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콜럼비아대학 석좌교수이자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 『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아리프 딜릭의 첫 저서가 드디어 국내 출간되었습니다. 


『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은 


1.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의 유가적 역사관에 일으킨 혁명을 탐구합니다.


과거에 중국에서 역사란 운명과 권선징악의 영역이었습니다. 

유물론적 역사관은 이러한 중국의 유교적 역사관에 혁명을 일으켜 

지도자의 품성이 아니라 중국 사회를 파고드는 심층적 연구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2. 역사가들이 어떻게 오늘의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쓰려고 했는지 했는지 보여줍니다.


역사학자들의 치열한 논쟁은 지적 유희가 아니라 철저히 실용적인 것이었습니다.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혁명과 역사』는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이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에도 시사점이 있는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오늘 여기에서 행동하는 데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마르크스주의, 중국의 역사관에 혁명을 일으키다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의 저자이자 35년간 미국 듀크대학에서 역사와 인류학 교수로 재직한 아리프 딜릭의 『혁명과 역사』가 국내 출간되었다. 중국 역사학의 혁명기를 다룬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전대미문의 작업에 천착했는지 보여준다. 약 20년에 걸친 열띤 논쟁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는 권선징악과 운명의 영역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내재적 힘들이 상호작용하는 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중화인민공화국에서 유물론적 역사 개념은 공식적인 비호를 받으며 역사학계를 독점했고, 수많은 인민들에게 전파되었다. 저자는 “역사적 유물론은 공산주의가 20세기 중국 사회에 야기한 혁명적 변화에 대한 지적 영역에서의 대응물”이라 말한다. 독자들은 『혁명과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주요 역사학자들의 공헌과 한계를 파악하고, 혁명을 꿈꾸었던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1919년에 일어난 5·4 운동.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았다.


“오늘날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 이해하기”

신문화운동 이후, 사회문제 부각되자 주목받은 마르크스주의 역사관

『혁명과 역사』는 근대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적 역사 해석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사상의 역사’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상아탑에서 벌어진 지적 유희를 다룬 것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에 있어 역사는 단순한 취미의 대상도 아니며 학문적 사업도 아니다. 반대로 그것은 기능적이며 현저히 실용적이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절박하게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다. (…) 당대 사회의 발전의 동력에 관한 비밀이 역사 안에 담겨 있다고 믿었고, 스스로 사회의 운명을 변화시키고자 열망했기 때문이다. (…) 그들의 역사학적 노력은 20세기 초부터 내려온, 중국 역사와 당시의 시대적 변화의 요구를 일치시키려는 역사 다시쓰기의 최신의 경향을 대표했다. 

_서론, 20쪽

그렇다면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은 어떠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는가? 19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신문화운동은 인습 타파를 선언하며 전통적 역사 해석의 권위를 손상시켰다. 유가적 역사관에서 역사는 인간의 행동을 인도하는 영속적인 도리들이 운명으로 발현되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신세대를 길러내려는 신문화운동 사상가들이 가족 조직과 여성의 지위와 같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를 역사적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이해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이 주목받게 되었다. 정치적이고 지적인 현상들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사회적 공간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역사적 유물론이 역사적 방법으로서의 미덕뿐만 아니라 혁명의 문제와 연관되었기 때문에 이 시기 중국 지식인들 사이에서 호소력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 유물론이 중국인들에게 주목받은 1920년대 중반은, 마르크스가 역사 이론을 형성한 시기의 유럽이 그러했듯이 낡은 질서의 파괴와 새로운 세력의 등장에서 사회의 혁명적 변화가 나날이 확연해지던 때였다.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현재에 혁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사회역사논쟁의 주요 논자들이었던 타오시성(左), 궈모뤄(右)


국공 연합의 붕괴를 전환점으로 시작된 ‘사회역사논쟁’

계급투쟁이 시급한가, 봉건·제국주의 세력 파괴가 우선인가?

1925년부터 1927년까지 진행된 혁명운동은 중국에서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정치 발전의 전환점이 되었다. 1925년까지 혁명은 주로 정치적 억압에 대한 저항으로 인식되었으나, 점차 계급투쟁 측면이 부각되면서 1927년에는 결국 국공연합이 해체되었다. 계급투쟁이 먼저인지, 봉건 엘리트와 제국주의 세력을 파괴하는 것이 먼저인지에 대한 논쟁에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립했던 것이다. 이 논점에 대하여 트로츠키와 스탈린 사이에 벌어진 논쟁이 전해지면서, 중국에서도 비슷한 양상의 상호 논박에 불씨가 붙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역사에 대한 본격적인 유물론적 분석을 최초로 제기한 ‘사회역사논쟁’이다.

