는 어떤 소설을 쓰고 싶노”하고 물어요.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함석헌 선생님 처럼 당대의 문제에 대한 비판적이고 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어요. 선생님이 그 특유의 혼자 웃는 웃음을 웃으시면서, 선생님 등단작이 ‘혼자 웃기’ 였거든요. “니는 그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라고 되물으셨어요. 광주항쟁 직후였으니까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철저히 검열당하던 암울한 시대였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 생각에 제 대답이 아주 세상모르는 철부지 같아 보이지 않았겠어요.
합평시간도 되게 뜨거웠어요. 책 꽤나 읽었다는 문청들이 모여 있다 보니 어마어마하게 물어뜯어요. 그게 자기 작품일 땐 상처받죠. (웃음) 저도 약속이란 제목으로 첫 작품을 합평에 올렸다가 너덜너덜해졌죠. 어쨌든 선생님이 합평한 작품을 퇴고해서 제출하라고 했는데 고칠 엄두가 안 나서 들고만 있었어요. 과외 알바를 해서 학비를 벌어야 했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방위 받는 남동생 도시락도 싸줘야 해서 늘 잠이 부족했어요. 그러니 복도 같은 데서 선생님 그림자만 보여도 숨고 (웃음) 피해 다녔거든요. 그러다가 학기 말이 되었는데 기말 고사치는 날 시험감독으로 들어오신 거예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는데 딱 걸렸죠. 죄밑이 되어 고개 푹 숙이고 시험을 보고 있는데 선생님이 제 옆에 딱 와서 서시는 거예요. “고쳐보면 뭐가 돼도 될긴데. 와 빨리 안 가져오고 그라노.” 하면서 화를 버럭 내셨어요. 야단맞는 게 창피했지만 고쳐보면 뭐가 돼도 될긴데, 하는 말씀이 마음에 참 따듯하게 남았어요. 아, 그래도 내 글이 영 쓰레기는 아니었나보다 하는 자각이 들었던 거지요. 그 후로 졸업하고 결혼과 육아, 학원 경영 등으로 바삐 살다가 문창과 동기인 김초옥이란 친구가 문예지에 당선된 제 작품을 보내온 거예요. 그때 문창과 시절을 떠올렸죠. 내가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나 싶었지요. 마침 남산동에 35평 신축아파트 한 칸 살 돈이 모였던 터라 운영하고 있던 학원을 정리하고 범어사 밑으로 이사를 했어요. 그리고는 고쳐보면 뭐가 돼도 될긴데 하시던 선생님 말씀에 꽉 매달렸죠. 그리고는 96년에 처음으로 신춘문예에 투고한「서른네 살의 다비장」이 덜컥 당선이 됐어요.

 

Q. 소설을 쓸 때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잖아요. 인물, 사건, 배경, 소재, 하다못해 저는 인물의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끙끙댄 적도 많은데요. 소설을 집필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등단 초기에는 문장에 엄청 신경을 썼어요. 어떻게 하면 감수성이 살아있고 가독력있는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하고요. 그러니까 상징이나 은유 같은 표현의 문제에 많이 집착했어요. 어떤 때에는 생생한 인물, 즉 돋보이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할 때도 있었고요. 아무리 특출하고 개성 있는 인물이 나온다고 해도 또 주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공허하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요. 주제를 잘 살리려면 글의 흐름이며 구성이 똑 떨어져야 하고 문단의 응집력이며 전체적 통일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시공간적 배경도 중요한 요소고요. 그러니까 특별히 어느 것 하나에 신경 쓰기 보다는 이런 전체적 균형을 생각하는 거죠.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문학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한국어문학과 학생인지라 항상 고민해보는 부분인데요. 명확한 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작가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사람들이 잘못된 기사나 정보를 비판할 때 흔히 쓰는 말이 ‘소설 쓰지 마라’ 입니다. 그 말은 소설이 허구, 즉 가짜라는 거죠. 맞아요. 소설은 가짜죠. 픽션이니까 만들어낸 이야기인 거죠. 그게 꼭 소설 자체를 비하하고 부정적으로 보고 말하는 건 아닐 거예요. 소설은 물론 허구죠. 그런데 그 허구 속에 객관적인 진실을 담고 있는 거거든요. 만들어진 이야기를 통해서 허구 안에 있는 진실의 문을 여는 게 소설이죠. 문학의 힘은 단연 호소력이죠. 소설은 허구니까 현실과 멀리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현실을 더 속속들이 파헤쳐서 마치 내 이웃이나 나 자신에게서 일어난 일처럼 느끼게 한다는 거죠. 요즈음은 영화가 소설의 자리를 차지해버린 지 오래됐잖아요. 그래서 영화가 훨씬 더 대중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지만 원작의 호소력은 못 따라가거든요. 영상 언어가 문학 언어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상상력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대개 원작 읽고 영화 보면 실망하잖아요. 문학은 내면을 뚫고 들어가는 힘이 영화보다 훨씬 커요. 아무리 문학을 외면하는 시대가 온다고 하더라도 문학의 진실한 힘을 믿는 사람들은 남아있을 거라고 봐요. 저도 그런 문학의 힘을 아직도 꽉 믿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거든요.

 

 

Q. 각 단편들이 통증이라는 선상에서 흐르다가, 마지막 작품인 「만선」으로 소설집의 끝을 맺으셨습니다. 「만선」은 전재용 선장의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던 중에 단편 청탁이 와서 우선 주제 부분만 떼 단편으로 쓴 작품이라고 밝히셨는데요. 전재용 선장의 이야기를 계속 집필 중이신 건지 궁금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 활동으로 장편소설 소식도 들어볼 수 있는 걸까요?

A. 만선은 앞에 실린 6편과는 좀 다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서 이번 창작집에서 뺄까 말까 망설이다가 실었거든요. 그래서 독자들의 반응이 제일 신경 쓰이는 작품이었어요. 근데 의외로 일반 독자들 중에서는 장편으로 발간하면 꼭 읽어보겠다는 의견이 많았고 책 나오면 리뷰를 쓰겠다고 자청하기도 했어요. 그런 독자들의 관심과 지지가 든든한 힘이 되어서 조금씩 써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초고를 완성하겠다는 계획대로 부지런히 달려봐야죠.

 

Q. 2020년의 해가 밝았습니다. 사람 ‘정우련’으로서 이루고 싶은 올해의 소망과, 작가 ‘정우련’으로서 이루고 싶은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A. 올해는 자연인으로서의 사람 정우련과 작가 정우련의 삶이 일치하는 한 해가 되는 게 목표라면 목표입니다. 구상 중인 소설 속 공간 중 한 곳을 두어 달 취재하러 갈 계획이 있고요. 올해는「만선」초고를 끝내는 게 독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오직 소설과 나 사이에 어떠한 매개항도 두지 않는 한 해를 보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글을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먼 곳에 가서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엽서 같은 소설을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딱딱한 인터뷰를 한다기보다는 다정다감한 담소를 나누다 온 기분이었습니다. 인터뷰 외에도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한 사람으로서, 인턴으로서, 한국어문학과 전공자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독자이자 작가님을 응원하는 팬으로서  활발한 작품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우련 작가님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인터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10점
정우련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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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김우철입니다. 


 저번에 포스팅했던 서평에 이어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의 저자 김민주 작가님과 인터뷰한 내용을 포스팅하고자 합니다.


직접 만나서 많은 대화들을 나누고 싶었지만, 김민주 작가님이 서울에 계셔 아쉽게 서면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Q.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를 출간에 있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나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출간한 지 20일도 안 되어서 2쇄를 찍게 되고, 또 서점의 북한 통일 관련 순위에서 4위까지  올라갔던 일이 너무 특별하고 신기 했던 거 같아요.



파주 도라산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사진(tbs)



Q.   김민주 작가님께서 직접 느낀 북한의 느낌은 어떠하였나요? (북한 건물, 지역의 분위기)


A.   개성공단의 건물은 다 남측식이라 남한의 공단지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개성공단 공업지구에 들어와 일하던 ‘북한사람들’ 외에는 지역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는데, 가끔 북한 사람들이 싸 오는 음식들에서 안 여기는 북한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돼지 간볶음을 도시락 반찬으로 싸 온다든지, 김치에 고수 같은 것들을 넣을 때요.


Q.   북한에 가 보았을 때 생활 수준이나, 화장품과 같은 상품들이 남한의 70~80년대 때와 비슷하다고 하셨는데, 개성에서 근무하셨을 당시 스마트폰과 같은 개인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었나요?

A.   네, 북한에도 손전화라고 해서 휴대폰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벨 소리를 직접 들은 적도 있고요, 하지만 원래 남북한 사람들 다 개성에는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벨 소리는 났는데 얼굴이 빨갛게 되어서는 끝까지 꺼내질 않더군요. 제가 안 볼 테니까 전화 받으라고 하자 “선생님 고개 돌리십시오. 보지 마십시오.” 하면서 전화를 받더군요.



Q.   개성에서 북한인들과 같이 일을 하는 등 북한과 관련된 경험이 많으신데 북한이 일반인들과 다르게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실 것 같습니다. 김민주 작가님에게 북한이란 어떤 존재로 다가오시는지요?

A.   특별히 북한이라는 나라를 생각한다기보다는 북한에서 지내는 보통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사람들에게 정말 자유가 있었으면, 스스로 선택하고 사고할 수 있는 많은 정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저는 작가님이 리순희 성원이 총화를 받을까 봐 조장의 눈을 피해 다친 부위에 후시딘을 발라 주는 장면은 저에게 가장 애정을 느낀 장면이었습니다. 이처럼 본인이 느끼기에 가슴 따뜻해지고 훈훈한 베스트 에피소드를 하나 뽑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A.   말씀하신 그 약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간단한 진통제, 항생제 같은 것들이 없어 고생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통일대교 사진(SBS 김학선 사진기자)

Q.   이것 말고도 책에 담지 못한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나요? 있으시다면 하나만 얘기해 주세요!


A.   직원회식으로 개성의 BBQ치킨을 주문한 적이 있습니다. 다 함께 주방에 서서 마늘 양념치킨, 간장양념 치킨, 닭튀김 등을 먹었는데 처음 맛본 그분들이 눈이 땡 그래 지더군요. 너무 맛있어했는데, 조장이 “음음 느끼하다 에그” 하더군요. 그랬더니 다들 내려놓더군요. 이후에 치킨을 싹 다 싸서 세척실로 들어갔어요. 나눠서 싸가는 소리가 들렸고, 가족에게 맛보이고 싶었나보다 생각했어요.



Q.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정착업무를 하셨고, 강연과 북한정착지원사무소 봉사 등의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북한 관련해서 진출하고 싶은 분야가 또 계신가요? 또한 강연은 주로 어떤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시는 건가요?


A.    보통 제가 만났던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봐야 하는 부분에 대해 평화&통일 강연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각 지역에서 온 북한 이탈 주민들을 인터뷰해서 에세이를 내보면 어떨까 싶어요. 북한은 평양과 기타 도시의 생활 수준, 환경이 많이 차이가 나거든요. 각 지역의 특성마다 다른 사람들에 관한 내용을 써보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조선족에 관련된 내용도 흥미가 있습니다.




Q.   통일되었을 때 반세기 이상 다른 이념으로 살아온 이유로 많은 사회적 문제, 갈등이 야기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면, 그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통일을 준비하거나 북한을 인식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하여야 할까요?


A.   참 많은 분이 내가 전문가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수많은 논문, 학자들이 한국에 있는데 북한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탈북민 몇 사람 만나본 게 전부인 사람들이 먼저 한 사람들의 글, 논문들은 참고하고 인용해서 또 자료를 만들어 내는 것 같고요.  그 중에 진짜도 있고, 거품도 있을 텐데 구분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국내 자료도 공부해야 하겠지만, 외국에서(직접 북한에 들어가 연구하거나 생활한) 사람들의 연구자료 같은 것들도 보고, 북한에 살다 오신 분들의 목소리도 들어보고 교차 검증해서 흡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통일이 되면 무조건 우리가 피해 본다는 의식들이 강한 것 같은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고 장기적으로 더욱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근거들도 있으니 다양한 시각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할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질문 하나만 하겠습니다 :)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북에서도 남남북녀라는 말을 사용하는지, 또한 그런 말이 생길 만큼 북한 여성들의 외모가 아름다운지 궁금합니다 ^^


A.  잘 모르겠네요. 사실 그것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흘러가고 사람은 움직이고 있어요. 냉면, 김치, 남남북녀 말고 새로운 시각으로 정서로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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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Posted by 기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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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01.22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의 불시착> 열혈 애청자로서 ㅎㅎㅎ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니 낯설지 않은 느낌도 들더라고요~
    북한이란 나라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일부만 알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와 같은, 그곳을 직접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가 북한을 바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우철 씨 인터뷰 잘 봤어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남경희 입니다 :)

현재 산지니에는 저를 포함한 5명의 인턴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희 인턴들은 함께 모여 산지니의 책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독서 토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에 대한 어떤 의견과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함께 보실까요?

 

 

[경희, 사회자] 먼저 독서 토의에 들어가기 앞서 책에 대해 간단한 소개와 토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는 대만의 유명한 강연자 및 사회자인 정쾅위가 쓴 자기계발서로, 그의 성공담이 아주 솔직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번 독서 토의에서는 저자 정쾅위의 삶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것입니다.

 

1.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산지니’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이번이 처음이네요. 때문에 독서 토론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 같이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어요. 인상 깊은 구절이든, 책의 첫인상이든, 다 상관없어요. 자유롭게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에 대한 감상을 나누어볼까요?

 

[우철] 전공이 국제관계학과라 그런지 해외에 나가 경험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이 갔습니다. 그는 해외에 나가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였는데, 교환학생과 해외취업 등을 준비하는 저로서는 유용한 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일] 제가 인상 깊었던 구절은 55페이지에 나오는 “노력은 기본이고 성공은 파고들어야 한다.”라는 부분입니다. 노력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고, 성공을 하려면 노력가지고는 될 수 없고, 성공하기 위해서 노력 이상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법과 진행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직설적이지만 현실적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경민] 이 책의 서문인 5페이지에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만일 당신이 진짜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미건조한 삶을 수용하고, 아무 고민 없이 살아도 된다. 상처를 받지 않아도 되는 대신, 이룬 것 또한 하나도 없는 그런 삶을 말이다.” 저는 사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공감하지 못했거든요. 왜냐면 평범한 삶은 나쁜 삶이 나쁜 삶은 아니잖아요. 물론 저자처럼 죽을 각오로, 체면 차리지 않고 도전하는 삶은 멋진 삶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삶, 그런 평범한 삶조차 힘들게 살아내는 사람들을 “이룬 것 하나 없다.” 고 말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연] 저도 인상 깊었던 구절을 말해보자면, 48페이지의 “그러니 하늘 아래 ‘하찮은 일’ 따위는 없다. 오히려 이 작은 일들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자양분이다. 작은 일 하나를 제대로 해나가면서 그 일의 전문가가 되고, 그러면서 더 큰 일들이 시나브로 당신에게 맡겨지는 것이다.”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도 ‘나’라는 사람을 단단히 받쳐주는 자양분이 된다는 사고의 전환이 인상적이었어요.

 

 

[경희, 사회자] 2. 여러분들 모두 책에 대한 첫인상에 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 다음으로 책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볼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며,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임하라고 말합니다. 또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 다른 길과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이러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떠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해봅시다.

 

[우철] 저자는 책에서 어떤 노력이든 헛된 노력은 없다고 말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이 했던 노력들은 축적되어 빛을 발한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저는 매사에 게으른 성격 탓에 열정적으로 일에 임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저자처럼 뚜렷한 목표설정으로 이런 저의 단점을 극복하고 싶습니다.

