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문학'에 해당되는 글 144건

  1. 2020.07.09 황경란 소설집 『사람들』(책소개) (1)
  2. 2020.06.23 박정선 비평집_『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3. 2020.06.08 정형남 장편소설 _『맥박』 책소개
  4. 2020.04.22 운명처럼 들어선 이 길에서 지난 날을 돌아보다_ 에세이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책소개 (2)
  5. 2020.04.07 그곳이 지옥이더라도 만세를 부르리라 _『지옥 만세』
  6. 2020.03.30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 그리고 울분_ 시집 『심폐소생술』 책소개 (5)
  7. 2019.12.30 나와 당신의 메워지지 않는 『실금 하나』_정정화 지음 (2)
  8. 2019.12.30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도서관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다(책소개)
  9. 2019.12.24 배낭 멘 아줌마의 우리 아름다운 한국 홀로 여행『우아한 여행』(책소개) (1)
  10. 2019.10.31 아이와 사회가 함께 성숙해지는『베를린 육아 1년』(책소개)
  11. 2019.10.22 시와 서사를 품는 비평의 원근법을 말하다『폐허의 푸른빛』(책소개)
  12. 2019.10.11 끓는점을 서성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팔팔 끓고 나서 4분간』(책소개)
  13. 2019.09.19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_이국환 지음 (3)
  14. 2019.08.29 당신이라는 이름의 기호,『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책소개)
  15. 2019.07.01 마음속 지하도시를 헤쳐나가는 어른들의 성장소설_『데린쿠유』(책소개)
  16. 2019.05.06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시로부터>(책소개) (4)
  17. 2019.04.11 중국 최초의 창작 연재소설 ::『해상화열전』(책소개)
  18. 2019.04.02 소설을 쓸 수 없는 소설가의 방 : 『마살라』(책 소개)
  19. 2019.01.29 우리들은 없어지지 않았어_이병철산문집(책소개)
  20. 2019.01.21 신라 화랑의 뿌리가 된 원화 이야기『랑』(책 소개)
  21. 2018.12.31 소설집『볼리비아 우표』:: 삶의 곤고함과 상처를 치유하는 언어의 능력(신간 소개)
  22. 2018.12.12 그건 꽃이라기보다 상처같다::『방마다 문이 열리고』(책소개)
  23. 2018.11.01 역사와 삶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 『유산』 (책소개)
  24. 2018.10.29 한국인의 공동체 의식을 말하다-『그날이 올 때까지』(책소개)
  25. 2018.10.22 티베트인의 정체성을 말하다-『마니석, 고요한 울림』(책소개)

 

황경란 소설집 『사람들』  

 


   

사연 많은 사람들 곁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뉴스 한 토막, 길 한복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2012<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책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신문사 기자 륜이 연재한 사람들에 관한 소설이다. 이 작품 뒤에 수록된 얼후, 선샤인 뉴스, 킹덤사람들코너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네 편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과 손짓                  

표제작 사람들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부터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의 이야기, 연변의 합창단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부장은 륜이 연재한 기사에 진실이 없다고 하지만 륜은 진실이요? 그건 역사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라며 반기를 든다. 부장은 일본에 출장을 간 륜 대신 사람들 코너의 연재를 이어가야 한다. 륜이 남기고 간 컴퓨터 파일을 보면서 륜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등장인물과 독자가 함께 짚어본다

얼후는 연변의 가상 마을인 새불이 마을이야기다. 양춘과 김 단장은 서울에서 하는 아리랑 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일 년 동안 연변 아리랑을 연습한다. 양춘의 어머니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났고 아버지마저 한국에 떠난 어머니를 찾으러 집을 나갔다. 새불이 마을은 고향을 등지고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탈북자들과 이를 잡으려는 북한 공안들, 유유히 연변 마을을 관광을 하러 온 관광객들로 넘친다. 양춘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연변 아리랑을 부른다.

선샤인 뉴스는 시각 장애인 치윤이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사람의 기록을 그린 소설이다. 치윤은 지난 밤 관측 사상 가장 긴 월식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디오 진행자는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데, 치윤은 그녀와 동질감을 느끼며 인터뷰 내용 중 기억 남는 문장을 점자로 새긴다. 치윤이 점자로 문장을 새기는 장면은 간절하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킹덤은 마다가스카르 타마타브 항구에 킹덤이라고 불리는 제련소가 세워지면서 파괴되어 가는 어촌 마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자본주의로 인해 와해되는 어촌과 어부 대신 제련소의 노동자가 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 공간은 저 멀리 타마바브 항구지만 내용은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

 

 

나와 우리 안의 폭력, 기억, 시련을 응시하다                       

그날 이후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금령과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리엔의 우정을 담았다. 금령은 한글을 배우면서 과거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리엔 역시 사람들이 규정한 다문화 가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으니,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말하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소년은 알지 못했다는 여동생과 함께 폭력 아빠 밑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와 소년. 소년은 아빠의 폭력을 답습하면서도 아빠를 향해 복수할 날만을 기다린다.

당신의 자서전은 직업이 방송국 PD가 신들린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화조 청소원으로 살았던 아빠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는 예전에 분홍돌고래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마존에 다시 가기로 결심한다. 그사이 아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는 아빠와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언덕 위의 집은 어린 아들의 기억이 담긴 집을 떠나지 못하는 늙은 아버지를 그린 소설이다. 아이가 소년으로 자라는 동안 늙은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나 이제 소년은 떠나고 늙은 아버지만 집에 남아 소년과 함께한 날을 기억한다. 


첫문장

부장은 륜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3

륜은 들춰보던 기획안을 손에 쥔 채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부장이 동그라미를 친 단어는 대부분 사람들의 직업이었다. 륜의 기획안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었다. 환경미화원과 소방대원, 고물상과 노점상, 상인들, 택배원과 열쇠수리공 그리고 퀵서비스 기사와 같은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직업이 줄을 이었다. 부장은 륜이 볼 수 있도록 손이 가는 대로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P.49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별이 보였다. 그 옆으로 십 년 가까이 보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과 어머니를 찾으러 한국으로 떠난 아버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양춘은 걸음을 멈추고 아른거리는 부모의 얼굴을 털어내듯 옷에 달라붙은 눈을 털어냈다. 눈이 떨어진 자리에 또 다른 눈이 소리 없이 양춘을 감쌌다.



사람들 

황령란 소설집


황경란 지음|224쪽| 국판 변형(125*205)|15,000원|2020년 6월 29일 
978-89-6545-069-6 03810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사람들 - 10점
황경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김소민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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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20.07.10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센스가 있네요. 저 예쁜 꽃은 어디서 찍은 걸까요?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를 이해하는 것은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시성詩聖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을 읽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제국주의 시대 노벨상 수상 의의부터 문학적 성장과정까지

역사·전기적 비평으로 읽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

비평집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에서는 타고르가 노벨상을 받을 무렵의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하여, 타고르의 작품이 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2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에서는 타고르 문학의 태동기인 10대부터 최후의 문학을 집필한 70대까지 타고르의 삶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그의 생애와 작품과의 연관성을 밝힌다.

1부와 2부에서는 모두 제국주의 시대타고르의 나라 인도가 18세기 중엽부터 1947년 독립될 때까지 200년 동안 영국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던 당시기탄잘리가 아시아에 대한 인식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또한 부드러운 유미주의 시를 쓴 타고르가 작품과는 다르게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에서 그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강연을 했고, 일련의 활동들로 제국주의 아래 약소국들이 상실한 자유와 희망을 외친 혁명 정신을 강조한다.

 

타고르의 작품을 읽으면 누구든지 개인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기탄잘리로 대표되는 아름답고 엄숙한 작품들을 평하다


 그가 아직도 세계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멸의 등불로 살아있는 것은,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 자기 조국의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고, 명성보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노벨상을 훨씬 뛰어넘은 인간의 자유와 인류에 대한 사랑과 근심이었다. _본문에서


타고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아시아 내 인도 무명 시인의 수상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르의 시는 그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다.” “심오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하며 아름답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대 세계적인 시인들에게 인정받았다.

이후 타고르가 노벨상 수상으로 얻은 명성에만 기댔다면 그의 이름은 단순히 역대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정도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가 노벨상을 뛰어넘어 불멸의 등불로 존재하는 이유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자유주의자였으며 하나만의 철학체계를 고집하거나 조직적인 종교 신념이나 집단에 매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 또는 어딘가에 속한다거나 자신이 대중의 중심이 되는 것 따위를 거부했다. 그는 마치 지구를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지구가 이루고 있는 자연과 인류에 무한정으로 애정을 쏟아 부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을 통해 얇은 시집 한 권이 단번에 세계적인 문호들을 감동시키면서 서구 유럽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에 관심을 가지고, 타고르가 평생 매달린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유의미하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타고르에 대한 이해는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P. 22-23 타고르가 작사 작곡한 노래 쟈나 가나 마나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501월 공식적으로 인도 국가로 채택되었다. 또한 우리의 황금 벵골이라는 노래는 인도에서 분리된 방글라데시의 국가로 지정되었다.

P. 24-25 우리는 21세기 언제부터인가 세계가 하나라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통일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나, 타고르는 19세기부터 이 세상은 하나의 둥지 속에서 서로 만난다.”는 말로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당시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을 자기네 것으로 간주하고 세계를 운운하는 것 말고는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은 동서양에서 어느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궁극적으로 그의 철학은 사랑이며 사랑은 신의 본성으로써 자연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으로 변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삶의 형태로 실행되었다.

P. 26 기탄잘리에는 타고르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P. 29 성자처럼 고요한 그는 고요하지 않았다. 신을 대상으로 아이처럼 선하고 여성처럼 부드러운 유미주의의 시를 쓴 그는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을 다니면서 거침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강연을 했다. 그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지배하는 기구나 제도를 완강히 거부했다.

 


 저자소개 

박정선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소설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수남이(2006년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 선정), 백 년 동안의 침묵(2012년 문광부우수교양도서 선정), 동해아리랑(2013년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작품), 유산, 가을의 유머, 새들의 눈물, 남태평양엔 길이 없다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청춘예찬 시대는끝났다(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내일 또 봐요, 와인파티, 변명, 표류등이 있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날엔 그냥 집으로 갈 수 없다10, 에세이집으로 고독은 열정을 창출한다외 다수, 평론집 사유와 미학, 연구서 인간에 대한 질문-손창섭론, 해방기 소설론등이 있다. 소설로 심훈문학상, 영남일보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아라홍련문학상 대상,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부산문학상 대상, 크리스천문학상 등을 받았다.

명진초등학교 교가를 지었다.

문예 창작 강사와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들어가는 말

2. 타고르와 노벨문학상

3. 타고르를 발굴한 화가 윌리엄 로센스타인

4.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기탄잘리의 독법

5. 가문과 정신

6. 고독한 자유주의와 문학

7. 교육과 인간, 그리고 내셔널리즘

8. 타고르와 간디

9. 동방의 등불과 한국의 열망

10. 노벨상을 뛰어 넘은 불멸의 등불

 

2부 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

 

1. 문학의 태동기(10)

2. 문학적 성장기(20)

3. 작가로서의 성숙기(30)

4. 영적 성숙기의 문학(40)

5. 노벨상과 인생의 대 전환기(50)

6. 세계 순회 강연(50)

7. 세계 순회 강연(60)

8. 최후의 강연과 최후의 문학(70)

 

참고 자료

타고르의 연보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288쪽/145*210/978-89-6545-658-203800/20,000원/2020529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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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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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06.25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위 잎파리와 표지 초록이 깔맞춤이네요^^

정형남 장편소설

 맥박 


고향에서 삶의 뿌리와 근원을 지켜나가다

정형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맥박은 세상의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사현을 중심으로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었다.

현대인들은 문명의 이기심 속에서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사고의 틀과 진솔한 삶의 숨결을 망각하고 산다. 이에 사람들은 조상의 얼을 사장시키고, 자신의 존재성마저 살갑게 느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에서 자정 능력의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는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삶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잡한 도시로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줄곧 사현의 고향 시골이다. 친구들이 시골은 글렀다고 말해도, 사현은 자신을 길러주고 보듬어 준 고향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뛰는 맥박처럼 고향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다시 고향에 뿌리면서, 우리의 원천을 되돌아보게 한다.

 

굴곡진 인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하다

신병이 들린 사현의 어머니 당골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신님이 지정해 준 깊은 산 바위 동굴에서 3년 치성을 드린 끝에 강신무로 거듭난다. 당골래는 영험하다는 입소문과 함께 주위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음으로 양으로 선행을 베풀며 불량기 다분한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재산을 불려 나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당으로서 자리매김해 갈수록 사현은 알게 모르게 주위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 과정에서도 지극한 모성애에 힘입어 고등학교까지 마친 사현은 동네 밖으로 나가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경쟁자의 농간에 의해 문을 닫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동백꽃 같은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한다. 이후, 1년 정도 빈둥거리다 자원입대를 한다. 제대 무렵 어머니의 부름을 받은 사현은 고결하게 천화(遷化)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울분과 반항심으로 빗나갔던 자신을 돌아보며, 고향의 지킴이로 어머니의 혼이 깃든 신당을 보존한다.

그러나 시련은 첩첩산중. 사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아내 수련과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지만 주위의 시기와 질투, 천재지변 등에 의해 살림은 거덜 나고 만다. 마음대로 안 되는 삶이지만,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내, 두 여성이 건네는 인정과 강인함

이야기의 중심은 사현이지만, 중요 갈래에는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이 있다. 당골래는 자신을 괄시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정을 베풀며 덕을 쌓는다. 또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수련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며 사현과 수련에게 자립할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물려준다.

