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 2권, 3권 동시 출간

<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 제1권인 『루카치의 길—문제적 개인에서 공산주의자로에 이어 제2권 『삶으로서의 사유—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과 제3권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을 출간한다. 『삶으로서의 사유』는 게오르크 루카치 전공자 김경식 박사가 영문학자 오길영 교수와 함께 루카치의 자전적인 글을 옮긴 글로 『게오르크 루카치—맑스로 가는 길』의 개정증보판이다.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은 김경식 박사가 번역한 글로 루카치가 문학비평가로서 남긴 마지막 실제비평이다.

▶ 인류의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던

한 거대한 지성의 회고

극단의 시대를 살았던 실천적 사상가의 사유를 따라가다

이 책은 게오르크 루카치가 죽기 직전 병상에 누워 제자들과 나눈 대담과 그의 자전적 기록들을 옮긴 책이다. “혁명들의 시대” 한복판에서 인류의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던 한 거대한 지성의 역사적 회고와 자기 해명을 담은 루카치의 자서전은 루카치 제자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책에는 대담으로 구성된 자서전 이외에 루카치의 이력서 두 편과 루카치의 자전적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극단의 시대”를 살았던 한 실천적 사상가의 장대한 사유가 어떠한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삶을 통해 생성되고 발전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유가 루카치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형성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루카치의 일생을 그의 사유의 생성·발전·변화를 중심으로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역사적 공산주의”의 본질과 그 역사를 재인식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루카치 개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자 20세기 인류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담은 이 책은, 루카치를 처음 또는 다시 공부할 사람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루카치가 죽기 직전 병상에 누워 제자들과 나눈 대담

『삶으로서의 사유』는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나

이 책의 본론에 해당하는 루카치의 자서전 『삶으로서의 사유』는 보통의 자서전과는 달리 대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유는 루카치가 자서전 집필에 착수했을 때 이미 폐암에 걸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병세는 금방 악화되어 루카치 스스로 글쓰기도 할 수 없었고, 자료를 직접 찾아 읽을 수도 없었다. 루카치는 주제어와 미완성 문장으로 구성된 자서전 초안만 남긴 뒤 병상에 눕게 되었고, 그 상태에서 루카치의 제자들이 나서서 미완의 자서전을 ‘완성’할 수 있게 도왔다. 1971년 3월부터 5월 사이 이슈트반 외르시와 에르제베트 베제르가 루카치가 작성한 자서전 초안을 바탕으로 병상에 누운 루카치에게 질문하고 루카치가 이에 대해 답하는 방식으로 대담 작업이 이뤄졌다. 루카치가 1971년 6월 4일 타계했으니 이 자서전 작업은 그야말로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 마지막 남은 한줌의 힘까지 다 쏟아 완성한 역사적 회고라고 할 수 있다.

 

 

 

▶ 루카치, 자유와 공생을 위한 사유로서의 삶을 보여주다

루카치는 삶과 사상을 간단히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계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나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공산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그 길에서 오랜 망명 생활과 몇 차례 숙청의 위험을 견뎌야 했지만 공산주의자로서 그의 사유는 자기갱신의 노력을 멈춘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의례적인 것을 거부했던 루카치는 자신의 사상과 이론이 살아 있는 현실을 파악한 것이자 진보적 현실에 접목될 수 있는 것이 되기를 바랐다. 자유와 공생의 세상을 열기 위해 투쟁하고 사유했던 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은 이 시대에 다시 한 번 깊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 『게오르크 루카치—맑스로 가는 길』의 충실한 개정증보판

이 책은 1994년에 솔출판사에서 출간된 게오르크 루카치—맑스로 가는 길』의 개정증보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책은 번역을 대폭 수정했고 옮긴이가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각주 등을 통해 폭넓게 반영했다. 루카치의 이력서 두 편과 1918년에 쓴 자전적인 글을 새로 추가했다. 루카치의 주요 저서들을 중심으로 연보를 작성했고, 그 사이 국내에서 번역된 루카치의 저작들을 알 수 있도록 밝혀놓았다. 그리하여 이 책은 ‘개정증보판’이라는 이름에 충분히 값할 만큼 개선된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첫 문장