 

[성일] 저의 목표의식은 저자와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삶의 목표는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요즘은 쉬운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남들만큼 똑같이 하기보다, 남들보다 조금 더, 그렇다고 남들을 따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사는 것이 목표입니다.

 

[경민] 저는 저자가 말했던 ‘삶의 목표’가 쌓여서 삶의 방향성이 결정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단순하게 “의사가 되겠어, 변호사가 되겠어.”라는 단순한 목표가 아니라 삶의 방향성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라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 다를수 있지만, 저는 다른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공부도 많이 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싶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연] 아직은 구체적인 삶의 목표가 없는 것 같아요. 추상적인 목표는 많지만 거창하게 삶의 목표라고 말할 뚜렷한 목적지는 찾지 못했어요. 하나만을 보고 달려갈 삶의 목표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표현이 더 맞겠네요. 억지로 정하려고 하지는 않으려고요. 살면서 생기면 생기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현재의 삶을 살아가다 보면 목표를 뛰어넘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경희, 사회자] 저자는 어떤 목표를 향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뛰어들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게 쉽지는 않죠. 그래서 조금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근데 반드시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이제 3번 주제로 들어가 볼게요.


3. 이제 본격적으로 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저자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삶과 연관 지어 봅시다.
저자는 타이완대학 법학과에 지원하고자 했지만, 연합고사를 망쳐버려 정즈대학 철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1년 동안 타이완대학교 편입시험을 준비했지만, 전과시험도 통과하지 못했고, 정치학과로의 편입시험과 타이완대학 정치학과 편입시험 모두 떨어졌죠. 심지어 그해 연합고사마저 망쳐버렸습니다. (p44~45)
저자는 이때의 회상하며 연속으로 4번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저자처럼 거듭해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나요? 또한, 그때 어떤 모습을 취했나요?

 

[우철] 저는 군 복무를 수행하려 할 때, 의무 경찰로 근무하고 싶어서 지원을 했지만 5번 넘게 최종에서 떨어졌어요. 그래서 장갑차 조종수라는 경쟁률이 낮은 곳에 지원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도 생소한 일이었고, 힘들었던 것 같아요. 상황을 아무리 부정해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렇게 계속 낙심을 하다 보니까 군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 이후로 저는 생각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하는 것으로 그 시기를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성일] 인생에서 도전을 해본 것이 많지 않아 크게 실패한 경험이라고 할 만한 경험은 없지만, 대학교 3학년이 됐을 때, 저의 진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대외활동을 찾아보고 대외활동을 지원 했지만 여러 군데 대외활동 선발에서 떨어졌습니다. 결국 여러번 탈락 끝에 원했던 것 보다 좀 작은 규모의 대외활동을 했긴 했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활동하면서 결국 좋은 성과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원하는 목표만큼 못했다고 거기에 실망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민] 저는 중학교 때 ‘작가’라는 꿈을 가지기 시작했고, 대학도 그에 맞춰서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교내외의 작은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글을 진짜 잘 쓰는 줄 알았고,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여러 백일장에 참여했었는데, 본심에도 못 올라가고 다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때의 실패에 좀 좌절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실패를 통해서 제가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걸 깨닫고 조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다연]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방학동안 일할 단기알바를 구하는데 지원하는 곳마다 떨어진 적이 있어요. 단기는 잘 뽑지 않는 데다가 갓 성인이 된 20살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알바를 포기해야 하나 싶을 때쯤 조건이 딱 들어맞는 곳을 찾았어요.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서를 더 정성스럽게 써서 제출했고 면접도 보러 갔어요. 담당자가 면접을 보면서 다른 지원자 3명도 면접을 보고 갔는데 다연씨가 마지막 지원자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지원한 알바가 고객센터 업무였는데 제 전공까지 이야기하면서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요. 적극적인 자세를 좋게 봐주신 건지 제가 뽑히게 됐고,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다시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수도 있다는 걸 배우게 됐어요.

 

 

[경희, 사회자] 3-1. 그럼 3번 주제와 이어서 다음 질문을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비록 편입·전과시험에 실패했지만, 그때 공부한 것들이 이후 치른 장교시험과 국비유학생시험의 필수 과목들이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수월하게 그 시험들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두 합격했죠. 이처럼 저자는 실패에 낙심만 하며 자신을 갉아먹은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의 삶을 살아갔고 ‘인생에 헛된 노력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p46~47)
이러한 저자의 삶을 우리에 삶에 대입해볼까요? 과거 실패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앞으로 실패를 마주했을 때 어떤 모습을 취할 것인지 말해봅시다. 

 

[우철] 앞의 주제에서도 말했지만 인생에 헛된 노력은 없다고 하는 말이 인상에 많이 남았어요. 실패했다고 삶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실패하고 모든 걸 잃었다고 해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요. 저 역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노력은 나에게 선물을 들고 돌아온다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일] 113쪽에서의 본 문장이 기억이 나는데요. “목표를 설정한 후 목표 달성 이후 얻을 수 있는 쾌락을 최대한으로 설정해서 지금 자신의 행동을 독려하고 격려하라.” 라는 부분인데 앞으로 목표를 정했다고 해도 사람이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게으름도 피우고 딴 짓도 많이 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목표 달성 이후의 보상을 최대한으로 생각하며 좀 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경민] 저는 앞의 3번 주제에서 말했듯이 글쓰기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고등학교 이후의 많은 실패로 좌절을 겪었어요. 그래도 결국 제가 원하던 과에 진학하긴 했지만 진학하고 나서도 비슷한 좌절을 또 한 번 겪은 것 같아요. 이 과에 저보다 잘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도 저는 여전히 글을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좌절을 경험으로 삼아서 조금 더 글을 써보고 싶고, 더 잘 쓰도록 노력해 나가고 싶습니다.

 

[다연] 책 50페이지를 보면, “실력의 축적은 언제나 나를 돕고 보호하며, 용기와 능력을 갖추도록 해줬다. 덕분에 나는 닥쳐오는 도전과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우리가 실패하면 당시에는 세상이 다 무너진 것처럼 느끼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렇게 큰일이 아니었던 적이 많잖아요. 그런 것처럼 실패도 쌓이면 성공의 발판이 된다고 생각해요. 저자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지니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경희, 사회자] 4. 저자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그는 대학원 시절 일본으로 떠나는 학부생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해당 봉사활동은 학부생 중심의 활동으로 대학원생이 참여할 수 없다고 명문화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참여한다면 이상한 일로 비칠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오히려 면접 때 다른 학생들과 차별성을 두며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했습니다.(p97)
저자는 자신이 정한 목표에 도달할 때 체면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목표를 위해 달려갔죠. 이러한 저자의 삶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은 목표를 위해 어떤 모습을 취하며 살아갔는지 혹은 살아갈 것인지 말해봅시다.

 

[우철] 저자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는데 저는 목표를 위해 자랑할만한 노력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처럼 목표를 향하여 노력하는 열정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일] 저는 솔직히 어렸을 때부터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오진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하게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습니다. 물론 용돈을 스스로 버는 목적이 가장 컸지만,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이제는 하고 싶은 일과 관련된 활동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경민] 근데 저는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싶은 게, 저자가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는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목표지향적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국비지원을 받기 위해서 무용학과 쪽으로 원서를 넣어 합격한다든가, 일본어 실력을 늘릴 목적으로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나간다든가, 동일본 대지진을 자신의 커리어를 위한 좋은 기회로 바라본다든가 하는 시선이 저는 불편했어요. 저는 이 사회에서 ‘성공’이라고 하는 건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밟고 올라설 수밖에 없는 것인데 저자는 그런 거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그래서 저자와는 반대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는 게 아니라 함께 같이 갈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다연] 저는 저자처럼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아온 것 같지는 않아요. 저와 같은 면보다는 다른 면이 더 많고요. 그래서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읽었어요. 세상은 크고, 다양한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저자의 말 중 제게 필요하고 와 닿는 부분만 받아들였습니다. 저자의 목표지향적인 삶과 저의 삶은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취사선택했듯이, 제게 독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삶의 목표를 찾아가고 싶습니다.  

 

[경희, 사회자] 5. 어느 정도 책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 책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도 충분히 말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딱딱한 형식보다는 짧게나마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혹은 책에 대한 추천의 한마디를 해봅시다.

 

[우철] 저는 책 뒤편에 있는 표제가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중화권에서 가장 뻔뻔한 사람 정쾅위, 그의 아주 현실적이고 뜨거운 성공담!’ 이 표현이 너무 공감돼서 추천의 한마디로 선정했습니다.

 

[성일] 이 저자분이 대만에서 굉장히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분의 성공담도 한번 읽어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추천합니다.

 

[경민]저도 사람마다 의견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저자의 일에 대한 열정적이 인상적이라고 느껴서 이 책을 추전하고 싶습니다.

 

[다연]저는 이 책을 용기가 필요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자의 넘치는 에너지가 독자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상에 나를 추천하라 -10점
정쾅위 지음, 곽규환.한철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남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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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01.22 15:4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은 독자에 의해서 다시 쓰여진다는 걸 이번 토론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되네요.
    정쾅위 저자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각자의 고민도 들으니 옛생각이 아련... 하군요. ㅎㅎ

  2. 권디자이너 2020.01.22 18: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대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정리하느라 다들 수고하셨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산지니 인턴 남경희 입니다 ^_^
얼마 전 올린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의 서평에 이어 저자 이국환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 바쁜 일정을 쪼개어 흔쾌히 저와의 인터뷰에 응해주셨는데요. 책과 삶의 가치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Q. 작년 7월 『그냥, 꼭 읽어 보라고 』를 출간하시고, 연이어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출간하셨는데요. 매우 바쁜 한 해를 보내셨을 것 같아요. 그런 와중에 어떤 마음으로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출간하셨나요?


A. 저는 살아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고독이란 무엇인가, 늙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폭력은 인간의 숙명인가, 불안이 꼭 나쁜 것일까, 또 예술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내 삶의 어떤 순간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등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런 다양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저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그렇게 모인 글들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책을 출간하였습니다.

 

Q. 저는『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의 글 하나, 하나가 교수님의 삶의 발자취가 담고 있다고 느꼈는데요. 이렇게 자신의 삶을 녹여내는 글을 쓰시는 교수님에게 그만의 글쓰기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좋은 글은 깊은 사유를 통해서 나옵니다. 사유는 까닭을 묻는 생각이며, 그 까닭을 내 안에서 찾는 과정입니다. 저는 삶과 앎이 교유해야 사유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즉 삶과 앎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유가 이루어진다는 것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사는 것을 뜻합니다. 성실하면 남들보다 늦어질 수도 있으나 결국, 시간이 내 편이 됩니다. 이 책의 제목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의 의미 역시, 우리가 거창한 목표를 지니고 사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자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책의 서문에서 밝혔듯, 글쓰기는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글을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고일문(一孤一文), 한 번 고독할 때마다 하나의 문장이 나오기에, 그 문장을 빚어내고자 제 마음에 방을 만들고, 그 방에서 글을 썼습니다. 아무리 힘든 날도, 그 방에 들어서면 그곳에 나와 내 안의 나, 두 사람만이 존재하여 마음이 평온했습니다.

이번 책을 출간하고 독자들과 여러 번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자인 제 의도와 생각을 넘어 또 다른 지평에서 다양한 독자들의 반응과 생각을 들을 수 있었고요. 그 만남으로 제 글과 생각들이 더 깊어지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처음 책을 출간하고, 과연 독자들이 제 책을 읽어줄지, 이런 글을 묶어 굳이 책으로 낼 필요가 있냐고 야단칠지 두려웠는데요.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나며 책을 출간할 때의 걱정과 고민이 많이 사라지고, 그래도 제 글을 세상에 선보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이국환 교수님 연구실의 벽면에는 책에 대한 교수님의 사랑이 가득하다.

 

Q. 그렇다면 계속해서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이번 작품에는 글쓰기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이 많이 보였는데요, 특히 저는「에토스,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여러 글 중 교수님의 에토스가 가장 진하게 담긴 작품 하나만 뽑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A. 언젠가 한 독자가 쓴 이 책에 대한 짧은 평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독자는 제 책에 실린 글을 한 편씩 필사하며, 이른바 ‘필사의 독서’를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제 문장과 글이 낭만적이면서도 절제되어 있다고 평하더군요. 책을 읽는 방법은 속독, 정독, 발췌독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제 생각에 어떤 책을 가장 정성스럽게 읽는 방법이 바로 필사가 아닌가 합니다. 필사는 그 글을 쓴 저자의 호흡을 따라 책을 읽는 방법이며, 저자의 에토스를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독서법입니다.

이 책에서 제 에토스가 가장 잘 담긴 글은 첫 번째 글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 글에 드러나는 제가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질문에는 없지만, 파토스가 가장 강한 글「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입니다.

「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은 마지막까지 이번 책에 담을까 말까를 고민했던 글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그 독자의 평대로, 대부분의 제 글은 감정의 과잉을 절제하면서 에토스를 중시하며 썼습니다. 그러나 딱 한편의 글이 절제보다는 ‘파토스’에 기대고 있는데요. 그 글이 바로「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입니다. 책을 출간하기 위해 흩어진 제 글을 정리하는 시기에 17년을 가족으로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반려동물을 보내고, 그에 관해 글을 쓸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책에 썼듯이, 저는 자식 같은 반려동물을 애도하고 싶었습니다. 글쓰기로 애도하는 것은 그리움을 기록하는 것이었고, 그 존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야말로 진정한 애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 글을 쓰면서 저는 반려동물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떠올라 내내 울었습니다. 애도의 마음으로 글을 쓰려는데 아무리 절제해도 경험적 자아와 서술적 자아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없었습니다. 저는 평소 글쓰기 수업에서 서술적 자아와 경험적 자아 사이에 거리가 있어야 좋은 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 거리 두기에 실패한 글입니다. 파토스가 과잉된 글이라 망설였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며 기록으로 남기고자, 부끄럽지만 책에 실었습니다.

 

Q. 이번 작품에 학생들, 청년들에게 힘이 되고 위안이 되어주는 글이 많이 담겨 있어요. 때문에 이 책은 졸업을 앞두고 취업의 두려움 앞에 서 있는 저에게 큰 위로가 돼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학생과 청년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일종의 편지라고 생각했는데요. 혹시 졸업을 앞둔 혹은 학업에 치여 고단한 오늘날의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짧게나마 좋은 말씀 나눠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책을 정확히 잘 이해한 질문인 것 같네요. 이 책은 저의 고민을 담은 글이기도 하지만, 제가 지도하는 제자들과 고민을 나누고 싶은 생각을 정리한 글이기도 합니다. 저는 섣부른 위로보다 인생의 깊은 의미에 관해 이야기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인 학생과 청년들이 스스로 위로하고, 이 책의 부제처럼 ‘삶을 버티게 하는 가치’를 떠올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청년들과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창한 목표를 세워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먼 저곳을 꿈꾸지 말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이곳에 충실한 것이 어떨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저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사실은 바로 ‘이곳’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저는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는데요. 오랫동안 시간강사로 살았습니다. 평생을 교단에 서도 스승일 수 없는 사람이 있고, 한 학기를 학생들과 함께해도 학생들에게 평생 스승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있다 믿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학교에서 어떤 강의를 맡아도 온 힘을 다해 애정을 담아 학생들과 수업했습니다. 저는 뛰어난 교수나 위대한 학자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살아간 것이 아니라, 그저 매 학기 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오롯이 충실했습니다. ‘우보행(牛步行), 소의 걸음으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 인생은 먼 길입니다. 그렇기에 조급하게 종종걸음으로 나아가기보다, 소의 걸음으로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말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여깁니다.