저자는 ‘사회역사논쟁’을 1930년대 중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적 현상”이라 명명한다. 이 열정적인 “소란”에서 국민당의 급진주의자, 공산당의 스탈린주의파, 그리고 이후 공산당에서 축출된 트로츠키주의파는 각각 중국의 역사를 다시 쓰는 분석을 내놓으며 첨예하게 대립했다. 국민당 좌파들은 계급 구조의 모호성 때문에 중국에는 지배적 계급이 없고, 정치·경제적 통합을 약화시키는 계급투쟁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산당은 계급투쟁을 통합의 선제조건으로 인식했고, 토착 자본과 제국주의 외국 자본을 구분하며 부르주아가 봉건 세력과 제국주의자들의 억압에 복종했지만 미래에 재동맹이 이루어졌을 때 혁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 가장 강경했던 트로츠키파는 중국 부르주아가 외국세력과 구분되지 않으며, 해방을 위한 혁명적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논자들은 당시 중국이 처한 곤경이 제국주의와 중국 사회의 복잡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었다. 그리고 당시 상황의 뿌리를 역사에서 발견해 그들의 혁명 전략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이들이 중국의 봉건제와 노예제에 대해 내놓은 상이한 주장과 분기관은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중국의 사료나 역사 유물론의 개념을 왜곡하지 않고 중국 역사 발전을 설명하는 포괄적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독창적 연구의 바탕이 된 마르크스주의 사학

사회가 변화할 때마다 역사 문제는 되살아난다

물론, 유럽의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역사 범주를 통해 중국 사회를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역사 발전이 보편적 모델을 따른다고 간주할 필요는 없었지만, 혁명적 계급투쟁의 이론적 필요성을 포기할 수 없었던 중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보편적” 모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이론적 개념과 중국 역사의 해석, 양자의 단순화였다.

중국에서 혁명이 퇴조함에 따라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을 폄하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마르크스주의 사학자들의 발견은 이미 주류 사학계의 일부가 되었다. 중국의 역사가들은 마르스크주의적 모델이 제공한 새로운 중국 역사관으로부터 독창적인 연구를 이끌어냈으며, 표면적으로는 공허한 충돌의 원인이 되었던 여러 모델은 중국 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파고드는 심층적 연구의 바탕이 되었다. 따라서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하는 데에 『혁명과 역사』는 필수적인 책이다. 번역자 이현복은 『혁명과 역사』 영어 원서의 오류를 바로잡고 중국어판에 실린 중국어 1차 자료를 번역하여 언어의 치환을 넘어서서 깊이 있는 자료를 구성했다.

역사 문제는 사회 변화의 순간마다 거듭해서 되살아난다. 중국에서 혁명의 문제가 지속되는 한, 역사의 문제 또한 새로이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역사학자들이 그린 혁명의 청사진을 추적하며, 우리나라의 독자들도 ‘실천’이라는 오래되었지만 빛바래지 않은 단어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출처: Centre for the Study of Developing Societies

지은이 : 아리프 딜릭(Arif Dirlik)

1940년 터키 메르신 출생. 이스탄불 로버트대학에서 전기공학으로 학사학위를, 뉴욕 로체스터대에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로 중국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역사, 인류, 문화, 정치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와 저술활동을 전개해왔다. 듀크대학에서 역사와 인류학 교수로서 35년을 재직하였고 2001년 오레곤대학으로 옮겨 사회과학 석좌교수(Knight Professor)로 역사와 인류학을 연구하고 가르쳤으며 비판이론과 다국적 연구센터(Center for Critical Theory and Transnational Studies)의 센터장으로 재직했다. 이외에도 홍콩중문대학,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 빅토리아대학, 캘리포니아대학,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중국 칭화대학 등에서 석좌교수, 명예교수 등으로 재직했으며 2016년 2월에 브리티시 콜럼비아대학에서 석좌교수(Green Professor)로 임명될 예정이다.

대표 저서로는 Revolution and History: Origins of Marxist Historiography in China, 1991-1937, The Postcolonial Aura: Third World Criticism in the Age of Global Capitalism, Culture and History in Postrevolutionary China: The Perspective of Global Modernity 등이 있으며 국내에서는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눈뜨기』,『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이 : 이현복

1971년 서울에서 출생해 고려대학교에서 중국근현대문학을 전공했다. 2011년 고려대학교에서『청말 新政時期 문학담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고려대학교 중국학연구소에서 청말부터 중국 현당대에 이르기까지 문화 및 문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淸末 도덕 개혁의 一端-譚嗣同의 『仁學』을 중심으로」, 「1930년대 중국 문예에서의 자유와 진실의 의미-自由人ㆍ第3種人論爭의 再考」 등이 있다. 역서로는 『무중풍경』(공역), 『타이완의 근대문학』(공역) 등이 있다.


