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문학'에 해당되는 글 161건

  1. 2021.08.06 뭍에서 보면 섬은 찢어진 깃발이다 ― <모두가 섬이다> 책 소개
  2. 2021.07.21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 『뿌리』:: 책 소개
  3. 2021.07.08 대중의 클래식화를 꿈꾼다!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책소개
  4. 2021.07.08 다니자키 준이치로, 읽는 희곡을 꿈꾸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5. 2021.06.16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책소개
  6. 2021.06.07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책 소개
  7. 2021.05.26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 <쪽배> 책소개
  8. 2021.05.12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 『혜수, 해수』1 영혼 포식자 📚신간소개
  9. 2021.03.11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선생님의 보글보글』(신간소개)
  10. 2021.03.05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신간소개)
  11. 2021.02.03 김창호 시집_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책소개)
  12. 2021.01.07 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 책 소개
  13. 2020.12.17 문선희 소설집_『바람, 바람, 코로나19』(책소개)
  14. 2020.11.27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박향 에세이 :: 책 소개 (4)
  15. 2020.11.23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_책소개
  16. 2020.11.09 산지니시인선005-강남옥 시집『그냥 가라 했다』(책소개)
  17. 2020.10.30 삶의 중반에 서서 펼치는 감정의 파노라마_『봄밤을 거슬러』정미형 소설집(책소개)
  18. 2020.07.09 황경란 소설집 『사람들』(책소개) (1)
  19. 2020.06.23 박정선 비평집_『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20. 2020.06.08 정형남 장편소설 _『맥박』 책소개
  21. 2020.04.22 운명처럼 들어선 이 길에서 지난 날을 돌아보다_ 에세이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책소개 (2)
  22. 2020.04.07 그곳이 지옥이더라도 만세를 부르리라 _『지옥 만세』
  23. 2020.03.30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 그리고 울분_ 시집 『심폐소생술』 책소개 (5)
  24. 2019.12.30 나와 당신의 메워지지 않는 『실금 하나』_정정화 지음 (2)
  25. 2019.12.30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도서관 노동 현장을 이야기하다(책소개)

<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시집

 

▶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다”

세상과 사람, 삶에 대한 사랑의 시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위에 자신이 체험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진실을 진실하게 수놓고, 또 그 허무와 슬픔을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관조하는 시선으로 섞어 짜서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엮어 냈다.”_이몽희 문학평론가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 한 장의 종이 같은 양면적인 삶,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

 

세상의 머리 꼭대기에서 물을 본다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본다
하필이면 눈물겨운 진달래꽃도 피고
벚꽃 하늘하늘 떨어지는 산정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의 눈망울을 본다
오늘따라 바람도 갈래갈래 흩어지고
골짜기마다 물길이 졸아드는 산 줄기줄기
세상의 발가락 끝에서는 복사꽃이 피는데
아직 조바심 낼 때 아니다 혼잣말하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치미는 울분을 본다
눈물 그렁그렁 고인 산정호수를 바라본다

―「산정호수」 전문
“손바닥을 뒤집으면 손등이듯이 삶도 종이 한 장의 양면처럼 빛과 어둠으로 뒤집어진다. 현실과 삶의 밝은 면을 예찬했던 이 시인은 그 빛의 뒷면에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와 고독과 비애를 들추어낸다. 시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삶의 엄연한 실상이기 때문이다.”_이몽희 문학 평론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화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렁그렁 고인 눈물로 비유된다. 분노와 고독과 비애가 담겨 있는 호수를 포착하는 시인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두운 비극의 한 장면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시인은 그 비극에서 눈 돌리거나 피하지 않는다. 바라보기만 할지언정 도망가거나 외면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세상을 향한 자세가 드러난다.

 

 

▶ 우리의 섬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존재와 부재의 윤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고 있는가

뭍에서 보면 섬은 찢어진 깃발이다
섬에서 바라보는 뭍은 언제나
그리운 강물이다

이 막막한 세상에서
누군들 섬이 아니랴

애써 다리를 놓기 전에는

―「모두가 섬이다」 전문

 

표제작 「모두가 섬이다」에는 섬으로 비유된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외롭고 막막한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섬이다. 하지만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다면 우리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비정한 단절과 고립의 시대에 시인이 가지는 희망과 따뜻한 시선이 무심히 던진 듯한 마지막 시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 저자소개

한경동

경남 고성 출생, 아호: 성산(成山)

부산사범 졸업, 부산대교육대학원 수료 교육학 석사

, , 고 교사를 거쳐 고등학교 교감, 부산교육청 장학사, 장학관, 중등교육과장, 내성고 교장 역임. 동래고 교장으로 정년퇴임(2005. 8.)

40여 년간 보통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 부산교육상 수상

<현대문학> 지상백일장(시조, 1985), <경남문학> 작품공모 시 부문(1990), <시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1995) 등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과일의 꿈, 비둘기는 야생의 숲이 그립다, 빛나는 상형문자, 누운 섬, 목간을 읽다, 모두가 섬이다등 상재, 그 밖에 5인 공시집 오후 다섯 시의 풍경출간

한국문협, 현대시협, 시문학시인회, 부산문협, 부산시협, 불교문협 등 회원

 

 

🏴 책속으로


시란 생각보다 무서운 중병이다

치매보다 고약한 실어증을 동반한다

걸리면 죽는, 슬프고 치명적인 맹독이다

―「시를 위한 변명부분

 

고달픈 물음표 인생 콩나물국으로 다스리세

뒤섞이고 한데 얼려 오래 두고 삭히려고

나 지금 발효 중이다 아랫목에서 괴고 있다

―「농주農酒의 변부분

 

마을버스도 숨차게 기어오르는

산동네 오르막길

가는귀먹은 할머니 방문 열고, 누고?

가을바람 한 줄기만

마른 걸레를 훔치며 지나간다

―「산복도로전문

 

🏴 차례

 

더보기

시인의 말

 

1부 넌지시 웃고 있다

진달래꽃 | 3월은 | 내가 나에게 | 와룡매의 봄 | 모두가 섬이다 | 모란의 기억 | 목련의 봄날 | 엉겅퀴꽃 | 동백꽃 연정 | 수국水菊 이야기 | 뻐꾸기 소리 | 아라홍련 | 카탈레나 3 | 환절기 2 | 빈방

 

2부 나는 지금 발효 중이다

기월리별곡 | 풍경 혹은 범종소리 | 쓸모를 위한 데생 | 공중전화 부스 | 바둑 심서心書 | 농주農酒의 변 | 만파식적萬波息笛을 그리다 | 세한도歲寒圖 | 묵은지를 위하여 | 사향시편思鄕詩篇 | 봄비 | 딸 마중 | 소금 | 아버지의 돌 | 산복도로 | 보름달

 

3부 간절곶에서 소식 보낸다

금샘<金井> | 추억 사냥 1 | 추억 사냥 2-그때 덕선리 | 붕어빵 이야기 | 휘파람소리-치과병원에서 | 다시 간절곶에서 | 그리운 친구여-어느 해의 송년사 | 달맞이언덕 | 열목어-答安着湖西島潭書 | 만년필 추억 | 이별 앞에서-친구를 보내며 | 소멸에 대하여-친구 그리며 | 배롱나무 아래 깃들다 | 인봉仁峰을 바라보며-강병령 박사 지명을 축하함 | 가을 너른지 | 저승꽃

 

4부 영원한 단순화법

무제 | 무인도 | 바위 | 차를 마시며 | 불혹不惑 또는 물혹勿惑-어느 기러기아빠의 고백 | 허무한 부탁 | 태화공원에서 | 7월의 바람 | 실크로드를 꿈꾸며 | 낙엽귀근落葉歸根-화명수목원에서 | 산정호수 | 상현달 | 패러디는 슬프다-삶과 그리움 | 뿔 없는 소-교육개혁 | 좁쌀꽃-생명의 힘 |

 

5부 당신이 따라 웃는 날

코로나 블루 | 시를 위한 변명 | 바람의 주소 | 맨드라미처럼 | 삐딱한 피에타 | 아킬레스건| 물소리경을 읽다 | 옥수수 회심곡 | 아내에게 | 명선도 | 분수 | 비밀 | 제비를 그리며 | 천안함의 바다 | 오래된 구두 | 사랑은 고통의 공회전이다 |

 

6부 존재의 고마움

가설과 진실 | 가시고기의 꿈 | 밥을 먹으면서 | 들리는 소리 | 석탑 | 오시게시장 2 | | 앞과 뒤 | 가을 풍경 | 입이 쓰다 | 그냥 | 출구 | 모퉁이 | 비단길 | 허물벗기 | |

 

해설: 사랑과 향수鄕愁, 현실과 회귀回歸4중주重奏_이몽희

 

 

『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 174쪽 | 140*210 | 978-89-6545-729-9 03810

12,000원 | 2021 7 12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알라딘: 모두가 섬이다 (aladin.co.kr)

 

모두가 섬이다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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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에바 틴드 장편소설

 

 

▶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집을 나가서 독립하려고 결심했어요.”

허공을 떠도는 그녀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카이는 열여덟 살이 된 딸 수이의 독립을 지켜봐야만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떠난 미리암은 두 번째 남편의 사고사 이후 깊은 상실감을 겪는다. 이들은 삶의 어느 순간 찾아온 상실의 순간에 각자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스웨덴의 깊은 숲,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여행을 시작한다.

 

 

▶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별과 여행을 거듭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세계적인 아티스트 미리암은 카이와의 만남으로 수이를 낳게 되었지만 성공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엄마의 역할을 포기한다. 미리암이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었던 카이는 건축설계사 일을 하며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수이를 키운다. 아버지 손에서 자란 수이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집을 떠나 독립하기로 결심한다.

 수이가 독립하면서 카이는 평온했던 삶의 위기를 맞는다. 어렸을 때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그는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고, 타인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마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오로빌로 떠난다.

 그 즈음에 수이는 7살 때 헤어진 엄마 미리암의 갑작스런 초대를 받는다. 미리암은 두 번재 남편 히로키의 죽음 이후 세상을 등지고 스웨덴의 황량하고 외딴 숲, 달라르나에 홀로 살면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거대한 원시적 숲속 공간을 만들던 미리암은 그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뿌리를 만나게 된다.

 미리암과의 우울한 만남 이후 수이는 한국인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에 도착한 수이는 해녀들로 이루어진 작은 모계사회, 마라도에 발을 디딘다. 마라도에서 해녀인 미옥 할머니를 만나 끝없는 자유를 느낀 수이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린다.

 

▶ 용기를 내어 내면의 고요함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발걸음

 

 소설의 원제목인 ‘Ophav’는 근원, 혈연, 기원 등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삶의 근원적 장소, 또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린다. 에바 틴드가 말하고자 하는 고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뿌리를 말하는 대안적 형태의 개념이다. 그 고향은 자연이 될 수도, 자신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미지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 에바 틴드, 당신의 기원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를 질문하다.

 

 

 에바 틴드는 19741,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마산 출신이며, 아버지의 고향은 신의주이다. 아버지의 가족은 1946, 신의주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이렇다 할 집안 배경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항상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아버지는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고, 성공을 이뤘다. 그는 부산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키가 매우 크고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던 어머니와 사회적 성공을 거둔 아버지의 결혼은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세 명의 자식을 낳았다. 에바 틴드는 그중 막내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러나 에바 틴드가 만 한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내연녀 때문에 가정을 버린다. 여자의 몸으로 세 명의 자식을 건사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막내딸을 덴마크로 입양 보냈다. 그녀가 덴마크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 반 년 후, 부모님은 재결합을 했지만 이미 한국의 가정에는 에바의 자리가 없었고 돌아갈 수 없었다.

 20여 년이 흐른 후, 그녀는 한국의 부모님과 가족을 다시 만난다. 자신의 정체성처럼 둘로 나누어진 모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한국 이름은 이미 잃어버린 후였다. 그녀의 혈통적 근원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에바 틴드는 우리의 기원이 무엇으로 형성되며 어디에서 오는지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그녀의 질문이 작품 속 스토리텔링을 통해 펼쳐진다.

 

 

첫 문장

우윳빛처럼 하얀 빗방울이 안개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책 속으로

p. 13 수이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일은 물론, 주변의 모든 일을 매일 수첩에 기록했다. 손수 만든 옷과 헐렁하고 이상한 바지를 입은 그녀는 마치 고대 신화에 나오는 님프처럼 보이기도 했다. 갸름한 얼굴과 긴 갈색 머리, 아몬드를 닮은 두 눈. 그녀의 두 눈에서는 항상 생기와 배려심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텅 빈 집에서 술로 외로움을 달랠 내 모습이 떠올라 두려움에 휩싸였다. 혼란스러웠다. 난생처음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의 그 느낌과 기분은 반복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자식이 품을 떠날 때의 느낌은 세상의 빛이 사라지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수이의 첫니가 빠졌을 때, 그것은 너무나 작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 그리고 지금: 내 딸이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내 삶은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을 멈추고 그녀를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 치더라도 다음 순간 나는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절망감에 손을 깨물거나, 부엌문에 망치질을 하다 부어오르는 손가락을 보며 끝내는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높은 하늘 위로 돌멩이를 던지고 눈을 감는 심정이었다. 그 돌멩이가 아이의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돌멩이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다가, 손으로 쓴 듯한 이곳에서 쇼가 시작됨이라는 조악한 표지판을 스쳤다. 새로운 삶. 그녀의 앞에는 뒤에 남기고 간 삶보다 더 큰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23-24 나는 홀로 딸을 키우는 남자로 지내며 항상 나 자신을 여행자로 생각해왔다.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내 속에는 방랑자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중동 지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대학에서 건축학 공부를 마치면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수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나는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오랜 친구 핀과 함께 설립한 건축 회사는 번창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건축 일에서는 손을 떼고 의뢰가 들어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만 할 뿐이다. 나는 알 수 없는 동경과 그리움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옌센은 내게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은 자주 그 실체와는 달리 더 흥미롭게 여겨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보금자리를 만들고 딸을 키우는 데 삶을 헌신했다. 이제 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44세의 중년 남자가 되었고,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겨우 삶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 남은 삶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직도 내겐 방랑자의 기질이 남아 있을까? 아니, 내 삶은 이미 얼어붙은 폭포수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문득 내가 활짝 열린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9 그 작품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로디니아입니다. 10억 년 전 존재했던 초대륙의 이름을 딴 것이지요. ‘로디니아는 러시아어로 조국이라는 뜻입니다. ‘로디트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탄생하다또는 출산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단어로는 어딘가에 속하다또는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의 로드노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슬라브계 언어에서는 로디니아가족또는 고향’, 그리고 풍성한 과일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저는 저절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는 완성된 작품을 살아서 보기 어렵겠지요. 저는 그 작품의 기초와 바탕만 마련할 뿐입니다. 제가 죽은 후 수백 년이 지나서 마침내 제가 만든 천국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한 홀가분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예술계를 향한 저의 저항이자 타협안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선 무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거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가의 사후에야 그 참다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인터뷰, 달라르나, 2010, 예술 매거진 룩킹 글래스, 뉴욕에 실린 미리암과 앨리스 쉬어의 인터뷰

 

p. 345 붉은 흙으로 뒤덮인 길을 달려 유니티로 되돌아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간다면 아버지를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를 향한 나의 낯선 감정은 어떻게 숨길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오로빌에 눌러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확실한 생각이 나를 감쌌다. 그 생각은 마치 거센 소용돌이처럼 내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집을 떠나며 리-메이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의 세상을 회의적인 눈으로 보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문을 열어젖힌 것 같은 느낌이 스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이 느낌. 어쩌면 그것은 다시 오로빌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아련한 슬픔이 아닐까. _오로빌, 2010, 카이

 

추천글

세 사람이 각자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은, 인간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빠른 전개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_<노르드위스케>

서로 다른 주제와 사고의 조각들이 면밀히 엮인 광범위하고 힘이 넘치는 이야기”_<인포르마티온>

이 책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강렬한 방식으로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을 다룬 이상적인 소설이다. 버림받은 과거의 트라우마, 가족의 결속력과 연대감, 사회적 관계, 사랑과 동질성, 냉소와 화합, 그리고 죽음으로 이르는 인간의 연대기를 볼 수 있다. 에바 틴드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 책을 통해 야성과 추상을 표방하는 재능 있고 유일무이한 작가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했다.”_<위크엔드아비센>

 

저역자 소개

지은이 에바 틴드(Eva Tind)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2009죽음이라는 시집으로 데뷔했다. 2010년에는 이 작품으로 덴마크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클라우스 리프비예르그Kluas Rifbjerg’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작가는 두 권의 시집과 소설 로젠베이(장미의 길)를 출간했다. 2014년에는 소설 을 출간했는데, 이 소설은 입양된 여인이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북한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2015, 3년 기한의 덴마크 국립 예술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무성영화 주인공인 아스타 닐센의 개인적 발자취를 그린 아스타의 그림자를 출간했고, 같은 해에 오토 룽작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손화수(Hwasue S. Warberg)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노르웨이로 이주해 크빈헤라드 및 스테인셰르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전문 노르웨이 문학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번역, 출간된 문학서는 나의 투쟁, 벌들의 역사, 자연에 거슬러, 피레네의 성, 유년의 섬, 케플러62 시리즈, 꼭두각시 조종사80여 권이 있다. 2012, 2021년에는 각각 올해의 번역가 및 노르웨이 예술인 상을 받았고, 2019년 한·노 수교 60주년을 즈음하여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에바 틴드 지음ㅣ손화수 옮김ㅣ원서명 ophavㅣ430쪽ㅣ

140*205ㅣ978-89-6545-734-3 03850ㅣ18,000원ㅣ2021년 7월 10일ㅣ

소설/시/희곡>세계의 소설>북유럽소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9678457 

 

뿌리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예술가 미리암,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권효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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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일상의 스펙트럼 06

 

예비 선생님의 못 말리는 클래식 ‘덕질’라이프

그의 일상에 스민 클래식을 발견하는 순간

당신도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제와피’와 ‘지아코’ 전에 ‘바흐’와 ‘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여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을 듣는 것이 진리라는 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시그니처 사운드 하면 ‘제와피’와 ‘지아코’보다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먼저 떠올리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온전한 LP판을 발굴하기 위해 음반 가게를 전전한다. 여행의 피로는 온천보다 클래식 공연으로 씻어내야 한다는 이 못 말리는 클래식 애호가의 여정은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무겁고 마이너하다는 편견을 ‘클래식 덕질’로 승화시켜 버린다. 그의 ‘덕질’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클래식 애호가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클래식은 내 아이덴티티

클래식이 내 아이덴티티가 된 이상, 클래식 음악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상징이자 취미가 될 것 같다. (p.16)

페르마타는 늘임표를 뜻하는 음악기호로, 음을 두세 배 더 길게 끌어 연주하라는 표시이다. 저자는 평소 자신의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로 이 기호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정했다. 자신의 삶과 성격에 늘임표가 필요하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페르마타를 하나씩 선물한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저자의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은 카페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공익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클래식은 자신의 취미를 찾아 가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느린 일상과 다채로운 매일에 대한 가능성을 선물한다.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저자는 교육대학교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육성재단 ‘엘 시스테마’가 음악을 통해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처럼 언젠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에 보탬이 되려 한다. 이 책을 톺아나가다 보면 저자가 클래식 음악과 아이들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발을 내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자연히 클래식의 미래에 희망을 품게 된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은 ‘대중의 클래식화’이다. 그를 위해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특별한 음악으로 취급되어 왔다. 편견으로 외면 받은 좋은 음악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젊은 클래식 애호가의 노력은 클래식을 가장 낡고 오래된 음악에서 더 없이 익숙하고 부담 없는 음악으로 만들어 준다. 오늘, 그가 얼마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의 ‘덕질’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면 당신은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 시리즈 소개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 첫 문장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던 때였다.

