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에 해당되는 글 217건

  1. 2019.08.27 [저자와의 인터뷰]『마지막 감식』의 정광모 작가님 인터뷰
  2. 2019.08.21 [서평] 세계 속의 해양문화를 만나다,『해양사의 명장면』
  3. 2019.08.21 [서평] 저도 청년으로 쳐주나요, 『대학과 청년』
  4. 2019.08.14 지하도시 여행자를 만나다, 제67회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톡 행사 후기
  5. 2019.07.31 [서평] 특별한 순간을 전하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1)
  6. 2019.07.30 [서평] 식사 잘 하셨어요?, 전혜연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1)
  7. 2019.07.24 [서평] 인도까지 이끈 마약같이 단 향기,『마살라』 (2)
  8. 2019.07.24 [저자와의 인터뷰]『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님 인터뷰 (2)
  9. 2019.07.23 [서평]택배 현장 속에서 너 나 우리를 위한 위로를 담다 『까대기』
  10. 2019.07.23 [저자와의 인터뷰] 천천히 쉬지 않고 쓴 『마살라』의 저자, 서성란 (2)
  11. 2019.07.15 [서평]사우스 센트럴의 사라진 여인들 『그림 슬리퍼』 (1)
  12. 2019.07.15 [저자 인터뷰] 견디는 삶을 사는 자들을 위한 글. 『데린쿠유』의 안지숙 작가님 인터뷰. (2)
  13. 2019.07.15 [서평]『CEO 사회』우리가 알고 있던 CEO 사회, 그 익숙함에 의문을 던지다 (1)
  14. 2019.07.12 [서평] 부단한 오늘을 일어난 우리에게,『시로부터』 (1)
  15. 2019.07.12 [서평] 마음속의 깊고 어두운 지하도시, 『데린쿠유』 (1)
  16. 2019.07.08 그가 닿는 모든 곳이 자신의 필드,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를 읽고 토론을 했습니다. (3)
  17. 2019.04.11 파리의 꼬레앙, 유럽을 깨우다 : 부산박물관 서영해 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5)
  18. 2019.03.26 How to Love : 우리는 이렇게 <사랑>할게요! (폴리아모리) (2)
  19. 2019.01.29 한 사람을 들여다본 시간『방마다 문이 열리고』 최시은 작가 인터뷰 (2)
  20. 2019.01.24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부산 탐식 프로젝트』최원준 작가 인터뷰 (2)
  21. 2019.01.14 [서평] 닫혀있던 이야기가 열리는 순간,『방마다 문이 열리고』 (1)
  22. 2019.01.10 [서평] 상처에 대한 위로 『볼리비아 우표』 (5)
  23. 2018.11.16 [저자와의 만남]『유산』의 저자, 박정선 작가님과의 만남
  24. 2018.10.12 [저자와의 만남]『대학, 정치를 배우다』의 정천구 작가님
  25. 2018.09.21 [출판도시 인문학당]『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의 조혜원 작가님과의 만남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박유정입니다.

좋은 기회로 정광모 작가님의 『마지막 감식』을 읽고 저자와의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정말 궁금했던 점을 질문드리고 답변을 받은거라 굉장히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같이한번 보실까요?  

 

 

1.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감식을 출간한 기분이 어떠신가요?

 

 

-소설 쓸 때마다 아쉬운 점이 남지요. 한편으로는 책을 내서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과 인물의 성격을 더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들고요.

다음 장편을 쓸 때는 더 나아져야지 하는 다짐도 합니다.

 

2. ‘위조지폐’ 같은 에피소드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셨나요? 저술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2012년 신문에서 번호 ‘77246’로 끝나는 위조지폐 5천원 권을 4만 장 이상 발견했는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 범인은 어떻게 해서 이런 위조를 할까 생각하면서 소설 소재로 써야겠다고 챙겨두었죠. 여러 숙성과 변환 과정을 거쳐서 7년이 걸려서 장편소설로 나오게 되었네요.

 

 

3.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 양원진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마지막 감식』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저는 MT삼조회사의 권호 대표가 소설적 인물이고 힘도 있어 작품에서 더 밀고 나갔어야 했다고 생각 합니다. 권호 대표는 자본주의의 화신이자 그 성격을 표방하는 철학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분이 처음에 강렬하게 나왔다가 중간에 사라져서 아쉬웠다는 독자 분이 여러분이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3.  작가님께서는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아내를 죽였지만 아내가 자살한 것처럼 유서를 위조한 범인이 양원진을 찾아와서 당신의 감식이 틀렸다며 서로 이야기하는 장면이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무엇인지 흐릿하게 만드는 괜찮은 장면이라고 봅니다. 양원진은 충격을 받고 자신이 하는 과학 감식의 정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회의하게 되지요.

 

4. 작가님께서 글을 쓰실 때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쓰고 싶고, 창조하고 싶은 열망이라고 할까요. 그런 마음이죠.

 

5. 글을 쓰실 때 따로 힘들었거나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요?

 

 

-퇴고가 어렵지요. 인물의 개성을 키우는 장면 묘사나 대사도 고민이 많이 되고요.

 

6. 정광모 작가님께 소설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도 함께 주는 일.

 

7.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

 

 

-꿈을 소재로 장편을 쓰고 있습니다. 이전 작품보다 더 좋은 작품이 되어야 할텐데 고민이 많네요. 열심히 해볼 계획입니다.

 

 

 

 

 

마지막 감식 - 10점
정광모 지음/강

 

 

 


 

 

토스쿠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나는 장성택입니다 - 10점
정광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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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사의 명장면은 부경대학교 사학과 교수 6명 전원의 다른 전공만큼 다양한 시선으로 세계 해양사 속 크고 작은 사건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의를 듣는 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흥미진진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으로, 간혹 아는 내용을 만났을 땐 일일이 반가워 해가며 세계의 바다를 물들인 여섯 빛깔 해양사속으로 들어갔다.

 

  내륙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란,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자처럼 낯선 장소였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게 된 후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그저 방에 액자처럼 걸려있어 바라만 보던 존재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간 것은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모든 이야기들이 그만큼 흥미 있음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해양사의 명장면』은 예로부터 바다에서 길을 찾고 또 그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해양공간은 에스파냐의 모험가들에게 타자와의 접촉을 가능케 한 통로였다. -24p

 

<만국공법>에는 해양 관련 조항이 풍부하다. 이 번역서는 동아시아인들에게 해양 분쟁에 활용되면서 바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각성을 가지게 만들었다. -81p 

 

  역사적으로도 바다는 미지의 세계, 두려움의 세계였다. 아직까지도 어촌에 민간신앙의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 근대는 바다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처럼, 기존 육로중심의 관계가 아닌 바다를 통한 새로운 만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통해 바다는 동양과 서양으로 세계를 양분하는 경계선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되었다.

 

해적은 어떻게 기사 작위를 받게 되었나?

근대 중국인의 눈으로 본 영국의 문화는?

곰솔이 어떻게 조선의 해양문화를 떠받치게 된 것일까?

청어가 어떻게 세계를 변화시켰을까?

 

  『해양사의 명장면은 이 네트워크 속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 전쟁, 무역, 문화교류 등을 자세히 살펴보며 재미있고도 깊이 있게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한다.

 

조선은 지도를 깊이 감추어 두려고만 하였다. 바다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리 정보를 비밀에 붙이려고 한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고 결국 식민지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이 있는가? -111p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 하는 이유는 오늘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을 위한 질서유지의 의지 속에서 지식은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통제의 수단으로 전락하였고, 개척의 의지는 사라지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은 근대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없었. 그래서 이근우 교수는 지금의 우리가 진정으로 바깥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역사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되짚어주고 있다.

 

사람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면 집만 볼 것이 아니라 길도 함께 보아야 한다. -208p

 

바렌츠를 막았던 얼음이 녹듯이, 이 땅 한반도에도 해빙이 올까? 청어가 넘쳐나던 동해로, ‘환동해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283p

 

  그러므로 해양사의 명장면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닷길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역사적 항구도시 부산의 역할은 자연스럽게도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속을 뜨끈하게 채워주었던 미역국에서부터 조선의 물고기라 불리던 청어, 우리나라 해양 교류의 중심지인 부산에 이르기까지 바다에서 시작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삶 가운데 깊이 녹아들어 현재에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와 친절한 설명으로 인문학 도서, 그리고 해양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를 쌓으며 항해한 우리는 '오늘'에 도착했다. 멈추지 않고 다시 모험을 준비해야 할 지금, 해양사의 명장면을 통해 새로운 바다를 만나보기를 바란다.

 

 

해양사의 명장면 - 10점
김문기 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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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청년으로 쳐주나요, 대학과 청년』 서평

 

대학과 청년』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대학 청년 문제를 사회 맥락 안에서 집요하게 분석한다. 현실에서 멀게 느껴지는 이론을 설명하는 데만 치중하지 않고, 실질적·정책적 방안을 모색하려는 논의를 이어간다. 또한 사회에 새로운 주체로 진입하려는 '청년' 세대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며, 청년 문제의 원인을 그 개인으로부터 찾는 성급함 또한 경계하고 있다.

 

 

류장수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한다고 청년들을 비판해선 안 됩니다. 대기업이 반성할 것은 없느냐, 금융기관이 반성할 것은 없느냐,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작동하고 있는가 등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청년들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면 공무원 취업을 준비할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방향을 바꾸는 물꼬를 청년들이 트는 게 아니라, 사회가 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93)

 

류장수 워라밸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 이전의 초봉보다는 낮게 주면서 추가 고용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하면 모두 다 좋아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합니다. 그걸 실현하려면 물론 검토할 게 있겠지만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 정도로 청년들이 개인 생활도 원하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우리가 인정하고 사회 시스템, 경제 시스템, 노동시장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95)

 

 

저자는 책을 통해 정부, 지자체, 기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환기하며, 저마다의 책임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사회적 차원에서의 해결책 마련에 대해 궁리한다.

 

 

류장수 기업들이 이런 얘기를 자주 해요. 대학 졸업자를 기업에서 쓸만한 직원으로 만드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1년 이상 기업에서 교육해야 겨우 쓸만하다고 하는데 저는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업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들이 쓸 인력이라면 졸업한 인력부터 그냥 활용하는 게 아니라 대학이 교육할 때부터 함께 투자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기업과 단체들은 인력 활용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에 있어서도 일부분 책무성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학교 교육의 일정 부분에 대해 기업도 공동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교육이 잘못됐다. 왜 이 젊은이는 인성과 기술에 문제가 있지?’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를 어떻게 풀 것인가 中 113)

 

 

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한국 사회 특유의 수도권 밀집 현상을 비판하며 지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입장 또한 나타나고 있다. 지역 대학의 현실에 관해 언급하고, 지역 대학 살리기를 강조하는 등 지역에의 관심을 계속해서 촉구한다. 특히나 지역의 과제가 청년 인재 양성과 활용에 지나는 것이 아닌, 지역의 청년 인재가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확보하는 것까지임을 강하게 피력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에 우수 인재들이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정주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유출되고 있다. 지역의 우수 고졸자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지역 우수 인재들의 1차 유출이 발생하고, 수도권 대학으로 편입하거나 지역대학 졸업 후 수도권 지역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2차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지역 인재의 이러한 유출로 인해 지역 발전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도권 지역으로 사람과 자본이 더욱 집중함으로써 국가의 불균형 발전이 확대 재생산되어, 지역 발전은 물론이고 국가 발전 역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과 청년, 2부 시론, 1. 지역을 위한 대학 153)

 

 

따분하고 고루한 탁상 논쟁을 담은 책이 아니다. 대학과 청년』은 지방대생을 비롯한 한국 청년들로 하여금 두루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저자는 대학과 청년의 문제를 문자 그대로의 영역에서만 논의하지 않고, 사회·문화적으로 폭넓게 접근하여 섬세하고 다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류장수 국가 전체를 보면 청년의 위기는 국가 미래의 위기입니다. 청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고요. 우리가 국가 차원에서 청년 문제를 다룰 때 일자리 문제도 중요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문화라든지 청년들의 생각까지 같이 아우르는 청년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과 청년, 1부 대담, 2. 청년 일자리의 위기 어떻게 풀 것인가 130)

 

 

나는 지방대 학생이다. 열렬히 원해서 이리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이리되어있었다. 4년 전 나는 대입 준비가 한창인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수능을 치기 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소재의 대학에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말 그대로 시험을 '말아먹은' 탓에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으로 '하향지원' 했다.

 

나랑 다르게 언니는 서울에서 제법 알아주는 대학에 다녔다. 나 역시 그리될 줄로 아셨던 아버지는 크게 실망하셨다. 당신께서 비용은 지원해줄 테니 재수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셨다. 나라고 미련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한 해를 허투루 날릴까 두려웠다. 나는 결국 부산에 남았다. 지금까지 1년의 휴학을 포함해 4년째 대학생으로 지내왔다.

 

졸업을 1년 조금 넘게 앞둔 지금,

나의 가까운 미래에

'지잡대'라는 주홍글씨 말고는

명확히 보이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우습게도 학교에서 만난 사람 중 대부분이 우리 학교를 희망한 적이 없었다. 하나같이 내가 여기 오겠어, 싶었는데 성적에 발목 잡혀 왔다고 말한다. 다들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잡대 학생으로서의 정체성만 더욱 짙어진다. 지방에 남는다는 건 낙오를 의미했고, 그것은 선택이 아닌 실패의 결말이었다. 반수에 성공해 서울로 떠난 선배와 동기들이 있고, 휴학한 상태로 반수를 준비하는 후배들도 있다. 지역 대학을 다니는 우리에게 '서울'로 달려들고자 하는 욕망은 마치 본능처럼 발동했다.

 

지금에 와서는 지망했던 학교에 가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했지만, 실기는 대비해본 적이 없다. 그때만 해도 부산에 문예창작학과 입시를 가르치는 과외나 학원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선발 정원이 '6명'인 정시 전형에 지원할 각오로 대입을 준비했다. 설령 붙었다 한들 제대로 교육받은 친구들 사이에서 뒤처진 패배감에 찌들어 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처음으로 스스로가 지역 출신인 것이 조금 분하게 느껴졌다.

 

비록 수도권은 아니지만 나 역시 대학을 다니는 청년이었기에, 예외 없이 '스펙'이란 걸 쌓아야 했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출판 업계에 진출하고 싶었고, 각종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서포터즈를 알아보게 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참여하기가 녹록지 않았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활동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조건이었다. 억울한 기분이 들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서울, 서울이 답이었다.

 

대입부터 취직까지 지역에서의 일상은 낱낱이 결핍되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 나부랭이지만, 그 결핍만은 누구보다 생생하게 감각하고 있다. 지역의 생존을 강조하는 목소리들이 군데군데 나온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낙관은 현실이 주는 불안에 비해 너무 작고 공허하게만 느껴진다. 무작정 지역 발전에 내 미래를 베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내게 밑천이라고는 곧 사라질 '젊음'이 전부였다.