사현은 수련을 바다를 닮은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강인한 바다처럼, 수련은 집안의 중심이 되어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 애써 일군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거나 천재지변으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서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자신의 삶을 한탄하지 않고, 오히려 당골래가 물려준 정신적 유산을 지키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옛것을 지켜가며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고향의 품에 안긴다. 사현은 이러한 수련의 다독임과 지지로 번번이 좌절되는 현실 앞에서 다시 일어나고 희망을 꿈꾼다.

두 여성은 우리 어머니이기도 아내이기도 누이이기도 하다. 작가는 당골래와 수련의 삶의 줄기로 여성의 인정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동감 있는 인물들로 서사의 흡입력을 높이면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책속으로

P.18 문지상은 마누라가 차려준 밤참을 게 눈 감추듯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누라가 차려준 뜨끈한 밥상. 얼마 만에 받아보았는가. 가족의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문지상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립문을 나서는 순간, 총부리가 가슴에 와닿았다. 누가 밀고라도 한 모양이었다.

 

P.40 사현의 어머니는 남편의 존재 따위는 잊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상기류에 휩싸인 것은 그녀였다. 사지가 천근 무게로 가라앉으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였다. 식욕도 없었고 무시로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하면 머리, 가슴, 팔 등이 쑤시고 아팠다. 날궂이를 하는가 보다. 즈려 생각하며 나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P.44 사현은 한낮에는 단풍으로 물든 산을 누빌 수 있어 그런대로 외로움을 타지 않았다. 산짐승들과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이 달랐다. 두툼하게 낙엽을 깔았다고는 하나 찬 기운이 배어들었고, 밤하늘의 별들은 어찌나 투명하고 영롱하게 반짝이는지 금방이라도 눈앞에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서러운 마음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었다. 등허리에 배어드는 한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P.70 그날의 가정방문은 아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생님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당의 존재. 주위 사람들의 무지한 인습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었다. 지금까지 따돌림을 받았던 사현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P.103 산신님의 부름을 받은 어머니는 눈보라와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어여쁜 날갯짓을 떨치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뿐사뿐 넘나드는 흰나비와도 같이, 흰눈 속에서 붉게 피어난 한 떨기 동백꽃처럼 고결한 미태로 이어지는 춤사위.



저자

정형남

현대문학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5부작)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진경산수』 『노루똥,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 꽃이 피니 열매 맺혔어라』 『피에 젖은 노을을 세상에 내놓았다.

 

목차

잘못 태어난 세상

어둠살이

변신

하늘의 무게

바닥이 좁구나

동백꽃 처녀

천화(遷化)

첫 단추

신바람

일장춘몽

새로운 세계

시대의 자양분

인간사 새옹지마

작가의 말



맥박

저 자 : 정형남 / 280쪽 / 145*210 / ISBN : 978-89-98079-32-1(03810) / 16,000원 / 2020528

정형남 장편소설. 세상의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사현을 중심으로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었다. 작가는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삶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잡한 도시로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줄곧 사현의 고향 시골이다. 친구들이 시골은 글렀다고 말해도, 사현은 자신을 길러주고 보듬어 준 고향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뛰는 '맥박'처럼 고향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다시 고향에 뿌리면서, 우리의 원천을 되돌아보게 한다.




맥박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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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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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산지니 신간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소진기 에세이 




수필가 소진기의 첫 번째 에세이

등단 후 성실히 써 내려간 글을 모으다

부산 북부경찰서장 소진기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현직 경찰서장이자 2004년 『수필세계』 로 등단한 이력을 가진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집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에는 수필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한 글인 「수박의 소리」, 「초헌의 의미」, 「내 편」부터,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실히 써 내려간 글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번 책에는 경찰공무원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소회와 함께, 자연인 소진기의 삶을 돌아보는 글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뼈아프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글들이 수록되었다. 




지난날 내가 ‘가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운명처럼 들어선 경찰의 길을 돌아보다

책의 시작인 1부 「시골 경찰서장의 편지」에서 저자는 경찰대학생이 되었던 열아홉 시절로 돌아간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자신을 경찰대학생으로 만들었다는 그는, 달콤한 자유의 바다를 누비는 친구들과 달리 제복 속에 갇힌 처지를 생각하며 교정 벤치에 앉아 울기도 한다. 고래처럼 펄떡거리는 이십 대 초임 시절과 하루가 느리게 흐르는 시골 경찰서 생활을 거쳐, 요즘 시대에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길을 걸어온 그도 “왜 경찰이 되었냐는 질문에 아직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고, 이제 좀 더 행복해지자고” 스스로 되뇌인다. 




먹고사는 일로 멀어져 버린, 

마음속 그리운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배우 송강호와의 이야기


자연인 소진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2부 「까칠한 사람」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글은 「영화배우 송강호」이다. 세계가 인정한 배우로 거듭난 송강호와 저자의 인연이 놀랍고, 20년 죽마고우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깊고도 아련하다. 이 글을 읽다 보면 각자 마음속에 간직한, 그러나 먹고사는 일로 멀어진 아련한 얼굴이 생각날 것이다. 


“그와 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인사 없이 헤어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떡이 목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옹졸했을까!” 

_p.91 「영화배우 송강호」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깊은 사유와 통찰

‘쓰는 행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성실함

3부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와 4부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사이」에서는 다양한 책과 시 구절, 노래 가사에서 건져 올린 저자의 깊은 사유와 통찰력이 돋보인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생각하여 남긴 글을 보면 ‘쓴다’라는 행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며, 

둥지를 떠나는 자식을 아쉬워하다 

5부 「박꽃 피고 기러기 날면」에는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긴 글이 수록되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누나의 시에서 여자의 일생을 발견하고, 평생을 농부로 민초로 살다 간 아버지의 가난했던 삶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옛 시절을 박꽃처럼 환하게 그리워한다. 한편으로는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부모가 된 지금, ‘한 순간의 등불’과 같은 인생임을 되새기며 보내야 할 것을 잘 보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6부 「호모사피엔스의 유치원」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담아낸 글들이 담겨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최상민 사진작가의 사진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하여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배가했다. 




첫 문장

세월은 흐르고 오늘은 늘 바쁘다.


책 속으로                                                          

P. 17      제복 속에 갇힌 나와 달리 달콤한 자유의 바다를 누비는 것 같은 친구들을 보며 나는 연신 막걸리를 들이켰다. 술집에서 엉망으로 취해 어떻게 귀교를 했는지 모르겠다. 교정 벤치에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는 내 목소리가 문득 나를 깨웠다. 내 나이 열아홉 살이었다. _「가지 않은 길」


P. 80      ‘조금’이란 말이 좋게 느껴진다. 조금은 조석의 간만 차가 가장 작을 때를 말하고 ‘사리’는 가장 큰 경우다. 이 세상에 조금 이하가 없으므로 완벽이 있을 수 없다. 우리 별 지구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질투하고 조금 게으르고 조금 잘못하고 조금 배신해도 인간으로서 허용될 수 있는 공간 내에 있으며 과히 비난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설 수 있다. _「오십보백보」


P. 91      동네 어귀 버스 정류장에 내렸을 때 마침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강호는 나를 보자마자 반색을 했다. 축하의 말을 했던 것 같고 안부를 물었던 것 같다. 나는 건성으로 응응 하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강호는 몇 걸음 나를 따라왔다. 그와 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인사 없이 헤어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떡이 목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옹졸했을까! _「영화배우 송강호」


P. 226      민초의 아들은 역경을 뚫고 경찰대학에 입학했다. 이 땅에 기회의 평등이 있었기에, 나는 선친에게 조금의 기쁨이 될 수 있었다. 입학 후 선친이 전신환으로 보내주신 12만 원을 가지고 수원시내로 외출하여 가로로 길쭉한 흰색 메이커 카세트를 하나 샀다. 나는 그것이 무척 갖고 싶었다. 나중에 그 돈이 선친이 추운 겨울날 보름 가까이 노동을 하여 번 돈이란 걸 누이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아버지를 수탈한 죄책감을 느꼈다. _「박꽃 피고 기러기 날면」



추천사                                                             

소 서장과 나는 죽마고우다. 나는 고향을 떠나 영화배우의 길을 걸었고 소 서장은 경찰대학에 입학해 경찰의 길을 걸었다. 방향은 달랐지만 내가 느꼈던 세상의 벽과 외로움을 뒷배 없는 그도 맞서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같은 마을에서 뛰어놀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공기를 호흡했던 친구의 글을 보면, 흥미로우면서도 그를 지금까지 잘 버티게 한 어떤 힘이 느껴진다. 소 서장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앞으로 더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리라 믿는다. 마음을 다해 축하를 보낸다.             _송강호(영화배우)


오랫동안 소 서장을 알아왔다. 늘 반듯하고 꾸준한 소 서장의 성품이 글 곳곳에 배어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 이치가 무너지면 백성이 편하지 않으며 선비가 이치를 따져 묻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운 법이다. 민심은 항상 순리의 편에 있듯 정치도 순리를 따르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것이리라. 공직자로서 소 서장이 말하는 이치가 반갑고 또 그걸 행간에서 꺼내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느껴진다. 수필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_이진복(국회의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호불호가 분명한 후배로부터 늘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소 서장은 나보다 다섯 살 아래의 후배지만 술상대로도 손색이 없었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고민했던 공정의 가치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느낀다. 나는 선배로서 공직자인 그를 지지하며 항상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_박화병(전 부산진경찰서장)


초중고를 같이 다니며 내가 바라본 친구는 한결같은 사나이다. 흙수저 출신이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수필집까지 출간하다니, 내 마음이 다 훈훈해진다. 친구야! 고맙고 축하한다. _문재곤(농협지점장)


오래전 어쩌다 소 서장을 알게 되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매력이 있는 친구다. 그중의 하나가 진취적인 사고다. 공직자로서 현실을 보면서도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술은 그와 마셔야 맛있다. 지성의 눈이 늘 소 작가와 함께하기를 바라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_엄희석(엘레강스 파리홈 대표)


저자 소개                                                          

소진기

1968년 부산 강서구 가락에서 태어났다. 경남 김해고, 국립경찰대학을 6기로 졸업하고 동아대 법무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수박의 소리」, 「초헌의 의미」, 「내 편」 등으로 수필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경찰대학 부산동문회장을 지냈다. 2016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경남 의령경찰서장, 부산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부산 북부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학시절 문학서클을 그만두고 축구서클로 옮긴 전력이 있다. 문학이 너무 점잖다고 생각했다. 유도 4단에 축구, 탁구 등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치에 맞고 인간을 탐색하는 글을 쓰려 한다.



목차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소진기 에세이


소진기 지음 | 304쪽 | 148*205 | 978-89-6545-652-0 (03810) 

| 16,000원 | 2020년 3월 31일 출간  

부산 북부경찰서장 소진기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현직 경찰서장이자 2004년 『수필세계』 로 등단한 이력을 가진 수필가이기도 하다. 책에는 경찰공무원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소회와 함께, 자연인 소진기의 삶을 돌아보는 글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뼈아프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글들이 수록되었다.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 10점
소진기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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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Peace21 2020.04.22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번째 사진에서 난간 위에 위태롭게, 그러나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과 책 제목이 잘 어울리네요~ ㅎ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4.23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책이 나왔네요. 축하드리고요. 저자 선생님 사진도 멋지시네요^^

[산지니 청소년소설]


   『지옥 만세』  



▶ 퍽퍽 터지고, 명치 시큰한 인생이지만, 이 지옥을 유쾌하게 헤쳐가자!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임정연 작가의 신작 『지옥 만세』가 출간되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솔로인 삼촌에 여동생까지 6명의 대가족과 함께 사는 평재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같은 학교의 절대 미녀인 유시아와 부딪친다. 며칠 뒤, 학원에서 집으로 가던 평재는 의문의 여자 깡패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평재가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전교생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거기에 할아버지와 아침에는 등산, 주말에는 재개발 지역에 봉사활동까지. 평재는 이 지옥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유쾌한 캐릭터들과 전개되는 예측불허의 사건, 청소년들의 입말을 가져와 전하는 유머와 생동감으로,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놓을 수 없다. 퍽퍽 터치고, 명치 시큰한 인생이지만 고난 뒤에는 반드시 행복이 오리라! 소설은 유쾌하고 명랑한 기운을 전한다.




▶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평온하던 학교생활이 달라졌다 

평재는 깡패에게 협박받은 다음 날, 전산부장 백덕후에게 호출당하고, 유시아와 어떤 관계인지를 추궁을 받는다. 백덕후의 말에서 어젯밤 깡패가 유시아라는 것을 알게 되는 평재. 백덕후의 호출 이후, 학생회장과 축구부장, 유도부장까지 줄줄이 평재를 호출한다. 그날 저녁, 집으로 가던 평재는 시아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협박을 또 받는다. 하지만 다음 날 CCTV를 해킹해 시아와 평재를 스토킹 하던 백덕후가 또 다시 평재를 호출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선배들의 호출, 그리고 이어지는 시아의 협박. 호출과 협박의 끝없는 악순환에 빠진 평재는 협박하는 시아에게 반항하게 되고, 선배들의 호출 원인이 자신의 협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아는 다시는 평재를 괴롭히지 않겠다 하며 돌아선다.
다음 날부터 평재에 대한 시아의 협박은 사라졌지만, 평재가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아를 향한 선배들의 구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때 자신을 괴롭힌 장본인이지만, 관심도 없는 선배들의 등쌀에 시달리는 시아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평재. 선배들이 무섭기는 하지만 시아를 위해 용기 내어 맞서기 시작하는데…. 평재는 시아와 화해할 수 있을까?




