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니 책/문학'에 해당되는 글 171건

  1. 2022.01.14 눈이 오는 오늘 저녁을 기억해 ―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책소개
  2. 2022.01.05 파리가 들끓는 계절이 오고 지루한 세계가 간다―『내가 살아온 안녕들』책소개
  3. 2021.12.18 이경미 소설집,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 책소개
  4. 2021.12.07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하여_조성범 시집 『다음에』 :: 책소개
  5. 2021.11.17 길 위의 길, 그곳이 걷고 싶다 _『걷기의 기쁨』:: 책 소개
  6. 2021.11.16 전성호 시인의 무수한 정념과 사유를 담은 첫 산문집,『미얀마, 깊고 푸른 밤』:: 책 소개
  7. 2021.11.12 예술을 하려면 서울에 가야만 하나요?『부산에서 예술을 합니다』:: 책소개
  8. 2021.11.08 나의 밤도 언젠가 끝날 수 있을까요? ―『고흐의 변증법』 책소개
  9. 2021.10.29 부산을 무대로 불러오다 ―테마 소설집『모자이크, 부산』
  10. 2021.10.12 소설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다, 『하근찬 전집1, 2, 3, 9』:: 책 소개
  11. 2021.08.06 뭍에서 보면 섬은 찢어진 깃발이다 ― <모두가 섬이다> 책 소개
  12. 2021.07.21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 『뿌리』:: 책 소개
  13. 2021.07.08 대중의 클래식화를 꿈꾼다!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책소개
  14. 2021.07.08 다니자키 준이치로, 읽는 희곡을 꿈꾸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15. 2021.06.16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책소개
  16. 2021.06.07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책 소개
  17. 2021.05.26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 <쪽배> 책소개
  18. 2021.05.12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 『혜수, 해수』1 영혼 포식자 📚신간소개
  19. 2021.03.11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선생님의 보글보글』(신간소개)
  20. 2021.03.05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신간소개)
  21. 2021.02.03 김창호 시집_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책소개)
  22. 2021.01.07 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 책 소개
  23. 2020.12.17 문선희 소설집_『바람, 바람, 코로나19』(책소개)
  24. 2020.11.27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박향 에세이 :: 책 소개 (4)
  25. 2020.11.23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_책소개

 

▶ 사랑과 존재에 대한 물음

김점미 시인의 신작 시집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가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된다.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해, 제7회 요산창작기금을 수상한 김점미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표제작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에는 이런 시인의 정서가 가장 잘 담겨 있다. “오늘”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구절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카페 ‘아카시아’를 환기시킨다. 화자는 “눈을 감으면 가끔 폭설이” 내리는 환상 속에서 “너를 기억해보려” 한다. 시는 오늘을 반복해 부르며 오히려 먼 저편에 있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시인의 행위는 오늘에서 과거로 다시 오늘로 환기되어 지금, 여기, ‘나’가 있는 이유에 대해 질문하고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 명암의 시간을 교차하며 나아가는 시편들

 

슬픔이나 이별이 있기에 기쁨과 만남이 더욱 소중하듯이 시는 상처나 상실의 기억을 바탕으로 삼는다. 조화로운 풍경은 단속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질 뿐이다. 삶이 그렇듯이 어떤 행복의 기억은 현실의 부조리하고 난해한 삶을 이겨내게 하는 힘이 된다. 시의 변증은 이처럼 상실과 회복, 추억과 오지 않는 미래의 긴장 속에서 진행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기억 속의 사건들과 감정을 이미지로 형상화한 시편들은 기쁨과 슬픔을 모두 안고 삶에 대한 기행을 시작한다. 인간은 삶의 기억을 모으며 살아간다. 행복과 불행은 영원하지 않고 그렇다고 순간에 그치지도 않는다. 김점미 시인의 시 속에는 서로를 되비추는 명암의 시간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생을 감당하고 있다. “태생의 연대를 끊어놓은 밥상에 앉아/거친 오독의 밥알을 홀로 씹었던 그날/오래된 추억 한 토막이/찢어진 문풍지와 함께 날아”(「식구」)가 버리는 불행한 경험과 “자신 속의 평화를 깨닫는 것,/세상의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섬에 들다」)과 같은 평온한 경험을 반복하며 흔들리는 생을 건너가는 인간의 삶 전반을 톺아보고 있다.

 

▶ 시인의 손에 들린 캐리어 여행가방

 

나는 늘 플롯 없이 글을 써
제약과 규약과 계약 따위의 의미는
내 머리에 있지 않아
나의 이야기는
분절된 토막들의 나열이지만 나는
그것들을 끌어모아
땅을 파고 집을 짓지

― 「캐리어 여행가방」 부분

 

이번 시집에는 우리가 평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가득 펼쳐지고 있다. 인도, 우붓, 독일 등의 이국적인 정경과 언어들도 그러하지만, 특히 그림, 동화, 시, 소설 등 다양한 예술 속에서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시인은 “캐리어 여행가방”을 메고 새로운 감각과 지각으로 사물을 접하며 자유와 방랑을 만끽한다. 시 속에서 이루어지는 “플롯 없는” “새로운 여행”은 기존의 집이 아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만든다. 피카소를 만나 “예술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어 나갔지만 우리는 상처를 꿰매고 봉인할 능력을 가진 자들”(「피카소와, 그 오후를」)이라는 예술관을 획득하게 되기도 하고, 영화 속 주인공을 따라 “딥블루 드레스를 걸친 한밤에 키루나”에서 “감춰진 꿈을 노래하는”(「해변의 앨리스」) 파도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시인은 여행 속에서 “분절된 토막들”을 끌어모아 “땅을 파고 집을 짓는다”(「캐리어 여행가방」)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는 시인이 플롯 없는 여행으로 쌓아올린 집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마을이다.

 

 

⛄ 저자 소개

김점미

부산에서 태어났고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한 시간 후, 세상은』이 있으며, 제7회 요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책 속으로

네덜란드 설치미술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은 강물 위에서 노는 커다랗고 노란 러버덕을 만들었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은 호수 한가운데서 러버덕과 바람의 트위스트 추며 놀곤 했지 오늘같이 추운 날엔 얼어붙은 호수에 꼼짝없이 갇혀도 괜찮아

―「눈오리」 부분

 

가난한 서민의 가격 99센트는 가장 비싼 값으로 팔렸네.

서민과 가장 먼 소더비 경매장에서

딥티콘으로 구성된 그 슈퍼마켓은

자신을 통틀어도 못 가질 값 380만 달러의 사진이 되어

모범적인 자본주의 속으로 걸어가 버렸네.

―「99센트」 부분

 

오늘은 바람이 차고 햇살이 없었고 눈이 내리지 않아, 그래서 나는 눈이 내리는 멜랑콜리한 아카시아를 기억하고 그곳에서 너를, 눈, 물에 젖어 있는 우리를 기억하고

눈이 오는 오늘 저녁을 기억해,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부분

차례

더보기

시인의 말 하나

제1부 눈을 감으면 가끔은 폭설이 내려

눈오리 | 수국 한 다발 | 쇠미역 | 오 분 후 | 얼굴 | 해변의 앨리스 | 그날 이후 | 행복한 도서관 | 99센트 | 나의 선물 |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 시인의 일요일 | 돌이킬 수 없는 | 아이로니컬한 | 피카소와, 그 오후를 | 물고기 키우기

제2부 내 글들은 내 방의 사물이 되고

동행 | 식구 | 덫 | 식구-화해 | 단단한 시간 | 바질을 키우다 | 채식주의자의 사랑법 | 캐리어 여행가방 | 그러나… 너는 아니? | 특별한 사면에 대하여 | 봄바람 | 빈 의자 | 그녀와 나 | 커피 혹은 흘러넘치는 그 무엇 | 여기 또는 그 어디에도 없는

제3부 그녀는 매혹적인 하프 연주자

흐르다, 살다 | 봄날의 서재 | 12월의 구름 | 검은 구토 | 미美, 장粧 | 그해, 잃어버린 계절이여 | 單線으로 오는 사랑 | 섬에 들다 | 아랍어 시험 | 아름다운 동행 | 릴리안 랑세프 | 차렷! 출발

제4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너무, 아름다운 이별 | 지다, 부활하다 | 매화 사냥 | 그해 십일월 아침과 밤 사이 | 보통의 힘 | 언제나 네 시 사십사 분 | 늦어도 11월에는 | 지금, 그 자리에 서서 | 낙엽 지다 | 이국인의 태극기 | 나비나무를 아세요? | 내 속에 상영 중인 아주 특별한 영화 한 편-시인의 시작법

해설: 사랑과 존재의 물음-구모룡(문학평론가)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 - 산지니 시인선 017

지은이 : 김점미

쪽 수 : 148쪽
판 형 : 127*188 / 양장
ISBN : 979-11-6861-001-9 03810
가 격 : 12,000원
발행일 : 2021년 12월 31일
분 류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산지니 시인선 17권. 김점미 시인의 신작 시집. 2002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해, 제7회 요산창작기금을 수상한 김점미 시인은 이번 시집으로 사랑과 기억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여 존재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표제작 「오늘은 눈이 내리는 저녁이야」에는 이런 시인의 정서가 가장 잘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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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여기의 일상을 조명하는 일관된 시선

김해경 시인의 신작 시집 내가 살아온 안녕들이 산지니시인선으로 출간된다. 계간 시의 나라에서 등단하여 세 권의 시집을 출간한 김해경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지금-여기의 일상을 해부하며 삶의 풍경을 드러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시인은 감각을 열어 풍경을 새롭게 바라본다. 시인이 바라보는 일상은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밝은 표면 아래에 미세한 실금이 자리하는 위태로운 세계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세계를 외면하지 않는다. 곧은 시선으로 아래의 일상을 전시하고 조명하는 시인의 세계는 그들의 일상 자체와 위를 바라보는 화자들의 눈빛을 주목한다. 내가 살아온 안녕들의 시편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인물들이 살아온 내력과 함께 현재 내가 살아내고 있는 지금-여기의 일상을 되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아래에 자리한 미세한 실금

김해경의 시는 일상을 응시한다. 일상은 나날의 삶을 말한다. 느끼지 않고 스쳐 지나가면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타자와 사물을 민활하게 받아들이는 이에게 시시각각의 풍경은 늘 새롭기 마련이다. 풀밭을 보더라도 서서 볼 때와 앉거나 누워서 볼 때가 다르다. 확연히 다가오는 다양한 풀잎 사이로 여치가 송아지만큼 커질 수 있다. 감각을 열고서 지각할 때 삶은 생동한다. 구체적인 것(the concrete)의 어원은 함께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풍경의 세목에 충실할 때 경험은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단지 사물로 다가오는 대상이 아니라 삶의 풍경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김해경 시인의 눈길은 자연 사물을 향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자기를 포함한 타자의 일상적 삶을 향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각 시편들에는 우리가 매일 목도하고 스쳐 지나가는 현장이 담겨 있다. “아침마다 커피 찌꺼기를 먹은 행운목쥐약 같은 직사광선을 먹이고, “고객님을 위한 단기카드대출”(행운목 기르기) 안내 문자를 본다. 리어카에 실려 가는 토마토를 바라보며 너무 익어 터져버린 토마토의 결 사이로 파리가 들끓는 계절이 오고 지루한 세계가 가는 것을”(토마토와 고양이) 지켜본다. 어느 종점횟집의 수족관 속에서는 산소의 기포는 더욱 약해지고/죽어가는 생선의 아가미가 가엾어”(종점횟집)지는 광경을 목격한다.

시인이 응시하는 세계는 놀랍거나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그러나 시인의 눈으로 줌인된 세계는 우리에게 조금 낯설고 흥미롭다. 그 세계는 보통의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미세한 균열에 초점화 되어 있다. 균열의 모서리를 더듬어 찬찬히 살펴보는 시인의 눈에는 극진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스며 있다.

 

파리가 들끓는 계절이 오고 지루한 세계가 간다

김해경의 시에서 일상은 위로부터 진행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시작한다. 꿈, 환상, 다른 곳에 대한 동경이 없는 바가 아니지만, 이 또한 지금-여기의 비참을 말하는 방법의 목록일 뿐이다. 아래로부터의 일상은 시인의 일관된 시선이자 오랜 시적 덕목이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사람이 자리한 위치에 따라 반복되는 일상도 그 풍경을 달리한다. 시인이 주목하는 일상은 마른 라면을 부숴 먹으며/손톱 밑의 때를 쪽쪽 빨고”(메리 크리스마스) “파리가 들끓는 계절이 오고 지루한 세계가 가는 것을 지켜보는 지금-여기다. 시인은 아래의 일상을 전시하며 그들의 삶을 똑바로 응시한다. 그렇기에 가끔 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발목이 우그러진 아기 엄마에게 더러운 문명을 버리고” “티티카카 호수로 가자”(티티카카 호수로 가자)며 절대로 갈 수 없는 유토피아 같은 세계로 떠나자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고 나아가는 길은 더운 여름 깊디깊은 지하에서 계단을 오른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고, “사막의 모래파도를 헤쳐나가는 것보다”(높이의 원근법) 힘든 일이다. 시인은 막연하게 희망적인 미래로 그들을 데려가지 않는다. 다만 그들이 원하는 세계와 아래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는 인물들의 갈망을 전시하며 지금-여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 저자 소개

김해경

부산 출생

2004시의 나라등단

시집 아버지의 호두, 메리네 연탄가게, 먼나무가 있는 곡각지 정류장

kyung-6287@hanmail.net

 

💚 책 속으로

리어카에 토마토가 실려 가네 물러터지기 직전의 소쿠리 앞에 삐뚤하게 쓰인 한 소쿠리 오천 원, 탱탱하고 쭈글하고 국물이 삐질 온갖 잡다함이 다 섞여 있어 주먹으로 콱콱 으깨고 싶은 욕망이 오르네 욕망의 열기가 한창일 때 이야기이네.

―「토마토와 고양이부분

 

지금은 모든 경계가 사라지고

일거수일투족이 낱낱이 까발려지는,

그런 날들의 연속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유리병 속의 작은 물고기처럼 헤엄치고 있습니다

―「내가 살아온 안녕들부분

 

내일은 해피뉴이어, 사람이여 우리 내일까지만 살아 있자

살아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자, 이 넓은 광장에

―「박스 하우스부분

 

 

💚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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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하나

 

1

토마토와 고양이 | 바람개비 보호구역 | 바람이 불어오면 좋겠다 | 내가 살아온 안녕들 | 메리 크리스마스 | 티티카카 호수로 가자 | 뼈를 누인다 | 박스 하우스 | 울타리에 대한 의심 | 18번 출구 | 재개발 | 높이의 원근법

2

연애 역사 | 치킨샐러드를 먹어요 | 사건들 | 종점횟집 | 일기오보 | 베란다 확장 공사 | . 닫습니다 | 한밤의 뉴스 | 멈춘 계절 | 뽕브라 | 불통사회 | 힐튼, 보다 | 휘파람이 나지 않아 | 당근마켓 | 패디큐어와 쇼핑백과 1004번 버스 | 맹종죽 | 신발장 | 거미염소 | 코로나 유감

3

아기 고양이가 콩알처럼 뒹구는 한낮 | 남은 팔목이 가렵네 | 독백 | 엄마 몰래 동생과 아지노모도를 설탕처럼 퍼먹다 구역질과 함께 죄와 벌을 생각해본 어떤 날 | 정물 | 행운목 기르기 | 벽에 걸린 시간들 | 귀가 | 목덜미 | 붉은 지붕 위로 날아가는 새처럼 | 오독이 지나간다 | 울트라 마스크 | 종려나무 귀 후비개 | 기억을 붙들어 매다 | 풍경이 있었구나 | 전호나물 | 행복한 식탁 | 밀밭 가는 길

4

총알 배송 | 기상관측소 가는 길 | 수양붉은능금꽃 | 바람의 역할 | 커튼콜 | 황야의 틀니 | ㅇㅇㅅㅋㄹ | 시뮬레이션 | 커밍아웃 | 호러 무비 | 한파특보

해설: 아래로부터의 일상-구모룡(문학평론가)

 

『내가 살아온 안녕들』

김해경 지음 | 152쪽 | 127*188 / 양장 | ISBN : 979-11-6861-000-2 03810
12,000원 | 2021 12 31

산지니시인선 16번.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지금-여기의 일상을 해부하며 삶의 풍경을 드러낸다.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시인은 감각을 열어 풍경을 새롭게 바라본다. 시인이 바라보는 일상은 보다 구체적이고, 감각적이며, 밝은 표면 아래에 미세한 실금이 자리하는 위태로운 세계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세계를 외면하지 않는다. 곧은 시선으로 아래의 일상을 전시하고 조명하는 시인의 세계는 그들의 일상 자체와 위를 바라보는 화자들의 눈빛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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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가족 공동체 속의 모순과 갈등

‘가족’이라는 통증을 표출하는 이경미의 첫 소설집

섬뜩한 가족의 서사로 가족 공동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이경미의 첫 번째 소설집. 저자는 현대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낸 모순과 그 속에 내재한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표현하는 가족은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구축해온 행복한 가정에 대한 환상을 무너뜨린다. 아내의 외도에도 모른 척할 수밖에 없는 남편, 부모에게 패륜을 일삼는 아들, 어머니에게 이상적 집착 증세를 보이는 청년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가족이라는 통증을 감내하고 있다. 가족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 충분히 나왔음에도 계속해서 가족에 대한 소설이 쓰이고 있는 이유는 아직 그것에 대해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집에 담긴 7편의 소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힘든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되길 바란다.

 

자기 몫의 상처를 견디는 꽃잎들

누름꽃은 이경미 작가의 등단작으로, 패륜적인 발언, 행동을 서슴지 않는 아들과 그 가족에 얽힌 고통스러운 생활을 나타내고 있다. 아들의 욕설과 폭력적인 행태에도 가족은 그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압화 작가인 여자는 계속해서 꽃을 누르고 또 누르며 하루하루를 견딘다.누름꽃의 심사평에는 자기 몫의 상처를 견뎌야 하는 짓눌려진 꽃잎으로 인물들을 표현한다. 패륜적인 아들의 행태에 자신을 누르고 누르는 부모도, 세상에 눌려 자기 부정의 형태로 분노를 표출하는 아들도, 잔뜩 눌려진 채 저마다의 고통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골목으로 새어 나온 불빛에 여자가 걸음을 멈췄다. 뒤따라오던 남편도 섰다. 아들이 빌라 현관을 쓸고 있었다. 둥그런 등허리가 발가숭이 적 아들의 순한 몸이었다. 여자는 콧등이 시큰했다. 사금파리 같은 파편을 쓸고 있는 아들의 등이 노란 애기똥풀 꽃잎처럼 둥글었다. 뱃속에서도 저렇게 둥글었겠지. 아들이 뱃속에 웅크리고 있던 그때 툭, 툭, 발질하다 잠잠하던 몸짓이 오롯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태몽을 꾸었다고 장황하게 설명했었다. 하지만 하루 반의 산통은 아들과 여자의 몫이었다. (…) 한 줄기 온기가 가슴에 흘러드는 듯했다. 여자가 반지 낀 손으로 남편의 팔을 잡았다. 언젠가 처연히 엄마, 하고 부를 아들을 기대하며 환한 쪽으로 걸었다. ―「누름꽃」에서

표제작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는 정신과 의사인 가 미대생 의 상담을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담고 있다. ‘는 안과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가정사를 떠올리고, 그의 사연에 몰입하게 된다. ‘은 자신이 빠져 있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그녀를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말한다. ‘의 이상 집착 증세를 발견한 는 그녀의 갤러리를 방문하고 그곳에 놓인 녹색 침대를 발견한다.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는 미스터리한 관계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예상 밖의 공포를 선사한다. ‘의 시선을 따라 그녀의 갤러리를 둘러보다 보면 어느 새 이 성큼 우리에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하는 인물들

빗속을, 지나는에서는 가정 폭력에 장기간 노출되어 오히려 폭력을 느낄 때에 안정감을 느끼는 지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나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엄마와 지나에게 폭력을 행사해왔다. 그것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집을 나가고, 지나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지나는 장난스럽게 수에게 채찍을 건네고 수는 지나가 건넨 채찍을 받아 든다. 빗속을, 지나는은 가정 폭력에 노출된 한 피해자의 심리를 설득력 있게 전개해 나간다. 위험 상황을 벗어난 상태에서도, 스스로 마련한 위험 속에서 위험을 통제하며 안정감을 느끼던 지나는 폭력이 아닌 다른 이름의 배신을 당하게 된다.

그 밤에 강물이 반짝인 이유는은 하나의 사건을 중심에 두고 도처에 있는 아픔과 상징들을 각각의 장면으로 흩어놓는다. 각 사건은 서사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실내에 누워 있는 시체 두 구, 아이들과 남편을 태운 채 사라지는 기차, 늙은 엄마와 시장을 누비는 등 환시적인 이미지를 드러내어 해당 사건을 주위를 맴돈다. 우리는 트라우마가 남을 만큼 아픈 사건을 겪으면 그 기억에서 도망치고,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지 못한다.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환상 속을 헤매는 인물은 서사가 아닌 이미지로 우리의 앞에 서 있다.

 

 

아픈 이야기 속에 숨은 희망이라는 씨앗

이경미의 소설에는 가족이 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파편화된 가족이 겨우 연명을 하듯 불규칙하게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 가족이라는 이름의 이 구성원들은 소설 속에서 갈등의 서사구조를 이루며 하나같이 가슴 밑바닥까지 긁어대는 섬뜩한 외로움에 떨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그들의 모습에는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우리들의 가족사가 노골을 드러낸 채 아프게 투영되어 있다. _이평재(소설가)

세상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간다. 특히나 가족이라는 관계에서 가지는 고통은 아무리 반복되어도 통증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처를 입었을 때에 상처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지 않는다. 상처를 통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경미 작가는 이 아픈 이야기들 속에 미약한 희망을 심어 놓는다. 언젠가 그 희망이 싹을 틔워 찬란한 미래로 피어나길, 그리하여 우리의 상처에 튼튼한 나무가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란다.

 

 

첫 문장

여자는 핀셋으로 붉은 조팝을 집었다.

 

책 속으로

P.10 중얼거리는 소리, 세면대에 물 내려가는 소리, 물소리가 멈추고 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하진 않지만 뻔한 내용에 욕이었다. 여자는 나직이 한숨을 쉬며 작업대로 쓰는 소반을 짚고 일어났다. 아들에게 새벽부터 도매시장으로 출근한 남편과 자신의 모습이 열심히 사는 태도로 보일까 해서 열어둔 방문을 닫았다.

P.43 갤러리 내부는 천장과 벽, 바닥이 모두 회백색이고 서른 평쯤 돼 보였다. 안내 데스크 위에 스테인리스 조형물 하나가 놓였을 뿐, 일체의 장식이 배제된 공간 같았다. 건너편 그림 사이에서 여자가 불쑥 나왔다. 자그마한 키에 가녀린 체구, 쌍꺼풀 없는 눈이지만 눈매가 또렷했다. 어서 오세요. 여자가 웃음을 살짝 머금고 고개를 까닥했다. 체구에 걸맞지 않게 시원시원한 목소리가 중년은 넘은 듯한데, 맑은 피부와 외모만으론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을 안이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마 죽이려 들지도 몰라, 아니면 돌아버리거나. 전시된 그림에 눈길을 주며 천천히 걸었다.

P.107 겨우 절반 왔는데 허벅지가 뻣뻣하다니, 제기랄. 출발 전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두려운지, 결승선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 두려운 건지…… 사실, 사업 운운할 때부터 알아봤다고 미란이 공박할 때마다 인생이 장난이냐고, 내가 얼마나 심사숙고했는지 알기나 하냐고 한마디 하고 끝내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업 실패가 인생 실패라니……

P.194 달빛이 간간이 숲 사이로 파고들었지만 나무는 나무이고 달빛은 달빛이었다. 무엇이든 확실한 게 좋아. 이 숲처럼, 저 산처럼 분명하다면 세상 걱정이 반으로 줄 거야. 숲이 있고 바람이 있고 달빛이 있다고 생각하니 걸을 만했다. 약간 설레는 기분이 되었고 알 수 없는 가락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작가 소개

이경미

2007<기독교문예>2009<창조문학신문>으로 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오월문학상(전남대) 가작으로 단편소설 퍼즐, 202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누름꽃이 당선되었다.

저서로 스마트 소설집 스마트 소설(공저),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공저)이 있다.

 

차례

누름꽃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나를 보내는 숲

마라톤은 즐거워

빗속을, 지나는

그 밤에 강물이 반짝인 이유는

퍼즐

 

작가의 말

 

 

 

 

 

저 자 이경미

쪽 수 240

판 형 135*200

ISBN 978-89-6545-769-5 03810

가 격 16,000

발행일 20211214

분 류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구매처

http://aladin.kr/p/64G6o

 

녹색 침대가 놓인 갤러리

섬뜩한 가족의 서사로 가족 공동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이경미의 첫 번째 소설집. 저자는 현대 가족 공동체가 만들어낸 모순과 그 속에 내재한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녀가 표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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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조성범 시집

 

 

 

▶ 삶의 빚을 노래하는 시,

죽음을 직시하며 생성하는 사물들

 

조성범 시인의 신작 시집 다음에가 산지니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부산문학상, 정과정문학상, 금샘문학상 등을 수상한 조성범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삶이라는 주제에 깊게 파고들며 시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고,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편들은 피고 지는 자연스러운 이치를 거스르지 않으며 새로운 사유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있다.

 

▶ 족적을 남기기 위한 탄생

죽음으로 가는 여정

 

도상(途上)의 존재인 인간의 삶은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다. 시인은 바로 이같이 하이데거의 명제를 숙고한다. 죽어가는 사물은 모든 생명체이다. 결코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있기에 “제 것” 혹은 자기 동일성에 대한 염려를 멈출 수 없다. 시의 길은 이러한 과정이다. (…) 조성범의 시는 길 위에서 생성한다. 늙어가는 존재의 시간과 더불어 사물에 관한 사유가 깊어지고 있다. 그에게 시의 지평과 삶의 지평은 분리되지 않는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사람은 죽는다는 기본 명제를 시인은 직시하고 있다. “피고 지는 이치”(그날은)를 배운 시인은 탄생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깊게 파고들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 대해 궁구한다. 시집의 첫 시 탄생은 그러한 주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내며 한 인간의 삶과 시집의 시작에 ! 첫 족적을 남긴다”(탄생) 첫 족적으로 삶의 시작을 알린 생명은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위해 발길을 옮긴다.