저는 목적이 이끄는 삶을 경계하며 살았습니다. ‘무엇이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삶을 이끄는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삶을 붙드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목표에 너무 연연하기보다, 이 순간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했습니다. 물론 제가 그렇게 살았단 것이지, 이러한 가치관이 꼭 정답은 아니겠지요. 저는 선생, 즉 먼저 태어난 사람이지만, 청년들은 제때 태어난 존재이기도 하잖아요. 오히려 저보다 더 현명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책이나 어른의 조언도 중요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메이지 말고,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분명히 하고 살아갔으면 합니다.

 

▲ 많은 책들 사이에 놓인 기타에서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는 교수님의 모습이 드러난다.

 

 Q. 저는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를 하나의 키워드로 부르자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책’과 ‘글’에 대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학생’들을 향한 사랑, 삶에 대한 ‘사랑’ 등 교수님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집이 삭막해서 그런지 그 가운데서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 인상 깊었는데요. 교수님만의 특별한 ‘가족애’를 나누는 방법 혹은 방식이 있나요?

 

A.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가족이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땐 형편이 어려웠지만, 여행지의 작은 방에서 부대끼며 지냈던 것이 ‘가족애’를 형성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함께 독서를 하거나 영화를 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고, 그렇게 감상한 책과 영화를 매개로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둘러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것이 가족 간에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 듯합니다. 저는 내성적인 사람이라, 사실 생활 자체가 가족 중심이에요. 평소에 집과 학교만 오가는 생활을 하고요. 따로 모임 같은 것이 없습니다. 저는 가족 중심, 그중에서도 아내 중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고, 그런 아내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Q. 계속해서 교수님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교수님이 사랑하는 ‘책’에 대해 질문 드리고자 하는데요. 교수님은 이번 책뿐만 아니라, 여러 저서를 통해서 책에 대한 사랑을 끊임없이 드러내셨죠. 때문에 2019년 통계청 조사 결과 독서 인구가 50%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매우 안타까우실 것 같은데요. 이러한 전 국민적인 독서량 감소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문자는 기호입니다. 예를 들어, 한글이란 문자를 익히기 전 단계인 유아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읽는 책이란 해독할 수 없는 기호의 나열일 뿐입니다. 따라서 어떤 책도 재미있을 수 없고, 단지 사각형의 물체에 불과하지요. 책의 저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 상상과 사유를 기호화(encoding)하여 정리하였고, 독자는 그 기호를 풀어 해독하고 이해하여 수용하게 됩니다. 책 한 권을 읽으려면, 독자는 글자나 글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단어를 수천 번, 많게는 수만 번 해독해야 하니, 어떻게 한 권의 책을 독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습니까. 독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독서의 즐거움과 유익함은 고도의 독해 능력을 요구하며, 독해를 잘하려면 언어 능력, 배경지식, 글 구조에 대한 지식 등 다양한 요인을 갖추어야 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해독에서 해석을 거쳐 독해 단계로 나아간 자가 얻을 수 있는 선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훈련 과정을 스스로 혹은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 어릴 때부터 거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은 독서가 습관이 되지 않음을 핑계로 들지만, 독서의 즐거움을 맛볼 만큼의 독해 능력이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가 아닐까요.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위대한 책을 만나도 독해가 되지 않으니, 시대가 바뀌어 더는 책 읽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 자신을 합리화하는 어른들을 가끔 봅니다.

인류의 지적 자산은 위대한 자들의 지식과 지혜와 상상력을 기호화하여 모아둔 책으로 전승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 문명을 일구었듯, 이미지와 영상으로 지적인 작업을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소 책은 인류의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그 속에 인류의 역사와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지요. 개인의 필요에 따라 이러한 지적 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자와 그럴 능력이 없는 자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기구는 연구와 조사를 통해, 독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높은 액수의 급여를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취업과 관련하여 학력이 높을수록 유리하지만, 비슷한 학력 수준일 경우에는 독서 능력 차이에 따라 급여 차이가 났다고 하지요. 독서의 중요성을 말하다 보니, 말이 길어지고 너무 진지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 책에서도 밝혔듯, 어른이 된다는 건 놀이의 시간을 잃고 노동의 시간을 얻는 과정인 것 같아요. 어른에게 좋은 책은 거울 같은 책입니다. 거울처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나 아집과 편견에 물든 자신의 민낯을 보고 부끄러움을 느낄 때 성찰은 이루어지죠. 그래야 젊은이들이 비판하는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요.

 

▲인터뷰에 진지하게 임하여 주시는 이국환 교수님

 

Q.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인 2019년은 교수님께 어떤 해였고, 시작될 2020년은 어떻게 보내실 건지 짧게라도 듣고 싶습니다.

 

A. 작년 한 해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하고 몇 편의 논문을 쓰며 공부에 열정을 바친 시간이었습니다. 가르치는 자로서 저는 항상 지금 제가 바닥이 나버린 우물을 퍼내고 있는 건 아닌지,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 예전에 익힌 지식으로 빈약한 저의 우물 바닥을 긁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합니다. 저는 좋은 선생이란 선생이기 전에 늘 학생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으로서의 배움이 내 안에서 체화되어야, 그것이 물이 흐르듯 제자들에게 흘러간다고 여깁니다. 올해 2020년은 그동안 치열하게 공부했던 내용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또 기회가 된다면, 학교 밖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Posted by 남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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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1.20 15: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책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네요.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충실히 하라는 말도 마음에 와닿고요.

  2. BlogIcon Peace21 2020.01.20 16: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꼼꼼히 책 읽고, 촘촘히 인터뷰한 수고가 느껴집니다.
    출간 후 계속해서 사랑 받고 있는데, 경희 씨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

  3. 날개 2020.01.21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창한 목표를 세워 너무 자신을 몰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네요. 어쩌면 지금의 청년들은 스스로를 너무 몰아가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 않나 싶어요.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라 더욱 와닿네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구경민입니다. 지난번에 올렸던 실금 하나』 서평에 이어 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는데요. 원래라면 직접 찾아뵙게 질문을 드려야했지만, 작가님이 계신 곳과 거리가 너무 멀어 이렇게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나서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작가님이 상세하게 답변을 해주셨는데 다같이 한번 보러 가실까요?





Q. 2017년이 출간된 고양이가 사는 집이후로 두 번째 소설집을 출간하시게 된 소감과 첫 번째 소설집과 비교해 두 번째 소설집 실금 하나에 더욱 신경을 쓰신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두 번째 소설집 실금 하나를 낸 소감은 설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초기에 두 번째 소설집을 낸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첫 소설집을 내봤기에 기대감이 덜했던 것 같습니다. 소설집에 실을 작품을 고르고, 작품 순서와 표제작을 정하고, 교정을 보면서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표제작을 쓸 때는 몰랐는데, 교정을 보면서 읽을 때는 스스로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쓰고 출판사에서 보내온 표지 도안 중 표지로 쓸 도안을 정하고 의견을 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소설집에 대해 애정이 더해져 갔습니다. 책이 인쇄돼서 처음 책이 도착한 날 기쁨과 함께 낯선 느낌이었습니다. 무채색의 바탕 위에 실금 하나와 노란 초승달 하나. 따뜻한 글을 쓰고 싶은 제 소망과 조금은 다른 느낌의 표지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쏙 들어오는 작은 책이 사랑스럽게 느껴지고 그때부터 설레기 시작했어요. 초승달을 보며 작은 희망을 품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책을 출간했다는 실감이 나면서 둘째 아이를 낳은 엄마처럼 기뻤습니다.

제가 실금 하나에 더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헌사와 노인 이야기 두 편을 넣은 점이 아닐까 싶네요. 거동을 못하시는 어머니를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케어하고 있는데요.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다 늙고 병든 어머니께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두 편의 노인 이야기를 통해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의 삶의 질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Q. 실금 하나에는 총 8편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는데요, 그중에서 작가님이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제가 낳은 자식들(작품들)이라 여덟 편 모두 애착이 갑니다.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부모의 심정과 비슷하다 하겠네요. 굳이 하나만 꼽으라면 돌탑 쌓는 남자예요. 그 속에는 경력 단절 여성이 나오는데요. 저를 비롯한 이 시대의 많은 여성이 출산과 육아의 과정에서 주인공과 비슷한 아픔을 겪습니다. 삶에 있어서 시간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흐름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은 정체성, 자아성취, 책무 등이 서로 상충되면서 방황하게 됩니다. 그 속에서 굴하지 않고 살아나가는 삶을 그렸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통해 출산과 육아는 한 여성의 몫이 아니라 다 함께 고민해야 하는 일임을 널리 인식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Q. 실금 하나에 실려있는 8편의 소설이 대체로 선악의 구분이 명료하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순수한 주인공과 속악하고 세상과 영합한 인물들의 갈등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러한 소설적 구조를 취하신 것에 대한 특별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면서 사람들이 소중하게 여겨야 할 가치가 훼손되고 심지어는 가치가 상실되는 현상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도덕성도 돈, 권력 앞에서는 무력화되는 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점점 물질의 노예가 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갑질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을 뉴스를 통해 접하곤 합니다. 각자의 욕망이 중요하다고 하는 21세기를 살면서 정작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여겼습니다.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성, 가치, 연민 등에 대해 늘 염두에 둬서 그런 설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리석은 인물도 보호받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사회, 인간 본연의 순수성 회복, 가치 회복 등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부터 많이 생각했습니다. 첫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에서는 김필립, 불맛, 언어가 감정을 지배하는 방식등 오히려 선명한 대립 구조가 아닌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질문하신 대립 구조를 취한 건 기본적으로 위에 말씀드린 작가의식에 기인하겠지만, 꼭 그렇게 대립적으로만 보지 않았다는 건, 예로 든 첫 소설집의 다른 작품을 살펴보면 알 수 있겠네요.




Q. 실금 하나를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소설집에서 많은 부분 악인으로 설정되어있는 캐릭터들이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영이나, 가면의 가희, , 괜찮니?의 엄 선생, 크로스 드레서의 염 선생, 빈 집의 미영처럼 특히 여성을 구조에 영합한 인물들로 많이 그려내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러한 것들이 의도된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A. 질문이 예리하신데요. 우리 사회의 구성원은 남녀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 속에서 폭력적인 구조에 영합하는 인물이라면 남녀 불문하고 악인으로 설정했습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처럼 가부장적 사회를 재생산하는 주체의 절반가량은 여성일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은 살아남기 위해 더 약한 여성에게 가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떤 여성은 스스로 관습에 얽매이기도 하지요. 의도된 작품이라 볼 수 있는 건, 가면의 가희, , 괜찮니?의 엄 선생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Q. , 괜찮니?크로스 드레서에서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게 나오는데, 혹시 작가님께서 혹시 직접 교사 생활을 한 경험이 있으신지, 아니면 기간제 교사에 대해 취재를 하신 건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A. 저는 육아를 하면서 학교에서 시간강사와 방과 후 강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느낀 학교 분위기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고, 그 부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근무하면서 그 부분을 눈여겨보았고, 필요한 부분은 아는 선생님께 물어 보고 직접 취재도 했습니다. 특히, 이 두 작품은 방황하는 젊은이에 대한 헌사라고 할 정도로 청춘들이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현상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썼습니다.




Q.  소설을 퇴고하는 과정에서 특히 힘들었거나 공을 들인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힘든 점이라 말하긴 어렵고, 주안점을 두었다고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고양이가 사는 집에 이어 구성과 표현에 신경을 썼습니다. 또한 신선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스토리 라인이 잡히면 흥미로운 구성을 통해 독자들이 좀 더 소설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표현하는 데에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쉬우면서도 저만의 감각으로 리듬감을 살려서 썼습니다. 소설을 읽고 인상적으로 남을 수 있는 장면을 어떻게 그릴까 하는 점도 많이 염두에 두었습니다. 신선함을 위해 구성을 다변화시킨다든가, 화자를 사물로 설정하는 등 변화를 주었고, 초점화를 통한 변화 등을 시도했습니다.




Q. 작가님의 소설은 모두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꼬집고, 그것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소설이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작가님이 이번 소설에 대해서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으셨는지, 있으시다면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A. 3번 질문과 유사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물질의 노예가 되어 사는 건 아닌지 되짚어보고 참다운 가치 회복, 순수성 회복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추구할 순 없을까 하는 게 제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고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취약한 환경 속에서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 있고, 어쩌면 순수한 사람이 살아내기엔 힘든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 여성들의 출산 육아 문제, 남녀평등 문제, 노인 문제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입니다. 사회 구조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취업문의 확대와 다양한 복지 정책으로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훼손된 가치가 회복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 갖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향후 작품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저는 최근에 두 번째 소설집을 냈는데요. 세 번째 소설집을 위해 단편소설을 계속 쓸 것이고요.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글을 쓸 때 제 눈은 더 작은 것을 볼 수 있고, 제 귀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제까지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인생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거나 예술성이 제대로 구현된 소설도 쓰고 싶고, 생태소설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장편은 현대 역사의 토대 위에 펼쳐지는 인간의 삶을 다룬 소설을 쓸까 하고 있습니다. 첫 소설집 이후 줄곧 생각해오던 장편소설은 어머니 케어를 하다 보니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부터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시도를 할 계획입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구경민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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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eace21 2020.01.20 12: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 선생님이 직접, '질문이 예리하다'라고 표현하실 만큼 글을 꼼꼼하게 읽고 살펴, 질문할 내용을 잘 뽑았다 싶습니다. 서면 인터뷰로 끝난 점은 조금 아쉽지만, 답변해주신 작가님께도 분명 좋은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해요~ :)

  2. 날개 2020.01.21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금 하나' 표지의 노란 초승달은 작가님의 아이디어였지요!
    많은 분들이 달을 넣은 게 화룡점정이라 말해주셨어요.
    작가님 덕분에 예쁜 표지가 탄생했네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인턴 허성일입니다. 지난번에 골목상인 분투기를 읽고 쓴 서평에 이어서 저자님의 인터뷰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저자님께 연락을 드렸지만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인터뷰 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저자님이 계신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저자님께 인터뷰를 하면서도 인생의 선배로서 많은 이야기도 해주셨는데요.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오히려 더 많이 배우고 왔다고 느꼈습니다. 저자님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함께 보실까요? : )

 

    

 

Q. 반갑습니다 ! 간단하게 저자님의 소개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A. 나이로는 만 55, 우리나라로는 56세인 자영업을 약 22년 하다가 지금은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의 상근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식입니다.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는 부산에 있는 전통시장이라든지, 소매업체, 슈퍼나 카페뿐만 아니라 납품하시는 분들, 제조업체에 운영하거나 근무를 하시는 분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회원들이 들어와 있는 단체입니다. 협회는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을 지키고 관련된 입법안을 마련하고 중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발굴하고 만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는 단체입니다.

 

Q.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에서는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상인들의 입장들을 위한 단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오는 것이 더 편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 신도시라든지 신흥 상가에 점포가 들어올 때 편리하고 다양한 구색을 갖춰 소비자에게 유익한 부분을 가져다주는 부분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지역 상인들의 이야기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편리한데 왜 들어오면 안 될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흔히 기업형 슈퍼마켓이라고 불리는 SSM이 운영을 하면 직원은 5명만 있어도 됩니다, 하지만 개인 슈퍼마켓을 운영하려면 30명은 필요합니다. 기업은 효율의 극대화를 하기 위해 적은 인원만 고용합니다. 마트 운영에서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이 인건비이고 이를 아끼기 위해서 개인 슈퍼는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 일자리를 걷어차는 꼴입니다. 이는 멀리 보면 결국 부산 인구가 빠져나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형 슈퍼마켓에서는 부산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성장하지 못하고 다른 도시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판매됨. 나 편하게 하자고 했다가 내일 자리 내 지역을 죽이는 꼴이 됩니다.