▶ 평재의 꿈이 건물주에 그치지 않도록 

“할아버지가 부자지, 내가 부자야?”
“야, 그래도 언젠가 네
 게 되잖아. 그때 되면 너 건물 세 받으면서 살면 되지.
그게 내 꿈인데 말야. 부동산 임대업.”_본문 중에서

단짝 하경이 평재에게 언젠가 건물주가 되는 거 아니냐며 빈정거리자, 평재는 하경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받아친다. 평재의 할아버지는 건물을 가지고 있지만 부를 과시하거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장사하는 가게에 자주 가서 매상을 올려준다. 재개발 동네에 찾아가 홀로 사는 할머니 집을 수리해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도시락 배달을 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손자 평재와 함께한다. 할아버지가 평재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생은 건물주가 아니다. 결코 건물주가 꿈이 될 수 없다. 할아버지와 평재의 이야기는 혹독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속에서 


  • P. 24 우리 가족은 여기 상가주택에 살고 있다. 1층은 식당, 2층과 3층은 사무실이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두꺼운 회색 문 너머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4층에 올라와 계단 앞의 검은색철 대문을 열었다. 끼익 소리가 났다. 4층은 우리 집, 할아버지는 5층에 사신다. 영재 삼촌은 옥탑방으로 쫓겨난 눈치고.

    P. 37 머리를 긁적이며 창가로 갔다. 방금 내려온 뒷산이 멀리 보였다. 골목을 보았다. 이 집에서 살았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이곳에 자주 데려오긴 했다. 초등학교 때 1층에는 중국집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여기 올 때마다 늘 거기서 짜장면을 사주셨다. 시장 옆이라 언제나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소리치고 뛰어다녔다. 지금은 텅 비었어도 이 건물도 한때 시끌벅적했다. 안을 둘러보았다. 좀 낡았지만 아직 쓸 만한데 꼭 허물어야 되나?

    P. 53 서둘러 둘러대고는 전화를 끊었다. 눈이 욱신거려 거울을 봤다. 오른쪽 눈가가 불그죽죽했다. 아, 이게 뭐야. 눈이 왜 이래? 거울로 바싹 다가섰다. 한순간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바람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맞은 건지, 문을 열어젖힐 때 문짝에 찍히기라도 한 건지 모르겠다. 하필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벌게진 눈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저만큼 떨어져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툭툭 털었다.

    P. 60 아, 눈부시다. 나도 모르게 입을 아, 벌리고 쳐다봤다. 우리 학교에 저런 애가 있었나?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운동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축구부장이 미소를 띠며 여자애를 향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여자애는 무시했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목차 
  • 프롤로그
  • 1. 보통가족
  • 2. 옥상소나타
  • 3. 기둥은 괴로워
  • 4. 하인리히 법칙
  • 5. 깡패가 나타났다!
  • 6. 소중한 것
  • 7. 습격
  • 8. 널 지켜보고 있다
  • 9. 호출
  • 10. 인간의 본성
  • 11. 소문
  • 12. 어제도 고양이, 오늘도 고양이
  • 13. 순찰
  • 14. 외식
  • 15. 배웅
  • 16. 타깃
  • 17. 주먹을 피하는 방법
  • 18. 내가 그렇게 별로야?
  • 19. 한약
  • 20. 인생은 그런 것
  • 21. 한방
  • 22. 비상사태
  • 23. 미안해
  • 에필로그
  • 작가의말


  •          저자소개 

  •  임정연

  •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제1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아르코 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소설집 『스끼다시내 인생』, 『아웃』, 『불』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등을 펴냈다.



  •  

  • 지옥만세

  • 임정연 지음|256쪽|14,000원|2020-03-319788965456483

  •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임정연 작가의 소설. 부모님과 할아버지, 솔로인 삼촌에 여동생까지 6명의 대가족과 함께 사는 평재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같은 학교의 절대 미녀인 유시아와 부딪친다. 며칠 뒤, 학원에서 집으로 가던 평재는 의문의 여자 깡패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평재가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전교생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거기에 할아버지와 아침에는 등산, 주말에는 재개발 지역에 봉사활동까지. 평재는 이 지옥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 지옥 만세 - 10점
    임정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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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할인, 3권 이상 주문시 택배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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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니 시집 



    |

    이근영 시집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의 좌절과 불행 

    이를 직시하고 드러내는 교사 시인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과 울분

    총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시간의 역순이기도 하다. 1부에 수록된 작품에서는 20여 년간의 교사 생활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울분과 연민이 도드라진다. 이 시들은 학교 생활과 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교실 속 훈훈함과 따뜻함,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고 있지 않다.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진짜 현실을 비판적인 시인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시집은 「장수 한우축제」라는 작품으로 시작되는데, 이 시에서 시인은 가르치는 학생들을 ‘출시를 앞둔 고깃덩이들’에, 선생인 자신을 ‘축산업자’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실패한 축산업자,

    38명의 몸뚱이를 도축하고 출시를 앞둔 시절에

    1++등급도, 찾아와 주는 사람도 없네.

    일찌감치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이

    1++등급을 꿈꾸며 자기소개서를 쓴다 

    _「장수 한우축제」중에서


    이처럼 작품 속 아이들은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동생과 단둘이 살고(「한풍루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신청하기 위해 등본 속 이혼한 부모의 흔적을 마주하며(「 농어촌 특별전형」), 지역 유지의 딸이 1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퇴서를 만류당하고(「너의 쓸모」), 옆 사람의 살을 뜯고 결국엔 자신의 살을 뜯어서라도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이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인이 전하는 오늘날 교실 속 민낯이다.



    선생이자 시인이 ‘그날’을 기억하는 방법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크든 작든,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가슴속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학생들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선생은 어떨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하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잊지 않게 한다. 『심폐소생술』에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몇 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일을 다루는 시인의 시선에는 앞서 학교생활을 묘사한 시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애도가 아닌 냉소가 담겨 있다. 세월호 이후 교실에 모여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선생들, 하지만 그 교육이 끝난 뒤 ‘막힌 혈액을 기가 막히게 뚫어 준다는 신비의 약’ 광고를 듣는 모습이나(「심폐소생술」), 세월호 그 후 학교 내에서 강화된 안전에 대한 지침이 빼곡한 공문서 작성으로 발현되는 등(「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른 공문서 작성」) 본질적인 것은 바뀌지 않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담아 낸다.



    헛된 희망에 기대지 않는, 

    세상의 맨 얼굴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

    2부에서는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지나 온 청춘의 시간들(「자취」, 「카레밥 추억」, 「내 별명은 태국 왕자」)을 기억하며,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생태에 관한 애정을 드러낸다.(「파리」, 「꽃 피는 돼지」, 「생태탕」)

    3부에서는 시인이 오랫동안 노트에 눌러 썼을 시들, 그리고 특별히 가족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추말리기」, 「빗물 속의 아버지」, 「꿈」, 「편지」) 『심폐소생술』마지막 부에 등장하는, 가족을 소재로 한 시들은 어쩌면 이 시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회의의 근원을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선생의 위치에 있으나, 마주한 이 세상의 맨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교사는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의무를 진 소수의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이 느끼는 절망과 선생이 말해야 하는 희망 사이 어디에 이근영 시인이 설 자리가 있을 것이다. 시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그곳에서 새로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을 새롭고 튼튼한 시를 기대할 자유는 독자들에게 있다.  _발문 「서정과 현실 사이」중에서


    |목차


    |저자 소개

    이근영

    197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현재 전북 남원여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중이다.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세계 각국에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떠들썩하던, 그러나 큰 사고 없이 지나갔던 2000년에 선생이 되어, 현재까지 선생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는데, 학교 현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아이들은 성적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그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저의 시가 뷔페나 한정식처럼 다양하고 맛깔스럽지는 않아도, 그저 물에 말은 밥에 된장 푹 찍어 고추 한 입 먹는 그런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이면 좋겠습니다. 들쭉날쭉하고 못난 놈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두 작품이라도 읽는 분들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추천의 글

    이근영의 시집 『심폐소생술』에는 학교생활에 관한 시가 유독 많은데, 흥미로운 것은 교사가 아닌 학생의 시점으로 쓰인 시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단상 위에 올라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할지 낮은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이 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시들은 하나같이 아프게 박힌다.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시의 본령이기도 하다. 

    -오은 시인


    이근영의 시는 활자에 갇혀 있지 않다. 그의 시집은 삶이라는 연극무대이고 그의 시들은 ‘우리 인간’이라는 배우들의 처절한 몸짓이다. 비장한 표정과 가늘게 떨리는 손끝, 투박하고 거친 맨발, 흐느껴 들썩이는 어깨, 그리고 조용하여 슬픈 뒷모습이 시라는 형식을 갖추어 우리 시대의 암전을 걷어내고 정신을 밝힌다. 

    -송승근 청주공업고등학교 교사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시는 마치 고난이도 수학 문제에 접근하는 것처럼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쉽게 시를 읽지 못한다. 그러나 이근영의 『심폐소생술』은 그들이 말하는 시와는 다르다. 소박하고 평범한, 당신과 내가 함께 공유하며 가슴에 안고 울먹이면서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참된 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경수 이리고등학교 교사




    심폐소생술


    이근영 지음 | 128쪽 | 142*210 | 978-89-6545-649-0 (03810) 

    | 12,000원 | 2020년 3월 30일 출간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심폐소생술 - 10점
    이근영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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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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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예빈박사 2020.03.30 15: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너무 예뻐요 *'-'*

    2. 역마살 2020.04.04 15: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에 이렇게 이쁜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는 줄을 이제서야 알았네요ㅠㅠ
      고맙습니다^^

    실금 하나

    |정정화 소설집

     

     

    ▶ 소설집 『실금 하나』, 다양한 삶 속의 일그러진 관계를 비추다
    정정화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작가는 『실금 하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주목한다.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도 참된 삶을 갈망하고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끊임없이 등장시키며 독자에게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묻는다. 이번 소설집은 문학평론가 구모룡 교수의 해설로 작품의 이해에 깊이를 더했다.

     

     

    ▶ 현대사회에서 어그러지고 깨어지는 가족을 그리다
    정정화 작가는 현대사회에서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단절되어 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는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요양원,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다. 노인의 딸과 며느리는 아픈 노인보다 남겨진 재산의 향방에 더 관심이 있다. 점점 과거의 기억으로 회귀하던 노인은 그리워하던 고향집에 가보지도 못한 채 결국 재산을 놓고 다투는 자식들을 눈앞에 두고 죽음을 맞는다. 작품은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부모의 임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씁쓸한 세태를 그린다.
    「201호 병실」은 201호 병실에 있는 병원용 침대가 담아내는 환자들의 일상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실에는 안 노인과 구 노인 그리고 중환자 할머니가 있다. 두 노인은 오지 않는 자식들을 기다리며 퇴원만을 기다리지만, 몸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간다. 무생물을 화자로 그려내는 노인들의 병상 생활과 그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는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버린 노인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편, 작가는 다음 작품을 통해 관계가 멀어지고 깨어진 부부의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한다. 먼저 「돌탑 쌓는 남자」의 주인공 ‘나’는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지진을 경험하고, 집에서 나와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피신하는 와중에 한 남자가 길 너머에서 돌탑을 쌓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 남자는 자신의 무관심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속죄의 마음으로 돌탑을 쌓는다고 했다. 아이의 육아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과 육아에 관심이 없는 남편과 관계는 소원해졌으며, 승진하는 옛 동료의 소식에 무기력함이 깊어가고 있었던 ‘나’는 돌탑 쌓는 남자가 건네는 한마디에 스스로를 괴롭혔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다음으로 표제작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의 이른 나이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다. 아내는 조기 폐경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만 집에 둔 채 늦은 밤 밖으로 나간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의 행동의 이유를 찾아가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주 사소한 일 때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실금 같은 작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간의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이 두 작품에서 작가는 회사의 성과에 매여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남편, 경력단절과 육아로 힘겨워하는 아내, 그로 인해 멀어지고 소원해진 부부 사이를 보여준다. 회사와 가정,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힘겨워하는 부부의 모습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상황이기에 공감을 불러온다.

     

     

    ▶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갈망하다
    정정화 작가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을 찾아가는”(구모룡 평론가) 인물들을 담아냈다. 「가면」에서는 중년의 나이에 초보 보험설계사가 된 ‘정민’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를 가면이라는 소재로 드러낸다. 미모의 팀장 ‘송가희’는 정민이 가져온 보험실적을 자신의 것으로 가로채서 보험왕에 뽑힌다. 지점장은 송가희를 위해 가면무도회를 열기로 하고, 정민은 이 자리에서 가면을 쓴 채 가희의 모든 부당함과 부정을 폭로하고자 한다. 조직 내의 부조리함에 맞서는 약자의 모습을 가면무도회라는 장치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너, 괜찮니?」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 남녀인 ‘나’와 ‘그’가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겪는 부당하고 부조리한 일들을 보여준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횡행되는 비윤리적인 일을, ‘그’는 상사에게 강요당하는 동성애의 폭력을 겪는다. 그는 상사에 대항하다 구치소에 수감되고, 나는 기간제 일을 관두게 된다.
    「크로스 드레서」 역시 막막한 현실을 살아내는 한 청춘이 어떻게 그 현실을 탈피하는 지를 그린다. 교사임용시험 공부를 하는 장수생인 나는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를 하게 되고, 사회 담당 염 선생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얼마 후 염 선생의 결혼 소식을 듣게 되고 임용시험에 다시 떨어진다. 도망칠 곳 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작품 「빈집」은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한 자아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섬 총각 ‘현수’를 통해 보여준다. 신붓감을 찾기 위해 육지로 나온 현수는 고향 선배 기태를 만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기태의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그러나 기태는 현수에게 월급 주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현수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했던 미영과 기태의 사이를 수상하게 느낄 무렵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뒤 현수는 다시 고향집으로 내려가고, 무성한 풀이 자란 집에서 엄마의 주검을 발견한다.

     

     

    거짓된 삶을 직시하고 거부하며 저항하는 인물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실금 하나』의 작품은 노인문제, 부부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관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더욱 와닿는다.