당적(黨籍) 없이 10년을 지낸 후 1967년에 당증(黨證)을 되받았을 때 게오르크 루카치는 자신의 생애에서 일어난 이 새로운 전환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25 현존 사회주의로서는 이러한 요구에 공개적으로 반박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전선을 이렇게 설정했기 때문에 루카치는 삼켜질 수도 내뱉어질 수도 없었다. 그가 역사의 끔찍한 타격들에 “마르크스로 돌아가자!”라는 구호로 반응하고 몇몇 중요한 문제에서 그 구호에 숨겨진 과제들을 상론(詳論)하려는 시도에 착수했을 때, 따라서 그가 현재를 의문시하는 가운데 자신의 충절을 과거(마르크스, 레닌의 혁명기 등등)와 미래로 갑작스레 옮겼을 때, 그는 자신의 인성에 안성맞춤일 뿐 아니라 그의 삶 및 작업과 조화를 이루는 하나의 비판적 구상을 발전시켰다. 이 비판적 구상 속에서 믿음에 할당된 과제는—비록 결정적이긴 하지만—딱 하나였다. 즉, 위로부터 이루어지는 이데올로기적·경제정책적·조직적 개혁을 거쳐 궁색한 마르크스적 현재에서 벗어나 마르크스적 미래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고무적인 가정을 믿음이 제공했던 것이다.

 

P.54 어머니에 맞서서 나는 일종의 빨치산 전(戰)을 벌였어요. 어머니는 우리에게 엄하셨거든요. 집에는 어두컴컴한 목재골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가 용서를 빌 때까지 우리를 그곳에 가두어 두는 것이 어머니가 가하는 벌의 일종이었어요. 형과 누이동생은 금방 용서를 빌었어요. 반면에 나는 약삭빠르게 구분해서 행동했습니다. 어머니가 나를 오전 10시에 가두시면 나는 10시 5분에 용서를 빌었어요. 그러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죠.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시간은 1시 30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오셨을 때는 가능하면 집안에 긴장이 없도록 하려고 하셨어요. 따라서 나는 1시가 지나서 갇혔다면 절대로 용서를 빌지 않았을 겁니다. 1시 25분이 되면 용서를 빌지 않았더라도 풀려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P.78 그것은 아름다운 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스크가 나의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블로흐는 내게 굉장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의 예를 통해 고래(古來)의 방식으로 철학하기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내게 심어주었거든요. 그때까지 나는 당대 신칸트주의 속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블로흐에게서 나는 마치 현대철학 전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이 철학하는 것을, 아리스토텔레스나 헤겔처럼 철학하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을 만났습니다.

 

 

 

저자 소개

 

게오르크 루카치(Georg Lukács, 1885~1971)

1885년 4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계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루카치는,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언어와 폭넓은 사유를 이 세상에 남겼다. 약관을 갓 넘은 나이에 집필하기 시작한 글들로 구성된 『영혼과 형식』으로 현대 실존주의의 원형을 제시한 그는, 몇 년 뒤 발표한 『소설의 이론』을 통해서는 형식과 역사의 내적 연관성을 중시하는 소설론 계보의 초석을 놓았다. 그가 혁명적 공산주의자로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통째로 바꾼 뒤 본격적으로 매진한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정치적 실천 경험이 바탕에 놓인 『역사와 계급의식』은, 그에게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라는 위명을 부여했다. 1920년대 말 헝가리 공산당 내 분파투쟁에서 패한 뒤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이론적‧비평적 작업을 통해 공산주의 운동에 복무하는 이데올로그로서의 삶을 살아나갔다. 1930~40년대에 그는 “위대한 리얼리즘”에 대한 요구로 수렴되는 문학담론과 『청년 헤겔』, 『이성의 파괴』 등의 집필을 통해 명시적으로는 파시즘 및 그것으로 귀결되는 서구의 비합리주의 전통에 맞서면서, 은밀하게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적 요소를 스탈린주의적 왜곡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루카치는 스탈린주의와의 근본적 단절과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적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른 성과는 미학에서 『미적인 것의 고유성』과 『미학의 범주로서의 특수성』으로, 철학에서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하여』와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로 묶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제안인 『사회주의와 민주화󰡕와 문학비평인 『솔제니친』이 태어났다. 그의 “삶으로서의 사유”, “사유로서의 삶”은 1971년 6월 4일, 그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자 소개

 

김경식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게오르크 루카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유연구자’로 혼자 공부하면서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게오르크 루카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통일 이후 독일의 문화통합 과정』(공저),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공저), 『루카치의 길: 문제적 개인에서 공산주의자로』,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게오르크 루카치: 맑스로 가는 길』(공역), 『고차세계의 인식으로 가는 길』, 『미적 현대와 그 이후: 루소에서 칼비노까지』, 『소설의 이론』,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공역), 『삶으로서의 사유: 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공역),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 등이 있다.