차례




혁명과 역사: 

중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기원 1919~1937

아리프 딜릭 지음 | 이현복 옮김 | 신국판 336쪽

978-89-6545-325-3 93910 | 28,000원 | 2016년 2월 15일 

중국 역사학의 혁명기를 다룬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가 중국에 소개된 이후 중국의 역사가들이 어떻게 유교적 역사관을 넘어 사회 자체에서 발전의 동력을 찾는 전대미문의 작업에 천착했는지 보여준다. 약 20년에 걸친 열띤 논쟁을 통해 중국에서 역사는 권선징악과 운명의 영역에서 사회경제 구조의 내재적 힘들이 상호작용하는 변화의 장으로 바뀌었다. 『혁명과 역사』를 통해 오늘날 중국 역사의 근저를 이루는 주요 역사학자들의 공헌과 한계를 파악하고, 혁명을 꿈꾸었던 역사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혁명과 역사 - 10점
아리프 딜릭 지음, 이현복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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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_ 『배회하는 유령』 인훙 지음|이용욱 옮김|산지니|384쪽|30,000원

우리가 잊었던 사이 이미 크게 바뀌었던 중국 문학의 새로운 사유, 중국 문화의 몰랐던 저력, 그리고 더욱 변화해나갈 중국을 향해 우리는 긴밀한탐색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를 ‘탐색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끄는 까닭이다


 



 
  
 

프로이트주의는 중국 신문화 전개의 선구자 중 한명이었던 왕궈웨이(王國維)가 1907년 중국에 번역해 내놓은 해럴드 회프딩의 『심리학개론』이라는 책의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라는 글로 중국에 처음 소개됐지만, 그것은 프로이트주의 혹은 정신분석학이 아닌 전반적인 무의식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기술한 것이었다.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였던 장둥쑨(張東蓀)이 1920년에 <時事新報> 총편집으로 재직하면서 발표한 논문 「정신분석을 논함」이 20세기 초기 정신분석학을 처음으로 중국에 체계적으로 소개한 한 편의 좋은 글로 평가된다. 하지만 량치차오(梁啓超)의 연구계 제자였던 장둥쑨은 최근 조금씩 그에 관한 학술연구가 허가되기 전까지는 한동안 이름이 잊힐 수밖에 없었던 지식인이었다(중국 학계에서 그에 대한 관심이 다시 일기 시작한 것 역시 1992년 이후의 일이다). 그 뒤 중국 근대 문학 발전에 아주 큰 공헌을 했던 궈모뤄(郭沫若)와 주광첸(朱光潛), 그리고 루쉰(魯迅), 판광단(潘光旦) 등으로 그 문예적 영향이 연결됐다. 이렇게 적지 않은 중국 지식인들은 신문화운동이 급진적 혁명으로 내달려 한껏 진행되기 전까지 프로이트주의라는 문화 사조의 틀 안에서 그것을 자신의 문화관 혹은 세계관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프로이트주의는 1930년대에는 일본의 침략이 시작되고 소련의 영향이 보다 강해지면서 중국의 문학 무대 위에서 차츰 멀어져갔으며, 1949년 이후로는 중국 문화 속에서 사라져버린 문화 사조였다. 그러던 프로이트주의가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로 권토중래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프로이트주의가 중국 문학에 미친 영향을 최초로 심도 있게 탐구해 정리해낸 저작이 바로 이 책이라는 점에 우리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제3사조 물결 속에서 집필된 책 
이 저작이 관심을 끄는 것은 1980년대 중반 중국에 ‘제3사조’ 물결이 일어난 뒤 1989년의 천안문사태를 겪은 중국이 1992년 사회주의시장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온 저서라는 점이다. 중국 지식인들의 문학에 대한 역사적 시야와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추구한 중국의 변화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시장경제는 중국이 프롤레타리아 독재 문화의 대중 지배권을 해체하고 다원적인 시장경제적 문화 자유의 시대로 들어선 출발점이었다. 덩샤오핑과 후야오방 시대의 가수 펑리위안(彭麗媛)의 「희망의 들판에서」나 리구이(李谷一)의 「향련(鄕戀)」과 같은 노래는 탈계급화한 문화풍을 지향점으로 삼아 중국이 맞이할 새로운 방향을 그려내고자 했다. 대중적 감성의 차원에서도 새로운 문화풍이 형성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기조에서 저자는 신문화운동 이후의 계급투쟁 사조가 중국의 1930~1970년대에 가져온 영향에 대해 반성적인 시각을 통해 검토하면서, 새로운 중국의 진로를 열어가고자 하는 바람을 펼쳤다. 흥미로운 것은 이 대목에서도 낭만주의 문학의 영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하지 않을 수 없던 지난 1980년대 중국 지식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중국 낭만 문학의 지위를 높이 사는 데 방점을 찍었기 때문에 儒家 문화에 대해서는 상대적 관용을 보인 반면, 전통문화 정신 부정을 핵심 기조로 삼았던 5·4 신문화운동 혹은 천안문운동에 대해서는 ‘아우프헤벤(Aufheben)’을 지향한 것도 예상할 수 있는 독법이다. 중국 민국 시기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혹은 민주주의자로 꼽혔던 장둥쑨이나 후스(胡適)와 같은 지식인이었다고 해도 중국 자신의 고유문화를 부정하였던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중국 근현대 문학의 역사적 노정에 서서 그것을 직접 체득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1920년대 이후의 공산주의 운동의 흐름이 중국을 소련식 체제로 바꿔놓았으며, 이것이 우리에게는 분단의 아픔의 계기를 제공하는 사태로 이어진 탓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중국의 20세기 문학에 대한 우리의 인문학적 탐색에 어려움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프로이트주의는 청춘의 낭만주의와 탈계급화한 사실주의를 개혁개방 혹은 시장경제 이후의 중국 문화 속에서 살려내면서도 과거 혁명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야에서 분석하고 반성해 볼 수 있는 심리학적 분석의 틀을 제공한다. 이것이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지식인이 프로이트주의에 대해 다시금 커다란 포부와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문예미학 이론, 문학비평 실천 및 문학 창작의 시야 속에 녹여내고자 한 까닭이다.