 

🎵 책 속으로

p.13  20대 중반의 나이에 클래식 음악을 찾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 심지어 주위의 나이 많은 어른들 중에도 클래식을 굳이 ‘찾아서’까지 듣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클래식 음악은 내 가장 큰 아이덴티티가 됐다. 야구도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만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하지만 클래식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흔치는 않은 것 같다.

p.132   혹자는 여독을 풀기 위해 일본 여행의 마지막을 온천욕으로 마무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나는 온천보다는 음악회가 훨씬 피로를 풀기에 좋다. 지끈거리던 머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나았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p.164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클래식 음반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펴고 오늘 산 클래식 음반들에 대한 소개를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썼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대중의 클래식화’에 기여할 날이 오겠지!

p.202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갖게 되는 특별한 마음이다. 내 경우에는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회에 가고 싶다. 내 친구들 중 나와 연주회에 함께 가 보지 못한 친구가 없을 정도인데(혹시 있다면 앞으로 같이 가면 된다), 함께 연주회에 가는 일이 친구가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p.209   아이들에게 직접 악기를 가르쳐 주거나, 지휘자가 되어 지휘를 해 줄 수는 없더라도, 스무 평 남짓한 작은 교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음악이, 그중에서도 교향악이 가진 힘과 매력을 전달하는, 클래식 음악으로의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213   클래식은 절대 특별한 음악이 아니다. 가장 오래되고 낡은 음악이며, 그렇기에 언제 꺼내 들어도 부담 없는 일상의 음악이다. 독자들에게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은, 다만 그것뿐이다.

 

🎵 추천사

신동욱을 만나면 음악이 들린다. 그는 교향곡이다. 다양한 음악을 보고 느끼고, 마음속에서 퍼즐을 맞추고, 화음을 이루게 하는 음악꾼이다. 피아노 수업 시간에 처음 만난 이 신기한 재주꾼이 대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넘겨보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피아노, 관현악, 야구, 영어, 컴퓨터, 글쓰기… 블랙홀 같은 이 친구의 능력과 열정은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보다도 음악꾼인 그가 연주했던 베토벤 비창 소나타의 진지함과 무게감이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 한 조각의 감동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음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신동욱이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들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 최영미(피아니스트 •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클래식음악을 향유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젊고 열정 가득한 이 클래식 애호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클래식 애호가라, 덕분에 클래식음악의 미래에 대해 많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음악은 단순히 연주회장을 넘어, 또 교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이 독자들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그러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영완(팀파니스트 •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음악감독)

 

🎵 작가 소개

신동욱

어린 시절, 오디오가 CD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30장짜리 클래식 전집 CD를 하나씩 바꿔 끼우면서 놀았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을 처음 만났다.

CD 넣는 재미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저자는 어느덧 성장하여 교향악을 특히 사랑하는 스물 여섯 살 예비 초등 선생님이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여 서울교대 학보사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KBS 교향악단 대학생 명예 기자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았다. 이때 ‘페르마타’라는 필명을 지었다. 페르마타는 늘임표라는 뜻의 음악기호다. 평소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숨 좀 쉬면서 여유 있게 살자는 뜻으로 지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랄수록 점점 커져, 오직 클래식 공연 하나만을 위해 방학마다 유럽, 미주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2019년부터는 전국 팔도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순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 클래식은 멀지 않은 곳에,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이에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공연 관람 후기, 명반 소개 등의 컨텐츠를 개발해 꾸준히 소통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시도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 차례

더보기

 

내 이름은 페르마타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CD 세 장짜리 여행

베토벤이라 불리던 초딩

1악장은 조금 긴데요

재수생의 하루는 거슈윈으로 시작된다

이건 만 원이야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음악

우리는 축복받은 청중이다

관객의 톤앤매너

악보를 사수하라

절판된 악보를 구했을 때의 기쁨이란

프로그램에도 궁합이 있다

하우스 룰을 존중해 주세요!

차마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는 후기

음악 속 음악

갑자기 !’

제와피지아코전에 바흐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단 사흘 만에 작품 하나가 뚝딱?

작곡가들의 미신과 징크스

북한의 교향악

참으로 영국스러운

가장 바그너답지 않아서

죽기 전 택할 마지막 음악

딱 초기 스트라빈스키까지만!

신동욱, 쳐 보세요

뉴욕에 가면 반드시 하는 일

조금 제약이 심하다

휠체어 탄 지휘자

하늘에서 내려온 소프라노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브라보!

어깨가 들썩들썩

굳이 거기를 가야겠어?

뜻하지 않은 연주회, 운명적인 만남

포도 향 차이콥스키

엘렌 그리모를 좋아하던 그 친구

기차역에서 만난 팀파니스트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

푸르트벵글러가 뭔가?

클래식은 프리패스

잠이 오나, 잠이 오지 않나

초등학교 1학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를 만나다

비행기에 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이거 브람스 아니야?

추운 겨울날의 작은 휴식처

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호두까기인형!

그 티켓, 다시 주세요!

사인 스타일, 연주 스타일

파바로티와 쿠렌치스

도서관 음악 섹터를 완파하리라

나만의 피날레

클래식 투수

, 내 친구가 돼라!

참 고마운 교향악단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에필로그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 일상의 스펙트럼 06

신동욱 지음 | 224쪽 | 110*178 | 978-89-6545-735-0 02670

12,000원 | 2021 7 1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의 음악 에세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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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읽는 희곡을 꿈꾸며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굴하다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에서는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번역되어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지속적으로 연극적 양식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희곡 창작을 병행하여 극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였고, 시나리오와 대화극, 희곡체 소설까지 포함하여 약 30편의 희곡 관련 작품을 발표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소설가의 ‘희곡 시대’를 이끌다


『문장의 희곡』에 수록된 5편의 작품은 소설가의 희곡 창작이 늘어나고 창작극의 방향이 레제드라마로 집중되었던 다이쇼기(大正期)의 ‘희곡 시대’를 전후하여 발표된 것이다. 
다니자키의 초기 희곡 창작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느낄 무렵」은 다니자키 본인의 최애 희곡으로 언급한 작품이며, 1913년 발표된 후 1981년 초연되기까지 오랜 기간 레제드라마로 ‘읽혀’ 왔던 희곡이다. 이 작품은 부유한 상인 집안의 서녀인 여주인공 오킨과 적장자이자 상속자인 신타로를 둘러싼 일종의 가권상속 다툼을 그린다. 오킨의 여체에 매료되는 신타로의 모습과 등장인물 모두를 압도하는 오킨의 존재감은 초기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마조히즘 성향의 남자주인공과 마성의 여성이라는 남녀관계의 구조를 ‘극’형식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혼자와 이혼자」는 대화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레제드라마이다. 극 전반을 관통하는 문학사와 법학사의 대화는 작가 자신의 이혼과 관련한 실생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 두 남성의 대화 속에 다지나키 자신의 결혼관과 여성관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연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표출하다


「흰 여우 온천」은 1923년 작품으로 다니자키가 가장 활발하게 희곡을 집필하던 시기에 창작되었다. 달 밝은 밤 흰 여우가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을 본 자는 여우에 홀려 버린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고베의 양복점에서 일하던 가쿠타로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밤마다 산골짜기 계곡의 온천탕 주변을 배회하다가 백인여성 로사로 둔갑한 흰 여우에게 홀려 익사한다는 내용이다. 흰 여우의 표상은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로, 이 작품에서는 달빛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나는 여우의 새하얀 털과 백인여성의 하얀 살갗이 오버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25년 작품 「만돌린을 켜는 남자」는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한 희곡으로, 자신의 아내를 빼앗으려는 남자를 두려워하는 맹인이 그 남자(자기 자신)가 연주하는 만돌린 소리를 피해 도주하다가 호수에 잠겨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호수에 비치는 차디찬 달빛과 은은하게 울리는 만돌린 소리를 배경으로 아내를 향한 맹인의 집요하고도 이중적인 애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돈을 빌리러 온 남자」는 1926년에 창작된 사실적 분위기의 1막극이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도요타의 집에 평소 자주 돈을 꾸러 오던 하세가와가 방문해서 여행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의 대화는 공통의 지인인 우사미의 낡은 회중시계로 이어진다. 이를 이용하여 하세가와가 도요타에게 사기로 돈을 빌리려 하지만, 마침 그때 우연히 시계 주인인 우사미가 도요타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에 낭패하는 하세가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초라한 일면과 어떻게든 돈을 빌리려는 하세가와의 자기희화가 부각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이다. 
『문장의 희곡』을 통해 국내 독자들이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견하고, 그가 소설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희곡 창작을 계속해 온 의미를 되새겨 보길 기대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읽는 희곡’ 레제드라마의 즐거움과 가치를 만나보자.

첫 문장                                                           
오스미, 실제로는 37, 8세이지만 서른 전후로밖에 보이지 않는 중년 여성. 

이제 막 아침식사를 마친 참인 듯 혼자 화로에 기대어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가, 바로 무릎에 던지고 담뱃대에 담배를 채우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른다. _「사랑을 느낄 무렵」

 

책 속으로                                                         
p. 112  그래서 난 그 여자와 이혼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벼락치기라도 좋으니까 어설픈 서양사상을 마구 불어 넣어서 급조된 신여성으로 만드는 거야. 남편이 이혼신청을 해도 겉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자부심을 갖도록 말일세. _「기혼자와 이혼자」

p. 132-133  누구라니, 옛날부터 본 사람이 많아. 온천물이 깨끗하니까, 게다가 달빛이 투명하게 비치지, 그 탕 안에 여우가 새하얀 털을 세우고 목덜미와 겨드랑이 아래를 부지런히 씻고 있는 모습이 마치 눈의 정령(雪女)처럼 굉장하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예뻐서, 무심코 빨려 들어가 오두막 안을 엿보기라도 하면 그 후로 미쳐 날뛰게 되는 거야. 가쿠타로의 엄마나 형과 누나도 모두 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 _「흰 여우 온천」

p. 194  그림자 사나이, 맹인을 뒤로 밀치면서 떨어진 창틀 위로 밀어 넘어뜨린 뒤, 말을 탄 것처럼 깔고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맹인의 목을 조른다. 맹인은 간신히 저항만 하다 숨이 끊어진다. 구멍을 통해 비쳐 들어온 달빛이 그 시체 주위로 푸르스름하게 원을 그린다. _「만돌린을 켜는 남자」

저역자 소개                                                   
지은이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이다. 다니자키는 서구권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이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대가(大家)로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소설 작품이 번역되었다. 메이지기(明治期), 다이쇼기(大正期), 쇼와기(昭和期)에 이르는 약 60여년의 문학생애를 보내면서 탐미적·유미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으며, 중년 이후에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여성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많은 소설과 희곡 및 평론을 남겼다. 사후 50년을 맞이한 2016년 저작권이 소멸되어 다수의 소설작품이 번역되었으나,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아 30여 편의 희곡 대부분이 미(未)번역 상태이다. 본 번역서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희곡을 발표한 다니자키의 극작가로서의 숨겨진 일면을 소개하고, 1910~40년대 일본의 신극운동을 계기로 근대 초기 한일 양국의 소설가들의 희곡 창작과 레제드라마의 유행을 고찰한 연구의 성과물로 기획되었다.

옮긴이 나승회(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일본 근·현대문학 및 문화 연구를 전공하였다. 일본 근대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문학이 남성의 이야기에서 여성의 이야기로 이행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여 주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문학을 고찰하고 있으며, 한일 창작극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소설 중심의 문학 연구를 희곡의 영역으로 확대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근대 초기 한국에서 발간된 일본어 신문의 광고란을 고찰하면서 관련 논문을 집필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도시의 시학』(2019.02 심산출판사)이 있다.

목차                                                         
사랑을 느낄 무렵
기혼자와 이혼자
흰 여우 온천
만돌린을 켜는 남자
돈을 빌리러 온 남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역자후기

『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 읽는 희곡을 꿈꾸며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 나승회 옮김 | 279쪽 | 148*210

978-89-6545-733-6 93830 | 20,000원 | 2021년 6월 21일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국내에는 소설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다니자키의 작품 세계가 이번 책을 통해 그가 애정을 가졌던 희곡작품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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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장편소설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무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민원인과 매일 반복되는 하루. 현실은 답답하고 무료할 뿐이다. 무득은 푸른 탑 꿈 카페를 통해 깨어있는 꿈을 알게 되고, 어떤 기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날고 싶다는 일념으로, 꿈을 자각하는 훈련부터 차근차근 시행한다. 그런 무득을 눈여겨본 푸른 탑 꿈 카페의 대표 탁우는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동참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유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놓인 흰 문과 검은 문. 탁우는 오직 흰 문을 통해서만 유토피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득은 탁우를 따라 흰 문 너머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하지만, 그것은 탁우의 질서 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일 뿐이다. 이것이 정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일까?

 

치밀한 묘사를 통해 구축한 가상의 세계 

인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노력해왔다. 역사의 현재가 말해주듯 그런 유토피아는 마녀사냥과 아동노동과 강제수용소라는 치명상을 남기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꿈에서라면 어떨까? 자각몽에서라면 인간은 유유히 유토피아를 즐기고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물음에서 탄생했다. _작가의 말(363)

정광모 소설가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원하던 유토피아를 건축할 수 있을까 하는 창의적 질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의 도움 없이 하늘을 나는 무득의 상상을 시작으로, 작가는 깨어있는 꿈으로 명명되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집요한 묘사를 통해 깨어있는 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상의 서사에서 현실을 건져 올리다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인 직업을 획득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진상 민원인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무득,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양태관, 세상의 이목에 반하여 원하는 성적 지향을 표출하지 못하는 송아진과 홍리.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찾아 깨어있는 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광모의 소설은 성실한 현실 조사와 탐구를 바탕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식과 존재를 사회적 징후의 서사로 포착하는 데 예리한 성취를 보여왔다. 그의 소설에 언제든 분명하고 구체적인 구조와 배경으로 녹아 있는 사회라는 지평은 미메시스의 영역에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더디지만 착실하게 진전시켜온 온전한 인간 파악의 과제를 새삼 돌이키게 한다. _해설, 정홍수 문학평론가(349)

작가는 깨어있는 꿈이라는 기묘한 가상 세계의 기저에 꿈을 꾸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깔아 둔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감정적 결핍 등을 경험한 인물들은 유토피아를 찾아 헤맨다.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징후를 서사에 녹여내는 작가의 방식은 소설의 밑바닥에서 사건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유토피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존재하는 것인가. 각자의 희망을 안고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속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한다. 말 그대로 꿈속의 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호숫가를 따라 수초가 무리 지어 자라났다. 꿈이라는 호수 앞에 놓인 정자에 몸을 기대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편안하게 바라다보는 느낌이었다.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은 그걸로 족했고 두 사람의 동지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건 오래도록 이어질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_본문(220-221)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이라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 받는다. 정광모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직조된 세계와 느와르적 서사, 그 밑에 자리한 사회적 징후들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로 건설되었다. 그 위에서 꿈속의 꿈을 꾸는 인물들이 어떻게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하는지 그 여정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첫 문장 

무득은 비명을 질렀다. 총을 맞고 허공으로 떨어지다니.

 

 책속으로 / 밑줄긋기 

📌 p.23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꿈 세상은 무한했고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며 다채로운 경험으로 넘쳐났다.

📌 p.37 우린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해.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추구하려다 실패만 거듭한 그야말로 꿈이었지. 꿈의 유토피아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사람을 고르고 있어.”