 

Q. 서울의 망리단길을 시작으로 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망미단길, 해운대의 해리단길, 범어사의 범리단길 같은 곳이나 서면의 전포카페거리, 혹은 보수동 책방 골목, 초량 이바구길뿐만 아니라 서동의 미로 시장, 부평의 깡통시장처럼 골목의 상권에 이름을 붙이고 다 같이 힘을 합쳐 테마를 조성하여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홍보 방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많은 생각들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시의 미래는 상인은 물론 행정가들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인들끼리만 해서 구역을 형성하면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대기업이 다 가져갑니다. 기존 점포로 형성되어있는 전통 상점가나 전통시장은 한계가 있습니다. 개성이 있는 시장으로 발전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전통시장 안에 상인 대학이라든지 상인들의 의식교육을 하지만 그분들에게만 맡기면 너무 어렵습니다. 해리단길 같은 곳 또한 행정으로 만들어진 곳입니다. 결국 행정적인 부분과 합쳐 어느 정도 계획을 통해야만 더욱 성공적인 발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제가 학교에서 2018년에 부산경제진흥원에서 추진했던 '우리 동네 골목 활력 증진 지원사업'으로 부산 중구 대청로 99번 길을 알리는 활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래도 연령대가 좀 있는 지역 상권 자영업자들과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과 같이하는 활동 하여 상권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일은 혹시 해보신 적이 있으신지, 없으시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해본 적이 있습니다. 협동 조합을할 때 부경대 학생들과 함께 두리누리라는 이름으로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 같이 만든 고양이가 훔쳐 간 생생어묵이라는 제품도 만들어서 여러 가지 이벤트도 해봤고 생각지도 못한 문화를 공유할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산학협력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젊은 친구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상당히 바람직하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다. 협회에서도 동의대학교, 부경대학교와 관련된 내용은 계속 얘기 중입니다. 직접 경험을 해보고도 고민을 못 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책에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OECD 주요 회원국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8월 기준, 25.5%OECD 평균인 15.9%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되어있었고, 이처럼 많은 회사원이 퇴직 이후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자영업에 많이 뛰어듭니다. 이처럼 새로 시작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해주실 수 있는 조언 한마디가 있을까요?

A. 책에서 보면 홈플러스의 이사이자 본부장이었던 분이 회사를 나오고 카페를 차렸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그분께 카페를 차리려고 했던 시점으로 돌아가면 다시 카페를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안 한다고 했답니다. 그만큼 창업은 어떻게 보면 회사를 운영하는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 해도 힘든 것이 창업입니다. 진입장벽이 낮아 쉽게 창업을 할 수 있지만, 창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자 기본적으로 자영업에 뛰어들려는 사람은 빚을 내서 창업을 하면 절대 안됩니다. 돈을 가지고도 자영업이 쉽지 않은데 빚을 내서 하면 그 부담감을 이기기 힘들 겁니다. 

 

Q. 책 안에서 보면 저자님의 아드님이 여자친구분과 창업을 계획했었던 부분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에게도 한마디만 해주신다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A. 요즘 정부에서나 학교에서 창업을 지원을 많이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은 좋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무턱대고 창업을 권하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 생각이 듭니다. 창업하지 않아도 내 능력을 발전시키고 개발하게끔 만들어야 하는데 무조건 창업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가 생각하기에는 창업하려면 창업을 할 만한 나만의 기술이나 적성에 맞는 역량을 가지고 있거나, 창업 아이템이 보인다면 그 업종에서 일정한 일을 부분의 배우고 나서 가늠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보고 무턱대고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기업과 관련된 업종은 더욱 하지 말아야 합니다. 대기업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운 곳으로 창업 아이템을 생각해야 합니다.

 

Q. 가끔씩 골목시장이나 전통시장의 대표가 대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받고 권리를 내어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처음에는 왜 상인들이 대기업에 맞서 싸우다가 음성적인 돈을 받고 해결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결과는 상인들이 한계점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은 마트나 SSM이 편리한데 왜 막냐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상인들은 위축이 됩니다. 그리고 상인들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돈이라도 받는 것이 차선책이라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아무것도 못 받는 것보다는 돈이라도 받자라는 생각으로 돈을 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습니다.

 

Q. 책을 쓰면서 느낀 점 같은 것이 있을까요?

A. 이 책을 쓰면서 그리고 상인운동을 하면서 세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미안함, 고마움, 깨달음입니다. 첫 번째 미안한 마음은 가족들에게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못한 미안함을 담아내고 싶었고, 그리고 제가 권력이나 자본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의 회원들에게 무언가 해줄 수 없는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의 회원들은 희생을 많이 당했습니다. 그 분들에게 무언가 해드릴 수 없는 미안함. 그 어려움들을 드러내어 이 책을 쓸 수 있게 도와준 것에 대한 것이 두번째인 고마움입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고마운 것도 있고, 책에 있지만 지역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해준 것에 고마운 것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퍼지는 언론에 저희 이야기가 다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조금이라도 정치적인 내용이 들어가야 쉽게 다루어 집니다. 그래서 지역의 언론에서 도와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있습니다. 얼마나 내 가족이 소중하고, 지역을 지키기 위한 연대의식을 가져야한다는 것, 그리고 상도정신을 갖고 나의 생존권을 넘어서 넓은 마음을 가지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껴안고,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다같이 만들어 봐야한다는 깨달음을 느꼈습니다.

 

Q. 노동 운동은 많이 들어봤지만, 상인 운동은 저한테 좀 생소합니다. 이 책이 상인 운동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A. 일반적으로 노동자의 투쟁은 다 아는데 상인의 투쟁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노동자는 내 일자리 지키기 위해 노조랑 싸움하는데, 다 어떻게든 해결이 됩니다. 상인 운동은 나의 주변이 어떻게 보면 주변 경쟁업체이기 때문에 모두 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합하기도 어렵고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조직도 너무 많아 정치적으로 흔들리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상인들의 리더들이 많은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인 스스로가 상인계층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인은 규모가 커도 대기업성을 가지긴 어렵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이 대표하여 기록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상인끼리 투쟁하는 과정을 적어놓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부끄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상인들의 특성이 폐쇄적이고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안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힘들어하면 어떤 누가 돈이라도 꾸어주겠습니까? 돈이라도 꾸려면 사람들이 내 매출도 많고, 내가 잘 갚고, 돈이 많은 줄 알아야 돈을 꿀 수라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비교가 되기 싫기 때문에 보수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힘든 부분들이든, 못난 역사든, 잘못된 과오든, 또 어떤 음성 적을 받는 그런 투쟁이라도 이런 책들이 계속 나와야 노동 계층 정도의 투쟁 동력을 통해 정책화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직 상인운동은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호주머니밖에 못 챙기지만 좀 더 넓게 바라봐야 합니다. 겪고 있는 희생을 발판삼아 좀 더 키워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나의 터전 나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인들도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책 안에는 전국의 많은 자영업자들의 아픈 사연들이 있었는데, 어떤 사연이 가장 힘들었습니까? 

A. 모두 힘들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가장 힘들었던 사연은 스크린 골프존 사연입니다. 스크린 골프가 어디 가서 대리점 사장, 슈퍼 사장 이런 식으로 하면 괜찮게 봅니다. 그런데 스크린 골프장 연습장 사장이라 하면 사회적으로 보면 좀 여유 있어 보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어디를 가도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들어주지 않습니다. 당신 먹고살 만하지 않냐는 식으로 생각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너무 힘들고 법적인 부분도 너무 복잡하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너무 없는 사연이라 너무 힘들었습니다

 

Q. 추가로 새로 계획하시고 계신 책 같은 걸 낼 계획이 있으십니까? 있으시다면 어떤 책을 내실 계획이십니까?

A.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해도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책을 쓴다면 현재 부경대 경영 컨설팅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논문을 적고 난 후 연구와 관련하여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우리들의 조그만 힘을 결속력을 통해 크게 만들어 대기업과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책을 많이 안 팔리는 부분들은 조심스럽지만, 사업조정제도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책으로 만드는 걸 생각 중이긴 합니다. 협상의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협상에서 어떤 걸 갖추고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대기업은 상대하는 상인의 상권, 특성, 집단의 구성원까지 다 알고 오는데 상인들은 상대를 아무것도 모르고 오기 때문에 협상을 잘해나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체계화된 제도로 운영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꿈이긴 한데 너무 전문 분야라 많은 사람이 읽지 않을까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Q. 인터뷰를 마무리하려고 하는 데 추가적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책에 나온 구절 중에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게 있습니다. 서로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상대의 가시에 찔리고, 찔려서 멀어지면 다시 온기를 나누기 위해 다시 가까이 다가가려 합니다. 고슴도치 딜레마가 지금 상인들과 같다. 참 어려운 환경에 자영업자들이 놓여있다. 사람과 어떤 온전한 관계가 형성되면 도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돕는다는 것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함께 맞아주면서 고민하는 것이라는 글을 신영복 시인의 함께 맞는 비를 가져와서 써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님은 인생 선배로서 인터뷰하면서도 보고 싶었던 것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감할 수 있고, 서로 고개 끄덕이며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니라도 언제든지 궁금한 게 있으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찾아와도 좋다는 말씀까지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직접 그 자리에서 친필 사인까지 해주시며 『골목상인 분투기』 책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이정식 저자님과 인터뷰를 하면서 선물도 받고, 오히려 더 많이 배우는 것 같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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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허성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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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eace21 2020.01.17 1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이'의 '가치'가 중요한 시대에, 상생과 공감 등을 이야기하는 이정식 선생님과 허성일 인턴의 인터뷰 내용 잘 읽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 함께하는 우리의 내일이 조금은 더 나은 삶이 되길 바라봅니다~ ^^

  2. 날개 2020.01.21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자의 진심이 느껴지는 인터뷰네요.
    진심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상인운동을 이어올 수 없었을 것 같아요.
    결국 그 마음이 닫혀있던 상인들의 마음도 열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

거대자본에 맞서 지역 상권을 지킨

중소상공인살리기 운동, 13년의 기록

 

 2006, 중소기업을 보호하던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면서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중소기업 분야에 진출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사업조정제도에서 빠져나가려고 했고, 결국 그해 말부터 기업형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개인 슈퍼마켓이 거대 자본과 조직을 가진 대기업 슈퍼마켓에 혼자 맞설 수 없기에, 지역 상인들은 다 같이 힘을 모아 자신들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생업까지 뒤로하고 맞섰다.

 

  이 책은 그 상인들이 자신들의 상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내용과 결과뿐만 아니라, 전국 주요 도시들의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사연, 이들이 법과 공무원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정치와의 관계 등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대자본에 중소 상인과 자영업자의 삶이 난도질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식품대리점을 운영하다 중소상공인 살리기 협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았다. 또한 부산시 중소기업 사업 사전조정협의회와 부산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위원을 맡아 골목 상인의 입장을 반영하고자 노력했다. 전국유통상인 연합회 공동회장을 맡아 골목상권 보호 입법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현재 부산도소매 유통 생활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직을 맡아 협동조합 사업과 사업조정제도를 활용한 상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골목상인 분투기의 내용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만은 할 수 없다.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을 한 후에 부족했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도전할 수 있는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게 자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OECD 주요 회원국 중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 취업자 중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8월 기준, 25.5%OECD 평균인 15.9%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번듯하면서도 리스크가 낮다는 판단에 대기업이 하는 가맹사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었고, 오로지 가맹점만 늘리려고 혈안이 된 가맹 본사 탓에 한국은 편의점과 치킨집이 포함된 가맹점 수가 전국에 22만 개가 넘는 가맹점 대국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자영업을 해서 많은 수입을 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가맹점으로 가게를 차렸지만 무분별한 가맹사업으로 적자를 보거나, 비싸게 기계를 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된 새 기계가 출시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대기업이 아니라도 자본이 없는 개인이 하는 사업자는 사업이 잘돼도 문제였다. 장사가 잘되니 입점해 있던 마트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재건축으로 인해 몇 년간 노력했던 게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던 자영업자들의 모습을 이 책에서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는 적자를 뻔히 알면서도 왜 문을 닫지 못하는지 아십니까?”  많은 자영업자들이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서를 받은 뒤 은행 대출금으로 모자라는 사업자금을 보태거나 긴급자금을 수혈합니다. 그런데 폐업을 하면 사업자등록증이 말소되니 은행 대출금을 일시에 상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대출금 상환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주변의 자금을 모두 끌어다 썼기 때문입니다.” (p.100)

 

  이처럼 자영업을 여윳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자영업을 시작한 이상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현실을 적어놓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지레 겁먹고 절대 자영업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SNS나 유튜브, 다른 서적을 보면 실패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들과 사업에 대해 밝은 점도 충분히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자영업을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여기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준비를 한다면 성공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공을 하기 위해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하지 않고 이익만 챙기려고 하고, 사람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성공을 한다면 그 또한 대기업과 다름없는 것이다. 결국 서로서로 '상도(常道)의 정신'을 가지고 잘 살기 위한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목상인 분투기 - 10점
이정식 지음/산지니

 

Posted by 허성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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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01.10 13: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골목상인 분투기』의 내용은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만은 할 수 없다.' 이 문구에 공감이 가네요. 맞아요. 이 책에 담긴 이야기가 당장에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언젠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흔히 '카페나 차려볼까? 하고 말하기도 하고 ㅎㅎ), 내 가족이나 친척, 지인 중에 자영업자는 분명 있을테니까요.


  2. BlogIcon 실버_ 2020.01.10 15: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에 대형마트가 등장했을 때 여러 이야기가 많았었지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되어버렸네요. <골목상인 분투기>는 그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김민주 작가의 에세이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를 읽고

김민주 저산지니2019.12.20222



[저자소개]


 90년대 수많은 아사자를 낳은 북한의 식량난은 그녀에게 체제와 이념을 넘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인 김민주 작가는 통일부 사회문화교류 과와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 민간협력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난의 행군시절 성장기를 보낸 북한 주민들의 영양결핍에 대한 논문을 썼고, 개성공단 영양사 구인공고를 본 그녀는 석사를 졸업한 그달 휴전선을 넘어 개성 땅으로 향한다.

개성공단의 누리미 공장동 외에 공단 내 버스사업소 등 북한 노동자 3,000여 명을 위한 급식 식자재 반·출입 및 북한 직원 관리 총괄 업무 등을 하며 그들의 점장 선생으로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개성공단의 급작스러운 폐쇄 이후에도, 그녀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정착지원 업무를 하며 다양한 지역에서 온 각계각층의 북한 이탈 주민을 만나 북한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책 소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에는 2016년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전, 저자가 1년간 개성공단 공장동에서 영양사로 일을 하며 만난 북한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봉사활동을 위해 찾아간 파키스탄에서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밥을 얻으러 다니는 아이들을 만난 기억이 있다. 그 모습에서 분단된 조국과 그 땅에서 일어났던 한국전쟁을 떠올리고는 북한과 통일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기아 문제로 고통받는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 일하기로 하고, 영양전문가가 되기 위한 공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북한 사람 혼자 있으면 순박하게 웃으며 함께 고개를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북한 사람 둘 이상이 있으면 눈을 내리깔고 무표정으로 지나친다. 북한 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일 때는 입을 손으로 가리며 수줍게 웃으며 부끄러워했지만, 여럿이 있을 때는 무표정으로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들 체제에서 공화국에서 정해둔 규정을 어기게 되면 남한에서 상상할 수 있는 징계와는 차원이 다른 처벌이 뒤따를 테니까. 누가 곁에 있든 마음껏 반가워하고 웃을 수도 있는 자유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 " (91)

  개성공단에서 북측사람들과 4계절을 함께 지내면서 글쓴이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이 책에 녹여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1층 여자 화장실에 가니 그 도도한 면세점 직원이 남한 사람들이 쓰고 버린 페트병에 면세점에서 팔던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를 담아 와서 세면대에서 머리를 감고 있었다. 고개를 들던 그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178)

  이처럼 북한인들이 남한사람들에게 겉으로는 도도하고 북한의 상품이 우수하다고 광고하지만, 본인들은 우수한 품질의 남한 물건들을 사용하며 서로 곤란했던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북한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왔다.