     

     

    | 첫 문장     

    오랜만에 옷장에 걸린 옷들을 살핀 건 결혼 10주년을 맞아 식당 예약을 해놨다는 남편의 말 때문이었다.

    | 책 속으로

    P. 77    절규 가면을 들고 거울을 봤다. 볼을 홀쭉하게 하고 입을 벌려보았다. 거울 속 정민의 표정도 절규하는 것처럼 일그러뜨려졌다. 여러 번 반복한 끝에 얼추 비슷한 표정이 만들어졌다. 가면과 민낯의 일치에 정민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_「가면」

    P.117     철제로 된 몸통에 스펀지를 감싼 인조 가죽, 바퀴, 안전 가드로 이루어진 내 모습. 나는 매트리스를 받쳐주는 철 부분에 길쭉하게 긁힌 흔적이 있다. 환자를 이송하던 중 벽 모서리를 지나다 생긴 상처인데 그때 여자가 비명을 질렀던 기억이 또렷하다.                                                                                   _「201호 병실」

    P. 171    등대는 언덕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현수는 고깃배를 타고 엄마가 있는 섬으로 가는 중이었다. 배가 엔진 소리를 내며 파도를 가로질러 미끄러졌다. 습한 바람이 물보라가 들이치는 뱃머리에 눅눅한 기운을 몰고 왔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콧속으로 파고들었다.                                                                            _「빈집」

     

    | 저자 소개

    울산 울주 배냇골에서 태어났다.

    2015년 경남신문과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고양이가 사는 집」(필명 길성미), 「담장」이 각각 당선되었다.

    단편 「쿠마토」가 『2016 신예작가』에 실렸고, 2017년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연암서가), 2019년 6인 작가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문학나무)를 출간했다.

     


     

    | 목차

    돌탑 쌓는 남자 /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 가면
    실금 하나 / 201호 병실 / 너, 괜찮니?
    빈집 / 크로스 드레서

    해설(구모룡 평론가) / 작가의 말

     

    실금 하나_정정화 소설집

    정정화 지음│240쪽│15,000원│

    2019년 12월 17일 출간

    978-89-6545-637-7│140*205

     

     

     

    실금 하나 - 10점
    정정화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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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실버_ 2019.12.30 15: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나상ㅎㅎ 손이 예쁩니다 : )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석정연 지음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 사서!

    불안한 고용과 과도한 업무 등 

    도서관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다


    비정규직 고용계약이 반복되는 도서관 노동 현장을 기록하다

    이 책은 초등학교 도서관의 계약직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도서관의 노동 현장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재능기부로 독서지도 수업을 하다 학교 측으로부터 도서관 사서 도우미를 권유받았다. 그리고 열정적으로 일한 노력을 인정받아 학교 관리자로부터 사서 자격증을 취득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그녀는 2년 동안 주경야독하며 사서교육원을 졸업해 준사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것이라는 사실에 기뻐한다. 그러나 바뀐 학교 관리자는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고 말하고 오히려 저자의 급여를 월급제에서 시급제로 전환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더 좋지 않은 고용계약을 해야 했다.

    실제로 2019년 서울지역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시간제, 기간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조건에서 일하며, 도서관 노동 현장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경력단절 여성들

    경력단절 여성이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저자도 두 아이를 돌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초단시간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 현장에 뛰어들게 되었다. 유연하게 근무하는 일을 구하다 보니 자기주도학습 지도사, 방과후 매니지먼트, 방과후 아동지도사, 가정폭력 전문상담원 등등 자격증을 취득해 일하는 것이었다. 이 자격증만으로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 않고, 자격증을 취득해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전적으로 일에 매달릴 수 없었다.

    책에는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담겨 있다.



    도서관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

    저자는 사서가 “조용히 책을 읽다가 이용 학생들 대출 반납 업무하고 책 정리하면 퇴근하는 꿈의 직업 같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 경험한 바로는 대출 반납 업무는 기본이고 독서 진흥 행사, 도서관 소식지 발행, 상부 보고 업무 등 각종 업무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저자는 학교 개교기념일에도 학교 관리자가 도서관 문은 열어야 한다고 해서 출근했다. 물론 수당을 더 주는 일은 없었다.

    저자의 경험을 단지 개인의 일로 여겨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근무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는 과도한 업무와 수당 없이 근무해야 했던 휴일 근로 등을 했을 법하다. 더군다나 계약직으로 근무했고, 계약연장을 원했던 초단시간 근로 사서는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작은 사회를 통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다시 한번 짚어보게 하는 책이다.


    첫 문장

    아이들에게 배움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일이었다.


    책 속으로

    p.9 알게 모르게 그냥,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수용했던 것들이 우리 자신을 더 낮추고 미약한 존재로 만든다. 덩치가 크든 작든 같은 행동 양식을 보여주는 ‘코끼리의 말뚝이론’과 ‘벼룩의 자기 제한’처럼, 갇힌 틀 속에서의 반복된 학습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정해버리는 것처럼 우리의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일까 봐, 신분계층 사회의 불가촉천민인 양 자본주의의 희생양이 될까 봐 안타까웠다.

    p.32 힘들 때만 되면 아이들이 힘을 준다. 이상하게 우리 학교 아이들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건지 내가 그때마다 기운이 없어 보였던 건지 가끔 받는 아이들의 손편지는 정말 짜릿하다. 켈로그를 먹으면 호랑이 기운이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아이들의 격려와 감사, 그 힘으로 6년을 버텼다.

    p.60 2014년, 계약서상 근무시간이 아닌 비공식적인 가계약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그런데 마치는 시간 전에는 도서관 업무 특성상 청소를 미리 한다거나 마칠 준비를 미리 할 수가 없다. 폐관을 알려도 책을 덮을 수가 없어 한참을 더 보고 가는 학생, 부랴부랴 뛰어와서 방과후 수업을 듣고 오느라 늦었다며 미안해하는 학생들을 뭐라고 할 수도 없다. 여차여차 사연 있는 학생들이 다 돌아간 뒤에 청소를 시작한다. 복도 공간을 포함한 두 개 교실 크기라 쓸고 닦고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된다. 퇴근 시간 한 시간은 훌쩍 지나 있다.

    p.75 조용히 책을 읽다가 이용 학생들 대출 반납 업무 하고 책 정리하면 퇴근하는 꿈의 직업 같았다. 나도 처음에 그렇게만 생각했고 사서 선생님 모습이 그렇게 보였으니까. 그런데 겉모습만 우아한 백조였다. 물아래에서 요란하게 물갈퀴질을 해야 하는 숨은 노력이 가려진, 오해받기 딱 좋은 직업이다.

    p.141 ‘초단시간 근로자’라는 단어도 고용노동청에서 처음 들었다. 아! 내가 초단시간 근로자구나! 그러고 나서 각종 교육청 공문 곳곳에 표시된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제외’라는 항목이 떠올랐다.



    석정연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어릴 때부터 종류 불문하고 늘 책을 가까이하고 놀았다. 한때는 책과 담을 쌓기도 했지만, 귀소 본능인지 다시 책과 함께하는 사서의 삶을 산 지 6년째다. 운명의 반쪽인 남편을 만나 25년을 꽉 채우며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멋진 아들과 예쁜 딸,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좋으면 한 우물만 우직하게 파는 미련함과 서툰 사회생활이 몸 고생 마음고생의 원인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고용 계약의 불평등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의 미래이기도 한 사회 구조를 개선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들었다.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

    석정연 지음│국판(148*210)244쪽│15,000원│2019년 12월 20일
    978-89-6545-636-0 03360

    이 책은 초등학교 도서관의 계약직 사서로 근무한 저자가 6년 동안 경험한 도서관의 노동 현장과 학교와의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적은 에세이집이다. 실제로 2019년 서울지역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노동자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고 시간제, 기간제, 무기계약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이 글을 쓴 이유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조건에서 일하며, 도서관 노동 현장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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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을 위해 떠난 542일간의 여행

    국내 모든 시·군 삼 일 살아보기에 도전하다!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전국 일주 여행기. 이 책은 착한 딸로, 살림하는 아내로, 아들딸 키우는 엄마로 성실한 삶을 살아오던 저자가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난 542일간의 전국 여행 기록을 담았다. 정선에서 난생처음으로 한 히치하이크, 고령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 꿈에 그리던 백령도에서 본 평생 잊지 못할 풍경. 저자는 전국을 거닐며 마주한 사람과 풍경을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로 전한다. 그리고 자신과 동년배인 중년 여성들이 여행을 통한 즐겁고 행복한 삶으로 인생 후반기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아줌마라고 즐겁지 않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여행이 주는 뭉클한 위로와 단단한 용기

     

    “처음엔 그냥 좋아서 여행했어. 그런데 점점 여행을 하면서 이 여행을 통해 우리 나이 든 아줌마들도 원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특히 잘나고 특별한 사람만이 아니라 엄마처럼 어리숙하고 평범한 사람도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야.”

    _ 「딸과 함께하는 여행」 중에서

     

    저자는 10년 전, 남편이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깊이 질문한다. 이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이 ‘살아 있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용감하게 홀로 전국 일주를 결심한다.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용기 있게 떠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따스한 마음, 애달픈 삶,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났다. 그렇게 홀로 힘차게 뚜벅뚜벅 걸어 나가며 여행을 통해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밝아짐을 느꼈다. 앞으로의 인생을 후반기가 아닌, 2막으로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아이들도 다 자라고, 남편 뒷바라지도 필요 없는 지금, 마음껏 떠날 수 있지만 한 번도 홀로 떠난 적 없어서, 나보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해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중년 여성들에게 저자는 씩씩한 여행을 권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만날 수 있는 매일매일 새로움 가득한 세상으로 초대한다.

     

     

    ▶ 여자, 홀로 여행한다는 것

    새로운 나를 만나며 깊어지고 넓어지는 삶

     

    그런데 왜 여자는 항상 두려울까? 여자도 여유를 즐기며 여행하고 싶은데. 여자도 두려움 없이 설렘만 가득 안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고성 해파랑길에서 싱거운 소란을 겪으며 여자도 홀로 안전하게, 행복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솟구쳤다.

    _「여자‘라서’ 혼자 여행합니다」

     

    홀로 전국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 위험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떠나보니 모두 기우였다. 저자는 여행을 하며 마음부터 움츠러들었음을 알게 되었고, ‘여자라서 잘 못 해. 여자가 그러면 안 되지.’라는 편견 속에 살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만나고, 더욱 풍성한 삶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우리는 모두 자유인이므로, 혼자라도 어디든 당당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쉴 틈 없이 달려온 나를 위해, 또는 고생한 엄마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가장 익숙한 곳부터 떠나는 ‘우리 한국 여행’을 권해보면 어떨까? 책의 끝부분에는 홀로 여행을 위한 팁이 있어 떠날 이들의 준비를 돕는다. 끊임없이 배우고, 강해지고, 성숙해질 ‘우아한 여행’에 여러분도 함께하길 바란다.

     

    책속으로

     

    P. 26 벽돌공 그녀를 만나며 갑자기 마음에 힘이 솟았다.

    ‘여자라고 못 할 게 뭐야! 여자라서 안 되는 게 어디 있어! 여자도 다 할 수 있어!’

    P. 49 이런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었다.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간 가슴 진한 삶이 궁금했다. 나이는 쉰이 넘었어도, 내 안에는 아직 호기심 가득한 주근깨 소녀가 살고 있다. 고령을 구석구석 걸으며, 졸고 있던 그 소녀가 비로소 기지개를 켰다. 두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고령을 찾아오기 정말 잘했다.

    P. 52 여행에서 만난 고령 할머니와 이탈리아 할아버지는 나에게 우리네 삶이 어때야 할까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는 살면서 꼭 대단한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만 하고 명성을 날려야 하나? 시골구석에서 이름도 알려지지 않는 노인으로 늙어가더라도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정성스럽게 살아가며,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마음을 주고받으며 사는 삶. 자신의 속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며 마음 깊이를 더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 아닐까.

    P. 73 그 친구는 시어머님과 시아버님을 모시며, 아이를 키우며, 사업도 하며 쉴 틈 없는 세월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느새 나이 오십이 넘어 있었다. 나를 위한 것은 하나도 없는 희생만이 가득한 삶이었다. 어느 순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는 착한 사람이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시부모님에게도 착한 사람, 자식에게도 착한 사람, 남편에게도 착한 사람이 되느라 지쳐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P. 96 여행은 우리 안에 가라앉아 있던 것들을 지금 여기로 소환해온다. 바쁜 생활 때문에 잊고 사는 것들, 어른처럼 행동하느라 감춰두었던 것들을 불러다준다. 그러면 우리는 그때 그곳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나로 다시금 살아보는 것이다. 때론 분위기 있게, 때론 천진난만하게.

    P. 122 여행은 나를 바다까지 뚫고 건너가라고 부추겼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라고. 그 용기가 하나둘 내 안에 쌓여가며 연금술을 부리고 있다. 내 가슴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참 잘했다는 자긍심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P. 216 진정으로 홀로 되어 선 사람만이 더불어 온전히 둘이 될 수 있다. 불안한 하나가 둘이 된다고 부족함을 채우고 온전해질까? 그렇지 않다. 더 힘겹다. 자신 안에 남아 있는 해결되지 않은 상처와 아픔은 언제라도 상대에게 날을 세울 수 있다. 홀로 온전할 수 있어야 둘도 행복하게 만들어간다. 홀로 여행은 홀로 온전히 서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즐거운 방법이다. 그래서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일 게다.

     

    저자 소개

    박미희

    경희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대안학교에서 보건 교사 그리고 야생화 교사로 일했다. 들에 피어난 풀꽃과 숲을 사랑하는 숲해설가이자, 생명을 다하고 스러져가는 열매껍질, 나무토막, 마른 잎의 아름다움을 찾아주는 생태공예가이다. 춘천 봄내길, 제주도 올레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모든 시・군에서 삼 일을 살아보는 여행을 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정성스럽게 살아가고자 하는 춘천 아줌마이다.