📌 p.83 탁우는 처음부터 오롯이 흰 문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건 탁우가 만든, 자신의 말을 믿고 자기를 따르도록 한 첫 번째 계명이 아닐까. 그 계명을 어기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푸른 탑을 안내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닐까.

📌 p.86 이 공간은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 자리로 제공되었으니 마음껏 쓰시라. 이 안에서는 뭘 만들거나 무슨 일을 벌려도 좋다. 단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야 한다.” 무득은 꿈에서 지켜야 할 질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말했다. “질서라면 어떤 걸 말하나요?” “꿈에서도 질서란 그냥 질서야. 지키지 않아도 돼. 다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뿐이지.”

📌 p.238 양태관의 몸은 고통으로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꿈이다. 곧 깨어날 꿈. 통증은 가짜고 곧 사라질 거짓이다. 다섯 번째 총알은 종아리를 부수고 여섯 번째 총알은 어깻죽지에 박혔다.

📌 p.313-314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보면 우리 지구는 밤도 낮도 없는, 볼펜으로 콕 찍은 점에 불과해. 우리는 무에 가까운 존재야. 무는 아니지만 무한히 무에 가까운……. 그래서 유토피아란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

 

 저자 

정광모

소설가. 부산 출생.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한국소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콜트45,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그 외 작가의 드론독서 1, 2, 3이 있다. 부산작가상, 르코창작기금,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더보기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해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정홍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지음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알라딘: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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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

 

▶ 정제된 문장으로 모순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서정아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2014이상한 과일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을 잔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침투한 뜻 모를 불안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일상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도 모른 척하며 그들은 오늘도 일상을 살아낼 뿐이다.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 그들에게 닥친 사소한 불행, 그 불행이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어딘지도 모르고 진오가 낸 교통사고로 가난한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진 합의에 진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그들에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의 행위, 선택, 말 등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서서히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의 강은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풀샷으로 날린 골프공이 나무에 맞고 아내의 눈을 강타한 사고 때문이다. 불운한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와 아내 진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의안을 끼워야 했다. 하지만 강과 진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부부의 생활은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어쩌면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애써 모른 척하고, 부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과 서로를 위무한다.

 

▶ 한순간 사라진 아이들, 엄마는 아이의 공백을 가만히 더듬는다

사라진 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들 동훈을 찾아 헤매는 싱글맘 유란의 이야기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유란은 동훈을 찾지만 집 안 어디에도 동훈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유란은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유란은 아이의 흔적을 통해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동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동훈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삶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던 사이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은 느리게 온다물놀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유경의 일상을 담고 있다. 유경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타인들은 그녀를 더욱 아프게만 한다. 살아남은 아들의 친구를 원망해보고, 행복했던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도 보고, 아이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해보지만, 아들을 향한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마냥 놓아버리고만 싶은 생을 둘째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붙잡을 뿐이다.

 

▶ 가족이라는 아이러니, 그 이상한 관계를 되짚어본다

양의 울음의 윤은 자신이 일했던 호주의 양 공장을 떠나온 후에도 가끔 양의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은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인 휴고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목도한다. 그로테스크한 양 공장의 묘사와 함께 혈연이라는 관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후 네 시의 동물원 휴가를 맞아 가오슝으로 떠난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한 가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무더운 여름, 그들은 갖은 고생 끝에 동물원에 도착하지만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해 보인다. 엄마인 도연은 이따금 서늘해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마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카메라 렌즈에 금이 가고, 하마 우리에 하마가 보이지 않고, 아이가 떼를 쓰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야생 원숭이까지 발치 앞으로 다가오니 그녀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다.

 

▶ 씁쓸한 현실과 쓸쓸한 ‘나’의 세계

카빙은 이상보다 현실의 편익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조리 교사 오윤의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비틀어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윤은 회의나 자책보다는 합리화와 외면이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돌아서고 만다. 현실에 순응하며 내일을 위해 날카롭게 칼을 벼리는 오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겹의 세계 안젤라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아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만, 그들의 삶에는 함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의 빚에 허덕이는 안젤라, 낙태수술을 감행하는 루시아와 미카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외면 받는 요한. 안젤라는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에 쓸쓸함을 느낀다.

 

서정아 소설가는 인물이 겪는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은 현재의 상황과 감정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다음 날의 출근을 준비하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혼란한 감정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우리는 그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첫 문장 

새 유리 어항으로 옮겨진 물고기들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어차피 죽은 고기야.

진오는 집게로 장어의 머리를 뒤집으며 말했다. 불판에서 치익, 하고 물기 닿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구워 먹힐 고기라고.

진오는 상추쌈을 쌌다. 양념이 묻은 장어 토막을 두 개나 넣고 각종 야채도 한 젓가락씩 듬뿍 얹어 엄청나게 커다래진 쌈을 한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한참 입을 우물거리더니 입에 있던 것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키고는 말했다.

그러니 무서워할 것 없어.

 

p.60 그들은 침묵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서로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그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은 앞으로도 전혀 나빠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문득 고요한 공기를 가르고 자동차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뭔가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p.112-113 유란은 동훈의 종합장을 책가방에 넣으려다가 표지를 들추었다. 혹시 무슨 메모라도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들과 틀린 표시가 가득한 수학 문제들뿐이었다. 온통 빨간 빗금이 그인 문제풀이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그녀는 아이가 혼자 견뎌야 했을 오답의 시간들에 눈이 붉어졌다. 동훈이 남긴 메모 같은 건 없었는데도 어쩐지 아이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 것만 같았다.

 

p.140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교집합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들이 분명 각자에게 존재했다. 그건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는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였다.

 

p.193-194 선생님은 못 도와주실 거예요.”

경서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원망과 절망스런 확신이 묻어 있었다. 오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았다. 경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힘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윤은 바람에 삐거덕거리는 문을 바라보다 결국 돌아섰다. 경서의 뒷모습을 보니 어쩐지 선화가 자신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모두 다 알 것만 같았다.

 

 저자 

서정아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으로 이상한 과일이 있다.

clawjsanf@hanmail.net

 

 목차 

 

어딘지도 모르고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사라진 아이

한 겹의 세계

양의 울음

카빙

아침은 느리게 온다

 

작가의 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224쪽|125*205 |978-89-6545-728-2 03810

15,000원|2021년 05월 20일 출간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2014년 『이상한 과일』 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2169125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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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배 

조성래 시집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초기 작품에서는 폭압적 현실에 대한 젊음의 상처를 알레고리로 드러냈지만, 차츰 시 세계를 확장하면서 도시 문명의 황폐함과 존재의 내면에 깃든 생명성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한편, 시인은 만주기행 시집을 통해 북방 정서를 인상 깊게 그려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제15회 최계락문학상을, 2019년에는 제5회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회에 대한 심경과 실존의 무게가 깃들인 시

쪽배에는 시인의 초기시편 카인 별곡연작과 같이 도시의 환멸스러운 풍경을 말하는, 삼월」 「개인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도시 문명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의 시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생명의식은 농적(農的) 삶에 기반한다. 이는 그의 시에서 원초적 기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용한다. 도회를 폐허의 이미지로 수용하는 데에 유년의 추억이 간섭하는 바 없지 않다. 아울러 환멸이나 폐허는 초월을 꿈꾸는 기제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그의 시 의식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서로 당기는 가운데서 긴장한다. 한편에 고향의 기억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 경계를 넘는 초속의 세계를 갈망한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견인하지만 대립하지 않는다. 어느 한 방향의 선택 문제도 아니다. 모두 구체적인 삶 안에서 현실을 비판하거나 넘어서려는 시적 확장과 연관한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우울한 삶의 풍경이나 묵시록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주체를 부정하고 존재를 무로 돌리기보다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시를 통해 현존재의 삶의 개입하는, 유년의 추억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은행나무를 향한 시인의 유별한 사랑

시인의 시에는 은행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은행나무는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되고, 기운을 나누고 생동하는 주체가 되며, ‘그대에게 이르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가 된다.

은행나무야,
그 조랑조랑 매단 열매들 좀
흔들어대지 마.
푸른 바람 서늘히 불어
부전동 쌈지공원에 첫가을 찾아와 노숙하는 지금
은행나무야 제발
그 열매 달린 팔 길게 뻗어
호프집 <체르니> 창문 두드리지 마
「밀애」 부분

조성래 시인의 시에서 은행나무는 유난한 편애의 대상이다. 은행나무 열매를 수족관에서 팔딱이는 전어나 피아노 건반, 나아가서 어린아이들로 연상하는 일은 곧 떨어지고 휘날릴 낙엽의 예감을 품는다. 생명의 감각은 이와 같아서 그 절정에서 조락을 알고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서 새움을 발견한다. 나아가서 이러한 생명현상 속에 영성이 깃들어 있음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연작시이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헬레나
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
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
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
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손때 묻은 성경과 묵주
여전히 책상 위에 모셔져 있건만
집 안의 모든 시계 멈춰 버렸다
그대 아끼던 화초들도 몸 둘 바 몰라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고 말았다
하늘이 맺어준 것 사람이 끊지 못하리라
그 말씀 받들며 살려 했는데 우리 사랑 이미
행성 저쪽으로 빗금 긋고 사라졌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하늘통신-아내에게」 부분

 

번에 걸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를 반복한다. 이 시편을 읽는 우리도 할 말을 잃는다. 그 어떤 말도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그가 슬픔을 통과하는 시간이 빠르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러함에도 시인이 쓴 애도의 시가 그만의 방법임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누구나 태어나 만나고 이별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토록 애틋한 이를 그리움으로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깊게 울린다.

 

 

📘 작가소개 

조성래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무크 <지평>, 1989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국에 대하여, 카인 별곡, 바퀴 위에서 잠자기, 두만강 여울목,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 목단강 목단강이 있다.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했다.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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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하나

1

삼월 | 항구 | 두통 | 꿈과 현실 | 현기증 | | 물고기와 은행나무 | 해녀와 돌고래 | 중앙하이츠 | 한 자리 | 비가悲歌 | 평상 | 등꽃 | 눈부시다 | 비정규직의 하루

2

대금 | 합천 영암사지에서 | 밀애 | 가을 석포 | 관계 | 하늘거울, 쪽배 | 노숙 | 장고개 | 뒷길 | 생존1 | 생존2 | 이 몸, 낙타-새벽녘 눈 뜨면 나는 사막에 누워 있다 | 은행나무·| 순례-이해웅 시인 | 폐사지에서

3

허공 | 팔만대장경 | 나무실 합천이씨 | 알레르기 | C3 계곡 | 나목 | | 비염 | 개인| 감전 | 복천동고분군 | 대기초등학교 | 삼천포 간다 | 내리는 눈발 속에 | 장유계곡

4

역광 | 하늘통신-아내에게 | 사순절-아내에게 | 산책-아내에게 | 가족-아내에게 | 수원지-아내에게 | 달밤 | 비 오는 날 | 환풍기 | 까치집 | 칠산동 지붕 위를 누비는 고등어 | 즐거운 PC | 거목巨木의 노래-경남대학보 59돌 기념 | 돌고 돌아 | 설렁탕 먹으며

발문 은행나무 아래서 새를 보다-구모룡(문학평론가)

 

 

 쪽배 

조성래 지음 | 144쪽 | 127*188 양장 | 978-89-6545-725-1 |

12,000원 | 2021년 5월 18일 출간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알라딘: 쪽배 (aladin.co.kr)

 

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www.aladin.co.kr

 

Posted by 부산에서 책 만드는 이야기 : 산지니출판사 블로그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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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영혼 포식자

임정연 장편소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임정연 작가의 장편소설. 여고생 선무당 혜수와 앳된 저승사자 해수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어 고난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글을 쓰는 데 장르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 잠깐 여유시간에 꺼내 읽으며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흥미로운 설정에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읽는 이에게 한 번 잡았다 하면 손 떼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한다.

앳된 저승사자 해수와 여고생 선무당 혜수, 두 청춘의 발랄 케미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저승사자 정해수는 700년이 넘게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해온 저승사자. 700살이 넘은 나이지만 어려서 죽은 탓에 10대의 외모를 하고 있다. 그날도 저승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혼령을 잡으려다 내림굿에 휘말려 강혜수의 신장이 된다. 저승사자가 신장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베테랑인 정해수도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무당도 철없는 여자 고등학생. 좋아하는 것도 하필이면 엄청나게 매운 걸 좋아하는 탓에 멋모르고 있다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도망간 악귀는 자신을 방해하고 잡으려는 정해수에게 앙심을 품는다. 정해수와 강혜수의 관계를 알게 된 악귀는 복수의 대상으로 강혜수를 노리게 된다. 악귀의 습격으로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된 강혜수. 하지만 정해수와 힘을 합쳐 악귀의 공격을 물리치게 된다. 복수에 실패한 악귀는 기회를 노리며 힘을 기른다. 다른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기른 악귀의 습격에 강혜수의 친구와 다른 저승사자들이 당하게 된다. 그리고 강혜수의 엄마를 인질로 잡은 악귀는 혜수를 혼자 외딴곳으로 불러낸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은 가라

임정연 작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작가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승사자와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고생 무당이라는 설정부터가 흥미진진하다. 혜수는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 신내림을 받으면서도 별로 심각하지 않다. 할머니가 무당이라 그쪽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장이 저승사자라 당황스럽지만 스타일이 괜찮아서 봐줄 만하다. 혜수의 친구들도 무당이나 저승사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소설은 이승과 저승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여고생 혜수와 차사 해수의 티격태격 일상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의미가 재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사 일을 하는 해수는 이승의 삶을 마감한 이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당연히 남기고 갈 것들이 아쉽겠지만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을 맞이해야 하는 삶의 의미를 묵묵히 전달해준다.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

악귀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조선 중기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난 ‘무명’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늑대의 무리 속에서 자라 숱한 살인을 저지르는데, 사후에 악귀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빙의하면서 악행을 저지르고 힘을 키워 나간다. 700년 된 차사도 속수무책. 한번 시작된 악행은 점점 커져만 가고, 급기야 혜수가 타깃이 되는데, 숨 막힐 듯 흥미진진한 대결구도 속에서 티격태격하던 무당과 차사 두 주인공은 결국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한 뼘 더 성장해 간다. 

***추천사                                  

김종광(소설가)
앳된 저승사자 해수는 여고생 선무당 혜수의 ‘신장(神將)’. 두 청춘의 발랄 케미. 드라마인 듯 웹소설인 듯 애니인 듯 장르소설인 듯. 청소년소설이 이토록 속사포처럼 읽혀도 되는 것일까? 임정연 작가는 청소년소설계의 이단아 혹은 개혁가임에 틀림없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청소년소설은 무엇보다도 청소년이 ‘빠르게 읽으면서 재미든 감동이든 맛보는 과정’임을 ‘빙의’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을 꿰뚫어 버릴 듯.

강유정(문학, 영화평론가)
임정연 작가는 독자를 안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어 지금, 여기의 독자가 원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임정연의 소설엔 현재가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로서의 사후세계와 그래서 할 수 있는 우리의 상상이 있다. 임정연은 다양한 장르적 변용 속에서 낯익은 소재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흥미롭게 재배치한다. 흥미롭고도, 진지한 가상공간, 『혜수, 해수』는 그런, 임정연의 소설 공간이다.

***첫 문장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검정 슈트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0 방금 죽은 놈이 이걸 어떻게 알고 도망을 쳤지? 다시 위로 올라와 사내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자리에 손을 갖다 대고 기를 빨아들였다. 죽은 자의 영혼은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령이 되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P.86 “혜수는 일단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고. 신장을 모시게 됐으니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해야 할 거야. 자세한 거는 차사님이 알아 오시면 그때 얘기하기로 하자.” 엄마와 할머니는 굿으로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할머니는 무복을 벗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P.121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요?”
“뭐가?”
차사가 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갑자기 나타나면 난 그쪽이 보이지만 딴 사람은 안 보이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다 얘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요?”

P.167 저승사자가 눈을 감고 미소를 띠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해수 차사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통화를 했다.
“아, 예. 정해숩니다.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내가 물었다.
“저승에도 핸드폰 있어요?”
“다 있어. 너도 나중에 죽어보면 알 거야.”

P.212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껴 내려와 봤더니 악귀가 여자아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여자아이의 뒤에서 뛰어들며 소리쳤다. ‘안 돼!’ 하고 소리 지르는 순간 아이의 의식과 동화가 되었다.

P.247 에필로그
어슴푸레한 불빛이 통로를 비추고 있다. 전동차가 지나가자 주위가 일순 밝아졌다가 다시 괴괴한 어둠에 잠겼다. 어디선가 벌어진 틈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소리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공사 중인 지하철역을 이리저리 배회하더니 한 곳에 멈춰 섰다.
“어린 무당과 저승사자라. 재미있군. 크크크큭.”
어둡고 축축한 터널 사이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자  소개                                                             

임정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데뷔했다. 제1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아르코 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의 창작기금 등을 받으며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단편집 『스끼다시 내 인생』, 『아웃』, 『불』 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지옥 만세』 등이 있다.