 

 

▶ 삶의 과정에 녹아 있는 기억

 

유년과 육친에 대한 기억은 시작의 선후 문제를 떠나서 시인의 의식 저변을 형성하는 시편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현재와 다른 과거가 만드는 간격이 서정의 의식 현상을 유발하는데, 이는 앞에서 보았듯이 생명에 대한 넓은 인식으로 확장된다. 생명현상, 사물의 이치, 참된 삶에 대한 자각은 유년의 순수 지각과 무연하지 않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기억은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한 흔적이다. 그렇기에 기억의 근원에는 언제나 삶이 존재한다. 시인의 시에 녹아 있는 유년 시절과 육친에 대한 사유는 탄생의 순간과 지금껏 살아온 삶, 다가올 죽음을 함께 아우르며 그 궤를 함께한다. 때문에 과거에 대한 회억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여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생명의 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 사물의 이치 속에 담긴 사유

 

타관의 삶이란 산간 오지가 원산지가 된 간고등어처럼 적도 바꿔야 하는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제수 장을 보는 오십년 종부 부산댁. 바다의 기억이 들썩일 때면 날마다 삼킨 설움이 간이 되어 종갓집 후일담이 되길 소원한다. 여덟 번째 제삿날, 제상에 올린 간고등어 앞에서 갓을 쓴 제주가 축문을 읽는다.

― 「안동 간고등어」 부분

 

시인은 시적 공간을 새로이 구축하거나 억지스럽게 이미지를 형성하지 않는다. 시에는 자연에서 생명력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일상생활이나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소재들을 통찰한 시편들은 상황과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우리를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지점으로 데려간다. 시들은 시인의 시선을 머금고 독자에게 질문을 건네며 자아에 대해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마련해준다.

 

 

저자 소개

 

조성범

울산 울주군 월평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약 100일을 보내고 지금까지 부산에서 살고 있다. 현대시문학과 아동문학평론으로 등단,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경영과 사회공헌활동가, 생태학, 교육협동조합에 관한 일을 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해양문학연구위원, 부산문인협회사무국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현대시문학 작가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학과 관련된 상으로는 한국해양문학공모전 최우수상·부산문학상대상·정과정문학상·금샘문학상 수상 외 공모전에 다수 입상하였다. 비문학상으로는 부산예총 공로상·시장표창 3(부산시장 2, 강릉시장 1) 주요기관장 표창, 사회봉사단체상, 대통령 휘호 등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갸우뚱, 달그락 쨍그랑, , 다음에외 수상 작품집과 몇 권의 공저가 있다.

 

 

책 속으로

 

조각칼을 댈 때마다 산통을 참는

산모의 이갈이 같은 소리가 난다

! ! 몇 번의 호흡을 불어놓고

탯줄을 끊듯 고정대에서 목도장을 뺀다

그래, 세상은 거꾸로 시작하는 것이지

신기한 것이지 그래서 울지

혈통 같은 인주를 묻혀

! 첫 족적을 남긴다

― 「탄생부분

 

저 손에 잡히면

남아나는 게 없다

끝내 물을 쏟는 어항

붕어 세 마리 콩 찧고 방아 찧고

아이는 물장구를 치며

좋아 죽는다

붕어는 숨이 차 죽을 지경

죽는다는 걸 안다면

두 살이 아니다

― 「두 살전문

 

질 때 춤을 추다니

갑자기 내 생이 환하다

― 「벚꽃 지는 날전문

 

차례

더보기

시인의 말 하나

 

1

탄생 | 다음에 | 무엇을 보았기에 | 박 바가지 | 어머니와 된장 | 사과꽃을 따며 | 벽과 벽지 | 추수 | 억새밭 사물놀이 | 다가가기 | 흙의 힘 | 노인과 허수아비 | 잃어버린 마음 | 묻기에 |  | 달동네 | 윤달 | 생의 끝이라도

 

2

구분이 될까요 | 가오리연 | 돌아보기 | 악몽 | 그래서 | 다른 방법 | 무엇입니까 | 그날은 | 폐가 | 과정의 끝에서 | 무엇이 되어 | 타임캡슐 | 계보 | 거스름돈 | 변해보기 | 껍질을 까며 | 일 없는 날이 오면 | 홰를 쳐!

 

3

미안했다 | 그때가 좋아서 | 반반의 가슴에 | 새를 끈으로 | 두 살 | 우리 동네 정자 | 그렇구나 | 감자꽃을 얻다 | 벚꽃 지는 날 | 기대어본다 | 나를 찾듯 | , 진달래 | 사랑니 | 좋겠니더 | 비유 | 

 

4

고분군 | 같아진다 | 밥풀을 쓰며 | 송장메뚜기 | 안동 간고등어 | 뿌리를 품고 | 워디 | 저래야 먹고 산다 | 운 좋은 그날처럼 | 작은 가슴 | 샛바람 불면 | 악어와 악어새 | 굉장한 | 오월

 

해설: 생성하는 사물과 시적 사유-구모룡(문학평론가)

 

 

 

지은이 : 조성범

쪽 수 : 112

판 형 : 127*188 / 양장

ISBN : 978-89-6545-760-2 03810

가 격 : 12,000

발행일 : 20211110

분 류 : 소설//희곡 > > 한국시

 

http://aladin.kr/p/G46bn

 

다음에

산지니 시인선 10권. 시인은 삶이라는 주제에 깊게 파고들며 시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탄생의 순간을 기록하고, 유년의 기억을 회상하고, 언젠가 찾아올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편들은 피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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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속의 길, 걸으면 보이는 인문풍경

길 위의 길, 그곳이 걷고 싶다

 

새해,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길을 걷자

 

‘걷기의 기쁨’을 깨닫는다면

당신의 행복노트가 충만해질 것이다.

 

책 소개

뚜벅이 박창희 교수의 행복한 길 걷기 안내서

길을 찾고 길을 걷는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가 걷기를 통해 얻은 흥미로운 인문학적 지식들과 그가 직접 길을 걸으면서 얻은 경험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코로나 시대, 혼란스러운 마음과 허전함, 외로움은 끝이 없다. 지친 삶을 위로받고 역사와 현재를 생각하는 길 걷기.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를 따라 걷기의 기쁨을 만끽해 보자. 때론 빨리빨리, 때론 느리게. 2021년 소띠해가 가면 2022년 호랑이해가 온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길을 걷자.”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두 발 밑에 있는 이 길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 위를 지나간 사람은 누구인지 사색을 하며 걷는 것이 지금 당신이 걷는 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길을 찾고 길을 걷는 도보꾼의 이야기 보따리

“머리가 복잡한가? 당장 밖으로 나가라. 온갖 잡스런 정보와 소식에 목매고 있을 이유가 뭔가.”

 

이 책의 1부에서는 걷기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들과 작가의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은 걷기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에서는 작가가 직접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겪었던 이야기들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독자들이 책을 들고 직접 찾아가 걷는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걷기의 이야기들은 마인드맵처럼 뻗어간다. ‘의 어원부터 시작하여 길이 품고 있는 역사, 지금은 사라진 옛길들, ‘에서부터 파생된 단어, 길 위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문학작품들까지. 길은 곧 삶이다. 일상의 지친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면 걷는 시간들이 이를 걷어내 줄 것이며,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면 걷기가 시원하게 해결해 줄 것이다. 길 위에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다.

작가가 직접 다닌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이유 모를 용기까지 만들어 준다. 밟기 좋은 흙길 산책로, 땀이 훅훅 나는 등산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회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도보코스, 배가 다니는 뱃길과 물길까지. 책을 다 읽으면 당장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 걷자! 풀자!

코로나 시국. 밖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된 지도 2년째가 되었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게 되면서 사람들은 지금까지 크게 느끼지 못했던 바깥공기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저녁 산책길을 나서면 사람들이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열심히 걷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태어나 첫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 죽기 전까지 걷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걷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좀 더 행복한, 즐거운, 의미 있는 걷기를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작가는 이 책 속에서 그 방법을 알려준다.

특히 2부에서 작가가 들려주는 걷기길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당장 신발을 신게 될 듯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숨어 있는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

 

길에서 건진 우리말, 걸으면 알게 된다

길은 곧 삶이다. 삶은 대부분 걷기로 직조된다. 길에 스며든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은 그 자체로 한민족사의 내밀한 표정이다. 길 말, 길 연관어들을 불러내 본다.

 

길라잡이, 길놀이, 길닦음, 길목버선, 길봇짐, 길요강, 길이불, 길제사, 길짐, 길타령, 길호사, 첫길, 갓길, 고샅길, 속길, 자드락길, 뒤안길, 자락길, 돌너덜길, 풋서릿길, 등굽이길, 자드락길, 벼룻길, 서덜길, 숫눈길…. 길도 많다.

비틀비틀, 흐느적흐느적, 비실비실, 비척비척, 휘청휘청, 휘적휘적, 기우뚱기우뚱, 건들건들, 흔들흔들, 아장아장, 어정어정, 어기적어기적, 성큼성큼, 살금살금, 타박타박, 터벅터벅, 뚜벅뚜벅, 사뿐사뿐, 살랑살랑…. 걷는 모습도 다양하다.

까치처럼 총총걸음을 걷고, 노루처럼 겅중겅중 걷고, 뒤뚱뒤뚱 오리걸음을 걷고, 슬금슬금 게걸음, 소걸음, 고양이걸음, 노루걸음, 황새걸음…. 걸음걸이에 걸리겠다.

 

걷다가 느낀 저자의 단상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길 찾아 떠난 날이 입춘. 봄이 포르르 떤다. 자장암 들머리의 돌계단길이 새첩다.

새첩다 : ‘예쁘다’의 방언

 

자장동천을 굽어보는 어떤 노송은 도력 높은 노승이 염불을 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달밤이었을 것이다. 법당의 목탁소리에 맞춰 석벽 틈에서 개구리들이 와랑와랑 노래하던 달밤.

와랑와랑 : ‘우럭우럭’의 방언. 울리는 소리가 몹시 요란스럽게 큰.

 

 

연관 키워드

#걷기 ##코로나19 #운동 #산책과 산보 #첫걸음 #여행 #유랑 #트레킹 #사색

 

책 속으로/밑줄긋기

첫 문장

사람들, 말이 너무 많다.

 

P.15 걸을 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걷기만큼 쉬운 것이 없지만, 제대로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걸으면 감각이 깨어나고 머리가 맑아진다. 노폐물에 전 오장육부도 서서히 초기화된다. 잊힐 건 잊히고, 지울 건 지워진다. 머리가 가벼워지면 새로운 생각이 채워질 공간이 넓어진다.

 

P.28 새 신을 신고 처음으로 땅을 밟는 아이의 표정은 천진무구 그 자체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닫겠네하는 동요 속의 달뜬 기분이랄까.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니, 어찌 설레고 벅차지 않을쏜가. 신발을 신기면 아기는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나부댄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험하다 해도 아기에겐 모든 게 새로운 도전이다.

 

P.68 이 걸음 저 걸음 걸음도 많다. 하지만 걷지 않으면 헛방이다. 걸음걸이가 팔자를 고친다고 한다. 걸음걸이대로 간다는 말도 있다. 그러자면 팔자걸음을 고치고 올바로 걸어야 한다. 뜻을 세웠다면 느려터진 가재걸음이나 헛심만 쓰는 공걸음은 걷지 말아야 한다. 좋은 사람과 걷고 싶은 곳에서 올바르게 걷는 것, 그 이상의 행복은 없다.

 

P.120 ()과 행()따로 또 같이가는 개념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 여행은 걸어 다니면서 하는 독서다. 동양의 오래전 가르침은 지행합일이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켜야 참 학문이 탄생한다고 본 거다. ()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 책 만 권을 읽어도 자신의 시각과 관점을 갖지 않으면 봐도 헛본 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남다르게 읽어내는 법을 터득하지 않으면, 아무리 먼 여행을 떠나도 눈과 마음에 담아 올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P.178 동대는 동대교를 지나 오른쪽 금정구 회동동 동대 마을 어귀의 용머리같이 생긴 바위를 일컬었다. 하지만 옛터는 주변 개발로 일찌감치 사라졌고, 용머리 바위는 훼손될 뻔하다가 주민들의 진정으로 가까스로 남아 있다. 주민들은 2001년 마을 어귀에 부산 8대 동대라는 표지석을 세워 명소의 자취를 더듬고 있다. 사라진 동대주변을 잠시 배회하다 발걸음을 옮긴다. 수원지 쪽에서 들려온 산새 소리가 동대교를 지나는 차량 소음에 지워지고 있었다. 회동수원지를 벗어나자마자 또 와야겠다는 확실한 예감은 무슨 조화란 말인가.

 

P.197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그 섬에 가고 싶다’(정현종의 시 전문) 그 섬은 어떤 섬일까? 외롭고 소외된 섬? 그렇지 않다. 섬은 흔히 고독, 소외의 비유로 쓰이지만, 정현종의 은 도시와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다. 중요한 것은 사이()’. 떨어진 관계를 잇는 끈, 사이를 메우는 울림이 있다면 도시의 섬은 섬이 아니다. 모든 사이에서 은은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된다.

 

P.258 옛길을 들추자니 동래는 낯설다. 이 도시는 오래전에 길의 원형을 잃어버렸다. 길다운 길은 모조리 뭉개고 지우고 없애버렸다. 그것을 발전이라 위안한다. 길들은 풍경에서 사라지기 전, 먼저 인간의 마음에서 사라져버렸다. 물신을 앞세운 크고 넓은 길이 대세가 된 지도 오래다. 사람들은 바퀴의 신을 떠받든 채 걸으려 하지 않았다. 바퀴는 곧 문명의 척도였다. 도로엔 바퀴의 신들이 득실거릴 뿐, 옛길 한 자락 온전히 남은 곳이 없다. 현대인들은 길을 잃어버렸다.

 

 

저자 소개

박창희

도보꾼, 유랑자, 스토리텔러로 살고 싶은 자유인.

경남 창녕 출생으로 부산대 영문학과, 부산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30여 년간 국제신문 기자로 일했고, 현재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은 나루를 찾아서(서해문집), 부산 순례길(비온후), 서의택 평전, 허신구 평전(부산대출판부) 20여 권. 주요 연구로는 부산의 길: 원천스토리 개발 연구등이 있다.

걸어서 해파랑길(부산~강원도 고성)을 따라 두만강까지 걷기를 꿈꾼다.

 

차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 나는 걷는다, 고로 행복하다!

산보와 산책/감춰둔 갈맷길/책 속의 길, 길 속의 책/눈앞의 모든 게 기적

 

1부 길 속의 길 - 걸으면 보이는 인문풍경

1장 위대한 한 걸음과 걸음마의 비밀

노모의 유모차/아가의 첫걸음마/직립보행의 의미

2에 대한 상상과 몽상

한 글자와 길/길의 다양한 쓰임새/보월(步月), 보허(步虛), 우보(禹步), 우보(牛步)

3장 한국 문화 속에 녹아든 길

길의 어원과 역사/향가에 나타난 길/우리말 속 길의 표정/그 밖의 길 관련어들

4장 걸음걸이 산책

직립보행과 마사이족 걷기/아버지의 소걸음/천태만상 걸음걸이

5장 호모 비아루트(Homo Viator)

여행하는 인간/위대한 여행자들

6장 길의 노래, 길 위의 시

최희준의 /나그네 설움/마왕을 만나는 길 위에서/god/길 위의 시-김삿갓의 해학/세한도 가는 길/행운유수와 운수납자/정태춘의 심산무도’/시인 권태원의 유랑과 해방/박노해의 길과 사진

7장 잔도(棧道), 벼랑길을 만든 사람

작원잔도의 경이/영남대로 3대 벼랑길/중국의 잔도와 잔도공/벼랑길 삶의 노래

8장 돌아가는 길, 황천길

시골 초상집 풍경/임방울의 추억

9장 독만권서(讀萬卷書)와 행만리로(行萬里路)

()과 행()의 동행/무자서·부작란·무작정의 경지

10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와 퇴계 예던길

천 원짜리 인문기행/34억에 낙찰된 화첩/퇴계가 걷던 옛길

11장 유정천리/무정만리

아버지의 막걸리/4·19 혁명의 불쏘시개

12장 영혼의 순례길-오체투지

땅에 몸을 던지다/차마고도, 순례의 길

13장 줄리안 오피와 아모르파티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개성 있는 보행자들/걸어라! 아모르파티

 

2부 길 위의 길 - 그곳이 걷고 싶다

1장 낙동강 하구길들

말갈기 파도/강과 바다의 단절/어도(魚道)와 피시 로킹(Fish locking)/둔치와 흙길/물길과 뱃길

2장 회동수원지, 사색의 맛

신선의 마을/수원지의 희비/철마~동래장 30리 길/오륜대의 풍류객들/흙내음 숲길의 선물/부엉산 전망대의 장관

3장 만덕고개와 길의 운명

만가지 덕을 말하는 곳/빼빼 영감은 어디로 갔을까/넘어가야 할 21세기 고갯길

4장 기장 칠암 붕장어마을 한 바퀴

쌀밥 같은 아나고회/‘꺼먹 동네가 된 사연/칠암을 즐기는 법

5장 도심의 섬, 매축지마을 종()

/길에 포위된 마을/실종(失鐘) 사건/학교종의 추억/소리와 공명/새종과 옛 종

6장 서면 황금신발길의 추억

고무공장의 순이들/철길마을과 굴다리슈퍼’/서면 문화로에 봉홧불을

7장 금정산 금어동천(金魚洞天) 옛길

금어동천을 찾아라/금정산의 부산 정신/역사의 풍운아 정현덕/조엄과 낭백 스님 이야기/금어를 찾아서

8장 구포나루~구포시장 역사 트래킹

구포역 전망대/구포나루와 구포다리/구포만세거리/:당 프로젝트

9장 통도사 자장암 가는 길

속세의 때묻은 마음/둥근 문과 원융사상/금와보살의 노래/억겁의 물길

10장 최치원 유랑루트

유학과 유랑/발 닿은 곳은 모두 명소/최치원 문화관광 마케팅/유랑 루트의 거점, 해운대/최치원 문학의 향기

11장 황산도 나그네

황산(黃山)이 어드메뇨/사라진 동래의 옛길들/기찰 지나 소산역으로/황산 이방을 기억하다/, 황산역이여!

12장 역사의 무지개, 이섭교를 걷다

참여와 울력으로 숙원 해결/예술작품 같은 홍예교/개축과 수리의 자취/이섭대천의 메시지/거칠산국 역사길

13장 다대포 일몰부터 오륙도 일출까지밤새 걸으며 나를 찾았다

눈썹달과 샛별의 밀어/‘데드 포인트를 만나다/걷기가 주는 15조의 효과/낙동강과 금정산을 넘으며/가슴에 해를 품고

 

 

 

 

박창희 지음ㅣ288쪽ㅣ148*220ㅣ978-89-6545-762-6 03810ㅣ18,000원ㅣ2021년 11월 15일

길을 찾고 길을 걷는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가 걷기를 통해 얻은 흥미로운 인문학적 지식들과 그가 직접 길을 걸으면서 얻은 경험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코로나 시대, 혼란스러운 마음과 허전함, 외로움은 끝이 없다. 지친 삶을 위로받고 역사와 현재를 생각하는 길 걷기.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를 따라 걷기의 기쁨을 만끽해 보자. 때론 빨리빨리, 때론 느리게. 2021년 소띠해가 가면 2022년 호랑이해가 온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마음으로 길을 걷자.”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다. 두 발 밑에 있는 이 길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 그 위를 지나간 사람은 누구인지 사색을 하며 걷는 것이 지금 당신이 걷는 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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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기쁨

길을 찾고 길을 걷는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가 ‘걷기’를 통해 얻은 흥미로운 인문학적 지식들과 그가 직접 길을 걸으면서 얻은 경험들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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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으로 돌아온 시인 전성호

미얀마의 우기를 뚫고 함석지붕 두드리는

‘헨델의 메시아’ 같은 글

 

책 소개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

엠마웅과 부엉이 소리 따라 울리는 절절한 산문

 

길 위를 떠도는 것은 어딘가 도달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떠돔’ 그 자체임을 겨우 인정하게 된 이국의 밤이다. 그러나 내 노년의 사랑인 쎄인빤 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진행 중이며 젊은 육신들이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대지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곳이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다.-「은밀한 시선(1)」 중에서

 

내게 유년 시절의 부엉이는 그런 정서로 달팽이관 저 깊이 뿌리박혀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막연함을 불러일으키는 유랑의 감수성이 날 낯선 이국으로 떠돌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부엉이와 비슷한 정서를 불러일으키고 있던 내게 새가 아니라 도마뱀의 울음소리라니, 충격은 신선하고 놀라웠다. 난 그냥 미얀마의 달빛과 야자수와 작은 금관악기 같은 엠마웅의 울음소리에 빠져들고 말았다. 무려 20년 동안 미얀마는 사실 이런 반전을 계속 체험하게 해주었다.-「엠마웅과 부엉이」 중에서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인류애의 실천가이다. 전성호 시인의 생애 첫 산문집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빼어난 시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절절함으로 요동치게 한다.

 

상인의 눈과 시인의 가슴으로 읽는 ‘존재의 물음’

나란 무엇인가, 주체란 무엇인가, 종국에 인간은 과연 선한 존재일까.’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이 물음은 우리들을 항상 괴롭힌다. 시인의 정념과 상인의 정체성을 함께 지닌 저자에게는 더욱 끈질기게 다가오는 물음이었다.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 것을 시작으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마인드맵처럼 뻗어 간다. 그 시간 속에서 작가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선하며 신뢰가 가고, 겸손하고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어왔음에 주목한다. 잠깐의 민정, 70여 년의 군부 통치, 쿠데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다민족국가 미얀마. 시를 사랑하고, 미얀마를 사랑하고, 양곤을 사랑하는 시인 전성호는 희극과 비극이 교차하는 20여 년 미얀마 생활에서 길어 올린 무수한 정념과 사유를 이 책에 담았다.

 

나는 모태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이자 시인이며 상인이다. 나는 내 삶의 형식과 내용을 통해 얻은 모든 질문을 종교적 믿음으로 환원시킬 마음이 없다. 기도와 일상이 그 처절함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질문과 믿음 사이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저자의 말 중에서

 

쉐다곤 파고다, 황금빛 판타지가 주는 서러움

이 글은 저자가 20년 넘게 미얀마에 살면서 한 발 더 깊이새로운 고향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때로 어떤 글들은 미얀마와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함께 읽어 보는 르포와 칼럼이 되기도 했다. 1부에서는 작가의 은밀한 시선으로 바라본 미얀마의 생생한 모습, 오랜 세월 머무르고 있는 그곳에서 자신의 근원 부산 오륙도를 생각하는 회귀성의 눈과 한국의 젊은 청년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세계를 향해 한 걸음 더나아가기 위한 깊은 고민 등 저자의 뚝심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2부와 3부에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 전통 축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미얀마의 현 상황, 소수 민족들 간의 갈등, 미얀마 양곤의 아름다운 풍경 등 본격적인 미얀마에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쉐다곤 파고다 사원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표현한 구절은 우리를 황금빛 미얀마의 깊고 푸른 밤바로 그 서러움의 자리로 이끄는 듯 생생하다.

 

미얀마의 관문인 양곤에 도착한 여행자라면 누구나 황금사원 쉐다곤 방문으로 일정을 시작한다. 60톤이 넘는 황금으로 뒤덮인 압도적인 스케일의 사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불교적 판타지를 이룬다. 이곳에서 맨발로 만나는 첫 번째의 놀라움은 화려한 황금빛 속에서 갖가지 포즈로 방문자를 바라보는 부처의 신상들일 것이다. 그다음은 어디다 눈길을 돌려도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초록빛의 열대 나무들이다. ‘대정원’이라고 불리는 양곤의 거대한 열대 수목들은 이 도시를 뒤덮고 있는 지붕과도 같다.-「미얀마는 왜 황금의 나라인가?」 중에서

 

깨어진 관계, 미얀마는 지금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군사 쿠데타가 발발한 뒤로 많은 시민들이 이에 저항하며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독재로 젊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는 이 사태는 우리나라의 5.18민주화운동을 떠올리게 하면서 많은 한국 시민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경계인의 시선으로 미얀마의 현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는 여러 종족이 함께 불편한 관계를 겪고 있는 모습을 내부의 깨어진 관계라 지칭한다. 5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얀마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종족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얀마 군부의 시대착오적 행태를 왕조시대의 낡은 사상을 탈피하지 못하고 탑을 쌓아 옛 권력과 종교적 위력으로 민중을 다스리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땅과 하나가 된 미얀마 사람들의 웃음과 평안하고 느린 삶에서 자본주의 문명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은 치유의 길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 나르기스에 대한 기억은 88년 양곤 민주화투쟁 때 발생했던 대학살(3,000~10,000명으로 추정)과 함께 잊혀질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당연히 80년 5월 광주의 상처와 겹쳐진 이 기억들은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국가와 통치 혹은 정책 담당자와 정책의 대상자들, 개인의 운명과 집단의 운명, 거대한 환경재앙 등의 문제들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게 미얀마에서의 삶은 붉은 쎄인빤과 참혹한 학살 사이를 오가는 극단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피 흘리는 아픔은 여기가 끝이 아니어서 슬프기 그지없다.-「부재하는 광채」 중에서

 

진실한 언어, 아름다움의 아우라

4부는 전성호 시인이 시를 쓰면서 느낀 고민의 흔적들이다. 그에게 시란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이다. 그는 사랑의 힘으로 시를 쓰고 글을 쓴다. 그리고 희망보다 더한 사람에 대한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고 굳게 믿기에 질문하기의 촌스러움, 절뚝거리는 철학하기를 멈추지 않고 진실한 시인의 언어로 아름다움의 아우라를 구현해낸다.

 

시인들은 가난하거나 힘이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는 부당한 현실을 풍자하거나 고발하는 시를 쓰다 감옥에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기도 했다. 때론 시인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목숨을 걸고 바른말을 하는 존재들이기도 한 것이다. 왜 그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시를 쓰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시인들은 아름다움을 사랑한다.-「시는,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다」 중에서

 

 

연관 키워드

#미얀마 #코로나19 #쿠데타 #여행 #양곤 #파고다 ##떠돌이 #떼진

 

책 속으로/밑줄긋기

첫 문장

나는 나의 삶이 일생 동안 떠도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한 적이 없다.

 

P.16 길 위를 떠도는 것은 어딘가 도달할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떠돎그 자체임을 겨우 인정하게 된 이국의 밤이다. 그러나 내 노년의 사랑인 쎄인빤 핀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가 진행 중이며 젊은 육신들이 사자처럼 울부짖으며 자신들의 대지에 피를 흘리고 있다. 그곳이 내 슬픈 미얀마, 나의 유토피아다.

 

P.26 조건 없는 사랑이란 신의 은총과 같은 것이어서 디바는 금방 싱싱한 탄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디바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의외로 큰 즐거움을 준다는 걸 알았다. 햇빛, 산소, 바람, 온도, 영양분은 디바에겐 자연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이다. 나는 디바의 이파리를 통해 자연의 깊고도 무심한 사랑에 감사했다.