 

근대에 등장한 '청년'이라는 개념은 엄밀히 '엘리트 젊은이'만 국한하여 지칭하는 말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청년이라는 이름이 이삼십 대 젊은 층 전체를 아우르는 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명 '상류 대학'에서 교육받지 못한 청년은 비엘리트의 꼬리표를 달고 청년을 위하는 정책 바깥으로 밀려난다.

 

비엘리트로 규정된 청년들은 스스로 '청년'이라는 이름에 괴리를 느낀다. 과거 매스컴에서 보여주던 '으쌰으쌰, 뜨거운 청춘'과 오늘날 청년의 삶은 조금도 닮아 있지 않다. 사회 진출에 대한 부담이 증대되는 와중에 실패의 경험을 반복하면서, 청년은 문득 궁금해진다.

 

저 같은 것도, 청년으로 쳐주시나요..

 

 대학과 청년』은 위 질문에 망설임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저자는 진학, 취직, 문화생활 등 삶의 전반에서 나타나는 청년들의 욕구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들을 위하는 실질적 개혁을 추진하고자 한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무능하고, 무지하고, 쉬운 길만 찾으려 한다 힐난하지 않는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사회적 욕구로부터 소외된 '청년'의 삶에 응원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고 있다.

 

 

 

대학과 청년 - 10점
류장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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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연서 인턴입니다 :)

지난 금요일(2019.08.09.) 다정 인턴과 함께 문학 톡톡 행사에 다녀왔어요.

'시민과 함께하는 문학 톡! 톡!'은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하는 행사인데,

지난 회차는 산지니에서 출간된 『데린쿠유』가 그 주인공이었답니다.

그래서 기쁘고 반가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어요 :D !

 

 

행사는 크게 토론, 낭독 및 퍼포먼스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특히 퍼포먼스는 어떤 게 준비되어있을지 너무 기대됐어요!

 

무대의 현수막과 추첨표입니다.상품은 데린쿠유 도서와 문화상품권!

 

아직 비어있는 무대를 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본격적으로 행사를 시작하기 전에 감상도 혼자 정리해보고,

작품에 관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 추측도 해보고 하면서 대기했어요!

 

카메라 화질이 좋지 않아서무대 전체를 사진에 담지는 못했어요 ㅠ▽ㅠ

 

사회를 맡으신 정영선 소설가님과 지정토론을 맡으신 권유리야 평론가님.

두 분 덕분에 깊이 있고, 재미있는 토론이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정영선 소설가님께서 중간중간 『데린쿠유』 관련 퀴즈를 내주셨는데,

작품에 더 골몰하게 되고 재미있었어요!)

 

 

데린쿠유의 저자, 안지숙 소설가님!

첫 장편을 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창작동기로 답변을 해주셨어요.

 

단편으로 등단하고 작품활동을 제대로 못 했어요. 그래서 누가 작가님, 하고 부르면 낯뜨겁더라고요. 작가로서 부끄럽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먼저 동기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기보다도 제 스스로 한번 제대로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남들보다 조금 힘든 몸을 가지고 살았고, 그래서 여러 가지 일을 당했거든요. 그에 대해서 비명을 질러 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질러봐야 엄살밖에 안 되니까, 작품으로 한번 뽀대나게 질러보자 싶었습니다.

 

남보다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나한테 어떤 식으로든 보상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이 너무나도 억울할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3년 전에 하던 일을 다 때려치우고 장편소설 쓰기에 착수했고, 그렇게 『데린쿠유』가 나오게 됐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권유리야 평론가님께서는 『데린쿠유』 작가의 말을 언급하시면서

안지숙 소설가님께서 지니신 작가로서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데린쿠유』 작가의 말

 

생계로 하던 일들을 끊고 창작 활동에만 몰두하셨던 모습에서

작가로서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들으면서 정말 공감했던 것 같습니다.

 

 

인사를 포함한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마윤제 소설가님과 황은덕 소설가님의 『데린쿠유』 낭독이 있었습니다!

 

마윤제 소설가님께서는 작품의 도입부를 낭독해주셨고,

황은덕 소설가님께서는 입원한 세라와 현수의 대화 부분을 낭독해주셨어요.

 

소설의 첫 부분을 환기하니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되게 반갑게 느껴졌어요.

캐릭터가 워낙에 매력적이고 밝아서 그런지 다솜이가 특히나 반가웠어요.

 

황은덕 소설가님께서는 워낙 실감나게 낭독을 해주셔서,

장면을 상상하면서 깊이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인물들과 그 관계의 촘촘한 설정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관통하는 갈등의 원인을 누구로부터 찾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작가님께서는 인물 모두가 저마다의 우물, '데린쿠유'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토론을 마무리하고 난 뒤, 기대했던 퍼포먼스 차례가 되었어요.

퍼포머 문수경 님께선 보이스 뮤지션, 사운드 퍼포머로서 활동하고 계신다고 해요.

이날은 『데린쿠유』의 마지막 장면을 연출해주셨습니다.

 

현수가 지하실에서 느꼈을 감정부터 시작해

지하도시 '데린쿠유' 의 느낌까지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청중의 질문과 감상을 받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발표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그래도 작가님과 독자로서 감상을 나눠보고 싶었어요!

엄청 떨면서 얘기했는데 박수치며 독려해주신 모두 감사했습니다.

 

 

 

사인도 받았어요!

제목이랑 사인이 같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페이지를 지정해서 사인을 받았습니다. (취향)

 

정말 두루두루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특히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았어요.

 

이상으로 문학 톡톡 행사 후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연서 인턴이었습니다 :) !

 

('시민과 함께 하는 문학 톡! 톡!'은 부산작가회의에서 주관합니다.)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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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 출판사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습니다.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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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은 걸까?’ 갑자기 찾아오는 불안감은 언제나 우리를 집어삼키곤 한다. 당장 반복되는 오늘을 마주하며 아무리 두꺼운 포장지로 나를 꾸며도 단단히 자리 잡은 마음속 공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하루 설렘도 기대도 없이 그저 걸을 뿐이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가버리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가서 뭘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가야겠다. 막연한 동경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다.” - 12p

  이 책의 저자 또한 외국계 기업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 뒤에서 정해진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면 그편이 순탄했을지 모른다. 저자는 우연히 고른 책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고 설렘은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해외 취업이라는 매력적인 길은 그간 잊고 지냈던 두근거림을 돌려주었고, 그를 싱가포르로 안내했다. 어쩌면 책을 통해 영국에서 당당하게 일하는 한국인을 만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조금 무모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으로 싱가포르 해외 취업 활동을 떠났다. 물론 덕분에 백수 생활을 하기도 하고, 불법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며 팔자에도 없던 갖은 고생을 하게 되지만 그 속에서 찾아낸 소중한 가치는 더 넓은 세계로 그를 인도한다.

 

자신이 받은 교육,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질문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 131p

  사람 수 만큼 다양한 세상이 있다고 한다. 깨끗한 거리, 맛있는 음식, 찬란한 야경이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도시 싱가포르. 그만큼 정교한 계획 위에 만들어진 도시인 싱가포르에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이 모여 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환경, 사람, 사건들을 새롭게 마주하고 소통하는 과정은 언제나 당황스럽지만 놀라운 일이다. 그 속에서 오로지 종이 몇 장의 계약만으로 얽히고 맺어진 수많은 관계는 오히려 새로운 모든 순간을 즐겁고 단순하게 살아낼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돈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지만 내가 사는 동안 그 시간을 두고두고 돌아보게 만들 경험과 추억을 쌓는 것에 돈부터 들이대고 싶지는 않았다.” - 167p

 

외로움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지만, 그 감정을 다독일 수 있는 새로운 기억과 경험들이 있지 않나.” - 156p

  자신의 선택으로 시작된 특별한 순간들, 이 순간들을 통해 얻게 된 소중한 경험을 발판삼아 저자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하고 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는 두근거림을 안고 한국인으로’ ‘싱가포르에살았던 저자가 찾아낸, 경험이라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기록이다.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 10점
임효진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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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8.01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외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싱가포르를 생각해도 좋겠어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 中

 

"식사는 하셨어요?

 

한국에서  먹었어?, 하는 물음은 안부 인사나 다름없다. 적어도 끼니는 챙겨먹고 다녀야지 안녕하게 지낸다고 말할 수 있.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산다는 것은 식사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지만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죽고 못 사는 '밥'을 정녕 '잘' 먹고 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만 하더라도 어제 저녁을 대충 햄버거로 떼웠다. 그나마 아보카도가 들어간 게 마지막 양심.) 밥은 먹었는지, 식사를 거르진 않았는지 그렇게 궁금해 하면서 왜 '무엇을', '어떻게' 먹었는지에 관해서는 신경써주지 않는 걸까!

구체적인 센스가 필요해졌. 식사는 '잘' 하셨느냐고 물어볼 수 있는.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에서 요리는 나에게 정성을 쏟는 일이다. 우리는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잘 차려진 식사를 대접하지는 못할 망정 나에 대한 일이라면 뭐든 대충하고 치워버린다. 그러는 편이 훨씬 편하니까. 혜연 씨도 본래부터 매 식사에 성의를 쏟는 공손한 타입이었던 것은 아니다. 지독한 워커홀릭이었던 그는 건강과 거리가 먼 생활을 유지했고, 이후 시들해진 몸과 마음을 가꾸기 위해 휴직서를 제출한 뒤 주방으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가장 많이 달라진 건 내 마음이었다. 오롯이 나를 위해 시간을 쓰고 밥상을 차리면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졌다. 회사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아도 행복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떠밀려서가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선택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6쪽)

우리를 위해 매번 두 가지 방법으로 조리하기 위해 준비하시는 선생님에게 '수고를 끼쳐서 죄송해요'라고 말하면, 선생님은 '수고를 쏟는 게 아니라 애정을 쏟고 있는거야'라고 대답하셨다. (21쪽)

 

혜연 씨는 몇 년에 걸쳐 동물성 식품을 배제하는 채식을 단계적으로 실천해, 지금은 육류, 해산물은 물론, 유제품과 난류까지 배제한 비건 베저테리안(vegan vegetarian)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일명 '채식주의자'라고 한다면 식단을 엄격히 관리하는 다이어터를 먼저 떠올리기가 쉽다. 혜연 씨는 마크로비오틱은 그것과 다른 결을 지닌다고 설명한다. 마크로비오틱은 엄격한 절제와 지독한 자기관리를 표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극진히 대접하는 상냥한 처우라고 볼 수 있다.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은 나의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뜻한다. 몸이 편안해도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면 그것은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이 아니고, 반대로 마음이 편안해도 몸이 편안하지 않다면 그것 또한 마크로비오틱이 생각하는 건강이 아니다. (17쪽)

나 또한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식사도 중요하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채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함께 외식을 할 때에는 육류를 제외한 동물성 식품을 먹기도 한다. 나로 인해 그들에게 불편한 기억을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마크로비오틱은 무슨 주의와 같은 절대적인 이념이나 신념이 아니다. 자신의 삶을 만드는 데 지침이 되는, 응용 가능한 하나의 기준이다. (27쪽)

 

다만 바쁘고 피로해서 나를 챙기지 못한다는 게 아주 말도 안 되는 변명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 일상은 단순히 밥 한 끼 잘 차려 먹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빠르게 굴러간다. 그렇다면 정녕 멋진 식탁 앞에 앉아 근사한 식사를 즐긴다는 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걸까? 다행히 우리 삶이 그 정도로 비극적이지는 않다. 혜연 씨는 우리 일상의 속도에서 마크로비오틱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변한다.

 

하지만 이런 삶이 '돌아가는' 또는 '시간이 더 걸리는' 삶일까. 밥을 찌는 대신 전자레인지를 쓰고, 수건을 삶지 않고 키친타월을 쓰던 시절, 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을 아껴서 나는 무엇을 하고 지냈던 건지 문득 궁금해졌다. 가끔 그 시간을 아끼는 대신 회사 일을 더 했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으로 일을 더 하겠다고 전자파를 맞으며 맛없게 데운 밥을 먹고, 나무를 베어가며 살았다. (68쪽)

 

혜연 씨는 글을 통해 마크로비오틱을 설득하지 않는다. 그저 요리에 관한 에피소드와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으며 여유를 드러낼 뿐이다. 각자의 취향을 떠나 음식을 직접 요리하고 음미하는 그의 에피소드들은 없던 입맛도 돌게 하는 힘이 있다. 이는 읽는 이의 식습관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식사의 충만한 기쁨을 전달하고자 한다.

 

레몬 제스트(zest, 요리에 향미를 더하귀 위해 쓰는 과일 껍질)를 만들기 위해 과도로 정성스럽게 레몬 껍질의 노란 부분만 포를 뜨듯 벗겨내고, 행여나 식감에 방해가 될까 걱정되어 가늘게 다졌다. 전용 그레이터(grater, 강판)가 있으면 레몬 제스트를 만들기 편하겠지만, 손에 배는 레몬향을 음미하며 레몬 껍질을 다지는 시간이 나름 즐겁다. (44쪽)

 

바쁜 와중에도 나를 챙긴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 바쁜 일상을 견딘 내게 맛있는 식사 한 끼정도는 대접해주고 싶어진다.

사는 데 영 입맛이 없다면, 스스로 물어보자.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내일을 생각하는 오늘의 식탁 - 10점
  전혜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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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8.01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문장 너무 와닿네요. 식사가 중요해진 건 그만큼 우리 식탁이 자본에 잠식되고 시간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겠죠. 정성스러운 서평 감사합니다.

 

 

그 남자를 처음 만난 곳은 시바 카페였다.

어쩌면, 처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의 시작에서 소설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었다. 작가의 처음이 시작과 끝 문장을 정해놓은 것이라면 그 안의 서사는 기획의 단계에서 벗어난 작은 오차조차 용납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설가에게 소설을 쓰기에 최적의 공간과 환경이 주어진다면 모든 사람이 환호할 대작(大作)을 낼 수 있을까. 문학적 가치와 시의성, 대중성을 갖춘 베스트셀러가 되어 후세에 알릴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10만 연의 운문으로 이뤄진 마하바라타라는 서사시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끼리 머리의 사람 몸을 가진 지혜의 신 가네샤, 인도 신화 속 그 존재는, 브야샤가 쉼 없이 쏟아낸 대서사시를 자신의 어금니를 뽑아 완성시킨다.

소설에서 가네샤는 끝없이 우리의 앞에 나타난다. 누군가의 목걸이에, 당신의 여행에.

이곳에서는,

소설 속 하나의 기둥이 되어 함께 인도를 걷고자 한다.

 

 

미완의 소설, 왠지 모를 이끌림에 는 소설 속 낯선 남자의 목걸이에 있는 가네샤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이설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낯선 곳, 낯선 향, 수많은 사람들이 를 향해 뻗는 손길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시바 카페에서 '나'를 바라보는 한 남자. 자꾸만 의 주변을 맴도는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의 가족은? 나의 친구는?