***목차                                                                         

9월 17일 해수
9월 18일 혜수
9월 19일 해수
9월 20일 혜수
9월 21일 해수
9월 22~23일 혜수
9월 24일 해수
9월 25일 혜수
9월 26일 해수
9월 27일 혜수
9월 28일 해수
9월 29일 혜수
9월 30일 해수
9월 31일 혜수
10월 1일 해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혜수, 해수 1-영혼 포식자

임정연 지음|248쪽|978-89-6545-718-3 44810 
15,000원|2021년 04월 30일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떡볶이를 좋아하는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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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www.yes24.com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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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지음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
아이들과 교실에서 명랑하게 살아남기

교문이 열려 있다. 지금 학교에는 무서운 교장선생님도 부재중이고,
교내는 평화롭기만 하다. 나는 두서없이 학교의 이곳저곳을 보여줄 것이다.
운이 좋다면 학교가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죠?” 하면서 말을 걸지도 모른다. _7쪽

여기 제법 진지하지만 명랑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불의도 잘 참지만, 학교 교문을 넘어가면 용감해지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렇다고 눈물 나게 헌신적인 선생님은 아니다. 매일 주택융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월요병을 감수하는 직장인이자 교장 선생님 눈치도 어김없이 살핀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준수 선생님은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다시피 하면 하루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 하는 극장 같은 학교에서 때로는 관객으로, 배우로, 프로듀서로 지냈다.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과 어려움이란

“제정신을 차려야 해!”


꾀병러를 상대할 때는 마음을 호수 표면처럼 담담하게 유지해야 한다.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하거나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들면 안 된다.
꾀병러는 유연하기가 물과 같아서 손아귀에 움켜쥐려 해 봐야 내 옷만 젖는다. _25쪽

책에는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콜콜거리며 귀가하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꾀병러,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는 곤듀(공주), 교실에서 조용히 서성이는 그림자 소년, 정리정돈을 잘하는 프로 청소부, 형형색색 볼펜으로 특수분장을 즐기는 아이까지. 교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즐겁게 어울려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 비밀을 공개한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꾀병러를 대하는 매뉴얼,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가 짝꿍이 된 경우, 교실에서 사라진 트리케랍토스 지우개를 찾는 방법 들을 풀어낸다.

이제 제법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아이들은 다시 선생님을 시험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까?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 수 있을까? 노력하고 성장하려는 선생님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라는 직장, 선생님이라는 직업
“나는 그저 가르치고 싶다”


교사에게 수업 준비와 상담, 학생 지도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상한 업무로 반 아이들에게 덜 미안해지고 싶다.
빨리 승진해서 수업 대신 결재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업무 포털사이트 열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_201쪽

학교에 재직하면서 학교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럽다. 저자는 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직장과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보는 시선은 모순적이다.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유망 직업이지만 현장에 근무하는 선생님의 직무만족도는 OECD 회원국 국가 중 매우 낮다. 배우자의 직업으로 좋게 평가받지만, 교육공무원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모든 직업에 빛과 그들이 있지만, 선생님에게는 스승이라는 중압감이 그늘이 된다. 초등학교 담임은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가를 신청하지 못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시달릴 때가 많다. 학교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평적인 조직이 될 수 없을까, 선생님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없을까. 저자의 고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육의 기회를 일상에서


삼척은 원주에 밀리고, 원주는 수원에 밀리고, 수원은 서울에 밀렸다. _163쪽

저자는 도시와 시골 학생의 생활 격차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서 산을 벗 삼거나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으면 아이들은 쉽게 게임이나 도박 같은 말초적인 놀잇감에 빠져든다. 또 같은 시골 안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생활의 양식이 달라진다. 건강 불평등, 학력 불평등, 나아가 교양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날마다 목격한다. 아이들 입에서 시골이라서, 지방이라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비하하는 건 어딘가 잘못되었다. 사회가 가정의 구멍을 메워주면 안 될까. 저자가 느끼고 경험한 교육 불평등 이야기는 이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은 소소한 일상의 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책속으로

P.13 제부터 눈이 내렸는데 기온이 영상 5도와 영하 2도를 맴돌았다. 도로가 얼기 딱 좋은 조건이다. 나는 동료 선생님 두 분과 카풀을 한다. 오늘 하필이면 내 차례다. 나의 부주의로 두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산골 마을 도계로 출퇴근하며 욕이 늘었다.

P.48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나도 가르치는 게 좋아서 교사가 되었다. 학교밥 먹은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수업하는 건 지겹지 않다. 게으른 내가 끝끝내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건 그림책 작가처럼 오래도록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P.78 그러나 어린이 카나페는 무기다. 설탕으로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사인은 급성 당뇨병으로 밝혀질 것이다. 초등학생은 카나페를 당 범벅으로 이해한다. 초콜릿과 잼, 생크림이 없으면 카나페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줄 안다. 적어도 세 가지 종류 이상의 당류가 듬뿍 들어가 줘야 카나페로 인정한다. 그들의 슬로건은 간단하다. 설탕은 옳다.

P.216 학교 주변에서 빈집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굳게 닫힌 대문에 녹슨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주인을 찾지 못한 우편물이 잔뜩 꽂혀 있다. 나는 도시로 떠나는 아이를 격려하며 중학교 재배정 절차를 알려주다 말고 주변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떠나는 아이는 늘어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아이는 거의 없다.

이준수
춘천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으며,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학교는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하는 극장 같았다.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배우로, 때로는 프로듀서로 지냈다. 출근하면 적어도 열 번 웃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행운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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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1장 교실에서 울고 웃는 초등선생님
죽음의 레이스 | 저주 인형 |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 프로 꾀병러 | 다이어트 히스테리 | 나도 마미손 좀 보자 | 죽음 앞에서 | 데자뷔 | 위험한 과학실 | 유령 선생님 | 이름을 남기는 습관 | 진짜 바쁜데 | 콩나물에 물 준 범인을 찾아라 | 카르페 디엠 | 잇솔질 | 교실과 평화 | 뜻밖의 깨달음 | 나만 좋은 거야? | 슈가 러쉬 | 잔소리 금지 | 제정신을 차려야 해

2장 그래도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그림자 소년 | 수포자의 오아시스 | 저세상 유머 | 말벌 전쟁 | 벌이 너희를 무서워합니다 | 곤듀병 | 금손의 영업비밀 | 워너원과 손흥민 |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 흑염룡 | 석탄과 다이아몬드 | 청소가 뭐 어때서 | 불가능한 주문 | 탈의실 생존기 | 빅맥 | 마지막 선물 | BHC치킨 마니아 | 현대인의 공통점 | 트리케라톱스는 알고 있다 | 언택트 연극

3장 학교라는 직장
지방 인생은 2부 리그가 아니란다 | 자식 맡긴 부모의 처지 | 선생님 수능이 뭐예요? | 준비물로 눈치 보지 않을 권리 | 마음의 독감은 왜 치료하지 않나요 | 교사의 일상 흔드는 스승’ | 아이가 착해서 노심초사하는 부모 | 아이를 조건 없이 믿나요? | 다문화가정 아이 향한 동정과 혐오의 화살 | ‘노는 아이가 걱정되나요 |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는 없잖아요

4장 교사라는 직업
왜 교대 교육과정에 행정 업무는 빠져 있나 | 인성 교육도 이벤트가 되는 학교 | 요번에 성과급 뭐 받았어요? | 아이들 싸움에 경찰서 가자고요? | 진짜 도농 격차가 뭔지 아세요? | 도시로 진학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슬픔 | 쓸쓸하고 괴로웠던 신종플루의 기억 | 그 선생님은 왜 전화번호를 두 개 쓸까 | 탄소 배출량 7위 국가의 시민으로서 | 거북이의 소원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230쪽국판(145mm*210mm)978-89-6545-711-4 03810
15,000원2021년 2월 26일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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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스펙트럼 05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

 

크리에이터 R군의 좋아하는 일을
설레면서 지속하는 힘

“의외로 인생을 바꾼 시점은 대단한 사건과 숙명 같은 것이 아닌
모두가 하고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은 순간일 것이다.
지금의 내 블로그처럼.”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크리에이터’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선망 받은 의사, 경찰관, 법조인을 제치고 계속해서 순위 상승 중이다.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퇴사하고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서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시대다.

바야흐로 1인 콘텐츠 시대. 블로그부터 유튜브까지 매체는 다변화되고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채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해 파워블로거가 된 R군은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베테랑 영화 크리에이터다. 초창기 블로그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이탈한 데 비해, 여전히 하루 평균 5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지금까지 4천만 명이 다녀갔고, 구독자는 3만 2천여 명, 스크랩은 5만여 개, 비공개를 포함한 포스팅은 8천 2백여 개가 넘는다. 17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했으니까, 하루에 한 개의 글은 꼭 쓴 셈이다. 어떻게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취미가 콘텐츠가 되는 크리에이터 R군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은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들려주고자 한다. 처음은 작고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블로그로 자신의 삶까지 변화시킨 R군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이제는 블로그를 기반으로 유튜브 계정을 설립해 자신만의 영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R군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꿈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R군의 꿈은 어릴 때부터 영화 기자였다. 비록 한쪽 얼굴에 안면 장애가 있지만 그 꿈으로 타고난 장애나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려 했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없어졌다. 현실과 꿈의 괴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꿈을 펼칠 기회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R군은 2003년 나만의 영화 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의 글을 포스팅 했다.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매일 하나씩 콘텐츠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면서 이 블로그는 영화 전문 웹진으로 막강해진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R군은 각종 영화, 잡지에 기고 및 연재를 진행했고, 라디오 및 방송에 게스트로 초대되기도 했다. 채널 CGV에서 <히든무비>를 진행했고, 프로그램 <무비스토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각종 국내외 영화시사회에 초청받는 것은 물론, 해외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를 담당했고, 심지어 칸국제영화제에 취재원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콤플렉스로 좌절할 수 있었던 삶이었지만 R군은 좋아하는 영화 콘텐츠를 만들면서 꿈을 이룬 것이다. 책에는 16년 동안 꿈을 이루기 위한 크리에이터의 삶이 담겨 있다. 경험담을 듣고 있으면 나도 한 번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시작은 가볍게, 업데이트는 꾸준히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채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채널을 만들기가 어렵고 채널을 만들고 나면 포스팅 하기가 어렵다. 물론 처음에는 비장한 마음으로 열심히 업로드 한다. 그런데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시들해진다.

R군은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업데이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는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팁들을 아낌없이 푼다. 누군가가 “하루에 100개 포스팅을 하는 것보다 하루에 한 개씩 100일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는 의식주처럼 삶의 일부분이 된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는 법, 댓글의 중요성, 이벤트 운영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또한 블로거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재미난 방법도 전한다. 꾸준히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값진 경험도 나눈다.


크리에이터는 항상 행복하기만 할까
?

그렇지만 책은 크리에이터의 삶을 장밋빛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힘든 점도 토로한다. R군은 자신의 블로그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깊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가 커지고 취미 이상으로 다가오면서 깊은 고민도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취직과 블로그 운영 중 어떤 일을 고를지 생각한 적도 많고 그 고민은 현재까지도 계속된다고 한다. 가끔은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이놈의 블로그 해서 뭐 할까?’ 하며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이런 고민은 R군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는 많은 크리에이터의 딜레마이자 바람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책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
의 다섯 번째 책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저자 소개
황홍선

2003년 네이버에서 영화 블로그 레드써니의 Project-R’을 시작해 끈질기게 버티고 있으며 지금은 다른 플랫폼도 기웃거리는 무비 콘텐츠 크리에이터. 자신의 리뷰를 보고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보다 ㅋㅋ 웃겨요라는 댓글 받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영화 수다꾼이기도 하다. 세상에 모든 영화를 사랑하려고 애쓰며 픽사 작품만 보면 손수건으로 세수를 한다. 인생 최초 해외여행이 칸국제영화제라서 어안이 벙벙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마이클 베이, 톰 홀랜드 등 할리우드 스타를 만나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떨려서 그때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책속으로
P.10 영화 기자가 꿈인 내게 또 다른 목표가 있었다면 나만의 영화 웹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웹진을 만들려고 하면 홈페이지도 있어야 하고 당시에 그런 것을 만들려면 웬만한 수준의 기술과 지식은 있어야 했다. 이메일 하나 보낼 줄 아는 게 다였던 내가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친구의 블로그를 보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질문의 답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P.16 그렇게 원하던 나의 ‘웹진’을 만들었지만, 의외로 블로그 첫 포스팅은 영화가 아니었다. 당시에 유행이었던 솔로 부대 사진을 넣고 그냥 추운 날씨에 왜 내 옆구리는 이렇게 시릴까, 라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적었다.

P.21 나에게 블로그는 습관이자 버릇이자 의식주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으며, 무엇을 한다고 떠들지 않아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P.21 한때, 내가 다닌 직장의 사장님이기도 했던 소셜미디어 전문가 이지선 선생님에게 “내 블로그에 댓글을 100개 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100개를 달아라” 하는 말을 들었다. 정말이다.

P.150 물론 크리에이터로서의 고민은 당장 쉽게 답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늘 고민할 것이고.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특별함, 설렘은 내가 블로그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페이스북을 탈퇴하지 않는 이상, 유튜브를 중지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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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R
을 시작하다
축하합니다. 블로그가 개설되었습니다
꾸준한 업데이트가 중요해
온라인 친구가 오프라인 친구로
에브리데이, 뉴데이!
이웃들의 댓글이 제 월급입니다
1인 미디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레드써니를 쳐보세요
저기, 레드써니 님 아니세요?
나의 닉네임을 찾아서
R군 캐릭터 탄생
R군 명함을 만들다
봉 감독님, 제가 빚을 집니다
스브스뉴스에 나오다
파워블로그가 되다
사인을 연습해야 하나?
실시간 검색어 1!
바빠도 덕질은 계속되근영
이벤트와 답장 댓글은 성실히!
칸의 레드카펫을 밟다
히든무비를 시작합니다
영화제, 축제의 시작이자 밤샘의 시작
목소리로 영화를 전하다
어디서 상영할까나 영화 제작기
영화인을 만나다
진지하고 유익한 시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블로그를 함께했던 동지들이 떠나고
블로그 아직도 해요?
크리에이터 VS 직장인의 삶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R군의 R튜브, 천만 아니고 천 명 돌파!
R군은 지금도 진화 중
에필로그: 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는 것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
황홍선ㅣ160쪽46변형(110×178)978-89-6545-708-4 
12,000원2021년 2월 8일

취미가 콘텐츠가 되는 크리에이터 R군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은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들려주고자 한다. 처음은 작고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블로그로 자신의 삶까지 변화시킨 R군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매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에,R군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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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누구입니까?
나와 연결된 세계를 탐구하는 시들

김창호의 첫 시집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저자는 부당한 이유로 대학에서 해직 당했고 복직을 위해 대학과 17년 동안 길고 질긴 싸움을 했다. 복직 끝에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해직과 복직으로 저자는 사회의 이면을 경험하게 됐다. 후기에 썼듯이 “온갖 감정의 혼돈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고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저자가 돌파구로 찾은 것이 ‘시’였다. 시를 통해 세상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자연의 존재, 삶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쓰고 다듬은 시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산들바람 부는 날마다
내가 방문을 열게 하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기다림에 지쳐 잠든 나를
저 멀리 미소로 바라보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_「그대는 누구입니까?」 중에서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르다

저자의 시에는 ‘그대’가 자주 나온다. 여기서 그대는 나와 얽힌 모든 것이 된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에서는 “출렁이는 그대 머릿결은/한바다 같은 천국입니다./내딛는 그대 발자국은/극락세계 층층대입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대는 마음속에 품은 초월적인 존재일 수 있다. 「커피 그대 얼굴」, 「그대는 지금 무얼 하나요?」, 「내가 사모하는 그대여!」에서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고, 늘 내 곁에 함께하는 이들일 수 있고, 또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일 수 있다. 「하얀 나비 내 마음」에서 “어디서 날아오는/하얀 나비 내 마음/남몰래 하얀 나비/마중하는 꽃향기/이 꽃 저 꽃 잠시/머물다 날아가는/하얀 나비의 여정”처럼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운 이들을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른다.

자연과 고향, 세상사를 시로 노래하다

저자는 시를 통해 자연과 고향, 세상사를 노래한다. 「내 고향 강변에서」는 “저 강물에 떠오른 노랑 밤배/동그라미 보름달 함께 타고/내 고향 강변 건너오세요”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꽃은 꽃입니다」에서는 “피어서 벌 나비 왔다 가면/춤추면서 떨어지는 꽃입니다./칠흑 같은 밤에도 꽃은 꽃입니다”로 자연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유행가 가사 인생」에서는 “정의가 아닌 것을 정의로/만드는 신의 연금술 법학,/사랑과 미움으로/이별하고 재회하는/‘사랑도 이별도 무죄다’라는/유행가 가사를 아시는가요”로 삶의 부조리를 담담히 전한다. 저자는 생성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이치와 포근히 안아주는 고향의 포용력, 세상의 아이러니를 시에 담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김창호
1952년에 태어났고, 현재 동의대학교 인문사회대 영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 일기 여행을 번역했고 박사논문으로 한국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 연구, 노자와 햄릿, 원효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꽃과 일상생활등이 있다snowdream@me.com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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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는 웃었네
그리운 내 고향|나는 웃었네|엄마 기다리는 아이|아 매정한 세월아!|내 고향 강변에서|아들과 아버지|보리타작 마당 막걸리|오선지 새해 기차||우리 아버지 유산|내 존재의 고향|씨앗 뿌리는 날|잊어야지 잊어야지|솔바람 해탈의 길|길노래 방랑시인|

2부 하얀 나비 내 마음
나비 꿈꾸는 그대여!|사랑은 사랑이요|커피 그대 얼굴|하얀 나비 내 마음|그대는 지금 무얼 하나요?|내 님 오시는 날|노 저어라!|과거는 묻지 마세요|그대는 누구입니까?|내 심신의 지도|창밖에 가로등|사랑은 이런 건가요?|내가 사모하는 그대여!

