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회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 

 일기 여행을 번역한 김창호 역자

 


안녕하세요. 와이 편집자입니다.

이번 산지니 저자와의 만남은 일기 여행을 번역한 김창호 역자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저술만큼 번역도 중요해졌지요. 이날 책을 번역한 이유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많은 분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이 책을 번역한 김창호 역자에게는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습니다. 대학교 입시 부정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영문학과 교수에 해직되었고 17년 동안 눈물겨운 복직 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복직 투쟁을 하는 동안,  일기 여행』을 쓴 말린 쉬위의 일기 수업을 듣고 감명받아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2003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일 년 동안 머무를 때,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의 글쓰기 센터에서 이 책의 저자 말린 쉬위를 만났다. 일기 쓰기 과정에 등록하여 말린의 지도를 받는 첫날, 우리 모두는 무슨 연유로 이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각자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해직 교수 생활 15년이 되는 때라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토로하게 되었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나는 개인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모든 현상을 외부적 관계로 바라보고 글을 작성하였는데, 지금부터 내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고 싶다.”라고 말할 때, 흐르는 눈물을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서른여덟 살에 해직이 되어 쉰두 살 중년이 되었으니, 팔팔한 젊은 시절을 실업자 생활로 가득 채운 나의 감회는 대중 앞에서 난생처음 눈물로 나타났다._ 본문 459


이날 역자는 강연 전해금 공연을 선보였습는데요. 이렇게 가까이서 해금 소리를 듣다니요해금 모양이 사람의 성대와 비슷해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라고 합니다손으로 줄을 주물러서 소리를 내는 악기라 연주자에 따라 음이 많이 달라진다고 하네요.



해금으로 <고향 생각>, <섬집 아기>, <홀로 아리랑>, <Amazing Grace(어메이징 그레이스)> 등을 연주했습니다. 두 다리를 모으고 온 마음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역자의 연주가 솔직하고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오신 분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었습니다.



재미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역자가 사는 곳은 청도, 소나무 숲속 마을입니다. 어느 날 자려고 누었는데 창밖에서 노인들 목소리가 들렸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술을 먹으면서 한탄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는데요. 알고 보니 부처, 예수, 공자, 소크라테스였다고 합니다.

자기들의 인생을 두고 인간들이 왈가불가하는 것을 두고 노인들은 인생을 잘못 산 것 같다고 한탄했다고 합니다. 이때 역자는, “형님들, 일기 안 썼죠?” 하며 일기를 썼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꿈을 꿨다고 합니다.

재치 있는 역자의 이야기에 실제로 있었던 일로 속을 뻔했답니다. 만약 그들이 일기를 썼다면, 우리는 그들에 대해 지금과는 다른 평가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게 된 계기에는 저자의 오랜 해직 투쟁 생활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17년 해직 기간 동안 세상은 남성 중심 사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고 하네요. 해직 투쟁을 하는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니,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해직됐을 당시 권력의 구조가 어디로 갔는지 살펴보게 되었고, 세상 밖에서 울지 못한 남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하네요. 역자는 남성 개인을 공격하기보다는 구조와 제도에 대해 비판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역자는 해직 투쟁하는 동안, 캐나다에 가게 되었을 때, 이 책을 쓴 말린 쉬위의 수업을 듣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면서 8주 동안 일기를 쓰고, 발표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발표를 하는 방식이었다고 해요. 작가는 이때 두 개의 일기를 발표했고 그중 어머니가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에 대해 쓴 일기를 읽었다고 합니다

수술할 때, 어머니 뱃속에서 나온 손바닥만 한 자궁을 보면서 통곡했다고 하네요
자궁은 우리의 근원이고 태초이죠.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책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일기의 내면세계를 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역자와 작가의 설전입니다. 역자가 보기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서양 중심주의 관점이 될 수 있고, 철 지난 분석일 수 있고, 개인을 편집증 환자로 몰아갈 수도 있는데요. 역자는 저자에게 정신분석이 일기 쓰기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물었고, 저자는 자신을 정확하게 알아가는 한 가지 방편에 불과하다고 답했습니다.

역자는 일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책을 번역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두터운 분량이었지만 역자의 강렬한 바람으로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외부와의 관계 속에서도 규정하지만 인류가 지금까지 오게 된 것도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어다보는 과정이 생략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머니의 자궁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고 대지의 어머니를 바탕에 두고 남성이 폭력과 제도를 다시 살펴봐야 합니다.

내면으로 들어가서 일기 쓰기를 시작합시다. 직선적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 나와 진실로 만날 수 있는 백지화로 만납시다.”

 

덧: 책을 만드는 동안 언제나 배려 깊게 편집자의 안부를 물어 주셔서 힘겨울 때 순간 힘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끔은 말 한마디에 기운이 불쑥 나기도 하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번역해주세요.


일기 여행 - 10점
말린 쉬위 지음, 김창호 옮김/산지니


 




Posted by 동글동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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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날개 2019.09.24 0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에 소홀해 지는 것 같아요. 매일..은 아니더라도, 짧게나마 하루를 정리하는 문장을 써봐야겠습니다.

  2. BlogIcon 동글동글봄 2019.09.24 14: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정말 매일은 아니더라도^^

9월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네요.

이번 여름은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남은 2019년도 끝까지 달려갈 힘을 얻는 재충전의 시간이 되셨기를 바래요.

 

무더운 여름, 잠깐 쉬어갔던 '월요일에 만나는 문학과 비평'

 가을바람과 함께 다시 시작해보려 합니다.

제4회 월문비에는 신정민 시인을 모시고,

시인의 작품세계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신정민 시인

1961년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다.
2003년 <부산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 <나이지리아의 모자> <저녁은 안녕이란 인사를 하지 않는다>를 썼다.

 

구모룡 평론가

1959년 밀양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론과 문학비평을 전공하였다.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평론(「도덕적 완전주의―김수영의 문학세계」)이 당선된 후 문학평론가로 활동해왔다. 무크지 <지평>,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 시전문계간지 <신생>에 관여하였다. 지방-지역-세계라는 중층적 인식 아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 『앓는 세대의 문학』, 『구체적 삶과 형성기의 문학』, 『한국문학과 열린 체계의 비평담론』, 『신생의 문학』, 『문학과 근대성의 경험』, 『제유의 시학』, 『지역문학과 주변부적 시각』, 『시의 옹호』, 『감성과 윤리』, 『근대문학 속의 동아시아』,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제유』, 『예술과 생활』(편저), 『백신애 연구』(편저) 등이 있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많은 분들의 참석 기다릴게요^ ^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에디터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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