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되고, 사라지고…여전히 안 괜찮다…전태일, 그 후 50년

50주기 맞아 11개 출판사

공동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
책 11권 노동절 맞춰 출간

“전태일이 분신 항거하며 세상을 바꾸는 촛불이 된 지 50년, 우리 사회는 그동안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빈부의 격차는 더 심해지고 그때의 시다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주변에 넘쳐나고,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외침은 지금도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다시 전태일을 부르고 전태일과 손잡고 우리 모두 전태일이 되자고 나서고 있습니다.”(전태일재단 이수호 이사장)

전태일은 생전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자투성이 어려운 노동법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그는 1969년 재단사 친구 10여명과 함께 ‘바보회’를 꾸려 엄혹한 평화시장의 노동 현실을 바꾸려 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50주기를 맞는 2020년 열한 개 출판사들이 뜻을 모아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하는 열한 권의 책을 냈다. 1일 노동절에 맞춘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시리즈이다.

시작은 2018년 12월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10여곳의 출판인들이 모여 2020년 전태일 50주기를 기념해 책을 한 권씩 내기로 결의를 다진다. 앞서 전태일 40주기 때는 출판사 네 곳이 힘을 합쳐 <너는 나다-우리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라는 책 한 권을 펴냈다.

50주기에는 여러 출판사들이 공통의 주제 의식으로 각각의 책을 펴내자는 의견이 모였다. 주제는 ‘더불어 살기’. 전태일의 친구들처럼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보리, 북치는소년, 비글스쿨, 산지니, 아이들은자연이다,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 등 열한 개 출판사가 1년5개월 준비 과정을 거쳐 우리 시대 전태일의 정신을 알리는 각양각색의 책을 펴냈다.

전태일이 살아있다면 오늘의 현실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정규직 노동자는 해고되고, 비정규 노동을 하던 이는 사라졌다. 두 사람은 닮은꼴이다. 고용 형태가 다른데도 자꾸 나풀나풀 가벼워지라는, 아니 저렴해지라는 노동시장의 요구를 받다보니 닮아버렸다. … 가벼워진 노동을 덧입은 우리는 어디론가 사라질 것만 같다. 이대로 괜찮지 않다. 그래서 기록한다. 사라지기 전에. 아니 사라지지 말라고.” 굴뚝에 올라 400일 넘게 버티고, 아스팔트 바닥을 오체투지하며 기고, 한 뼘 천막에서 단식 농성을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여기, 우리, 함께>는 우리 시대 전태일들을 다룬 노동 현장의 기록이다. 50년 전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꿈꿨던 전태일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가난했던 어린 노동자에게도 팬덤이 있습니다. 50년 전 그날 이후 그를 따르는 무리입니다. 그는 땀 흘리며 눈물짓는 불입니다. 그를 모르는 모든 나에게 나는 너라고 외치는 소리가 천지사방으로 번져 모든 나는 그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JTI 팬덤 클럽>은 역대 전태일문학상 수상자 여섯 명의 창작 작품집이다. 전태일(JTI)을 떠올리며 “모두 다 같이 소리 질러 외치는 함성”을 담았다.

이렇게 노동자 투쟁기, 창작소설집, 기본소득 안내서, 중국여성노동자 이야기, 곤충그림책, 청소년을 위한 노동인권수업, 노동자문학, 진보정당 이야기, 노동인문학, 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 다큐멘터리 만화책 등 다채로운 결과물이 나왔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정훈 철수와영희 대표는 “우리 사회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바보 같은 출판사’ 열한 군데가 모여 책을 펴냈다”면서 “제목 하나를 정하는 데만도 여러 말이 나올 수 있는데 어떠한 갈등도 없이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진행됐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내용이 뻔하지 않도록 다양한 기획을 시도했다”며 “오늘날 전태일정신이 어떤 의미일지 확장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전태일 열사 기일인 11월13일까지 이들은 함께 사업을 이어간다. 도서마다 인세 1%를 전태일재단에 기부한다.



Posted by 예빈박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코로나19와 '기생충' 그리고 전태일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기사링크]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엉뚱하게도 두 편의 영화를 생각한다. 하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고, 다른 하나는 1995년 개봉한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하 ‘전태일’)이다.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과 영화적 성공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전태일’도 제16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촬영상을 휩쓸면서 “숭고와 환희가 하나로 느껴지는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영화다.