제3부 내가 만든 내 감옥
내가 만든 내 감옥|꽃은 꽃입니다|옛정이 싫던가요?|먹물 자화상|꿈꾸지 마세요|동지섣달 다듬이 가락|밤에 피는 야화|출가자 가출자|그 여자는 모르리라|유행가 가사 인생|하얀 깃발 올립니다|자급자족 지구 세상|경계선 지도 불태웁니다|지식의 옷 벗어 태웁니다|공자가 남긴 유언|그림자 안고 가세요|독방 처사의 자유|고드름 사랑|육지가 바다라면

4부 빛의 소리를 찾아서
일편단심 이 세상|하늘 여관입니다|봄소식 전할까요?|거미줄에 걸린 달|연인의 인연|봄날은 온다|이 소리 들리시나요?|단풍|함박눈 하늘 북채|무심한 손거울|죽은 자에 대한 예|그림자 걸인입니다|그대와 나|조마조마하는 꽃 보셨나요|꽃과 사는 여인|빛의 소리를 찾아서|내 나이 물어보세요|무화과 그대는 별꽃입니다|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김창호 시집126쪽125*200978-89-6545-695-7
12,000원2021년 1월 15일

김창호의 첫 시집. 그대는 누구입니까?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고 
늘 내 곁에 함께하는 이들일 수 있고, 또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일 수 있다.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운 이들을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른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 10점
김창호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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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확대해온 구모룡 평론가

시조라는 주변 장르의 현대성을 궁구하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구모룡 평론가의 현대시조 비평집.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으로 문학평론의 길에 들어선 구모룡 평론가는, 그간 다양한 비평활동과 연구를 통해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넓혀왔다. 이번 비평집에서는 주변 장르로 인식되어왔던 시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며, 현대시조의 새로운 세계관을 가늠하고 있다.

저자가 이미 책 머리에 밝혔듯,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의 작업물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가 현대시조라는 장르에 관심어린 눈길을 주는 것에는 분명 어떤 연결지점이 있다. 중앙과 주류라는 개념에 밀려,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옳게 평가해 주는 것. 이는 구모룡 평론가의 비평이 갖는 중요한 증언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서문을 위시하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이론과 방법을 다루었으며, 3부에는 현대시조 시인론을 담았다. 특히 서문은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시조시학의 핵심요소를 간추리면서, 그 의미를 현대시조의 맥락에서 되새겨보고 있다.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에 포획되지 않는 시조시학

시조에 곧잘 대입되곤 하는 오래된 편견으로,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근대성이 만들어낸 가짜 이분법이라고 말한다. 시조의 형식은 고정된 하나의 정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담기는 내용에 따라 형식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에 더 가깝다. 학계에는 여전히 창사주종(唱詞主從)의 원리를 따라 현대시조도 고시조의 정형률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형시와 자유시의 이분법은 여러 오해를 낳는다. 정형시는 지켜야 할 것으로, 자유시는 지켜야 할 것이 없는 것으로 잘못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한 편의 시 속에서 함께 요동하고 있음을 역설하며, 잘못된 이분법을 거부하는 시조시학을 펼친다.

 

 

현대시조는 삶과 시에 안주하는 양수겸장이라거나 자연예찬이 아니다

시조형식의 민족주의를 넘어서기 위하여

1920년대 문화 민족주의가 이끌어낸 시조 부흥은, 민요 운동과 더불어 각기 민족과 민중의 이름으로 소환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시조라는 형식은 이미 그 역사적 소임을 다 하였으며, 현대시조는 이미 죽은 형식을 살리는모순된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시조가 민족주의를 넘어서고 정형시로서의 규율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현대의 변화하는 세계상을 자신의 형식 속에 담아낼 때, 현대시조는 비로소 민족시로서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자연의 문맥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현대시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하는 지점이다. 근대성이 만든 생태학적 재앙으로 인해 현대시조는 탈근대의 한 양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동양의 자연주의는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시조가 삶과 시에서 안정의 위치를 유지하려는 양수겸장의 욕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적어도 나는 믿고 싶다. 어쩌면 이러한 물음을 다시 묻는 방식이 나의 시조평론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시조는 현대와 시조의 결합이라는 조어로부터 그 이중성이 벌써 암시되는 장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혼재라는 현대시조의 장르적 속성에서 대화적 개방성을 찾고, 그 묘미를 맛보길 바란다.

 

 

 저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1982<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폐허의 푸른빛,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연구(편저) 등이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키워드

#현대시조 #시조시학 #문학평론 #문학비평 #시인론 #산지니평론선

 

첫 문장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작업은 아니다.

 

 

 속으로 / 밑줄 긋기

 

p.54     혹자는 시조와 현대의 양립 불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현대시조의 시대착오성을 공박한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부박(浮薄)한 현대에 대한 비판의 계기로 간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변증을 상정한다. 이들 세 가지 부정과 긍정은 지금까지 보여진 현대시조에 관한 입장들을 대체로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시대착오성을 들어 부정하는 입장은 대개 시조의 계급성과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보인다. 시조가 지닌 귀족주의는 현대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비평가들의 입에서 나온다.

p.57   자연은 하나의 이념이다. 달리 동양적 자연주의라고 해도 될 법한 이것은 전통적으로 삶을 통어하는 원리와 척도로 존재해왔다. 이것은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그 나름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삶의 논리이다. 전통적 사유형태인 이것은 서구의 낭만적 자연주의와 다르다. 서구의 그것이 문명과의 대립을 상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전통은 인간과 현실의 전체성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하나의 전체를 의미하는 도()이다. 시조는 이러한 자연의 도에 이르는 과정의 표현이 되었다.

p.62 현대시조 쓰기는 낡은 형식에 생기를 더하는 일이다. 마른 헝겊조각이 물과 만나 다른 삶을정화하는 걸레가 되듯이 현대시조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획 속에 있다.

p.68 현대시조의 가능성은 현대와 시조라는 모순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만드는 이중성에서 찾아진다. 즉 현대시조는 이중지시적 담론이다. 그래서 이것이 지니는 대화적 개방성에 그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탈근대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그 하나는 전통적인 이념의 재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양식적 실험이다.

p.87 시조가 지향하는 화의 미학도 드러나지 않는 것의 드러남, 숨은 것의 나타남,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 이것은 근대(현대)에 의해 묻혀버린 보편 가치를 발굴하는 일과 관련된다.

 

 

 

<목차>

책 머리에

 

서문: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선생의 시조시학을 생각한다

 

1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현대시조의 성과와 과제

시조시학: 보존과 창조 사이

 

2

왜 제유인가

지연되는 화()의 미학

시조 속의 꽃의 미학

 

3

상처를 치유하는 생의 형식이우걸론

푸른 생명과 붉은 사랑의 시박옥위의 시세계

삶으로 빚은 그릇김연동론

귀환의 노래, 신생의 노래김보한론

뜨거운 심미주의이정환론

생의 감각과 은유의 매혹정희경론

사랑이라는 긴장된 관계강영환의 남해

본디 감각의 세계서일옥의 동시조집

 

 

저 자 : 구모룡

쪽 수 : 260

판 형 : 140*210

ISBN : 978-89-6545-688-9 03810

가 격 : 20,000

발행일 : 20201130

분 류 : 국내도서 > 소설//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보존과 창조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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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소설집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광풍처럼 불어오는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1986<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 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각박한 현실 아래 상실되어 가는 절대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때로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특별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고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환기한다. 지친 현대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표제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부의 삶을 그린다. 재난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혼자가 가장 안전한 상황이더라도 내 옆의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소설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세상의 민낯을 꼬집으면서도, 봄을 데려오는 우아한 바람의 존재를 역설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형태와 빛깔이 다른, 저마다 고유하게 빛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물안개는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갖게 된 삼례댁은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살아간다. 남편이 전처에게서 얻은 자식들도 살뜰히 살펴 키워냈다. 어느 날 남편의 전처가 돌아오고, 삼례댁과 남편의 사이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선물의 집은 작은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은수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경로를 그리고 있다. 은수는 자신의 가게 맞은편 전자상회 직원 무호와 짧은 교제를 끝내고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가게에 방문한 손님 할머니는 그런 은수에게 자신의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며 가게에 들른 할아버지에게 즉석만남을 시도한다. ,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며 은수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일지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은 어느 요양보호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두 노인이 서로의 인생을 반추하며 새로운 사랑을 쌓는 모습을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 장면을 통해 섬세히 보여준다.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서로 연대하여 새로운 에덴을 창조해내는 이야기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괴로움에 엇나간 모녀관계를 갖게 된 민경은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선을 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우설에게도 결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 두 사람은 학대받는 두 아이를 입양하여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은 긴 복도에 설치된 난해한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이복 오빠와 새엄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는 타인의 애정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를 거두게 되면서 는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만난 의사가 에게 뜬금없는 치과치료를 권유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물질주의와 동물성을 비판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그리고 있다.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혼외자식을 낳은 그 여자는 정체 모를 아파트 소음에 시달린다. 이웃에 따져도 보고 관리기사를 불러 하소연도 해보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관리기사는 오직 그녀에게만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들려오는 고유 진동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답변만 들려준다. 이해할 수 없는 소음 탓에 이웃과 마찰을 빚는 여자를 이해해 주는 것은 14층 여자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여자는 변화를 맞는다.

물과 불을 지나는 미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한국인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은 현지의 집을 렌트하면서 집주인 홀리, 에드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홀리는 미국문화에 서툰 현서 부부를 가르치려 하는데, 현서는 그들의 간섭과 과도한 요구사항들이 불쾌하다. 중첩되는 갈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불가해함을 느낀다. 그러나 소설은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어떤 피로를 불러오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끝내 소통부재를 극복하고 피어난 유대의 소중함을 성실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연결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살아야 할 것인가. 소설 속 인물들은 오해 속에 난관을 맞닥뜨리고 힘겨워 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의 일면을 포착한다. 소설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자꾸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세상에 너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느냐고 우리에게 다정한 말을 걸고 있다.

 

 첫 문장 

혹시 남편의 체온이 느껴지나 싶어 옆자리를 더듬어보았지만 곁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 대신 온기 없는 싸늘한 이부자리가 만져졌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5      간밤의 꿈이 생각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삼례댁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럴 때의 삼례댁은 언제나 열아홉살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돌아보니 남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꿈속에서 산을 오르고 손을 붙잡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돌아보면 상대는 언제나 남편이었다. 꿈속에서조차 상대는 남편이었다. 매번 그랬다. 삼례댁은 그 남자, 남편밖에 몰랐다.

 

P.73      왜 진즉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야만 들을 수 있는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아픈 이야기일수록, 깊은 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거다. 그날 늦은 오후, 1층 노부부의 안방에 있던 오동나무 반닫이는 2층 아들네 방으로 옮겨졌다. 진즉 그랬어야 했던 반닫이였다. 노인은 중년의 아들에게 미안해서 깨끗한 앞마당을 자꾸 쓸었다.

 

P.226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미움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싶다. 내가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이런 희망쯤은 품고 살아야 당연하다. 그렇게 내 운명에 길들여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내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P.93      내 상처 입은 영혼아. 내게서 떠나가라. 나는 새로운 나의 주인 희망을 맞아들였다. 나는 희망에게 복종할 것이며, 새로운 두 생명을 책임질 것이다. 나는 사랑할 것이다. 내 불쌍한 영혼아.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가라.

 

 저자 

문선희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며 울산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평생학습원에서 현대 영문학 디플로마 및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86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고, 1996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단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창작동화집 말하는 거북이』 『벙글이 책가게 단골손님』 『나의 분홍 삼순이, 전기문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청소년장편소설 장다리꽃, 장편소설사랑이 깨우기 전에 흔들지 마라등이 있으며 현재 울산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물안개

바람, 바람, 코로나19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

선물의 집

물과 불을 지나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

내 안에 있는 나라

 

작가의 말



 




『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지음|264쪽|978-89-6545-687-2|15,000원|2020년 12월 07일|한국소설


198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 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바람, 바람, 코로나19 - 10점
문선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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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에메랄드 궁』의 

박향 작가가 쓴 첫 번째 에세이

제주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이제 이곳에서 조금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문득 이곳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다. 유행하는 한 달 살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쁜 시간의 허리를 톡 떼 내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작은 시골집을 숙소로 삼아 동네와 그 주변, 때로는 조금 멀리 나들이를 갔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았기에 매일의 기분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졌다. 휴대폰 알람이 아닌, 제주 앞바다의 파도 소리에 이끌리듯 잠이 깨면 습관처럼 바닷가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여행을 왔으니 꼭 관광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했다. 어떤 날은 에어컨을 켜둔 채 집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침대에 누워 시골 책방에서 산 책을 읽거나 하릴없이 뒹굴기도 했다.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을 보며 아름다운 슬픔을 가슴 속에 가득 채우다

작가는 열흘 동안 매일 사진을 찍었고, 저녁마다 일기를 썼다. 제주를 떠나올 때쯤, 찍었던 사진을 살펴봤을 때 작가는 깨닫는다. “아, 노을을 찍은 사진이 많구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바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었다. 여행 첫날, 숙소 동네에서 우연히 노을을 발견하고 감동한 후 매일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노을을 찾았다. 그때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자기의 시간이자 일상에서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대는 노을을 보며 작가는 김원일의 소설 『노을』에 나오는 ‘대장간의 불에 달군 시우쇠처럼 붉게 피어난 노을’이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처음엔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황홀한 아름다움이 조용하게 변화하는 순간 그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움직였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 ‘무엇’ 때문에 열흘간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노을을 눈에 담았다. 



여행과 일상, 그 경계에서 따뜻한 위로를 만나다

작가가 10년 전에 쓴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에는 힘든 시기를 지나온 주인공과 가족들이 마지막에 함께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마지막 대목을 놓고 작가는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고백한다. 소설을 다 쓰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주인공이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밥상을 차리는 것이고, 상처 받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그 밥을 먹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식사는 대부분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숙소 마당의 작은 정원에 자라는 가지, 깻잎, 고추, 파 등은 훌륭한 식재료가 되어 주었다. ‘밥 잘해주는’ 친구 ‘경’이 차려주는 밥상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작가에게 말이 필요 없는 위로와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예약된 병원에 가고, 은행에도 가야 한다. 출근도 해야 하며, 여러 가지 집안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열흘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기억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방랑자들』의 한 대목 “나의 첫 여행은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제주여행 #살아보기 #엄마의 여행 #작가의 여행 #자유여행


첫 문장                                                            

오전 11시 45분 비행기였다.


책 속으로                                                          

P. 15-16   무엇보다 우리는 좀 여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장소를 옮긴 것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알게 될 것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이 봄날의 기운처럼 우리 곁으로 왔으면 했다. 떠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님을, 우리 인생이 여행 그 자체임을 느껴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다.

p. 27-28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서서히 바다에 젖어들고 있었다. 태양은 동그란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댔다. 하늘도 바다도 핏빛이었다. 멀리 작은 등대도 해안의 작은 집들도 핏빛 속으로 스러져 갔다.


P. 104   지나고 보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서 모든 걸 망쳐 버리는 때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좋은 파도가 와도 놓쳐 버리거나 방심하다 바다에 빠져 버리기도 했다. 기다린다는 것, 가장 좋은 때를 알아챈다는 것은 지금도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패한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래의 여자』 속 남자처럼 그 시간들이 모여서 기다리는 법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도를 타 넘으며 패들을 멋지게 회전시킨 젊은이의 모습이 눈부신 윤슬 사이로 흩어져 내렸다.


P. 195   오늘도 제주 노을을 보러 간다. 어쩌다 보니 제주의 서쪽에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코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각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 속에 있는 그 순간, 우리를 가득 채우는 풍만함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슬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억과 망각의 순간이 뒤섞이며 우리를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시간을 차마 입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 소개                                                          

박향

다락방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손수건만 한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조금 더 자라 문학소녀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하고 곧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 만에 첫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를 펴냈다. 이후 작품집 『즐거운 게임』, 『좋은 여자들』을,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 『에메랄드 궁』, 『카페 폴인러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를 펴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제5회 현진건문학상 대상, 제12회 부산작가상, 제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한 달은 아니라도, 한 번쯤은 그 바쁜 시간을 똑 떼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용하고도 여유롭게 엄살 같은 걸 떨어 보고 싶었다.

2019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간 오랜 친구와 나는 제주도의 작은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묵은 동네와 그 주변, 그리고 아주 가끔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주변을 거닐고 그곳의 풍광을 찍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아서 그날 기분에 따라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목차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출발 

노을에 젖다 

한밤의 방문자 

거문오름과 어깨동무하다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는 

밥 잘해 주는 친구 

보말과 허브가 있는 바다 

기다림에 대해 

좋아요 

팔찌 네 개 

초록이 또렷해지면 

맥주 두 캔과 꼬깔콘 한 봉지 

바다에 취하고 

순이삼촌 이야기 

햇살 가득 한담산책로를 걷다 

너는 춤추고 나는 책 읽고 

노란길이 있는 마을 

똑똑아, 안녕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208쪽| 127*188|15,000원|2020년 11월 18일 

978-89-6545-680-3 03810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 10점
박향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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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11.27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 낙엽과 에세이!
    사진 좋네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11.27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책 사진 너무 이뻐요. 선생님 프로필과도 셋투셋투

  3. BlogIcon the PEN 2020.11.27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컬러감이 좋네요. 가을 감성 가득~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출간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2020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일반부분에도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 구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자에게 감동을 전하며 강연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을 한정 수량으로 출간한다.