 

오길영

서울대학교 영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영문학 박사. 현재 충남대학교 영문과 교수.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평론집 『힘의 포획』(2015), 연구서 『포스트미메시스 문학이론』(2018), 『세계문학공간의 조이스와 한국문학』(2013), 『이론과 이론기계: 들뢰즈에서 진중권까지』(2008) 등이 있다.

 

 

목차

 

 

삶으로서의 사유

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


게오르크 루카치 지음 | 김경식·오길영 편역 신국판 변형 | 30,000

9788965456193 93160


이 책은 게오르크 루카치가 죽기 직전 병상에 누워 제자들과 나눈 대담과 그의 자전적 기록들을 옮긴 책이다. “혁명들의 시대” 한복판에서 인류의 문제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던 한 거대한 지성의 역사적 회고와 자기 해명을 담은 루카치의 자서전은 루카치 제자들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책에는 대담으로 구성된 자서전 이외에 루카치의 이력서 두 편과 루카치의 자전적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극단의 시대”를 살았던 한 실천적 사상가의 장대한 사유가 어떠한 사회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떠한 삶을 통해 생성되고 발전되었는지, 그리고 그 사유가 루카치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고 형성했는지를 생생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루카치의 일생을 그의 사유의 생성·발전·변화를 중심으로 따라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역사적 공산주의”의 본질과 그 역사를 재인식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루카치 개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자 20세기 인류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담은 이 책은, 루카치를 처음 또는 다시 공부할 사람들에게 더없이 유익한 입문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으로서의 사유 - 10점
게오르크 루카치 지음, 김경식 외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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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 2권, 3권 동시 출간

 

<루카치 다시 읽기> 시리즈 제1권인 『루카치의 길—문제적 개인에서 공산주의자로󰡕에 이어 제2권 『삶으로서의 사유—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과 제3권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을 출간한다. 『삶으로서의 사유』는 게오르크 루카치 전공자 김경식 박사가 영문학자 오길영 교수와 함께 루카치의 자전적인 글을 옮긴 글로 『게오르크 루카치—맑스로 가는 길󰡕의 개정증보판이다.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은 김경식 박사가 번역한 글로 루카치가 문학비평가로서 남긴 마지막 실제비평이다.

 

 

▶ 루카치가 문학비평가로서 남긴 마지막 실제 비평 『솔제니친』

 

이 책은 1970년 11월 옛 서독의 루흐터한트 출판사에서 발간한 『솔제니친』(Solschenizyn)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루카치는 1960년대 초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거의 전적으로 존재론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 와중에 쓴 문학 관련 글은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솔제니친 평문을 제외하면 짧은 에세이 몇 편과 독일어판 전집 가운데 1960년대에 발간된 몇 권의 책머리에 붙인 서문에 불과하다. 그런 루카치가 솔제니친에 대해서만큼은 두 번에 걸쳐서, 그것도 장문의 에세이를 썼다. 루카치에게 솔제니친의 등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으로 다가왔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위한 문학비평적 실천

책은 솔제니친에 관한 두 편의 평론과 『역사소설』(Der historische Roman)의 한 부분을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첫 번째 에세이 「솔제니친—『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Solschenizyn: Ein Tag im Leben des Iwan Denissowitsch”)는 1964년에 처음 발표된 글이다. 이 글에서 루카치는 1962년에 세상에 나온 솔제니친의 노벨레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중심으로 그의 몇몇 노벨레를 고찰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글에서 거대한 역사적 시야와 문학사적 안목, 그리고 미학 및 문학이론과 작품 자체에 대한 섬세한 고찰이 한 편의 문학비평 속에서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