     

    목차

     

    우아한 여행

    박미희 지음│240쪽│15,000원│2019년 12월 20일

    978-89-6545-634-6│140*210

    50대 아줌마가 씩씩하게 배낭 하나 메고 떠난 전국 일주 여행기. 이 책은 착한 딸로, 살림하는 아내로, 아들딸 키우는 엄마로 성실한 삶을 살아오던 저자가 딸, 아내, 엄마라는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나’를 위해 떠난 542일간의 전국 여행 기록을 담았다. 정선에서 난생처음으로 한 히치하이크, 고령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 꿈에 그리던 백령도에서 본 평생 잊지 못할 풍경. 저자는 전국을 거닐며 마주한 사람과 풍경을 솔직하고 따뜻한 문체로 전한다.

     

     

     

    우아한 여행 - 10점
    박미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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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축복통로 2020.03.16 15: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박미희 작가의 블로그를 알수 있을까요?


    기자 엄마의 베를린 육아 일기

    낯선 도시에서 지낸다는 걱정은 잠시,

    아이와 함께 성숙해지는 법을 배우다

     


     

    아이 키우기로 베를린의 삶을 경험하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국가 중 하나인 독일. 그중에서 베를린은, 미국의 뉴욕처럼 예술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도시가 하나의 브랜드가 된 베를린에서 아이를 키우면 어떨까? 상상만으로 짜릿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익숙한 곳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떠나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특파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과 함께 1년 동안 베를린에 머문 남정미 기자의 베를린 육아 일기다. 저자는 평소 신중한 성격에다 성실히 출퇴근하고 마감을 지켜 일하는 신문사 기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건 기자 엄마에게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아이 키우기를 통해 베를린의 생활과 부모의 삶을 배우게 된다. 마우어 파크를 걷듯 건강하고 싱그러운 기운을 느끼며 책으로 들어가 본다.

     

    건강하고 실용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독일 사람들

    한국에서는 숲세권이란 말이 있다. 집 가까이 공원이나 숲이 있어 도심에서 자연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베를린은 모든 곳이 숲세권이다. 오랫동안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뉘어 큰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베를린 시민들은 어디서나 항상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베를린 아이들은 그곳에서 더러워져도 상관없는 옷을 입고 자연스럽게 뛰어논다

    , 아이들의 옷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중고매장이 동네마다 있어, 건강하고 실용적이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독일 부모들의 육아는 그래서 더 새롭다. 한국과 달리 아직도 열쇠꾸러미를 챙겨 다니고, 택배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은 독일. 1년 동안 여행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그곳에서의 생활을 통해 매력적인 도시 베를린을 좀 더 깊숙이 만나본다.

     

    새 가족이 되는 과정을 배우는 시간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운 식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아이도 부모도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툰 시간을 지나, 날이 갈수록 더 돈독해진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 모두가 100점이 되는 육아를 생각한다. 아이에게만 집중하는 육아가 아닌 나와 남편, 아이까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육아를 꿈꾼다.

     

    시리즈 소개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의 네 번째 책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첫 문장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남편의 베를린행이 결정됐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9 아이가 태어나고,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는데 걱정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자고 있는 아이를 보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우리는 지금이 아니면 서로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내줄 수 없을지 모른다.’

    p.14 재밌는 것은 우리만 다른 부모들의 육아법이 궁금한 게 아니었나 보다. 어느 날 야외에 나가 한국에서 가져온 김에 밥을 싸서 아기에게 먹이는데 한 독일인 엄마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그거() 되게 좋아 보이는데, 어디서 살 수 있어?” 독일 엄마들도 서로에게 묻고, 한국인 엄마에게도 묻고 그러는 것이다.

    p.50 “유모차 들어 드릴까요?” 유모차를 밀면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때, 턱이 있는 장소에 들어갈 때, 계단을 내려가야 할 때, 아무튼 유모차 밀면서 좀 하기 어렵겠는데싶은 순간 거의 90퍼센트 확률로 이 질문이 날아온다.

    p.71 주말이면 베를린도 유명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한국만큼이나 붐빈다. 더군다나 유럽 화장실은 대부분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보통 50센트(700) 정도를 낸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다 같이 쉬는 소파에서 아이 기저귀 갈아주는 일이 없다. 다들 700원씩 내며, 붐비는 화장실에 줄서서 기다려 아이 기저귀를 갈아준다.

    p.76 독일 부모들에게도 카시트에 아이를 앉히는 것은 어려운 문제다. 카시트 규정이 엄격한 나라에서 산다고, 아이가 카시트에 얌전하게 앉을 수 있게 태어나지는 않는 것이다. 다만 안전을 위해 어른이 불편해도 안전벨트를 꼭 하듯, 독일 부모들은 이 부분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로 보는 것 같다.

    p.134 누군가 내게 베를린 생활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었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않고 답하겠다. ‘잠을 잘 자는 우리 아이라고. 양가에서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고, 대체 인력을 구할 수 도 없는, 정말 그야말로 타국에서의 독박육아에서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아이 그 자체였다.


    남정미
    8년 차 기자이자, 3년 차 엄마다. 신문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전단지라도 읽고 아이 어린이집 알림장이라도 쓴다. 같은 일을 하는 남편과 결혼해 아이가 태어난 지 7개월 되던 무렵 독일 베를린으로 함께 떠났다. 남편은 그곳에서 단기 특파원으로 그녀는 엄마로 1년을 지냈다. 평소 버릇대로 쓴 일기와 기록들이 베를린 육아기로 나오게 됐다. 평생 읽고 쓰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차례

     



    일상의 스펙트럼 04
    베를린 육아 1년

    남정미 지음 46변형(110×178) | 10,000
    978-89-6545-602-5 04810

    책은 특파원으로 일하게 된 남편과 함께 1년 동안 베를린에 머문 남정미 기자의 베를린 육아 일기다. 저자는 평소 신중한 성격에다 성실히 출퇴근하고 마감을 지켜 일하는 신문사 기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떠나 그곳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건 기자 엄마에게도 모험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 아이 키우기를 통해 베를린의 생활과 부모의 삶을 배우게 된다.

     


     

    베를린 육아 1년 - 10점
    남정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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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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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니평론선 · 15

    구모룡 평론집

     

    폐허의 푸른빛 비평의 원근법

     

     

     

    “나의 비평은 푸른빛을 좇아온 날들이었다.”

    시와 서사를 품는 비평의 원근법을 말하다

    ‘산지니 평론선’ 15권 『폐허의 푸른빛』.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구모룡 평론가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구모룡 평론가는 다양한 평문과 비평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학 지향에 대해 살펴왔다. 이번 평론집에서는 21세기 한국문학과 지역문학을 이해하는 시각을 제시한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학과 비평은 이와 같은 역설의 시간에 처했지만, 저자는 결코 ‘평론’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무너짐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의 가치를 품고 키웠던 건 폐허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문학과 비평의 희망과 가능성을 주지한다.

     

     

    시론부터 해양문학까지

    비평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내보이다

    이번 평론집에서는 시와 서사를 포괄하며 이론적인 전망을 드러내온 구모룡 평론가의 스펙트럼이 뚜렷이 드러난다. 저자는 시론은 물론이고 해양문학이나 지역학에도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다. 그 계기들은 이번 책 곳곳에 내재하는데, 특히 1부 「성찰과 전망」에서 두드러진다. 1부에서는 문학에 관한 원론적 질문부터 몸담고 있는 문단에 대한 평론가로서의 성찰까지 폭넓은 이야기가 담겼다.

    2부 「묵시록의 시인들」과 3부 「폐허의 작가들」은 각각 시인의 시집과 소설가의 소설을 매개로 대화를 나눈 장이다. 주로 현재 활동하는 지역의 시인과 소설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소설이나 시집에 대한 단단하고 내공 있는 비평을 담았다.

    부록 「나의 비평적 행보에 대한 회고」는 구모룡 평론가의 그동안의 비평 활동에 대한 보고서이다. 문학 평론가로서 걸어온 길을 회고하며, 비평집을 읽는 이에게 지역문학과 주변부문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더한다.

     

     

     

     

    ‘지역에서 비평한다는 것은…

    중심부와 주변부를 돌아보며 로컬이라는 시적 거처에 대해 고민하다

    구모룡 평론가는 오랫동안 부산이라는 지방(lcoal)에서 비평을 하는 비평가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왔다. 저자는 1980년대 사회의 변화 속에서 중심주의의 폭력과 지방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았지만, 한국사회의 중심과제 앞에서 지역모순은 부차적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지녔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냉전체제의 와해와 전지구적 자본주의 시대를 맞이하고, ‘중심부’와 ‘주변부’가 경계되는 현상을 본 저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중심부와 주변부가 경계되며 지역문학은 “서구 근대의 이미지를 좇다 침몰하거나 돌연 전통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 모더니스트의 분열과 같이” 중심부 따라 하기라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이를 “자신의 터전을 망각하고 중심부의 그것을 가닿아야 할 보편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와 흡사하다고 말하며 그러한 태도를 경계한다.

    그러나 동시에 주변이 자본과 제도의 차원에서 중심부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사실이, 지역문학을 규정하는 전제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전제에 기초하여 지역문학의 논리를 세울 때, 외부를 향한 선망과 분열을 되풀이하거나 문학적 낙후의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족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이분법의 회로에 갇히지 않으려는 노력과 함께 지역 혹은 주변부에서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지역문학은 근대와 전통, 중심과 주변, 근대성과 식민성, 서구와 아시아, 문명과 자연과 같은 대립항들이 만드는 함정에 빠지지 않고 생성의 공간, 희망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에서 출발해왔다. 저자가 말하는 지역비평의 방향도 그것과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 69 교환관계가 지배하는 추상화 사회에서 세계는 근본적으로 비극이다. 그러나 시인은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다. 시인이 비극의 주인공이 될 때 그는 시를 버리고 역사 혹은 서사를 선택하게 된다. 시인은 역사의 무대에 선 주인공이 아니라 그러한 역사가 지닌 허위성을 아는 비극적 감성의 소유자이다. 그러므로 그는 이 세계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 작동하는 공간이 아니라 잡다한 사물과 수많은 생명체들이 유기적인 연관 안에서 공생 공존하는 장소임을 안다. 그에게 역사, 이성, 진보는 고통과 폭력의 다른 이름이다.

    P. 232 여타의 장르와 달리 시는 자기를 말한다. 체험으로 전달하는 현상 그 자체에서 비롯한다. 아득한 유년을 말한다는 것은 실재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안의 부재를 끊임없이 표현하려 한다. 유년은 지금의 나(I)를 표현하는 과정이지 기억의 재현이 아니다.

    P. 349 소설집 『맨밥』에는 다양한 형식의 소설 여섯 편이 실려 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발표한 작품들이지만 전반적으로 환멸의 서사라는 관점으로 읽힌다. 인간을 타락사관으로 인식하는 인간학을 견지한 탓이다. 생명의 세계를 이탈한 인공도시에서 인간은 욕망의 노예가 되거나 그 잉여가 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전망은 이복구의 소설을 어둡게 한다.

    P. 375 황은덕의 소설에서 남성의 모습은 축약되어 있다. 남성이 주된 서술 대상이 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이보다 먼저 여성문제를 부각하려는 그녀의 의도가 작용한 데 기인한다. 그녀의 소설에서 여성은 많은 경우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남성중심 사회의 제도적인 틀을 넘어서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의 주인공들이 보이는 패배는 여성의 위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서술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좌절과 추락, 상처와 고통을 감수하면서 대지에 뿌리내리는 나무들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P. 377 기억 속의 일들은 상상력과 의지에 의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난다. 경험은 소설가에게 하나의 구실이자 실마리인데, 소설가는 이러한 구실거리를 찾아 자신을 온통 파헤친다. 창작은 자신의 기억이라는 재료를 통해 언어로 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그러나 경험이나 기억이 바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이미 경험적 현실과는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일이다.

     

    저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목차

     

     

     

     

    폐허의 푸른빛 

    구모룡 지음 | 472 | 25,000원 | 2019년 930일

     978-89-6545-629-2 03810 | 신국판(152*225)

    여러 권의 비평서를 출간하며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혀온 구모룡 평론가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저자는 “문학도 비평도 이미 자본의 제단에 바쳐진 희생물에 불과하고, 한갓 유희로 빠지지 않고 여린 진정성에 기대면서 폐허의 시간을 버텨내는 일이 시가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오늘의 문학과 비평은 이와 같은 역설의 시간에 처했지만, 저자는 결코 ‘평론’하는 것에 대한 좌절과 무너짐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학의 가치를 품고 키웠던 건 폐허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푸른빛’을 띤 문학과 비평의 희망과 가능성을 주지한다.

     

     

    폐허의 푸른빛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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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련 소설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팔팔 끓고 나서 4분이 지나면 다 사라질 거야.

    삶도, 사랑도.”

    다 자라지 못한 마음을 끌어안고

    끓는점을 서성이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작가 정우련의 두 번째 소설집. 『빈집』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집필한 단편들이 모였다. 전작 『빈집』에서 유년시절 가족과 집을 소재로 가족 균열의 모습을 담담히 드러냈던 정우련은 이제 시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각 소설에 단단한 깊이를 더한다.

    정우련의 소설 속에서 화자의 시선은 다양하다. 화자는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일 때도 있으며, 때론 남편과의 끊임없는 언쟁에 소모감을 느끼는 중년의 여성이기도, 친구 앞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청소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모두 팔팔 끓거나, 끓었거나, 끓기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과 사랑에서의 4분의 의미와 무용함을 되새긴다.