눈을 뜬 그곳은 하얀 벽지에 하얀 천이 둘러쌓인 곳,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프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는 곳은 맞는 것 같다. 하나씩 떠오르는 무언가가 낯설지만은 않다. 이설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소설, ‘는 완성할 수 있을까.

 

 

서평을 쓰기 전에는 자신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이 작품을 평할 수 있겠다고. 서평이 애정을 가지고 객관적인 평을 하는 것이라 한다면, 필자는 잠시 손을 내려놓겠다. 이미 마살라라는 향에 홀려 객관성을 잃었으니, 그러니 애정 없는 문구란 더 자신이 없다. 시바의 밤, 라훌에게 달려가는 처럼, 나는 오늘도 마살라를 펼쳐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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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방을 제공하겠습니다. 당신을 쓰기만 하면 됩니다. 가네샤처럼.”

 

소설은 표지에서 작가가 우리에게 살짝의 죠크를 준다. 맥거핀(MacGuffin effect)일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느낌의 비밀은 소설과 소설 속 소설이 교차되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자꾸만 꺼려지는 ‘M의 아내

처음에는 소설가 M과 이설이, 자기 안의 심리가 일으킨 부담감 때문에 도망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짧은 생각이 오해를 일으켰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건이 전개될수록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분명 있었다. M의 아내는 왜 그렇게도 소설가를 믿으며 헌신하는가. 그저 소설쓰기에만 몰두하면 된다는 그녀의 생각이 몇의 인생을 흔들고 있는가.

내 안의 작은 울림에도 책임감을 가지는 작가에게 M의 아내는 M이 가져야 할 또 다른 책임감이었다. M에게 중요한 것은 소설이 아니라 3시간 동안 글을 쓰는 소박한 삶이었지만, 그를 사랑한(사실 그의 소설을 사랑했다는 표현이 맞을까), 그녀로부터 모든 계획은 처참히 무너진다. 그녀 자신까지 무너져 내리고 있지만 전혀 인지하지 못함에 쉬이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다.

 

이설은 어디에 갔는가. 어디로 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소설가 이설을 따라 는 어디에 도달해있나. 꽤나 매력적인 진은 이설을 부른다. 이설의 소설을 부른다. 가네샤가 될 이설은 진에게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쳐 갔을까. 진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을까. 소설을 쓰지 않는 지금, 이설은 행복할까.

 

 

 

 

 

단맛에 빠져 문장을 쓰지 못한 소설가에게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

-99

 

단맛은 마약 같은 것이라고 했다. ‘가 이설을 찾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이토록 이설을 찾아 나선 것일까. ‘가 좇는 것이 이설이 맞을까. ‘가 말한 '이설이 취한 단맛'이라는 것은 라두경단 보다 달콤하고 매혹적인 것. 나는 어쩐지 그것이 뭐라고 확답 짓지 못하면서도 이설의 단맛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단맛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마저 스쳐간다.

이설에게 들어야 하는 이야기는 미완의 소설에 쓰지 않은 부분으로부터 시작된다. 단지 소설을 완성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쓰지 않은 부분에 이설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누구로부터 소설을 쓸 것인지, 뒷이야기에 이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쫓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갠지스 강물처럼 탁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보면서 M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나는 억울한 일을 겪고 궁지에 빠진 사람처럼 참혹한 M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고통을 느꼈다.”

-115

 

M은 소설 속 주인공이었고 사라지기도 했다가 나타나 를 따라다니며 추궁하고 몰아붙이는 귀찮은 존재였다.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는 궁금해야 했다. M은 그저 매일 같은 곳에 똑같은 옷을 입고 앉아 있는 남자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의 괴팍함이 를 움직이더니 어딘가 익숙한 두려움과 고통을 그에게서 느끼기 시작했다.

 

 

소음 때문에 소설을 쓰지 못했는지 소설을 쓸 수 없어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231

 

사고 후 는 자아를 명확히 하지 못했음에도 본능처럼 글을 써야함을 알고 있었다. 머리는 기억한다. 다음 문장이 무엇인지. 무엇을 써내려가야 하는지. 이제 조금씩 현실 감각이 돌아오는 것 같음에도 는 다시 소설을 붙잡아야 할 것이다. 미완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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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마살라1부와 2부로 빠른 전개 속, 유연함과 서성란 작가 특유의 여유를 가지며 진행된다. 복잡한 구조는 작가를 만나 그 어려움을 깨버리고 독자에게 그 무엇보다 빨리 서사와의 만남을 제시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바라지 않는다. 어떤 당부의 말이나 질문 없이 문장을 따라, 소설을, 인도를 걸어 나갈 수 있게 안내한다. 한 걸음 물러서 흐름 속에 빠져든 독자의 반응을 기대한다. 독자는 대답할 차례이다.

 

 

 

저자소개

서성란 

1967년 익산에서 나고 서울 사당동에서 자랐다. 서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6년 중편소설 「할머니의 평화」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했다. 창작집 『방에 관한 기억』, 『파프리카』, 『침대 없는 여자』, 장편소설 『모두 다 사라지지 않는 달』, 『특별한 손님』, 『일곱 번째 스무 살』, 『풍년식당 레시피』, 『쓰엉』등을 출간했다.

 

책 소개

서성란 소설가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전작 <쓰엉>에서 베트남 이주 여성인 '쓰엉'과 도시에서 농촌 사회로 편입해온 '장', '이령' 부부의 삶을 통해 이방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씁쓸한 시선을 그려냈던 서성란 소설가가 장편소설 <마살라>로 돌아왔다.

전작에서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었지만 미처 알아채지 못한 이주 여성을 다뤘다면, 이번 신작 <마살라>에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를 이야기한다. 흔히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을 한다. 창작의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작가들에게 소설을 쓰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쓰라고 하면 손가락이 날아다니듯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영감이 떠올라 작품을 써 대는 환상 속 소설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 갖추어졌지만, 결국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나'의 이야기다.

 

 

 

 

 

 

 

마살라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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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25 09: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서평입니다,, 읽는 동안 코끝에 '마살라' 향이 스치는듯 했어요.☺️❤️

  2. 날개 2019.07.25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작가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도 이제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이 작품이 떠오를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이윤재입니다. 최근에 저는 만화『까대기』를 읽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이종철 만화가 님과 인터뷰를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직접 뵙지는 못했지만 서면으로나마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출처: 채널예스

 『까대기』의 이종철 만화가님

 

 

Q. 작가님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신 첫 번째 책이 출간이 된 것인데요, 이전의 작품 활동과는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까대기』가 출간되고 난 후에 기분이 어떠신지 소감과 작가님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A. 만화 『까대기』가 출간되고 책의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기쁘기도 했고요.

  올해 3월 초에 만화 원고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냈는지 잘 몰라서, 쉽게 원고를 출판사에 건네지 못했습니다. 플랫폼에 연재를 하거나, 이름이 있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독자들이 나의 만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몰랐습니다. 책을 출간하고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내가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 동안 『까대기』를 매일 다시 읽었습니다.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요^^)

  『까대기』가 반응이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했던 택배 현장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의 노동이 있다는 걸 만화를 통해서나마 알게 됐다는 것이고 또한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동 환경의 열악함에 공감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작가로써 책임감을 가지고 매체 인터뷰나 작가와의 대화 등을 통해서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노동 문제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이 책을 내기까지 택배 업계 동료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셨는데요, 자신의 이야기가 만화로 그려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을 것 같거든요. 책이 나온 후, 동료 분들의 반응이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만화에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인 학원을 운영하며 까대기를 했던 ‘승호’ 형님을 얼마 전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요. 제 책이 나온 것을 알고 읽어봤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책 잘 봤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승호’라는 캐릭터로 형님을 표현했다고 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그리고 산지니 출판사의 인터뷰를 작성하고 있는 오늘(7월 22일) 까대기 알바를 같이 했던 한 형님을 만나서 책을 선물했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아서 조만간 소감을 듣기로 했습니다.^^

 

출처: 『까대기』p.199

 

 

  사실 까대기에 등장하는(가명으로) 인물들에게 책을 건네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처지나 삶의 팍팍함이, 많은 독자분들의 응원을 받고 있지만, 정작 본인들에게는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최근, 만화에 등장하는 ‘강반장’과 작가의 말에 담긴 K 택배 지점장에게 다시 까대기 알바를 할 생각이 있냐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거절을 했는데요. 책이 출간된 후에 여러 제안들을 받고 있어서 주 6일을 출근해야 하는 까대기 알바에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괜히 하겠다고 말했다가 다른 일 때문에 자주 빠지게 되면, 같이 일하는 분들에게 피해가 가거든요. 까대기 알바를 하지 못하더라도 하차장에 한번 들려서 책을 건넬 생각입니다. 

 

 

 

 

 

 

다음으로 만화 내용에 대한 질문을 해보고 싶습니다.

 

 

출처:  『까대기』p.187

 

후반전에서 주인공 ‘바다’는 시급제 아르바이트로서 받는 비인간적인 대우에 A 택배회사의 일을 그만둡니다. 그리고 ‘높은 시급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말을 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걱정하던 이전의 ‘바다’의 모습과 대비되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습니다.

Q. 이것은 내용 전개에서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는데요, 이때 ‘바다’의 행동과 심정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여담이지만, 오늘 저녁에 만났던 형님과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만화에서는 ‘종범’이라는 캐릭터와 성향이 비슷해서 다른 택배회사 지점에서 만났던 한 살 어린 동생 ‘종범’(가명)이라는 캐릭터로 합쳐서 표현을 했습니다. 형님에게 그 사건에 대해 얘기를 했더니, ‘아~ 그 일?’ 하면서 웃더군요.

  형님과 같이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점장의 무리한 요구에 그는 불만을 가졌고 항의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 저처럼 지점에서 형님보다 오랫동안 일을 했고 나름 ‘에이스’ 아르바이트로 불리는 사람이 함께하지 못하면 그 형님만 피해를 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지점장이 형님을 자르려고 하자, 저도 그만두겠다고 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둘 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에, 지점장이 점심값을 제공하기도 했고 청소할 구역을 줄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관계가 그렇듯이, 마음이 그 사람에게서 떠나니까 더 이상 있고 싶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그 달, 월 말까지만 일하기로 하고, 다음 까대기 아르바이트와 같이 일을 하며 나름의 인계를 해주고 그만뒀습니다. 다행히 형님과 제가 그만둔 뒤에도 저희의 요구 (점심값과 청소)가 다음 아르바이트들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때 항의하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은 후에는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요구할 것들이 있으면 용기를 내서 말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야 함께 일하는 까대기 동료들이 피해를 받지 않고 약간의 처우라도 개선이 되거든요. 

 

 

 

 

 

 

책의 마지막에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벽을 깐다. 함께 벽을 깐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고 작가님이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결국 말하고자 한 것이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라는 해석을 해봤습니다.

Q. 이런 ‘함께’라는 가치를 원래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신 건지, 아니면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한 후에 느끼신 건지 궁금합니다.

 

 

A. ‘함께 벽을 깐다.’ 라는 대사는 알바를 하면서 문득 생각난 대사였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를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까대기 알바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혼자 하기는 힘이 듭니다. 위험하기도 하구요. 11톤 화물차에 가득 실려 있는 택배를 하차하거나 상차할 때, 택배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거나 무너질 수가 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까대기를 한다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는데요. 왜냐하면 택배가 무너질 때,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까대기를 하면서 다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그래서 까대기를 할 때,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도와줍니다. 그래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가령 “그쪽에 택배가 무너질 것 같으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조심해서 내려라.”, “이 박스는 너무 무거우니 같이 들자.” 하는 식이죠.

  택배뿐만 아니라 다른 일에 있어서도 혼자의 힘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함께 벽을 깐다.’ 라는 말을 마지막 대사로 넣은 것입니다.

 

 

 

 

 

 출처:  『까대기』p.33 이미지 편집

Q.  만화 에피소드 하나하나에 그 이야기의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감동적이었습니다. ‘작가의 말’에 보면 책에 동료들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혹시 아쉽게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택배 기사들의 삶을 좀 더 다루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습니다. ‘파손주의’라는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대학생 때 아빠가 돼서 택배기사가 된 분과 식당을 했었다는 광주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광주 부부는 제가 그분들이 있는 레일 옆을 지날 때면 고생한다고 믹스커피나 음료수를 주시곤 했습니다. 그게 너무 감사했고 만화에도 넣고 싶었습니다.하지만 한정된 페이지에, 한 권의 책으로 이야기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시놉시스에는 있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아쉬움은 있습니다.

  그리고 택배 물류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백마진’ 같은 이야기인데요.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비가 과연 택배회사에만 온전히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도 뺐습니다. 택배기사님들마다 백마진에 대한 입장이 조금씩 다르기도 했고, 택배시장을 비난하기에 앞서 ‘그곳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위로하자.’라는 생각이 컸기 때문입니다.

 

 

 

 

 

 

출처:  『까대기』p.267

 

만화를 보고 기억에 남는 것 중에 하나는 주인공은 아르바이트와 만화 준비를 병행하면서 경제적,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만화를 포기할까,, 고향에 돌아갈까’라고 갈등하는 것이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Q. 작가님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하신 만큼 작가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실제로 서울에 정착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 권의 만화책을 내기까지, 작가님이 만화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사실 서울살이를 하면서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힘들어서 고향에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요. 그저 매일매일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었습니다.

  ‘이번 달 월세를 내야 하는데... 학자금 대출 상환이 몇 달 연체됐는데...’ 등의 걱정과 압박이 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없이 지냈던 것 같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추운 겨울을 버틴 동백나무처럼요.

 

 

  그래도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투잡을 뛰면서 문득 드는 생각들을 휴대폰으로 메모했을 때는 ‘그래도 오늘 뭔가 작업을 하긴 했구나.’하고 위로가 됩니다. 아마 그런 조금의, 뭐라도 끄적이던, ‘창작과 기록’이 지난날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택배 노동 현장을 자세하게 묘사한 만화라는 장르의 매력을 빼놓고 말할 수 없는데요. 시각적 정보가 풍부한 덕분에 생소한 소재인 택배 노동 현장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Q. 작가님은 만화가로서,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만화가 특히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만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읽기 쉽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요. 물론 모든 만화들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만화는 그런 만화입니다.