루카치가 1969년에 집필한 두 번째 에세이 「솔제니친의 장편소설들」(“Solschenizyns Romane”)은 솔제니친의 두 편의 장편소설, 즉 『제일권(第一圈)』과 『암병동』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 글은 루카치 자신이 구축한 마르크스주의 존재론에 입각한 문학이론과 문학비평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데, 그의 존재론이 마르크스주의의 스탈린주의적 왜곡을 극복한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위한 작업이듯이, 루카치의 솔제니친 읽기는 스탈린주의 및 스탈린식 ‘사회주의 리얼리즘’과의 총체적 단절을 통과하고서야 이룩될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재생을 위한 작업이다. 루카치는 솔제니친의 작품들을 그러한 방향의 흐름 한가운데에 있는 것으로 읽는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객체들의 총체성’과 ‘운동의 총체성’」은 1936~37년에 집필된 『역사소설』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루카치의 ‘중기 문학론‧소설론’에 해당하는 이 글을 통해 우리는 그의 ‘후기 문학론‧소설론’에 속하는 『솔제니친』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며, 『솔제니친』에서 계속 거론되는 노벨레와 장편소설, 그리고 극문학에 대한 미학적 이해를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재생을 알리는 문학적 성취로 읽다

세간에 ‘반공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알려진 솔제니친의 작품들을, 루카치는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재생을 알리는 문학적 성취로 읽는다. 루카치의 두 편의 에세이는 그의 그러한 해석과 평가가 그리 역설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실상에 부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솔제니친의 문학적 업적에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는 이 책에서도 루카치는 솔제니친의 문제적 지점들을 잊지 않고 있는데, 책 말미에서 루카치는 솔제니친의 장편소설이 노정하는 “평민주의” 경향과 이를 문학적으로 넘어서게 하는 “리얼리즘의 승리”의 부재 등을 이데올로기적‧미학적인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루카치의 이러한 지적은 루카치 사후에 솔제니친이 나아갔던 행보에 대한 우려 섞인 예측이자 사태에 선행한 만류로 읽힌다.

루카치의 솔제니친 읽기에서 우리는 이러한 내용적‧이데올로기적인 비평뿐만 아니라 이와 떼려야 뗄 수 없게 결부된 마르크스주의적 “장르 비평”을 만나게 된다. “마르크스주의 장르 개념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개별 텍스트에 대한 내재적이고 형식적인 분석을 형식의 역사 및 사회적 삶의 전개 양자에 관한 통시적 전망과 통합시켜주는 그 매개 기능에 있다”면,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텍스트가 바로 『솔제니친』이다.

 

 

 

▶ 사유의 유연함,

부단한 자기갱신의 성과로 읽을 수도 있는『솔제니친』

『솔제니친』에서는 1930년대 초부터 1950년대 중반까지 루카치가 제시한 마르크스주의적 문학론‧소설론과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확인할 수도 있다. 루카치는 1960년대를 자본주의 체제와 사회주의 체제가 동시에 위기에 봉착한 역사적 국면으로 읽는다. 루카치는 인류가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해방의 길로 나아갈 수 길을, 본래의 마르크스에 입각해서 마르크스주의를 총체적으로 재구축하는 데에서 찾는다. 그리하여 루카치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유물론적이고 역사적인 존재론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이론적 작업을 시도했는데, 『솔제니친』은 그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문학비평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로 1930년대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그의 기존의 문학비평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를 두고 이론적 파탄으로 평가하는 입장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사회역사적 상황, 새로운 인간문제에 반응하는 작품들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의 결과가 자신의 이론 일부를 허무는 것까지 용인하는 사유의 유연함, 사유의 부단한 자기갱신이 거둔 성과로 『솔제니친』을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첫 문장

노벨레와 장편소설의 미학적 관계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연구된 바 있다.

 

책속으로 / 밑줄긋기

P.15 오늘날 소련문학에서도 진보의 힘들은—서정시를 별도로 친다면—노벨레 주위로 집중되고 있다.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만이 유일하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아는 한 그가 스탈린적인 전통의 이데올로기 장벽을 부수고 진정한 돌파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에게는—그리고 같은 지향을 가진 작가들에게는—앞서 거론한 중요한 부르주아 작가들의 경우와는 달리 한 시기의 종결이 문제가 아니라 시작이 문제이며, 새로운 현실의 최초의 탐색이 문제이다. 이를 밝히는 것이 이어지는 설명의 과제이다.

