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매미들이 나무를 베어낸다


어제의 나무들


체인톱이 맞닥뜨린 무늬 앞에서


잠시 쉬어가듯 멈춰 설 때도 있지만


식탁이 되고 싶있던 망고나무


흰 나무살 가운데 짙은 먹빛 박혀 있는 계수나무


오늘의 등고선이 그러져 있는 나이 많은 나무만을 골라


제재기에 올린다


매미들 눈에만 보이는 나무가 있어


재목이 되지 않을 어린 나무는 건드리지 않는다


좋은 의자가 되려면 참아야 한다고


밝은 적갈색의 여름 단면 그 아래로


가방을 맨 소녀가 귀를 막고 지나간다


-신정민, 「여름 제재소」, 『나이지리아의 모자』




"좋은 의자가 되려면 참아야 한다고" 이 여름을 잘 보내면 괜찮아질 거라고 

시인이 다독이는 듯하네요. 

한편으로는 좀처럼 식지 않은 이 더위에 저 역시 귀를 막고 싶어지네요ㅎㅎ


덥다, 덥다 했지만 이번 여름도 끝이 보입니다.

그렇게 화요일 같은 수요일.

나무 한 번 보고 매미 소리 한 번 듣는 여유는 챙겨두었으면 하네요.



Posted by 동글동글봄


햇살이 따뜻한 오후입니다.

생동하는 생명이 이끄는 기운에 맞추어 좋은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

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

생명과 두려움

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 「나이지리아의 모자」, 부분


바로 신정민 시인의 「나이지리아의 모자」입니다.

한 NGO단체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바라보면서 시인이 느꼈던 먹먹한 감정을 풀어내고 있는 시입니다. 

따스한 봄날에 맞추어 서정을 자극하는 시가 아닐까 하네요.


신생아 모자뜨기 사업이란 ..?

매년 전 세계에서는 태어나는 날 100만 명의 신생아가 사망하고, 한 달 안에 290만 명의 아기가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하네요. NGO단체에서 제공하는 신생아 모자뜨기 키트를 통해 모자를 제작한 뒤,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대의 신생아들에게 NGO단체로 보내온 모자를 전달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저체중, 영양부족으로 면역성이 떨어지는 신생아들에게 털모자를 씌우고 포대기로 감싼 후 안고 있으면 아기는 엄마의 따뜻한 체온과 심장박동 소리에 맞추어 호흡하며, 안정감을 얻고 생명의 힘을 키워나간다고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소개 참조)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시인의 인간적 유대와 연민이 담긴 이 시 외에도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안에는 일상 속에서 미학을 발견해내고, 

문학을 통해 일상의 다양성을 그려내고 있는 시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구모룡 평론가와 함께하는 이번 저자와의 만남에서

신정민 시인과 함께 봄날의 시를 온전히 느끼고

다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많은 참석 부탁드려요.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나이지리아의 모자』




일시 : 2016년 3월 23일(월) 오후 6시 30분
장소 : 러닝스퀘어 서면점 (동보플라자 맞은편 모닝글로리 3층)

대담자: 구모룡 (문학평론가)

문의 : 러닝스퀘어 051-816-9610



 

저자: 신정민

196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3년 부산일보 신춘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이 있다.


 

산지니 출판그룹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sanzinibook 

산지니 출판그룹 트위터 : http://twitter.com/sanzinibook



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모자를 뜬다/빈곤이 만들어낸 심연과 굴욕에 씌워줄/ 빼앗긴 대지에 씌워줄 무늬 없는 모자….'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산지니)를 펴낸 신정민(55) 시인은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표제작을 비롯한 시 58편에는 일상이 오롯이 담겼다.