프로이트주의는 작가 작품 속의 무의식 경향과 의도에 관심을 갖게 할 뿐 아니라 텍스트가 수용자에 일으키는 심리적 동력의 동기를 탐측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문학 비평방법 중의 하나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서방에서든 중국 민국 시기에서든 무의식을 의식으로 유도하는 유용한 문화학의 도구로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다고 아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주의가 세계 문학에 가져온 영향을 다루고자 했다면, 중국 동시대 격동기의 한국 문학에 끼친 영향까지도 기술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량치차오와 한국문학의 상호 영향 관계가 한국 학계에서는 일찍이 연구된 사정을 보면, 한국식으로 말한다면 ‘386’세대인 저자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 텐데 말이다. 

중국 프로이트주의 수용의 시사점 
게다가 중국이 홍색 문화(민국 시기의 체제 내의 지식인들은 그것을 ‘홍색’이라고 부르지 않고 ‘적색’이라고 불렀다)를 반성하는 입장에서 그것과 반대되는 개혁에 착수했던 일련의 상황에서 집필된 책이라 해도, 중국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문명으로 삼는 절충형 국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1992년 이후 중국의 노선이 과거 사회주의 중국에 대한 개혁인 동시에, 점진적 탐색의 노선인 점, 개혁과 개방이라는 것 역시 중국이라는 구조에 새로운 내용을 채워가거나 과거 민국 시기의 우수한 문화를 복원해가는 과정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중국 문화 개혁의 방향이기도 하다. 
향후 한중 양국이 시장경제 및 문화적으로 보다 가까운 관계에서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추세에 놓이게 된다면 중국이 우리 모르게 쌓아 올렸던 프로이트주의적 문화 체험과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하나의 문화적 경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프로이트주의적 문화학의 방법론의 현재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조정하고 유익한 무의식을 의식의 영양으로 섭취하며, 무의식을 의식으로 전환하고 무의식을 의식으로 승화하는 일은 분단된 민족이 한 마음이 되는 노력을 경주해나가는 데 필요한 방법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이 책의 출판은 그간 양국 문화인들이 다소 길항하면서 접합점을 찾아내지 못했던 문학 연구의 공동의 역사적, 심리학적 출발점을 인식하도록 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잊었던 사이 이미 크게 바뀌었던 중국 문학의 새로운 사유, 중국 문화의 몰랐던 저력, 그리고 더욱 변화해나갈 중국을 향해 우리는 긴밀한 탐색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우리를 ‘탐색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이끄는 까닭이다. 

  
  
 

 



이용욱 칭화대·중국문학 
칭화대 언론학부에서 문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 『대중음악으로 이해하는 중국』 등이 있다. 『중국과 프로이트-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꿈』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이용욱ㅣ교수신문ㅣ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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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회하는 유령 - 10점
인훙 지음, 이용욱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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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다 2015.06.17 04: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