 

P.47 어딜 가나 사람들이 모이면 속설 같은 온갖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미얀마 역시 이런 속설들이 미신과 결합돼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나라 중 하나다. 몇 가지만 예를 들면 몬순 때 하늘에서 황소 오줌 같은 비가 흘러내리면 그해의 건기 철엔 연못이 마르고 웅덩이까지 마른다고 한다. 깊은 계곡에서 나오는 돌 이야기인데, 이 돌 속에 무슨 강한 기가 들어 있는지, 이 돌을 몸에 간직하고 있으면 총알도 뚫지 못한다고 한다. 냄새가 지독하고 손바닥만 한 코끼리씬이라는 것이 습지 또는 늪에 사는데, 덩치가 큰 코끼리가 이 코끼리씬을 밟으면 바로 쓰러지거나 죽는다고 한다. 아예 코끼리들은 냄새로 코끼리씬이 있는 곳을 피해 다닌다고 한다.

 

P.98 인류애란 단어는 이제 폐기되어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어쩜 코비드-19보다 무서운 것은 바이러스를 매개로 부를 축적하는 다국적 기업과 이를 기득권화하는 일부 국가들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이 재앙 앞에서 사라진 꿈과 이상 그리고 엘리어트가 노래했던 황무지만을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P.251 옳은 것이 아름답지 않거나 선한 것이 아름답지 않으면 그것은 아우라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진심으로 감동하거나 설득당하지 않는다. 정치나 혁명이 늘 실패하는 지점이 이곳이다. 당신은 머리가 좋고 똑똑하지만 당신만의 진실한 언어가 없다. 그것이 없으면 존재는 거짓이기 쉽다. 오늘의 한국 사회는 바로 이렇게 절뚝거리는 철학하기, 즉 질문하기의 촌스러움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나의 철학하기다. 그러나 존재 물음의 근원 즉 정말로 큰 질문은 언제나 왜? 라는 질문 속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자 소개

전성호(田成浩)

1951년 경남 양산 서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살며, 미얀마에서 산다.

2001시평으로 등단, 시집으로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창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실천문학사), 먼 곳으로부터 먼 곳까지(실천문학사), 말을 삼키는 도시(시인)이 있고 미얀마 양곤에서 21년째 살고 있다.

 

차례

저자의 말

 

1부 은밀한 시선

은밀한 시선(1)

은밀한 시선(2)

부재하는 광채

동식물도 꿈을 꾼다

코끼리 감기

노을 속으로 돌아오는 돼지들

늑대처럼 우는 개들

빗방울이 하늘로 올라간 뒤

회귀성의 눈

바람처럼 나를 멈추지 마라

사랑은 말이 아니라 행하는 것이다

세계를 향해 한걸음 더

거듭나야 하는 Personality

광의적 약속의 무게

 

2부 엠마웅과 부엉이

엠마웅과 부엉이

나눈다는 것, 하나가 된다는 것

미얀마는 왜 황금의 나라인가?

인간, 주체를 상실한 포유류

미얀마의 물 축제(띤잔Thingyan)

변하고 있는 미얀마

쉐다곤 파고다양곤의 빛

아이 울음

핀마나의 꽃, 떼진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

 

3부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

미얀마, 깊고 푸른 밤

디아스포라의 초상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는 또 다른 나다

사람에 대한 기다림

뒤를 돌아보라, 거기 오래된 미래가 있다

유익한 공동체 삶의 희망

내가 왜 그런 것을 해야 하지

어두운 창의 커튼을 젖히며

옴니암니, 나의 정치학

사회 구성원의 윤리

의인과 악인의 길

 

4부 나의 시 그리고 미얀

시는 동시대의 사랑을 쓰는 일

시는, 나와 세계를 향한 연애편지다

꿈과 분노

절뚝거리며 철학하기

주어진 자질에 상상력 대입하기

 

 

 

전성호 지음ㅣ256쪽ㅣ148*210ㅣ978-89-6545-763-3 03810ㅣ17,000원ㅣ2021년 11월 15일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물론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미얀마의 겉과 속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인류애의 실천가이다. 전성호 시인의 생애 첫 산문집을 통해 미얀마와 수많은 소수 민족의 삶, 장소와 도시, 언어와 사물, 종교와 제도, 민속과 신화, 나아가서 국가 간의 관계와 지정학을 이해하는 일은, 그의 빼어난 시편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을 절절함으로 요동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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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깊고 푸른 밤

오랜 방랑과 이주 뒤에 전성호 시인이 돌아왔다. 이탈리아, 독일, 러시아, 헝가리, 폴란드, 아프리카, 페루, 몽골, 사할린을 거쳐 미얀마에서 20여 년을 정착하였다. 누구보다 더욱 섬세한 눈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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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지역에서 예술로 먹고살 수 있을까?”

지역에서 예술하는 고단함과 외로움, 불안감

그럼에도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어느 평범한 지역 예술가의 이야기

 

예술을 하려면 서울에 가야만 하나요?

부산에서도 예술 합니다

소위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한 사람들은 으레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역에서 예술을 하려면 관련 인프라는 물론 정보를 공유할 동료 예술가, 전시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결국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은 모두 서울로 떠나고, 지역은 문화의 불모지로 남게 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도 이러한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예술 하려면 정말 서울에 가야만 할까?’ 부산에서 나고 자라 미술을 시작한 임영아 작가는 무언의 압박 속에 서울로 향하지만,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부산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하고 결국 부산으로 돌아오겠다는 결단을 한다. 그리고 현재, 부산에서 저자가 사랑하는 바다와 함께 예술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예술로 먹고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작가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 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서울공화국에서 미술을 한다는 것

저자는 미대입시를 시작하면서부터 서울과 지역의 격차를 절감했다. 실기대회를 치르기 위해 밤새 고속버스를 타고 도착한 대회장 건물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던 순간, 교생실습을 나가 만난 학생들에게 결국은 지역보단 서울로, 서울보단 해외로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순간, ‘왜 도쿄로 유학 갔냐라는 질문에 도쿄가 일본의 수도니까라고 대답했던 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난날의 저자가 했던 고민을 반복하고 있을 지역 예술 꿈나무들에게 저자의 경험들은 소중한 공감의 장이 된다.

 

제 직업은 크리에이터입니다

저자는 일러스트를 그리고, 디자인을 하며, 때로는 소설과 에세이 같은 글을 쓰기도 하는 크리에이터이다.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고, 창작 후원을 받기도 한다.

‘1인 미디어 시대라는 키워드가 핫한 이슈로 떠오른 요즘, 다양한 미디어를 만들어내는 저자는 트렌드에 따라 작업 방식을 바꾸기도 하며 시대에 걸음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업종 구분이 어려운 직업의 특성상, 자신의 직업을 소개할 때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 모호한 경계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상황 속

지역 예술, 절찬리 영업 중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은 분야는 없다지만, 문화예술계는 그 중에서도 특히나 영향을 크게 받은 분야 중 하나이다. 저자 역시 예술을 하기에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아트페어와 전시회들은 줄줄이 취소되고 타지역 예술행사에 참가 하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저자는 긍정의 힘을 잃지 않는다. 비대면 예술 활동의 증가는 곧 서울과 지역의 격차가 감소될 수 있는 찬스이기도 하다. 예술 관련 온라인 수업을 이수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창작 활동을 하며, 집에 있어 시간이 늘어난 만큼 새로운 작업도 시도해 본다. 저자의 예술은 오늘도 절찬리 영업 중이다.

 

 

시리즈 소개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책 속으로

p.15 나는 성인이 된 지금도 지역 도시들에 관심이 많다. 도시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그 도시의 특성이 보이는 걸 좋아한다.

pp.46-47 올해 추석엔 시골 안 가세요” “? 시골이요” (중략) 부산을 시골로 생각했던 걸까. 어떤 의도로 말한 건지, 내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기분이 묘했다. 대충 대답을 하고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날따라 그 대화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p.97 교수님의 그 말에 울음이 터져 나왔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는 말은 내가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자유롭게 창작 작업을 하는 것. 그래서 미술을 선택했고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숨기고 있었다. 몰래 작가 활동을 하면서, 몰래 따로 작업하면서.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나도 속이면서까지 살아왔는지.

p.145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겪은 것들을 다른 사람에게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손이 움직인다. 그전까지 입시를 하느라 일상의 즐거움을 포기해 버려 무의미하게 회색빛이었던 일상이었는데, 이런 소소한 변화가 생기니 다음 일이 기대되었다. 매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언젠가 꺼내 소재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 하나를 먹었을 뿐이었는데 힘이 났다.

p.183 지금은 이런 온라인의 발전이 진행되고 있어서 희망이 보인다. 부산에 있어도, 또 다른 지방으로 가게 되어도 대체방법이 많이 늘어났다. 나날이 발전하는 세상 속에서 지방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은 변화를 기분 좋게 받아들여 본다.

 

작가 소개

임영아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 호기심이 많아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머릿속의 상상을 창작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여 자연스럽게 작가가 되었다.

경성대학교 인테리어디자인학과, 무사시노 미술대학 공간연출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부산, 일본 도쿄, 서울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정착한 지금은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다.

창작욕과 호기심이 가득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걸 좋아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지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작업 중이다.

현실과 작업세계는 구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작업마다 필명을 다르게 지어 활동하고 있다. 그중 임영아는 필명이자 어린 시절 애칭이다. ‘엘레꼴레(ElleColle)’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차례

더보기

프롤로그

어느 부산 예술가의 이야기

화방의 추억

실기대회를 마친 후 고속버스 안에서

부산에서 창작자의 첫발을 내딛다

서울 공화국에서 산다는 것은

외국에서 만난 반짝이는 지방 도시들

새로운 시작을 위해 버텨낸 막말의 시간

무료로 그림 올려주세요

편입 시험을 앞두고 왼팔을 다치다

일본 미술 대학에서 솔직한 내 마음을 만나다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이방인의 감정을 느끼다

파란 하늘을 보던 어느 날 그리움의 흔적을 발견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속에서 창작을 이어가다

지방의 부족한 전시공간에 좌절하다

부산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먹으며 창작하는 즐거움

실례지만 무슨 일 하세요?

내가 아쿠아리움을 좋아하는 이유

초보 창작자, 비즈니스 메일을 쓰며 성장하다

이 푸른색은 인쇄가 힘들어요

비대면 시대에 지방 예술가가 살아가는 방법

창작자들이 여전히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이유

지방에서 예술을 한다는 건

걷다 보면 또 떠오르겠지

일상생활이란 무엇일까

에필로그

 

 

 

 

 

임영아 지음ㅣ220쪽ㅣ150*2209788965457466 03900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일상의 스펙트럼 7권. 소위 예술 분야로 진로를 정한 사람들은 으레 서울에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역에서 예술을 하려면 관련 인프라는 물론 정보를 공유할 동료 예술가, 전시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결국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재들은 모두 서울로 떠나고, 지역은 문화의 불모지로 남게 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도 이러한 현상을 피할 수 없다.

‘예술 하려면 정말 서울에 가야만 할까?’ 부산에서 나고 자라 미술을 시작한 임영아 작가는 무언의 압박 속에 서울로 향하지만,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부산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하고 결국 부산으로 돌아오겠다는 결단을 한다. 그리고 현재, 부산에서 저자가 사랑하는 바다와 함께 예술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예술로 먹고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작가의 용기 있는 한 걸음이 또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말해준다.

 

 

 

 

 

 

책 구매처

 

부산에서 예술을 합니다

일상의 스펙트럼 7권. “부산에서, 지역에서 예술로 먹고살 수 있을까?” 지역에서 예술하는 고단함과 외로움, 불안감 그럼에도 자신만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어느 평범한 지역 예술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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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밤도 언젠가 끝날 수 있을까요?

흐릿한 현실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바라보다

 

심은신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집.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문학적 공간이 등장한다. 러시아 아무르 강과 울산의 태화강, 펭귄이 서식하는 남극기지, 고흐의 도시 아를 등 인물들은 생동감 있고 다양한 문학적 공간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소설에는 삶과 일상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고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외롭고 막막하지만, 미미한 빛으로 전해지는 한 줄기 희망이 그들의 삶과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우고 있다.

 

 그림자 덮인 어두운 하늘,

우리의 도시는 아름답다

 

떼까마귀민우는 울산시의 아시아조류박람회 사진전 기획을 맡아 철새 사진작가 무연에게 자문을 구한다. 울산 조류의 상징인 떼까마귀에 대해 무연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지만, 군집공포증이 있는 민우는 떼까마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감출 수 없다. 실리만 따지는 것 같은 울산이라는 도시도, 불쾌감만 자아내는 떼까마귀도 민우에게는 벗어나고 싶은 존재들일 뿐이다. 무연은 그런 민우에게 떼까마귀의 터전인 아무르 강에 얽힌 역사적 인연과 그가 철새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민우는 점점 그 이야기에 빠져 든다.

봄날의 아가다극빈 가정 공부방 돌보미로 일하는 선혜는 아이들을 데리고 언양성당으로 나들이를 떠난다. 마냥 밝아 보이는 아이들 사이에서 얌전히 기도를 드리는 수인. 초등학생의 몸으로 게임중독 아버지와 오빠의 뒷바라지, 각종 집안일을 맡는 수인은 그녀를 향해 어른스럽게 웃어 보인다. 선혜는 수인을 보며 남의 생명을 살리려다 깨어나지 못하게 된 남편 창현을 떠올리며, 자신과 수인의 좌표가 어디쯤 있을지를 그려보고, 어느 새 수인은 동정 순교자 김아가다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눈물을 보이는데.

 

 상처뿐인 사랑과 현실,

그곳에서 방황하는 사람들

 

고흐의 변증법정신과 의사인 유지는 한때 열렬하게 사랑을 속삭이던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다. 이혼 이후 환자들과 간호사들에게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하던 유지는 신혼 여행지였던 아를로 휴가를 떠나고, 그곳에서 우울해 보이는 무명의 영화 감독 고호상과 조우한다. 고호상은 여자친구의 권유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자 고흐가 사랑한 도시인 아를로 왔다고 말하고, 유지와 고호상은 현실과 사랑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흐와 그의 작품, 영화, 그리고 자기 자신을 예시로 들며 토론을 나누기 시작한다.

알비노십년 전 상담을 받았던 희주는 당시의 상담선생님에게 편지를 쓴다. 까만 피부가 고민이었던 희주에게 백색증을 앓던 학생을 언급하며 격려해준 선생님. 당시 아버지에게 가정 폭력을 당하던 희주는 아버지를 닮은 까만 피부가 싫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과거사와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유전 열성으로 이루어진 알비노가 자신과 닮았다고 말하는 희주. 희주는 자신보다 열악한 처지의 필우를 보듬으며 자신의 처지를 위로했다며, 그가 폭력을 행사해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이유와

생존법을 물어볼 수 있을까요?

 

초롱아귀9급 행정 공무원인 정환은 적은 월급과 반복되는 업무에 회의감을 느낀다. 어느 날,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병우에게 편지 한 통을 받게 된 정환. 공무원 준비를 하며 정환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던 병우는 망막변성증이라는 병을 발견하여 행정직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여러 번 새로운 창업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귀결되고 만다. 그는 편지를 통해 현재 산토스에 있으며 마리아나 해구로 떠날 것이라 알려오고, 정환은 술만 마시면 마리아나 해구에 대해 떠들어대던 병우를 떠올린다.

아버지의 눈실직 후 여름이 도래한 남극으로 펭귄의 생태를 연구하러 떠난 우진. 생계는 물론 연인인 은수의 임신까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안고 남극으로 왔다. 우진은 막 부화한 새끼 펭귄을 보며 드레이크 해협에서 실종된 아버지를 떠올린다. 바다보다 자식을 못 먹이는 게 더 무섭다던 아버지. 연구원인 우진은 아비 펭귄을 잃어버린 새끼 펭귄들을 지켜본다. 치열한 자연의 세계에서 아비를 잃고 살아갈 새끼들. 그때 갈매기가 수영 연습 중인 새끼 펭귄 한 마리가 낚아챈다. 우진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본다

 

인디고 블루의상 디자이너인 윤희는 가을을 겨냥한 컬렉션의 디자인에 고민한다. 새로 부임한 실장이 개인별로 차등고과를 줄 것이라 선언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어떤 컬러의 스커트가 좋을지 고민하며 윤희는 전쟁 후 도발적인 A라인 컬렉션을 내놓았던 크리스챤 디올을 떠올린다. 윤희는 위축된 현실에 위로와 열정을 선사하는 옷을 고민하며 자신의 재능을 한탄하고 윤희의 동기인 지현은 그녀가 쓸데없는 고민을 한다 치부한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지현과 대척점에 있는 윤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디자인 발표일이 밝아오고 윤희는 지금껏 고민하던 컬러와는 전혀 다른 컬러를 선보인다.

구라미본사의 전무로 몇십 년을 일에만 집중해온 남편. 남편의 노고와 바쁜 생활을 알기에 는 그를 이해하고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얼마 전 중요 프로젝트에 실패하고 인사개편을 당한 뒤, 남편은 자회사의 어설픈 사장 직책을 맡는다. 연봉도 적고 특별한 관리도 필요하지 않은 업무지만 는 어떻게든 정년까지 버텨야 한다 종용하고, 남편은 애써 이제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겠다 말한다. 남편은 수족관 코너에서 작은 원형 어항과 함께 관상어 3마리를 구입하고 매일 구라미를 관찰하지만, 남편의 어항에 들어온 이후 블루마블 구라미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곳,

이곳에서 시작하는 ‘둥지의 서사’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문학적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그 문학적 공간은 때로는 멀리 있기도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바로 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심은신의 둥지의 서사는 매우 중요한 소설적 발명이다. 이동과 이주가 빈번하고 방황과 유동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해체되고 파괴되는 둥지를 새롭게 만들려는 인물의 창조가 빛난다. (…) 소설은 인물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심은신의 인물들이 우리 사회의 제유임을 안다. 더 복잡한 상호텍스트성의 역장으로 구성의 힘들을 이끌어 가리라 믿는다. 어둡고 힘든 시대의 삶이지만 사랑과 희망이 비록 미미한 빛으로 존재하더라도 소멸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작가의 신념에 경의를 표한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이 소설집에 담겨 있는 인물들은 특별하지 않다. 사랑에 상처를 입거나,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업에 대해 고민하거나, 부모가 된다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고민하며 살아간다. 소설의 말미에서도 그들의 처지가 크게 달라지거나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한 줄기 희망이 있다. 외롭고 힘든 우리네 현실에도 마치 이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한 줄기의 희망이 드리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심은신의 소설을 통해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이 별 볼 일 없는 공간에서도 그런 희망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첫 문장

 

이제 곧 그들이 검은 형상을 드러낼 시간이다.

 

🌙 책 속으로 

 

p.25 그의 손가락을 따라간 시선 끝에는 이제 막 떼까마귀의 군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한 무리에 다른 무리가 섞여들고 또 다른 무리가 더해져 더 큰 공동체로 커졌다. 몇 무리로 나뉘어 종일 먹이를 구해 몰려다니다가 대숲 가까이 다시 모여든 까마귀들이 회색 공간을 자유롭게 날았다. 하늘로 치솟는가하면 아래로 내리꽂히고, 다시 바람을 타고 급하게 비상하여 바람과 함께 공간을 유영했다. 청회색 하늘을 가득 메운 일몰 군무가 촉각적 심상이 되어 피부에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가늘게 뜬 눈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와서 부딪쳤다. 시린 각막으로 바라본 하늘은 어느 북국의 하늘처럼 차가웠다.

 

p.96 선생님은 온몸이 하얀 사슴, 온몸이 하얀 고라니, 온몸이 하얀 원숭이, 온몸이 하얀 참새를 보신 적 있나요? 그때 핸드폰으로 검색하고 있던 인터넷 기사는 바로 백색증을 앓는 알비노에 관한 거였어요. 눈부시게 하얀 사슴 사진에 놀라 기사를 열었던 것 같아요. 유전자 돌연변이인 알비노는 멜라닌 색소 생성이 되지 않아 발현한다고 했어요. 다른 건 모두 정상인데 효소 하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멜라닌이 만들어지지 않고 결국은 티 하나 없이 하얀 몸의 알비노가 된다는 거예요.

 

p.143 고향 항구에서 출항하는 외항선을 탔습니다. 언젠가 정환 씨에게 말했듯 육지의 끝은 바다의 시작입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꿈을 안고 떠나는 곳이죠. 솔직히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막다른 골목이어서가 아니라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마리아나 해구를 찾아가는 겁니다.

 

p.179 구라미가 죽은 건 남편이 사표를 던진 날 아침이었다. 이상한 예감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을 때, 구라미는 허연 배를 뒤집은 채 수면에 떠서 역한 냄새를 풍겼다. 이른 아침 미명에 목격한 구라미는 수감 생활을 견디다 못해 목을 맨 죄수 같았다. 좁은 어항에서 살기엔 지나치게 길고 거추장스러운 수염이 수면 위 사선으로 솟아 있었다.

 

🌙 작가 소개

 

심은신

부산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2016년 단편 마태수난곡으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과 6월 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장편 바람기억을 출간했다. 2018년 단편집 마태수난곡을 출간했고, 한국소설가협회 신예작가로 선정돼 2018 신예작가에 단편 이마고를 상재했다. 2019년 맹목적인 인간의 욕망을 다룬 장편 버블 비너스를 출간했으며, 같은 해 단편 알비노로 경북일보문학대전에서 수상했다. 현재 한국소설가협회 및 소설 21세기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더보기

 

떼까마귀

인디고블루

고흐의 변증법

알비노

초롱아귀

아버지의 눈

구라미

봄날의 아가다

 

해설: 둥지의 서사학-구모룡(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고흐의 변증법』

심은신 | 256| 140*205 | 978-89-6545-755-8 03810

15,000| 20211020

* 분 류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심은신 소설가의 두 번째 단편집. 심은신의 소설 속에는 다양한 문학적 공간이 등장한다. 러시아 아무르 강과 울산의 태화강, 펭귄이 서식하는 남극기지, 고흐의 도시 아를 등 인물들은 생동감 있고 다양한 문학적 공간들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8편의 소설에는 삶과 일상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고민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외롭고 막막하지만, 미미한 빛으로 전해지는 한 줄기 희망이 그들의 삶과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머리 위에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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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부산

 

 

부산을 무대로 불러오다

로컬에 시선을 둔 여섯 작가의 부산 이야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설집에는 로컬이 아니라면 알기 힘든 부산의 공간을 소환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섬세한 눈으로 미시적인 분석을 할 때, 우리가 사는 도시의 도처는 매우 새롭고 두껍게 서술될 수 있다. 어느 마을에 살든지 그 삶의 구체를 이해하려는 섬세한 정신의 작가가 있다면 멋진 소설 작품을 인양하는 일은 언제나 가능하다. _구모룡(문학평론가)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부산을 만들다

 

김민혜의 <다락방의 상자>는 우연히 발견된 상자로 하여금 하야리아 부대가 주둔했던 부산의 모습을 그려낸다. 진교는 시민공원 인근 주택으로 이사해 집수리를 하던 중 다락방에서 정체 모를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 속에는 90년대에 한국 여성과 미군이 주고받은 러브레터, 사진 등이 들어 있었고, 그는 소중한 물건을 되찾아 주고 싶다는 생각과 상자에 얽힌 사연에 대해 알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진교는 상자를 둘러싼 역사를 추적하며 시민공원을 배회한다.

 

박영애의 <콘도르 우리 곁에서>는 부산진성이 있었던 증산공원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LA에 살던 나는 고국에 들러 예전에 살던 동네에 있는 증산공원으로 간다. 부산진성이 있었던 그곳은 임진왜란 후 공동묘지로 변했고, 동물원 공사가 시작되자 무덤들이 이장되었다. 완성 단계에 있었으나 개원하지 못한 동물원 우리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들어가 살았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서 나는 오래도록 힘들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지금 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조미형의 <귀부인은 옥수수밭에> 주인공 모자이크 아티스트 나백은 부산 임랑 바닷가의 엔진 없는 낚싯배 귀부인에서 홀로 생활한다.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우봉과 서핑 샵을 하는 도욱은 예술을 하는 나백에게 SNS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나백에게 말미잘 매운탕을 먹을 것을 강요하고, 그들의 요구는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광란의 밤이 흐르고 아침이 밝아오자, 나백은 자신만의 기이하고 파괴적인 작품 창작을 시작한다.

 

오영이의 <아무도 모른다>는 폭력 중독을 이야기하며, 양모의 폭력에 희생된 다섯 살 여자아이의 죽음을 다룬다. 해운대 바다를 안마당으로 거느린 초고층 아파트 안에서였다. 태어나 한 번도 친구를 만들어보지 못한 양모는 폭염이 심한 날 아이를 차에 방치하고 벽에 머리를 박는다. 병아리처럼 유약한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숨을 거두고 만다. 폭력이란, 이유 따위 없이도 시작될 수 있고 그렇게 중독되기도 한다. 아무도 모르게.

 

장미영의 <끝나지 않은 약속>은 오래전 죽은 엄마에 대한 아이의 애착을 다룬다. 아내인 수진이 뇌종양으로 죽은 뒤 나는 이끌리듯 돌산마을로 오게 된다. 돌산마을은 수진과 내가 함께 자란 곳이다. 어느 날 딸 채영이 배가 불룩한 아줌마가 집 앞에 서 있다 갔다는 말을 한다. 그날 저녁 채영이는 아줌마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말하며 아줌마랑 돌산마을에도 간다거나 말없이 사라지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나는 수진의 집, 벽화 앞에서 실체 없는 아줌마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채영을 발견하고, 채영이의 생일날 수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안지숙의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는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중년에 이른 나는 이혼 위기에 맞닥뜨리고, 노모가 고관절 부상을 당하자 간병을 핑계로 부산 집으로 내려온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오로지 걷는 것으로 삶을 버텨온 나는 매일 온천천변을 걷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동해선 둘레길을 걷게 된다. 동해선 둘레길은 철도원이었던 아버지와 인연이 깊은 장소다. 둘레길에 들어선 나는 고슴도치 가죽을 덮어쓴 도깨비를 만나게 된다.

 

부산을 머금고 새롭게 나아가는 문학적 공간

 

잠깐 머무는 곳으로의 부산과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부산은 다른 의미를 지닌다. 거주지라는 것은 그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역의 분위기를 머금게 된다. 그 지역의 과거를 알든 알지 못하든 우리는 지역의 역사를 발 디디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를 새로이 만들어 나간다. 여기 세상으로 뻗어나가는 부산에 관한 여섯 개의 소설이 있다. 부산의 과거를, 또는 현재를 그리며 로컬로서의 부산을 표현한 이 소설들이 부산의 분위기와 역사를 머금고 부산이라는 문학적 공간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 첫 문장

진교는 집 마당의 화단 턱에 걸터앉았다.