 6·25전쟁, 도끼만행사건, 핵 도발과 같은 우리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지만 100년도 안 된 시간일 뿐, 오랫동안 우리말을 같이 사용하고 역사를 같이 써 내려왔다. 이념을 달리한 채 반세기 조금 넘게 분단되어 사는 상황이다.

냉전 시대의 특수성과 김일성 일가를 필두로 한 독재, 그리고 공산당원 간부들의 체제적 모순이 남한과 북한의 사이를 갈라놓았다고 생각할 뿐, 그 안에서 사는 일반 시민들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자식들을 사랑하고, 남을 위하려고 하며, 같이 기뻐해 주는. 남한 사람들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궁금해하는 매우 순수한 사람들이다. 다만 체제의 감시 속에 있어 표현의 자유가 없을 뿐이다.


비슷하지만 너무나 다른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지내왔는지 그들과 대화하고 싶은 나에게 조금이나마 그런 갈증들을 해소해 주는 단비 같은 책이다.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 - 10점
김민주 지음/산지니


Posted by 기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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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에디터날개 2020.01.10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이 책을 읽으며 통일이 정치적인 측면에서야 복잡한 문제라 저도 잘 모르겠긴 하지만, 경제적으로라도 서로 자유롭게 오가고 교류한다면 답답한 현실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2. BlogIcon 실버_ 2020.01.10 15: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점점 드라마, 영화 분야에서도 북한 관련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우철 씨 말대로 <나는 개성공단으로 출근합니다>는 비슷하지만 너무 다른 그들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네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정우련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빈집』 이후 16년 만에 나온 소설집으로, 정우련 작가의 발자취가 차곡차곡 담겨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끓는점으로부터 서있는 지점이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그려냈다.

 

「통증」은 베트남전 참전의 후유증을 앓고 있는 조각가 그와, 무명 소설가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두 사람은 새집 지어 사는 것보다 헌집 고쳐 사는 게 몇 배나 골치 아프다는 소리를 듣는 재혼 부부이다. 중년 부부인 이들은 통증을 앓으며 뒤틀려 어긋나기도, 공감하며 다시 맞춰지기도 한다.

그녀는 난생처음, 가슴을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몸속에 전쟁의 기억을 새겨놓은 사람의 40년 삶이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죽음이 아니면 잊을 수 없는 상처란 바로 이런 거구나. 그녀는 비로소 그가 건너야 할 망각의 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33p

 

「까마귀 길들이기」는 친구라고는 길들인 까마귀 하나뿐인 왕따 ‘나’가 별아를 친구로 사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나’는 한때 자신이 질투했던 수정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별아의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도망친다. 그러면서 까마귀 까미처럼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별아를 좋아하게 된 과거의 사춘기 때를 회상한다. ‘나’는 회상 끝에 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려 별아 엄마를 찾아가려 하는 것으로 작품은 끝을 맺는다.

“…죽이나 인생이나 다 끓었다고 방심하면 클난다.”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놓친 주걱을 건지고 불을 조금 줄였다. 그러고는 다시 젓기 시작했다. 죽은 여전히 분화구를 만들면서 한동안 뜨겁게 끓었다. 마치 사춘기 적의 펄펄 끓던 우리들 마음 같았다. 죽에 덴 팔목 부분이 쓰리고 아파왔다. 53p

 

「우리들」은 시인 ‘나’의 출신학교, B여상 3-1반의 반창회가 열리는 이야기다. ‘나’의 동창 중에서는 B여상을 상반되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다.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미경은 모교를 자랑스러워하는 반면에, 보험영업을 하는 둘이는 첫사랑에게조차 출신학교를 밝히지 못하고 부끄럽게 여긴다. 이렇듯 생각도, 직업도, 살아온 시간도 다른 인물들은 B여상 3-1반이라는 공통점 하에 ‘우리들’로 묶인다. ‘우리들’은 부재의 시간이 무색하게도 졸업 37주년 반창회에 모여 마치 3-1반으로 돌아간 듯, 학교 쉬는 시간인양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걸 당당히 밝히면 자존심이 안 상하지. 여상 나온 게 무슨 죄가. 너는 네 엄마가 문둥이면 꽁꽁 숨길 년이네. 진짜 자존심은 문둥이 엄마지만 내 엄마라고 당당히 내보이는 용기 아이가. 86P

 

「말례 언니」어린아이인 ‘나’가 이웃집 문맹 말례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며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나’는 말례 언니에게 대필을 해줄 뿐만 아니라, 한글을 가르쳐주는 스승이 되기도 하고, 쪽지를 전달하는 심부름꾼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불행의 씨앗이라는 역할조차 하게 된다. 말례 언니는 비극을 겪고,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고향으로 쫓겨나듯 떠나며 ‘나’에게 쪽지를 건넨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가네요.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가네요…….”
똑같은 구절이 쪽지 한바닥에 빼곡이 적혀 있었다. 참았던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144P

 

표제작인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새내기였던 ‘나’가 대학 교양 작문 수업의 담당 강사인 그를 만나 뜨겁게 끓어올랐다가, 식어가는 사랑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불가항력에 이끌려 팽팽하게 조이던 뜨거운 줄은 끓고 나서 4분 후면 끊어지고 만다. 영화 <엘비라 마디간>에 나오는 장면처럼, 그들은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이었다.

물이 끓기 시작해서 4분 후면 계란이 알맞게 익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끓고 나서 4분 후면 끝이라는 거. 그다음은 잡지의 부록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과 같은 그런 반복이거나 연명에 지나지 않는 삶이잖아. 176p

 

「처음이라는 매혹」젊었을 적에는 청상과부로, 나이가 든 지금은 독거노인으로 살아가는 엄마와 요양보호사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만, 친엄마는 아니다. 새엄마라든가 출생의 비밀 같은 것도 아니다. 엄마는 요양보호사가 돌보는 여성 노인을 부르는 호칭이다. 엄마는 채 1년도 함께하지 못한 남편을 그리워하고 죽음을 ‘생전 처음’ 겪는 매혹적인 순간으로 여기며 죽음을 준비한다. 평소 ‘생전 처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를 의아해하던 ‘나’는 엄마의 덤덤한 모습에 눈물을 삼킨다.

“나는 인자 죽음이 기대가 된대이. 간혹 가다 어찌된 판인지 하나하나가 낯설고 생전 처음인 거 같을 때가 있거든. 그러다가 금방 내 아이가 인자 여든여덟이지, 하고는 깜짝 놀래. 인자 내가 처음 겪을 일이 죽음밖에 더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거든. 죽음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나서 생전 처음 겪는 진짜로 매혹적인 순간이 아이겠나 싶어서 은근히 기대가 된다니까.” 203p

 

「만선」은 영광 87호 선장이 공산화된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피플 96명을 해상에서 구조하는 이야기이다. 선장은 표류하던 배에서 구출한 생명들을 참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만선’이라며 희열을 느끼지만, 회사에서는 해고를 들먹이며 난민들을 들여오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 선장은 수많은 고뇌 끝에 회사의 지시를 거부하고 선원의 의무를 지킨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1985년 베트남 난민을 구출한 전재용 선장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우련 작가가 이를 장편으로 쓰던 중에 단편 청탁이 와서 주제 부분만 떼 단편으로만 썼다고 한다. 그 장편 소설이 나온다면 바로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전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정우련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그날 밤, 보름달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바람 한 점 물결 한 점 없었다. 그런 바다를 선원들은 장판선 바다라고 불렀다. 자칫 땅으로 착각하고 무심코 발을 내디뎠다가는 빠져버릴 수도 있는, 세이렌의 노래처럼 아름답고도 위험한 바다였다. 232p

 

 정우련 작가는 7편의 이야기 곳곳에 통증을 느끼는 인물들을 배치했다. 사소한 갈등에서부터, 속을 긁는 큰 다툼까지 끓는점으로부터 서있는 지점이 다른 인물들인 만큼 통증을 주고받는 대상도 다양하다. 마땅히 미워했던 친구에게,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연인에게,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사람에게, 심지어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도 통증을 선사한다. 홧김에 혹은 의도적으로 생채기를 낸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통증은 고통만을 주니 피하며 살자와 같은 의미는 전혀 아닐 것이다. 우리는 통증을 느끼고 살아가야 한다. 통증이 없다면 고통을 느끼지 못해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없으며, 살아갈 수 없다. 하나의 크고 작은 통증을 유발하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독자에게 질문한다. 통증이 필요한 삶 속 당신은 지금, 끓는점으로부터 어디에 있나요?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10점
정우련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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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20.01.09 17: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각 수록작마다 대표하는 구절들을 센스 있게 뽑아주셨네요.
    다연 씨가 정우련 작가님이 7편 이야기 곳곳에 통증을 느끼는 인물들을 배치했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그래서 통증도 제목 후보에 있었답니다.
    작가님이 보시면 의도를 알아챘다고 좋아하실 것 같네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 )

  2. 날개 2020.01.10 08: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담겨 있네요. 정우련 작가님이 앞으로 풀어놓을 이야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서평 잘 읽었어요 :)

 

 

위선의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

정정화의 실금 하나를 읽고


정정화 작가의 소설집 실금 하나에는 총 8편의 단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제목으로 묶인 단편 소설집이라고 하더라도 소설 하나하나에서 일관된 공통점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정정화 작가의 실금 하나는 어렵지 않게 8편의 소설 모두를 관통하는 주제를 찾을 수 있었다. 그건 곧 부조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201호 병실은 가족관계의 불화, 돌탑 쌓는 남자실금 하나는 부부 관계의 불화, 가면, , 괜찮니?,크로스 드레서학교와 회사에서의 불화, 빈집은 친구 관계의 불화를 내세운다. 불화와 갈등은 소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세상과 불화하여 만들어 내는 것이 갈등이며 그러한 갈등 속에서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불화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소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불화나 갈등은 소설에서 전제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정정화 작가의 소설에서 인물은 대부분 순수하고 정직한 주인공과 그와 대립하여 위선적인 세계와 영합한 이들의 대립구조로 볼 수 있다. 이는 너무나 선명한 선악의 대립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갈등이 현실 세계에 너무나 밀접하게 다가와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쉽게 읽고 넘어갈 수 없도록 만든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에서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머니와 그의 재산을 둘러싸고 가족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인 201호 병실에서 역시 아픈 노인들이 가득한 201호 병실의 침대를 의인화해 서술하고 있다. 그는 병실에 입원한 노인들의 이야기와 욕망, 그리고 한때 자신의 위에서 입원 생활을 했던 설아 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돌탑 쌓는 남자실금 하나는 모두 부부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이었는데 이 두 편의 소설에서는 모두 가부장적인 남편이 등장한다는데서 인상적이었다. 특히 실금 하나는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떠오를 만큼 강렬한 부분이 있었다. 가면은 보험사에 취직한 정민 씨의 이야기이다. 그런 정민 씨의 팀장인 가희는 자신이 지점에서 가장 실적이 높은 명인이 되면 같은 조인 정민에게도 보상이 있을 것.”이라며 정민의 실적을 가로채지만 정작 정민은 실적이 가장 낮아 회사에서 무시를 당하기 일쑤이다. 반대로 가희는 지점장과 불륜관계를 유지하고 고객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점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잡게 된다. 그런 가희를 축하하기 위해 연 가면무도회에서 정민과 가희에게 피해를 입은 동료들은 가면을 벗으며 진실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이렇듯 가면은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이 소설집에서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이와 비슷한 유의 소설인 , 괜찮니?크로스 드레서는 마찬가지로 학교’라고 하는 직장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 괜찮니?는 학부모들에게 부당한 선물을 받고 미술 대회 성적을 조작하려는 염 선생과 그에 동조하는 선생님들에 대해 반기를 들고 상장을 찢어버리지만 결국 물의를 일으켰다는 죄목으로 해고를 당한다. 크로스 드레서에 등장하는 기간제 교사 역시 기간제 교사로 학교 업무에 쉬이 적응하지 못하던 찰나 그녀를 살갑게 도와주는 사회 선생과 점점 친해져, 육체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하지만, 그녀가 기간제 교사의 업무를 끝내자마자 연락이 소원해지더니 결국에는 같은 학교의 염 선생과 결혼을 한다고 한다. 그에게 배신감을 느낀 그녀는 그들이 자주 가던 카페의 바리스타처럼 반대 성별이 입는 것으로 인식되는 옷을 입는 행위인 크로스 드레싱을 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이처럼 가면을 제외한 정정화의 소설은 모두 순수한 삶은 지향하는 사람들의 패배로 그려진다. 빈집은 이러한 비극성이 절정에 달하는 소설이다. 외딴 섬에 어머니와 함께 살고있는 현수는 얼른 돈을 벌고 장가를 가라는 어머니의 독촉에 섬 밖으로 나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간판 사업을 하던 기태와 만나 같이 사업을 시작한다. 현수와 기태, 그리고 기태의 경리인 미영까지 3명이 일을 하면서 현수와 미영은 사랑에 빠지고 둘은 멀리 가서 같이 살 계획을 짜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뒤, 기태와 미영이 현수에게 줄 돈과 계약서를 가지고 야반도주를 하게 되고 현수는 절망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방마저 빼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자 현수는 어머니를 두고 온 외딴 섬을 떠올린다. 그는 결국 외딴 섬으로 돌아가지만, 거기에는 이미 썩어버린 어머니의 시신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 소설은 독자들로 하여금 불편하게 하고, 분노케 한다. 이러한 불편함과 분노는 부조리한 세상과 그것에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에게서 기인한다. 주인공들은 영악한 인물들에게 속절없이 당하지만, 그런 인물들 역시 구조의 피해자이며 구조에 영합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들이 대부분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이 소설이 드러내고 있는 현실은 더욱 서늘하다. 하지만 비뚤어진 세상에서는 똑바로 서 있는 자가 비뚤어진 것.’이라는 말처럼 그들은 똑바로 서 있기에 비뚤어져 있다. 그런 이들의 순박함과 올바름에 대한 감각은 작가가 반드시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던지는 정의와 올바름에 대한 지향은 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Posted by 구경민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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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20.01.09 17: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부터 부조리한 현실을 다룬 소설을 읽기가 힘들었어요. 현실을 마주하면 할수록 버겁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지만 경민 씨가 쓰신 것처럼 그 역시 소설의 역할이므로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2. 날개 2020.01.10 08: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정화 작가님의 이번 작품을 설명하는 단어 중 '위선'과 '부조리'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합니다. 어떤 명쾌한 답을 내려주진 않지만, 내가 서 있는 현실은 어떠한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작품이었어요.

 

 작지만 따뜻한 삶의 위안,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서평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여러 단편 에세이가 묶인 총 4부로 구성된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삶과 예술, 사람과의 관계, 책과 독서에 대해 이야기함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한다.

 

 책과 문학, 독서와 비평 등. 나는 현재 재학하는 한국어문학과 특성상 다양한 방면으로 많은 작품을 만나고 수학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책 속에서 가치를 찾기보다, 과제와 성적을 위해 수동적으로 작품을 바라볼 뿐이었다. 책과 글이 좋아서 진학한 학교이지만 오히려 그와 더 멀어져버렸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그 동안의 대학생활이 허망해졌고, 그렇게 나는 학교생활에 대한 권태감에 빠져버렸다. 그 시기에 만난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그런 내게 공감과 힘이 되어주었다.