     

     

    가장 뜨거웠던 시간 후에

    뭉근한 삶의 궤적을 돌아보다

    표제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대학 강사와 수강생 ‘나’의 만남을 통해, 뜨겁지만 4분이 지나면 그뿐인 사랑의 덧없음을 그린다. ‘나’와 ‘그’는 폭력에 대한 아픔을 공유하며 깊은 사이가 되지만, 사랑은 점점 식어간다. 소설은 점차 바래가는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요양병원에서 연명하는 아버지의 삶을 교차한다. 아버지의 삶은 ‘4분 후’로 비유되며, 빛나는 시간이 지나버린 삶에 대한 쓸쓸함을 되뇌게 한다.

    이런 정우련의 삶에 대한 무거운 시선은 「처음이라는 매혹」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 너머에서 살아가는 88세 독거노인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노인은 권태에 찌든 채 이제 본인에게 남은 매혹적인 순간은 죽음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나’는 노인의 권태를 들여다보며 나의 삶을 관조한다. 「통증」은 전쟁의 상흔을 몸속에 품고 있는 조각가 남편을 바라보는 소설가 아내 ‘나’의 이야기이다. 둘은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결국 서로를 연민하는 동시에 증오하게 된다. 이렇게 정우련은 뜨거웠던 순간이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네며, 독자에게 각자의 삶의 궤적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아픔을 긍정하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삶의 태도

    정우련은 전작에 이어 유년기의 ‘성장’에 주목한다. 「말례 언니」는 이웃집 가사도우미 말례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주는 초등학생인 ‘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말례 언니의 불안한 삶을 관찰하는 ‘나’는 그 과정에 얽혀 비극을 겪지만 결국 성장한다. 「까마귀 길들이기」에서 역시 사춘기 소녀들의 아픈 통과의례와, 그 후의 성장 과정을 이야기한다.

    한편 유년기의 성장을 반추하며 ‘지금’의 시선에서 나의 성장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우리들」에서는 B여상 동창회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여상 시절을 회상한다. ‘우리들’은 어느덧 다 성장하여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외롭고 거칠었던 성장기도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처럼 정우련 작품 속의 인물은 성장과정과 성장 이후의 시기에도 어두운 현재를 지나지만, 늘 빛에 대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정우련은 이를 통해 아프지만 가능성 있는 성장의 힘을 이야기한다.

     

     

    흑색과 백색의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와락 얼굴을 묻고 싶은 촉촉한 작품들

    마지막 작품 「만선」은 실화를 바탕으로 집필한 소설이다. 소설은 1982년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만선을 하고 돌아오던 중 96명이 탄 베트남 난민선을 만나 그들을 구조한 선장의 이야기를 전한다. 베트남 난민을 외면하라는 정부와 회사의 지시를 거부한 선장의 내면적 갈등을 공유하고, 96명의 생명을 구한 일을 ‘만선’이라고 본 선장에 대한 외경심을 이야기한다. 정우련의 소설에서는 이처럼 건조한 삶을 버텨내는 촉촉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는 작가가 삶에서 ‘4분’의 쓸쓸함을 말하지만 결국 삶을 긍정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또한 단편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풍부한 주변 인물의 설정에서,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돋보인다. 작가는 결국 4분 뒤에 남는 것은 사람이며, 그들은 때로는 어깨를 내어주고, 울고, 웃음 지으며 ‘함께’ 삶을 살아간다고 말한다. 작가가 건네는 일곱 편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친구와, 가족의 4분을 들여다본다.

     

    첫 문장

    그들은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출발할 때는 그녀가, 휴게소를 두어 번 지나서는 그가 운전대를 잡았다.

     

    책속으로 /밑줄긋기

    P.14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어디서부턴가 자신이 길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엇을 어떻게 되짚어가야 할지 막막했다. 갱년기와 함께 느닷없이 찾아온 그 느낌은 흰옷에 남은 묵은 얼룩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도무지 문장이 되지 않는 지옥 같은 날들. 숨길 수 없는 것이 어디 감기와 사랑뿐일까. 소설가가 소설을 쓰지 못하는 것도 금방 탄로 나고 마는 일 중 하나였다. 그녀는 초조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하지만 잠들지 못하는 밤에 책상에 앉는다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디에도 호소할 길 없는 피로감이 쌓여갔다.

    P.16 나무에 결이 있듯이 돌에도 결이 있다구. 어떤 물질이든 결을 거스르지 않고 깨나가야 스스로 제 몸의 긴장을 풀지. 몸을 열고 긴장이 풀린 돌을 깨는 거야 두부 자르기보다 쉬운 일이야. 남들은 그 큰 돌을 어떻게 깨냐고 놀라지만 알고 보면 다 요령이 있는 거라구.

    P.176 물이 끓기 시작해서 4분 후면 계란이 알맞게 익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끓고 나서 4분 후면 끝이라는 거. 그다음은 잡지의 부록처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더라. 그저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또 내일과 같은 그런 반복이거나 연명에 지나지 않는 삶이잖아.

    P.181 엄마는 해 질 녘이면, 누군가 내다 버린 의자를 기운 누더기 같은 다 쓰러져가는 집 앞에 갖다 놓고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무심히 바라보곤 했다. 어딘가 이승 저 너머에 가 있는 것 같던 그 공허하고 외로운 눈빛. 살짝 취해서 비칠대며 골목을 걸어 들어오던 노인의 입가에 걸려있던 어딘지 민망해하는 듯 권태가 묻어나던 희미한 웃음.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면 울컥 울음이 치밀었다. 가난과 죽음이 잠복해있는 도시의 뒷골목으로 흘러들어 온 노인에게서 문득문득 나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P.184~185 그러고 보면 요즈음 들어 엄마는 말끝마다 ‘생전 처음’이란 말이 입에 붙었다. 독감이 나아서 퇴원한 뒤부터는 유독 더 그랬다. 늘 먹던 음식인데도 생전 처음 먹어본다고 감탄하거나, 약 먹을 시간을 놓쳐서 통증이 느껴지면, 세상에 이렇게 아프기는 생전 처음이라고 쩔쩔맸다. 이리 땐땐하고 맛있는 감은 생전 처음 먹어본다거나, 봄도 아닌데 딸기를 먹어보기도 생전 처음이라든가, 자주 꾸는 연탄불 피우는 꿈을 꾸고 나면 그리 불이 안 붙기도 생전 처음이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자 소개

     

    정우련

    1996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문단에 나온 이후 「자수정 목걸이」로 2000년 제5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소설집 『빈집』으로 2004년 제4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2017년 끝에 산문집 『구텐탁, 동백아가씨』를 발간한 뒤 비로소 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목차

     

    통증

    까마귀 길들이기

    우리들

    말례 언니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처음이라는 매혹

    만선

     

    작가의 말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정우련│240쪽│국판 변형(135*205)
    978-89-6545-628-5 03810
    15,000원│2019년 9월 30일

    『빈집』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집필한 단편들이 모였다. 전작 『빈집』에서 유년시절 가족과 집을 소재로 가족 균열의 모습을 담담히 드러냈던 정우련은 이제 시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각 소설에 단단한 깊이를 더한다.

    정우련의 소설 속에서 화자의 시선은 다양하다. 화자는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일 때도 있으며, 때론 남편과의 끊임없는 언쟁에 소모감을 느끼는 중년의 여성이기도, 친구 앞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청소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모두 팔팔 끓거나, 끓었거나, 끓기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과 사랑에서의 4분의 의미와 무용함을 되새긴다.

     

     


     

     

    팔팔 끓고 나서 4분간 - 10점
    정우련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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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친 현실이 우리를 잠식할지라도,

    삶을 지키고 나를 지키게 하는 것들에 대하여.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지키며 삶을 버티게 하는 글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예술과 철학에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_132

     



    문장을 빚어내 일상의 방에 만들다

    소심한 자가 갈팡질팡하며 고민한 흔적들

     

    저자는 책에서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글쓰기 덕분에 지금 자신의 삶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교수가 되어서도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필요성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고루한 훈화 대신 책 읽기와 글쓰기로 삶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공독(共讀), 마음의 경계를 허물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 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독서, 연민과 자기 이해의 여정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 나아가길 독려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는 일임을 책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이 있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는 동안, 정작 자신의 손에 가락지 하나 없었다는 푸념을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 앞에서 풀어놓는 글이다. 그녀의 글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_105

     



    신선하고 단단한 사유, 단정한 문장들

    두려워하면 외로움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

     

    저자가 경험한 일상의 이야기들은 평범한 듯 보여도 그가 이끌어낸 사유는 신선하고 단단하다.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은 때론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외로움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이렇듯 힘을 빼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게 하며 단정하고 깊이 있는 사유로,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혼자 태어나 혼자 죽는 인간에게 외로움은 숙명이다. 내가 누군가를 잊듯 누군가도 나를 잊을 것이기에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동반자라 믿는 사람에게 고독은 힘이 된다. 두려워하면 외로움이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 불안해하면 외로움이지만, 혼자인 시간을 선물로 여기면 고독이다. 외로움은 견디는 것이고 고독은 누리는 것, 기실 외로움과 고독은 다르지 않다. 외로움을 길들여 잃어버린 고독을 찾을 때 삶은 풍요로워지고 은퇴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_57









    책 소개


    P.7 

    사람들과 어울려 글을 쓰는 사람은 없다. 일고일문(一孤一文), 한 번 고독할 때마다 하나의 문장이 나온다. 그 문장을 빚어내고자 내 일상과 마음에 방을 만들고, 그 방에서 고요히 사유를 가다듬는다. 아무리 힘든 날도, 그 방에 들어서면 그곳에 나와 내 안의 나, 두 사람만이 존재하여 마음이 평온하다. ‘내 안의 나는 정신분석학으로 보면 무의식일 수도 있다.


    P.20  

    우리 일상이 비루하고 고단하다. 생존의 욕구는 모멸감 앞에서 우리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매일 아침 자신의 존엄성을 집에 두고 우리는 출근을 서두른다. 그럼에도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 있다. 신호등 앞에 늘어선 버스 안에서 문득 쏟아지는 햇살을 휴대전화로 찍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낼 때, 퇴근길 지하철에서 빌리 홀리데이나 이적의 노래를 이어폰으로 듣다 하릴없이 눈물이 날 때, 김사인과 함민복,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누군가에게 읽어주며 함께 감동할 때, 자기 생각과 정서를 소박하게 글로 표현할 때 삶은 예술이 된다.


    P.25  

    인생은 짧다. 후회는 의무와 도리를 다했고 열심히 살았다는 핑계로 내 삶을 유기한 죄, 그리하여 정작 나를 돌보지 않은 죄에 대한 형벌이다. 낙타로 살아왔음을 깨닫는 순간 내 안의 사자가 깨어나고, 사자의 저항과 파괴를 통해 마침내 자신만의 세계를 찾는 즐거운 어린아이가 된다. 우리 내면에는 누구나 어린아이가 숨어 있다. 낙타의 묵묵한 걸음과 사자의 질주를 거쳐 비로소 사막의 끝에서 내 안의 어린아이를 만나듯, 국밥집에서 만난 어머니를 다시 뵈면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인생이 짧으나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이제 어머니도 하고 싶은 거 하며 사시라고.


    P.29

    인간의 서사 본능즉 이야기를 만드는 본능이 우리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이주말에는 아버지를 뵙고 이야기를 청해야겠다언젠가 아버지의 기억이 아스라이 사라졌을 때나는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돌려드릴 것이다.

     



    작가 소개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문학과 아내라 생각한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책으로, 아내를 만난 후에는 사람으로 세상을 배웠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책과 영화,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울적할 때는 기타를 연주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주로 고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직접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쓰기도 한다. 운 좋게도 글 한 편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 이를 통해 여기저기 글을 드러내게 된 것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텔레비전에서 <다시 책이다>, 라디오에서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소개했다. 동아대 최우수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남은 생도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이국환 지음 국판 변형 | 232쪽 15,000

    978-89-6545-623-0 (03810)

    예술과 철학에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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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9.09.19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배경이 멋져요^^
      이국환 교수님이 저렇게 생기셨군요.
      실물은 처음이라

      • 동글동글봄 2019.09.23 1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책 표지 고민할 때 아이디어를 줬던 블라인드입니다:) 제목의 은박이 반짝반짝 빛나네요.


    산지니시인선 008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서화성 시집







    당신이라는 이름의 기호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치는 시어들


    서화성 시인의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가 산지니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2012년 『아버지를 닮았다』, 2016년 『언제나 타인처럼』에 이어 세 번째 시집이다. 성숙하고 단단해진 시인은 아련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서화성의 시인은 생활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조각들로 시 세계를 꾸린다. 곰탕, 리어카, 바세린 로션, 양말 등 일상에서 빚은 시어들이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친다. 위태롭고 불완전하지만 시는 줄곧 ‘당신’을 향해 있다.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꺼이 시선을 돌린다.

    삶에서 한 번쯤은 일상이 고되고 힘겨울 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짠하고 나타나 주길 바란 적이 있을 것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이 사람들에게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되길 바란다. 당신에게 등대가 되고 백만 송이 장미가 되어, 우울하고 슬픈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져줄 수 있기를 원한다. 시는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낸다.