 

💙 책 속으로

p.9 다락방 도배하는데 이게 나왔어예. 버릴까예그는 의아스런 눈빛으로 상자를 받아 들었다. 상자는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박 소장이 목장갑 낀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자 회색 먼지들이 소르르 일어나 햇살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밝은 햇살에 섞인 먼지 입자들이 기묘한 색으로 반짝이며 조금씩 퍼지며 날아갔다. 상자 위에는 ‘Made in U.S.A.’ 라는 글자가 찍혀 있었고 잠금 고리를 열어 보니 사진, 편지, 손목시계, 향수, 카세트테이프, 전자기기 등 잡다한것들이 들어 있었다.

p.50 나는 밤마다 꿈속에서 움찔대는 검붉은 입술을 보는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공동묘지 아랫동네에 살면서 겪은 일이나 부산진성 부근의 유령에 대해서는 자신에게조차 섣불리 발설하고 싶지 않았다. 표현하기 힘든 내밀한 감정을 말로 내뱉으면 내가 뜻한 것과 다른, 유치한 무엇으로 변해버릴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내가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에 고립된 채 홀로 서 있는 것 같았다.

p.91 ‘귀부인이 정박해 있는 옥수수 밭 땅주인이 도욱이다. 밭에 쑥쑥 자라고 있는 옥수수는 말미잘 매운탕 가게를 하는 전우봉 소유다. 가게 앞에 가마솥을 걸어 놓고 옥수수를 삶아 팔고 있다. 무슨 일인지 우봉이 이른 아침부터 밥 먹자고 가게로 불렀다. 나백은 찜찜했지만, 마땅히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우봉이 하는 매운탕 가게에서 바닷가 쪽으로 쳐다보면 귀부인이 한눈에 보인다. 낡은 배에서 하루 종일 배 안팎을 돌면서 뜯었다 부쉈다가 접착제를 바르고 조각을 붙이는 작업만 하는 나백의 일상을 주변 사람들은 다 안다.

p.136 그러다 어느 날인가부터 나를 올려다보는 아이의 그 말간 눈이 싫어 배를 걷어차거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 커갈수록 제 엄마를 닮아가는 그 눈이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것 같아 화를 주체할 수 없어지면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럴 땐 눈앞이 하얗게 표백되면서 뇌 속에 주파수 높은 소음이 가득 찼다.

p.174 책꽂이에서 미니 앨범을 꺼냈다. 채영이 아기 때 사진을 몇 장 넘기니 나와 수진이 얼굴을 맞댄 채 찍은 사진 한 장이 보였다. 달랑 한 장 남은 사진이 기억의 조각들을 수집한다. 배가 둥근 달처럼 불룩한 것만 빼면 긴 머리에 안경, 큰 키, 보조개, 수진의 모습이 그림 속 여자의 모습과도 비슷했다. 채영이 그림을 보고 난 뒤의 후유증일까, 제대로 설명되는 게 없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내가 병원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p.216 기억이 났다. 세상의 끝을 지나 걸어가던 그곳. 주변이 마을이었는지 논밭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옆으로 하천이 흐르던 길에서 아버지를 만난 일이 또렷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나를 덥석 안았다. 아부지. 울음을 터뜨린 건 내가 아니었다. 젖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은 아버지가 허엉 울음을 터뜨렸다. 아버지가 우는 바람에 놀라서 나도 따라 울었다. 아버지가 축축한 손수건을 꺼내 내 얼굴을 닦고 코를 풀어주었다. 그날 아버지 손을 잡고 비를 맞으며 걸어간 곳이 거제리 시장통이었다. 시장통에서 아버지와 나는 국밥을 먹었다. 국밥 냄새에 체리 세이지의 초콜릿 향이 섞여들었다.

 

💙 작가 소개

 

김민혜

2015월간문학』 『동리목월문예지로 등단. 금샘문학상 수상, 소설집 명랑한 외출, 장편소설 너의 우산2021년 청소년 북토큰도서 선정

박영해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8년 부산소설문학상, 2009년 들소리문학상 수상. 소설집 네 사람이 누운 침대, 우리가 그리는 벽화, 종이꽃 한 송이

조미형

2006국제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씽푸춘, 새벽4, 장편동화 해오리 바다의 비밀. 2019년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각설탕선정. 2021해오리 바다의 비밀중국 청광출판사 판권 계약

오영이

2009문예운동, 2012한국소설, 2015동리목월신인문학상 수상. 2019년 성호문학상(본상) 수상. 소설집 별들은 이제 섬으로 간다, 독일산 삼중바닥 프라이팬. 현재 경성대학교, 동명대학교, 해양대학교 외래 교수.

장미영

2012년 천강문학상 우수상,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안지숙

2005년 신라문학상 수상,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나눔도서 선정), 장편소설 데린쿠유. 2019년 아르코 창작기금 수혜

 

💙 차례

더보기

 

다락방의 상자 - 김민혜

콘도르 우리 곁에서 - 박영해

귀부인은 옥수수 밭에 - 조미형

아무도 모른다 - 오영이

끝나지 않은 약속 - 장미영

거제리역에서 도깨비를 만나 - 안지숙

 

후기: 비대면 시대의 호출

 

 

 

모자이크, 부산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 232쪽 | 135*200 | 978-89-6545-756-5 03810 | 15,000원 | 20211021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테마소설집. 각 소설은 부산시민공원, 증산공원, 임랑 바닷가, 센텀시티, 문현동 돌산마을, 거제리의 풍경을 배경으로 부산의 정경을 담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슬픔을 조명하기도, 아름다움 속에 숨겨진 폭력을 서술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은 항상 아름다운 바다를 연상시키는 관광도시로 기억되어 왔다. 이 여섯 명의 작가가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부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자이크, 부산

부산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테마소설집 『모자이크, 부산』이 출간되었다. 김민혜, 박영해, 조미형, 오영이, 장미영, 안지숙 여섯 명의 작가가 부산을 배경으로 쓴 이 테마소

www.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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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전집1, 2, 3, 9』

 

 

▶ 단편적으로 알려졌던 소설가 하근찬,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다

 

한국 단편미학의 빛나는 작가 하근찬의 문학세계를 전체적으로 복원하기 위해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에서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 문학 전집>을 전 21권으로 간행한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소설의 백미로 꼽히는 하근찬의 소설 세계는 단편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하근찬의 등단작 수난이대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져온 민중의 상처를 상징적으로 치유한 수작이기는 하나, 그의 문학세계는 수난이대로만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하근찬은 수난이대이후에도 2002년까지 집필 활동을 하며 단편집 6권과 장편소설 12편을 창작했고 미완의 장편소설 3편을 남겼다. 45년 동안 문업(文業)을 이어온 큰 작가였다. ‘하근찬문학전집간행위원회는 하근찬의 작품 총 21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원본과 연보에 집중한 충실한 작업,

하근찬 문업을 조망하다

 

하근찬 문학세계의 체계적 정리, 원본에 충실한 편집, 발굴 작품 수록, 작가연보와 작품 연보에 대한 실증적 작업을 통해 하근찬 문학의 자료적 가치를 확보하고 연구사적 가치를 높여, 문학연구에서 겪을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하근찬 문학전집은 중단편 전집장편 전집으로 구분되어 있다. ‘중단편전집은 단행본 발표 순서인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을 저본으로 삼았고,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하근찬의 작품들도 발굴하여 별도로 엮어내어 전집의 자료적 가치를 높였다. ‘장편 전집의 경우 하근찬 작가의 대표작인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산에 들에뿐만 아니라, 미완으로 남아 있는 직녀기, 산중 눈보라, 은장도 이야기까지 간행하여 하근찬의 전체 문학세계를 조망할 수 있다.

 

 하근찬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는 젊은 연구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다

 

새롭게 탄생하는 <하근찬 문학 전집>은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해석을 반영하여 그의 문학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했다. 하근찬의 작품세계가 펼쳐 보이고 있는 한국현대사의 진실한 풍경들도 젊은 세대들에 의해 읽히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근찬 문학의 새로운 해석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젊은 연구자들의 충실하고 의미 있는 해설을 덧붙였다.

중단편전집 제1수난이대는 오창은 중앙대 교수가, 중단편전집 제2흰 종이수염은 이정숙 군산대 교수가, 중단편전집 제3일본도는 송주현 한신대 교수가, 장편전집 제9야호는 장수희 문학연구자가 해설 작업에 참여했다. 기존 연구 성과에 현대적 관점을 더한 충실한 해설로서, 하근찬 문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히고 있다.


 

1권 『수난이대』

전집의 시작을 알리는 1권은 우리에게 하근찬을 알려준 소설 수난이대가 수록되어 있는 수난이대. 수난이대는 하근찬의 등단작으로 교과서에 수록되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1수난이대수난이대를 비롯하여 하근찬의 초기 단편 소설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하근찬의 작품 경향 중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그리며 민중의 입장에서 권력에 맞서는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 , 산울림등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 겪은 식민지적 기억을 서사화한 족제비, 붉은 언덕, 왕릉과 주둔군, 삼각의 집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부록으로는 1957<한국일보>에 최초로 발표된 수난이대1988년 한겨레 출판사에서 발행한산울림에 수록된 개작 수난이대를 만나볼 수 있다.

 

2권 『흰 종이수염』

2흰 종이수염에는 표제작 흰 종이수염을 포함해 총 10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권에는 표제작 흰 종이수염을 제외하고 1970년대에 발표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 70년대 하근찬 문학 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흰 종이수염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근찬이 지속적으로 형상화해 온 두 전쟁, 한국전쟁과 태평양 전쟁과 연관된다. 그중 어린이와 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모티프에 어린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인 점에서, 전쟁이 남긴 유년의 상흔이나 감정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방식이 작가가 견지해 온 작법 중 하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근찬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민중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복원해내는 방식이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의 면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형상화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전쟁에 대한 기억투쟁에서도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권 『일본도』

3일본도에 수록된 작품들은 일제에 의해 징용과 강제동원, 훈육되는 소년들, 교사 체험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들을 다룬 1960~70년대 쓰인 소설(오동 열매, 위령제, 그해의 삽화, 일본도, 원 선생의 수업, 필례 이야기)과 함께 70년대 이후 전쟁이라는 테마에서 한발 물러나 문학과 삶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그려내는 작품들(서울 개구리, 간이주점 주인, 모일 소묘, 너무나 짧은 봄, 남을 위한 땀)이 수록되어 있다.

일본도에는 힘없고 소리 없는 자들의, 주류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들이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욱 세밀하게, 또한 섬세하게 고백된다. 그는 전쟁을 사유하고 삶을 성찰하지만, 지식인적 사명에 압도되지 않는다. 대중, 혹은 민중에 대한 계몽적 의지로써 현학적 세계에 도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거대담론으로서의 사회와 역사에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삶 자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모습 자체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건강한 화해와 치유의 세계는 참으로 따스하다.

 

9권 『야호』(상, 하)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 야호는 태평양전쟁 시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야호는 갑례라는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식민지시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수난사가 그려진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온 세계라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위태로운 세계 속에서 외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딸에게, 언니는 여동생에게로 전한 꽃과 나비가 새겨진 귀물스러운 놋요강이 만들어낸 이어짐은 남성들의 족보에는 기록되지 않는 이어짐의 감각이었다. 시대가 이리저리 바뀌고 전쟁이 몇 번이나 이어져도 있는 듯 없는 듯 방의 한 구석에 밀려나 있었던 요강이 전해온 전설이 바로 야호의 세계이다.

 

 


저자 소개

 

하근찬(河瑾燦, 1931~2007)

193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전주사범학교와 동아대학교 토목과를 중퇴했다. 1957한국일보신춘문예에 수난이대가 당선되었다. 6.25를 전후로 전북 장수와 경북 영천에서 4년간의 교사생활, 1959년부터 서울에서 10여 년간의 잡지사 기자생활 후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단편집으로 수난이대』 『흰 종이수염』 『일본도』 『서울 개구리』 『화가 남궁 씨의 수염과 중편집 여제자, 장편소설 야호』 『달섬 이야기』 『월례소전』 『제복의 상처』 『사랑은 풍선처럼』 『산에 들에』 『작은 용』 『징깽맨이』 『검은 자화상』 『제국의 칼등이 있다. 한국문학상, 조연현문학상, 요산문학상,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8년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071125일 타계, 충청북도 음성군 진달래공원에 안장되었다.

 

책 속으로

 

『수난이대』

(p.30) “아부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만도는 깜짝 놀라며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만도의 두 눈은 무섭도록 크게 떠지고, 입은 딱 벌어졌다. 틀림없는 아들이었으나, 옛날과 같은 진수는 아니었다. 양쪽 겨드랑이에 지팡이를 끼고 서 있는데, 스쳐가는 바람결에 한쪽 바짓가랑이가 펄럭거리는 것이 아닌가. 만도는 눈앞이 노오래지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저 멍멍하기만 하다가, 코허리가 찡해지면서 두 눈에 뜨거운 것이 핑 도는 것이었다.

 

『흰 종이수염』

(p.71) 도둑질이라는 말에 나는 그만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현기증이 지나가는 것이었다. 내가 도둑질을 하다니…… 나는 그것을 도둑질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배가 고파서 몇 개 실례를 했다고만 여겼다. 물론 좋지 않은 짓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런데 그것이 도둑질이라니…… 그러면 내가 도둑놈이 아닌가. 덜컥 겁이 나며, 곧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일본도』 

(p.24) ! 투당! 챙그랑! 분명히 유리창 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가슴이 싸늘하게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학식이도 새파랗게 질려가지고 겁결에 마구 내빼고 있었다. 나도 후다닥 내달았다. 그러자 기철이는 남은 돌멩이 한 개마저 힘껏 팔매질을 치고는 달려오는 것이었다. 와장창! 무엇이 정통으로 맞아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미야오까의 악을 쓰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야호』(상, 하)

(상권 p.174) 일본이 항복을 하다니, 그렇게 위세가 당당하고 서슬이 시퍼렇던 일본이 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다니…… 정말 얼른 믿어지지가 않는 너무나 가슴 벅찬 사실이었다. 되어가는 판세가 아무래도 곧 어떻게 될 것 같기는 했지만, 그러나 이렇게 쉽고 허망하게 끝장이 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국토가 모조리 불바다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억 국민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싸우겠다고 나발을 불어대더니 말이다. 죽창을 깎으라고 야단 지랄이더니 말이다.

(하권 p.293) 갑례에게 업힌 남이는 하늘을 쳐다보며 좋아서 냅다 소리를 지른다.

정말 서설이 아닐 수 없었다. 시집가는 날 눈이 오면 부자로 잘 산다고 한다.

부디 너는 잘 살아라. 부디 아무 일 없이 아들 놓고 딸 놓고 잘

살아라. 부디, 부디…….”

갑례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쏟아져 내리는 눈 속에 서서 멀어져 가는 뿌뚜리의 꽃가마를 언제까지나 바라보고 있었다.

사방은 차츰 하얗게 눈에 덮여가고 있었다.

 

 

차례

 

『수난이대』

발간사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哄笑)

()

왕릉과 주둔군

산울림

붉은 언덕

삼각의 집

족제비

 

부록 | 최초 발표 한국일보본 수난이대 267

부록 | 개작 산울림본 수난이대 285

해설 |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치유의 미학-오창은 301

작가연보

 

『흰 종이수염』

발간사

 

흰 종이수염

죽창을 버리던 날

삼십이 매의 엽서

조랑말

전차 구경

임진강 오리 떼

일야기(一夜記)

노은사(老恩師)

준동화(準童話)

남행로(南行路)

해설 | 전쟁을 기억하는 리얼리티의 윤리와 하근찬의 문학세계-이정숙

 

『일본도』

발간사

 

오동 열매

위령제

그해의 삽화

일본도(日本刀)

모일(某日) 소묘

원 선생의 수업

필례 이야기

서울 개구리

간이주점 주인

너무나 짧은 봄

남을 위한 땀

산중 고발

 

해설 | 작고 약한 것들의 위대함, 따뜻한 이해와 연민-송주현

 

『야호』(상, 하)

발간사

 

1부 꽃요강의 전설

 

2부 불타는 나무

 

3부 벼랑에 서서

 

해설: 겹겹의 전쟁을 살아낸 사람들_장수희

 

부록 | 최초 발표 한국일보본 수난이대 267

부록 | 개작 산울림본 수난이대 285

해설 | 민중의 삶에 뿌리내린 치유의 미학-오창은 301


 

 

발간 예정 목차

 

<중단편전집>

1 수난이대 단편집

2 흰 종이수염 단편집

3 일본도 단편집

4 화가 남궁 씨의 수염 단편집 (근간)

5 낙도 단편집 (근간)

6 기울어지는 강 중편집 (근간)

7 삽미의 비 단편집 (근간)

8 산의 동화 단편집 (근간)

 

<장편전집>

1 야호 장편

2 달섬 이야기 장편 (근간)

3 월례소전 장편 (근간)

4 산에 들에 장편 (근간)

5 작은 용 장편 (근간)

6 징깽맨이 장편 (근간)

7 검은 자화상/남한산성 장편 (근간)

8 제국의 칼 장편 (근간)

9 싯다르타 장편 (근간)

10 사랑은 풍선처럼 장편 (근간)

11 제복의 상처 장편 (근간)

12 은장도 이야기/직녀기 미완성 장편 (근간)

13 산중 눈보라 미완성 장편 (근간)

 

 

하근찬 지음ㅣ344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0-3 04810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하근찬의 작품 경향 중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그리며 민중의 입장에서 권력에 맞서는 수난이대, 나룻배 이야기, 홍소, , 산울림등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 겪은 식민지적 기억을 서사화한 족제비, 붉은 언덕, 왕릉과 주둔군, 삼각의 집등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부록으로는 1957<한국일보>에 최초로 발표된 수난이대1988년 한겨레 출판사에서 발행한산울림에 수록된 개작 수난이대를 만나볼 수 있다.

 

 

 

 

 

 

하근찬 지음ㅣ296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1-0 04810, 978-89-6545-749-7(세트)ㅣ20,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흰 종이수염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근찬이 지속적으로 형상화해 온 두 전쟁, 한국전쟁과 태평양 전쟁과 연관된다. 그중 어린이와 소년이 주인공이거나 주요 모티프에 어린이가 등장하는 작품이 다수인 점에서, 전쟁이 남긴 유년의 상흔이나 감정을 통해 세계의 실상을 드러내는 방식이 작가가 견지해 온 작법 중 하나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하근찬이 전쟁을 다루는 방식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민중의 삶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일상의 모습을 관찰하고 복원해내는 방식이다. 인간의 본질과 세상의 면모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형상화하는 그의 문학 세계는 전쟁에 대한 기억투쟁에서도 중요한 참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근찬 지음ㅣ400쪽ㅣ152*225ㅣISBN : 978-89-6545-752-7 04810ㅣ25,000원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일본도에는 힘없고 소리 없는 자들의, 주류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들이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 더욱 세밀하게, 또한 섬세하게 고백된다. 그는 전쟁을 사유하고 삶을 성찰하지만, 지식인적 사명에 압도되지 않는다. 대중, 혹은 민중에 대한 계몽적 의지로써 현학적 세계에 도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관심은 거대담론으로서의 사회와 역사에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삶 자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구체적 모습 자체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건강한 화해와 치유의 세계는 참으로 따스하다.

 

 

 

하근찬 지음ㅣ448쪽(상), 320쪽(하)ㅣ152*225ㅣISBN : 978-89-6545-753-4 04810(상), 978-89-6545-754-1 04810(하)ㅣ25,000원(상), 20,000원(하)ㅣ2021년 10월 15일

국내도서 > 소설//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3부로 구성된 장편소설 야호는 태평양전쟁 시기부터 한국전쟁 직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야호는 갑례라는 여성인물을 중심으로 식민지시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시기의 수난사가 그려진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역사 속에서 여성들이 살아온 세계라는 것은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 위태로운 세계 속에서 외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딸에게, 언니는 여동생에게로 전한 꽃과 나비가 새겨진 귀물스러운 놋요강이 만들어낸 이어짐은 남성들의 족보에는 기록되지 않는 이어짐의 감각이었다. 시대가 이리저리 바뀌고 전쟁이 몇 번이나 이어져도 있는 듯 없는 듯 방의 한 구석에 밀려나 있었던 요강이 전해온 전설이 바로 야호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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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근찬 전집 1

하근찬 문학전집 간행위원회는 작가 탄생 90주년을 맞아 하근찬의 작품 총 21권을 간행함으로써, 초기의 하근찬 문학에 국한되지 않는 전체적 복원을 기획했다. <수난이대>는 하근찬의 등단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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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시집

 

▶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다”

세상과 사람, 삶에 대한 사랑의 시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시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 위에 자신이 체험한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진실을 진실하게 수놓고, 또 그 허무와 슬픔을 때로는 간절하게, 때로는 관조하는 시선으로 섞어 짜서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엮어 냈다.”_이몽희 문학평론가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 한 장의 종이 같은 양면적인 삶,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

 

세상의 머리 꼭대기에서 물을 본다
머리 꼭대기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본다
하필이면 눈물겨운 진달래꽃도 피고
벚꽃 하늘하늘 떨어지는 산정에서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의 눈망울을 본다
오늘따라 바람도 갈래갈래 흩어지고
골짜기마다 물길이 졸아드는 산 줄기줄기
세상의 발가락 끝에서는 복사꽃이 피는데
아직 조바심 낼 때 아니다 혼잣말하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치미는 울분을 본다
눈물 그렁그렁 고인 산정호수를 바라본다

―「산정호수」 전문
“손바닥을 뒤집으면 손등이듯이 삶도 종이 한 장의 양면처럼 빛과 어둠으로 뒤집어진다. 현실과 삶의 밝은 면을 예찬했던 이 시인은 그 빛의 뒷면에 숨겨진 그림자의 분노와 고독과 비애를 들추어낸다. 시인으로서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며 삶의 엄연한 실상이기 때문이다.”_이몽희 문학 평론가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화자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그렁그렁 고인 눈물로 비유된다. 분노와 고독과 비애가 담겨 있는 호수를 포착하는 시인의 눈에는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어두운 비극의 한 장면으로 비추어진다. 하지만 시인은 그 비극에서 눈 돌리거나 피하지 않는다. 바라보기만 할지언정 도망가거나 외면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세상을 향한 자세가 드러난다.

 

 

▶ 우리의 섬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존재와 부재의 윤회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되고 있는가

뭍에서 보면 섬은 찢어진 깃발이다
섬에서 바라보는 뭍은 언제나
그리운 강물이다

이 막막한 세상에서
누군들 섬이 아니랴

애써 다리를 놓기 전에는

―「모두가 섬이다」 전문

 

표제작 「모두가 섬이다」에는 섬으로 비유된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외롭고 막막한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개개인의 섬이다. 하지만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다면 우리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비정한 단절과 고립의 시대에 시인이 가지는 희망과 따뜻한 시선이 무심히 던진 듯한 마지막 시구 하나에 모두 담겨 있다.

 

🏴 저자소개

한경동

경남 고성 출생, 아호: 성산(成山)

부산사범 졸업, 부산대교육대학원 수료 교육학 석사

, , 고 교사를 거쳐 고등학교 교감, 부산교육청 장학사, 장학관, 중등교육과장, 내성고 교장 역임. 동래고 교장으로 정년퇴임(2005. 8.)

40여 년간 보통교육에 헌신한 공로로 황조근정훈장, 부산교육상 수상

<현대문학> 지상백일장(시조, 1985), <경남문학> 작품공모 시 부문(1990), <시문학> 신인작품상 시 부문(1995) 등에 당선되어 등단

시집 과일의 꿈, 비둘기는 야생의 숲이 그립다, 빛나는 상형문자, 누운 섬, 목간을 읽다, 모두가 섬이다등 상재, 그 밖에 5인 공시집 오후 다섯 시의 풍경출간

한국문협, 현대시협, 시문학시인회, 부산문협, 부산시협, 불교문협 등 회원

 

 

🏴 책속으로


시란 생각보다 무서운 중병이다

치매보다 고약한 실어증을 동반한다

걸리면 죽는, 슬프고 치명적인 맹독이다

―「시를 위한 변명부분

 

고달픈 물음표 인생 콩나물국으로 다스리세

뒤섞이고 한데 얼려 오래 두고 삭히려고

나 지금 발효 중이다 아랫목에서 괴고 있다

―「농주農酒의 변부분

 

마을버스도 숨차게 기어오르는

산동네 오르막길

가는귀먹은 할머니 방문 열고, 누고?

가을바람 한 줄기만

마른 걸레를 훔치며 지나간다

―「산복도로전문

 

🏴 차례

 

더보기

시인의 말

 

1부 넌지시 웃고 있다

진달래꽃 | 3월은 | 내가 나에게 | 와룡매의 봄 | 모두가 섬이다 | 모란의 기억 | 목련의 봄날 | 엉겅퀴꽃 | 동백꽃 연정 | 수국水菊 이야기 | 뻐꾸기 소리 | 아라홍련 | 카탈레나 3 | 환절기 2 | 빈방

 

2부 나는 지금 발효 중이다

기월리별곡 | 풍경 혹은 범종소리 | 쓸모를 위한 데생 | 공중전화 부스 | 바둑 심서心書 | 농주農酒의 변 | 만파식적萬波息笛을 그리다 | 세한도歲寒圖 | 묵은지를 위하여 | 사향시편思鄕詩篇 | 봄비 | 딸 마중 | 소금 | 아버지의 돌 | 산복도로 | 보름달

 

3부 간절곶에서 소식 보낸다

금샘<金井> | 추억 사냥 1 | 추억 사냥 2-그때 덕선리 | 붕어빵 이야기 | 휘파람소리-치과병원에서 | 다시 간절곶에서 | 그리운 친구여-어느 해의 송년사 | 달맞이언덕 | 열목어-答安着湖西島潭書 | 만년필 추억 | 이별 앞에서-친구를 보내며 | 소멸에 대하여-친구 그리며 | 배롱나무 아래 깃들다 | 인봉仁峰을 바라보며-강병령 박사 지명을 축하함 | 가을 너른지 | 저승꽃

 

4부 영원한 단순화법

무제 | 무인도 | 바위 | 차를 마시며 | 불혹不惑 또는 물혹勿惑-어느 기러기아빠의 고백 | 허무한 부탁 | 태화공원에서 | 7월의 바람 | 실크로드를 꿈꾸며 | 낙엽귀근落葉歸根-화명수목원에서 | 산정호수 | 상현달 | 패러디는 슬프다-삶과 그리움 | 뿔 없는 소-교육개혁 | 좁쌀꽃-생명의 힘 |

 

5부 당신이 따라 웃는 날

코로나 블루 | 시를 위한 변명 | 바람의 주소 | 맨드라미처럼 | 삐딱한 피에타 | 아킬레스건| 물소리경을 읽다 | 옥수수 회심곡 | 아내에게 | 명선도 | 분수 | 비밀 | 제비를 그리며 | 천안함의 바다 | 오래된 구두 | 사랑은 고통의 공회전이다 |

 

6부 존재의 고마움

가설과 진실 | 가시고기의 꿈 | 밥을 먹으면서 | 들리는 소리 | 석탑 | 오시게시장 2 | | 앞과 뒤 | 가을 풍경 | 입이 쓰다 | 그냥 | 출구 | 모퉁이 | 비단길 | 허물벗기 | |

 

해설: 사랑과 향수鄕愁, 현실과 회귀回歸4중주重奏_이몽희

 

 

『모두가 섬이다』

한경동 | 174쪽 | 140*210 | 978-89-6545-729-9 03810

12,000원 | 2021 7 12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거짓 없이 꺼내놓은 시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 향수, 현실, 삶 등 다양한 주제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보여주는 아흔다섯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알라딘: 모두가 섬이다 (aladin.co.kr)

 

모두가 섬이다

오래 교육자 생활을 한 한경동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 속에는 시인이 시를 쓰며 흘러간 세월과 함께 개인적, 국가적 시대의 역사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난다. 이번 시집에는 애써 꾸미거나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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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에바 틴드 장편소설

 

 

▶ 어떤 일은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바꾸기도 한다.

