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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후기85

집 떠나면 다 고생이라는 법 있나?_『나는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시각장애인입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훌쩍 여행이나 떠나면 좋겠다.’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한 번쯤 한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현대인의 여행은 마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세계로 떠나는 탈출구가 된 듯하다. 여행사들도 앞다투어 이 심리를 이용한 홍보 문구를 쓴다. ‘낭만 가득한’, ‘꿈에 그리던’,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떠나는 여행자들은 홍보 문구에 나온 것처럼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야경, 산경, 넓게 펼쳐진 바다나 빽빽한 마천루. 여행은 사진으로만 보던 그 광경을 내 눈으로 직접 마주하는 과정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가 생각하는 ‘둘러보기’는 『나는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른 시각장애인입니다』의 저자 차오성캉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덟 살 때 사.. 2026. 3. 11.
‘최초’라는 단어의 임의성_『인류 최초의 순간들』 서평 ‘인류’, ‘최초’, ‘순간’ 제목을 대충 읽은 다음 나의 유년기 최초의 기억을 생각했다. 여름날 거실에서 다리미질을 하시던 어머니와 옆에서 춤을 추던 내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내가 가진 가장 나이가 많은 기억을 살피고 책을 읽으며 든 질문은 ‘인류가 마주했던 최초의 순간은 하나일까?’였다. 『인류 최초의 순간들』은 결론을 한 가지로 제시하지 않는다. 고고학적 진단은 수백만 년에 이르는 방대한 시간은 물론이고 방사성 탄소를 통한 연대 측정과 한계, 단백질 FOXP2가 관여하는 뇌의 발화 과정을 통한 언어 유전자 분석,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적 검증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키워드와 질문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상상력을 허락하.. 2026. 3. 11.
사랑에 관한 새로운 선택지_ 『폴리아모리』 서평 0. 읽기 전 어릴 때부터 아이돌을 좋아해 온 내게 '여러 명을 동시에 좋아한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 멤버는 이래서 좋고, 저 멤버는 이래서 좋고. 또 덕통사고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무릇 덕질이란 내가 누굴 좋아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때에 에잇 톤 트럭을 밀고 내 삶을 박살 내러 오는 일인 것을! 폴리아모리도 비슷한 것이라 생각했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막는 것. 내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는 것. 두 명이랑 사랑하면 사랑도 두 배 아닐까? 따라서 나는 사랑이 넘칠 것만 같은 이 책을 아주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펼쳤다. 1. 폴리아모리란? 폴리아모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와 다른 개념 두 가지를 이해해야 했.. 2025. 8. 28.
지금의 오사카를 만든 것들에 대하여_『오사카: 도시의 기억을 발굴하다』 서평 코로나 이후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그리고 엔저 현상과 함께 한국 여행객들의 일본 방문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인이 즐겨 찾는 도시 중 한 곳이 오사카일 것이다. 오사카를 방문해 본 적 없는 나에게 오사카에 대한 이미지는 한신 타이거스와 빵! 하면 으악! 하는 반응을 보이는 재미있는 사람들, 그리고 도톤보리(의 글리콜 상)가 전부였다. 그러다 궁금해졌다. 오사카, 베네치아, 방콕, 제주와 같이 대중에게 주로 관광지로 인식되는 도시들, 주로 미디어를 통해 그 이미지가 소비되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도시를 어떻게 감각할까? 외부로부터 소비되는 이미지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살아내며 경험한 도시 인식에는 어떤 간극이 존재할까. 하나의 도시는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이루게 될까.『오사카: 도시.. 2025. 1. 21.
글과 행동으로 민주주의와 균형을 찾으려 했던 ‘풀빛’ 나는 사람_『나병식 평전』 서평 2021년, 행정안전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제34회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 나병식 선생께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학생운동과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민중항쟁의 진실을 기록하고 출판하는 민주화운동을 전개하여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했음을 인정받은 것이다. 『나병식 평전』은 이러한 나병식 선생의 삶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의 구술과 자료들로 나병식 선생이 걸어온 길을 되살린다. 민주화운동가, 출판인 등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책에서는 그보다 더 다양한 나병식 선생의 정체성을 만날 수 있었다.  1. 운동가 나병식나병식의 동생 나병순에 따르면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나병식은 법대에 가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국민들을 괴롭히던 판검사 같은 .. 2024. 10. 10.
금서읽기주간에 금서 읽기! 근대전환기에 제갈량을 다시 소환한다면? :: <제갈량과 20세기 동양적 혁명을 논하다> 서평 안녕하세요, 편집자 여울입니다 !여러분은 삼국지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삼국지를 ... 전혀 보지 않았습니다 🎉!그런 저도 삼국지의 대표적인 인물인 유비, 조조, 제갈량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나 제갈량이라는 인물을 좋아한답니다! 산지니 출판사에는 제갈량과 관련한 책, 과 가 있습니다. 그중 2015년에 출판된 라는 책의 '제갈량'이라는 키워드가, '20세기'라는 키워드가! '동양'이라는 키워드가!! 너무나도 구미를 당기게 해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여러분, 매년 9월 첫째주는 '금서읽기주간'* 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마침 에서 다루고 있는 은 과거 일제강점기 대표 금서로 지정되었던 도서인데요, 시기적절하게 '금서읽기주간'을 앞두고 여러분에게 이런 뜻깊은 책.. 2024.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