                                     


코로나 19 부유층엔 남 일일 수도

저소득층에 가장 큰 피해 될 우려

불평등, 빈부격차 등 고발 '기생충'

메시지보다 상품성으로 더 소비돼

전태일 50주기에도 사회모순 여전

몸사르며 던진 그의 외침 되새겨야



코로나19와 ‘기생충’ 그리고 ‘전태일’ 사이엔 서로 통하는 하나의 맥이 있다. 우리 사회에 내재한 기회의 불평등과 빈부의 격차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저소득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사람의 대응은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부자와 빈자가 극명하게 다르다.

국민 대부분이 공포에 떨어도 부유층은 코로나19 사태를 남의 일로 여기고 있을지 모른다. 식료품이나 약품 등 거의 모든 물품을 배달원이 집 앞에 가져다 주니 일상에 큰 불편이 없어 생활이 더 편해졌을 수 있다. 서민은 몸에 이상을 느껴도 제대로 검사받기 힘든데, 어떤 이는 사설 기관에서 비싼 돈 들여 개별적으로 검사받는다. 없는 이들에겐 꿈같은 이야기지만, 일부 부유층은 코로나19를 피해 해외로 도망치듯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이 혼란의 와중에 값비싼 명품 마스크를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반 마스크 한 장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는 서민이 부지기수다.

또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이 끊기고 기초수급자에게 실시하던 무료 진료도 중단되고 있다. 독거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향한 도움의 손길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저소득층이 사회 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기생충’은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을 익살맞고 다양한 상징을 통해 효과적으로 녹여 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세계인의 공감을 자아낸 것은 그런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한다.

영화에는 과문한 처지에서 말하기가 미안하지만, 그러나 ‘기생충’을 봤을 때 무언가 불편했다. 불평등과 계급 간 갈등은 보여주는 듯했으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영화 끝부분, 송강호는 꼭 이선균을 죽여야만 했을까. 냄새로 상징되는, 이선균으로부터 받은 모멸감이 누적돼 결국 분노로 폭발한 것인가. 계급 간 갈등을 순전히 적대적인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만 다룬 건 아닌가. 사회 모순을 너무 절망적으로 해결하려는 건 아닌가.

여하튼 그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었는데, 결국 ‘기생충’은 우리 사회에 내재한 불평등의 현상을 고발할 뿐, 그 현상의 기저에 있는 원인도, 현상을 깨기 위해 무얼 해야 할지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게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이는 지금 이 영화가 소비되는 행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기생충’이 고발하는 사회 문제는 고민하지 않고 영화적 성공에만 환호한다. 영화에 등장한 장소들이 관광 코스로 조성되고, 가난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도 사람들은 좋아라 하며 거기를 찾아 간다. 한편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봉준호 감독 동상을 건립하고 생가를 복원하겠다고 나서는, 어이없는 일들까지 벌어진다. 그러면서 정작 현실에서 영화의 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들이 어째서 반지하에서 살 수밖에 없는지 묻지 않는다.

영화 ‘전태일’은 실존 인물 전태일의 생존 당시 열악했던 노동 현실을 성실하게 드러내고 나아가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태일이 스스로 몸을 사르며 세상에 던진 외침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태일은 거의 잊고 있다. 과연 지금의 노동 현실이 전태일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개선됐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기생충’을 넘어 전태일을 봐야 하지 않을까.

올해는 전태일 50주기가 되는 해다. 전태일재단 등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산지니 등 국내 12개 출판사가 연대해 전태일을 주제로 한 책을 5월 1일에 동시 출간하는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가 특히 눈에 띈다. 시대적 과제가 된 불평등과 양극화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지금 대통령도 정치권도 ‘기생충’으로 웃기만 할 뿐, 그 안에서 봐야 할 전태일은 외면한다. 어쩌면 봉준호 감독은 관객들이 ‘기생충’을 통해 전태일을 보기를 바랐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손가락이고 전태일은 달일 테다. 손가락은 달을 가리키는데, 달이 아닌 손가락만 보고 있어서야 되겠는가!

ⓒ부산일보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소식 보러 가기<<



Posted by 예빈박사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