  원고 작업을 할 때 ‘이 만화를 누가 읽어주면 좋을까?’ 하는 생각에 제가 첫 번째로 꼽은 독자는 ‘어머니’ 이었습니다. 부모님은 30년 가까이 고향에서 식당 장사를 하고 계신데요. 1년에 쉬는 날이 며칠 안 됩니다. 1년에 관람하는 영화는 두어 편이 채 안 되고, 미술 전시장을 가보거나 예술,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은 그분들의 평생의 삶에 있어서 손에 꼽히는 일입니다. 책을 읽지 않는 것도 물론이고요. 자영업을 하면, 그렇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죠. 영화 ‘극한 직업’에 나오는 대사처럼 ‘목숨 걸고’ 장사를 하고 계시니까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대사를 쉽게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처럼 책이라는 매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더라도 술술 읽을 수 있게요. 독자들에게 ‘단번에 읽었다’라는 평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데요. 만화가 가진 힘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도 궁금합니다.

 

A. 사람 사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삶에 있어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서, 노동을 빼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기는 불가능 하더군요. 그게 조금 서글프기도 하구요. 앞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되어 산지니 출판사와 또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작가님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어떤 질문을 만들어야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책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본 덕분에 책을 더 풍부하게 이해했던 기회가 되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만화 주인공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으로서 앞으로 어떤 삶을 선택할까? 라는 고민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귀한 시간 내셔서 인터뷰해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까대기 - 10점
이종철 지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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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25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까대기 알바가 힘들다는 건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만화로 보니 더 와닿는 것 같아요...! 작가님 말씀처럼 '만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네요.

  2. 날개 2019.07.25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택배는 이제 사람들의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내 물건이 오기까지 수 많은 사람의 지문이 묻으며 온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역시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진실되고 강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중국에서 교환학생으로 보냈던 중의 일이다. 중국의 하반기에는 11월 11일 전후로 나라 전체가 물류로 들썩인다. 한국에서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로 유명한 날이지만 중국에서 11월 11일은 '광군제'라는 중국 최대 규모의 인터넷 쇼핑 축제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은 일 년에 단 한 번 파격 세일을 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물건을 마구마구 담는다. 그 어마어마한 주문량은 또 하나의 광경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택배 상자 수가 감당이 안 될 만큼 많아서 땅에 우르르 쏟아놓은, 마치 언덕처럼 솟아오른 ‘택배 언덕’이다. 그것을 보면 택배 작업량이 엄청 많겠는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중국뿐만이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점점 온라인 쇼핑의 비중은 높아지면서 택배의 비중 또한 높아지고 있다. 당연히 택배 작업 노동도 작업량이 많아질 것이다. 

  중국은 아니지만 한국의 택배 노동 환경을 그린 만화 『까대기』 가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택배 노동 환경은 어떠할까? 이 책은 애타게 기다린 택배 상자 안의 물건만 보던 우리들의 시선을 택배 상자 밖으로 옮긴다. 옮긴 시선이 닿는 곳에는 치열한 택배 작업의 현장이 있다.

 

 

까대기 : 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이르는 말

 

가대기 :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 또는 그 짐.(표준국어대사전)

 

 


 

 

 

현장감 가득한 내용과 시각적인 만화의 시너지

 

 

-표지

 

 

  책의 내용은 표지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까대기'라는 제목 밑에 깔린 노란색 테이프 표현이 그렇다. 그리고 표지에는 택배 상하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바다'와 곧 배송될 수많은 택배 상자들이 있다. 화물차 안의 상자 더미 속에서 잠시 쉬고 있는 무표정한 표정의 주인공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본문 속 작업 환경

 

출처 : 『까대기』 p.207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던 택배의 뒷이야기가 만화로 생생하게 펼쳐진다. 택배 현장에 가득한 네모 네모난 상자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내가 기다리던 '설레는 상자'라는 생각보다 인물들이 견뎌야 하는 '힘겨운 짐'으로 다가온다.  

 

 

이상을 좇으며 현실을 사는 주인공에 대한 공감

 

   출처 : 『까대기』 p.30

 

    출처 : 『까대기』 p.39

 

 

  주인공 바다는 만화가를 꿈꾸며 지방에서 서울로 왔다. 생활비에 대한 걱정의 현실과 이루고 싶은 만화가라는 이상 사이에 택배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바다는 자신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택배 현장을 만화로 그리고자 한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주인공을 보는 것은 주인공과 멀지 않은 고민을 하는 청년으로서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택배 현장을 통해 그리는 '우리'를 위한 위로

 

"멀쩡한 장갑이 없는데요?"

"어차피 몇 번 쓰고 버릴 텐데 대충 써."

 

지점장의 그 말이

......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기를 바랐다. pp.124~125

 

출처 : 『까대기』 p.125

 

 

  『까대기』는 택배 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말한다. 특수 고용직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상황(pp.120~123), 택배사들의 무리한 택배비 경쟁으로 그 피해는 택배기사들과 물류센터들에게 전가되는 '택배계의 공룡'(pp.155~157)이 나온다.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은 택배 업계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책을 덮은 뒤에 우리는 생각에 잠긴다.  

 

 

 

  작가는 전반부, 후반부에 걸친 23개의 에피소드를 아울러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위로였다.

 

"하나하나의 택배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저마다의 벽을 깐다. 벽을 깐다. 함께 벽을 깐다." pp.278~279

 

  작가는 곧 터질 것 같은 짐처럼 버거운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여 이야기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오늘을 산다. 그러나 오늘을 여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더불어 살면서 벽을 깐다, 오늘을 산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또 쉽게 잊는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기다리던 택배 상자 안의 반가움 속에서 고개를 들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그 안에서 버티며 살아가는 인생을. 더 나은 삶을 위해 용기 내서 바꿔야 할 현실을.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삶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저자소개

 

이종철 (지은이)

 

어린 시절 포항제철 공단 지역에서 살았다. 시골 마을과 공단 사이에 있는 상가 동네였다. 그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함께 제철소 노동자들과 건설 인부, 식당 종업원, 시장 상인, 농민 등 다양한 노동자의 삶을 보며 자랐고 만화 작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생계를 위해 6년 동안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인까대기를 했다. 그때 기록한 이야기들을 만화 《까대기》로 만들었다.

펜화로 그린 어린이 창작 만화 〈바다 아이 창대〉(모두 3)의 그림 작가로 참여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은 두 편의 단편 만화를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 연재했다.

 

 

 

책소개

 

택배는 사람들의 일상을 편리하게 하지만 그 뒤에는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 《까대기》는 일을 하면 하루 만에 도망치게 된다는 전설의 알바,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실상을 A부터 Z까지 담은 만화책이다. 만화가를 꿈꾸며 서울로 올라온 주인공 이바다는 택배 알바를 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까대기》는 실제로 6년 동안 택배 일을 하며 만화를 그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취재와 인터뷰로는 끌어낼 수 없는 생생한 택배 노동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녹아 있다. 2018 다양성만화제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까대기 - 10점
이종철 지음/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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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턴 송정은입니다 : )

오늘은 『마살라』의 저자, 서성란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들고 왔습니다.

책을 읽고 이 작품은 여름의 향이 가득나는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쏟아지는 햇빛같이 눈부셨던 『마살라』와 서성란 작가님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함께 보실까요?

 

 


 

Q 서성란 작가님의 6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16『쓰엉』 이후 3년 만에 『마살라』로 돌아오셨는데요. 6번째 장편소설이라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살라』의 원고를 완성하고 출판사로 보낼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A, 저는 종교가 없지만, 모든 것은 신의 뜻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신이란 글쓰기를 이끄는 안내자이고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마살라라는 말을 듣자마자 인도풍의 강한 향이 후각을 스쳤는데요. 작가의 말에서 인도 사람들로 꽉 찬 바라나시행 기차에서 눈을 감고 썼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도 여행에서 작가님께 영감을 준 장면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2013년 겨울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해외작가파견사업에 선정되어 인도 뱅갈로르 레지던시에 참가하였습니다. 한 달 동안 외국 작가들과 생활하면서 낭독회와 작가 축제 등에 참여하고 혼자 남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레지던시가 끝난 뒤 콜카타와 바라나시, 델리 등의 도시를 여행했는데 숙소조차 예약하지 않고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다녔습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 기차를 탔는데 돈을 아끼려고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3등 열차를 선택했습니다. 현지인으로 꽉 찬 열차에서 밤을 보냈는데 이상하게 무섭지 않았습니다. 열차는 안내 방송 없이 멈춰 섰다가 출발했고 저는 인도인 승객에게 물어 바라나시 정션 역에서 내릴 수 있었습니다.

불편한 자리와 긴 여정, 낯선 도시를 향해 달리는 열차는 오랜 세월 희망 없이 소설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제 삶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습니다.

 

 

Q,  독자로서 낯선 것으로부터 생기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라든가 데바 신’, ‘시바처럼요. 어떻게 이런 신화를 끌고 오실 수 있었나요? 평소에도 신화에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A, 저는 신화를 즐겨 읽습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인도 신화와 대서사시를 다시 읽었습니다. 브야사의 구술을 받아 적은 가네샤 이야기는 소설 창작을 하는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Q, 아직 대중들에게 여행소설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께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하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건이 진행되면서 인도의 카페부터 작은 골목까지 묘사하셨어요. 인도를 여행하면서 이 책을 들고 가도 레 게스트하우스시바 카페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여행소설을 쓰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A, 소설을 쓰는 일은 기나긴 여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해도 그곳에 닿게 될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한 여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권을 책을 완성하면 작가는 짐을 꾸려 다시 떠나야 합니다. 

Q,  사건이 고조되고 독자의 긴장감과 집중력이 절정에 달할 때마다 구걸하는 여인이 손을 내민다든지, ‘가 라훌과 시바의 밤을 보냅니다. 이 장면들로 하여금 환기를 시켜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작가님께서 의도하신 역할이 있나요?

 

A, 『마살라』에서 바라나시는 신과 여인들의 도시로 그려집니다. 독자들이 이 소설의 중심 서사를 따라가면서 바라나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Q,  저는 글을 읽고나서 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인도에서의 일을 머릿속으로 재구상하여 소설로 쓰는 엔딩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질문지를 작성하는 지금까지도 그 문장들이, 장면들이 여운이 되어 울리는데요. 작가님께서 가장 힘을 쏟거나 애정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가장 공을 들인 인물은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M입니다. 작가가 자신이 창작한 작품 속 인물과 만나게 되는 설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의 화자인 M과 조우한 후 더 이상 이설을 찾아 헤매지 않습니다. ‘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설이 아니라 M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는 불완전하게 그려낸 작품 속 인물과 대면하자 더는 이설이라는 가공의 인물 뒤에 숨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독자에게 털어놓지 않았지만 사라진 소설가 이설은 화자 이고 는 미완성 소설을 완성하게 됩니다.

 

 

Q,  이번 작품 『마살라』에서는 소설을 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건이지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라진 소설가 이설을 찾아 낯선 도시를 헤매는 여정이 펼쳐집니다. 저는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왠지 소설을 쓰던 한 작가가 사회로부터 혹은 스스로 이방인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신춘문예를 통해 반짝 등장하고 이방인이 되기를 택하는 혹은 될 수밖에 없었던 작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A, 저는 작품을 끝내면 다음 작품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두려움에 빠집니다. 다시 첫 문장이 떠오르면 안심하면서 힘을 내 집필을 시작합니다. 저는 자주 두려워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겨우겨우 쓰고 있습니다. 소설가는 소설을 계속 쓰거나 중단하고 다른 일을 하거나 드문드문 쓰거나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소설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으니까요. 사라질 자유가 있습니다.

 

 

Q,  전작 『쓰엉』을 출간하신 후 작가님께서 하신 인터뷰를 포스트를 통해 본적이 있습니다.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 단편집 『파프리카』에서 느꼈지만 작가님께서는 사회로부터 약자로 인식되었던 이방인들을 주체적인 인물로 자각하게 하는 것에 힘쓰셨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사회에 내고 싶으신지, 문학의 역할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거나 소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지는 않습니다. 장편소설 마살라는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 작가는 왜 쓰는 것이며 쓸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Q,  마지막 질문으로 작가님께 마살라는 무엇인가요. 또 작가님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나요?"(『마살라』 191)

 

A, 저에게 마살라는 소설을 쓴다는 행위에 대한 성찰입니다.

활자로 빽빽한 삼중당 문고판 소설을 읽었던 어느 날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내가 건너온 길을 돌아보고 걸어갈 자리를 가늠했습니다.

 

 

 

 

 

 

 

 

마살라 - 10점
서성란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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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25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 향이 가득 나는 소설이라, 매력적이에요 :)
    휴가 때 여행 가서 읽기 좋은 소설 같아요!
    그리고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가 되고 싶다거나 소설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지는 않고,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 작가는 왜 쓰는 것이며 쓸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스스로 답을 하고 싶었다"는 작가님 말씀도 인상적이네요.

  2. BlogIcon 에디터날개 2019.07.26 15: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출판 일을 하면서 작가분들을 만나게 되고, (특별히 소설을 쓰는) 작가의 생각, 작품을 쓰는 마음이 참 궁금하고 신기했었어요. <마살라>를 읽으며 창작을 하는 작가의 어떤 일면을 본 것 같아 참 재미있기도 하고, 한켠으로는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했었더랬어요..

 

 책을 처음 집었을 때 강렬한 색감의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 중 하나가 아닌가 싶었다. 그림 슬리퍼라는 제목은 무슨 뜻일까 궁금하던 찰나 '어두운 공동체의 느긋한 살인마, 잠들었던 살인마를 파헤친 기자 리포트' 라는 문구에 눈길이 갔다. 스릴러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라니, 구미가 당겼다.

 

 

 이 책은 범죄 전문 기자인 크리스틴 펠리섹이 '흑인'이자 '여성' 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10년 동안 기록한 책이다. 젊은 여성들을 살해하고 그 시신을 쓰레기통에 아무렇게나 버린 연쇄살인범. 그림 슬리퍼라는 책 제목은 펠리섹 작가가 연쇄살인범에게 붙인 별명이다. 이토록 극악무도한 사건에 대해 정부와 언론은 잔인하리만큼 무관심했다. 저자는 연쇄살인범에게 별명 하나 없는 것조차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무관심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림 슬리퍼라는 별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살인 사건 사이에 긴 휴식기를 가지는 특성을 고려해 'The Grim Sleeper(잠들었던 살인마)' 라고 불렀고, 그 결과 언론의 관심을 얻어 재수사가 시작된다.

 

  연쇄살인마에 초점을 맞추고 적나라하게 사건을 서술해나가는 일반적인 범죄 기록집들과 달리 이 책의 초점은 범인 로니 프랭클린이 아니다. 살인자의 특징과 그의 내면적인 부분을 필요이상으로 설명하거나 수식하지 않는다. 책의 주인공은 살인범이 아니라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들은 어떤 사람이었으며 그들의 일상생활이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웃이었음을 알린다.

사우스 센트럴 지역에 사는 코카인에 중독된 가난한 흑인 여성들은 같은 방식으로 죽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13년의 긴 휴식기를 가진 후 살인범은 똑같은 25구경의 권총을 사용해 다시 같은 대상의 그들을 노리기 시작한다. 펠리섹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이 사건을 집요하게 수사하기 시작한다.