삶은 언제나 불확실하며, 그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고하게 자신의 한 생애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이다. 오늘날 대학이 취업의 최전선에 서게 되면서 기능적 지식에 매몰된 편협한 인재를 양산할 위험은 늘 있어 왔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결국, 그 어떤 변화에도 두려움 없이 맞설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성을 갖추는 일이 대학생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나는 믿는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 中 p.83~84)

저자는 배움·교육에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늘날의 대학이 단지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저자의 대학 제도에 대한 비판은 대학 생활의 권태감에 빠진 나에게 큰 공감이 되었다. 또한 저자는 대학생들이 대학 제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배움·지성을 쌓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저 권태감에 빠져 무기력했던 나는 이를 통해 다시금 책을 펼치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얻었다.

 

 집이란 것이 편해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렇지가 못했다. 우리 집 자체가 워낙에 개방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내 방에 있다고 해서 혼자인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까. 인간관계에 있어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그러나 고독을 안쓰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독을 즐긴다고 자부하는 나에게도 그들의 시선은 고역이었다. 동정어린 시선이 느껴질 때, 나는 순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불쌍한 건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억지로 사람들 사이에 나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런 고민이 들 때 이 책은 이렇게 말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인간을 단단하게 만든다. 일고일고(一孤一高), 한 번 고독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간다. 우리는 고독을 거쳐 더 나은 자신이 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살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잃어버린 고독을 찾아서 中 p56~57 )

저자는 고독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은 고독을 거쳐 성정한다고 말하며, 고독을 통해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혼자만의 시간은 불쌍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이 글을 읽고 더 이상 혼자 보내는 시간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남들의 시선을 버려두고 온전히 그 시간을 즐길 뿐이다.

 

 이처럼『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의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철학적이고 예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 내 삶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또한 소소하지만 가치 있는 삶의 의미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中 p132)

삶의 지치고 모든 것에 권태로울 가? 일상이 버겁고 무기력한 가?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그런 이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안과 원동력이 되어준다.

 

 


 

Posted by 남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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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20.01.09 17: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책에서 일고일고(一孤一高)라는 말이 와닿았는데, 경희씨에게도 와닿은 구절이었나 보네요. 따뜻한 서평 잘 읽었습니다 : )

  2. 날개 2020.01.10 0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들이 대학 제도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배움·지성을 쌓아가기를 바란다'라는 교수님의 글귀가 인상적이네요. 바뀔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무기력하게 있기 보다는 그 속에서도 '나다움'을 찾는 게 어렵지만 중요한 것 같네요.

  3.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1.13 11: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 잘 읽었어요. 저도 책에서 "일고일고(一孤一高), 한 번 고독할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나아간다." 문장이 가장 감명 깊게 와닿았어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박유정입니다.

좋은 기회로 정광모 작가님의 『마지막 감식』을 읽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궁금했던 점을 질문드리고 답변을 받은거라 굉장히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한번 보실까요?  

 

 

1.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감식을 출간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소설 쓸 때마다 아쉬운 점이 남지요. 한편으로는 책을 내서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과 인물의 성격을 더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다음 장편을 쓸 때는 더 나아져야지 하는 다짐도 합니다.

 

2. ‘위조지폐’ 같은 에피소드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셨나요? 저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2012년 신문에서 번호 ‘77246’로 끝나는 위조지폐 5천원 권을 4만 장 이상 발견했는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범인은 어떻게 해서 이런 위조를 할까 생각하면서 소설 소재로 써야겠다고 챙겨두었죠. 여러 숙성과 변환 과정을 거쳐서 7년이 걸려서 장편소설로 나오게 되었네요.

 

 

3.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양원진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마지막 감식』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저는 MT삼조회사의 권호 대표가 소설적 인물이고 힘도 있어 작품에서 더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생각 합니다. 권호 대표는 자본주의의 화신이자 그 성격을 표방하는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분이 처음에 강렬하게 나왔다가 중간에 사라져서 아쉬웠다는 독자 분이 여러분이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3.  작가님께서는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내를 죽였지만 아내가 자살한 것처럼 유서를 위조한 범인이 양원진을 찾아와서 당신의 감식이 틀렸다며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엇인지 흐릿하게 만드는 괜찮은 장면이라고 봅니다. 양원진은 충격을 받고 자신이 하는 과학 감식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회의하게 되지요.

 

4. 작가님께서 글을 쓰실 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쓰고 싶고, 창조하고 싶은 열망이라고 할까요. 그런 마음이죠.

 

5. 글을 쓰실 때 따로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요?

 

 

-퇴고가 어렵지요. 인물의 개성을 키우는 장면 묘사나 대사도 고민이 많이 되고요.

 

6. 정광모 작가님께 소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도 함께 주는 일.

 

7.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

 

 

-꿈을 소재로 장편을 쓰고 있습니다.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되어야 할텐데 고민이 많네요.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

 

 

 

 

 

마지막 감식 - 10점
정광모 지음/강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나는 장성택입니다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책 주문하기 >> https://goo.gl/cUJW3o

* 정광모 작가님의 아래책들은

( 『토스쿠』,『나는 장성택입니다』 )

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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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사의 명장면은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6명 전원의 다른 전공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 해양사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으로, 간혹 아는 내용을 만났을 땐 일일이 반가워 해가며 세계의 바다를 물들인 여섯 빛깔 해양사속으로 들어갔다.

 

  내륙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란,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처럼 낯선 장소였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 후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그저 방에 액자처럼 걸려있어 바라만 보던 존재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모든 이야기들이 그만큼 흥미 있음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사의 명장면』은 예로부터 바다에서 길을 찾고 또 그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해양공간은 에스파냐의 모험가들에게 타자와의 접촉을 가능케 한 통로였다. -24p

 

<만국공법>에는 해양 관련 조항이 풍부하다. 이 번역서는 동아시아인들에게 해양 분쟁에 활용되면서 바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가지게 만들었다. -81p 

 

  역사적으로도 바다는 미지의 세계, 두려움의 세계였다. 아직까지도 어촌에 민간신앙의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근대는 바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처럼, 기존 육로중심의 관계가 아닌 바다를 통한 새로운 만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바다는 동양과 서양으로 세계를 양분하는 경계선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었다.

 

해적은 어떻게 기사 작위를 받게 되었나?

근대 중국인의 눈으로 본 영국의 문화는?

곰솔이 어떻게 조선의 해양문화를 떠받치게 된 것일까?

청어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을까?

 

  『해양사의 명장면은 이 네트워크 속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전쟁, 무역, 문화교류 등을 자세히 살펴보며 재미있고도 깊이 있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조선은 지도를 깊이 감추어 두려고만 하였다. 바다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리 정보를 비밀에 붙이려고 한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고 결국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이 있는가? -111p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을 위한 질서유지의 의지 속에서 지식은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개척의 의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 그래서 이근우 교수는 지금의 우리가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역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되짚어주고 있다.

 

사람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집만 볼 것이 아니라 길도 함께 보아야 한다. -208p

 

바렌츠를 막았던 얼음이 녹듯이, 이 땅 한반도에도 해빙이 올까? 청어가 넘쳐나던 동해로, ‘환동해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83p

 

  그러므로 해양사의 명장면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닷길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역사적 항구도시 부산의 역할은 자연스럽게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었던 미역국에서부터 조선의 물고기라 불리던 청어, 우리나라 해양 교류의 중심지인 부산에 이르기까지 바다에서 시작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 가운데 깊이 녹아들어 현재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친절한 설명으로 인문학 도서, 그리고 해양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를 쌓으며 항해한 우리는 '오늘'에 도착했다. 멈추지 않고 다시 모험을 준비해야 할 지금,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새로운 바다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해양사의 명장면 - 10점
김문기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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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년으로 쳐주나요, 대학과 청년』 서평

 

대학과 청년』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대학 청년 문제를 사회 맥락 안에서 집요하게 분석한다. 현실에서 멀게 느껴지는 이론을 설명하는 데만 치중하지 않고, 실질적·정책적 방안을 모색하려는 논의를 이어간다. 또한 사회에 새로운 주체로 진입하려는 '청년' 세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청년 문제의 원인을 그 개인으로부터 찾는 성급함 또한 경계하고 있다.

 

 

류장수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청년들을 비판해선 안 됩니다. 대기업이 반성할 것은 없느냐, 금융기관이 반성할 것은 없느냐,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작동하고 있는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청년들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면 공무원 취업을 준비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방향을 바꾸는 물꼬를 청년들이 트는 게 아니라, 사회가 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93)

 

류장수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이전의 초봉보다는 낮게 주면서 추가 고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면 모두 다 좋아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실현하려면 물론 검토할 게 있겠지만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 정도로 청년들이 개인 생활도 원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우리가 인정하고 사회 시스템, 경제 시스템, 노동시장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95)

 

 

저자는 책을 통해 정부, 지자체, 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환기하며, 저마다의 책임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해결책 마련에 대해 궁리한다.

 

 

류장수 기업들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해요. 대학 졸업자를 기업에서 쓸만한 직원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1년 이상 기업에서 교육해야 겨우 쓸만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업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쓸 인력이라면 졸업한 인력부터 그냥 활용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교육할 때부터 함께 투자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기업과 단체들은 인력 활용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일부분 책무성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학교 교육의 일정 부분에 대해 기업도 공동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교육이 잘못됐다. 왜 이 젊은이는 인성과 기술에 문제가 있지?’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113)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한국 사회 특유의 수도권 밀집 현상을 비판하며 지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입장 또한 나타나고 있다. 지역 대학의 현실에 관해 언급하고, 지역 대학 살리기를 강조하는 등 지역에의 관심을 계속해서 촉구한다. 특히나 지역의 과제가 청년 인재 양성과 활용에 지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청년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확보하는 것까지임을 강하게 피력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에 우수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정주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 지역의 우수 고졸자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지역 우수 인재들의 1차 유출이 발생하고,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지역대학 졸업 후 수도권 지역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2차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인재의 이러한 유출로 인해 지역 발전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으로 사람과 자본이 더욱 집중함으로써 국가의 불균형 발전이 확대 재생산되어, 지역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 발전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과 청년, 2부 시론, 1. 지역을 위한 대학 153)

 

 

따분하고 고루한 탁상 논쟁을 담은 책이 아니다. 대학과 청년』은 지방대생을 비롯한 한국 청년들로 하여금 두루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대학과 청년의 문제를 문자 그대로의 영역에서만 논의하지 않고, 사회·문화적으로 폭넓게 접근하여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류장수 국가 전체를 보면 청년의 위기는 국가 미래의 위기입니다. 청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우리가 국가 차원에서 청년 문제를 다룰 때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문화라든지 청년들의 생각까지 같이 아우르는 청년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130)

 

 

나는 지방대 학생이다. 열렬히 원해서 이리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리되어있었다. 4년 전 나는 대입 준비가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수능을 치기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소재의 대학에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말 그대로 시험을 '말아먹은' 탓에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으로 '하향지원' 했다.

 

나랑 다르게 언니는 서울에서 제법 알아주는 대학에 다녔다. 나 역시 그리될 줄로 아셨던 아버지는 크게 실망하셨다. 당신께서 비용은 지원해줄 테니 재수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셨다. 나라고 미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해를 허투루 날릴까 두려웠다. 나는 결국 부산에 남았다. 지금까지 1년의 휴학을 포함해 4년째 대학생으로 지내왔다.

 

졸업을 1년 조금 넘게 앞둔 지금,

나의 가까운 미래에

'지잡대'라는 주홍글씨 말고는

명확히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습게도 학교에서 만난 사람 중 대부분이 우리 학교를 희망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내가 여기 오겠어, 싶었는데 성적에 발목 잡혀 왔다고 말한다. 다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잡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만 더욱 짙어진다. 지방에 남는다는 건 낙오를 의미했고, 그것은 선택이 아닌 실패의 결말이었다. 반수에 성공해 서울로 떠난 선배와 동기들이 있고, 휴학한 상태로 반수를 준비하는 후배들도 있다. 지역 대학을 다니는 우리에게 '서울'로 달려들고자 하는 욕망은 마치 본능처럼 발동했다.

 

지금에 와서는 지망했던 학교에 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했지만, 실기는 대비해본 적이 없다. 그때만 해도 부산에 문예창작학과 입시를 가르치는 과외나 학원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선발 정원이 '6명'인 정시 전형에 지원할 각오로 대입을 준비했다. 설령 붙었다 한들 제대로 교육받은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진 패배감에 찌들어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가 지역 출신인 것이 조금 분하게 느껴졌다.

 

비록 수도권은 아니지만 나 역시 대학을 다니는 청년이었기에, 예외 없이 '스펙'이란 걸 쌓아야 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출판 업계에 진출하고 싶었고, 각종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포터즈를 알아보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참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억울한 기분이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서울, 서울이 답이었다.

 

대입부터 취직까지 지역에서의 일상은 낱낱이 결핍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나부랭이지만, 그 결핍만은 누구보다 생생하게 감각하고 있다. 지역의 생존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군데군데 나온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은 현실이 주는 불안에 비해 너무 작고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무작정 지역 발전에 내 미래를 베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게 밑천이라고는 곧 사라질 '젊음'이 전부였다.

 

근대에 등장한 '청년'이라는 개념은 엄밀히 '엘리트 젊은이'만 국한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청년이라는 이름이 이삼십 대 젊은 층 전체를 아우르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명 '상류 대학'에서 교육받지 못한 청년은 비엘리트의 꼬리표를 달고 청년을 위하는 정책 바깥으로 밀려난다.

 

비엘리트로 규정된 청년들은 스스로 '청년'이라는 이름에 괴리를 느낀다. 과거 매스컴에서 보여주던 '으쌰으쌰, 뜨거운 청춘'과 오늘날 청년의 삶은 조금도 닮아 있지 않다. 사회 진출에 대한 부담이 증대되는 와중에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면서, 청년은 문득 궁금해진다.

 

저 같은 것도, 청년으로 쳐주시나요..

 

 대학과 청년』은 위 질문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자는 진학, 취직, 문화생활 등 삶의 전반에서 나타나는 청년들의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들을 위하는 실질적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무능하고, 무지하고,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힐난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회적 욕구로부터 소외된 '청년'의 삶에 응원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과 청년 - 10점
류장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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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서 인턴입니다 :)

지난 금요일(2019.08.09.) 다정 인턴과 함께 문학 톡톡 행사에 다녀왔어요.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은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지난 회차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데린쿠유』가 그 주인공이었답니다.

그래서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어요 :D !

 

 

행사는 크게 토론, 낭독 및 퍼포먼스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특히 퍼포먼스는 어떤 게 준비되어있을지 너무 기대됐어요!

 

무대의 현수막과 추첨표입니다.상품은 데린쿠유 도서와 문화상품권!

 

아직 비어있는 무대를 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감상도 혼자 정리해보고,

작품에 관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 추측도 해보고 하면서 대기했어요!

 

카메라 화질이 좋지 않아서무대 전체를 사진에 담지는 못했어요 ㅠ▽ㅠ

 

사회를 맡으신 정영선 소설가님과 지정토론을 맡으신 권유리야 평론가님.

두 분 덕분에 깊이 있고, 재미있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정영선 소설가님께서 중간중간 『데린쿠유』 관련 퀴즈를 내주셨는데,

작품에 더 골몰하게 되고 재미있었어요!)

 

 

데린쿠유의 저자, 안지숙 소설가님!

첫 장편을 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창작동기로 답변을 해주셨어요.

 

단편으로 등단하고 작품활동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래서 누가 작가님, 하고 부르면 낯뜨겁더라고요. 작가로서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먼저 동기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도 제 스스로 한번 제대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남들보다 조금 힘든 몸을 가지고 살았고,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당했거든요. 그에 대해서 비명을 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질러봐야 엄살밖에 안 되니까, 작품으로 한번 뽀대나게 질러보자 싶었습니다.