“집을 나가서 독립하려고 결심했어요.”

허공을 떠도는 그녀의 한마디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이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한국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던 카이는 열여덟 살이 된 딸 수이의 독립을 지켜봐야만 한다.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아이를 떠난 미리암은 두 번째 남편의 사고사 이후 깊은 상실감을 겪는다. 이들은 삶의 어느 순간 찾아온 상실의 순간에 각자의 뿌리를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스웨덴의 깊은 숲, 그리고 한국의 마라도로 여행을 시작한다.

 

 

▶ 정체성을 찾기 위해 이별과 여행을 거듭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

 

 세계적인 아티스트 미리암은 카이와의 만남으로 수이를 낳게 되었지만 성공적인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엄마의 역할을 포기한다. 미리암이 떠나고, 세계여행을 꿈꾸었던 카이는 건축설계사 일을 하며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수이를 키운다. 아버지 손에서 자란 수이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집을 떠나 독립하기로 결심한다.

 수이가 독립하면서 카이는 평온했던 삶의 위기를 맞는다. 어렸을 때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그는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고, 타인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자신의 특별한 능력마저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는 자기 자신을 다시 찾기 위해 인도의 대안 커뮤니티 오로빌로 떠난다.

 그 즈음에 수이는 7살 때 헤어진 엄마 미리암의 갑작스런 초대를 받는다. 미리암은 두 번재 남편 히로키의 죽음 이후 세상을 등지고 스웨덴의 황량하고 외딴 숲, 달라르나에 홀로 살면서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을 거대한 원시적 숲속 공간을 만들던 미리암은 그곳에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신의 뿌리를 만나게 된다.

 미리암과의 우울한 만남 이후 수이는 한국인 할아버지를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한국에 도착한 수이는 해녀들로 이루어진 작은 모계사회, 마라도에 발을 디딘다. 마라도에서 해녀인 미옥 할머니를 만나 끝없는 자유를 느낀 수이는 새로운 곳에서 자신의 뿌리를 내린다.

 

▶ 용기를 내어 내면의 고요함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발걸음

 

 소설의 원제목인 ‘Ophav’는 근원, 혈연, 기원 등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삶의 근원적 장소, 또는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이들의 삶을 그린다. 에바 틴드가 말하고자 하는 고향은 구체적인 장소가 아니라 인류 전체의 뿌리를 말하는 대안적 형태의 개념이다. 그 고향은 자연이 될 수도, 자신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미지의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말한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 에바 틴드, 당신의 기원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를 질문하다.

 

 

 에바 틴드는 19741, 부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마산 출신이며, 아버지의 고향은 신의주이다. 아버지의 가족은 1946, 신의주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이렇다 할 집안 배경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항상 뛰어난 성적을 유지했던 아버지는 좋은 대학에 입학을 했고, 성공을 이뤘다. 그는 부산 바닷가의 모래사장에서 키가 매우 크고 아름다운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가난한 시골 출신이었던 어머니와 사회적 성공을 거둔 아버지의 결혼은 쉽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세 명의 자식을 낳았다. 에바 틴드는 그중 막내로 세상의 빛을 보았다.

 그러나 에바 틴드가 만 한 살이 되던 해, 아버지는 내연녀 때문에 가정을 버린다. 여자의 몸으로 세 명의 자식을 건사할 수 없었던 어머니는 막내딸을 덴마크로 입양 보냈다. 그녀가 덴마크에서 새 삶을 시작한 지 반 년 후, 부모님은 재결합을 했지만 이미 한국의 가정에는 에바의 자리가 없었고 돌아갈 수 없었다.

 20여 년이 흐른 후, 그녀는 한국의 부모님과 가족을 다시 만난다. 자신의 정체성처럼 둘로 나누어진 모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었고, 한국 이름은 이미 잃어버린 후였다. 그녀의 혈통적 근원은 깊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에바 틴드는 우리의 기원이 무엇으로 형성되며 어디에서 오는지 깊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그러한 그녀의 질문이 작품 속 스토리텔링을 통해 펼쳐진다.

 

 

첫 문장

우윳빛처럼 하얀 빗방울이 안개처럼 허공을 맴돌았다.

 

책 속으로

p. 13 수이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일은 물론, 주변의 모든 일을 매일 수첩에 기록했다. 손수 만든 옷과 헐렁하고 이상한 바지를 입은 그녀는 마치 고대 신화에 나오는 님프처럼 보이기도 했다. 갸름한 얼굴과 긴 갈색 머리, 아몬드를 닮은 두 눈. 그녀의 두 눈에서는 항상 생기와 배려심을 볼 수 있었다. 이제 그 두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텅 빈 집에서 술로 외로움을 달랠 내 모습이 떠올라 두려움에 휩싸였다. 혼란스러웠다. 난생처음 어떤 일을 경험했을 때의 그 느낌과 기분은 반복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자식이 품을 떠날 때의 느낌은 세상의 빛이 사라지는 것에 비교할 수 있다. 수이의 첫니가 빠졌을 때, 그것은 너무나 작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 그리고 지금: 내 딸이 집을 나가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내 삶은 달라졌다. 이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시간을 멈추고 그녀를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설사 그렇게 할 수 있다 치더라도 다음 순간 나는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절망감에 손을 깨물거나, 부엌문에 망치질을 하다 부어오르는 손가락을 보며 끝내는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높은 하늘 위로 돌멩이를 던지고 눈을 감는 심정이었다. 그 돌멩이가 아이의 머리 위에 떨어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돌멩이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다가, 손으로 쓴 듯한 이곳에서 쇼가 시작됨이라는 조악한 표지판을 스쳤다. 새로운 삶. 그녀의 앞에는 뒤에 남기고 간 삶보다 더 큰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23-24 나는 홀로 딸을 키우는 남자로 지내며 항상 나 자신을 여행자로 생각해왔다.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내 속에는 방랑자의 모습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중동 지역, 남아메리카,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대학에서 건축학 공부를 마치면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수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나는 평범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오랜 친구 핀과 함께 설립한 건축 회사는 번창을 거듭했다. 최근에는 건축 일에서는 손을 떼고 의뢰가 들어오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해 설계만 할 뿐이다. 나는 알 수 없는 동경과 그리움을 잠재우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옌센은 내게 스스로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은 자주 그 실체와는 달리 더 흥미롭게 여겨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지난 18년 동안 나는 보금자리를 만들고 딸을 키우는 데 삶을 헌신했다. 이제 나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44세의 중년 남자가 되었고,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겨우 삶의 절반밖에 살지 않았다. 남은 삶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까? 아직도 내겐 방랑자의 기질이 남아 있을까? 아니, 내 삶은 이미 얼어붙은 폭포수처럼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 문득 내가 활짝 열린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자유의 몸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_코펜하겐, 2010, 카이

 

 

p. 169 그 작품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로디니아입니다. 10억 년 전 존재했던 초대륙의 이름을 딴 것이지요. ‘로디니아는 러시아어로 조국이라는 뜻입니다. ‘로디트라는 단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탄생하다또는 출산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단어로는 어딘가에 속하다또는 소유한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의미의 로드노이가 있습니다. 또 다른 슬라브계 언어에서는 로디니아가족또는 고향’, 그리고 풍성한 과일을 의미하기도 하지요. 저는 저절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후세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물론, 저는 완성된 작품을 살아서 보기 어렵겠지요. 저는 그 작품의 기초와 바탕만 마련할 뿐입니다. 제가 죽은 후 수백 년이 지나서 마침내 제가 만든 천국을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무언가에서 해방된 듯한 홀가분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예술계를 향한 저의 저항이자 타협안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선 무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거나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예술가의 사후에야 그 참다운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_인터뷰, 달라르나, 2010, 예술 매거진 룩킹 글래스, 뉴욕에 실린 미리암과 앨리스 쉬어의 인터뷰

 

p. 345 붉은 흙으로 뒤덮인 길을 달려 유니티로 되돌아가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만약 내가 한국에 간다면 아버지를 만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나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를 향한 나의 낯선 감정은 어떻게 숨길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오로빌에 눌러살 생각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전의 평범한 삶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확실한 생각이 나를 감쌌다. 그 생각은 마치 거센 소용돌이처럼 내 가슴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나는 집을 떠나며 리-메이의 조언을 따르겠다고 다짐했다. 내 주변의 세상을 회의적인 눈으로 보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했던 것이다. 나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문을 열어젖힌 것 같은 느낌이 스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콕 집어 말할 수 없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이 느낌. 어쩌면 그것은 다시 오로빌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는 아련한 슬픔이 아닐까. _오로빌, 2010, 카이

 

추천글

세 사람이 각자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 이 책은, 인간이 물 속에서 헤엄을 칠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하고 빠른 전개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_<노르드위스케>

서로 다른 주제와 사고의 조각들이 면밀히 엮인 광범위하고 힘이 넘치는 이야기”_<인포르마티온>

이 책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강렬한 방식으로 휴머니즘과 페미니즘을 다룬 이상적인 소설이다. 버림받은 과거의 트라우마, 가족의 결속력과 연대감, 사회적 관계, 사랑과 동질성, 냉소와 화합, 그리고 죽음으로 이르는 인간의 연대기를 볼 수 있다. 에바 틴드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이 책을 통해 야성과 추상을 표방하는 재능 있고 유일무이한 작가로 다시 한 번 자리매김했다.”_<위크엔드아비센>

 

저역자 소개

지은이 에바 틴드(Eva Tind)

1974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 살 때 덴마크로 입양되었다. 2009죽음이라는 시집으로 데뷔했다. 2010년에는 이 작품으로 덴마크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클라우스 리프비예르그Kluas Rifbjerg’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후, 작가는 두 권의 시집과 소설 로젠베이(장미의 길)를 출간했다. 2014년에는 소설 을 출간했는데, 이 소설은 입양된 여인이 친아버지를 찾기 위해 북한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2015, 3년 기한의 덴마크 국립 예술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무성영화 주인공인 아스타 닐센의 개인적 발자취를 그린 아스타의 그림자를 출간했고, 같은 해에 오토 룽작가상을 수상했다.

옮긴이 손화수(Hwasue S. Warberg)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했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노르웨이로 이주해 크빈헤라드 및 스테인셰르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며 전문 노르웨이 문학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번역, 출간된 문학서는 나의 투쟁, 벌들의 역사, 자연에 거슬러, 피레네의 성, 유년의 섬, 케플러62 시리즈, 꼭두각시 조종사80여 권이 있다. 2012, 2021년에는 각각 올해의 번역가 및 노르웨이 예술인 상을 받았고, 2019년 한·노 수교 60주년을 즈음하여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에바 틴드 지음ㅣ손화수 옮김ㅣ원서명 ophavㅣ430쪽ㅣ

140*205ㅣ978-89-6545-734-3 03850ㅣ18,000원ㅣ2021년 7월 10일ㅣ

소설/시/희곡>세계의 소설>북유럽소설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뿌리>는 예술가 미리암, 건축가 카이, 그들의 딸 수이가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대륙을 넘나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자신의 근원을 알고자 한다면 그 대답은 우리 각자가 지니고 있는 정의할 수 없는 막연한 그 무엇의 정체부터 찾아야 한다고. 그것은 일상의 채우는 온갖 소리 뒤에 자리한 내면의 속삭임이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각자의 뿌리를 찾게 될 것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59678457 

 

뿌리

한국계 덴마크 작가 에바 틴드의 장편소설. 부산에서 태어나 1살 때 덴마크로 입양된 그녀는 소속감에 대해서, 우리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과정에 대해서 탐구한다. 예술가 미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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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권효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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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일상의 스펙트럼 06

 

예비 선생님의 못 말리는 클래식 ‘덕질’라이프

그의 일상에 스민 클래식을 발견하는 순간

당신도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제와피’와 ‘지아코’ 전에 ‘바흐’와 ‘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여기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이 있다. 무더운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호두까기인형 모음곡을 듣는 것이 진리라는 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시그니처 사운드 하면 ‘제와피’와 ‘지아코’보다 ‘바흐’와 ‘쇼스타코비치’를 먼저 떠올리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시대에 온전한 LP판을 발굴하기 위해 음반 가게를 전전한다. 여행의 피로는 온천보다 클래식 공연으로 씻어내야 한다는 이 못 말리는 클래식 애호가의 여정은 클래식이 가지고 있는 무겁고 마이너하다는 편견을 ‘클래식 덕질’로 승화시켜 버린다. 그의 ‘덕질’을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클래식 애호가가 되어 있을지 모른다.

 

클래식은 내 아이덴티티

클래식이 내 아이덴티티가 된 이상, 클래식 음악은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상징이자 취미가 될 것 같다. (p.16)

페르마타는 늘임표를 뜻하는 음악기호로, 음을 두세 배 더 길게 끌어 연주하라는 표시이다. 저자는 평소 자신의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로 이 기호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정했다. 자신의 삶과 성격에 늘임표가 필요하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도 페르마타를 하나씩 선물한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저자의 일상 곳곳에 녹아 있는 클래식에 대한 애정은 카페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심지어 공익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클래식은 자신의 취미를 찾아 가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느린 일상과 다채로운 매일에 대한 가능성을 선물한다.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저자는 교육대학교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육성재단 ‘엘 시스테마’가 음악을 통해 빈민가 아이들을 가르치고 보호하는 것처럼 언젠가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에 보탬이 되려 한다. 이 책을 톺아나가다 보면 저자가 클래식 음악과 아이들 사이의 징검다리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발을 내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그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깨달아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자연히 클래식의 미래에 희망을 품게 된다.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저자가 바라는 것은 ‘대중의 클래식화’이다. 그를 위해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이렇게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어렵다는 편견 속에서 특별한 음악으로 취급되어 왔다. 편견으로 외면 받은 좋은 음악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젊은 클래식 애호가의 노력은 클래식을 가장 낡고 오래된 음악에서 더 없이 익숙하고 부담 없는 음악으로 만들어 준다. 오늘, 그가 얼마나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지 그의 ‘덕질’ 라이프를 들여다본다면 당신은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이미 클래식화되어 있을 것이다.

 

 

🎵 시리즈 소개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 첫 문장

서울 모 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하던 때였다.

 

🎵 책 속으로

p.13  20대 중반의 나이에 클래식 음악을 찾는 사람은 사실 흔치 않다. 심지어 주위의 나이 많은 어른들 중에도 클래식을 굳이 ‘찾아서’까지 듣는 사람을 보기는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클래식 음악은 내 가장 큰 아이덴티티가 됐다. 야구도 좋아하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지만 나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나만큼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주위에 널려 있다. 하지만 클래식에 관해서라면? 그렇게 흔치는 않은 것 같다.

p.132   혹자는 여독을 풀기 위해 일본 여행의 마지막을 온천욕으로 마무리하라고 이야기했지만, 적어도 나는 온천보다는 음악회가 훨씬 피로를 풀기에 좋다. 지끈거리던 머리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싹 나았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p.164 좋으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다. 우리나라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 이렇게 없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클래식 음반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펴고 오늘 산 클래식 음반들에 대한 소개를 블로그에 주저리주저리 썼다.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 나도 ‘대중의 클래식화’에 기여할 날이 오겠지!

p.202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갖게 되는 특별한 마음이다. 내 경우에는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연주회에 가고 싶다. 내 친구들 중 나와 연주회에 함께 가 보지 못한 친구가 없을 정도인데(혹시 있다면 앞으로 같이 가면 된다), 함께 연주회에 가는 일이 친구가 되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 셈이다.

p.209   아이들에게 직접 악기를 가르쳐 주거나, 지휘자가 되어 지휘를 해 줄 수는 없더라도, 스무 평 남짓한 작은 교실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음악이, 그중에서도 교향악이 가진 힘과 매력을 전달하는, 클래식 음악으로의 ‘징검다리’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어쩌면 내가 선생님이 되고 싶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p.213   클래식은 절대 특별한 음악이 아니다. 가장 오래되고 낡은 음악이며, 그렇기에 언제 꺼내 들어도 부담 없는 일상의 음악이다. 독자들에게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은, 다만 그것뿐이다.

 

🎵 추천사

신동욱을 만나면 음악이 들린다. 그는 교향곡이다. 다양한 음악을 보고 느끼고, 마음속에서 퍼즐을 맞추고, 화음을 이루게 하는 음악꾼이다. 피아노 수업 시간에 처음 만난 이 신기한 재주꾼이 대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해서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넘겨보았던 기억이 아련하다. 피아노, 관현악, 야구, 영어, 컴퓨터, 글쓰기… 블랙홀 같은 이 친구의 능력과 열정은 어디까지인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누구보다도 음악꾼인 그가 연주했던 베토벤 비창 소나타의 진지함과 무게감이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 한 조각의 감동으로 각인되어 있을 뿐이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음악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행복을 누리는, 신동욱이 들려주는 음악 이야기들은 재미와 감동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 최영미(피아니스트 • 서울교육대학교 음악교육과 교수)

클래식음악을 향유하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젊고 열정 가득한 이 클래식 애호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클래식 애호가라, 덕분에 클래식음악의 미래에 대해 많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음악은 단순히 연주회장을 넘어, 또 교실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이 책이 독자들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그러한 징검다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이영완(팀파니스트 •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 음악감독)

 

🎵 작가 소개

신동욱

어린 시절, 오디오가 CD를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그래서 30장짜리 클래식 전집 CD를 하나씩 바꿔 끼우면서 놀았다. 그렇게 클래식 음악을 처음 만났다.

CD 넣는 재미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저자는 어느덧 성장하여 교향악을 특히 사랑하는 스물 여섯 살 예비 초등 선생님이 되었다. 대학 입학 후에는 글쓰기에도 재미를 붙여 서울교대 학보사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KBS 교향악단 대학생 명예 기자로도 활동하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았다. 이때 ‘페르마타’라는 필명을 지었다. 페르마타는 늘임표라는 뜻의 음악기호다. 평소 급한 성격을 보완하고 숨 좀 쉬면서 여유 있게 살자는 뜻으로 지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자랄수록 점점 커져, 오직 클래식 공연 하나만을 위해 방학마다 유럽, 미주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2019년부터는 전국 팔도 국내 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순례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여 진행하기도 했다. 많은 대중들이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고 있다. 클래식은 멀지 않은 곳에,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이에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공연 관람 후기, 명반 소개 등의 컨텐츠를 개발해 꾸준히 소통하는 등 클래식 음악의 매력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음악교육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시도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 차례

더보기

 

내 이름은 페르마타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CD 세 장짜리 여행

베토벤이라 불리던 초딩

1악장은 조금 긴데요

재수생의 하루는 거슈윈으로 시작된다

이건 만 원이야

단언컨대 가장 완벽한 음악

우리는 축복받은 청중이다

관객의 톤앤매너

악보를 사수하라

절판된 악보를 구했을 때의 기쁨이란

프로그램에도 궁합이 있다

하우스 룰을 존중해 주세요!

차마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는 후기

음악 속 음악

갑자기 !’

제와피지아코전에 바흐쇼스타코비치가 있었다

단 사흘 만에 작품 하나가 뚝딱?

작곡가들의 미신과 징크스

북한의 교향악

참으로 영국스러운

가장 바그너답지 않아서

죽기 전 택할 마지막 음악

딱 초기 스트라빈스키까지만!

신동욱, 쳐 보세요

뉴욕에 가면 반드시 하는 일

조금 제약이 심하다

휠체어 탄 지휘자

하늘에서 내려온 소프라노

세상에서 가장 우렁찬 브라보!

어깨가 들썩들썩

굳이 거기를 가야겠어?

뜻하지 않은 연주회, 운명적인 만남

포도 향 차이콥스키

엘렌 그리모를 좋아하던 그 친구

기차역에서 만난 팀파니스트

클래식이 흐르는 카페

푸르트벵글러가 뭔가?

클래식은 프리패스

잠이 오나, 잠이 오지 않나

초등학교 1학년,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를 만나다

비행기에 타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이거 브람스 아니야?

추운 겨울날의 작은 휴식처

더운 여름날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호두까기인형!

그 티켓, 다시 주세요!

사인 스타일, 연주 스타일

파바로티와 쿠렌치스

도서관 음악 섹터를 완파하리라

나만의 피날레

클래식 투수

, 내 친구가 돼라!

참 고마운 교향악단

나는 한국형 엘 시스테마를 꿈꾼다

에필로그

 

 

 

『어쩌다 보니 클래식 애호가, 내 이름은 페르마타 - 일상의 스펙트럼 06

신동욱 지음 | 224쪽 | 110*178 | 978-89-6545-735-0 02670

12,000원 | 2021 7 1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20대 청년의 음악 에세이.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클래식 애호가로서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찾아나가면 되는지,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어떤 일인지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Posted by 제나w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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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읽는 희곡을 꿈꾸며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굴하다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문장의 희곡-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에서는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지금까지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소설 작품을 중심으로 번역되어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자키는 지속적으로 연극적 양식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며 희곡 창작을 병행하여 극작가로서의 면모를 보였고, 시나리오와 대화극, 희곡체 소설까지 포함하여 약 30편의 희곡 관련 작품을 발표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 소설가의 ‘희곡 시대’를 이끌다


『문장의 희곡』에 수록된 5편의 작품은 소설가의 희곡 창작이 늘어나고 창작극의 방향이 레제드라마로 집중되었던 다이쇼기(大正期)의 ‘희곡 시대’를 전후하여 발표된 것이다. 
다니자키의 초기 희곡 창작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을 느낄 무렵」은 다니자키 본인의 최애 희곡으로 언급한 작품이며, 1913년 발표된 후 1981년 초연되기까지 오랜 기간 레제드라마로 ‘읽혀’ 왔던 희곡이다. 이 작품은 부유한 상인 집안의 서녀인 여주인공 오킨과 적장자이자 상속자인 신타로를 둘러싼 일종의 가권상속 다툼을 그린다. 오킨의 여체에 매료되는 신타로의 모습과 등장인물 모두를 압도하는 오킨의 존재감은 초기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마조히즘 성향의 남자주인공과 마성의 여성이라는 남녀관계의 구조를 ‘극’형식 속에서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기혼자와 이혼자」는 대화극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 레제드라마이다. 극 전반을 관통하는 문학사와 법학사의 대화는 작가 자신의 이혼과 관련한 실생활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작품 속 두 남성의 대화 속에 다지나키 자신의 결혼관과 여성관을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자유롭고 개방된 시대 분위기 속에서 
연극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문학세계를 표출하다


「흰 여우 온천」은 1923년 작품으로 다니자키가 가장 활발하게 희곡을 집필하던 시기에 창작되었다. 달 밝은 밤 흰 여우가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을 본 자는 여우에 홀려 버린다는 속설을 바탕으로, 고베의 양복점에서 일하던 가쿠타로가 정신이 이상해져서 고향으로 돌아온 뒤, 밤마다 산골짜기 계곡의 온천탕 주변을 배회하다가 백인여성 로사로 둔갑한 흰 여우에게 홀려 익사한다는 내용이다. 흰 여우의 표상은 다니자키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모티브로, 이 작품에서는 달빛을 받으며 은은하게 빛나는 여우의 새하얀 털과 백인여성의 하얀 살갗이 오버랩되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1925년 작품 「만돌린을 켜는 남자」는 도플갱어를 모티브로 한 희곡으로, 자신의 아내를 빼앗으려는 남자를 두려워하는 맹인이 그 남자(자기 자신)가 연주하는 만돌린 소리를 피해 도주하다가 호수에 잠겨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다. 호수에 비치는 차디찬 달빛과 은은하게 울리는 만돌린 소리를 배경으로 아내를 향한 맹인의 집요하고도 이중적인 애정이 잘 묘사되어 있다. 
「돈을 빌리러 온 남자」는 1926년에 창작된 사실적 분위기의 1막극이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도요타의 집에 평소 자주 돈을 꾸러 오던 하세가와가 방문해서 여행이야기를 나누던 중 둘의 대화는 공통의 지인인 우사미의 낡은 회중시계로 이어진다. 이를 이용하여 하세가와가 도요타에게 사기로 돈을 빌리려 하지만, 마침 그때 우연히 시계 주인인 우사미가 도요타의 집을 찾아오는 바람에 낭패하는 하세가와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어 쓴웃음을 짓게 한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초라한 일면과 어떻게든 돈을 빌리려는 하세가와의 자기희화가 부각되는 일종의 블랙코미디이다. 
『문장의 희곡』을 통해 국내 독자들이 극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면모를 발견하고, 그가 소설가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희곡 창작을 계속해 온 의미를 되새겨 보길 기대한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읽으며 ‘읽는 희곡’ 레제드라마의 즐거움과 가치를 만나보자.

첫 문장                                                           
오스미, 실제로는 37, 8세이지만 서른 전후로밖에 보이지 않는 중년 여성. 