_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지키며 삶을 버티게 하는 글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_「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중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전하는 삶의 이야기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깊고 그윽하며 단단하다. 불안, 슬픔, 고독을 부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때로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외로움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삶에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상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삶을 붙드는 족쇄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목표에 연연하기보다 이 순간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한다. ‘저곳’을 꿈꾸지 말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이곳’에 충실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저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실은 바로 ‘이곳’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라 전한다. 이렇듯 힘 빼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문장을 빚어내 일상의 방에 만들다

“소심한 자가 갈팡질팡하며 고민한 흔적들”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이 있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는 동안, 정작 자신의 손에 가락지 하나 없었다는 푸념을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 앞에서 풀어놓는 글이다. 그녀의 글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_「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중에서


저자는 책에서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또 글쓰기 덕분에 지금 자신의 삶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교수가 돼서도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필요성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고루한 훈화 대신 책 읽기와 글쓰기로 삶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공독(共讀), 마음의 경계를 허물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 「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독서, 연민과 자기 이해의 여정」 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 나아가길 독려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는 일임을 책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작가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기어 올린 단어들

슬픔, 늙음, 방황 그리고...


삶은 항상 즐거울 수 없다. 희로애락 속에 자신을 담금질해 가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원숙하게 받아들인다. 기쁨보다는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는 부정적 감정을 수면 위로 올려 일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만든다.

저자는 「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에서 슬픔에 대해 말한다. 16년간 함께했던 강아지 ‘별이’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슬픔을 기록하기로 한다. 글쓰기로 애도하며 그리움을 기록하고 그 존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가 진정 애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이별의 순간과 애도하는 시간에 대해 쓴 글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또 방황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대학 시절 자살 여행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우연히 가출 소녀를 숨겨주게 된다. 소녀를 쫓던 폭력배들에게 달아나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 “살고 싶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킨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려고 애썼던 그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과시만이 SNS 계정에 도배되는 요즘, 슬픔도 기록될 수 있고 방황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일상의 균열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곳을 다시 메꾸면서 단단해지고 원숙해지는 법을 나눈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이국환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문학과 아내라 생각한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책으로, 아내를 만난 후에는 사람으로 세상을 배웠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책과 영화,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울적할 때는 기타를 연주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주로 고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직접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쓰기도 한다. 운 좋게도 글 한 편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 이를 통해 여기저기 글을 드러내게 된 것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텔레비전에서 <다시 책이다>, 라디오에서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소개했다. 동아대 최우수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남은 생도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이국환 지음│270쪽│978-89-6545-678-003810
46판 양장(127*188)16,000원 | 2020년 11월 10일 출간 

예술과 철학에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10점
이국환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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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니시인선 005

그냥 가라 했다


바다 너머 건너온 이방의 신체감각

강남옥 시인의 신작 시집 그냥 가라 했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동안 낸 시집으로는 살과 피, 토요일 한국학교가 있다.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구모룡 평론가는 해설에서 고향을 떠나 유랑하는 이에게, 더구나 그가 시인이라면 시적 표현은 피할 수 없다. 강남옥 시인이 중년의 분주한 삶을 돌아보면서 시인으로 귀환한 일은 거의 필연에 가깝다고 전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다 부주의한 생, 또 박았다
뒤 범퍼가 내 주먹만큼 꺼진 앞 차 주인
범퍼를 손바닥으로 문지른다, 예기치 않게
관대한 생, 그냥 가라 한
다 또 들이박혀 입 딱, 벌어지는
트렁크 몇 번 닫았다 열어본다
열리고 닫히는, 충분히 충분한 생
그냥 가라 했
_()중에서

 

이민자 시인이 말하는 타국에서의 질곡

미국 이민자인 시인은 섬 같은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시들은 차이와 차별에 민감한, 이방인으로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감정을 표출한다. 가령 쌀과 꽃은 미국 생활에 대한 해학을 품고 있는 시이다.쌀 포대는 크고 무겁고/꽃다발은 작고 가볍지만/값은 같다라는 결구를 지닌 이 시는 쌀과 꽃으로 구별되는 한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선물의 양식을 표상한다. 유머와 해학이 깃든 시선은 일종의 관조와 거리”(해설, 150)이다.

시인은 요절한 친구를 보낸 후, 시적 화자의 입을 빌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끌고 간다/여기까지 끌고 온 것에 대해/지금 끌고 가는 것에 대해/앞으로 끌고 가야 할 것에 대해/뒤에서 저를 주저앉히려 한 것에 대해/담담하게 말할 수 있는 반전의 때가/생의 마감을 알리는 신호라면/치욕도 상처도 내려놓음 없이/헐떡이며 마냥 끌고 가야 하는 것일까/저 헐떡이며 쉼 없이 내리는 눈발처럼이라고 묘사하는데, 이는 생을 끌고 가는 행위에 비유함으로써 이민자 생활의 질곡을 단번에 요약”(해설, 151)하는 것이라 하겠다.

 

시적 감각을 깨우는 고향의 기억들

고향의 기억은 강남옥 시인의 시적 영감을 깨운다. 원동을 떠나다마른 먼지 자욱한 가로수 길/소 버짐같이 쓸쓸하던 봄 그날/첫 차 타고 떠나왔다, 떠난 그대처럼/보고 싶고 안 보고 싶던 날들 셀 수 없건만/다시는 다시는 작은 원동/내 돌아가지 못했다라고 진술한다. 원동은 추억 속의 한 마을이지만 시적 원천과 같은 상징으로 자리한다.”(해설, 149). 고단한 이민살이는 고향을 더욱 그리워하게도 하지만 시인의 시적 감각을 깨우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바다 건너서 전해오는 고향 이야기는 새롭고 또 애틋하다. 시인의 아련한 정서가 시를 읽는 사람에게도 전해진다.


  오랜 그리움 해감에 넘어 나오는 것들 훔치느라
  코 밑 꺼매진 행주 그렁그렁한 눈물 닦아주며
  몽당연필 같은 여생 빈 볼펜 자루에 끼워
  조심조심 뾰족이 다듬고 있다네
  _부엌의 사색

 


강남옥 1959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효성여대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살과 피(1989), 토요일 한국학교(2017)가 있다. 1990년 도미하여, 현재 미국 필라델피아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

산지니시인선 005

강남옥 시집|158쪽|46판형 양장(133*194mm)12,000원
2020년 11
월 09일 

978-89-6545-659-9 03810

시인은 1990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다. 『그냥 가라 했다』에서는 이방인으로 느끼는 삶의 감각이 오롯이 드러난다. 팍팍한 타향살이에도 시를 쓰는 본분을 잊지 않고 시인으로서의 감각을 마음껏 뽐내며 비애와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린다. 강남옥 시인은 자신에게 일어난 이 필연을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이국에서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지 않고 오히려 쿨하게 “그냥 가라 했”다고 말한다.




그냥 가라 했다 - 10점
강남옥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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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을 거슬러

정미형 소설집



연관 키워드
#중년의삶 #삶과죽음 #2019년현진건문학상우수상
#2018년경북일보문학대전소설금상


삶의 중반에 서서 펼치는 감정의 파노라마
“눈물 사이로 다시 살아갈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일”

2019년 현진건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인 정미형 소설가의 신작 소설집. 2017년 첫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을 펴낸 후 작가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 2018년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단편 「고무나무 이야기」로 소설 부문 금상을, 2019년 「봄밤을 거슬러」로 2019년 현진건문학상 공동우수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서 한 뼘 더 성장했다. 당시 「봄밤을 거슬러」는 “생의 후반기를 걷고 있는 노시인을 통해 삶의 관계성과 죽음에의 접근, 꿈과 욕구의 산화(散華)를 섬세하고도 서정적인 문체에 담아낸 수작”이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수상작품을 포함해 7편을 수록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이 듦과 죽음의 불안, 불편한 인간관계와 불확실한 인생을 다뤘다.

정미형 작가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삶의 파도에 씻기어 닳아가는 우리의 삶이 있을 때, 말끔하게 닦여진 그 눈물 사이로 다시 살아갈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일”이 소설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경이로움 속에서 줄타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화, 늙음, 불안… 내 인생에 초대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온다

「봄밤을 거슬러」는 단조로울 것 같은 노년의 하루가 생활감과 함께 밀도 있는 언어로 짜여졌다. 무엇보다 이 단편의 문학성은 조용히 놓여 있는 낡은 찻잔에도 미세한 금이 가듯 죽는 날까지 우리 삶을 잠식시키는 불안이라는 복병을 통찰한 점에 있다. 삶이란 무심한 파도는 자비를 모르는 법이다. ―강석경(소설가)


「벽 속으로 사라진 남자」는 아내인 내가, 남편이 벽으로 사라졌다고 믿으며, 불편하고 수상했던 결혼생활을 회상하는 이야기이다. 케이라는 인물과 정신적으로 얽혀 있는 남편은 케이의 대리자처럼 느껴진다. 어느 날 남편은 케이에게 고양이 무늬 벽지를 받아온다. 그리고 남편은 그 벽지를 바른 벽 속으로 사라진다.

표제작 「봄밤을 거슬러」에서 이제는 노인이 된 시인은 봄날의 오후를 담담하게 그린다. 어느 날 노시인의 옆집에 사는 이웃이 정원을 새로 단장한다. 이웃은 노시인에게 담장을 허물자고 제안하며 구덩이를 판다. 특별할 것 없던 시인의 일상에 소음이 생기고 시인은 그 풍경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과 다가올 죽음을 관조한다.

「당신 곁에 언제나」는 사고로 죽은 아내가 남긴 글을 읽으며 세상의 무의미함과 살아나가는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남자는 상처로 얼룩진 인생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과 닮은 낯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을 열고 조금씩 소통하려고 한다.

「수박의 맛」은 여름철 수박으로 겪게 되는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다. 신혼시절 육촌 부부가 수박을 들고 찾아와 연대보증을 서달라고 부탁하는데 마침 달고 시원한 수박을 먹고 싶어 하던 남편은 수박을 먹은 뒤 스스럼없이 서류에 도장을 찍는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이 중첩되면서 수박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삶을 지탱해준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언젠가 그녀도 외로운 밤 고무나무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고무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순하게 귀를 기울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다.
―「고무나무 이야기」중에서


노란 등」은 부산 북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로, 나는 어린 시절 그 부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논다. 그곳에서 자란 나는 바다와 배에 향수를 가지고 있다. 평생 뱃사람이었던 아버지는 배에서 얻은 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사회복지사가 된 나는 우울증으로 세상과 단절한 친척의 집을 방문한다. 그곳 부두에서 ‘나’는 과거의 나를 지탱해준 노란 불빛을 본다.

「고무나무 이야기」에서 나는 삶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동생을 안타까워한다. 어느 날 폐건물에 버려진 고무나무를 보고, 고무나무를 키우며 지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은 연락도 닿지 않는 동생을 생각하며 지나간 시간을 회상한다. 고무나무로 압축된 삶의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못 자국」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긴 아파트의 벽을 도배하는 남자는 어머니가 살아온 억척같은 날들을 기억한다. 남자는 어머니의 집을 차마 팔지 못하고 여러 차례 세입자를 들이면서 그들이 이사 가고 난 뒤 남긴 못을 뽑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첫 문장

계절이 몇 번 바뀌고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8 남편이 스르르 벽 속으로 사라졌다. 그에게서는 그때 한 점 불안한 떨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다니던 산책의 마지막 코스라도 되는 듯 걸어들어 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보았다. 남편이 벽 속으로 사라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은 그 벽 외에는 더 이상 달리 갈 곳이 없었다. 남편이 사라진 것을 그의 친구 케이는 알고 있을까?


P.94 남자는 밖으로 나와 잠시 쉬면서 오한준이라는 이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문자도 읽지 않는다면 이 사람은 어디 아픈 것일까. 아니 어쩌면 문자를 보내준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는지도 모른다.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빨리 이 짐을 덜고 싶었다.


P.151 그래도 이 녀석이 학교 다닐 적에는 공부도 곧잘 하고 좋은 대학도 들어갔는데 그 이상한 연애만 하지 않았어도 저 꼴이 되지 않았을 거라며 훌쩍거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벌써 이십오 년도 지나 삼십 년에 가까운 옛이야기였다. 또 그 이야기는 오래전 친척모임 때마다 마지막 단계에 숙모가 술에 취해 울며불며 해오던 얘기였다.


정미형

경남 진해에서 태어났고 부산에 살고 있다. 2009년 봄 상반기 <한국소설> 신인상에 단편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이 당선되어 등단,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에 소설집 『당신의 일곱 개 가방』을 펴냈다. 2018년 경북문학대전에서 단편 「고무나무 이야기」로 소설 부분 금상을 받았고, 2019년 현진건 문학상에서 단편 「봄밤을 거슬러」로 우수상을 받았다. KBS 라디오 문학관에 「나의 펄 시스터즈」, 「봄밤을 거슬러」가 극화되어 방송되었다. 계간지 『작가와사회』, 『좋은소설』 등에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다.


차례


봄밤을 거슬러
정미형 소설집

정미형 지음|204쪽| 국판 변형(125*205)15,000원
2020년 10
월 15일 

978-89-6545-674-2 03810

수상작품을 포함해 7편을 수록한 이번 소설집에서는 살아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나이 듦과 죽음의 불안, 불편한 인간관계와 불확실한 인생을 다뤘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삶의 아이러니와 경이로움 속에서 줄타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한 작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봄밤을 거슬러 - 10점
정미형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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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란 소설집 『사람들』  

 


   

사연 많은 사람들 곁을 스쳐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뉴스 한 토막, 길 한복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

2012<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책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사람들은 신문사 기자 륜이 연재한 사람들에 관한 소설이다. 이 작품 뒤에 수록된 얼후, 선샤인 뉴스, 킹덤사람들코너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네 편이 옴니버스식으로 이어진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주변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과 손짓                  

표제작 사람들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삶부터 타워크레인 위에서 농성 중인 인권단체의 이야기, 연변의 합창단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부장은 륜이 연재한 기사에 진실이 없다고 하지만 륜은 진실이요? 그건 역사처럼 시간이 필요한 거예요라며 반기를 든다. 부장은 일본에 출장을 간 륜 대신 사람들 코너의 연재를 이어가야 한다. 륜이 남기고 간 컴퓨터 파일을 보면서 륜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등장인물과 독자가 함께 짚어본다

얼후는 연변의 가상 마을인 새불이 마을이야기다. 양춘과 김 단장은 서울에서 하는 아리랑 공연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일 년 동안 연변 아리랑을 연습한다. 양춘의 어머니는 어릴 때 한국을 떠났고 아버지마저 한국에 떠난 어머니를 찾으러 집을 나갔다. 새불이 마을은 고향을 등지고 한국으로 넘어가려는 탈북자들과 이를 잡으려는 북한 공안들, 유유히 연변 마을을 관광을 하러 온 관광객들로 넘친다. 양춘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연변 아리랑을 부른다.

선샤인 뉴스는 시각 장애인 치윤이 타워크레인에서 농성하는 사람의 기록을 그린 소설이다. 치윤은 지난 밤 관측 사상 가장 긴 월식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다. 라디오 진행자는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데, 치윤은 그녀와 동질감을 느끼며 인터뷰 내용 중 기억 남는 문장을 점자로 새긴다. 치윤이 점자로 문장을 새기는 장면은 간절하고 섬세하게 묘사된다.

킹덤은 마다가스카르 타마타브 항구에 킹덤이라고 불리는 제련소가 세워지면서 파괴되어 가는 어촌 마을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자본주의로 인해 와해되는 어촌과 어부 대신 제련소의 노동자가 되어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마을 사람들. 공간은 저 멀리 타마바브 항구지만 내용은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난 것처럼 생생하다.

 

 

나와 우리 안의 폭력, 기억, 시련을 응시하다                       

그날 이후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인 금령과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 리엔의 우정을 담았다. 금령은 한글을 배우면서 과거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능동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 리엔 역시 사람들이 규정한 다문화 가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살고 있으니, 한국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말하며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소년은 알지 못했다는 여동생과 함께 폭력 아빠 밑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렸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집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녀와 소년. 소년은 아빠의 폭력을 답습하면서도 아빠를 향해 복수할 날만을 기다린다.

당신의 자서전은 직업이 방송국 PD가 신들린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화조 청소원으로 살았던 아빠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는 예전에 분홍돌고래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아마존에 다시 가기로 결심한다. 그사이 아빠는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는 아빠와 보낸 유년 시절을 떠올린다.

언덕 위의 집은 어린 아들의 기억이 담긴 집을 떠나지 못하는 늙은 아버지를 그린 소설이다. 아이가 소년으로 자라는 동안 늙은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골몰한다. 그러나 이제 소년은 떠나고 늙은 아버지만 집에 남아 소년과 함께한 날을 기억한다. 


첫문장

부장은 륜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3

륜은 들춰보던 기획안을 손에 쥔 채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았다. 부장이 동그라미를 친 단어는 대부분 사람들의 직업이었다. 륜의 기획안에는 수많은 직업들이 있었다. 환경미화원과 소방대원, 고물상과 노점상, 상인들, 택배원과 열쇠수리공 그리고 퀵서비스 기사와 같은 하루에도 수없이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직업이 줄을 이었다. 부장은 륜이 볼 수 있도록 손이 가는 대로 크게 동그라미를 쳤다

 

P.49

오늘처럼 눈이 내리는 한낮에도 눈을 감으면 별이 보였다. 그 옆으로 십 년 가까이 보지 못한 어머니의 얼굴과 어머니를 찾으러 한국으로 떠난 아버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양춘은 걸음을 멈추고 아른거리는 부모의 얼굴을 털어내듯 옷에 달라붙은 눈을 털어냈다. 눈이 떨어진 자리에 또 다른 눈이 소리 없이 양춘을 감쌌다.