    길모퉁이와 모서리는 세월이 지나면 부드러워지는 습성이 있다

    어릴 적 유난히 책상 모서리가 싫어 닳도록 비빈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보름달처럼 변해 가는 심장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부엌에 쪼그리고 앉은 당신은 부드러워질 때까지 날을 지새운 적이 있었다

    항상 뒷자리가 편안하다고 앉아 있던 당신은 뼈다귀에서 맛있는 것은 뼈 사이라며 

    부드러워질 때까지 먹은 적이 있었다

    밑바닥부터 걸쭉해지는 것이 당신을 많이 닮아서일까

    몇 시간 지나 푹 잤다는 당신은 벚꽃 눈물을 흘리는 사월,

    뜨거운 김에 눈물을 훔친 적이 있었다

    _「곰탕」 전문



    일상의 순간을 포착, 

    나와 또 다른 당신들을 떠오르게 하는 시


    이번 시집에는 주옥같은 시들이 많다. 시 「바세린 로션」에서는 엄마가 떠오른다. “다시 겨울이 오면 갈라진 틈으로 엄마가 들어온다. 그러면 발뒤꿈치가 아프기 시작하고 마루 귀퉁이에 엄마가 앉아 있다. 엄마가 그리울수록 빨리 트는 이유일까.” 시 「첫,」은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어깨를 나란히 했던 어느 빛바랜 사진에서/ 노을빛 얼굴이 붉어질 때까지 강둑에서 기다리리라/ 고백역을 지나 소망역을 지나 지도에 없는 첫사랑이 되어/ 오고 있을까” 시 「혼자 보는 날씨」에서는 혼자였던 어느 날의 나를 회상하게 한다. “퇴근하고/ 혼자 누워서 천장을 보다가/ 전화기와 혼잣말에 익숙해지겠지/ 그러면 눈이 빠지게/ 수돗물 소리가 반가워질 거야”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시들로, 나와 또 다른 당신들을 떠오르게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제 속의 말을 솔직하게 드러내,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는 행복한 중얼거림


    “서화성의 시는 제 속의 말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실은 불온하고 시는 투명하다. 잃어버린 시의 성채를 찾기 위해 시인은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발휘한다. 아름다운 말의 숲속에 가려진 삶의 얼룩은 시의 화법과 상징을 통해 새로운 시적 그늘로 탈바꿈한다. 이러한 변이 작용의 과정에서 시 세계가 형성된다. 그것은 꿈과 환상의 세계가 되기도 하고 고발과 비명의 몸짓이 응결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오랜 상처와 절망을 치유하는 행복한 중얼거림이 되기도 한다.(정훈 평론가)”


    시인에게 현실 세계는 조금씩 결락되어 있으며 약간 경사진 각도로 위태롭게 놓여 있다. 불완전함과 허전함과 아쉬움과 미련의 의식과 감정이 시인의 시 언어 저변에 흐르지만 “비극적인 세계관”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시인의 시는 현실 세계에서 찾은 절망과 환상이 시인만의 정서로 배합되어 영롱하게 빛난다. 


    책 속으로                                    

    P.13 「슬픔을 가늠하다」


    그러나 당신을 리어카라고 부른다

    당신을 언덕 위의 달동네라고 부른다

    달동네의 허리에서

    당신을 마지막 월급봉투라고 부른다

    당신은 때 묻은 수건

    당신은 세월의 나이테

    두 개의 동전을 굴리며

    손잡은 부부가 되어 달동네를 넘는다

    한쪽은 당신의 얼굴

    한쪽은 당신의 거울

    당신을 두 얼굴의 저녁이라 부른다

    당신을 늦은 저녁의 밥상이라 부른다


    저자 소개                                                                         


    서화성

    경남 고성에서 태어나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아버지를 닮았다』 『언제나 타인처럼』이 있다. 제4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회원이다. 

    kitjoy@hanmail.net


    목차                                                                               



     


    산지니시인선 008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서화성 지음 | 국판 양장본(110×178) | 12,000원 | 

    978-89-6545-622-3 03810

     

    서화성의 시인은 생활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언어의 조각들로 시 세계를 꾸린다. 곰탕, 리어카, 바세린 로션, 양말 등 일상에서 빚은 시어들이 휘청거리는 현실을 떠받친다. 위태롭고 불완전하지만 시는 줄곧 ‘당신’을 향해 있다.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고 당신을 향해 기꺼이 시선을 돌린다.



     

     

    당신은 지니라고 부른다 - 10점
    서화성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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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린쿠유                                          



    마음속 깊고 어두운 지하도시를 헤쳐 나가는 
    어른들의 성장소설

    비정규직 인생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펴낸 안지숙 작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로 다시 한 번 독자를 끌어들인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현수는 아버지 소유의 공동작업실에서 청소나 형광등 가는 일을 하면서 용돈을 받아 쓴다. 아버지 그늘에 편안하게 먹고사는 태평스러운 젊은이로 보이지만 속까지 무사태평한 건 아니다. 현수에게는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는 어릴 적 상처가 있지만 누구도 현수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현수조차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현수는 폭식을 일삼으면서 무기력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렇게 아무런 야망 없이, 무탈하게, 무해한 존재로 살아가던 현수에게 최근 수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현수는 자신의 삶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간다. 매사 무기력하기만 했던 현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픈 사연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현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현수의 이야기가 되고 동시에 세라의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고통을 치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수는 갑자기 나타난 세라에게서
    수상한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각자 작업을 하는 공동 작업실에서 관리자를 자임하며 세월을 보내는 현수에게 의문의 여자, 세라가 나타난다. 세라는 아버지의 지인으로, 현수에게 ‘아는 고모’를 자처하며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이번 선거에서 양명시 시장 예비후보로 나온 송찬우의 뒤를 캐서 인터넷상에 올려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송찬우를 해작질하는 수고비로 차 한 대를 주겠다고 한다. 

    현수는 느닷없이 나타난 세라의 아르바이트 제안이 수상하지만 단번에 아르바이트 제안을 거절할 수 없다. 꺼림칙하지만 현수는 세라의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들인다. 

    소설은 현수라는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빠르게 사건을 전개한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로 인해 지루할 새 없이 소설에 몰입하게 한다. 작가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붙잡고서 소설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꼬불꼬불한 지하도시를 들여다보다
    현수와 현수를 둘러싼 어른들의 성장스토리

    데린쿠유는 터키에 있는 거대한 지하도시다. 현수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하나의 지하도시를 숨기고 산다. 마음속 지하도시는 숨기고 싶고, 숨고 싶은 시간이 심연처럼 혹은 미로처럼 얽혀 있는 데린쿠유와도 같은 곳이다. 

    세라의 말처럼 “우물보다 무한정 깊고 무한정 더 큰 지하도시. 그런 곳에 틀어박히면 모종의 어떤 위협에서도 무한정 멀어질 것”이다.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 그곳에 갇혔으나 결국은 세상 밖으로 나온다. 마음의 상처와 숨기고 싶은 기억을 고통스럽지만 끄집어내는 것이다. 소설은 독자에게 각자 마음속 깊은 우물을 들여다보길 권하며 일단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한다.


     첫문장

    현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머리를 헝클었다.


     책속으로 밑줄긋기

    p.7 현수는 사소한 일에도 금방 피곤해졌다. 뚱뚱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런 경향이 있다. 같은 일을 해도 표면적이 넓어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기 때문일 것이다. 에너지가 딸리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마련이다. 언젠가 위키에도 그렇게 작성해 넣었다. 현수가 작성한 위키의 글을 읽고 누군가 편견이라고 여겼다면 비웃거나 수정을 했을 것이다.

    p.12 다솜은 단단해 보이는 이로 닭다리를 뜯으며 말했다. 앞니 두 개가 유난히 큰 다솜의 작은 얼굴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성깔 있는 토끼를 연상시켰다. 반반치킨 하나를 너끈히 먹어치울 수 있는 현수는 땅콩과 아몬드만 얌전히 씹었다. 회비 없는 회식을 이뤄낸 ‘능력자 다솜’을 칭송하는 사람들과 달리 현수는 놀라지 않았다. 남들 몰래 수줍어하며 다솜을 눈여겨봤기 때문에 공용회비가 어떻게 절약되는지 알고 있었다.

    p.129 현수의 잡념 속으로 데린쿠유가 비집고 들어왔다. 우물보다 무한정 깊고 무한정 더 큰 지하도시. 그런 곳에 틀어박히면 모종의 어떤 위협에서도 무한정 멀어질 것이다. 세상은 현수를 잊을 것이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관심도 결국 끊길 것이다. 공상 속으로 달아나면서 현수는 눈앞에 걸려 흔들거리는 경고장을 지워버리고 있었다.

    p.130 그것은 미로였다. 아니, 통로였다. 깊은 우물처럼 지하로 들어간 공간들을 이어주는 통로. 그 통로의 중심은 지하로 들어가는 관문 아래 수직으로 깊은 곳에 있을 거였다.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순간이동을 하고 싶었다. 터키에 있는 현실의 데린쿠유로 직접 갈 수도 있다는 생각 같은 건 현수의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저자 소개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문화기획사에서 일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고, 실제 생존자와 사망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록 『1995년 서울, 삼풍』을 공저했다.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온 애환을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쓸 예정이다. 현재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데린쿠유

    안지숙 장편소설 

    안지숙 지음 국판 변형 | 264쪽 15,000

    978-89-6545-606-3 03810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데린쿠유 - 10점
    안지숙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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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부터최영철 산문집

       

       나는 정말에게 빚지고 있다

       내게 온 모든 절망들에게 감사한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를 말하다


    최영철 시인의 ‘시를 위한 산문집’.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하며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인은 쓸모 있음과 유용함만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쓸모없음을 설파하며 무용을 거머쥔 시, 그 시의 자리를 묻는다. 그리고 지금껏 밥벌이와 생의 원동력이었던 시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시인만의 시론을 펼친다


    시인은 시의 재료를 고통과 절망, 실패에서 찾았다고 한다. 일상에 상처받고 일상에 배신당하고 일상에 걷어차여야 시를 쓸 수 있었다. 고통과 절망을 자신에게 찾아온 귀한 손님으로 여기며 관리하는 게 시인의 책무라 여겼다. 『시로부터』는 시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시인의 의무를 고심하면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시가 가진 희망을 나누어준다.



    애써 쓰려고 하지 않았으나 내 안의 다른 무엇이 

    써버리고 말았던 것.


    써놓은 것이라도 얼른 감추고 폐기처분해야 했으나

    그만 깜빡 잊고 발설해버린 것.


    종이를 낭비하고 지면을 어지럽히고 독자의 시간과 감정을

    빼앗은 것.


    쓸모없는 짓거리였으나 그럴수록 더욱 쓸모있는 것이라

    자위하며 의미를 달아준 것.

    _머리글 「시를 위한 변명」 중에서





    고통을 요리하는 시인, 절망에서 희망이 되는 시. 

    혼란한 이 시대에 시인은 무엇을 말해야 할까.


    무엇이 시인다움일까? 시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해서 단번에 시인이 될 수 없다. 

    시인이 되었다고 해서 계속해서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보장도 없다. 열혈하지 않으면 시인이 될 수 없다. 


    최영철 시인은 1985년 겨울 아침, <한국일보> 하단에 적힌 ‘신춘문예 내일 마감’이라는 광고를 보게 된다. 10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신문사에 투고해 두어 번 최종심이 올랐지만 본인의 재능은 거기까지라고 단정했다. 시인은 그 광고를 보고 “그만 적당히 주저앉고 싶었던 나를 향해 날아든 느닷없는 돌팔매질”이었다고 회고한다. 단칸방에 아내와 아이들이 자고 있고 나이는 어느덧 서른을 넘기고 있었고 변변한 직업이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가난하고 고단한 시간이었고 시인은 자신에게 닥쳐온 절망으로 시를 썼다. 이제 시 쓰기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투고한 그해 크리스마스 때쯤 신춘문예 당선 소식을 듣게 된다. 


    “그대들이 힘 빠져 비척거릴 때 / 낡고 녹슬어 부질없을 때 / 우리의 건장한 팔뚝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 누가 달려와 쓰다듬을 것인가 / 상심한 가슴 잠시라도 두드리고 / 절단하고 헤쳐 놓지 않으면 / 누가 나아와 부단한 오늘을 일으켜 세울 것인가.”_「연장론」


    이후 시인은 문명의 이기심과 자본주의에 중독된 세상을 비판하고 주변부와 생명을 보듬는 시인으로, 진솔하고 해악을 담긴 시로 독자에게 다가갔다. 2015년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민들의 투표로 부산 대표도서를 선정하는 ‘원북’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고 이례적으로 시집이라는 점에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그동안 시에 대한 글을 묶은 걸로 시의 투명함을 전한다.






    시의 사부, 시의 무늬, 시인 산책


    시에 대해서만 이렇게 많은 말과 수식어를 쏟아 붓다니. 책을 읽으며 흠뻑 시에 빠져보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과욕을 부리며 지나치게 조급하게 살아온 건 아닌지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며 더 많은 사람들이 시를 향유했으면 한다.


    1부와 2부는 시의 재료인 고통과 절망에 대해 말하며 이를 요리하는 시인에 대해 말한다. 과잉과 포만을 경계하며 도시 문명의 피로와 시의 유용함과 무용함,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을 말한다. 마지막 3부 시인 산책은 유치환, 백석 등 시인을 찾아 떠난 문학기행을 담았다.


    [상세 이미지]



    <책 속으로>


    P.36 아무 소용이 없는 시. “이런 걸 쓰면 밥이 나오냐 뭐가 나오냐고 타박받는 지경이야말로 나를 힘나게 한다. 이것이 운명이라면 다른 하고 싶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다른 무엇으로도 내 삶을 변명할 방도가 없었던 게 운명이었을 것이다.

     

    P.38 시인은 언어를 빚는 재능을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는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태어난다. 철따라 반복되는 사소한 자연의 움직임도 시인에게는 크나큰 희열이거나 절망일 수 있다.

     

    P.41 고통의 경험은 불청객처럼 느닷없이 찾아온다. 대부분 그것을 피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어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지만, 시인은 그것을 아주 귀하게 오신 손님처럼 붙들고 더 강한 고통을 내놓으라고 주문한다.

     

    P.48 시는 고통을 관리하는 양식이다. 느닷없이 찾아온, 또한 오랫동안 동행한 고통의 등을 토닥이며 새로운 길 하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고통을 추궁하고, 고통에 힘을 실어주고, 고통을 발가벗기고, 고통에 그럴듯한 옷 한 벌을 입혀주는 일이다.



