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273 [서평] 불온한 사람들의 온전한 따뜻함, 『봄비』 불온한 사람들의 온전한 따뜻함을 담은 소설, 우리 안에 있는 불안정한 감정을 보듬는 위로 -한경화, 『봄비』 한경화 소설집 『봄비』는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한 편의 소설집으로 묶인 이 소설들 속 인물들은 모두 결핍을 가짐으로써 존재한다. “종점에 살아본 적 있는가, 처자는?” “종점은 말이지, 목적지의 끝이 아니라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지.”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종점에서 살아보면 알거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어딘가에서 내리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거든. 나는 종점에 살기 때문에 그런 신경은 쓰지 않고 편하게 차장 밖을 보면서 집으로 온다우.” 13p 「종점」의 주인공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곧바로 가출하여 고시촌을 전전하다가 결혼도 하지 않고 남자.. 2022. 1. 7. [서평] 이웃이 건넨 꾸덕한 낭만,『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이경미 소설집) 이웃이 건넨 꾸덕한 낭만,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이경미 소설집) 2022.01.05. 수요일. 오후 12시 19분. 나는 강물에 멈춰섰다. 떠 있던 배가 미끄러지듯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앞집 여자가 수면 위로 비쳤다. 오늘도 붉은 조팝을 하나 집던 그녀였다. 동시에 건너편의 여자는 남편의 영정에 다가서고 있었다. 그러나 언덕 밑 갤러리에 있으리라 확신했던 여자는 보이지 않았으며, 쉼 없이 달린 허벅지는 뻣뻣해졌다. 불현듯 발바닥에 닿는 퍼즐 조각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지만, 영화관에서 나오던 그녀는 검붉은색 선글라스를 찾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색유리에 튕겨 나온 빛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우리 이웃과의 평범하고도 꾸덕한 낭만이었다. * 이경미의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는 7+α 세대의.. 2022. 1. 6. [서평]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우리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 황세원 지음 인간은 노동을 하고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변화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책에서 고체였던 노동은 좀 말랑하게 해 주고, 액체였던 노동은 탄성을 줘서 우리의 노동이 '말랑말랑한 노동'으로 비슷해지는 것을 제안한다. 고체 노동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정형화된 고용과 노동 방식이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액체 노동은 최근 새롭게 생겨난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과 노동 방식이라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액체 노동에서 벗어나 다시 정형화된 단단하게 굳은 고체 노동으로 돌아가야 할까? 어떤 노동의 형태이든 우리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할 것은 노동의 질과 최저선을 높이는 일이라 이야.. 2021. 8. 5. [서평] 『중산층은 없다』, 견고한 자본주의를 만든 이데올로기 견고한 자본주의를 만든 이데올로기 -『중산층은 없다』, 하다스 바이스 지음, 문혜림·고민지 옮김 인턴 오해은 2021년 펜더믹 상황을 마주한 뒤로, 젊은 세대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자신이 주식으로 돈을 얼마나 벌고 잃었는지에 대한 후기들이 넘쳐나고, TV 콘텐츠 및 다양한 매체에서도 이를 다루는 내용이 늘어나면서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필자는 이 책에서 중산층이 없다고 직설하면서 그와 관련된 ‘투자’와 현재 자본주의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있다. 1장에서 작자는 중산층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펼치고 있다. 그들은 명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집단 구성원들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하지 않는다.. 2021. 8. 4. [서평] 더 먼 곳으로 항해하라,『해양풍경』 ‘바다’. 바다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있어 ‘바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곳 부산에서 평생을 바다와 가깝게 살아온 사람이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바다, 즉 해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삶과 또 나아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해양에 대해 심도 깊은 고찰을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인 구모룡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1959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읽고 쓰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는 꾸준하게 지역문화와 해양문화 그리고 해양문학이 만나는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자주 바다를 강조하지만 정작.. 2021. 7. 20. [서평]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 정광모 작가의 『콜트 45』 소설을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 부산대, 한국외대 정책과학대학원을 졸업하신 작가, 정광모 작가의 네 번째 단편집 『콜트 45』. 단편집에는 총 6개의 단편으로 표제인 『콜트 45』 외에도 『57번 자화상』, 『처형』, 『축제의 끝』, 『견습생 풍백』, 『그림자 도시』 가 들어가 있다. 모든 단편은 3-40페이지로 구성되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들로 구성되어 있다. 단편들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아니면 판타지적 세계관을 구축하여 쓰였다. 각 단편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결국 어떤 하나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것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아주 근본적이고 오래된 질문을 마주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2021. 7. 15. 이전 1 2 3 4 ··· 4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