 

피해자 ‘제니시아 피터스’의 어머니인 레이번을 만났고 그는 강도-살인 사건팀 형사들이 제니시아의 살인사건이 일어난 지 6개월쯤 뒤에 찾아왔다고 했다. 그들은 레이번에게 온갖 질문을 했지만 수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았다. 레이번은 경찰이 자신의 딸이 연쇄살인범의 무작위 살인에 희생된 거라고 말해주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 여성들이 흑인이 아니거나 흑인 거주 지역에서 살해당하지 않았다면 경찰은 연쇄살인범의 존재를 대중에 공표했을 것이라고 레이번은 말했다.  (214쪽)

 

제니시아의 시신이 2007년 발견되었을 때, 2005년 5월 카리브해 아루바에 졸업 여행을 갔다가 실종되어 크게 보도되었던 금발 소녀 나탈리 할러웨이와 달리 제니시아의 사건은 6시 뉴스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미디어는 할러웨이 사건을 끝도 없이 방송했다. 기자들이 조사하러 그 이국의 섬까지 파견되기도 했다, 레이번의 딸이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을 때, 조사하러 파견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기자 회견도 없었다. 보상금도 없었다. (215쪽)

 

 피해자 어머니인 레이번의 말처럼 피해자들은 모두 '흑인'이자 '여성'이였으며 ‘빈민가’에서 살고 있었다. 그림 슬리퍼의 타겟이 된 그들의 죽음에 정부도 대중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만약 공동체의 다른 이들이 피해자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주었다면, 그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면 범죄자 프랭클린은 그림 슬리퍼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었을까.

 

에니트라는 프랭클린이 처음에 그를 거절하고 차에 타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자기를 공격했다고 생각한다고 그에게 말했다 - "난 괜찮다고 했어요. 혼자 걸어갈 수 있다고, 멀리 가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당신은 내게 치근덕대며 말했더요. ‘그게 바로 당신들, 흑인 여자들의 문제야.’ 마치 백인 여자들만 당신 격에 걸맞다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게 당신이 우리한테하는 짓인 거죠? 당신을 낳은 여자도 흑인이에요. 당신도 흑인이고. 그런데 어떻게 우리를 그런 식으로 무시할 수 있죠? 그런데 우리가 당신을 위해 나서길 바라요? “ (360쪽)

 

 

가족들의 진술이 끝났을 때 프랭클린은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그는 간혹 가족들 쪽을 휙 바라보기는 했지만 한 번도 직접 눈을 맞추지는 않았다. 후회하는 기색은 없었다 수치심으로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다. 그걸 바라보며 나는 저 사람이 후회의 감정을 가질 능력이 있는지 궁금했다. 아마 그저 무감각했을지도 모른다. (361쪽)

 

 그는 자상한 아버지였다. 가난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의 차를 수리해주는 친절하고 사려 깊은 이웃이었다. 그가 자신의 범죄를 부정했기 때문에 확실한 동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집 불과 4km반경 내에서 20년 동안이나 살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몇 번의 살인에도 그에 대한 처벌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수사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들도 대중들도 피해자들의 죽음에 점점 둔감해졌고 범인은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도넬 알렉산더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내게 걸어와 나를 끌어당겨 안았다. 10년전 자기 집 문을 두드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던 살인 사건에 대해 글을 써줘서 사하다고 말했다. “고맙습니다.” 그는 흐느끼며 말했다. “관심 가져주셔서요.” (406쪽)

 

  가족도 지인도 아니었던 펠리섹 기자는 무려 10년간 집요하게 이 사건을 취재했다. 가족들이 피해자들의 죽음이 풀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그는 그들과 같이 진심으로 슬퍼했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족들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인상 깊게 읽었던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크리스틴 펠리섹이 이 사건을 긴 시간동안 조사했던 것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 피해자들에게 그동안의 무관심을 사과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희생자들의 존엄성을 회복해주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이 지점에서 나는 생각한다. 과연 지금 우리의 공동체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혹시 우리 공동체 내에 이런 차별은 없는가. 부끄럽게도 나는 자신 있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가 없다. 사건이 발생한지 수 십 년이 지났다. 슬프지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세상에는 맥락이 없는 혐오가 넘쳐나고 이웃의 안녕에 무관심하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펠리섹은 매우 예의 있게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무례함이 만연하고 자극적인 적나라한 보도가 들끓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미덕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그림 슬리퍼 - 10점
크리스틴 펠리섹 지음, 이나경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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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16 1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동체의 수준은 한 사회에서 모든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라는 말이 이 책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주는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 산지니 인턴 하혜민입니다지난번에 올린 데린쿠유의 서평에 이어 저자 인터뷰까지 맡게 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원래라면 직접 찾아뵙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만안지숙 작가님이 계신 곳과의 거리가 멀어 직접 찾아뵙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어요그래서 너무 아쉽게도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책을 읽고 제가 궁금했던 점이나 알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질문을 드렸는데작가님께서 아주 상세히 답변해 주셨습니다다 같이 한번 보실까요?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안지숙 작가님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출간됐습니다장편이니만큼 오랜 시간 공을 들이셨을 것 같아요데린쿠유가 출간된 기분이 어떠세요?

 

A. 되게 막 좋을 것 같았는데. 책을 처음 받아 대면하는 순간 스스로 대견한 마음 반, 허전한 마음 반이랄까. 첫 장편이니만큼 문학상 공모에 당선돼 화려하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채로 내서 이런가, 싶어요.

 




Q. 데린쿠유라는 단어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낯설고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어떻게 이런 단어를 발견하시고작품의 주요 소재로 끌어오실 수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터키에 놀러 갔을 때 가이드 해 주신 분이 지하 우물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우물을 같이 찾아서 들어갔죠.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이고 아주 좁은 길을 걸어 내려갔는데, 한참 가다 보니 마을 형태의 구조를 이룬 빈 공간들이 나오더군요. 무수히 많은 작은 방들, 방과 방 사이의 통로, 끝없이 이어지는 통로 어디쯤에서 비밀스럽게 뚫린 방공호, 회의 장소로 썼음직 한 너른 방, 화장실로 썼지 싶은 공간. 그곳이 아랍인들로부터 목숨을 구하기 위해 기독교인들이 숨어 살던 곳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실의 공포를 피해 이곳 지하 공간으로 숨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나 역시 현실의 고통, 현실의 어려움을 피해 숨어들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 현실적 공간이 없을 때 우리는 마음속 자신만의 공간으로 도피해 숨어들잖아요. 데린쿠유는 실재하는 구조물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고통을 피해 숨어드는 상징적 공간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 생각을 하는 동시에 데린쿠유를 제목으로 내세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지요.

 





Q.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 한 명한 명마다 캐릭터 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누구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인물이 없지요현수다솜경술복임세라찬우를 비롯해 안 감독이나은주정숙과 같은 인물들까지도요작가님께서 인물에 굉장히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인물 설정은 대개 어떻게 하시는 편인가요?

 

A. 소설 시놉시스를 쓸 때 서사에 알맞은 역할을 배분하고 성격을 구체적으로 스케치했습니다. 성격이 잡히면 거기에 맞는 말투나 얼굴, 몸집이나 버릇 같은 게 자연스럽게 따라붙더군요. 그리고 사실 이 소설이 친부모 찾기라는 신파 라인을 타고 가잖아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소설을 접어놓고 며칠간 완결된 드라마를 통으로 다운받아서 보기도 했고요. 여러 인물의 성격과 대사를 유념해서 봤는데 그게 도움이 된 것도 같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다솜이 순우리말로 ‘사랑이라는 의미가 있잖아요저는 세라와 찬우의 사랑(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아닐 수도 있지만)으로 태어난 현수가 자신의 데린쿠유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다솜에 대한 사랑이 그 방식이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혹시 다솜이의 이름을 그런 의도로 지으신 건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A. , 맞아요. 맑고 따뜻하고 한없이 건강하고 밝은 여자아이를 현수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주자고 생각했고, 우리말에서 찾았어요. ‘양명’(亮明)시라는 환하게 밝은도시에 사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밝은 양지의 사람이에요, 다솜은.

 



 

Q. 저는 이 글을 다 읽고 나서 '복임'이란 인물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친아들을 사고로 잃고현수를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어쨌든 너도 내 아들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고요작가님께서는 데린쿠유의 인물 중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A. 현수죠. 다른 인물 하나하나가 다 애착이 가지만 그 많은 인물 사이에서 약간 뚱한 표정으로 느리게 오가는 인물 현수가 처음부터 끝까지 작가의 손을 잡고 갔으니까요. 복임의 경우, 사실 제가 아이를 낳아 기른 적이 없어 자식 잃은 감정을 그대로 살려내는 게 좀 힘이 들었어요. 복임이란 인물을 제대로 살려냈나 싶기도 하고. 제 손안에 쥐기가 버거운 인물이었습니다.


 



Q. 우리 사회 내에 신체적 질병을 참아 내는 세라나 정신적 질병을 참아내는 현수와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요그에 따라서 그들만의 데린쿠유도 분명히 다양하게 존재할 것 같고요작가님께서는 이렇게 고통을 참고 버텨야 하는 삶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사회의 방향성에 따르면 세라와 같은 미련함을 지녀야 할 것 같은데내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그 자리를 벗어난 현수와 같은 삶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A.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하던데요.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자기 방식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의 숙명 아니겠습니까. 세라의 경우가 그렇죠. 그게 성격의 한계이든 질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체적 한계에서 오는 것이든 간에요. 그 고통에서 벗어날 여지가 있다면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벗어나는 것 자체가 힘들고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극복하면서 다른 인생에 도전하는 게 더 나은 삶을 이루지 않을까요. 인생, 한 번뿐인데 할 수만 있다면 밝고 긍정적으로 사는 편이 좋겠죠.






▲ 안지숙 작가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Q. 작가의 말에 '용서와 화해로 방향을 틀기가 쉽지 않았다.'라는 대목이 있는데원래 그리시던 데린쿠유의 결말이 궁금해요저는 서로에 대한 용서와 화해가 있었기에 이 소설이 성장소설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만일 작가님이 그리신 결말대로 갔더라면 현수의 운명은 어떻게 뒤바뀌었을까요?

 

A.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연관되는 건데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있거든요. 현수가 처한 삶, 현수가 살아가는 방식에서 밝고 건강한 다솜의 삶으로 뻗친 손을 거둔다면 현수는 자신의 지하도시에 머물게 되겠죠. 복임과의 거리, 세라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고 자신의 지하도시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현수의 모습, 이게 결말이 되었을 것 같네요. 아마도.

 



Q. 우연히 작가님 블로그를 통해 출간 소식을 알리는 글을 보게 됐습니다해당 포스트에는 '궁극적으로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쓴 글이라고 언급하셨더라고요그 글을 읽고 나니 단순히 이 소설 속 인물들이 성장했다는 지점에만 초점을 맞출 수가 없게 되었어요작가님은 성장에 반드시 성장통처럼 고통이 잇따른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A. 현수뿐만 아니라 세라도, 복임도, 경술도, 심지어는 송찬우도 자신만의 고통을 견디면서 살잖아요. 그 고통을 견디기 위해 선택한 삶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죠. 성장하고 변화하는 삶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른다고 봅니다. 사는 꼴이 어떻든 자신의 삶에 안주하고 자포자기해버린 인물에게 성장통이란 건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자포자기한 삶, 본인은 편하잖아요. 하하.

 

 



 Q. 이전에 내신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데린쿠유도 그렇고 작가님께서 사회에서 배제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저 자신이 사회에서 배제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배제당하고 소외당하고 몸이 아픈 경험이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 소설 속에서 움직이게 하고, 현실의 고통과 두려움, 공포를 이겨내게 함으로써 소설 속에서 구원을 받고 싶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제 인생을 견디는 것처럼 자신의 삶을 견디는 저 같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 안지숙 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사진.

 





Q.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시다고 들었는데장편의 경우에는 한 번의 호흡이 길게 이어져야 하잖아요작가님께서 긴 호흡을 가지고 계속해서 글을 쓰실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A. 30대 때 몸이 좋지 않아 6, 7년 정도 아무것도 못 하고 허송세월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장편소설을 무지하게 읽었습니다. 그때 사들인 책의 80%가 장편소설이었어요. 엎드려서 읽고 누워서 읽고 앉아서 읽고 서서도 읽었죠. 읽었다기보다 읽어치웠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독서질풍의 시대였죠. 그때의 독서가 알게 모르게 장편의 서사를 떠올리고 장편의 호흡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을 겁니다. 단편을 쓰는 것보다 장편 작업을 하는 게 일단 재미가 있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전공자로서 문학이 세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해요이론이 도출하지 못하는 지점에 선 문학이 우리가 실천하게끔 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작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A. 이건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각 한 권밖에 못 낸 작가에게 하기에는 너무 거창한 질문 같은데요. 하하.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바로 위의 질문에 대한 답과 같다고 해야겠네요. 문학은, 작품 속 인물들의 삶과 그 삶 속에서의 선택들, 어려움을 이기고 고통과 슬픔, 아픔을 겪어내는 모습들을 통해 자기성찰을 끌어내는 힘이 있죠. 자기성찰 속에서 위안도 얻고 반성적 자아를 만나기도 하면서 행동에도 변화가 오게 하는 문학이 좋은 문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지금 제가 생각하는 건 그 정도입니다.

 

 






▲ 안지숙 작가님의 환한 미소.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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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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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16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설의 제목 '데린쿠유'를 처음 들었을 때 궁금했었는데, 터키에 있는 곳이군요.
    실재하는 공간을 작가님이 소설 속 상징적 공간으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그곳에 저도 가보고 싶네요.

    • BlogIcon hyemineeee 2019.07.16 10: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책에 서술된 데린쿠유가 자세해서 직접 다녀오신 적 있으신가 여쭤보려다가 다른 질문이랑 중첩될 것 같아 말았는데, 자세히 다녀온 소감을 써서 보내주셨더라고요. 저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네요. :-)

영화 <인턴>,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인턴에서는 짧은 기간 안에 의류 사업을 성공시킨 젊은 CEO 역할이 나온다. 가정에서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하여, 회사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CEO가 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열정적이면서 매력적으로 나타난다. 중간에 가정과 회사에서 갈등을 겪지만, 주인공은 끝내 어려움을 극복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영화나 드라마가 그리는 인물 덕분일까. 생각해보면 나에게 있어서 CEO는 큰 위기를 극복한 만큼 큰 성과를 달콤하게 누린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미래를 예측한 결과, 배포가 크게 결정을 한다는 이미지까지. 내가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CEO에 대한 이미지는 호와 불호의 선택지가 있다면 "호(好)"였다.

 

 

 

  현대사회는 CEO에게 오늘날 자본주의를 이끄는 매력적인 역할을 부여한다. 이에 익숙한 사람은 오직 나뿐만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는 이와 같은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CEO의 본질은 흔히 알고 있던 미디어 속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이런 말을 제시하며 CEO 사회를 비판하는 책을 시작한다.