    최영철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돌돌』 『금정산을 보냈다』 『찔러본다』 『호루라기』 『그림자 호수』 『일광욕하는 가구』 외. 육필시선집 『엉겅퀴』, 성장소설 『어중씨 이야기』,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백석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최계락문학상 등 수상.







    시로부터


    최영철 지음 | 판 14,000

    9788965455974 03810


    산문집 『시로부터』는 30년 넘는 세월을 왕성하게 활동해온 시인이 시의 대변자가 되어 시와 시인에 대해, 시 쓰기에 대해, 시 과잉과 시 핍박에 대해, 시를 안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책이다. 







     



                                                  시로부터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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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디자이너 2019.05.06 1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약돌과 책. 잘 어울리네요.^^

    2. 날개 2019.05.07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개된 문구만 읽어도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오네요.. 시인의 이야기 궁금합니다.

      • 동글동글봄 2019.05.07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요. 시인의 등단 이야기는 언제나 뜨거운 것 같아요.

     

     

     

     

     

     

     

     

     

     

    청말 상하이를 휩쓴 중국 최초의 창작 연재소설

    해상화열전국내 완역 출간

     

    해상화열전은 한마디로 이전의 소설과 다르다.

    광서 말에서 선통 초까지 상하이에서는 이러한 기루 소설이 많이 나왔으나 해상화열전과 같이 평담하면서 사실적인 작품은 없었다.

    - 루쉰(魯迅)

     

     

    19세기 말 중국의 상하이 조계지 화류계를 다룬 중국 최초의 창작 연재소설이자 만(晩淸)시기의 대표 작가 한방경이 남긴 마지막 소설 해상화열전이 드디어 국내 최초 완역 출간되었다. 1892년 상하이에서 발행된 중국 최초 문예잡지 해상기서에 연재된 이 소설은 당시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중국 소설사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문체와 전개 방식, 내용적 측면에서 현대성을 선취한 독보적인 작품으로 중요하게 언급되었다. 화류계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중국 고전문학의 정수로 널리 알려진 홍루몽과 유사한 작품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해상화열전에 이르러 홍루몽이라는 전통은 마감되고 기루소설은 중대한 전환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대문호 루쉰의 평을 주목한다면 이 소설의 진가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해상화열전은 작품 내부의 완결성으로 인해 문학적 글쓰기의 독창성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말 상하이 조계지 화류계의 부침을 사실적으로 다룸으로써 상하이라는 공간을 중국 소설사에 적극적으로 편입시킨 선구성을 담보한 작품이기도 하다. 번역은 부산대 중어중문학과에서 본 작품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관련 작가론 및 작품론을 두루 제출한 김영옥 선생이 맡았다. 총 두 권으로 분권 출간되는 국내 번역본에는 1894년 석인초간 영인본으로 간행될 당시 삽입되었던 삽화와 더불어 작품의 재미와 이해를 더해줄 작가 한방경의 서문과 후기 또한 빼놓지 않고 수록하였다.

     

     

     

     

     

     

     

     

     

     

     

     

    루쉰, 후스에서 장아이링까지

    중국의 문호가 극찬한 작가 한방경이 다시 쓰는 중국 소설사

     

    평담하면서 사실적인 작품”(루쉰), “소주(蘇州) 방언문학의 걸작”(후스), “갑자기 끝을 맺는 결말의 백미”(장아이링) 등 당대는 물론 이후 해상화열전을 접한 중국의 문호들은 이 소설의 등장에 주목하고 문학성에 대해 평하며 작품이 주는 감흥의 연원을 다양한 시각에서 평해왔다. 그러나 19세기 말에 창작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극찬 받는 이 소설이 현대 일반 독자에게 널리 알려지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현지에서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작품의 출간 및 유통이 제한되는 부침을 겪기도 하다가 1981년 장아이링의 표준어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일반 독자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작품의 현대성이 증명되기 시작했다. 한편 일본에서는 중국 고전문학자 오오타 타츠오에 의해 1969년 헤이본샤 중국대표 고전 목록에 포함되었고 서양권에서는 장아이링의 영역본을 저본으로 삼아 2005년 컬럼비아대학 출판사에서 The Sing-Song Girls of Shanghai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작품의 명성이 검증되었다.

     

    올해 한국어 번역본 출간을 계기로 이제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해상화열전을 만날 준비가 되었다. 문학작품, 특히 고전을 읽는 계기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롭고 낯선 이 소설을 처음 만나게 될 국내 독자들에게는 작가 한방경의 삶과 글쓰기 자세에 주목해보는 것이 좋은 통로가 될 수 있다. 일찍이 글쓰기에 재능을 보여 수재(秀才)로 이름났던 한방경은 여러 필명으로 글을 쓰며 뚜렷한 작가적 자의식을 내비쳤다. 신보(申報) 편집 주간을 지내며 시사(詩詞)를 비롯한 산문, 논설, 희곡, 평론 등 다양한 글을 썼으며 한때 막료 생활을 하기도 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던 그의 글쓰기는 향시에서 요하는 공식 문체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었고 정식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채 평생 글쓰기를 통해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의식을 모색하게 된다. 경계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1892년경 절정을 이루어 상하이에서 직접 중국 최초 문예잡지해상기서를 간행하고 작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화야련농(花也憐儂)’이라는 인물을 서술자로 내세워 작품화하기에 이른다. 해상화열전은 바로 그가 글쓰기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새로움과 자유가 집약된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감정의 발견으로 재탄생한 19세기 말 상하이 화류계,

    소설의 미시사로 펼쳐지는 중국의 격동기

     

    어떤 객이 화야련농(花也憐儂)이 살고 있는 방으로 와서 64회 이후의 원고를 찾았다. 화야련농은 웃으며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원고는 여기에 있소.”

    객은 그 대략적인 내용을 청했다. 화야련농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저의 책에서 얻은 게 있습니까 없습니까? 저의 책은 64회로 모두 갖춰져 있고 끝이 있는데, 또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한방경의후기중에서

     

    해상화열전은 총 64회로 이루어진 장회소설로 상하이 조계지 화류계를 배경으로 다양한 계층을 형성했던 기녀들의 일상을 미시적으로 펼쳐낸다. 소설은 유일한 주인공의 전기를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전통적 서사를 거부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30여 명의 기녀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각자의 일상을 사건으로 만드는 파편적 이야기의 다발로 구성된다. 작가 한방경은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서술자 대신 마치 카메라의 시선이 된 듯 기녀들이 다양한 신분의 표객, 기생어미, 하인과 관계를 맺고 일상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마치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당시 상하이의 생활사를 구축하기라도 하려는 듯 도시로 급부상하기 시작한 상하이 조계지의 장소 기루, 찻집, 아편관, 공원, 매음굴 와 거리를 스냅사진처럼 묘사한다.

     

    한편 해상화열전을 여러 번 탐독하며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이 소설을 널리 알리는 데 공들였던 현대 중국문학의 대표 기수 장아이링이 강조했던 것처럼 갑자기 끝을 맺는 결말에 주목하는 것은 해상화열전이 보여주는 도시 상하이의 생활사만큼이나 이 소설을 읽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대단원의 결말 없이 저마다의 독특한 사연을 간직한 기녀들의 굴곡진 삶을 펼쳐내는 소설의 결말이 다다르는 곳은 여전히 기루에서 흘러나오는 그녀들의 노래이고 표객들이 드는 화권과 술잔이며 아편관을 가득 채우는 흰 연기이다. 문체와 형식상의 변화와 실험을 통해 중국 소설사의 한 획을 그은 해상화열전을 읽는 것은 마차를 타고 거리를 활보하며 기루를 드나드는 인물의 행동과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행간에 머무는 감정의 흐름을 통해 19세기 말 중국 격동기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6      이 책은 타일러 깨우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치밀하게 묘사한 곳은 마치 그 사람을 보는 듯하고, 그 소리를 듣는 듯하다. 독자들은 그 말을 깊이 음미하며 풍월장 속을 들여다보면서도 싫어서 회피하거나 혐오할 틈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인명과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결코 특정인이나 사건을 가리키는 바는 없다. 어떤 사람은 어떤 사람을 숨긴 것이고, 어떤 사건은 어떤 사건을 숨긴 것이라고 망언을 하면 독서를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이야기하기 부족하다 할 것이다.

    ()중에서

     

    P.15     이 장편 소설은 화야련농(花也憐儂)이 지었고, 제목은 해상화열전입니다. 상해가 개항한 후 남쪽 홍등가는 날로 번창해갔고 그곳에 빠져 지내는 젊은 화류객들도 늘어났습니다. 그들은 부모형제의 만류도 외면하고 스승과 친구의 충고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 얼마나 우매하고 무지한지요. 이는 그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탓이겠지요. 그곳에서는 서로 추파를 던지며 유혹을 하는 등 온갖 애정 행각이 벌어지지요. 본인들이야 그 재미에 흠뻑 빠져 있겠지만, 그 모습들을 묘사하면 금방이라도 토할 듯 역겨울 따름입니다. 그런데도 그들 중에 어느 누구도 정신을 차려 그곳을 완전히 잊고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야련농은 보살심으로 장광설을 발휘하여 그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였습니다. 유사한 사건을 연결하여 엮되 때로 과장되게 꾸미기도 하여 생생함을 더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음란하거나 외설적인 글 한 자 없으며, 전체를 보면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독자들이 이들의 행적을 좇아 낱낱이 살피고 그 의미를 깨치게 되면, 이들이 앞에선 서시(西施)보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뒤에선 야차(夜叉)보다 악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지금이야 조강지처보다 살갑고 다정하게 대하지만 지나고 나면 전갈보다 표독스럽게 변하리라는 것을 점치게 될 것입니다. 이 또한 잠에서 깨어나려는 순간, 새벽종 소리를 듣고 문득 인생의 깊은 이치를 성찰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화야련농이 해상화열전을 지은 이유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 글을 쓴 화야련농이 어떤 사람인지 아시는 지요? 화야련농은 원래 괴안국 북쪽에 있는 흑첨향의 주인 지리씨로, 일찍이 천록대부를 지냈지요. ()나라 때 예천군공에 봉해져 중향국의 온유향으로 들어와 살게 되면서 화야련농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화야련농은 원래 흑첨향의 주인이었던지라, 매일 꿈을 꾸며 지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꿈을 꿈이라고 믿지 않고 현실이라 여겨 이 꿈들을 책으로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는 이렇듯 꿈속 세계를 한 권의 책으로 다 엮고 난 후에야 그 책 속의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그곳에서 꿈만 꾸지 말고 이 책을 한번 읽어 보는 게 어떠실런지요.

    01 조박재는 함과가의 외삼촌을 방문하고,

    홍선경은 취수당의 중매를 서다

    趙樸齋鹹瓜街訪舅 洪善卿聚秀堂做媒부분

     

     

     

     

     

     

     

     

     

     

     

    저자 소개

     

     

    지은이 한방경(韓邦慶, 1856~1894)

    송강부 누현(松江府 婁縣, 지금의 상하이)에서 출생하였으며, 부친 한종문(韓宗文, 1819?)이 형부주사(刑部主事) 직책을 맡게 되어 유년 시절을 베이징에서 보냈다. 1876년 전후 고향 누현으로 돌아와 수재(秀才)가 되었으나, 이후 1885년 난징 향시에 낙방하였다. 1887년부터 1890년까지 신보에서 편집자 및 논설 기고자로 생활하였다. 1891년 베이징 향시에 낙방한 후 다시 상하이로 돌아와 18922월에 중국 최초 문예 잡지 해상기서를 간행하여 해상화열전을 연재하였다. 1894년 초봄 64회 석인본 해상화열전을 출판한 후 오래지 않아 병을 얻어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김영옥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해상화열전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인제대, 동의대, 동아대학교 등에서 시간강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조교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 영화 <해상화>와 소설 해상화열전의 서사구조 비교, 한방경 단편소설의 근대적 불교서사 탐색-환희불을 중심으로등이 있다.

     

     

     

     

    목차

     

     

     

     

     

     

     

     

     

     

    해상화열전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해상화>입니다.

    양조위가 출연했고, 9분 동안 원테이크로 촬영된 첫 장면이 특징입니다.

    영화 속 대부분의 공간은 어둑하며 폐쇄적입니다. 실외에서 촬영한 장면이 없습니다. 촬영기법이나 시대 배경이 주는 오묘한 분위기 때문인지 마니아층이 두터운 영화입니다.

     

     

    출처 바로가기

     

    해상화 (海上花: Flowers Of Shanghai, 1998)

     

    감독: 허우 샤오시엔

    출연: 양조위, 방선, 하다 미치코, 고첩, 유가령, 반적화, 이가흔, 위조혜

    줄거리:

    19세기 말 상하이의 한 유곽, 외교 관리인 왕은 유곽의 매춘부인 소홍의 단골이다. 왕은 다른 유곽의 매춘부인 혜정과 밤을 보냈다는 이유로 소홍에게 면박을 당한다. 왕은 소홍의 빚을 탕감해주고 그녀를 첩으로 맞기를 원하지만 소홍의 불분명한 태도 때문에 갈피를 잡지 못한다. 늙은 남자 홍과 짝을 이룬 쌍주는 아량이 넓은 성격으로 사람들간의 갈등을 중재한다. 루의 후원을 받고 있는 쌍취는 똑똑하고 직선적이다. 왕은 소홍의 방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북경 오페라 배우를 발견하고 질투에 휩싸여 방의 집기를 부순 뒤, 소홍을 버리고 혜정을 첩으로 맞아 광동으로 전근을 간다. 그 사이 쌍취는 빚을 갚고 자유를 얻었으며, 신참내기 쌍옥은 젊은 청년 주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와 결혼하지 못할 것을 알고 동반자살을 기도한다. 절망에 빠진 주는 소홍의 방에서 아편을 피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