이제 막 아침식사를 마친 참인 듯 혼자 화로에 기대어 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가, 바로 무릎에 던지고 담뱃대에 담배를 채우면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부른다. _「사랑을 느낄 무렵」

 

책 속으로                                                         
p. 112  그래서 난 그 여자와 이혼하기 위해서는 그녀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 벼락치기라도 좋으니까 어설픈 서양사상을 마구 불어 넣어서 급조된 신여성으로 만드는 거야. 남편이 이혼신청을 해도 겉으로는 끄떡도 하지 않는 자부심을 갖도록 말일세. _「기혼자와 이혼자」

p. 132-133  누구라니, 옛날부터 본 사람이 많아. 온천물이 깨끗하니까, 게다가 달빛이 투명하게 비치지, 그 탕 안에 여우가 새하얀 털을 세우고 목덜미와 겨드랑이 아래를 부지런히 씻고 있는 모습이 마치 눈의 정령(雪女)처럼 굉장하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예뻐서, 무심코 빨려 들어가 오두막 안을 엿보기라도 하면 그 후로 미쳐 날뛰게 되는 거야. 가쿠타로의 엄마나 형과 누나도 모두 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 _「흰 여우 온천」

p. 194  그림자 사나이, 맹인을 뒤로 밀치면서 떨어진 창틀 위로 밀어 넘어뜨린 뒤, 말을 탄 것처럼 깔고 걸터앉아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맹인의 목을 조른다. 맹인은 간신히 저항만 하다 숨이 끊어진다. 구멍을 통해 비쳐 들어온 달빛이 그 시체 주위로 푸르스름하게 원을 그린다. _「만돌린을 켜는 남자」

저역자 소개                                                   
지은이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
일본 근·현대를 대표하는 유명 소설가이다. 다니자키는 서구권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작가이며,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대가(大家)로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소설 작품이 번역되었다. 메이지기(明治期), 다이쇼기(大正期), 쇼와기(昭和期)에 이르는 약 60여년의 문학생애를 보내면서 탐미적·유미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였으며, 중년 이후에는 일본의 전통에서 비롯되는 여성의 고전적 아름다움에 집중하여 많은 소설과 희곡 및 평론을 남겼다. 사후 50년을 맞이한 2016년 저작권이 소멸되어 다수의 소설작품이 번역되었으나, 국내에는 다니자키의 극작가(희곡가)로서의 역량이 알려지지 않아 30여 편의 희곡 대부분이 미(未)번역 상태이다. 본 번역서는 소설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이미 희곡을 발표한 다니자키의 극작가로서의 숨겨진 일면을 소개하고, 1910~40년대 일본의 신극운동을 계기로 근대 초기 한일 양국의 소설가들의 희곡 창작과 레제드라마의 유행을 고찰한 연구의 성과물로 기획되었다.

옮긴이 나승회(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
부산대학교 일어일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주오(中央)대학에서 일본 근·현대문학 및 문화 연구를 전공하였다. 일본 근대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의 문학이 남성의 이야기에서 여성의 이야기로 이행하는 방식에 대해 연구하여 주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이후 동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상황과 맥락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문학을 고찰하고 있으며, 한일 창작극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소설 중심의 문학 연구를 희곡의 영역으로 확대시키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에는 근대 초기 한국에서 발간된 일본어 신문의 광고란을 고찰하면서 관련 논문을 집필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 『도시의 시학』(2019.02 심산출판사)이 있다.

목차                                                         
사랑을 느낄 무렵
기혼자와 이혼자
흰 여우 온천
만돌린을 켜는 남자
돈을 빌리러 온 남자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역자후기

『문장의 희곡: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레제드라마』 - 읽는 희곡을 꿈꾸며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 나승회 옮김 | 279쪽 | 148*210

978-89-6545-733-6 93830 | 20,000원 | 2021년 6월 21일

일본 탐미파 문학을 대표하는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 1886~1965)의 극작가적 면모를 보여주는 희곡 작품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일본 주오대학에서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나승회 부산대학교 일본연구소 전임연구원의 번역으로 다니자키의 희곡 5편을 국내 독자에게 소개한다. 국내에는 소설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던 다니자키의 작품 세계가 이번 책을 통해 그가 애정을 가졌던 희곡작품으로까지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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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장편소설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무득은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주민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어렵게 얻은 직장이지만 득달같이 달려드는 민원인과 매일 반복되는 하루. 현실은 답답하고 무료할 뿐이다. 무득은 푸른 탑 꿈 카페를 통해 깨어있는 꿈을 알게 되고, 어떤 기구에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날고 싶다는 일념으로, 꿈을 자각하는 훈련부터 차근차근 시행한다. 그런 무득을 눈여겨본 푸른 탑 꿈 카페의 대표 탁우는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데 동참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유토피아로 가는 길목에 놓인 흰 문과 검은 문. 탁우는 오직 흰 문을 통해서만 유토피아로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득은 탁우를 따라 흰 문 너머에서 유토피아를 경험하지만, 그것은 탁우의 질서 내에서만 누릴 수 있는 자유일 뿐이다. 이것이 정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일까?

 

치밀한 묘사를 통해 구축한 가상의 세계 

인류는 종교와 이데올로기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노력해왔다. 역사의 현재가 말해주듯 그런 유토피아는 마녀사냥과 아동노동과 강제수용소라는 치명상을 남기면서 실패하고 말았다. 꿈에서라면 어떨까? 자각몽에서라면 인간은 유유히 유토피아를 즐기고 퍼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런 물음에서 탄생했다. _작가의 말(363)

정광모 소설가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해낸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자각몽을 통해 인류가 원하던 유토피아를 건축할 수 있을까 하는 창의적 질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기계의 도움 없이 하늘을 나는 무득의 상상을 시작으로, 작가는 깨어있는 꿈으로 명명되는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 집요한 묘사를 통해 깨어있는 꿈에 입체감을 더한다.

 

상상의 서사에서 현실을 건져 올리다

어렵사리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안정적인 직업을 획득했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진상 민원인 앞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무득,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그것을 실현할 환경을 구축할 수 없는 양태관, 세상의 이목에 반하여 원하는 성적 지향을 표출하지 못하는 송아진과 홍리. 그들은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유토피아를 찾아 깨어있는 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정광모의 소설은 성실한 현실 조사와 탐구를 바탕으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식과 존재를 사회적 징후의 서사로 포착하는 데 예리한 성취를 보여왔다. 그의 소설에 언제든 분명하고 구체적인 구조와 배경으로 녹아 있는 사회라는 지평은 미메시스의 영역에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더디지만 착실하게 진전시켜온 온전한 인간 파악의 과제를 새삼 돌이키게 한다. _해설, 정홍수 문학평론가(349)

작가는 깨어있는 꿈이라는 기묘한 가상 세계의 기저에 꿈을 꾸어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의 냉혹함을 깔아 둔다. 사회 구조적 문제와 감정적 결핍 등을 경험한 인물들은 유토피아를 찾아 헤맨다. 예리한 통찰력을 발휘하여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징후를 서사에 녹여내는 작가의 방식은 소설의 밑바닥에서 사건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유토피아를 향한 그들의 여정은 어떻게 될 것인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은 존재하는 것인가. 각자의 희망을 안고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속에서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구축한다. 말 그대로 꿈속의 꿈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호수에 잔물결이 일고 호숫가를 따라 수초가 무리 지어 자라났다. 꿈이라는 호수 앞에 놓인 정자에 몸을 기대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편안하게 바라다보는 느낌이었다. 무득에게 깨어있는 꿈은 그걸로 족했고 두 사람의 동지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건 오래도록 이어질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_본문(220-221)

인물들은 깨어있는 꿈이라는 잔인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 받는다. 정광모 소설가 특유의 상상력으로 직조된 세계와 느와르적 서사, 그 밑에 자리한 사회적 징후들은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유토피아로 건설되었다. 그 위에서 꿈속의 꿈을 꾸는 인물들이 어떻게 유토피아를 실현하려 하는지 그 여정에 주목해주길 바란다.

 

 

 첫 문장 

무득은 비명을 질렀다. 총을 맞고 허공으로 떨어지다니.

 

 책속으로 / 밑줄긋기 

📌 p.23 꿈은 그에게 또 하나의 세상을 선물했다. 꿈 세상은 무한했고 온갖 가능성이 열려 있었으며 다채로운 경험으로 넘쳐났다.

📌 p.37 우린 꿈에서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해. 현실에서 많은 사람이 추구하려다 실패만 거듭한 그야말로 꿈이었지. 꿈의 유토피아에 들어올 자격을 갖춘 사람을 고르고 있어.”

📌 p.83 탁우는 처음부터 오롯이 흰 문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다. 그건 탁우가 만든, 자신의 말을 믿고 자기를 따르도록 한 첫 번째 계명이 아닐까. 그 계명을 어기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푸른 탑을 안내할 이유가 없는 건 아닐까.

📌 p.86 이 공간은 당신을 위한 유토피아 자리로 제공되었으니 마음껏 쓰시라. 이 안에서는 뭘 만들거나 무슨 일을 벌려도 좋다. 단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야 한다.” 무득은 꿈에서 지켜야 할 질서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며 말했다. “질서라면 어떤 걸 말하나요?” “꿈에서도 질서란 그냥 질서야. 지키지 않아도 돼. 다만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될 뿐이지.”

📌 p.238 양태관의 몸은 고통으로 온통 불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속으로 외쳤다. 이건 꿈이다. 곧 깨어날 꿈. 통증은 가짜고 곧 사라질 거짓이다. 다섯 번째 총알은 종아리를 부수고 여섯 번째 총알은 어깻죽지에 박혔다.

📌 p.313-314 멀리 태양계 외곽에서 보면 우리 지구는 밤도 낮도 없는, 볼펜으로 콕 찍은 점에 불과해. 우리는 무에 가까운 존재야. 무는 아니지만 무한히 무에 가까운……. 그래서 유토피아란 말이 슬프게 들려. 그 말에 열정보다는 진한 체념이 배어 있는 것 같지 않아? 유토피아는 결국 무에 가까운 인간이 무에 가까운 공간을 그려낸 거야.

 

 저자 

정광모

소설가. 부산 출생. 어서 오십시오, 음치입니다한국소설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작화증 사내, 존슨기억 판매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 콜트45, 장편소설 토스쿠, 마지막 감식, 그 외 작가의 드론독서 1, 2, 3이 있다. 부산작가상, 르코창작기금,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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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해설: 유토피아,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아이러니

-정홍수(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정광모 지음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꿈속에서 유토피아의 건설을 꾀하는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유토피아의 의미를 되짚는다.

 

 

 

 

 

알라딘: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aladin.co.kr)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

부산작가상, 부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한 정광모 소설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유토피아로 가는 네 번째 방법』을 발간했다. 『토스쿠』에 이어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상한 이번 신작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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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

 

 

당신의 삶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사람들

 

▶ 정제된 문장으로 모순된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서정아의 두 번째 소설집

오후 네 시의 동물원2014이상한 과일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남들과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서 잠을 잔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침투한 뜻 모를 불안은 어느 순간부터 그들의 일상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아도 모른 척하며 그들은 오늘도 일상을 살아낼 뿐이다.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어딘가 닮아 있다.

 

▶ 그들에게 닥친 사소한 불행, 그 불행이 일상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어딘지도 모르고 진오가 낸 교통사고로 가난한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시작된다. 예상보다 쉽게 이루어진 합의에 진오 부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그들에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렇게 그들의 행위, 선택, 말 등에서 비롯된 문제들은 서서히 삶에 균열을 일으킨다.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의 강은 아내에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가 풀샷으로 날린 골프공이 나무에 맞고 아내의 눈을 강타한 사고 때문이다. 불운한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와 아내 진은 한쪽 눈을 실명하고 의안을 끼워야 했다. 하지만 강과 진은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부부의 생활은 겉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풍족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그들 스스로는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무너져가는, 어쩌면 이미 무너져버린 관계를 애써 모른 척하고, 부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신과 서로를 위무한다.

 

▶ 한순간 사라진 아이들, 엄마는 아이의 공백을 가만히 더듬는다

사라진 아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들 동훈을 찾아 헤매는 싱글맘 유란의 이야기이다. 평소보다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유란은 동훈을 찾지만 집 안 어디에도 동훈은 보이지 않는다. 늦은 시간까지 아이가 돌아오지 않자 유란은 직접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유란은 아이의 흔적을 통해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동훈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어쩌면 동훈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삶에 짓눌려 허덕이고 있던 사이에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침은 느리게 온다물놀이 사고로 아들을 잃은 후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유경의 일상을 담고 있다. 유경의 고통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채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하는 타인들은 그녀를 더욱 아프게만 한다. 살아남은 아들의 친구를 원망해보고, 행복했던 아들과의 추억을 떠올려도 보고, 아이를 말리지 못한 자신을 후회해보지만, 아들을 향한 애도는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마냥 놓아버리고만 싶은 생을 둘째 아이를 부둥켜안으며 붙잡을 뿐이다.

 

▶ 가족이라는 아이러니, 그 이상한 관계를 되짚어본다

양의 울음의 윤은 자신이 일했던 호주의 양 공장을 떠나온 후에도 가끔 양의 시체가 등장하는 꿈을 꾸고, 양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윤은 친부모를 찾으러 한국에 온 입양인 휴고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목도한다. 그로테스크한 양 공장의 묘사와 함께 혈연이라는 관계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오후 네 시의 동물원 휴가를 맞아 가오슝으로 떠난 가족이 겪는 사건을 통해 한 가정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무더운 여름, 그들은 갖은 고생 끝에 동물원에 도착하지만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평온하다 못해 나른해 보인다. 엄마인 도연은 이따금 서늘해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을 다잡지만, 사소해 보이는 작은 일들마저 자꾸만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카메라 렌즈에 금이 가고, 하마 우리에 하마가 보이지 않고, 아이가 떼를 쓰다 엉덩방아를 찧고. 그리고 예상치 못한 순간 야생 원숭이까지 발치 앞으로 다가오니 그녀는 그저 울음을 터뜨리는 수밖에 없다.

 

▶ 씁쓸한 현실과 쓸쓸한 ‘나’의 세계

카빙은 이상보다 현실의 편익을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 버린 조리 교사 오윤의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말라 죽어가는 나무처럼 비틀어져 있다고 느끼지만, 오윤은 회의나 자책보다는 합리화와 외면이 더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안다. 그는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대로 돌아서고 만다. 현실에 순응하며 내일을 위해 날카롭게 칼을 벼리는 오윤.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 겹의 세계 안젤라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다. 서로를 아끼고 기쁨과 슬픔을 나누지만, 그들의 삶에는 함께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엄마의 빚에 허덕이는 안젤라, 낙태수술을 감행하는 루시아와 미카엘,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외면 받는 요한. 안젤라는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에 쓸쓸함을 느낀다.

 

서정아 소설가는 인물이 겪는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인물들은 현재의 상황과 감정에 혼란을 느끼면서도 성실하게 내일을 준비한다. 오늘을 살아내고 다음 날의 출근을 준비하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혼란한 감정을 가다듬을 새도 없이 매일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우리는 그저 있는 힘껏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첫 문장 

새 유리 어항으로 옮겨진 물고기들은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헤엄쳤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6 어차피 죽은 고기야.

진오는 집게로 장어의 머리를 뒤집으며 말했다. 불판에서 치익, 하고 물기 닿는 소리가 났다.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구워 먹힐 고기라고.

진오는 상추쌈을 쌌다. 양념이 묻은 장어 토막을 두 개나 넣고 각종 야채도 한 젓가락씩 듬뿍 얹어 엄청나게 커다래진 쌈을 한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한참 입을 우물거리더니 입에 있던 것을 꿀꺽 소리 내어 삼키고는 말했다.

그러니 무서워할 것 없어.

 

p.60 그들은 침묵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 서로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그들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었고 그들이 누리고 있는 평온하고 안락한 삶은 앞으로도 전혀 나빠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문득 고요한 공기를 가르고 자동차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뭔가가 둔탁하게 부딪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p.112-113 유란은 동훈의 종합장을 책가방에 넣으려다가 표지를 들추었다. 혹시 무슨 메모라도 있을까 싶어서였는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겨보아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낙서들과 틀린 표시가 가득한 수학 문제들뿐이었다. 온통 빨간 빗금이 그인 문제풀이 페이지들을 넘기면서 그녀는 아이가 혼자 견뎌야 했을 오답의 시간들에 눈이 붉어졌다. 동훈이 남긴 메모 같은 건 없었는데도 어쩐지 아이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알 것만 같았다.

 

p.140 그들은 오랜 시간 함께했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고, 교집합의 영역을 벗어나는 부분들이 분명 각자에게 존재했다. 그건 오랜 우정이나 이성적인 이해만으로는 겹쳐질 수 없는 개인의 세계였다.

 

p.193-194 선생님은 못 도와주실 거예요.”

경서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원망과 절망스런 확신이 묻어 있었다. 오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경서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았다. 경서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힘없이 문 안으로 들어갔다. 오윤은 바람에 삐거덕거리는 문을 바라보다 결국 돌아섰다. 경서의 뒷모습을 보니 어쩐지 선화가 자신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도 모두 다 알 것만 같았다.

 

 저자 

서정아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으로 이상한 과일이 있다.

clawjsanf@hanmail.net

 

 목차 

 

어딘지도 모르고

조금 언성을 높였을 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사라진 아이

한 겹의 세계

양의 울음

카빙

아침은 느리게 온다

 

작가의 말

 

 

 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지음|224쪽|125*205 |978-89-6545-728-2 03810

15,000원|2021년 05월 20일 출간

『오후 네 시의 동물원』은 2014년 『이상한 과일』 이후 7년 만에 출간되는 서정아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8편의 소설에는 인간 삶의 단면과 그 심층에 감추어진 복잡한 무늬들이 정교한 문장으로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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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동물원

서정아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일상의 귀퉁이 한쪽이 깨진 채 오늘을 살아내는 인물들의 모순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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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배 

조성래 시집

 

이끌림 혹은 부름, 그리고 기다림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초기 작품에서는 폭압적 현실에 대한 젊음의 상처를 알레고리로 드러냈지만, 차츰 시 세계를 확장하면서 도시 문명의 황폐함과 존재의 내면에 깃든 생명성을 형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한편, 시인은 만주기행 시집을 통해 북방 정서를 인상 깊게 그려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제15회 최계락문학상을, 2019년에는 제5회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도회에 대한 심경과 실존의 무게가 깃들인 시

쪽배에는 시인의 초기시편 카인 별곡연작과 같이 도시의 환멸스러운 풍경을 말하는, 삼월」 「개인등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도시 문명에 대한 시인의 비판적 인식이 강하게 반영된 것이다.

“그의 시적 세계관이 보여주는 생명의식은 농적(農的) 삶에 기반한다. 이는 그의 시에서 원초적 기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작용한다. 도회를 폐허의 이미지로 수용하는 데에 유년의 추억이 간섭하는 바 없지 않다. 아울러 환멸이나 폐허는 초월을 꿈꾸는 기제로 나타난다. 그러니까 그의 시 의식은 원심력과 구심력이 서로 당기는 가운데서 긴장한다. 한편에 고향의 기억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 경계를 넘는 초속의 세계를 갈망한다. 그런데 이 둘은 서로 견인하지만 대립하지 않는다. 어느 한 방향의 선택 문제도 아니다. 모두 구체적인 삶 안에서 현실을 비판하거나 넘어서려는 시적 확장과 연관한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우울한 삶의 풍경이나 묵시록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주체를 부정하고 존재를 무로 돌리기보다 초월하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시를 통해 현존재의 삶의 개입하는, 유년의 추억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은행나무를 향한 시인의 유별한 사랑

시인의 시에는 은행나무가 자주 등장한다. 은행나무는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되고, 기운을 나누고 생동하는 주체가 되며, ‘그대에게 이르는 마음을 표현하는 매개가 된다.

은행나무야,
그 조랑조랑 매단 열매들 좀
흔들어대지 마.
푸른 바람 서늘히 불어
부전동 쌈지공원에 첫가을 찾아와 노숙하는 지금
은행나무야 제발
그 열매 달린 팔 길게 뻗어
호프집 <체르니> 창문 두드리지 마
「밀애」 부분

조성래 시인의 시에서 은행나무는 유난한 편애의 대상이다. 은행나무 열매를 수족관에서 팔딱이는 전어나 피아노 건반, 나아가서 어린아이들로 연상하는 일은 곧 떨어지고 휘날릴 낙엽의 예감을 품는다. 생명의 감각은 이와 같아서 그 절정에서 조락을 알고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에서 새움을 발견한다. 나아가서 이러한 생명현상 속에 영성이 깃들어 있음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사별한 아내에 대한 그리움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아내에게라는 부제가 붙은 연작시이다. 사별한 아내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편들이다.

 

헬레나
그대 사는 하늘 편안한가
흘러가는 가랑잎 따라 계절은 서쪽 강 건너고
푸른 달빛 자주 아파트 유리창 적신다
그대 이별하고 지상의 빈방에 갇힌 나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우리 손때 묻은 성경과 묵주
여전히 책상 위에 모셔져 있건만
집 안의 모든 시계 멈춰 버렸다
그대 아끼던 화초들도 몸 둘 바 몰라
시름시름 앓다가 시들고 말았다
하늘이 맺어준 것 사람이 끊지 못하리라
그 말씀 받들며 살려 했는데 우리 사랑 이미
행성 저쪽으로 빗금 긋고 사라졌다
무슨 할 말이 있겠나
「하늘통신-아내에게」 부분

 

번에 걸쳐서 무슨 할 말이 있겠나를 반복한다. 이 시편을 읽는 우리도 할 말을 잃는다. 그 어떤 말도 군더더기가 될 뿐이다. 그가 슬픔을 통과하는 시간이 빠르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그러함에도 시인이 쓴 애도의 시가 그만의 방법임을 안다.”(구모룡 문학평론가)

누구나 태어나 만나고 이별하며 살아가는 세상. 그토록 애틋한 이를 그리움으로 부르는 시인의 목소리가 깊게 울린다.

 

 

📘 작가소개 

조성래

195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다. 1984년 무크 <지평>, 1989 <실천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시국에 대하여, 카인 별곡, 바퀴 위에서 잠자기, 두만강 여울목, 천 년 시간 저쪽의 도화원, 목단강 목단강이 있다. 최계락문학상, 김민부문학상을 수상했다.

 

📘 차례

더보기

 

시인의 말 하나

1

삼월 | 항구 | 두통 | 꿈과 현실 | 현기증 | | 물고기와 은행나무 | 해녀와 돌고래 | 중앙하이츠 | 한 자리 | 비가悲歌 | 평상 | 등꽃 | 눈부시다 | 비정규직의 하루

2

대금 | 합천 영암사지에서 | 밀애 | 가을 석포 | 관계 | 하늘거울, 쪽배 | 노숙 | 장고개 | 뒷길 | 생존1 | 생존2 | 이 몸, 낙타-새벽녘 눈 뜨면 나는 사막에 누워 있다 | 은행나무·| 순례-이해웅 시인 | 폐사지에서

3

허공 | 팔만대장경 | 나무실 합천이씨 | 알레르기 | C3 계곡 | 나목 | | 비염 | 개인| 감전 | 복천동고분군 | 대기초등학교 | 삼천포 간다 | 내리는 눈발 속에 | 장유계곡

4

역광 | 하늘통신-아내에게 | 사순절-아내에게 | 산책-아내에게 | 가족-아내에게 | 수원지-아내에게 | 달밤 | 비 오는 날 | 환풍기 | 까치집 | 칠산동 지붕 위를 누비는 고등어 | 즐거운 PC | 거목巨木의 노래-경남대학보 59돌 기념 | 돌고 돌아 | 설렁탕 먹으며

발문 은행나무 아래서 새를 보다-구모룡(문학평론가)

 

 

 쪽배 

조성래 지음 | 144쪽 | 127*188 양장 | 978-89-6545-725-1 |

12,000원 | 2021년 5월 18일 출간

조성래 시인이 산지니시인선 『쪽배』를 출간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랜 시력(詩歷)에 비해 발표한 시집이 적은 편이다. 그만큼 시를 귀하게 여긴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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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배

조성래 시인의 시집으로 이끌림 혹은 부름의 의식이 발현하는, 생명현상을 표현한 시부터 사별한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까지 총 예순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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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영혼 포식자

임정연 장편소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임정연 작가의 장편소설. 여고생 선무당 혜수와 앳된 저승사자 해수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어 고난과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는 과정을 그렸다. 글을 쓰는 데 장르를 고려하지 않고, 그냥 누군가 잠깐 여유시간에 꺼내 읽으며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흥미로운 설정에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히는 이 소설은 읽는 이에게 한 번 잡았다 하면 손 떼지 못할 즐거움을 선사한다.

앳된 저승사자 해수와 여고생 선무당 혜수, 두 청춘의 발랄 케미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저승사자 정해수는 700년이 넘게 혼령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일을 해온 저승사자. 700살이 넘은 나이지만 어려서 죽은 탓에 10대의 외모를 하고 있다. 그날도 저승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도망치는 혼령을 잡으려다 내림굿에 휘말려 강혜수의 신장이 된다. 저승사자가 신장이 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 베테랑인 정해수도 골치가 아프다. 게다가 무당도 철없는 여자 고등학생. 좋아하는 것도 하필이면 엄청나게 매운 걸 좋아하는 탓에 멋모르고 있다 지옥의 고통을 맛보게 된다.
도망간 악귀는 자신을 방해하고 잡으려는 정해수에게 앙심을 품는다. 정해수와 강혜수의 관계를 알게 된 악귀는 복수의 대상으로 강혜수를 노리게 된다. 악귀의 습격으로 죽을 고비에 처하게 된 강혜수. 하지만 정해수와 힘을 합쳐 악귀의 공격을 물리치게 된다. 복수에 실패한 악귀는 기회를 노리며 힘을 기른다. 다른 영혼을 흡수하며 힘을 기른 악귀의 습격에 강혜수의 친구와 다른 저승사자들이 당하게 된다. 그리고 강혜수의 엄마를 인질로 잡은 악귀는 혜수를 혼자 외딴곳으로 불러낸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은 가라

임정연 작가는 재미를 추구하는 작가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저승사자와 매운 떡볶이를 좋아하는 여고생 무당이라는 설정부터가 흥미진진하다. 혜수는 무당 집안에서 태어나 신내림을 받으면서도 별로 심각하지 않다. 할머니가 무당이라 그쪽 방향으로 나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신장이 저승사자라 당황스럽지만 스타일이 괜찮아서 봐줄 만하다. 혜수의 친구들도 무당이나 저승사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소설은 이승과 저승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면서 여고생 혜수와 차사 해수의 티격태격 일상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의 의미가 재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차사 일을 하는 해수는 이승의 삶을 마감한 이들을 사후세계로 인도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은 당연히 남기고 갈 것들이 아쉽겠지만 인생은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을 맞이해야 하는 삶의 의미를 묵묵히 전달해준다.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

악귀는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조선 중기 지리산 산골에서 태어난 ‘무명’은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잃고 늑대의 무리 속에서 자라 숱한 살인을 저지르는데, 사후에 악귀가 되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빙의하면서 악행을 저지르고 힘을 키워 나간다. 700년 된 차사도 속수무책. 한번 시작된 악행은 점점 커져만 가고, 급기야 혜수가 타깃이 되는데, 숨 막힐 듯 흥미진진한 대결구도 속에서 티격태격하던 무당과 차사 두 주인공은 결국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고, 한 뼘 더 성장해 간다. 