 

 

 “CEO가 사회와 정치를 파괴할 수도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넘쳐나는데도 여전히 대중에게는 그들이 매력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이유를 아주 비판적으로 고민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P.18

 

  이 책은 1장부터 7장까지 CEO 사회의 현상, CEO 사회가 현재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배경, 경제, 정치 일상생활까지 구사하는 CEO 사회의 영향력, CEO의 사회적 활동에 숨은 의도, CEO 사회에의 무조건적인 신념에 대한 위험성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CEO의 매력에 빠졌던 기억 혹은 인터뷰를 보고 삶의 롤모델로 삼았던 동경은 잠시 접어두고, 작가를 따라 CEO 사회를 비판하는 생각을 따라 걷는다.

 


 

 

  작가는 CEO와 CEO 사회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많은 의문을 던졌다.

  다음은 그중에서도 나에게 인상이 깊었던 몇 가지 질문이다.

 

 

-기업의 경영 방식은 정말 만능 통치약일까?

 

현대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 행동을 기업행동과 유사하게 볼 수 있다. 한 때 기업 활동과는 무관한 것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기업의 문화, 언어, 그리고 관행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

 

기업의 경영자주의를 바탕으로 경제와 사회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겨났고, 결국 기업의 경영자주의가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이념이 되었다.”    P.30

 

 

  오늘날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사회 속의 사회는 점점 많은 분야에 CEO 사회의 기업 경영의 가치를 적용하고 있다. CEO 사회의 가치에는 경쟁, 착취, 시장 중심의 성장주의 등이 있다. CEO 사회가 추구하는 기업 경영 방식은 매출 상승, 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사회에는 여전히 경제적 평등, 민주주의 사회정의 등의 가치가 기준이 되어야 할 분야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

 

  현재 대학생인 나의 생활에 가장 가까운 사례는 "대학의 기업화"이다. 현대 사회는 기업이 대학을 인수하고, 기업은 취업률을 기준으로 단과대학을 통폐합한다.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문의 단위가 재편되고 교수들에게 성과급형 연봉제가 적용된다. 대학의 생존에 앞서 대학이 지성의 기관으로서 교육을 담당했던 본연의 역할을 다시 떠올려 본다. 자유로운 교육의 가치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에 기업의 경영 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만능 통치약일까" 하는 믿음에는 잠시 쉼표가 필요하다.

 

 

 

 

-CEO의 삶을 동경하고

그들의 성공적인 삶의 방식을 지향하는 것에 가지는 의문

 

"CEO사회에서 가치있는 시민이 되려면 기업가로서 자신의 삶에 접근해야 한다." P.189

 ".....사람들이 스스로 가치 없는 존재로 느끼고 전지전능한 CEO의 멋진 이상과 가치를 몸소 받아들이고 실천해서 가치 있는 존재가 되려고 애쓰는 것이다." P.192 

 

  책 속에는 외국에서 CEO의 삶을 동경하고 있는 많은 예시가 나온다. CEO의 성공에 대한 동경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가도 CEO들의 자기 계발서가 굳건히 지키고 있지 않던가.

  CEO에 대한 성공적인 이미지와 그 환상을 지향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주입된 것이라는 내용은 놀란 부분 중 하나였다. 미디어 속의 CEO의 이미지는 당당하고 멋지다. 그와 동시에 내 모습은 '그들처럼 성공적이지 않다'라고 정의된다.

 

  매 순간 선택지 앞에 고민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사람은 각자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라는 고전 같은 조언을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 조언을 쉽게 잊는다. 대신에 CEO의 반짝이는 삶의 궤적을 무분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들이고자 애쓴다. 사람의 삶에 일률적인 패턴은 없다. 자신이 나아갈 길 앞에 CEO의 삶의 표본을 들고 와서 그대로 걷는 것은 과연 긍정적인가?

 

  CEO와 CEO 사회는 경제 분야를 넘어서서 개인의 가치관에도 뿌리 깊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부분이었다.

 

 

 

- 사람들은 왜 CEO를 정형화된 모습으로

우상화 하는 것인가

 

"자유시장과 세계화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불안감과 스스로 무력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만든다. 실직, 가게와 공장의 폐업 그리고 환경파괴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은 CEO처럼 부와 영향력을 지니고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자 꿈꾼다.... CEO는 우리에게 비록 현실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꿈조차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P.83

 

 

  CEO 사회는 모든 사람이 CEO가 되고자 하는 잠재적 열망을 깨운다. 그리고 CEO가 되면 사회의 피라미드 위에 위치하여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다는 이미지를 사회 곳곳에 심어둔다. 그러나 이것은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혜택이 아니다. CEO를 향한 열망은 손에 쥘 수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대신 이러한 사회에 대한 열망은 CEO 사회를 긍정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즉 사람들은 CEO 사회의 가치를 당연한 호(好)로 여긴다. 또한 궁극적으로 사람들은 CEO의 구원을 열망하고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를 롤모델을 삼고, 그 사람의 가치대로 살아가려는 작은 열망이 사회의 틀 하나를 만든다는 힘이 새삼 무서워졌다. 정형화한다는 것은 하나의 규칙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규칙은 안정감을 만든다. 그러나 안정시킨다는 그 규칙이 오히려 사람들을 옥죄는 것이라면? '정형화'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외국 도서이기 때문에 배경지식 없이 처음 읽으면 생소하게 느낄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CEO 사회가 가지는 본질을 안 뒤에 한국 사회에 적용해본다면 어떠할까. 우리의 일상 속의 CEO 사회의 특징 중에서 무엇을 익숙하게 넘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CEO 사회는 화려하고 안락하다. 그러나 사회의 모든 것은 변화하면서 발전해야 한다. 변화, 발전해야 하는 것에는 사람의 의식도 포함된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를 위협해가며 성장하는 CEO 사회에 대응하여 사람들도 완전하고 고결해보이는 CEO 사회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사고가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는 결코 CEO의 영향력을 배제한 채 살 수 없다. 그러나 이 책 CEO 사회CEO의 영향력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이 객관적이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성을 경각하는 첫걸음을 딛게 할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피터 블룸 (Peter Bloom) : 영국 방송통신대학 피플앤오거니제이션학부 총괄 교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일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저서로 2016년에 출간한 Authoritarian Capitalism in the Age of Globalization 2017년에 출간한 The Ethics of Neoliberalism: The Business of Making Capitalism Moral이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다수 언론사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칼 로즈 (Carl Rhodes) :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UTS 경영대학원 조직학 교수. 비즈니스와 직장생활의 윤리적, 정치적 차원에 대해 -연구한다. 2015년에는 앨리슨 풀렌Alison Pullen과 함께 Companion to Ethics, Politics and Organizations를 출간했다. 가디언, 뉴 마틸다, 인디펜던트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옮긴이

-장진영 : 경북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영번역과를 졸업했다. 홈페이지 영문화 번역 등 다년간 기업체 번역을 했고, 현재 출판 기획가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게임체인저>, <어떤 브랜드가 마음을 파고드는가>, <퓨처 스마트>, <행복한 노후를 사는 88가지 방법>, <더미를 위한 비즈니스 글쓰기>, <케인스라면 어떻게 할까?> 등이 있다.

 

 

 

책소개

 

ABC, 가디언 추천도서. 도널드 트럼프, 마커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그들이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신이 되었는지 회사를 넘어 삶을 지배하는 CEO사회를 낱낱이 파헤친 책이다. 21세기에 접어들어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 등 스타 CEO가 탄생했고, 그들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해졌다. 대중은 그들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모방하고 동경하게 되었다. 이 증상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됨에 따라 정점에 이르렀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회의실에서 졸던 사람으로만 여겨지던 CEO는 어떻게 현대사회의 아이콘이 되었을까? CEO에 열광하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어떤 일을 겪고 있을까? 책에서는 CEO사회의 유래부터 기업뿐만 아니라 정치, 문화, 사랑 등 우리 삶 곳곳에 CEO가 미치는 영향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본다.

 

CEO사회 - 10점
피터 블룸.칼 로즈 지음, 장진영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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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07.16 10: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려운 책인데 문제를 잘 짚어주신 것 같아요. 어쩌면 <CEO사회>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피라미드를 깨부술지, 그 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발버둥 칠지, 아니면 피라미드를 받아들이고 아래층에 머무는 것을 정당화할지 우울한 고민을 하며 사는 것 같아요.

 

 

"안개와 구름이 산의 정상을 가만히 품어주고 있는 풍경을 더듬어가다 나는 달을 정복한 인간의 비애를 생각했다. 달의 정복은 인간이 쟁취해낸 승리가 아니라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가 주는 꿈과 상상의 나래를 잃어버린 서글픈 상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달을 정복하고 나서 인간은 무한한 달나라의 동화와 기원을 잃었다. 달그림자의 포근한 위안과 갈구를 잃어버렸다. 달은 이제 그저 무미건조한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책을 들어가기 앞서’: 프롤로그

최영철 시인의 산문집 시로부터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으로 이뤄져 있다. ‘시의 사부에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것을 일깨우고 오로지 에 대해 말한다면, ‘시의 무늬에서는 시인으로서 시인을 정의하고 세상에 있어 자신의 역할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시의 산책에서는 시인 최영철에게 영향을 준 동인과 여러 시인들에 대한 글이 적혀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서평에는 일부 내용이 적혀있다. 책에 있어서 곳곳이 큰 울림이었지만 서평을 쓰는 날 필자의 눈에 들어온 불꽃이니 나의 서평이 전체가 아니기를 바란다.

 

 

 

 

표지

표지의 디자인은 최영철 시인의 시로부터 가지는 마음을 표현하듯 유려한 글귀들이 뚝뚝 떨어진다. 떨어진 글귀는 절망의 나락에 서있는 우리에게 팔을 뻗어 이끌고 올라가기 보다는 그 자리에서 생의 작은 순간까지도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일으킨다. 나는 일어섰다. 나란히.

 

본문

굳이 말하지 않아도 무방한 것이었으나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시로부터 머리글

 

첫 문구부터 가슴을 찔렀다. 나만을 위한 책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숨기고 있던 나의 생각을 만천하에 알리듯 부끄러웠다.

 

나의 시는 결여의 상태에서 촉발한다. () 떠나버린 차가 이제 막 진입해 들어오는 기차보다 아름다우며 만개한 꽃보다 떨어져 휘날리는 꽃이 더 아름답다.”

  -p.26

 

최영철 시인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시인잘알’(시인을 잘 알고 있다)이라고 할 수 있다. 산문집시로부터에서는 86년 그의 한국일보등단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와 시인, 그리고 시로부터의 삶을 꾸밈없이 써내려갔다. 마음속에 시를 한 번이라도 품었던 사람이라면 밑줄을 안 그을 수 없을 터. 나의 시를 쓰듯, 그는 나에게 시를 들려주었다.

 

무수히 떠오르고 진 해와 달과 별은 오늘 최초로 내 앞에 등장한 것이고 무수히 피었다 진 꽃과 매일 아침 골목에서 마주치는 이웃 역시 오늘 비로소 마주치게 된 것들이다.”

-p.29

 

그에게 시는 쓸모없음과 쓸모있음을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새로운 발견을 해야 했다. 천부적인 건망증은 시의 힘이었고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라는 착각을 일으켰다고 했다. 매사에 익숙해지지 않으며 노련해지지 않고 뻔뻔스러워지지 않는 것이 시의 밑천이었다.

 

쓸모없음이라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익숙함으로부터, ‘고마움감정을 무디게 한 뒤 판단되는 상태이며 착각이다. 새롭지 않으며 감흥을 일으키지도 않는 그것은 나에게 있어 소중했던 기억과 마음마저도 가려버린다. 그동안 쓸모없음을 쓸모있음으로 바꾸기 위해 얼마나 부단한 노력을 해왔던가. 시인의 한 마디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의 감정을 다시금 일렁이게 하였다. 어떠한 작은 것이라도 나에게 쓸모 있기를 바라며.

 

생이 나에게 부여한 이 고역을 비켜가지 않고, 흥얼흥얼 콧노래라도 부르며 동행하고 있다면, 그대는 이미 좋은 시인이다. 좋은 시를 살아내고 있는 시인이다.”

-p.69

 

최영철 시인은 시인에 대하여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해온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그것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주는 것이 시인의 과업이라고 했다. 금방 떠나버릴 고통이라는 것을 잘 붙잡아 옆에 앉혀 두어야 하고 가끔은 울리기도 하며 감정의 폭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는 엄청난 비극을 사소하게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다. 시인은 고통의 일상이야말로 시인답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말을 이었다.

 

고통스러운 상황을 인지하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 시인에게 부여된 천부적인 기질이고 책무라면 독자인 우리는 고통의 끝에 살아있음과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에게서 위로와 아픔을 느껴야한다. 서로의 아픔이 위로가 되는 학대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 시인이 말하는 쓰는 일과 비슷하지만 스스로의 고통을 인지해야하고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보며 뭉그러진 마음을 일으키고 깨워야한다. 삭막한 삶에서 고통이라는 감정으로 삭막했던 감정을 울리기를.

 

 

 

 

 좋은 시는 성실하게 쓰고 고치는 공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막한 기다림 끝에 주어지는 뜻하지 않는 선물에 가깝다.”

-p.122

 

그저 느리게, 더 느리게 읽어야만 했다. 시는 삶의 한 순간을 만나는 것이기에 섣불리 지나칠 수 없었다. 나열의 끝에 눈물을 붙잡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을 알고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요즘. 감정이라는 것도 예외는 아니다. 진득하기를 바라기보다는 빠르게 바뀌어 가는 것을 관망할 수밖에 없다. 어제는 사랑했던 것을 오늘은 사랑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시와 관련한 산문집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있어 큰 기쁨이다. 오늘은 이 문장이 나를 울리더니 내일은 저 문장이 나를 웃게 하기 때문이다. 문장 하나 얼굴을 찡그릴 게 없고 선택의 갈래에서 나의 발걸음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복잡하지 않다. 그저 내가 잊고 있던 걸 떠올리게 할 뿐. 우리는 그제서야 말한다. 나의 삶은 시였으니, 더 나아가 시를 읽으며 살기를.

 

에필로그

그의 문장에는 막힘이 없다. 힘 있고 강하다. 여기서 힘이란 억압적인 것과 거리가 멀다. 그의 소신을 그가 걸어온 시로부터 들려준다. 그의 삶은 곧 시이기에 약할 리 없다. 서로가 서로에 기대고 안긴다. 그는, 시는 강하다.