사람들 

황령란 소설집


황경란 지음|224쪽| 국판 변형(125*205)|15,000원|2020년 6월 29일 
978-89-6545-069-6 03810

201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황경란 소설가의 첫 소설집. 곳곳에 존재하지만 다양한 세상사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삶을 소설에 담았다. 
작가는 주변부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가며,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소비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편한다. 이에 가정 폭력, 파괴되는 자연, 고된 노동 등 시대의 외침을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내며, 사회의 이면을 심각하게 다루기보다 이를 헤쳐 나가기 위해 내면을 다지는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스쳐 지나간 사람들, 어딘가에 있을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소설이라는 확대경을 통해 독자에게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봐달라며 손짓한다.



 

 

사람들 - 10점
황경란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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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니카 2020.07.10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센스가 있네요. 저 예쁜 꽃은 어디서 찍은 걸까요?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 비평집 

타고르를 이해하는 것은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시성詩聖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을 읽다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제국주의 시대 노벨상 수상 의의부터 문학적 성장과정까지

역사·전기적 비평으로 읽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

비평집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에서는 타고르가 노벨상을 받을 무렵의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하여, 타고르의 작품이 제국주의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2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에서는 타고르 문학의 태동기인 10대부터 최후의 문학을 집필한 70대까지 타고르의 삶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이를 통해 그의 생애와 작품과의 연관성을 밝힌다.

1부와 2부에서는 모두 제국주의 시대타고르의 나라 인도가 18세기 중엽부터 1947년 독립될 때까지 200년 동안 영국의 지배 아래 놓여 있었던 당시기탄잘리가 아시아에 대한 인식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작품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또한 부드러운 유미주의 시를 쓴 타고르가 작품과는 다르게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에서 그들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강연을 했고, 일련의 활동들로 제국주의 아래 약소국들이 상실한 자유와 희망을 외친 혁명 정신을 강조한다.

 

타고르의 작품을 읽으면 누구든지 개인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기탄잘리로 대표되는 아름답고 엄숙한 작품들을 평하다


 그가 아직도 세계의 가슴속에 꺼지지 않는 불멸의 등불로 살아있는 것은,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 자기 조국의 운명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었고, 명성보다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더 중요시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가 남기고 간 것은 노벨상을 훨씬 뛰어넘은 인간의 자유와 인류에 대한 사랑과 근심이었다. _본문에서


타고르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아시아 내 인도 무명 시인의 수상을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타고르의 시는 그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다.” “심오할 정도로 섬세하고 신선하며 아름답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당대 세계적인 시인들에게 인정받았다.

이후 타고르가 노벨상 수상으로 얻은 명성에만 기댔다면 그의 이름은 단순히 역대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정도에 그쳤을지 모른다. 그가 노벨상을 뛰어넘어 불멸의 등불로 존재하는 이유는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타고르는 자유주의자였으며 하나만의 철학체계를 고집하거나 조직적인 종교 신념이나 집단에 매몰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는 누구에게, 또는 어딘가에 속한다거나 자신이 대중의 중심이 되는 것 따위를 거부했다. 그는 마치 지구를 처음 발견한 사람처럼 지구가 이루고 있는 자연과 인류에 무한정으로 애정을 쏟아 부었다.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을 통해 얇은 시집 한 권이 단번에 세계적인 문호들을 감동시키면서 서구 유럽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에 관심을 가지고, 타고르가 평생 매달린 사랑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매우 유의미하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타고르에 대한 이해는 문학의 힘이 무엇인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책속으로 

P. 22-23 타고르가 작사 작곡한 노래 쟈나 가나 마나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19501월 공식적으로 인도 국가로 채택되었다. 또한 우리의 황금 벵골이라는 노래는 인도에서 분리된 방글라데시의 국가로 지정되었다.

P. 24-25 우리는 21세기 언제부터인가 세계가 하나라는 의미에서 지구촌이라는 통일성을 강조하기 시작했으나, 타고르는 19세기부터 이 세상은 하나의 둥지 속에서 서로 만난다.”는 말로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을 피력했다. 당시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을 자기네 것으로 간주하고 세계를 운운하는 것 말고는 세계가 하나라는 생각은 동서양에서 어느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궁극적으로 그의 철학은 사랑이며 사랑은 신의 본성으로써 자연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문학으로 변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삶의 형태로 실행되었다.

P. 26 기탄잘리에는 타고르의 고독과 고뇌가 있고, 거기에는 개인 화자로 상징된 민족과 국가가 있으며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이 깊숙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P. 29 성자처럼 고요한 그는 고요하지 않았다. 신을 대상으로 아이처럼 선하고 여성처럼 부드러운 유미주의의 시를 쓴 그는 영국, 미국, 일본 등 당시 제국주의를 표방하는 강대국을 다니면서 거침없이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강연을 했다. 그는 인간의 권리와 자유를 지배하는 기구나 제도를 완강히 거부했다.

 


 저자소개 

박정선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소설로 영남일보 신춘문예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수남이(2006년 한국예술위원회 창작지원 선정), 백 년 동안의 침묵(2012년 문광부우수교양도서 선정), 동해아리랑(2013년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작품), 유산, 가을의 유머, 새들의 눈물, 남태평양엔 길이 없다등이 있고, 소설집으로 청춘예찬 시대는끝났다(2015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내일 또 봐요, 와인파티, 변명, 표류등이 있다. 시집으로 바람 부는 날엔 그냥 집으로 갈 수 없다10, 에세이집으로 고독은 열정을 창출한다외 다수, 평론집 사유와 미학, 연구서 인간에 대한 질문-손창섭론, 해방기 소설론등이 있다. 소설로 심훈문학상, 영남일보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대상, 아라홍련문학상 대상, 천강문학상, 김만중문학상, 부산문학상 대상, 크리스천문학상 등을 받았다.

명진초등학교 교가를 지었다.

문예 창작 강사와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다.

 


 목차 

1부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1. 들어가는 말

2. 타고르와 노벨문학상

3. 타고르를 발굴한 화가 윌리엄 로센스타인

4. 가장 쉽고 가장 어려운 기탄잘리의 독법

5. 가문과 정신

6. 고독한 자유주의와 문학

7. 교육과 인간, 그리고 내셔널리즘

8. 타고르와 간디

9. 동방의 등불과 한국의 열망

10. 노벨상을 뛰어 넘은 불멸의 등불

 

2부 타고르의 문학적 성장과정

 

1. 문학의 태동기(10)

2. 문학적 성장기(20)

3. 작가로서의 성숙기(30)

4. 영적 성숙기의 문학(40)

5. 노벨상과 인생의 대 전환기(50)

6. 세계 순회 강연(50)

7. 세계 순회 강연(60)

8. 최후의 강연과 최후의 문학(70)

 

참고 자료

타고르의 연보 




타고르의 문학과 사상 

그리고 혁명성

박정선/288쪽/145*210/978-89-6545-658-203800/20,000원/2020529


예이츠, 에즈라 파운드, 로맹 롤랑 등 서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이 반한 인도인 타고르. 그는 소설가였고 극작가였으며, 음악가, 화가였다. 또한 식민지 인도를 위해 분투한 교육자이자 민족주의자였고 국제주의자였으며, 무엇보다 위대한 시인이었다.

타고르는 1913, 시집기탄잘리로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린다. 그는 이후 20년 동안 세계를 순회하며 강연했고 최고 지성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타고르는 유럽 제국주의의 우월과 식민지의 열등을 파괴했다. 또한 동서양이 문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전초 역할을 하였고, 중재자로서 화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이자 시인, 문학 평론가인 박정선이 세계 인류를 향한 선과 사랑에 대한 염원을 깊숙이 담고 있는 타고르의 작품과 생애를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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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06.25 1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위 잎파리와 표지 초록이 깔맞춤이네요^^

정형남 장편소설

 맥박 


고향에서 삶의 뿌리와 근원을 지켜나가다

정형남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맥박은 세상의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사현을 중심으로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었다.

현대인들은 문명의 이기심 속에서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사고의 틀과 진솔한 삶의 숨결을 망각하고 산다. 이에 사람들은 조상의 얼을 사장시키고, 자신의 존재성마저 살갑게 느낄 수 없는 각박한 현실에서 자정 능력의 상실감을 느낀다. 작가는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삶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잡한 도시로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줄곧 사현의 고향 시골이다. 친구들이 시골은 글렀다고 말해도, 사현은 자신을 길러주고 보듬어 준 고향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뛰는 맥박처럼 고향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다시 고향에 뿌리면서, 우리의 원천을 되돌아보게 한다.

 

굴곡진 인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길을 개척하다

신병이 들린 사현의 어머니 당골래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산신님이 지정해 준 깊은 산 바위 동굴에서 3년 치성을 드린 끝에 강신무로 거듭난다. 당골래는 영험하다는 입소문과 함께 주위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음으로 양으로 선행을 베풀며 불량기 다분한 아들의 장래를 위해 재산을 불려 나간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당으로서 자리매김해 갈수록 사현은 알게 모르게 주위로부터 멸시와 따돌림을 받는다.

그런 과정에서도 지극한 모성애에 힘입어 고등학교까지 마친 사현은 동네 밖으로 나가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경쟁자의 농간에 의해 문을 닫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동백꽃 같은 처녀를 만나 결혼을 한다. 이후, 1년 정도 빈둥거리다 자원입대를 한다. 제대 무렵 어머니의 부름을 받은 사현은 고결하게 천화(遷化)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울분과 반항심으로 빗나갔던 자신을 돌아보며, 고향의 지킴이로 어머니의 혼이 깃든 신당을 보존한다.

그러나 시련은 첩첩산중. 사현은 마음을 가다듬고 아내 수련과 이런저런 사업을 벌이지만 주위의 시기와 질투, 천재지변 등에 의해 살림은 거덜 나고 만다. 마음대로 안 되는 삶이지만, 자신들만의 길을 개척해 가는 주인공과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또 하나의 인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어머니와 아내, 두 여성이 건네는 인정과 강인함

이야기의 중심은 사현이지만, 중요 갈래에는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이 있다. 당골래는 자신을 괄시했던 마을 사람들에게 정을 베풀며 덕을 쌓는다. 또한 집안의 며느리가 된 수련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며 사현과 수련에게 자립할 수 있는 정신적 물질적 유산을 물려준다.

사현은 수련을 바다를 닮은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강인한 바다처럼, 수련은 집안의 중심이 되어 고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 애써 일군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거나 천재지변으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서도, 다른 사람을 미워하거나 자신의 삶을 한탄하지 않고, 오히려 당골래가 물려준 정신적 유산을 지키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베풀고 옛것을 지켜가며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고향의 품에 안긴다. 사현은 이러한 수련의 다독임과 지지로 번번이 좌절되는 현실 앞에서 다시 일어나고 희망을 꿈꾼다.

두 여성은 우리 어머니이기도 아내이기도 누이이기도 하다. 작가는 당골래와 수련의 삶의 줄기로 여성의 인정과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처럼 생동감 있는 인물들로 서사의 흡입력을 높이면서,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책속으로

P.18 문지상은 마누라가 차려준 밤참을 게 눈 감추듯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누라가 차려준 뜨끈한 밥상. 얼마 만에 받아보았는가. 가족의 애틋하고 간절한 마음을 헤아린 문지상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립문을 나서는 순간, 총부리가 가슴에 와닿았다. 누가 밀고라도 한 모양이었다.

 

P.40 사현의 어머니는 남편의 존재 따위는 잊기로 하였다. 그런데 정작 이상기류에 휩싸인 것은 그녀였다. 사지가 천근 무게로 가라앉으면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였다. 식욕도 없었고 무시로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하면 머리, 가슴, 팔 등이 쑤시고 아팠다. 날궂이를 하는가 보다. 즈려 생각하며 나이를 생각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P.44 사현은 한낮에는 단풍으로 물든 산을 누빌 수 있어 그런대로 외로움을 타지 않았다. 산짐승들과의 대화도 재미있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사정이 달랐다. 두툼하게 낙엽을 깔았다고는 하나 찬 기운이 배어들었고, 밤하늘의 별들은 어찌나 투명하고 영롱하게 반짝이는지 금방이라도 눈앞에 쏟아져 내릴 것 같아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어째서 서러운 마음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었다. 등허리에 배어드는 한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P.70 그날의 가정방문은 아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선생님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당의 존재. 주위 사람들의 무지한 인습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었다. 지금까지 따돌림을 받았던 사현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P.103 산신님의 부름을 받은 어머니는 눈보라와 하나가 되어 춤을 춘다. 어여쁜 날갯짓을 떨치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뿐사뿐 넘나드는 흰나비와도 같이, 흰눈 속에서 붉게 피어난 한 떨기 동백꽃처럼 고결한 미태로 이어지는 춤사위.



저자

정형남

현대문학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5부작)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진경산수』 『노루똥,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 꽃이 피니 열매 맺혔어라』 『피에 젖은 노을을 세상에 내놓았다.

 

목차

잘못 태어난 세상

어둠살이

변신

하늘의 무게

바닥이 좁구나

동백꽃 처녀

천화(遷化)

첫 단추

신바람

일장춘몽

새로운 세계

시대의 자양분

인간사 새옹지마

작가의 말



맥박

저 자 : 정형남 / 280쪽 / 145*210 / ISBN : 978-89-98079-32-1(03810) / 16,000원 / 2020528

정형남 장편소설. 세상의 굴곡에도 좌절하지 않고 삶을 일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사현을 중심으로 어머니 당골래와 아내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었다. 작가는 각박해진 세상에서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고난과 역경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흔들리고 희미해지는 삶의 뿌리와 근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번잡한 도시로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의 배경은 줄곧 사현의 고향 시골이다. 친구들이 시골은 글렀다고 말해도, 사현은 자신을 길러주고 보듬어 준 고향에서 인생을 이어가고 싶어 한다. 이야기는 끊임없이 뛰는 '맥박'처럼 고향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다시 고향에 뿌리면서, 우리의 원천을 되돌아보게 한다.




맥박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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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산지니 신간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소진기 에세이 




수필가 소진기의 첫 번째 에세이

등단 후 성실히 써 내려간 글을 모으다

부산 북부경찰서장 소진기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현직 경찰서장이자 2004년 『수필세계』 로 등단한 이력을 가진 수필가이기도 하다. 그의 첫 번째 에세이집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에는 수필가로서 첫발을 내딛게 한 글인 「수박의 소리」, 「초헌의 의미」, 「내 편」부터, 1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실히 써 내려간 글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이번 책에는 경찰공무원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소회와 함께, 자연인 소진기의 삶을 돌아보는 글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뼈아프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글들이 수록되었다. 




지난날 내가 ‘가지 못한 길’을 생각하며, 

운명처럼 들어선 경찰의 길을 돌아보다

책의 시작인 1부 「시골 경찰서장의 편지」에서 저자는 경찰대학생이 되었던 열아홉 시절로 돌아간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자신을 경찰대학생으로 만들었다는 그는, 달콤한 자유의 바다를 누비는 친구들과 달리 제복 속에 갇힌 처지를 생각하며 교정 벤치에 앉아 울기도 한다. 고래처럼 펄떡거리는 이십 대 초임 시절과 하루가 느리게 흐르는 시골 경찰서 생활을 거쳐, 요즘 시대에 부러워할 만한 안정적인 길을 걸어온 그도 “왜 경찰이 되었냐는 질문에 아직 적절한 답을 찾지 못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빙그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자고, 이제 좀 더 행복해지자고” 스스로 되뇌인다. 




먹고사는 일로 멀어져 버린, 

마음속 그리운 얼굴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배우 송강호와의 이야기


자연인 소진기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2부 「까칠한 사람」에서 단연 눈에 띄는 글은 「영화배우 송강호」이다. 세계가 인정한 배우로 거듭난 송강호와 저자의 인연이 놀랍고, 20년 죽마고우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깊고도 아련하다. 이 글을 읽다 보면 각자 마음속에 간직한, 그러나 먹고사는 일로 멀어진 아련한 얼굴이 생각날 것이다. 


“그와 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인사 없이 헤어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떡이 목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옹졸했을까!” 

_p.91 「영화배우 송강호」




소소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깊은 사유와 통찰

‘쓰는 행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성실함

3부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와 4부 「물을 부어도 새지 않는 사이」에서는 다양한 책과 시 구절, 노래 가사에서 건져 올린 저자의 깊은 사유와 통찰력이 돋보인다. 작은 것을 놓치지 않고, 생각하여 남긴 글을 보면 ‘쓴다’라는 행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부모를 그리워하며, 

둥지를 떠나는 자식을 아쉬워하다 

5부 「박꽃 피고 기러기 날면」에는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긴 글이 수록되었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누나의 시에서 여자의 일생을 발견하고, 평생을 농부로 민초로 살다 간 아버지의 가난했던 삶을 불쌍히 여기면서도 옛 시절을 박꽃처럼 환하게 그리워한다. 한편으로는 자식들이 모두 떠나고 빈둥지증후군을 앓는 부모가 된 지금, ‘한 순간의 등불’과 같은 인생임을 되새기며 보내야 할 것을 잘 보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6부 「호모사피엔스의 유치원」에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대한 저자의 시각을 담아낸 글들이 담겨 있다. 




부산과 경남 지역의 풍경을 흑백사진으로 담아낸 최상민 사진작가의 사진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하여 책장을 넘기는 즐거움을 배가했다. 




첫 문장

세월은 흐르고 오늘은 늘 바쁘다.