***추천사                                  

김종광(소설가)
앳된 저승사자 해수는 여고생 선무당 혜수의 ‘신장(神將)’. 두 청춘의 발랄 케미. 드라마인 듯 웹소설인 듯 애니인 듯 장르소설인 듯. 청소년소설이 이토록 속사포처럼 읽혀도 되는 것일까? 임정연 작가는 청소년소설계의 이단아 혹은 개혁가임에 틀림없다. 교과서 같은 스토리와 문장을 확실히 거부한다. 청소년소설은 무엇보다도 청소년이 ‘빠르게 읽으면서 재미든 감동이든 맛보는 과정’임을 ‘빙의’한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신기한 이야기, 꼰대 같은 ‘청소년소설’을 꿰뚫어 버릴 듯.

강유정(문학, 영화평론가)
임정연 작가는 독자를 안다. 시대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어 지금, 여기의 독자가 원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낸다. 임정연의 소설엔 현재가 있고, 아직 가보지 않은 미래로서의 사후세계와 그래서 할 수 있는 우리의 상상이 있다. 임정연은 다양한 장르적 변용 속에서 낯익은 소재들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흥미롭게 재배치한다. 흥미롭고도, 진지한 가상공간, 『혜수, 해수』는 그런, 임정연의 소설 공간이다.

***첫 문장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섰다. 검정 슈트의 어깨를 손으로 툭툭 털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50 방금 죽은 놈이 이걸 어떻게 알고 도망을 쳤지? 다시 위로 올라와 사내가 마지막으로 사라진 자리에 손을 갖다 대고 기를 빨아들였다. 죽은 자의 영혼은 반드시 데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악령이 되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다.

P.86 “혜수는 일단 마음을 경건하게 가지고. 신장을 모시게 됐으니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해야 할 거야. 자세한 거는 차사님이 알아 오시면 그때 얘기하기로 하자.” 엄마와 할머니는 굿으로 어질러진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곤 할머니는 무복을 벗으러 방으로 들어갔다.

P.121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요?”
“뭐가?”
차사가 뚱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갑자기 나타나면 난 그쪽이 보이지만 딴 사람은 안 보이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는 데다 얘기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요?”

P.167 저승사자가 눈을 감고 미소를 띠고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해수 차사가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통화를 했다.
“아, 예. 정해숩니다. 아,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전화를 끊는 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진 내가 물었다.
“저승에도 핸드폰 있어요?”
“다 있어. 너도 나중에 죽어보면 알 거야.”

P.212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껴 내려와 봤더니 악귀가 여자아이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여자아이의 뒤에서 뛰어들며 소리쳤다. ‘안 돼!’ 하고 소리 지르는 순간 아이의 의식과 동화가 되었다.

P.247 에필로그
어슴푸레한 불빛이 통로를 비추고 있다. 전동차가 지나가자 주위가 일순 밝아졌다가 다시 괴괴한 어둠에 잠겼다. 어디선가 벌어진 틈 사이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규칙적이고 간헐적인 소리 사이로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남자는 공사 중인 지하철역을 이리저리 배회하더니 한 곳에 멈춰 섰다.
“어린 무당과 저승사자라. 재미있군. 크크크큭.”
어둡고 축축한 터널 사이로 음산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자  소개                                                             

임정연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데뷔했다. 제1회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아르코 창작기금, 한국문화예술위의 창작기금 등을 받으며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단편집 『스끼다시 내 인생』, 『아웃』, 『불』 과 장편소설 『질러!』, 『런런런』, 『페어리랜드』, 『지옥 만세』 등이 있다.

***목차                                                                         

9월 17일 해수
9월 18일 혜수
9월 19일 해수
9월 20일 혜수
9월 21일 해수
9월 22~23일 혜수
9월 24일 해수
9월 25일 혜수
9월 26일 해수
9월 27일 혜수
9월 28일 해수
9월 29일 혜수
9월 30일 해수
9월 31일 혜수
10월 1일 해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혜수, 해수 1-영혼 포식자

임정연 지음|248쪽|978-89-6545-718-3 44810 
15,000원|2021년 04월 30일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여자 주인공 강혜수는 할머니에게 배운 점치는 기술로 친구들의 운세를 봐주는 고등학생. 어느 날 갑자기 신열이 올라 내림굿을 하는데 근처에서 악귀를 쫓던 저승사자 정해수와 무당과 신장으로 연결되게 된다. 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떡볶이를 좋아하는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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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수, 해수 1

서양에 마법사와 뱀파이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무당과 차사가 있다커피 매니아 저승사자와 상큼발랄 여고생의 악령 퇴치기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지난해 『지옥 만세』를 출간한

www.yes24.com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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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 지음

 

오늘도 흔들리는 멘탈을 붙잡아라
아이들과 교실에서 명랑하게 살아남기

교문이 열려 있다. 지금 학교에는 무서운 교장선생님도 부재중이고,
교내는 평화롭기만 하다. 나는 두서없이 학교의 이곳저곳을 보여줄 것이다.
운이 좋다면 학교가 호감 가는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죠?” 하면서 말을 걸지도 모른다. _7쪽

여기 제법 진지하지만 명랑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있다. 평소에는 소심하고 불의도 잘 참지만, 학교 교문을 넘어가면 용감해지고 잔소리가 많아진다. 그렇다고 눈물 나게 헌신적인 선생님은 아니다. 매일 주택융자 대출금을 갚기 위해 월요병을 감수하는 직장인이자 교장 선생님 눈치도 어김없이 살핀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학교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이준수 선생님은 강원도에서 10년 넘게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살다시피 하면 하루에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 하는 극장 같은 학교에서 때로는 관객으로, 배우로, 프로듀서로 지냈다.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아이들과 함께하는 기쁨과 어려움이란

“제정신을 차려야 해!”


꾀병러를 상대할 때는 마음을 호수 표면처럼 담담하게 유지해야 한다.

감정 표현을 과하게 하거나 화려한 언변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들면 안 된다.
꾀병러는 유연하기가 물과 같아서 손아귀에 움켜쥐려 해 봐야 내 옷만 젖는다. _25쪽

책에는 개성 넘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콜콜거리며 귀가하는 아이를 부러워하는 꾀병러,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는 곤듀(공주), 교실에서 조용히 서성이는 그림자 소년, 정리정돈을 잘하는 프로 청소부, 형형색색 볼펜으로 특수분장을 즐기는 아이까지. 교실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저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교실에서 즐겁게 어울려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 비밀을 공개한다. 점점 난이도가 높아지는 꾀병러를 대하는 매뉴얼,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가 짝꿍이 된 경우, 교실에서 사라진 트리케랍토스 지우개를 찾는 방법 들을 풀어낸다.

이제 제법 선생님이 되었다고 생각될 때, 아이들은 다시 선생님을 시험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할 수 있을까? 누구도 상처받지 않고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 수 있을까? 노력하고 성장하려는 선생님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학교라는 직장, 선생님이라는 직업
“나는 그저 가르치고 싶다”


교사에게 수업 준비와 상담, 학생 지도보다 중요한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이상한 업무로 반 아이들에게 덜 미안해지고 싶다.
빨리 승진해서 수업 대신 결재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고 싶다.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업무 포털사이트 열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_201쪽

학교에 재직하면서 학교 이야기 하기가 조심스럽다. 저자는 학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학교라는 직장과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사람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을 보는 시선은 모순적이다. 학부모와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유망 직업이지만 현장에 근무하는 선생님의 직무만족도는 OECD 회원국 국가 중 매우 낮다. 배우자의 직업으로 좋게 평가받지만, 교육공무원이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다. 모든 직업에 빛과 그들이 있지만, 선생님에게는 스승이라는 중압감이 그늘이 된다. 초등학교 담임은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가를 신청하지 못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파도 쉬지 못하고 시달릴 때가 많다. 학교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수평적인 조직이 될 수 없을까, 선생님은 전문 직업인으로서 성장할 수 없을까. 저자의 고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육의 기회를 일상에서


삼척은 원주에 밀리고, 원주는 수원에 밀리고, 수원은 서울에 밀렸다. _163쪽

저자는 도시와 시골 학생의 생활 격차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골 아이들이라고 해서 산을 벗 삼거나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지 않는다. 즐길 만한 문화 콘텐츠가 없으면 아이들은 쉽게 게임이나 도박 같은 말초적인 놀잇감에 빠져든다. 또 같은 시골 안에서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생활의 양식이 달라진다. 건강 불평등, 학력 불평등, 나아가 교양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날마다 목격한다. 아이들 입에서 시골이라서, 지방이라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비하하는 건 어딘가 잘못되었다. 사회가 가정의 구멍을 메워주면 안 될까. 저자가 느끼고 경험한 교육 불평등 이야기는 이 지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 기회의 평등은 소소한 일상의 영역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책속으로

P.13 제부터 눈이 내렸는데 기온이 영상 5도와 영하 2도를 맴돌았다. 도로가 얼기 딱 좋은 조건이다. 나는 동료 선생님 두 분과 카풀을 한다. 오늘 하필이면 내 차례다. 나의 부주의로 두 사람을 죽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산골 마을 도계로 출퇴근하며 욕이 늘었다.

P.48 어떤 사람은 죽어서도 사람을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나도 가르치는 게 좋아서 교사가 되었다. 학교밥 먹은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수업하는 건 지겹지 않다. 게으른 내가 끝끝내 글쓰기를 놓지 못하는 건 그림책 작가처럼 오래도록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P.78 그러나 어린이 카나페는 무기다. 설탕으로 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사인은 급성 당뇨병으로 밝혀질 것이다. 초등학생은 카나페를 당 범벅으로 이해한다. 초콜릿과 잼, 생크림이 없으면 카나페로서의 정체성을 부정당한 줄 안다. 적어도 세 가지 종류 이상의 당류가 듬뿍 들어가 줘야 카나페로 인정한다. 그들의 슬로건은 간단하다. 설탕은 옳다.

P.216 학교 주변에서 빈집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굳게 닫힌 대문에 녹슨 자물쇠가 채워져 있거나, 주인을 찾지 못한 우편물이 잔뜩 꽂혀 있다. 나는 도시로 떠나는 아이를 격려하며 중학교 재배정 절차를 알려주다 말고 주변의 묘한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떠나는 아이는 늘어나는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아이는 거의 없다.

이준수
춘천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했으며,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학교는 시트콤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상영하는 극장 같았다.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배우로, 때로는 프로듀서로 지냈다. 출근하면 적어도 열 번 웃을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는 행운에 감사하며,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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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면서

1장 교실에서 울고 웃는 초등선생님
죽음의 레이스 | 저주 인형 |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 프로 꾀병러 | 다이어트 히스테리 | 나도 마미손 좀 보자 | 죽음 앞에서 | 데자뷔 | 위험한 과학실 | 유령 선생님 | 이름을 남기는 습관 | 진짜 바쁜데 | 콩나물에 물 준 범인을 찾아라 | 카르페 디엠 | 잇솔질 | 교실과 평화 | 뜻밖의 깨달음 | 나만 좋은 거야? | 슈가 러쉬 | 잔소리 금지 | 제정신을 차려야 해

2장 그래도 아이들은 사랑스럽다
그림자 소년 | 수포자의 오아시스 | 저세상 유머 | 말벌 전쟁 | 벌이 너희를 무서워합니다 | 곤듀병 | 금손의 영업비밀 | 워너원과 손흥민 | 맥시멀리스트와 미니멀리스트 | 흑염룡 | 석탄과 다이아몬드 | 청소가 뭐 어때서 | 불가능한 주문 | 탈의실 생존기 | 빅맥 | 마지막 선물 | BHC치킨 마니아 | 현대인의 공통점 | 트리케라톱스는 알고 있다 | 언택트 연극

3장 학교라는 직장
지방 인생은 2부 리그가 아니란다 | 자식 맡긴 부모의 처지 | 선생님 수능이 뭐예요? | 준비물로 눈치 보지 않을 권리 | 마음의 독감은 왜 치료하지 않나요 | 교사의 일상 흔드는 스승’ | 아이가 착해서 노심초사하는 부모 | 아이를 조건 없이 믿나요? | 다문화가정 아이 향한 동정과 혐오의 화살 | ‘노는 아이가 걱정되나요 |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는 없잖아요

4장 교사라는 직업
왜 교대 교육과정에 행정 업무는 빠져 있나 | 인성 교육도 이벤트가 되는 학교 | 요번에 성과급 뭐 받았어요? | 아이들 싸움에 경찰서 가자고요? | 진짜 도농 격차가 뭔지 아세요? | 도시로 진학하는 학생을 격려하는 슬픔 | 쓸쓸하고 괴로웠던 신종플루의 기억 | 그 선생님은 왜 전화번호를 두 개 쓸까 | 탄소 배출량 7위 국가의 시민으로서 | 거북이의 소원

 

선생님의 보글보글
이준수230쪽국판(145mm*210mm)978-89-6545-711-4 03810
15,000원2021년 2월 26일

책은 이해할 수 없는 초등학생의 정신세계에 보글보글 열이 오르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보글보글 사랑을 주고픈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 매일 희비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명랑함과 고단함에 웃음과 감동이 함께 밀려온다.
여기에 할 말은 한다는 80년생 선생님답게 녹록지 않은 학교와 교사 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쏟아낸다. 어디에서 들을 수 없는 재미난 학교 이야기가 보글보글 샘솟으니 귀 기울여 주시길!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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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스펙트럼 05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

 

크리에이터 R군의 좋아하는 일을
설레면서 지속하는 힘

“의외로 인생을 바꾼 시점은 대단한 사건과 숙명 같은 것이 아닌
모두가 하고 있지만, 나에게만큼은 특별하게 다가왔던 작은 순간일 것이다.
지금의 내 블로그처럼.”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가 ‘크리에이터’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선망 받은 의사, 경찰관, 법조인을 제치고 계속해서 순위 상승 중이다. 잘나가는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퇴사하고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서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시대다.

바야흐로 1인 콘텐츠 시대. 블로그부터 유튜브까지 매체는 다변화되고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 채널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2003년 블로그를 시작해 파워블로거가 된 R군은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는 베테랑 영화 크리에이터다. 초창기 블로그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이탈한 데 비해, 여전히 하루 평균 5천 명이 넘는 방문객이 그의 블로그를 찾는다. 지금까지 4천만 명이 다녀갔고, 구독자는 3만 2천여 명, 스크랩은 5만여 개, 비공개를 포함한 포스팅은 8천 2백여 개가 넘는다. 17년 동안 블로그를 운영했으니까, 하루에 한 개의 글은 꼭 쓴 셈이다. 어떻게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취미가 콘텐츠가 되는 크리에이터 R군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은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들려주고자 한다. 처음은 작고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블로그로 자신의 삶까지 변화시킨 R군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이제는 블로그를 기반으로 유튜브 계정을 설립해 자신만의 영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매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R군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꿈이 있다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크리에이터가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R군의 꿈은 어릴 때부터 영화 기자였다. 비록 한쪽 얼굴에 안면 장애가 있지만 그 꿈으로 타고난 장애나 주변의 시선을 이겨내려 했다. 하지만 콤플렉스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직업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감이 없어졌다. 현실과 꿈의 괴리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꿈을 펼칠 기회는 아주 우연히 찾아왔다.

R군은 2003년 나만의 영화 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블로그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의 글을 포스팅 했다.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매일 하나씩 콘텐츠를 만들고 업데이트하면서 이 블로그는 영화 전문 웹진으로 막강해진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 R군은 각종 영화, 잡지에 기고 및 연재를 진행했고, 라디오 및 방송에 게스트로 초대되기도 했다. 채널 CGV에서 <히든무비>를 진행했고, 프로그램 <무비스토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각종 국내외 영화시사회에 초청받는 것은 물론, 해외 감독 및 배우들의 인터뷰를 담당했고, 심지어 칸국제영화제에 취재원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콤플렉스로 좌절할 수 있었던 삶이었지만 R군은 좋아하는 영화 콘텐츠를 만들면서 꿈을 이룬 것이다. 책에는 16년 동안 꿈을 이루기 위한 크리에이터의 삶이 담겨 있다. 경험담을 듣고 있으면 나도 한 번 도전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시작은 가볍게, 업데이트는 꾸준히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나만의 채널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채널을 만들기가 어렵고 채널을 만들고 나면 포스팅 하기가 어렵다. 물론 처음에는 비장한 마음으로 열심히 업로드 한다. 그런데 몇 번 하다 보면 어느새 시들해진다.

R군은 이 책에서 어떻게 하면 업데이트를 꾸준히 할 수 있었는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팁들을 아낌없이 푼다. 누군가가 “하루에 100개 포스팅을 하는 것보다 하루에 한 개씩 100일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말한 것처럼. 이제는 의식주처럼 삶의 일부분이 된 블로그 운영을 하면서 이웃들과 소통하는 법, 댓글의 중요성, 이벤트 운영하는 방법 등을 알려준다. 또한 블로거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는 재미난 방법도 전한다. 꾸준히 블로그를 하면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값진 경험도 나눈다.


크리에이터는 항상 행복하기만 할까
?

그렇지만 책은 크리에이터의 삶을 장밋빛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즐거움도 있지만 힘든 점도 토로한다. R군은 자신의 블로그가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깊게,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블로그가 커지고 취미 이상으로 다가오면서 깊은 고민도 있었다. 대학 졸업 이후 취직과 블로그 운영 중 어떤 일을 고를지 생각한 적도 많고 그 고민은 현재까지도 계속된다고 한다. 가끔은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이놈의 블로그 해서 뭐 할까?’ 하며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다고. 이런 고민은 R군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건 채널을 꾸준히 운영하는 많은 크리에이터의 딜레마이자 바람이 아닐까 싶다. 이렇듯 책에서는 크리에이터가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
‘일상의 스펙트럼’
의 다섯 번째 책
일상의 스펙트럼은 다채로운 빛깔로 분해되는 일상을 담은 에세이 시리즈입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내면의 만족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합니다.

저자 소개
황홍선

2003년 네이버에서 영화 블로그 레드써니의 Project-R’을 시작해 끈질기게 버티고 있으며 지금은 다른 플랫폼도 기웃거리는 무비 콘텐츠 크리에이터. 자신의 리뷰를 보고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보다 ㅋㅋ 웃겨요라는 댓글 받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영화 수다꾼이기도 하다. 세상에 모든 영화를 사랑하려고 애쓰며 픽사 작품만 보면 손수건으로 세수를 한다. 인생 최초 해외여행이 칸국제영화제라서 어안이 벙벙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마이클 베이, 톰 홀랜드 등 할리우드 스타를 만나 인터뷰를 했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떨려서 그때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책속으로
P.10 영화 기자가 꿈인 내게 또 다른 목표가 있었다면 나만의 영화 웹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인가. 웹진을 만들려고 하면 홈페이지도 있어야 하고 당시에 그런 것을 만들려면 웬만한 수준의 기술과 지식은 있어야 했다. 이메일 하나 보낼 줄 아는 게 다였던 내가 홈페이지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친구의 블로그를 보면서 그동안 고민했던 질문의 답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P.16 그렇게 원하던 나의 ‘웹진’을 만들었지만, 의외로 블로그 첫 포스팅은 영화가 아니었다. 당시에 유행이었던 솔로 부대 사진을 넣고 그냥 추운 날씨에 왜 내 옆구리는 이렇게 시릴까, 라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적었다.

P.21 나에게 블로그는 습관이자 버릇이자 의식주처럼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 되었으며, 무엇을 한다고 떠들지 않아도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P.21 한때, 내가 다닌 직장의 사장님이기도 했던 소셜미디어 전문가 이지선 선생님에게 “내 블로그에 댓글을 100개 받고 싶으면 내가 먼저 100개를 달아라” 하는 말을 들었다. 정말이다.

P.150 물론 크리에이터로서의 고민은 당장 쉽게 답을 내지는 못할 것이다. 늘 고민할 것이고.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경험을 공유하더라도 크리에이터로서 느끼는 특별함, 설렘은 내가 블로그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페이스북을 탈퇴하지 않는 이상, 유튜브를 중지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이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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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R
을 시작하다
축하합니다. 블로그가 개설되었습니다
꾸준한 업데이트가 중요해
온라인 친구가 오프라인 친구로
에브리데이, 뉴데이!
이웃들의 댓글이 제 월급입니다
1인 미디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레드써니를 쳐보세요
저기, 레드써니 님 아니세요?
나의 닉네임을 찾아서
R군 캐릭터 탄생
R군 명함을 만들다
봉 감독님, 제가 빚을 집니다
스브스뉴스에 나오다
파워블로그가 되다
사인을 연습해야 하나?
실시간 검색어 1!
바빠도 덕질은 계속되근영
이벤트와 답장 댓글은 성실히!
칸의 레드카펫을 밟다
히든무비를 시작합니다
영화제, 축제의 시작이자 밤샘의 시작
목소리로 영화를 전하다
어디서 상영할까나 영화 제작기
영화인을 만나다
진지하고 유익한 시간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블로그를 함께했던 동지들이 떠나고
블로그 아직도 해요?
크리에이터 VS 직장인의 삶
이것은 무엇에 쓰는 물건이고?
R군의 R튜브, 천만 아니고 천 명 돌파!
R군은 지금도 진화 중
에필로그: 크리에이터로 살아간다는 것

 

블로거 R군의 슬기로운 크리에이터 생활
황홍선ㅣ160쪽46변형(110×178)978-89-6545-708-4 
12,000원2021년 2월 8일

취미가 콘텐츠가 되는 크리에이터 R군의 이야기를 통해 좋아하는 일은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들려주고자 한다. 처음은 작고 미약하게 시작했지만 블로그로 자신의 삶까지 변화시킨 R군의 이야기는 감동 그 자체다! 매일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무한경쟁 시대에,R군은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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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누구입니까?
나와 연결된 세계를 탐구하는 시들

김창호의 첫 시집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저자는 부당한 이유로 대학에서 해직 당했고 복직을 위해 대학과 17년 동안 길고 질긴 싸움을 했다. 복직 끝에 현재는 명예교수로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해직과 복직으로 저자는 사회의 이면을 경험하게 됐다. 후기에 썼듯이 “온갖 감정의 혼돈 속에 하루하루를 살았고 이러한 복잡한 관계를 초월할 수 있는 길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때 저자가 돌파구로 찾은 것이 ‘시’였다. 시를 통해 세상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자연의 존재, 삶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 그렇게 쓰고 다듬은 시를 이번 시집에 담았다. 

산들바람 부는 날마다
내가 방문을 열게 하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기다림에 지쳐 잠든 나를
저 멀리 미소로 바라보는
그대는 누구입니까?
_「그대는 누구입니까?」 중에서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르다

저자의 시에는 ‘그대’가 자주 나온다. 여기서 그대는 나와 얽힌 모든 것이 된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에서는 “출렁이는 그대 머릿결은/한바다 같은 천국입니다./내딛는 그대 발자국은/극락세계 층층대입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대는 마음속에 품은 초월적인 존재일 수 있다. 「커피 그대 얼굴」, 「그대는 지금 무얼 하나요?」, 「내가 사모하는 그대여!」에서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고, 늘 내 곁에 함께하는 이들일 수 있고, 또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일 수 있다. 「하얀 나비 내 마음」에서 “어디서 날아오는/하얀 나비 내 마음/남몰래 하얀 나비/마중하는 꽃향기/이 꽃 저 꽃 잠시/머물다 날아가는/하얀 나비의 여정”처럼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운 이들을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른다.

자연과 고향, 세상사를 시로 노래하다

저자는 시를 통해 자연과 고향, 세상사를 노래한다. 「내 고향 강변에서」는 “저 강물에 떠오른 노랑 밤배/동그라미 보름달 함께 타고/내 고향 강변 건너오세요”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다. 「꽃은 꽃입니다」에서는 “피어서 벌 나비 왔다 가면/춤추면서 떨어지는 꽃입니다./칠흑 같은 밤에도 꽃은 꽃입니다”로 자연의 이치를 이야기한다. 「유행가 가사 인생」에서는 “정의가 아닌 것을 정의로/만드는 신의 연금술 법학,/사랑과 미움으로/이별하고 재회하는/‘사랑도 이별도 무죄다’라는/유행가 가사를 아시는가요”로 삶의 부조리를 담담히 전한다. 저자는 생성하고 소멸하는 자연의 이치와 포근히 안아주는 고향의 포용력, 세상의 아이러니를 시에 담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한다.

김창호
1952년에 태어났고, 현재 동의대학교 인문사회대 영어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셰익스피어 정치적 읽기, 일기 여행을 번역했고 박사논문으로 한국에서의 셰익스피어 수용 연구, 노자와 햄릿, 원효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꽃과 일상생활등이 있다snowdream@me.com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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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나는 웃었네
그리운 내 고향|나는 웃었네|엄마 기다리는 아이|아 매정한 세월아!|내 고향 강변에서|아들과 아버지|보리타작 마당 막걸리|오선지 새해 기차||우리 아버지 유산|내 존재의 고향|씨앗 뿌리는 날|잊어야지 잊어야지|솔바람 해탈의 길|길노래 방랑시인|

2부 하얀 나비 내 마음
나비 꿈꾸는 그대여!|사랑은 사랑이요|커피 그대 얼굴|하얀 나비 내 마음|그대는 지금 무얼 하나요?|내 님 오시는 날|노 저어라!|과거는 묻지 마세요|그대는 누구입니까?|내 심신의 지도|창밖에 가로등|사랑은 이런 건가요?|내가 사모하는 그대여!

제3부 내가 만든 내 감옥
내가 만든 내 감옥|꽃은 꽃입니다|옛정이 싫던가요?|먹물 자화상|꿈꾸지 마세요|동지섣달 다듬이 가락|밤에 피는 야화|출가자 가출자|그 여자는 모르리라|유행가 가사 인생|하얀 깃발 올립니다|자급자족 지구 세상|경계선 지도 불태웁니다|지식의 옷 벗어 태웁니다|공자가 남긴 유언|그림자 안고 가세요|독방 처사의 자유|고드름 사랑|육지가 바다라면

4부 빛의 소리를 찾아서
일편단심 이 세상|하늘 여관입니다|봄소식 전할까요?|거미줄에 걸린 달|연인의 인연|봄날은 온다|이 소리 들리시나요?|단풍|함박눈 하늘 북채|무심한 손거울|죽은 자에 대한 예|그림자 걸인입니다|그대와 나|조마조마하는 꽃 보셨나요|꽃과 사는 여인|빛의 소리를 찾아서|내 나이 물어보세요|무화과 그대는 별꽃입니다|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김창호 시집126쪽125*200978-89-6545-695-7
12,000원2021년 1월 15일

김창호의 첫 시집. 그대는 누구입니까?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일 수 있고 
늘 내 곁에 함께하는 이들일 수 있고, 또 세상을 떠난 그리운 사람일 수 있다.
저자는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운 이들을 ‘그대’라는 이름으로 자유롭게 부른다. 