 

 

 

저자소개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책소개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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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7.12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자와의 만남부터 서평까지, 정성스러운 포스팅 잘 읽었어요. 즐거운 독서가 된 것 같아 기쁘네요^^







책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첫인상은 그게 뭐지?’였다. 생전 처음 듣는 단어가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아 속으로 몇 번을 따라 뱉었지만 이번에 서평 맡은 책이 뭐지?, 하고 누군가 물으면 단박에 대답하지 못한 기억이 몇 번 있다. 데린쿠유. 터키에 있는 대규모 지하 도시. ‘깊은 우물이라는 뜻(130)으로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 속 인물들의 성장 서사를 그리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어다.


주인공 현수는 형인 명수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와 엄마인 복임의 서늘한 시선 속에서 자란 28세 청년이다. 자기주장이 없고, 타인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이른바 무디고 미련스럽고 살진 똥돼지의 이미지’(17)로 학창 시절을 보낸 현수는 성인이 되어서도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 자신이 재단해서 깎은 든든한 방패 뒤에서 자신을 욕보는 사람들을 욕하고 자위하며 미성숙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그는 게임과 만화 그리고 먹는 것을 좋아하며, 진로나 미래에 대한 목표는 딱히 가지고 있지 않다. 아버지의 소유 건물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용돈을 받아 근근이 한 달씩 버틴다. 그러던 중 아버지를 찾아온 세라를 만나는데 그녀는 아는 고모임을 자처하며 현수에게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따뜻한 물속에서 감지되는 차가운 기운 같은 거요. 처음에는 그게 차가운 건지도 모르다가 어느 순간 알게 되죠. 그렇게, 그냥 알겠더래요. 자기가 있을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조금만 잘못한 게 있어도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하고 그랬는데, 그런 자기 마음을 부모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더래요.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아서요."(193쪽)




세라가 현수에게 부탁한 아르바이트는 간단하지만 위험한 제안이었다. 양명시 시장 후보 송찬우의 실체를 몇 차례에 걸쳐 인터넷에 게시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세라는 인터넷과 컴퓨터 사용이 미숙해서 본인이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덧붙였다현수는 오직 ‘26년 전에 송찬우가 전세금 2,000만 원을 들고튀었다.’라는 사실과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있었고, 두 살 무렵 해외 입양을 보내게 됐다.’사실을 가지고 인터넷 서치를 시시작한다. 세라는 아르바이트에 대한 담보로 현수의 아버지 경술에게 빚을 진 것도 있으니 차를 사주겠다고 제안하지만 현수는 이 일이 영 탐탁지 않았다. 더군다나 26년 전의 돈을 이제 와 걸고넘어진다는 사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현수는 그러던 중 세라의 주변 인물을 통해 세라가 했던 말들의 일부가 거짓임을 알게 되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이 일을 반드시 해나가야 할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위키피디아 수정과 검색을 통한 인터넷 이용이 잦았던 현수는 금세 송찬우라는 인물에 대해 정리한다. 이후 두 차례에 걸쳐 돈 떼먹고 오리발’, ‘자식 버린 정치가라는 제목으로 현수는 글을 게시하게 되고, 그 바람에 송찬우 측의 사람에게 잡혀 송찬우와 마주하게 된다.







현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이 일이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한 숨은 의도(134)가 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된다. 28년간 친부모라고 믿은 경술과 복임은 친부모가 아니었으며, 의도된 만남으로 마주하게 된 세라와 찬우가 자신의 진짜 부모라는 사실과 비로소 마주한다. 하지만 세 사람은 온전한 가족이 될 수 없다. 세라는 자신의 데린쿠유인 송찬우에게 얽매여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고통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찬우를 택하지만, 오히려 이는 더한 고통이 되어 그녀를 덮친다. 어릴 적 우물에 빠졌을 때도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124)던 것처럼,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난 이후에도 자신의 데린쿠유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다. 한편 송찬우는 이미 제도적으로 두 아이가 있는 여자와 혼인을 한 상태였으며, 생물학적 아버지 이외의 어떤 역할도 수행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다. 세 사람은 하나의 지향점을 가지고 나아갈 수 없는 미성숙한 위치에 서 있다.


그러나 세라는 잠시 동안 우리는 가족이었다.’며 과거를 회상한다. 평생을 아픈 몸을 가지고 품은 아이였기에 세라는 자신의 몸이 더 악화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었다. 임신 후 약을 끊고 난 뒤 손가락이며 팔꿈치가 틀어지고, 팔목 발목 연골마디들이 부어올라 딱딱하게 굳은(236) 그녀의 몸은 어쩌면 세라에게 사랑의 흔적으로 남은 것이 아닐까?


경술은 끝까지 아니라, 단언했지만 묵묵히 세라를 사랑했을 것이다. 현수를 거둬들인 것에 큰 공을 세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복임이지만, 세라의 자식이던 현수를 가족의 품에 안겨주기 위해 애쓴 건 경술이었다. 세라가 자신의 데린쿠유에 빠져서 나올 생각도 못 했다면, 경술은 세라라는 데린쿠유에 빠졌지만 나와야 한다는 자각을 했기에 단언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 복임은 진짜 자식인 명수의 죽음 이후 공허함이란 감정에 젖은 모습을 보인다. 먼저 간 아들인 명수는 그녀의 데린쿠유가 되어 오랜 시간 그녀를 고통에 허덕이게 한다. 현수가 자신을 왜 키웠냐며 복임에게 묻자, 복임은 내가 키우자고 했다.’(221)고 짧게 말한다. 복임 역시 경술과 같이 데린쿠유에 빠져 그저 허덕이기만 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자신을 키우기 싫다고 하지 않은 복임에게 왜 그랬냐는 질문을 현수가 던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어쩌면 현수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네 아버지, 입양 자리 알아본답시고 몇 며칠 밖으로만 돌더라. 애는 나한테 던져놓고……. 지금 생각해도 희한하지. 사람 마음이 어찌 그렇게 기울던지내가네 아버지한테 그랬어. 이 아이는 내가 키운다고, 어디다 내려놓을 데도 없는 애나한테 왔으니, 내가 키울 거라고 했다.”(221쪽)


"자식 키우면서 마음 아프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다던. 내 품에 기어든 자식, 먹이고 입히고 하다 보면 밉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고… 자식이란 게 그런 거지. 자식은 다 똑같아.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221쪽)




현수는 세라가 부탁한 글 대신 강세라와 송찬우 그리고 민현수가 등장하는 새로운 글을 쓰기로 한다. 현수의 글쓰기는 일종의 의식이다. 세라와 찬우의 사랑 아닌 사랑의 부속물이던 자신이 하나의 온전한 주체로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현수가 오랜 시간 좋아해 온 다솜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현수는 버티기 힘든 고통에 내몰릴 때마다 신체가 굳는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것은 마음속 지하도시인 데린쿠유의 시각화와 같은 모습으로 세라에게도 비슷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찬우를 통해 모든 내막을 알게 되었을 때 현수는 다솜에게 의지한다. 다솜은 작고 다부진 손으로 현수의 상처를 매만져 주는데 다솜은 건강한 주체로 현수와 새로운 서막을 써 나갈 자격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이 현수가 봐온 무자비한 속성을 가진 사랑과 다른 사랑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데린쿠유는 각 인물의 고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촘촘히 엮인 탄탄한 구성을 갖춘 글이다. 상처를 지닌 인물들이라는 유사성 아래에서 고통을 어떻게 희석하는가에 대한 차별성을 가지고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 된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른들을 위한 성장 소설이다. 어쩌면 현수뿐만 아니라 우리도 우리만의 데린쿠유에 그동안 빠져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는 데린쿠유 밖으로 나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사람이 외로운 거, 무서워. 외로운 거나 무서운 거나 샴쌍둥이 같아서 그게 그거지만… 그게 왜 무서운지 아니?"

대답을 들으려고 물은 건 아니지 싶어 현수는 잠자코 세라를 보았다.

"외로운 게 무서운 이유는 스스로를 천대하게 만들기 때문이야. 외로움은 스스로를 속이도록 만들어. 약하고 비굴하게 만들고 자신을 접어버리도록 만들지. 안 그럴 것 같은데 사람이 그렇게 돼."(45쪽)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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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글동글봄 2019.07.12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꼼꼼하게 잘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저도 발췌한 부분이 마음에 쏙 들었답니다



안녕하세요. 산지니 출판사 인턴 하혜민입니다. 저를 포함해 총 4명의 인턴이 있는데요, 저희가 가장 처음 맡은 업무는 정상천 작가님의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라는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지난 74일 햇볕이 좋은 날 나란히 모여 앉아 책에 대한 이야기를 두 시간 동안 나누었어요. 기존의 찬반 토론 형식 대신 책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토의에 가까운 방법으로 진행했습니다.

(서영해 선생님을 제외한 모든 인물의 호칭은 임의로 생략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

 

먼저 책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는 유럽 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서영해 선생님의 삶을 전체적으로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프랑스에서 27년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외교 활동을 활발히 펼쳤던 서영해 선생님의 일대기가 잘 녹아있습니다. 독립운동가로서 살아온 인생 전반과 그의 의지가 굳건히 담긴 글들을 통해 선생님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1. 안녕하세요. 다들 책 잘 읽으셨나요?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책을 읽고 난 뒤의 소감에 대해서 먼저 말해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인턴을 시작하면서 가장 처음 받게 된 책이잖아요. 어떻게 본다면 이 책이 산지니 출판사에 대한 첫인상이 될 수도 있는데, 다들 책 어떻게 읽으셨나요? 돌아가면서 말해보도록 할게요.

 

윤재 : 산지니가 부산 소재의 출판사이고, 서영해 선생님이 부산 출신의 인물이잖아요.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잘 살린 도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역사 공부를 그간 해왔지만, 서영해 선생님은 처음 알게 됐거든요. 이번 기회로 이런 분을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혜민 : 지역적 특성도 그렇지만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임을 생각해봤을 때, 시기도 잘 맞췄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서영해 선생님의 일대기가 드라마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화하면 영상이 재밌게 나올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언어 전공자로서 느낀 게 언어는 사실 한 가지만 잘 배우기도 어려운데, 여러 나라의 언어를 구사하고 심지어 연고가 없는 지역에서 영향력을 미쳤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정 : 할아버지의 존재를 찾기 위해 노력한 손녀분과 가족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서영해 선생님이 그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와 함께 전반적인 일대기가 잘 서술된 것이 좋았고요. 귀국 후에 젊은이들의 안목을 넓혀주려고 노력한 점과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불어를 교육하려 한 점이 인상적이라 영화로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정은 : 이런 인물이나 독립운동 책들은 보통 어렵거나 딱딱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이 책의 경우에는 입말로 쓰인 것처럼 술술 잘 읽히고 아주 어렵지 않아서 좋았어요.

 

 

 

 

2. ‘독립운동가서영해에 대해서 말해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특정 사건이나 업적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말해보도록 할게요.

 

정은 : 저는 서영해 선생님이 독립운동가로서 교육을 특히 중시했던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자기가 공부하는 입장에서 조국의 독립을 목표로 두는 것도 그렇고, 프랑스에 유학을 하러 갔을 때 선진 학문을 공부해서 조국의 독립을 앞당기자는 의지가 많이 보였거든요. 학교생활을 할 때 조선에 대해 강의를 하게 되는 기회가 생기는데, 그게 조선에 대한 첫 역사 강의이자 서영해 선생님의 독립운동의 첫 발이 되지 않나 싶어요. 이걸로 인해서 나중에 외교까지 이어진 것 같거든요. 해방 후에 다시 부산이나 서울에 와서 교육하고 책을 만든 것까지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조국을 위한 교육을 중히 여기다가 가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윤재 : 서영해 선생님의 독립운동이 2가지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자주적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의 자본주의와 러시아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모두에 예속되지 않기를 바란다.”(147)고 나와 있는데, 이게 외교에서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거든요. 역사 보면 외세에 기대어서 결과가 좋지 못한 적들도 있는데 한 개인이 다른 나라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 게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두 번째는 선생님의 정치적 입장이 정말 견고하다고 생각했어요. 자기와 상반된 사람과 한 번쯤은 타협할 법도 한데, 타협하기보다 자기 의지를 밀고 나가는 것 같다고 봤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유정 : 프랑스에서 혼자 자급자족으로 언론 활동을 통해 독립운동을 전개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를 알릴 때 딱딱한 문서가 아니라 불어로 쓴 소설과 번역한 글들을 이용해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한 노력을 기인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일제 통치에 대한 부당성을 고발한 것을 비롯해 이런 방식의 외교를 한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혜민 : 독립의 방법으로 독립투쟁론과 외교독립론 두 가지가 책에서 언급되는데, 우리가 그간 들어오고 언론을 통해서 보던 독립운동가는 총이나 폭탄을 이용하는 분들이셨잖아요. 둘 중엔 독립투쟁론의 입장이신 분들이요. 그런데 선생님은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정말 큰 업적을 세우신 분이잖아요. 그 점에서 굉장히 놀랐어요. 자신의 목소리를 크고 힘 있게 내는데다가 영향력도 크잖아요. 이 시대 때 이러한 사람이 있었다는 게 많이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정은 : 좀 동의하는 게, 요즘 시대에는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잖아요. 만일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예전만큼 애국심에 불타서 내 몸 하나를 던져 애국 활동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3. 이번에는 사람서영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할게요. 독립운동가로서의 삶도 있지만 서영해라는 개인에 대해 조망해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조금 어려울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이 분의 삶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이분의 성격 같은 걸 말해도 좋습니다. 한 명씩 말해볼까요?

 

유정 : 서영해 선생님의 성격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프랑스에서 독자적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 살았잖아요. 그런 대담함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승만이랑 처음에는 같은 노선을 걷다가 후에 의견 대립이 생기는데, 나이 차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신념을 가지고 발언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그리고 할 말은 꼭 하시는 분 같아요. 귀국하고 인사를 한 뒤 조소앙 임정 외무부장을 만나서 왜 임시정부 요인들이 개인자격으로 귀국해서 선열과 우국지사들의 피땀으로 이어온 법통마저 끊어놨느냐?”(128)라고 하셨대요. 근데 책에서 언급된 걸 보면 연배로나 위계로나 조소앙 외무부장이 대선배라고 하더라고요. 저 같으면 말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이 분을 보면 할 말은 꼭 하는 분인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혜민 : 저는 선생님이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불어의 모양새를 보면 한자나 한글과는 완전히 다른 모양인데, 거부감 없이 배우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계속해서 배우려고 했던 의지 같은 게 열린 마음에서 생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양복 차림인데, 이런 서양식 차림이나 포마드 헤어가 어색하지 않게 배어 있는 게 놀랐어요. 지금이야 SNS나 인터넷을 통해 찾아볼 수 있지만 이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모든 걸 접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책 읽는 내내 생각했어요.

두 번째로 끈기 있다는 표현은 부족한 것 같고 독하다는 표현이 옳은 분인 것 같아요. 리쎄 1반을 앞두고 외국인에게 관대한 학교의 분위기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른 학교로 옮겨간 게 굉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덧붙여서 한국 역사에 대해 학교에서 발표하기 위해 몇 달에 걸려서 사료를 전달받고 하는 일들이 끈기 있다고 또 생각했습니다.