책 속으로                                                          

P. 17      제복 속에 갇힌 나와 달리 달콤한 자유의 바다를 누비는 것 같은 친구들을 보며 나는 연신 막걸리를 들이켰다. 술집에서 엉망으로 취해 어떻게 귀교를 했는지 모르겠다. 교정 벤치에 앉아 꺼이꺼이 울고 있는 내 목소리가 문득 나를 깨웠다. 내 나이 열아홉 살이었다. _「가지 않은 길」


P. 80      ‘조금’이란 말이 좋게 느껴진다. 조금은 조석의 간만 차가 가장 작을 때를 말하고 ‘사리’는 가장 큰 경우다. 이 세상에 조금 이하가 없으므로 완벽이 있을 수 없다. 우리 별 지구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질투하고 조금 게으르고 조금 잘못하고 조금 배신해도 인간으로서 허용될 수 있는 공간 내에 있으며 과히 비난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로 설 수 있다. _「오십보백보」


P. 91      동네 어귀 버스 정류장에 내렸을 때 마침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강호는 나를 보자마자 반색을 했다. 축하의 말을 했던 것 같고 안부를 물었던 것 같다. 나는 건성으로 응응 하며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강호는 몇 걸음 나를 따라왔다. 그와 나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인사 없이 헤어진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떡이 목에 걸린 것처럼 마음이 답답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옹졸했을까! _「영화배우 송강호」


P. 226      민초의 아들은 역경을 뚫고 경찰대학에 입학했다. 이 땅에 기회의 평등이 있었기에, 나는 선친에게 조금의 기쁨이 될 수 있었다. 입학 후 선친이 전신환으로 보내주신 12만 원을 가지고 수원시내로 외출하여 가로로 길쭉한 흰색 메이커 카세트를 하나 샀다. 나는 그것이 무척 갖고 싶었다. 나중에 그 돈이 선친이 추운 겨울날 보름 가까이 노동을 하여 번 돈이란 걸 누이로부터 전해 들었을 때 나는 아버지를 수탈한 죄책감을 느꼈다. _「박꽃 피고 기러기 날면」



추천사                                                             

소 서장과 나는 죽마고우다. 나는 고향을 떠나 영화배우의 길을 걸었고 소 서장은 경찰대학에 입학해 경찰의 길을 걸었다. 방향은 달랐지만 내가 느꼈던 세상의 벽과 외로움을 뒷배 없는 그도 맞서 느끼면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같은 마을에서 뛰어놀고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같은 공기를 호흡했던 친구의 글을 보면, 흥미로우면서도 그를 지금까지 잘 버티게 한 어떤 힘이 느껴진다. 소 서장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앞으로 더 빛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리라 믿는다. 마음을 다해 축하를 보낸다.             _송강호(영화배우)


오랫동안 소 서장을 알아왔다. 늘 반듯하고 꾸준한 소 서장의 성품이 글 곳곳에 배어 있음을 느낀다. 세상에 이치가 무너지면 백성이 편하지 않으며 선비가 이치를 따져 묻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운 법이다. 민심은 항상 순리의 편에 있듯 정치도 순리를 따르는 것이 민심을 받드는 것이리라. 공직자로서 소 서장이 말하는 이치가 반갑고 또 그걸 행간에서 꺼내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느껴진다. 수필집 발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_이진복(국회의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이 호불호가 분명한 후배로부터 늘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소 서장은 나보다 다섯 살 아래의 후배지만 술상대로도 손색이 없었다. 글을 읽다 보면 그가 고민했던 공정의 가치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느낀다. 나는 선배로서 공직자인 그를 지지하며 항상 행복하기를 바랄 뿐이다.         _박화병(전 부산진경찰서장)


초중고를 같이 다니며 내가 바라본 친구는 한결같은 사나이다. 흙수저 출신이지만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수필집까지 출간하다니, 내 마음이 다 훈훈해진다. 친구야! 고맙고 축하한다. _문재곤(농협지점장)


오래전 어쩌다 소 서장을 알게 되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매력이 있는 친구다. 그중의 하나가 진취적인 사고다. 공직자로서 현실을 보면서도 구질구질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술은 그와 마셔야 맛있다. 지성의 눈이 늘 소 작가와 함께하기를 바라며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_엄희석(엘레강스 파리홈 대표)


저자 소개                                                          

소진기

1968년 부산 강서구 가락에서 태어났다. 경남 김해고, 국립경찰대학을 6기로 졸업하고 동아대 법무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수박의 소리」, 「초헌의 의미」, 「내 편」 등으로 수필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경찰대학 부산동문회장을 지냈다. 2016년 총경으로 승진했다. 부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경남 의령경찰서장, 부산경찰청 112 종합상황실장을 역임하고 현재 부산 북부경찰서장으로 재직 중이다. 대학시절 문학서클을 그만두고 축구서클로 옮긴 전력이 있다. 문학이 너무 점잖다고 생각했다. 유도 4단에 축구, 탁구 등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이치에 맞고 인간을 탐색하는 글을 쓰려 한다.



목차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소진기 에세이


소진기 지음 | 304쪽 | 148*205 | 978-89-6545-652-0 (03810) 

| 16,000원 | 2020년 3월 31일 출간  

부산 북부경찰서장 소진기의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현직 경찰서장이자 2004년 『수필세계』 로 등단한 이력을 가진 수필가이기도 하다. 책에는 경찰공무원으로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소회와 함께, 자연인 소진기의 삶을 돌아보는 글과, 가족을 향한 애정과 그리움 그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뼈아프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담긴 글들이 수록되었다. 




나도 나에게 타인이다 - 10점
소진기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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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the PEN 2020.04.22 1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번째 사진에서 난간 위에 위태롭게, 그러나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과 책 제목이 잘 어울리네요~ ㅎ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04.23 12: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디어 책이 나왔네요. 축하드리고요. 저자 선생님 사진도 멋지시네요^^

[산지니 청소년소설]


   『지옥 만세』  



▶ 퍽퍽 터지고, 명치 시큰한 인생이지만, 이 지옥을 유쾌하게 헤쳐가자!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임정연 작가의 신작 『지옥 만세』가 출간되었다. 부모님과 할아버지, 솔로인 삼촌에 여동생까지 6명의 대가족과 함께 사는 평재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같은 학교의 절대 미녀인 유시아와 부딪친다. 며칠 뒤, 학원에서 집으로 가던 평재는 의문의 여자 깡패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평재가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전교생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거기에 할아버지와 아침에는 등산, 주말에는 재개발 지역에 봉사활동까지. 평재는 이 지옥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유쾌한 캐릭터들과 전개되는 예측불허의 사건, 청소년들의 입말을 가져와 전하는 유머와 생동감으로, 한 번 붙잡으면 끝까지 놓을 수 없다. 퍽퍽 터치고, 명치 시큰한 인생이지만 고난 뒤에는 반드시 행복이 오리라! 소설은 유쾌하고 명랑한 기운을 전한다.




▶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평온하던 학교생활이 달라졌다 

평재는 깡패에게 협박받은 다음 날, 전산부장 백덕후에게 호출당하고, 유시아와 어떤 관계인지를 추궁을 받는다. 백덕후의 말에서 어젯밤 깡패가 유시아라는 것을 알게 되는 평재. 백덕후의 호출 이후, 학생회장과 축구부장, 유도부장까지 줄줄이 평재를 호출한다. 그날 저녁, 집으로 가던 평재는 시아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협박을 또 받는다. 하지만 다음 날 CCTV를 해킹해 시아와 평재를 스토킹 하던 백덕후가 또 다시 평재를 호출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선배들의 호출, 그리고 이어지는 시아의 협박. 호출과 협박의 끝없는 악순환에 빠진 평재는 협박하는 시아에게 반항하게 되고, 선배들의 호출 원인이 자신의 협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아는 다시는 평재를 괴롭히지 않겠다 하며 돌아선다.
다음 날부터 평재에 대한 시아의 협박은 사라졌지만, 평재가 빠져나간 자리를 차지하려는 시아를 향한 선배들의 구애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한때 자신을 괴롭힌 장본인이지만, 관심도 없는 선배들의 등쌀에 시달리는 시아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평재. 선배들이 무섭기는 하지만 시아를 위해 용기 내어 맞서기 시작하는데…. 평재는 시아와 화해할 수 있을까?




▶ 평재의 꿈이 건물주에 그치지 않도록 

“할아버지가 부자지, 내가 부자야?”
“야, 그래도 언젠가 네
 게 되잖아. 그때 되면 너 건물 세 받으면서 살면 되지.
그게 내 꿈인데 말야. 부동산 임대업.”_본문 중에서

단짝 하경이 평재에게 언젠가 건물주가 되는 거 아니냐며 빈정거리자, 평재는 하경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받아친다. 평재의 할아버지는 건물을 가지고 있지만 부를 과시하거나 재산을 늘리기 위해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건물에 세 들어 장사하는 가게에 자주 가서 매상을 올려준다. 재개발 동네에 찾아가 홀로 사는 할머니 집을 수리해주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로 도시락 배달을 해준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손자 평재와 함께한다. 할아버지가 평재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생은 건물주가 아니다. 결코 건물주가 꿈이 될 수 없다. 할아버지와 평재의 이야기는 혹독한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책속에서 


  • P. 24 우리 가족은 여기 상가주택에 살고 있다. 1층은 식당, 2층과 3층은 사무실이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두꺼운 회색 문 너머로 전화벨 소리가 들렸다. 4층에 올라와 계단 앞의 검은색철 대문을 열었다. 끼익 소리가 났다. 4층은 우리 집, 할아버지는 5층에 사신다. 영재 삼촌은 옥탑방으로 쫓겨난 눈치고.

    P. 37 머리를 긁적이며 창가로 갔다. 방금 내려온 뒷산이 멀리 보였다. 골목을 보았다. 이 집에서 살았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가 이곳에 자주 데려오긴 했다. 초등학교 때 1층에는 중국집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여기 올 때마다 늘 거기서 짜장면을 사주셨다. 시장 옆이라 언제나 시끄럽고 소란스러웠다.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소리치고 뛰어다녔다. 지금은 텅 비었어도 이 건물도 한때 시끌벅적했다. 안을 둘러보았다. 좀 낡았지만 아직 쓸 만한데 꼭 허물어야 되나?

    P. 53 서둘러 둘러대고는 전화를 끊었다. 눈이 욱신거려 거울을 봤다. 오른쪽 눈가가 불그죽죽했다. 아, 이게 뭐야. 눈이 왜 이래? 거울로 바싹 다가섰다. 한순간 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바람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구한테 맞은 건지, 문을 열어젖힐 때 문짝에 찍히기라도 한 건지 모르겠다. 하필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벌게진 눈을 보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저만큼 떨어져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툭툭 털었다.

    P. 60 아, 눈부시다. 나도 모르게 입을 아, 벌리고 쳐다봤다. 우리 학교에 저런 애가 있었나?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운동장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눈이 모두 그쪽으로 쏠려 있었다. 축구부장이 미소를 띠며 여자애를 향해 손을 들었다. 하지만 여자애는 무시했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            목차 
  • 프롤로그
  • 1. 보통가족
  • 2. 옥상소나타
  • 3. 기둥은 괴로워
  • 4. 하인리히 법칙
  • 5. 깡패가 나타났다!
  • 6. 소중한 것
  • 7. 습격
  • 8. 널 지켜보고 있다
  • 9. 호출
  • 10. 인간의 본성
  • 11. 소문
  • 12. 어제도 고양이, 오늘도 고양이
  • 13. 순찰
  • 14. 외식
  • 15. 배웅
  • 16. 타깃
  • 17. 주먹을 피하는 방법
  • 18. 내가 그렇게 별로야?
  • 19. 한약
  • 20. 인생은 그런 것
  • 21. 한방
  • 22. 비상사태
  • 23. 미안해
  • 에필로그
  • 작가의말


  •          저자소개 

  •  임정연

  •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제1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아르코 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등을 받았다. 소설집 『스끼다시내 인생』, 『아웃』, 『불』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등을 펴냈다.



  •  

  • 지옥만세

  • 임정연 지음|256쪽|14,000원|2020-03-319788965456483

  • 유쾌하고 발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임정연 작가의 소설. 부모님과 할아버지, 솔로인 삼촌에 여동생까지 6명의 대가족과 함께 사는 평재는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같은 학교의 절대 미녀인 유시아와 부딪친다. 며칠 뒤, 학원에서 집으로 가던 평재는 의문의 여자 깡패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협박을 받는다.

    학교에서 존재감 없던 평재가 절대 미녀 유시아와 얽히면서 전교생의 관심을 받게 되는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거기에 할아버지와 아침에는 등산, 주말에는 재개발 지역에 봉사활동까지. 평재는 이 지옥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 지옥 만세 - 10점
    임정연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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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ted by 예빈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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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지니 시집 



    |

    이근영 시집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의 좌절과 불행 

    이를 직시하고 드러내는 교사 시인   

    전라북도 남원의 남원여고에서 국어 선생으로 살아가는 이근영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세상의 많은 것이 빠르게 바뀌었지만 별로 달라진 것 없는 학교 현장에서, 저자는 성적과 씨름하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낸다. 그야말로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마음이 첫 번째 시집 『심폐소생술』에 오롯이 담겨 있다.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과 울분

    총 3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시인이 살아온 시간의 역순이기도 하다. 1부에 수록된 작품에서는 20여 년간의 교사 생활에서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며 느낀 울분과 연민이 도드라진다. 이 시들은 학교 생활과 학생들의 이야기이지만, 교실 속 훈훈함과 따뜻함, 아이들의 순수함을 담고 있지 않다. 아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진짜 현실을 비판적인 시인의 시선으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시집은 「장수 한우축제」라는 작품으로 시작되는데, 이 시에서 시인은 가르치는 학생들을 ‘출시를 앞둔 고깃덩이들’에, 선생인 자신을 ‘축산업자’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나는 실패한 축산업자,

    38명의 몸뚱이를 도축하고 출시를 앞둔 시절에

    1++등급도, 찾아와 주는 사람도 없네.

    일찌감치 영혼을 도축당한 아이들이

    1++등급을 꿈꾸며 자기소개서를 쓴다 

    _「장수 한우축제」중에서


    이처럼 작품 속 아이들은 이혼한 부모에게 버림받아 동생과 단둘이 살고(「한풍루에서」), 농어촌 특별전형을 신청하기 위해 등본 속 이혼한 부모의 흔적을 마주하며(「 농어촌 특별전형」), 지역 유지의 딸이 1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자퇴서를 만류당하고(「너의 쓸모」), 옆 사람의 살을 뜯고 결국엔 자신의 살을 뜯어서라도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이 매일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시인이 전하는 오늘날 교실 속 민낯이다.



    선생이자 시인이 ‘그날’을 기억하는 방법

    2014년 4월 16일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크든 작든,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가슴속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학생들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는 선생은 어떨까. 시인은 시인의 방식으로 그날을 기억하고 또한 우리로 하여금 잊지 않게 한다. 『심폐소생술』에는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몇 편의 시가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일을 다루는 시인의 시선에는 앞서 학교생활을 묘사한 시들과 마찬가지로 단순한 애도가 아닌 냉소가 담겨 있다. 세월호 이후 교실에 모여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선생들, 하지만 그 교육이 끝난 뒤 ‘막힌 혈액을 기가 막히게 뚫어 준다는 신비의 약’ 광고를 듣는 모습이나(「심폐소생술」), 세월호 그 후 학교 내에서 강화된 안전에 대한 지침이 빼곡한 공문서 작성으로 발현되는 등(「현장체험학습 매뉴얼에 따른 공문서 작성」) 본질적인 것은 바뀌지 않고 껍데기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담아 낸다.



    헛된 희망에 기대지 않는, 

    세상의 맨 얼굴에 더 가까이 다가가다

    2부에서는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지나 온 청춘의 시간들(「자취」, 「카레밥 추억」, 「내 별명은 태국 왕자」)을 기억하며,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연민과 생태에 관한 애정을 드러낸다.(「파리」, 「꽃 피는 돼지」, 「생태탕」)

    3부에서는 시인이 오랫동안 노트에 눌러 썼을 시들, 그리고 특별히 가족사를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띈다.(「고추말리기」, 「빗물 속의 아버지」, 「꿈」, 「편지」) 『심폐소생술』마지막 부에 등장하는, 가족을 소재로 한 시들은 어쩌면 이 시집 전체에서 느껴지는 절망과 회의의 근원을 말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희망을 이야기해야 하는 선생의 위치에 있으나, 마주한 이 세상의 맨 얼굴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간다. 


    교사는 희망을 말해야 하는 의무를 진 소수의 직업 가운데 하나이다. 시인이 느끼는 절망과 선생이 말해야 하는 희망 사이 어디에 이근영 시인이 설 자리가 있을 것이다. 시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그곳에서 새로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을 새롭고 튼튼한 시를 기대할 자유는 독자들에게 있다.  _발문 「서정과 현실 사이」중에서


    |목차


    |저자 소개

    이근영

    1973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현재 전북 남원여고에서 국어교사로 근무 중이다.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세계 각국에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떠들썩하던, 그러나 큰 사고 없이 지나갔던 2000년에 선생이 되어, 현재까지 선생으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고들 하는데, 학교 현장은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아이들은 성적과 씨름하며 살아갑니다. 그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는 선생이 되겠다는 소박한 철학을 가지고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저의 시가 뷔페나 한정식처럼 다양하고 맛깔스럽지는 않아도, 그저 물에 말은 밥에 된장 푹 찍어 고추 한 입 먹는 그런 소박하지만 정겨운 맛이면 좋겠습니다. 들쭉날쭉하고 못난 놈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두 작품이라도 읽는 분들 가슴에 남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추천의 글

    이근영의 시집 『심폐소생술』에는 학교생활에 관한 시가 유독 많은데, 흥미로운 것은 교사가 아닌 학생의 시점으로 쓰인 시들이 더 많다는 점이다. 단상 위에 올라 아이들을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떻게 보고 느끼고 생각할지 낮은 자리에서 기록하는 것이다. 이는 이 시집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시들은 하나같이 아프게 박힌다. 끝나지 않았기에 계속 이야기하는 것, 그것은 시의 본령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