신정민 시인 새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 
중얼거림 대신 날 선 목청


TV 옆 어항 속의 열대어들('우는 물고기'), 이부자리 옆에 두는 자리끼('자리끼'), 온 집 안에 흩어져 있는 작은 퍼즐 조각들('직소퍼즐'), 재떨이('재떨이가 있는 방'), 고장 난 냉장고('새로운 신앙') 등 스쳐 지날 법한 주변 사물은 신 시인을 거치면서 새로운 시어(詩語)를 입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상은 낯익음에 머물지 않는다. 신 시인의 시는 익숙한 일상을 낯선 시선으로 읽어냈다는 점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


표제작도 마찬가지. 빈곤의 허덕임에서 태어날 아기들에 대한 '연민'이라는 익숙한 감정에서 문학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낸다. 신 시인은 "앞서 발간한 시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선 감정에서 다소 자유로웠다. 일상에서 존재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신 시인은 낯선 관념을 익숙한 일상으로 풀어내는 시도도 함께 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더 이상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상 처음 본 것이라는 의도를 친숙하게 표현한 것이다. 뇌 중에 얼굴을 알아보는 기능을 하는 방추상회를 가게('방추상회')에 빗대기도 하고, 잊힌 기억을('베로니카')을 실감 나게 묘사하기도 한다. '무지개의 본질은 흑백'('색깔빙고')이라며 검은색, 흰색, 빨간색 등 다양한 색깔을 가져다 쓴 것도 한 예다.

이뿐 아니다. 세상을 향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 속이는 현대사회의 민낯('붉은 얼굴의 차력사')을 드러내고 거짓말을 일삼는, 아무런 의문 없이 달리기만 하는 현대인의 비루한 삶('달리는 계절')을 지적한다. 늙지 않는 부자들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을 애도('Time Zone')하는가 하면 동네 주민센터에서 쓰는 '센터'라는 말을 꼬집기도('센터') 한다. "시인의 내적 중얼거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신 시인의 바람이 실현된 대목이다.

윤여진 | 부산일보 | 2016-02-05

원문 읽기

나이지리아의 모자 - 10점
신정민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산지니 시인선 시리즈의 열두 번째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가 출간되었습니다.

새로운 감각으로 여러분을 안내할 신정민 시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검은색은 현상일 뿐

검은 것 아닌 검은색 가까이 다가가 보자

                            ― 「색깔빙고」 부분


익숙함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내는 신정민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가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다. 신정민 시인은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 「돌 속의 길이 환하다」로 당선되어 “상상력을 현실적으로 구체화시키는 개성적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는 시인의 최근 작품 58편을 만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것은 시인이 일상의 소재들을 통해 현실에 밀착된 시어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를 현실 그 자체가 아닌 마치 추상미술을 그리듯 “현실의 탈(脫)현실화를 지시하는 비유적 표현”(고봉준 평론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문학이 문학일 수 있는 것, 바로 일상을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인만의 감식안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정민 시인은 이러한 직관의 눈으로 자신을 둘러싼 일상을 균열하여 세계 안의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언어로 만들어낸 세계의 균열을 표현해낸 결과물인 셈이다.


처음 보는 얼굴처럼

익숙함을 거부하는 일상의 비(非)일상화


내 머릿속에는 얼굴을 지워주는 가게가 있다


배꼽 근처의 타투를 지우듯

당신이 누구였는지 알아볼 수 없게

생전 처음 보는 얼굴로 바꿔주는 곳


(…)