 

남보다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나한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이 너무나도 억울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3년 전에 하던 일을 다 때려치우고 장편소설 쓰기에 착수했고, 그렇게 『데린쿠유』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권유리야 평론가님께서는 『데린쿠유』 작가의 말을 언급하시면서

안지숙 소설가님께서 지니신 작가로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데린쿠유』 작가의 말

 

생계로 하던 일들을 끊고 창작 활동에만 몰두하셨던 모습에서

작가로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들으면서 정말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인사를 포함한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마윤제 소설가님과 황은덕 소설가님의 『데린쿠유』 낭독이 있었습니다!

 

마윤제 소설가님께서는 작품의 도입부를 낭독해주셨고,

황은덕 소설가님께서는 입원한 세라와 현수의 대화 부분을 낭독해주셨어요.

 

소설의 첫 부분을 환기하니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되게 반갑게 느껴졌어요.

캐릭터가 워낙에 매력적이고 밝아서 그런지 다솜이가 특히나 반가웠어요.

 

황은덕 소설가님께서는 워낙 실감나게 낭독을 해주셔서,

장면을 상상하면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물들과 그 관계의 촘촘한 설정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관통하는 갈등의 원인을 누구로부터 찾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님께서는 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우물, '데린쿠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토론을 마무리하고 난 뒤, 기대했던 퍼포먼스 차례가 되었어요.

퍼포머 문수경 님께선 보이스 뮤지션, 사운드 퍼포머로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해요.

이날은 『데린쿠유』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해주셨습니다.

 

현수가 지하실에서 느꼈을 감정부터 시작해

지하도시 '데린쿠유' 의 느낌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청중의 질문과 감상을 받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발표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그래도 작가님과 독자로서 감상을 나눠보고 싶었어요!

엄청 떨면서 얘기했는데 박수치며 독려해주신 모두 감사했습니다.

 

 

 

사인도 받았어요!

제목이랑 사인이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페이지를 지정해서 사인을 받았습니다. (취향)

 

정말 두루두루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특히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았어요.

 

이상으로 문학 톡톡 행사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연서 인턴이었습니다 :) !

 

('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 톡! 톡!'은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합니다.)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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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은 걸까?’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감은 언제나 우리를 집어삼키곤 한다. 당장 반복되는 오늘을 마주하며 아무리 두꺼운 포장지로 나를 꾸며도 단단히 자리 잡은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설렘도 기대도 없이 그저 걸을 뿐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야겠다. 막연한 동경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 12p

  이 책의 저자 또한 외국계 기업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뒤에서 정해진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편이 순탄했을지 모른다. 저자는 우연히 고른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설렘은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해외 취업이라는 매력적인 길은 그간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을 돌려주었고, 그를 싱가포르로 안내했다. 어쩌면 책을 통해 영국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조금 무모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으로 싱가포르 해외 취업 활동을 떠났다. 물론 덕분에 백수 생활을 하기도 하고, 불법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며 팔자에도 없던 갖은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더 넓은 세계로 그를 인도한다.

 

자신이 받은 교육,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질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131p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세상이 있다고 한다. 깨끗한 거리, 맛있는 음식, 찬란한 야경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도시 싱가포르. 그만큼 정교한 계획 위에 만들어진 도시인 싱가포르에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환경, 사람, 사건들을 새롭게 마주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언제나 당황스럽지만 놀라운 일이다. 그 속에서 오로지 종이 몇 장의 계약만으로 얽히고 맺어진 수많은 관계는 오히려 새로운 모든 순간을 즐겁고 단순하게 살아낼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내가 사는 동안 그 시간을 두고두고 돌아보게 만들 경험과 추억을 쌓는 것에 돈부터 들이대고 싶지는 않았다.” - 167p

 

외로움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지만, 그 감정을 다독일 수 있는 새로운 기억과 경험들이 있지 않나.” - 156p

  자신의 선택으로 시작된 특별한 순간들, 이 순간들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경험을 발판삼아 저자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는 두근거림을 안고 한국인으로’ ‘싱가포르에살았던 저자가 찾아낸, 경험이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기록이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 10점
임효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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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8.01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외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싱가포르를 생각해도 좋겠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中

 

"식사는 하셨어요?

 

한국에서  먹었어?, 하는 물음은 안부 인사나 다름없다. 적어도 끼니는 챙겨먹고 다녀야지 안녕하게 지낸다고 말할 수 있.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식사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죽고 못 사는 '밥'을 정녕 '잘' 먹고 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만 하더라도 어제 저녁을 대충 햄버거로 떼웠다. 그나마 아보카도가 들어간 게 마지막 양심.) 밥은 먹었는지, 식사를 거르진 않았는지 그렇게 궁금해 하면서 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에 관해서는 신경써주지 않는 걸까!

구체적인 센스가 필요해졌. 식사는 '잘' 하셨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에서 요리는 나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다. 우리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잘 차려진 식사를 대접하지는 못할 망정 나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 대충하고 치워버린다. 그러는 편이 훨씬 편하니까. 혜연 씨도 본래부터 매 식사에 성의를 쏟는 공손한 타입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던 그는 건강과 거리가 먼 생활을 유지했고, 이후 시들해진 몸과 마음을 가꾸기 위해 휴직서를 제출한 뒤 주방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내 마음이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밥상을 차리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다.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아도 행복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떠밀려서가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쪽)

우리를 위해 매번 두 가지 방법으로 조리하기 위해 준비하시는 선생님에게 '수고를 끼쳐서 죄송해요'라고 말하면, 선생님은 '수고를 쏟는 게 아니라 애정을 쏟고 있는거야'라고 대답하셨다. (21쪽)

 

혜연 씨는 몇 년에 걸쳐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채식을 단계적으로 실천해, 지금은 육류, 해산물은 물론, 유제품과 난류까지 배제한 비건 베저테리안(vegan vegetarian)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일명 '채식주의자'라고 한다면 식단을 엄격히 관리하는 다이어터를 먼저 떠올리기가 쉽다. 혜연 씨는 마크로비오틱은 그것과 다른 결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마크로비오틱은 엄격한 절제와 지독한 자기관리를 표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극진히 대접하는 상냥한 처우라고 볼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은 나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몸이 편안해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면 그것은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이 아니고, 반대로 마음이 편안해도 몸이 편안하지 않다면 그것 또한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이 아니다. (17쪽)

나 또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식사도 중요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채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함께 외식을 할 때에는 육류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을 먹기도 한다. 나로 인해 그들에게 불편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마크로비오틱은 무슨 주의와 같은 절대적인 이념이나 신념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만드는 데 지침이 되는, 응용 가능한 하나의 기준이다. (27쪽)

 

다만 바쁘고 피로해서 나를 챙기지 못한다는 게 아주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일상은 단순히 밥 한 끼 잘 차려 먹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르게 굴러간다. 그렇다면 정녕 멋진 식탁 앞에 앉아 근사한 식사를 즐긴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걸까? 다행히 우리 삶이 그 정도로 비극적이지는 않다. 혜연 씨는 우리 일상의 속도에서 마크로비오틱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하지만 이런 삶이 '돌아가는' 또는 '시간이 더 걸리는' 삶일까. 밥을 찌는 대신 전자레인지를 쓰고, 수건을 삶지 않고 키친타월을 쓰던 시절,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아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지냈던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가끔 그 시간을 아끼는 대신 회사 일을 더 했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으로 일을 더 하겠다고 전자파를 맞으며 맛없게 데운 밥을 먹고, 나무를 베어가며 살았다. (68쪽)

 

혜연 씨는 글을 통해 마크로비오틱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여유를 드러낼 뿐이다. 각자의 취향을 떠나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음미하는 그의 에피소드들은 없던 입맛도 돌게 하는 힘이 있다. 이는 읽는 이의 식습관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식사의 충만한 기쁨을 전달하고자 한다.

 

레몬 제스트(zest, 요리에 향미를 더하귀 위해 쓰는 과일 껍질)를 만들기 위해 과도로 정성스럽게 레몬 껍질의 노란 부분만 포를 뜨듯 벗겨내고, 행여나 식감에 방해가 될까 걱정되어 가늘게 다졌다. 전용 그레이터(grater, 강판)가 있으면 레몬 제스트를 만들기 편하겠지만, 손에 배는 레몬향을 음미하며 레몬 껍질을 다지는 시간이 나름 즐겁다. (44쪽)

 

바쁜 와중에도 나를 챙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바쁜 일상을 견딘 내게 맛있는 식사 한 끼정도는 대접해주고 싶어진다.

사는 데 영 입맛이 없다면, 스스로 물어보자.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 10점
  전혜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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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8.01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문장 너무 와닿네요. 식사가 중요해진 건 그만큼 우리 식탁이 자본에 잠식되고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정성스러운 서평 감사합니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곳은 시바 카페였다.

어쩌면, 처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시작에서 소설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 처음이 시작과 끝 문장을 정해놓은 것이라면 그 안의 서사는 기획의 단계에서 벗어난 작은 오차조차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기에 최적의 공간과 환경이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환호할 대작(大作)을 낼 수 있을까. 문학적 가치와 시의성, 대중성을 갖춘 베스트셀러가 되어 후세에 알릴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10만 연의 운문으로 이뤄진 마하바라타라는 서사시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끼리 머리의 사람 몸을 가진 지혜의 신 가네샤, 인도 신화 속 그 존재는, 브야샤가 쉼 없이 쏟아낸 대서사시를 자신의 어금니를 뽑아 완성시킨다.

소설에서 가네샤는 끝없이 우리의 앞에 나타난다. 누군가의 목걸이에, 당신의 여행에.

이곳에서는,

소설 속 하나의 기둥이 되어 함께 인도를 걷고자 한다.

 

 

미완의 소설, 왠지 모를 이끌림에 는 소설 속 낯선 남자의 목걸이에 있는 가네샤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이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낯선 곳, 낯선 향, 수많은 사람들이 를 향해 뻗는 손길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시바 카페에서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 자꾸만 의 주변을 맴도는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의 가족은? 나의 친구는?

눈을 뜬 그곳은 하얀 벽지에 하얀 천이 둘러쌓인 곳,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프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은 맞는 것 같다. 하나씩 떠오르는 무언가가 낯설지만은 않다. 이설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소설, ‘는 완성할 수 있을까.

 

 

서평을 쓰기 전에는 자신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 작품을 평할 수 있겠다고. 서평이 애정을 가지고 객관적인 평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필자는 잠시 손을 내려놓겠다. 이미 마살라라는 향에 홀려 객관성을 잃었으니, 그러니 애정 없는 문구란 더 자신이 없다. 시바의 밤, 라훌에게 달려가는 처럼, 나는 오늘도 마살라를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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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방을 제공하겠습니다. 당신을 쓰기만 하면 됩니다. 가네샤처럼.”

 

소설은 표지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살짝의 죠크를 준다. 맥거핀(MacGuffin effect)일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느낌의 비밀은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교차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자꾸만 꺼려지는 ‘M의 아내

처음에는 소설가 M과 이설이, 자기 안의 심리가 일으킨 부담감 때문에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생각이 오해를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건이 전개될수록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분명 있었다. M의 아내는 왜 그렇게도 소설가를 믿으며 헌신하는가. 그저 소설쓰기에만 몰두하면 된다는 그녀의 생각이 몇의 인생을 흔들고 있는가.

내 안의 작은 울림에도 책임감을 가지는 작가에게 M의 아내는 M이 가져야 할 또 다른 책임감이었다. M에게 중요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소박한 삶이었지만, 그를 사랑한(사실 그의 소설을 사랑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녀로부터 모든 계획은 처참히 무너진다. 그녀 자신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함에 쉬이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이설은 어디에 갔는가.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소설가 이설을 따라 는 어디에 도달해있나. 꽤나 매력적인 진은 이설을 부른다. 이설의 소설을 부른다. 가네샤가 될 이설은 진에게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쳐 갔을까. 진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을까. 소설을 쓰지 않는 지금, 이설은 행복할까.

 

 

 

 

 

단맛에 빠져 문장을 쓰지 못한 소설가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99

 

단맛은 마약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가 이설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이토록 이설을 찾아 나선 것일까. ‘가 좇는 것이 이설이 맞을까. ‘가 말한 '이설이 취한 단맛'이라는 것은 라두경단 보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 나는 어쩐지 그것이 뭐라고 확답 짓지 못하면서도 이설의 단맛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맛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스쳐간다.

이설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미완의 소설에 쓰지 않은 부분으로부터 시작된다. 단지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쓰지 않은 부분에 이설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누구로부터 소설을 쓸 것인지, 뒷이야기에 이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쫓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갠지스 강물처럼 탁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M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억울한 일을 겪고 궁지에 빠진 사람처럼 참혹한 M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느꼈다.”

-115

 

M은 소설 속 주인공이었고 사라지기도 했다가 나타나 를 따라다니며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귀찮은 존재였다.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는 궁금해야 했다. M은 그저 매일 같은 곳에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남자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의 괴팍함이 를 움직이더니 어딘가 익숙한 두려움과 고통을 그에게서 느끼기 시작했다.

 

 

소음 때문에 소설을 쓰지 못했는지 소설을 쓸 수 없어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231

 

사고 후 는 자아를 명확히 하지 못했음에도 본능처럼 글을 써야함을 알고 있었다. 머리는 기억한다. 다음 문장이 무엇인지. 무엇을 써내려가야 하는지. 이제 조금씩 현실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음에도 는 다시 소설을 붙잡아야 할 것이다. 미완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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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마살라1부와 2부로 빠른 전개 속, 유연함과 서성란 작가 특유의 여유를 가지며 진행된다. 복잡한 구조는 작가를 만나 그 어려움을 깨버리고 독자에게 그 무엇보다 빨리 서사와의 만남을 제시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바라지 않는다. 어떤 당부의 말이나 질문 없이 문장을 따라, 소설을, 인도를 걸어 나갈 수 있게 안내한다. 한 걸음 물러서 흐름 속에 빠져든 독자의 반응을 기대한다. 독자는 대답할 차례이다.

 

 

 

저자소개

서성란 

1967년 익산에서 나고 서울 사당동에서 자랐다. 서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창작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쓰엉』등을 출간했다.

 

책 소개

서성란 소설가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 <쓰엉>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인 '쓰엉'과 도시에서 농촌 사회로 편입해온 '장', '이령' 부부의 삶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시선을 그려냈던 서성란 소설가가 장편소설 <마살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이주 여성을 다뤘다면, 이번 신작 <마살라>에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를 이야기한다.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을 한다. 창작의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작가들에게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쓰라고 하면 손가락이 날아다니듯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영감이 떠올라 작품을 써 대는 환상 속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졌지만, 결국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나'의 이야기다.

 

 

 

 

 

 

 

마살라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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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25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서평입니다,, 읽는 동안 코끝에 '마살라' 향이 스치는듯 했어요.☺️❤️

  2. 날개 2019.07.25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도 이제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이 작품이 떠오를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이윤재입니다. 최근에 저는 만화『까대기』를 읽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이종철 만화가 님과 인터뷰를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채널예스

 『까대기』의 이종철 만화가님

 

 

Q. 작가님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신 첫 번째 책이 출간이 된 것인데요, 이전의 작품 활동과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까대기』가 출간되고 난 후에 기분이 어떠신지 소감과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만화 『까대기』가 출간되고 책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기쁘기도 했고요.