 

 

 

 

 

그대 흔적에 귀의합니다 - 10점
김창호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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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 창조

현대시조의 시학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확대해온 구모룡 평론가

시조라는 주변 장르의 현대성을 궁구하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구모룡 평론가의 현대시조 비평집.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 당선으로 문학평론의 길에 들어선 구모룡 평론가는, 그간 다양한 비평활동과 연구를 통해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넓혀왔다. 이번 비평집에서는 주변 장르로 인식되어왔던 시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며, 현대시조의 새로운 세계관을 가늠하고 있다.

저자가 이미 책 머리에 밝혔듯,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의 작업물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가 현대시조라는 장르에 관심어린 눈길을 주는 것에는 분명 어떤 연결지점이 있다. 중앙과 주류라는 개념에 밀려, 존재하나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옳게 평가해 주는 것. 이는 구모룡 평론가의 비평이 갖는 중요한 증언적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은 서문을 위시하여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이론과 방법을 다루었으며, 3부에는 현대시조 시인론을 담았다. 특히 서문은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시조시학의 핵심요소를 간추리면서, 그 의미를 현대시조의 맥락에서 되새겨보고 있다.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에 포획되지 않는 시조시학

시조에 곧잘 대입되곤 하는 오래된 편견으로, 자유시와 정형시라는 이분법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을 근대성이 만들어낸 가짜 이분법이라고 말한다. 시조의 형식은 고정된 하나의 정형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담기는 내용에 따라 형식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에 더 가깝다. 학계에는 여전히 창사주종(唱詞主從)의 원리를 따라 현대시조도 고시조의 정형률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그러나 정형시와 자유시의 이분법은 여러 오해를 낳는다. 정형시는 지켜야 할 것으로, 자유시는 지켜야 할 것이 없는 것으로 잘못 설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이 한 편의 시 속에서 함께 요동하고 있음을 역설하며, 잘못된 이분법을 거부하는 시조시학을 펼친다.

 

 

현대시조는 삶과 시에 안주하는 양수겸장이라거나 자연예찬이 아니다

시조형식의 민족주의를 넘어서기 위하여

1920년대 문화 민족주의가 이끌어낸 시조 부흥은, 민요 운동과 더불어 각기 민족과 민중의 이름으로 소환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시조라는 형식은 이미 그 역사적 소임을 다 하였으며, 현대시조는 이미 죽은 형식을 살리는모순된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현대시조가 민족주의를 넘어서고 정형시로서의 규율을 유연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청한다. 현대의 변화하는 세계상을 자신의 형식 속에 담아낼 때, 현대시조는 비로소 민족시로서의 위상을 세울 수 있다.

현대에 와서 자연의 문맥이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현대시조의 존재 의의를 새롭게 하는 지점이다. 근대성이 만든 생태학적 재앙으로 인해 현대시조는 탈근대의 한 양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특히, 동양의 자연주의는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저자는 책 머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대시조가 삶과 시에서 안정의 위치를 유지하려는 양수겸장의 욕망에 그치지 않는다는 전제를, 적어도 나는 믿고 싶다. 어쩌면 이러한 물음을 다시 묻는 방식이 나의 시조평론이라 할 수 있겠다.” 현대시조는 현대와 시조의 결합이라는 조어로부터 그 이중성이 벌써 암시되는 장르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이질적인 것의 혼재라는 현대시조의 장르적 속성에서 대화적 개방성을 찾고, 그 묘미를 맛보길 바란다.

 

 

 저자 소개

 

구모룡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1982<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시인의 공책, 폐허의 푸른빛,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연구(편저) 등이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31회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했다.

 

 키워드

#현대시조 #시조시학 #문학평론 #문학비평 #시인론 #산지니평론선

 

첫 문장

 

이 책은 현대시조를 옹호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 작업은 아니다.

 

 

 속으로 / 밑줄 긋기

 

p.54     혹자는 시조와 현대의 양립 불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현대시조의 시대착오성을 공박한다. 다른 이들은 이것을 부박(浮薄)한 현대에 대한 비판의 계기로 간주한다. 그리고 또 다른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변증을 상정한다. 이들 세 가지 부정과 긍정은 지금까지 보여진 현대시조에 관한 입장들을 대체로 아우른다고 할 수 있다. 시대착오성을 들어 부정하는 입장은 대개 시조의 계급성과 이데올로기에 관심을 보인다. 시조가 지닌 귀족주의는 현대와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들은 대부분 비평가들의 입에서 나온다.

p.57   자연은 하나의 이념이다. 달리 동양적 자연주의라고 해도 될 법한 이것은 전통적으로 삶을 통어하는 원리와 척도로 존재해왔다. 이것은 단순한 자연친화가 아니라 그 나름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삶의 논리이다. 전통적 사유형태인 이것은 서구의 낭만적 자연주의와 다르다. 서구의 그것이 문명과의 대립을 상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의 전통은 인간과 현실의 전체성을 의미한다. 즉 그것은 하나의 전체를 의미하는 도()이다. 시조는 이러한 자연의 도에 이르는 과정의 표현이 되었다.

p.62 현대시조 쓰기는 낡은 형식에 생기를 더하는 일이다. 마른 헝겊조각이 물과 만나 다른 삶을정화하는 걸레가 되듯이 현대시조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획 속에 있다.

p.68 현대시조의 가능성은 현대와 시조라는 모순에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만드는 이중성에서 찾아진다. 즉 현대시조는 이중지시적 담론이다. 그래서 이것이 지니는 대화적 개방성에 그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탈근대는 두 가지 방향에서 가능하다. 그 하나는 전통적인 이념의 재구성이고 다른 하나는 양식적 실험이다.

p.87 시조가 지향하는 화의 미학도 드러나지 않는 것의 드러남, 숨은 것의 나타남, 인식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인식을 포함한다. 이것은 근대(현대)에 의해 묻혀버린 보편 가치를 발굴하는 일과 관련된다.

 

 

 

<목차>

책 머리에

 

서문: 태야 최동원(台也 崔東元) 선생의 시조시학을 생각한다

 

1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현대시조의 성과와 과제

시조시학: 보존과 창조 사이

 

2

왜 제유인가

지연되는 화()의 미학

시조 속의 꽃의 미학

 

3

상처를 치유하는 생의 형식이우걸론

푸른 생명과 붉은 사랑의 시박옥위의 시세계

삶으로 빚은 그릇김연동론

귀환의 노래, 신생의 노래김보한론

뜨거운 심미주의이정환론

생의 감각과 은유의 매혹정희경론

사랑이라는 긴장된 관계강영환의 남해

본디 감각의 세계서일옥의 동시조집

 

 

저 자 : 구모룡

쪽 수 : 260

판 형 : 140*210

ISBN : 978-89-6545-688-9 03810

가 격 : 20,000

발행일 : 20201130

분 류 : 국내도서 > 소설//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보존과 창조 - 10점
구모룡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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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소설집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광풍처럼 불어오는 재난 속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

1986<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 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 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각박한 현실 아래 상실되어 가는 절대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때로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특별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발견하고 삶의 긍정적인 부분을 환기한다. 지친 현대인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 이루어지는 소통의 아름다움을 일깨운다.

표제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어느덧 우리의 일상이 된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주부의 삶을 그린다. 재난 속에서도 삶은 지속되고, 혼자가 가장 안전한 상황이더라도 내 옆의 사람과 함께해야 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 진실이다. 소설은 코로나19가 드러낸 세상의 민낯을 꼬집으면서도, 봄을 데려오는 우아한 바람의 존재를 역설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한다.

 

 형태와 빛깔이 다른, 저마다 고유하게 빛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물안개는 사랑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전쟁을 겪으며 숨기고 싶은 과거를 갖게 된 삼례댁은 전쟁에서 한쪽 다리를 잃은 상이군인 남편을 만나 오순도순 살아간다. 남편이 전처에게서 얻은 자식들도 살뜰히 살펴 키워냈다. 어느 날 남편의 전처가 돌아오고, 삼례댁과 남편의 사이는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선물의 집은 작은 선물가게를 운영하는 은수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경로를 그리고 있다. 은수는 자신의 가게 맞은편 전자상회 직원 무호와 짧은 교제를 끝내고 혼란을 겪는다. 우연히 가게에 방문한 손님 할머니는 그런 은수에게 자신의 한 수를 가르쳐주겠다며 가게에 들른 할아버지에게 즉석만남을 시도한다. , 하고 웃음이 터지는 사랑스러운 장면을 보며 은수는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누구일지 스스로 답을 찾아간다.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은 어느 요양보호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노년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두 노인이 서로의 인생을 반추하며 새로운 사랑을 쌓는 모습을 봉선화 꽃물을 들이는 장면을 통해 섬세히 보여준다.

내 안에 있는 나라는 상처를 지닌 두 인물이 내면의 어둠을 극복하고 서로 연대하여 새로운 에덴을 창조해내는 이야기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괴로움에 엇나간 모녀관계를 갖게 된 민경은 엄마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선을 본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우설에게도 결핍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상처를 직시하게 된 두 사람은 학대받는 두 아이를 입양하여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간다.


 


 이해할 수 없는 타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은 긴 복도에 설치된 난해한 현대미술을 감상하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여성 화자를 내세운다. 이복 오빠와 새엄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란 는 타인의 애정을 모르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미에게 버림받은 아기 고양이를 거두게 되면서 는 처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게 정을 쏟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양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만난 의사가 에게 뜬금없는 치과치료를 권유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몇 가지 환상적 장치를 통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물질주의와 동물성을 비판하고 인간성의 회복을 그리고 있다.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에서 신내림을 받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혼외자식을 낳은 그 여자는 정체 모를 아파트 소음에 시달린다. 이웃에 따져도 보고 관리기사를 불러 하소연도 해보지만, 원인은 오리무중이다. 관리기사는 오직 그녀에게만 견딜 수 없는 소음으로 들려오는 고유 진동수의 문제일 수 있다는 답변만 들려준다. 이해할 수 없는 소음 탓에 이웃과 마찰을 빚는 여자를 이해해 주는 것은 14층 여자뿐이다. 그녀와의 만남 이후, 여자는 변화를 맞는다.

물과 불을 지나는 미국에 잠시 체류하게 된 한국인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그들은 현지의 집을 렌트하면서 집주인 홀리, 에드와 사사건건 부딪힌다. 홀리는 미국문화에 서툰 현서 부부를 가르치려 하는데, 현서는 그들의 간섭과 과도한 요구사항들이 불쾌하다. 중첩되는 갈등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불가해함을 느낀다. 그러나 소설은 사람과의 관계맺음이 어떤 피로를 불러오는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끝내 소통부재를 극복하고 피어난 유대의 소중함을 성실하게 그려내며 독자에게 연결의 기쁨을 선사한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살아야 할 것인가. 소설 속 인물들은 오해 속에 난관을 맞닥뜨리고 힘겨워 하지만, 그럼에도 소통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나의 일면을 포착한다. 소설집 바람, 바람, 코로나19는 자꾸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세상에 너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지 않겠느냐고 우리에게 다정한 말을 걸고 있다.

 

 첫 문장 

혹시 남편의 체온이 느껴지나 싶어 옆자리를 더듬어보았지만 곁에 누워 있어야 할 사람 대신 온기 없는 싸늘한 이부자리가 만져졌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5      간밤의 꿈이 생각난다. 꿈속에서 누군가가 삼례댁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럴 때의 삼례댁은 언제나 열아홉살이었다. 당신을 사랑해. 돌아보니 남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꿈속에서 산을 오르고 손을 붙잡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그리고 돌아보면 상대는 언제나 남편이었다. 꿈속에서조차 상대는 남편이었다. 매번 그랬다. 삼례댁은 그 남자, 남편밖에 몰랐다.

 

P.73      왜 진즉 말하지 않았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여기까지 와야만 들을 수 있는 마음 아픈 이야기였다. 아픈 이야기일수록, 깊은 동굴 속에 꼭꼭 숨어 있는 거다. 그날 늦은 오후, 1층 노부부의 안방에 있던 오동나무 반닫이는 2층 아들네 방으로 옮겨졌다. 진즉 그랬어야 했던 반닫이였다. 노인은 중년의 아들에게 미안해서 깨끗한 앞마당을 자꾸 쓸었다.

 

P.226     나는 사랑함으로써 죽음을 이기고 싶었다. 미움을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하고 싶다. 내가 사람이니까, 사람이라면 이런 희망쯤은 품고 살아야 당연하다. 그렇게 내 운명에 길들여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내 나름의 살아가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P.93      내 상처 입은 영혼아. 내게서 떠나가라. 나는 새로운 나의 주인 희망을 맞아들였다. 나는 희망에게 복종할 것이며, 새로운 두 생명을 책임질 것이다. 나는 사랑할 것이다. 내 불쌍한 영혼아. 미련 없이 내게서 떠나가라.

 

 저자 

문선희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며 울산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평생학습원에서 현대 영문학 디플로마 및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86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고, 1996년 월간 문예사조에서 단편소설 신인상을 수상했다. 쓴 책으로는 창작동화집 말하는 거북이』 『벙글이 책가게 단골손님』 『나의 분홍 삼순이, 전기문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 청소년장편소설 장다리꽃, 장편소설사랑이 깨우기 전에 흔들지 마라등이 있으며 현재 울산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목차 

물안개

바람, 바람, 코로나19

구름골짜기에 사는 그 남자, 그 여자

선물의 집

물과 불을 지나

봉선화 꽃물 들이는 시간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

내 안에 있는 나라

 

작가의 말



 




『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지음|264쪽|978-89-6545-687-2|15,000원|2020년 12월 07일|한국소설


198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동화부문 당선으로 등단한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이번 소설집에는 월간 문예사조》 소설 신인상을 받았던 작품 긴 복도가 있는 미술관을 포함하여작가의 연륜과 진심이 깃든 총 8편의 작품을 담았다.








바람, 바람, 코로나19 - 10점
문선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_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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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에메랄드 궁』의 

박향 작가가 쓴 첫 번째 에세이

제주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


이제 이곳에서 조금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문득 이곳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아주 적당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지난 시간이었다. 유행하는 한 달 살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바쁜 시간의 허리를 톡 떼 내어 조용하고 여유롭게 ‘나’에게 집중하고 싶었다. 

작은 시골집을 숙소로 삼아 동네와 그 주변, 때로는 조금 멀리 나들이를 갔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았기에 매일의 기분에 따라 목적지가 달라졌다. 휴대폰 알람이 아닌, 제주 앞바다의 파도 소리에 이끌리듯 잠이 깨면 습관처럼 바닷가 마을로 산책을 나갔다. 여행을 왔으니 꼭 관광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히지 않으려 했다. 어떤 날은 에어컨을 켜둔 채 집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고, 침대에 누워 시골 책방에서 산 책을 읽거나 하릴없이 뒹굴기도 했다.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을 보며 아름다운 슬픔을 가슴 속에 가득 채우다

작가는 열흘 동안 매일 사진을 찍었고, 저녁마다 일기를 썼다. 제주를 떠나올 때쯤, 찍었던 사진을 살펴봤을 때 작가는 깨닫는다. “아, 노을을 찍은 사진이 많구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바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었다. 여행 첫날, 숙소 동네에서 우연히 노을을 발견하고 감동한 후 매일 서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며 노을을 찾았다. 그때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자기의 시간이자 일상에서 자신을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었다.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대는 노을을 보며 작가는 김원일의 소설 『노을』에 나오는 ‘대장간의 불에 달군 시우쇠처럼 붉게 피어난 노을’이라는 문장을 떠올린다. 처음엔 그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황홀한 아름다움이 조용하게 변화하는 순간 그 ‘무엇’이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며 움직였다.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지만 그 ‘무엇’ 때문에 열흘간 매일 장소를 옮겨가며 노을을 눈에 담았다. 



여행과 일상, 그 경계에서 따뜻한 위로를 만나다

작가가 10년 전에 쓴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에는 힘든 시기를 지나온 주인공과 가족들이 마지막에 함께 앉아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마지막 대목을 놓고 작가는 오랫동안 고심했다고 고백한다. 소설을 다 쓰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주인공이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밥상을 차리는 것이고, 상처 받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그 밥을 먹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식사는 대부분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었다. 숙소 마당의 작은 정원에 자라는 가지, 깻잎, 고추, 파 등은 훌륭한 식재료가 되어 주었다. ‘밥 잘해주는’ 친구 ‘경’이 차려주는 밥상은 소설의 주인공처럼 작가에게 말이 필요 없는 위로와 사랑의 표현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예약된 병원에 가고, 은행에도 가야 한다. 출근도 해야 하며, 여러 가지 집안일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열흘 동안의 길고도 짧았던 기억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방랑자들』의 한 대목 “나의 첫 여행은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에서 비롯되었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제주여행 #살아보기 #엄마의 여행 #작가의 여행 #자유여행


첫 문장                                                            

오전 11시 45분 비행기였다.


책 속으로                                                          

P. 15-16   무엇보다 우리는 좀 여유로워지고 싶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장소를 옮긴 것에 불과하지만 새롭게 알게 될 것들과 만나게 될 사람들이 봄날의 기운처럼 우리 곁으로 왔으면 했다. 떠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님을, 우리 인생이 여행 그 자체임을 느껴보고 싶었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책을 찾아 읽는 것이 아니라 낯선 여행지에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책을 읽고 싶었다.

p. 27-28   노을. 그런 노을은 처음 보았다. 노을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서서히 바다에 젖어들고 있었다. 태양은 동그란 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발악을 하듯 붉은 물감을 마구 뿌려댔다. 하늘도 바다도 핏빛이었다. 멀리 작은 등대도 해안의 작은 집들도 핏빛 속으로 스러져 갔다.


P. 104   지나고 보면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어떤 때는 너무 성급하게 들어가서 모든 걸 망쳐 버리는 때도 있었다. 때로는 너무 조심스러워서 좋은 파도가 와도 놓쳐 버리거나 방심하다 바다에 빠져 버리기도 했다. 기다린다는 것, 가장 좋은 때를 알아챈다는 것은 지금도 물론 어려운 일이다. 언제나 기다림에 익숙해지기를 원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다림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실패한 시간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모래의 여자』 속 남자처럼 그 시간들이 모여서 기다리는 법을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파도를 타 넘으며 패들을 멋지게 회전시킨 젊은이의 모습이 눈부신 윤슬 사이로 흩어져 내렸다.


P. 195   오늘도 제주 노을을 보러 간다. 어쩌다 보니 제주의 서쪽에서 매일 노을을 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코스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그 시간만큼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고요히 각자의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을 속에 있는 그 순간, 우리를 가득 채우는 풍만함과 출처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슬픔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기억과 망각의 순간이 뒤섞이며 우리를 옭아매던 모든 가치들이 의미 없게 느껴지는 시간을 차마 입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 소개                                                          

박향

다락방에서 동화책을 읽으며 손수건만 한 창밖을 내다보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는 조금 더 자라 문학소녀가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소설을 완성하고 곧 소설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꿈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등단 이후 십여 년 만에 첫 작품집 『영화 세 편을 보다』를 펴냈다. 이후 작품집 『즐거운 게임』, 『좋은 여자들』을, 장편소설 『얼음꽃을 삼킨 아이』, 『에메랄드 궁』, 『카페 폴인러브』,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를 펴냈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제5회 현진건문학상 대상, 제12회 부산작가상, 제3회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직장인으로, 엄마로, 주부로, 아프고 늙은 부모의 자식으로 늘 시간에 쫓기듯 살았다. 한 달은 아니라도, 한 번쯤은 그 바쁜 시간을 똑 떼 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조용하고도 여유롭게 엄살 같은 걸 떨어 보고 싶었다.

2019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간 오랜 친구와 나는 제주도의 작은집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우리는 우리가 묵은 동네와 그 주변, 그리고 아주 가끔 먼 곳으로 나들이를 가서 주변을 거닐고 그곳의 풍광을 찍었다. 미리 계획을 하지 않아서 그날 기분에 따라 장소가 바뀌기도 했다.



목차                                                             

서쪽 바다에서 보낸 열흘 

출발 

노을에 젖다 

한밤의 방문자 

거문오름과 어깨동무하다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는 

밥 잘해 주는 친구 

보말과 허브가 있는 바다 

기다림에 대해 

좋아요 

팔찌 네 개 

초록이 또렷해지면 

맥주 두 캔과 꼬깔콘 한 봉지 

바다에 취하고 

순이삼촌 이야기 

햇살 가득 한담산책로를 걷다 

너는 춤추고 나는 책 읽고 

노란길이 있는 마을 

똑똑아, 안녕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박향 에세이 

박향 지음|208쪽| 127*188|15,000원|2020년 11월 18일 

978-89-6545-680-3 03810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박향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는 제주 서쪽바다에서 보낸 열흘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여름의 끝자락인 8월의 막바지, 작가는 오랜 친구 ‘경’과 함께 제주도로 열흘간의 길고도 짧은 여행을 떠난다.

이들의 첫 여행은 끝이 났지만, 이 열흘을 통해 여행이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열흘 전 들뜬 마음으로 짐을 쌀 때보다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여행은 계속된다.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 - 10점
박향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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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산지니북 2020.11.27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을 낙엽과 에세이!
    사진 좋네요^^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20.11.27 11: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책 사진 너무 이뻐요. 선생님 프로필과도 셋투셋투

  3. BlogIcon the PEN 2020.11.27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컬러감이 좋네요. 가을 감성 가득~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출간 ★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는 출간 이후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2020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 일반부분에도 선정됐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세대 구분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으로 자리 잡았다. 

책을 읽는 독자들이 저자에게 감동을 전하며 강연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독자의 성원에 힘입어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을 한정 수량으로 출간한다.


_

매일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지키며 삶을 버티게 하는 글들


세계는 의미로 가득 차 있다. 삶의 의미는 내가 애써 걸어 도달하는 지점에 있지 않고 걸어가는 길 곳곳에 존재한다. 단지 스스로 이를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성실하게 산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불안하지 않은 삶은 이미 죽은 삶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우리는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 불안 속에 삶의 의미는 어두운 터널 끝의 빛처럼 또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_「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는가」 중에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저자가 전하는 삶의 이야기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깊고 그윽하며 단단하다. 불안, 슬픔, 고독을 부정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때로는 스트레스와 불안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외로움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고독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삶에서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일상의 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 삶을 붙드는 족쇄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목표에 연연하기보다 이 순간 내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자 한다. ‘저곳’을 꿈꾸지 말고,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이곳’에 충실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저곳’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실은 바로 ‘이곳’에 충실한 삶을 사는 것이라 전한다. 이렇듯 힘 빼고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을 바라보며 세상과 소통하는 저자의 태도는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문장을 빚어내 일상의 방에 만들다

“소심한 자가 갈팡질팡하며 고민한 흔적들”

예순아홉 살 여학생의 과제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이 있다. 맏이로 자라, 결혼 후에도 친정엄마를 모시며 동생들 학비를 대고 결혼시키는 동안, 정작 자신의 손에 가락지 하나 없었다는 푸념을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 앞에서 풀어놓는 글이다. 그녀의 글에서, 사진 속 엄마는 일흔을 앞둔 딸에게 속삭인다. “넌 나의 최고의 딸이야.” 그녀의 글이 그녀의 생을 위로해주었고, 예순아홉까지의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

_「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중에서


저자는 책에서 “도대체 산다는 게 뭘까 싶었는데, 책을 읽으니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고, 하루하루가 좋았다”고 고백한다. 또 글쓰기 덕분에 지금 자신의 삶이 온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 읽기와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고, 교수가 돼서도 학생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과 글쓰기의 필요성을 전했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도 고루한 훈화 대신 책 읽기와 글쓰기로 삶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공독(共讀), 마음의 경계를 허물다」, 「독서, 인간의 으뜸가는 일」, 「에토스(Ethos), 운명을 바꾸는 글쓰기」, 「독서, 연민과 자기 이해의 여정」 에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로 나아가길 독려한다. 그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하는 일임을 책 전반에 걸쳐 말하고 있다.



작가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기어 올린 단어들

슬픔, 늙음, 방황 그리고...


삶은 항상 즐거울 수 없다. 희로애락 속에 자신을 담금질해 가야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에 일어나는 희로애락을 원숙하게 받아들인다. 기쁨보다는 일상의 균열을 일으키는 부정적 감정을 수면 위로 올려 일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만든다.

저자는 「애도, 슬픔을 기록하는 슬픔」에서 슬픔에 대해 말한다. 16년간 함께했던 강아지 ‘별이’가 세상을 떠난 후 그 슬픔을 기록하기로 한다. 글쓰기로 애도하며 그리움을 기록하고 그 존재를 기억하고 보존하려는 행위가 진정 애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려견과 이별의 순간과 애도하는 시간에 대해 쓴 글은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또 방황에 대해 말한다. 저자는 대학 시절 자살 여행을 떠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우연히 가출 소녀를 숨겨주게 된다. 소녀를 쫓던 폭력배들에게 달아나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으로 오는 길 “살고 싶다”라고 느꼈다고 한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킨 건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지키려고 애썼던 그 모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과시만이 SNS 계정에 도배되는 요즘, 슬픔도 기록될 수 있고 방황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는다. 일상의 균열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곳을 다시 메꾸면서 단단해지고 원숙해지는 법을 나눈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이국환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만남은 문학과 아내라 생각한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는 책으로, 아내를 만난 후에는 사람으로 세상을 배웠다. 천성이 내성적이라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책과 영화,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울적할 때는 기타를 연주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주로 고민이 있을 때 글을 쓰고, 직접 쓴 글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서 다시 쓰기도 한다. 운 좋게도 글 한 편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렸는데, 이를 통해 여기저기 글을 드러내게 된 것이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텔레비전에서 <다시 책이다>, 라디오에서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소개했다. 동아대 최우수 강의교수로 여러 번 선정되었다. 남은 생도 읽고 쓰며 살아가고 싶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양장본)

이국환 지음│270쪽│978-89-6545-678-003810
46판 양장(127*188)16,000원 | 2020년 11월 10일 출간 

예술과 철학에 찾은 삶의 무게,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애정, 고통과 불안 속에 버티는 삶의 가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의미를 저자의 단단한 사유와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볼 수 있다. 정해진 길보다 흔들리고 고민하며 걸어온 곳곳에 삶의 의미는 존재할 수 있다. 
책은 흔들리고 고민하며 불안을 안은 채, 그러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곧 다가올 오후도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특별판 양장 에디션) - 10점
이국환 지음/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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