 

P.16 오늘날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중심 문제는 스탈린 시대를 비판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전체의 주요 과제이다. 여기에서 나는 문학의 영역에 한해서 논할 것이다. 스탈린 시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마저 왕왕 경멸적인 욕설로 되어버린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1920년대에 획득했던 수준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현재의 인간을 리얼하게 형상화하는 길을 되찾아야만 한다.

 

P.21 그런데 문제는 결코 단순히 일회적인 사건 및 이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그것들의 연쇄이다. 항상 이전의 반응은 그 후에 행하는 반응의 중요한 계기이다. 따라서 과거를 들춰내지 않은 채 현재를 발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사회주의적인 당대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문학적 자기 재발견을 위한 의미심장한 서곡이다

 

 

 

저자

 

게오르크 루카치(Georg Lukács, 1885~1971)

1885년 4월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대계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난 루카치는,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언어와 폭넓은 사유를 이 세상에 남겼다. 약관을 갓 넘은 나이에 집필하기 시작한 글들로 구성된 『영혼과 형식』으로 현대 실존주의의 원형을 제시한 그는, 몇 년 뒤 발표한 『소설의 이론』을 통해서는 형식과 역사의 내적 연관성을 중시하는 소설론 계보의 초석을 놓았다. 그가 혁명적 공산주의자로 삶의 양식과 세계관을 통째로 바꾼 뒤 본격적으로 매진한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정치적 실천 경험이 바탕에 놓인 『역사와 계급의식』은, 그에게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라는 위명을 부여했다. 1920년대 말 헝가리 공산당 내 분파투쟁에서 패한 뒤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그는, 이론적‧비평적 작업을 통해 공산주의 운동에 복무하는 이데올로그로서의 삶을 살아나갔다. 1930~40년대에 그는 “위대한 리얼리즘”에 대한 요구로 수렴되는 문학담론과 『청년 헤겔』, 『이성의 파괴』 등의 집필을 통해 명시적으로는 파시즘 및 그것으로 귀결되는 서구의 비합리주의 전통에 맞서면서, 은밀하게는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적 요소를 스탈린주의적 왜곡으로부터 지키고자 했다. 1950년대 중반부터 루카치는 스탈린주의와의 근본적 단절과 마르크스주의의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이론적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른 성과는 미학에서 『미적인 것의 고유성』과 『미학의 범주로서의 특수성』으로, 철학에서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하여』와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로 묶였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제안인 『사회주의와 민주화』와 문학비평인 『솔제니친』이 태어났다. 그의 “삶으로서의 사유”, “사유로서의 삶”은 1971년 6월 4일, 그의 죽음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역자

 

김경식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게오르크 루카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자유연구자’로 혼자 공부하면서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게오르크 루카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통일 이후 독일의 문화통합 과정』(공저),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공저), 『루카치의 길: 문제적 개인에서 공산주의자로』, 『소설을 생각한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게오르크 루카치: 맑스로 가는 길』(공역), 『고차세계의 인식으로 가는 길』, 『미적 현대와 그 이후: 루소에서 칼비노까지』, 『소설의 이론』,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을 위한 프롤레고메나』(공역), 『삶으로서의 사유: 루카치의 자전적 기록들』(공역),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 등이 있

다.

 

 

목차

 

 

 

루카치가 읽은 솔체니친


 

게오르크 루카치 지음 | 김경식 옮김 신국판 변형 | 18,000

9788965456209 93890


이 책은 1970년 11월 옛 서독의 루흐터한트 출판사에서 발간한 『솔제니친』(Solschenizyn)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루카치는 1960년대 초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거의 전적으로 존재론 작업에만 매달렸다. 그 와중에 쓴 문학 관련 글은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솔제니친 평문을 제외하면 짧은 에세이 몇 편과 독일어판 전집 가운데 1960년대에 발간된 몇 권의 책머리에 붙인 서문에 불과하다. 그런 루카치가 솔제니친에 대해서만큼은 두 번에 걸쳐서, 그것도 장문의 에세이를 썼다. 루카치에게 솔제니친의 등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건으로 다가왔는지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루카치가 읽은 솔제니친 - 10점
게오르크 루카치 지음, 김경식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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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