  올해 3월 초에 만화 원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냈는지 잘 몰라서, 쉽게 원고를 출판사에 건네지 못했습니다. 플랫폼에 연재를 하거나, 이름이 있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이 나의 만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 동안 『까대기』를 매일 다시 읽었습니다.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요^^)

  『까대기』가 반응이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택배 현장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는 걸 만화를 통해서나마 알게 됐다는 것이고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 환경의 열악함에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작가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매체 인터뷰나 작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서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이 책을 내기까지 택배 업계 동료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셨는데요, 자신의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거든요. 책이 나온 후, 동료 분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만화에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인 학원을 운영하며 까대기를 했던 ‘승호’ 형님을 얼마 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요. 제 책이 나온 것을 알고 읽어봤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책 잘 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승호’라는 캐릭터로 형님을 표현했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그리고 산지니 출판사의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는 오늘(7월 22일) 까대기 알바를 같이 했던 한 형님을 만나서 책을 선물했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아서 조만간 소감을 듣기로 했습니다.^^

 

출처: 『까대기』p.199

 

 

  사실 까대기에 등장하는(가명으로) 인물들에게 책을 건네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처지나 삶의 팍팍함이, 많은 독자분들의 응원을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최근, 만화에 등장하는 ‘강반장’과 작가의 말에 담긴 K 택배 지점장에게 다시 까대기 알바를 할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거절을 했는데요. 책이 출간된 후에 여러 제안들을 받고 있어서 주 6일을 출근해야 하는 까대기 알바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괜히 하겠다고 말했다가 다른 일 때문에 자주 빠지게 되면,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거든요. 까대기 알바를 하지 못하더라도 하차장에 한번 들려서 책을 건넬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만화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출처:  『까대기』p.187

 

후반전에서 주인공 ‘바다’는 시급제 아르바이트로서 받는 비인간적인 대우에 A 택배회사의 일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높은 시급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걱정하던 이전의 ‘바다’의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Q. 이것은 내용 전개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때 ‘바다’의 행동과 심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여담이지만, 오늘 저녁에 만났던 형님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만화에서는 ‘종범’이라는 캐릭터와 성향이 비슷해서 다른 택배회사 지점에서 만났던 한 살 어린 동생 ‘종범’(가명)이라는 캐릭터로 합쳐서 표현을 했습니다. 형님에게 그 사건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아~ 그 일?’ 하면서 웃더군요.

  형님과 같이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점장의 무리한 요구에 그는 불만을 가졌고 항의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 저처럼 지점에서 형님보다 오랫동안 일을 했고 나름 ‘에이스’ 아르바이트로 불리는 사람이 함께하지 못하면 그 형님만 피해를 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지점장이 형님을 자르려고 하자, 저도 그만두겠다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둘 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에, 지점장이 점심값을 제공하기도 했고 청소할 구역을 줄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가 그렇듯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니까 더 이상 있고 싶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그 달, 월 말까지만 일하기로 하고, 다음 까대기 아르바이트와 같이 일을 하며 나름의 인계를 해주고 그만뒀습니다. 다행히 형님과 제가 그만둔 뒤에도 저희의 요구 (점심값과 청소)가 다음 아르바이트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때 항의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는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구할 것들이 있으면 용기를 내서 말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야 함께 일하는 까대기 동료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약간의 처우라도 개선이 되거든요. 

 

 

 

 

 

 

책의 마지막에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벽을 깐다. 함께 벽을 깐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고 작가님이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결국 말하고자 한 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라는 해석을 해봤습니다.

Q. 이런 ‘함께’라는 가치를 원래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지, 아니면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후에 느끼신 건지 궁금합니다.

 

 

A. ‘함께 벽을 깐다.’ 라는 대사는 알바를 하면서 문득 생각난 대사였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를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까대기 알바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혼자 하기는 힘이 듭니다. 위험하기도 하구요. 11톤 화물차에 가득 실려 있는 택배를 하차하거나 상차할 때, 택배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거나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까대기를 한다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왜냐하면 택배가 무너질 때,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까대기를 하면서 다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까대기를 할 때,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도와줍니다. 그래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령 “그쪽에 택배가 무너질 것 같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해서 내려라.”, “이 박스는 너무 무거우니 같이 들자.” 하는 식이죠.

  택배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 있어서도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벽을 깐다.’ 라는 말을 마지막 대사로 넣은 것입니다.

 

 

 

 

 

 출처:  『까대기』p.33 이미지 편집

Q.  만화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그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에 보면 책에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혹시 아쉽게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택배 기사들의 삶을 좀 더 다루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파손주의’라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대학생 때 아빠가 돼서 택배기사가 된 분과 식당을 했었다는 광주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광주 부부는 제가 그분들이 있는 레일 옆을 지날 때면 고생한다고 믹스커피나 음료수를 주시곤 했습니다. 그게 너무 감사했고 만화에도 넣고 싶었습니다.하지만 한정된 페이지에,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시놉시스에는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리고 택배 물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백마진’ 같은 이야기인데요.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비가 과연 택배회사에만 온전히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도 뺐습니다. 택배기사님들마다 백마진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택배시장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곳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위로하자.’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출처:  『까대기』p.267

 

만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주인공은 아르바이트와 만화 준비를 병행하면서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만화를 포기할까,, 고향에 돌아갈까’라고 갈등하는 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Q. 작가님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하신 만큼 작가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정착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권의 만화책을 내기까지, 작가님이 만화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사실 서울살이를 하면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힘들어서 고향에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저 매일매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었습니다.

  ‘이번 달 월세를 내야 하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이 몇 달 연체됐는데...’ 등의 걱정과 압박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추운 겨울을 버틴 동백나무처럼요.

 

 

  그래도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투잡을 뛰면서 문득 드는 생각들을 휴대폰으로 메모했을 때는 ‘그래도 오늘 뭔가 작업을 하긴 했구나.’하고 위로가 됩니다. 아마 그런 조금의, 뭐라도 끄적이던, ‘창작과 기록’이 지난날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택배 노동 현장을 자세하게 묘사한 만화라는 장르의 매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데요. 시각적 정보가 풍부한 덕분에 생소한 소재인 택배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Q. 작가님은 만화가로서,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만화가 특히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만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읽기 쉽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만화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만화는 그런 만화입니다.

  원고 작업을 할 때 ‘이 만화를 누가 읽어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첫 번째로 꼽은 독자는 ‘어머니’ 이었습니다. 부모님은 30년 가까이 고향에서 식당 장사를 하고 계신데요. 1년에 쉬는 날이 며칠 안 됩니다. 1년에 관람하는 영화는 두어 편이 채 안 되고, 미술 전시장을 가보거나 예술,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은 그분들의 평생의 삶에 있어서 손에 꼽히는 일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도 물론이고요. 자영업을 하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영화 ‘극한 직업’에 나오는 대사처럼 ‘목숨 걸고’ 장사를 하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대사를 쉽게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처럼 책이라는 매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술술 읽을 수 있게요. 독자들에게 ‘단번에 읽었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데요. 만화가 가진 힘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에 있어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노동을 빼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기는 불가능 하더군요. 그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구요. 앞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되어 산지니 출판사와 또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가님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어떤 질문을 만들어야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책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본 덕분에 책을 더 풍부하게 이해했던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만화 주인공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으로서 앞으로 어떤 삶을 선택할까? 라는 고민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귀한 시간 내셔서 인터뷰해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까대기 - 10점
이종철 지음/보리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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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25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대기 알바가 힘들다는 건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화로 보니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작가님 말씀처럼 '만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네요.

  2. 날개 2019.07.25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택배는 이제 사람들의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내 물건이 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의 지문이 묻으며 온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역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진실되고 강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냈던 중의 일이다. 중국의 하반기에는 11월 11일 전후로 나라 전체가 물류로 들썩인다. 한국에서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유명한 날이지만 중국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라는 중국 최대 규모의 인터넷 쇼핑 축제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은 일 년에 단 한 번 파격 세일을 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마구마구 담는다. 그 어마어마한 주문량은 또 하나의 광경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택배 상자 수가 감당이 안 될 만큼 많아서 땅에 우르르 쏟아놓은, 마치 언덕처럼 솟아오른 ‘택배 언덕’이다. 그것을 보면 택배 작업량이 엄청 많겠는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중국뿐만이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높아지면서 택배의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택배 작업 노동도 작업량이 많아질 것이다. 

  중국은 아니지만 한국의 택배 노동 환경을 그린 만화 『까대기』 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택배 노동 환경은 어떠할까? 이 책은 애타게 기다린 택배 상자 안의 물건만 보던 우리들의 시선을 택배 상자 밖으로 옮긴다. 옮긴 시선이 닿는 곳에는 치열한 택배 작업의 현장이 있다.

 

 

까대기 : 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이르는 말

 

가대기 :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표준국어대사전)

 

 


 

 

 

현장감 가득한 내용과 시각적인 만화의 시너지

 

 

-표지

 

 

  책의 내용은 표지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까대기'라는 제목 밑에 깔린 노란색 테이프 표현이 그렇다. 그리고 표지에는 택배 상하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바다'와 곧 배송될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있다. 화물차 안의 상자 더미 속에서 잠시 쉬고 있는 무표정한 표정의 주인공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본문 속 작업 환경

 

출처 : 『까대기』 p.207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택배의 뒷이야기가 만화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택배 현장에 가득한 네모 네모난 상자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내가 기다리던 '설레는 상자'라는 생각보다 인물들이 견뎌야 하는 '힘겨운 짐'으로 다가온다.  

 

 

이상을 좇으며 현실을 사는 주인공에 대한 공감

 

   출처 : 『까대기』 p.30

 

    출처 : 『까대기』 p.39

 

 

  주인공 바다는 만화가를 꿈꾸며 지방에서 서울로 왔다. 생활비에 대한 걱정의 현실과 이루고 싶은 만화가라는 이상 사이에 택배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바다는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택배 현장을 만화로 그리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주인공을 보는 것은 주인공과 멀지 않은 고민을 하는 청년으로서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택배 현장을 통해 그리는 '우리'를 위한 위로

 

"멀쩡한 장갑이 없는데요?"

"어차피 몇 번 쓰고 버릴 텐데 대충 써."

 

지점장의 그 말이

......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pp.124~125

 

출처 : 『까대기』 p.125

 

 

  『까대기』는 택배 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말한다. 특수 고용직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상황(pp.120~123), 택배사들의 무리한 택배비 경쟁으로 그 피해는 택배기사들과 물류센터들에게 전가되는 '택배계의 공룡'(pp.155~157)이 나온다.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은 택배 업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책을 덮은 뒤에 우리는 생각에 잠긴다.  

 

 

 

  작가는 전반부, 후반부에 걸친 23개의 에피소드를 아울러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위로였다.

 

"하나하나의 택배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벽을 깐다. 함께 벽을 깐다." pp.278~279

 

  작가는 곧 터질 것 같은 짐처럼 버거운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오늘을 산다. 그러나 오늘을 여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면서 벽을 깐다, 오늘을 산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또 쉽게 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기다리던 택배 상자 안의 반가움 속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인생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기 내서 바꿔야 할 현실을.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소개

 

이종철 (지은이)

 

어린 시절 포항제철 공단 지역에서 살았다. 시골 마을과 공단 사이에 있는 상가 동네였다.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제철소 노동자들과 건설 인부, 식당 종업원, 시장 상인, 농민 등 다양한 노동자의 삶을 보며 자랐고 만화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생계를 위해 6년 동안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인까대기를 했다. 그때 기록한 이야기들을 만화 《까대기》로 만들었다.

펜화로 그린 어린이 창작 만화 〈바다 아이 창대〉(모두 3)의 그림 작가로 참여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단편 만화를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했다.

 

 

 

책소개

 

택배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뒤에는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까대기》는 일을 하면 하루 만에 도망치게 된다는 전설의 알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실상을 A부터 Z까지 담은 만화책이다. 만화가를 꿈꾸며 서울로 올라온 주인공 이바다는 택배 알바를 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까대기》는 실제로 6년 동안 택배 일을 하며 만화를 그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취재와 인터뷰로는 끌어낼 수 없는 생생한 택배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녹아 있다. 2018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까대기 - 10점
이종철 지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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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송정은입니다 : )

오늘은 『마살라』의 저자, 서성란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들고 왔습니다.

책을 읽고 이 작품은 여름의 향이 가득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같이 눈부셨던 『마살라』와 서성란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보실까요?

 

 


 

Q 서성란 작가님의 6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6『쓰엉』 이후 3년 만에 『마살라』로 돌아오셨는데요. 6번째 장편소설이라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살라』의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로 보낼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저는 종교가 없지만,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신이란 글쓰기를 이끄는 안내자이고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살라라는 말을 듣자마자 인도풍의 강한 향이 후각을 스쳤는데요. 작가의 말에서 인도 사람들로 꽉 찬 바라나시행 기차에서 눈을 감고 썼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도 여행에서 작가님께 영감을 준 장면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2013년 겨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작가파견사업에 선정되어 인도 뱅갈로르 레지던시에 참가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외국 작가들과 생활하면서 낭독회와 작가 축제 등에 참여하고 혼자 남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레지던시가 끝난 뒤 콜카타와 바라나시, 델리 등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녔습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탔는데 돈을 아끼려고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3등 열차를 선택했습니다. 현지인으로 꽉 찬 열차에서 밤을 보냈는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안내 방송 없이 멈춰 섰다가 출발했고 저는 인도인 승객에게 물어 바라나시 정션 역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불편한 자리와 긴 여정, 낯선 도시를 향해 달리는 열차는 오랜 세월 희망 없이 소설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제 삶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Q,  독자로서 낯선 것으로부터 생기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라든가 데바 신’, ‘시바처럼요. 어떻게 이런 신화를 끌고 오실 수 있었나요? 평소에도 신화에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저는 신화를 즐겨 읽습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인도 신화와 대서사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 이야기는 소설 창작을 하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Q, 아직 대중들에게 여행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께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하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인도의 카페부터 작은 골목까지 묘사하셨어요. 인도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들고 가도 레 게스트하우스시바 카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여행소설을 쓰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소설을 쓰는 일은 기나긴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해도 그곳에 닿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을 책을 완성하면 작가는 짐을 꾸려 다시 떠나야 합니다. 

Q,  사건이 고조되고 독자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구걸하는 여인이 손을 내민다든지, ‘가 라훌과 시바의 밤을 보냅니다. 이 장면들로 하여금 환기를 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역할이 있나요?

 

A, 『마살라』에서 바라나시는 신과 여인들의 도시로 그려집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의 중심 서사를 따라가면서 바라나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Q,  저는 글을 읽고나서 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인도에서의 일을 머릿속으로 재구상하여 소설로 쓰는 엔딩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질문지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그 문장들이, 장면들이 여운이 되어 울리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힘을 쏟거나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M입니다.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작품 속 인물과 만나게 되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M과 조우한 후 더 이상 이설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설이 아니라 M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는 불완전하게 그려낸 작품 속 인물과 대면하자 더는 이설이라는 가공의 인물 뒤에 숨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독자에게 털어놓지 않았지만 사라진 소설가 이설은 화자 이고 는 미완성 소설을 완성하게 됩니다.

 

 

Q,  이번 작품 『마살라』에서는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지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저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왠지 소설을 쓰던 한 작가가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신춘문예를 통해 반짝 등장하고 이방인이 되기를 택하는 혹은 될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A, 저는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두려움에 빠집니다. 다시 첫 문장이 떠오르면 안심하면서 힘을 내 집필을 시작합니다. 저는 자주 두려워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겨우겨우 쓰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계속 쓰거나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드문드문 쓰거나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사라질 자유가 있습니다.

 

 

Q,  전작 『쓰엉』을 출간하신 후 작가님께서 하신 인터뷰를 포스트를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 단편집 『파프리카』에서 느꼈지만 작가님께서는 사회로부터 약자로 인식되었던 이방인들을 주체적인 인물로 자각하게 하는 것에 힘쓰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내고 싶으신지, 문학의 역할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