아름다운 건 늘 처음 보는 것


생각날 듯 끝내 생각나지 않는

화이트 아웃 혹은 블랙아웃을 포장해주는 집


다양한 이목구비

헤어지면서 잊어버릴 수 있게

부위별 깜짝 구매가 가능한 곳


방바닥에 귀를 대고 아래층 소리를 엿듣는

목요일이었던 남자를 읽는 깊은 밤까지

기어이 잊어주는 곳이 있다

                               ― 「방추상회」 부분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미학적 태도가 분명하게 견지되는 시편이 더러 있다. 대표적인 시가 「방추상회」이다. 뇌에서 얼굴에 대한 정보 처리 역할을 담당하는 ‘방추상회’라는 이름에서 시인은 ‘가게’라는 발상을 이끌어내고, “아름다운 건 늘 처음 보는 것”이라는 진술을 통해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드는 예술의 기능을 도찰해낸다. 이는 개성적인 시선을 통해 비일상적 맥락을 발견해내는 시인의 “일상의 비(非)일상화 전략”으로서, 이질적인 시어와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시인의 문법이 주목되는 구절이다. 한편 「색깔빙고」에서는 “흑백”, “회색”, “새빨간”, “검은색”, “흰색” 등의 색상을 통해 놀이하듯 시어들을 풀어내고 있는데, 어떠한 논리적 연관 없이 낯선 문법을 통해 독자들을 새로운 감각의 세계에 초대하고 있다.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시만 있고 사랑이 없다면

단어들만 있고 그리움이 없다면

내일은 오겠지만 당신이 없다면

어머니가 되기 좋은 나라에서 온 편지

답장 대신 모자를 뜬다

시는 사랑이 쓰는 거라서

그리움만이 단어를 찾아 떠나고

당신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고

손끝에서 태어나는 모자

생명과 두려움

그 둥근 실타래를 풀어 뜬다

              ― 「나이지리아의 모자」, 부분


표제작 「나이지리아의 모자」는 열악한 조건에서 살아갈 운명을 지니고 태어나는 나이지리아 아이들에 대한 시인의 인간적 유대와 연민의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일상의 비(非)일상화 전략”이 관통하는 이번 시집에서 다소 이질적인 작품이나, ‘벽화마을’의 모순적 풍경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여우의 빛」, 언어적 표현법에 대한 자의식을 담고 있는 「좋아한다는 것」과 함께 “빈곤”과 “굴욕”이라는 부조리한 현실을 향한 시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한 NGO단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먹먹한 감정을 풀어내고 있는 시이다. 이처럼 시인은 나이지리아의 아이들을 상상하며 문학과 삶, 언어와 세계 사이의 간절한 연결선을 시어로 “풀어 뜬다”. 문학과 삶이 동떨어지지 않는 시인의 태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표제작이다.


나이지리아의 모자

신정민 지음 | 문학 | 국판 | 144쪽 | 10,000원

2015년 12월 31일 출간 | ISBN : 978-89-6545-328-4 03810

익숙함에서 새로운 면모를 발견해내는 신정민 시인의 네 번째 시집.시집 『나이지리아의 모자』는 시인의 최근 작품 58편을 만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것은 시인이 일상의 소재들을 통해 현실에 밀착된 시어들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를 현실 그 자체가 아닌 마치 추상미술을 그리듯 "현실의 탈(脫)현실화를 지시하는 비유적 표현"(고봉준 평론가)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글쓴이 : 신정민

196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2003년 부산일보 신춘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 만행』이 있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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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와! 이쁘다.

 

 

시집 표지 색깔이 너무 예뻐요.

 

표지에 물고기들이 반짝거리네요.

 

사발에서 빛이 나요.

 

실물이 훨 낫네요. 모니터로 보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보여요.

 

 

소설, 시집, 희곡집 등 종류도 다양한 신간 4종이 오늘 출판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공들여 만든 새책들을 보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사실 좀 전에 점심을 두둑히 먹었지요.^^)

 

 

화려한 자태로 오늘 저희를 감동시킨 책들은

산지니시인선 네 번째 책 나이지리아의 모자(신정민 시집),

전남 보성을 배경으로 산천의 사계를 벗 삼아 삶을 일구는 이들의 이야기 『진경산수(정형남 소설집), 부표처럼 떠도는 뱃사람들의 인생사 『아디오스 아툰』(김득진 소설집), 연기부터 연출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은영 작가의 첫 번째 희곡집『비어짐을 담은 사발』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