 

윤재 : 제가 외국어를 공부해야 하는 전공이라 그런지 독한 사람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는 게, 다른 나라에 유학을 하러 가면 낯선 공간이라 위축되기 쉽거든요. 저도 외국인들 앞에서 그 나라 언어로 발표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 순간이 굉장히 민망해요. 내 발음이 어떻게 들릴까, 내 말을 어떻게 알아들을까, 내가 말을 구사하는 게 완벽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말하면 혹시 비웃지는 않을까 등의 걱정에 끙끙거렸는데, 선생님을 보며 반성했어요.

열린 사람이라는 것도 공감이 되는데, 어학은 마음이 열린 사람이 잘하는 게 맞거든요. 마음이 열려 있어야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 잘 들리고, 그게 곧 내 것이 되거든요.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봤을 때 외국어를 공부하기에 가장 최적의 사람이라 생각해요.

 

정은 : 선생님이 정말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셨잖아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그가 닿는 모든 곳이 자신의 필드다, 라고 저는 적어놨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딱 말하는 사람?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경찰한테 자기가 하고 싶은 말 다 하잖아요. 그 시대 때면 경찰이 무서웠을 시대일 텐데 참 대담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리고 좀 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유학하려고 양자가 되어서 여권을 발급받잖아요. 제 입장에서 봤을 때 굳이 공부하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거든요. 웬만한 사람이면 못 갈 것 같은데.

 

혜민 : 그만큼 그것도 애국심이 투철하셨던 거죠. 독립이 본인의 임무라 생각하는 그 굳건함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3-1. 서영해라는 인물이 이렇게 살 수 있었던 힘의 기원이 궁금하거든요. 국권이 빼앗긴 시대 상황에서는 이러한 업적을 세웠는데, 만일 지금 이 시대를 살았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윤재 인턴 질문)

 

혜민 : 그런 생각은 들어요. 개인적 역량으로 대학을 잘 간다거나 하는 식은 가능할 것 같아요. 리쎄 학교 일화 같은 걸 살펴보면요. 그렇다고 어떤 영향력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물론 파리의 언론에 기고했던 것처럼은 아닐 거예요.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미시적인 부분에서도 역량을 펼쳤을 것이고,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업적을 남기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예를 들면 연구를 너무 잘해서 그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정은 : 굳이 국가를 위해서 일을 하지 않아도요?

 

혜민 : 업적이라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좀 애매한 개념이잖아요. 예를 들어서 한강 작가가 맨부커상을 수상한 것 역시 지금 시대에선 업적이라 볼 수 있다고 본다면 유사한 일을 하셨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정은 : 제 생각에는 선생님의 성격이 한몫했다고 보거든요. 어디를 가서도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갖추고 밝혔을 것 같아요. 만일 지금 이 시대로 선생님을 불러온다면, 공부해서라도 외교부 장관이라도 되셨을 것 같아요, 왠지.

 

 

 

3-2. 이후 북한으로 가신 서영해 선생님은 이후 행방불명됐다고 서술되어 있는데, 이 이후는 어떻게 지내셨을까요? (유정 인턴, 혜민 인턴 질문)

 

혜민 : 북한으로 가신 독립운동가 자료에서도 언급이 없으시고, 이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알려진 바가 없잖아요. 그래서 더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신념이 너무 확고하셨으니까 북한 가서도 신념을 지키려 들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북한의 정부가 수립되고 이어나간 방향성이 선생님의 신념은 아니라고 보고요. 모두가 평등하게 잘 살 수 있는 삶을 그리고 싶으셨던 거 같아서, 아마 이념과 부딪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나라에서 너 이념 안 바꿀 거냐?, 이런 식으로 물었을 때도 안 바꾸셨을 것 같아요.

 

유정 : 서산 정석해 선생님의 자서전에 그는 어찌나 불어를 잘했던지 프랑스인이 평양에 갔다가 프랑스인보다 불어를 잘하는 이가 있더라는 소식도 전해진다.(173)”라고 나오거든요. 이걸 통해서 북한에 갔다는 걸 알게 된 거잖아요. 뭔가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이 있다면 북한에 가서 할 수 있을 만큼 신념을 펼치려 하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그리고 이름이 남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서영해 선생님이라면 거기서도 필요한 인재일 거 아니에요? 다른 한 편으로는 자기가 공산주의 국가에 있다는 걸 알리는 것도 싫어서 남기지 마라, 라고 한 건 아닌가 싶어요.

 

윤재 : 저는 어떻게 생각했냐면 국정원처럼 이름이 알려지면 안 되는 곳에 갔기 때문에 행적이 묘연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신념으로 내가 있었단 걸 알리지 마라, 도 가능한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은 : 황순조와 결혼하고 다시 프랑스로 가려고 했잖아요. 한국에 돌아와서 회의를 느끼고 다시 프랑스로 넘어가려고 하는 뉘앙스가 느껴졌단 말이에요. 북한으로 넘어갔어도 존재감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거 같고, 학교를 짓거나 해서 교육자로 끝까지 남으려고 했던 거 같아요. 북한에서는 이념을 펼치기가 쉽지 않으니까 시골이나 이런 곳에서 교육하지 않았을까요?

 

혜민 : 그런데 책에 북한에서도 대학교수 생활을 했다고 나오거든요. ‘서영해는 북한으로 갔으며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불문과 교수를 지내면서 불어 통역을 하기도 하였다.(154)’라고 나와 있는데, 대학교수라면 힘이 있었을 텐데 왜 기록에 남지 않았을까. 정말 궁금하네요.

 



 

 

 

4. 발표했던 것들을 기반으로 이 책이 시의성을 가졌는지, 어떠한 가치를 가졌는지 자유롭게 논의해봅시다.

 

윤재 : 저는 이 책이 신념이라는 자세 때문에 시의성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 보면 회색분자나 흑 혹은 백 이렇게 나뉠 수 있잖아요. 저의 경우에는 확실한 신념이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식의 어중간함이 과연 좋은가 묻는다면 확신을 못 하겠거든요. 근데 이분은 둘 중 하나잖아요. 선생님이 갖춘 신념을 본다면 이 책이 시의성을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이분은 애국이었지만, 모두가 신념을 가지는 방향은 다 다르겠지만요.

 

혜민 : 저는 지금 이 시기에는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 남북미 회담이 있었잖아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하는가, 하지 않는가로 휴전 이후로 계속 이야기 나오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찾을 시간이 없다. 우리의 급선무는 우리의 집을 복구하는 것이지, 누가 집을 부수었는지를 논쟁하는 것이 아니다.”(237)고 책에 나오잖아요. 한반도의 평화를 복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어요, 이 책의 관점에서 빌어서 본다면. 통일은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로 계속 논의되잖아요. 연령이 낮아질수록 애국심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우리나라의 역사적 사건이 남의 일인 것처럼 받아들이잖아요? 어쨌든 애국심도 애국심인데 내 나라에 대해서 나의 자세를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책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이 시기에 한 번쯤은 젊은이들이 읽어볼 법한 책이라 봅니다.

 

유정 : 제가 전공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 분에 대해서나 이 시기의 외교 독립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많이 알게 됐거든요. 독립투쟁론이 아니라 외교독립론 측면에서 봤을 때도 색다른 것들이 많았잖아요. 불어로 우리 역사가 담긴 소설을 써서 냈다거나, 불어를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알려줬다거나 하는 것들을 우리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정은 : 시의성으로 봤을 때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사람의 용기 같은 걸 배워야 하지 않나 싶거든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는 예의라는 걸 굉장히 중시 여겨서 상하 구조라는 게 확실하잖아요. 상사 관계나 어른이나 아이라던가 하는 것들요. 그런 식의 예의에 갇혀서 하고 싶은 얘기를 잘 못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나보다 윗사람이 틀린 소리를 해도 예의라는 것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한단 말이에요. 예전부터 한국 사회가 그런 구조에 갇힌 상태였는데, 서영해 선생님은 그런 걸 일찍이 깨신 분이라 생각해요.

 

 

 

 

5. 출판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으니 왜 이런 책을 출판해야 할지한 번 생각해볼까요?

 

혜민 : 부산 지역 출판사에서 부산 출신의 인물을 3.1 운동 100주년에 맞춰 책을 냈다는 건 모두가 생각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것 말고도 혹시 다른 측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윤재 : 아까 이야기할 때 나왔는데, 무장독립 쪽으로 독립운동가 소개가 잘 된 편인 것 같거든요. 근데 선생님은 외교독립을 하신 분이잖아요. 우리가 이쪽에 대한 정보가 희소한데, 외교독립의 사례에 대해서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혜민 : 읽으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어요. 도시락 폭탄 이런 거만 교과서에서 많이 보다가 이런 분이 계셨다는 걸 책을 통해 읽게 되니까 놀랍죠.

 

유정 : 이러한 사례를 서술할 때 분명히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제껏 언급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교과서에도 이름이 실려야 할 분이라 생각하고요.

 

혜민 : 외교 독립의 사례가 별로 없으니까 그래서 이 책을 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어요. 미국에는 이승만, 파리에는 서영해라고 책에 자주 언급되는데, 이승만은 초대 대통령이시기도 했고 해서 들은 바가 있지만 서영해 선생님은 그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책의 홍보 문구에도 유럽 무대에서 외교로 조선독립을 알리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런 맥락에서 출간되지 않았나 싶어요.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 1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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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19.07.09 1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름을 맞아 인턴 학생이 네 명이나 출판사에 왔어요~ 여러 명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니 더 풍성한 이야기들이 나온 것 같네요 ^ ^

  2. BlogIcon 실버_ 2019.07.10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읽고 토론한다고 고생 많았어요 :)
    서영해 선생님 일대기가 드라마틱해 영화로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인턴분들 의견에 공감이 가네요! 그 시절 파리에 간 선생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아요~

  3. 권디자이너 2019.07.12 12: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어요.
    서영해 선생에 대한 20대 독자들의 의견과 생각, 통일에 대한 고민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진 출처 바로가기

 

 

 

 

 

 

 

 

 

'주불대한민국임시정부대표'라고 표시되어 있는 서영해의 명함에서 착안한 현수막이네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신 전시 기획 담당자분의 노고가 느껴집니다.

 

 

 

 

 

기획전시실 입구에는 서영해의 삶을 간략하게 요약한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수지와 스테파니가 등장하고 많은 분들의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좌:수지,우:스테파니(서영해 선생님의 손녀들)

 

 

 

 

 

 

서영해 선생님의 유일한 혈육 스테판과 그 자녀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속에도 등장하는 서영해 선생님의 후손들입니다. 수지는 아버지와 함께 찍은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무척 반가워 했습니다.

 

 

 

 

 

서영해 선생님의 기록물을 유심히 보고 있는 스테파니

 

 

학예사의 친절한 설명을 전해듣고 있는 수지와 스테파니의 모습입니다. 중요한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한글로 기록된 기록물을 읽지 못하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우리나라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울 계획이라고 합니다.

 

 

학예사의 설명을 듣는 수지와 스테파니

 

 

 

 

 

 

 

서영해 선생님의 책상을 재현해 놓은 곳입니다. 정말 서영해 선생님이 앉아 계셨던 것처럼 그 시대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네요.

 

 

 

좌: 보베 리쎄의 축구부 급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

우: 리쎄 졸업반 때의 모습. 아랫줄 우측에서 두 번째가 서영해

 

 

류영남 선생님이 기증하신 서영해 선생님의 기록물들입니다. 유럽과 상해 등지에서 활동하신 서영해 선생님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한국에 계신 서영해 선생님의 후손 분들도 참석해 주셨습니다. 산지니X공간에서 열린 출판도시 인문학당-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를 아시나요? 에도 직접 찾아와 주셨는데요. 이렇게 다시 뵈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관련 포스팅을 볼 수 있습니다.)

 

 

 

 

 

 

 

 

 

서영해 선생님이 자필로 남긴 여러 기록물들입니다. 류영남 선생님께서 얼마나 소중히 보관하셨는지 짐작이 가네요. 아주 오래되었지만 잘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유학 시절의 서영해

 

 

 

 

 

 

그렇게 수지, 스테파니와 함께하는 특별전 관람이 끝났습니다. 수지는 할아버지인 서영해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모든 자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수집하여 책을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긴 여정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영해 특별전 포스터

 

 

 

시민들이 직접 채운 태극기

 

 

 

 

 

 

 

 

특별전을 관람하기 전에, 또는 관람 후에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를 함께 읽어 보아요.

미처 전시하지 못한 자료와 일화가 모두 담겨 있답니다.

 

 

 

 

 

유럽 무대에서 외교로 조선독립을 알리다

파리의 독립운동가 서영해

 

정상천 지음 | 판 |  16,000원 | 

 9788965455790

 

 총과 폭탄을 든 독립운동가도 있지만 여기 펜을 들고 조선 독립에 앞장선 독립운동가도 있다. 외교관이자 언론인이자 소설가였던 서영해는 일생을 조선 독립운동에 바쳤고 서방 세계에 조선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힘썼다.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로 임시정부의 공식적인 양대 외교 축이었지만, 안타깝게 역사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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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19.04.12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말에 시간내서 꼭 들러봐야겠네요 :)

  2. 동글동글봄 2019.04.12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저도 꼭 보려구요! 이날 현장의 분위기를 잘 전달되네요. 할아버지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3. 봄눈 2019.04.12 1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랑스러운 분... 감사드립니다^^♡

  4. 서혜경 2019.06.18 1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지 , 스테파니... 모르고 지냈던 가족들을 만나서
    너무 반갑고 감사할뿐입니다..
    자주 연락하고 만나기를 바라면서..♡♡♡

    • 아니카 2019.06.18 1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지님이 한국어 공부하러 한국에 일간 들어오신다니 더 자주 뵙기를 바랄게요~

 

 

 

원본 사진 출처 바로가기

 

 

How to Love

 

 

<사랑>을 하는 방법이라는 게 정말 따로 있을까요?

 

내가 하고 있는 게 '진짜'사랑이 맞는지, 사랑을 '잘'하고는 있는 건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왜 한 명하고만 사랑해야 할까? 여러 명을 동시에 좋아할 수는 없나?

 

결혼을 꼭 둘이서 해야 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 살 수 없을까?

 

한 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생각이 더 깊어지기도 전에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그만두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폴리아모리'는 폴리아모리는 ‘여러’, ‘다자’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poly)'와 라틴어 ‘아무르(Amor)’의 합성어입니다. ‘복수(다자) 간의 사랑’으로 직역되는 이 말은 동시에 여러 명과 사랑을 하고 또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는 ‘낯선 사랑’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리아모리'라는 어휘나 개념은 아직 생소하지만, 폴리아모리 성향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는 종종 있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