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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0 꿈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4)
  2. 2010.02.19 바로 이 순간, 그대만의 공간을

꿈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요즘 학교 선생님들이 칭찬과 함께 주는 선물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의 일 같은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 봤습니다. 십여 년 전의 당시를요.

 

   선생님은 발표, 착한일, 자습 등으로 칭찬스티커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칭찬스티커, 다들 오랜만에 추억 속으로 들어가고 계시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그 스티커가 당시는 어쩜 그리도 갖고 싶었을까요. 그렇게 포도송이 같은 스티커가 판을 다 채우면, 선생님은 도서상품권을 주셨습니다. 저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도서상품권을 나풀거리며 친구들과 서점으로 직행했습니다.

 

  서점 주인 아주머니는 우리들의 이름을 다 외우고 계셨습니다. “00, 또 왔네!” 라며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 명 한 명을 맞아주셨습니다. 진정한 회원카드는 얼굴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이 도서 코너로 달려가 책을 꺼내 바닥에 앉아 읽었습니다. 차가운 바닥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점 문 앞까지만 해도 시끄럽던 우리는 금세 책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같은 공간, 각자의 세계로 들어가게 됩니다.

 

사진  동네서점 죽지 않았다!-주간조선, 김효정기자

  그런데 다시 가 본 그 곳, 이젠 그곳엔 서점이 없습니다. 동네마다 있던 작은 서점. 꿈꾸던 작은 놀이터는 사라진지 오랩니다. 그런데 서점만 없어진 것일까요. 도서상품권 선물도 없어지고 이젠 현금이 최고라는 아이들입니다. 친근한 서점 아주머니도, 얼굴이 회원카드였던 시절도 이젠 다 과거의 일입니다. 책 선물 또한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가까이 하는 책은 이제 문제집이 전부가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가까이 책을 살 서점들이 없어졌습니다. 한 발 더 다가가 발 디딜 곳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요즘 무슨 책이 나오는지,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나는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모순되게도 어디서나 쉽고 편하게 알 수 있게 되었으나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책은 아이들과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서 멀지않게 있던 서점, 이젠 책을 보려면 부모님과 함께 시내로 가야만 합니다. 인터넷 서점의 여러 마케팅으로 도서 구입이 편리해졌지만, 직접 책을 만지고 보고 느끼기 전에 그 책의 소중함을 얼마나 느낄 수 있을지 그 감성이 화면의 스크린으로 얼마나 묻어나올지가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면 부모님은 흔쾌히 아이들과 함께 하고 계시는지. 어쩔 수 없는 안타까움의 연속이 꿈을 키울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책에 대한 애정이, 동경이 남아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직은 아이들에게 선물로 장난감보다 간식보다 책을 사 주는 것을, 함께 살 책을 고르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생각에서만 멈추지 않도록, 누군가의 꿈이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우리는 지금, 꿈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사진 <포토뉴스>방학맞은 아이들 “서점이 좋아요”-헤럴드경제, 김명섭기자

Posted by 비회원


<책 읽는 경향>에 저희 출판사 편집부원의 글이 실렸네요.^^

어려서는 내게 공간만이 필요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제 공간보다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 나 혼자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 공간은커녕 그 시간 하나 얻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왜?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 땜에. 어려서는 시간은 내게 얼마든지 주어졌고 돈은 그 필요성이 생기지 않았고, 어쩌면 돈이란 걸 아예 몰랐고 다만 내 공간, 내 방만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이제 내게는 방도 방이지만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혼자만의 공간이 주어진다 한들, 그곳이 도시의 뒷골목에 있는 소위 말하는 쪽방이라면 나는 그 공간 자체가 서러워서 배기지 못하리라. 더 이상 설움 타지 않으려면 돈이,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어버렸다. 공간만이 필요하던 시대는 무구하게 아름다웠다. 공간에 더해 시간을 필요로 하던 시대도 그래도 아직은 푸르렀다. 공간과 시간의 확보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인식선상에 올라섰을 때, 인간은 이미 더 이상 아름다운 시기를 한참 지난 것이다. 그러나 돈이 필요한 것은 명명백백한 사실인 것을. 공간을 꿈꾸던 시기. 그 공간은 어쩌면 사실이기보다 환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공간은 얼마든지 꿈꾸어도 좋은 것이었다.(…) 시간은 꿈꾸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획득해야 한다. 시간을 따라잡다가 혹 우리는 공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공간속에서 헤매다가 자칫 시간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 -황인숙 외, 『나만의 공간』, 개마고원, 206~207쪽.



현대인들의 하루는 나만의 공간과 돈을 위하여 시간을 저당 잡히는 생활의 연속이다. 언젠가는 내 마음대로 쓸 시간을 꿈꾸며 경쟁사회에서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보낸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풍족한 나만의 시간은 결코 쉽게 오지 않는다. ‘언젠가는’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 나만을 위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보자. 하루하루가 더 충만하고 행복할 것이다.


 

-경향신문(2010년 2월 18일)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