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휘리릭 지나가면서

교보문고에서 진행했던 인문출판사 응원 캠페인! 산지니 편이 마감되었습니다.



산지니 편집자들이 직접 책을 소개하고,

독자분들께서 댓글을 달아 주시면 

추첨을 통해 열 분에게 책 선물을 보내드리는 이벤트였습니다.

댓글이 하나하나 달릴 때마다 "새 댓글 보셨어요?!" 하며 호들갑 떨기도 하고

읽고 싶으신 책들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놀라기도 했어요.  


그리고 며칠 전에 드디어(!) 책을 발송해드렸는데요.

독자분들의 선택을 받은 10권의 책을

저, 잠홍 편집자 마음대로 분류해 공개합니다.


※ 주의: 

아래 사진에 등장하는 책들은 실제로 보내드린 책이 아니라 

출판사 식구들끼리 필요할 때 꺼내 읽는 '샘플 책' 입니다. 

독자분들께 1분 1초라도 빨리 책을 보내드리고 싶어서

책을 부리나케 포장하는 바람에 이렇게 '대타'를 쓰게 되었네요. 양해해주세요ㅜㅜ 

보내드린 책들은 아래 보이는 것보다 훨~씬 컨디션이 좋은 새 책이랍니다.


1. 응답하라! 대화를 담은 책


논어, 그 일상의 정치』,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불가능한 대화들 2』




독자 댓글:

[논어, 그 일상의 정치 ]를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논어'  순우리말 번역, 정확한 주석, 새로운 해석으로 참된 인간을 위한 정치, 공자의 실천사상을 이책을 통해 논어의  한자 하나하나의 속뜻과 말맛까지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싶습니다.


잠홍 편집자 답글:

고전을 주석 없이 이해할 수 있는 번역으로 만나는 건 참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논어, 그 일상의 정치』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요,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제 몸이 바르면 시키지 않아도 사람들은 하고, 제 몸이 바르지 않으면 시켜도 사람들은 따르지 않는다.”

(…)

바르게 한다는 게 어디서 시작되겠는가? 바로 나에게서 시작된다. 내 몸을 바르게 하는 것과 집안을 바르게 하는 것, 나라를 바르게 하는 것, 그것들이 뭐가 다른가? 겉은 달라 보여도 속은 같다. 


논어, 그 일상의 정치』가 독자님의 하루하루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이 책은 대활자본도 나와 있어서 눈이 좋지 않으신 분들도 편하게 보실 수 있어요!)

논어, 그 일상의 정치 - 10점
정천구 지음/산지니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정신 분석적 발달이론의 통합> 두권의 책이 흥미로워 보입니다. 부산에서 꾸준히 인문도서들을 출판하고 있는 것은 멋지고 의미있는 일 인것 같아요. 앞으로도 좋은책 많이 발굴해주시길!!


위대한 사상가들의 내밀한 삶을 조명한 책과 정신분석학계의 고전을 골라 주셨네요. 

소풍의 계절 봄인 만큼, 들고 다니며 읽기 좋은 작은 판형의 책을 드리고 싶어서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를 보내드렸습니다. 이 책은 아렌트와 하이데거의 편지를 토대로 한 최초의 책입니다. 읽으시면서 그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손 편지를 쓰고 싶어지지 않을까요? ㅎㅎ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 10점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황은덕 옮김/산지니



[불가능한 대화들2]를 읽고 싶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을 무척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하여 두번째 이야기도 만나고 싶어요. 소설, 평론, 시인들의 이야기. 문학 안에서 처절하게 고민하고 공존하려는 작가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와! 5년 전 출간된 불가능한 대화들도 읽어보고 신청하신다니, 너무 반갑습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2』는 제가 편집한 첫 인터뷰집이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 책이기도 해요. 좋은 구절이 많아 메모하느라 교정교열이 늦어졌어요^^ 삶의 새로운 질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덧붙이고 있는 작가들, 그리고 비평가들의 뜨거운 말들. 그 초대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가능한 대화들 2 - 10점
정유정 외 지음, 오늘의문예비평 엮음/산지니


2. 이야기의 힘! 소설


『물의 시간』,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마르타』




정영선 작가님의 [물의 시간]이 읽고 싶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국모인 명성황후에 대한 시해사건을 시간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정영선 작가님이 재해석 하셨다하니 어떤 구도로 이루어져 있는지 한번 읽고 싶은 욕구가 생기네요. 정영선 작가님은 역사학을 전공하신 독특한 이력의 창작 소설 작가님이시죠, 본래 작가라 하면 문학과 관련된 분야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대개는 작가의 길로 들어서는데 정 작가님은 역사학을 전공하셨는데도 소설작가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자기만의 길을 가신 분이죠, 그래서 역사학을 기반으로 새롭게 명성황후라는 조선의 마지막 왕비를 새로운 각도로 만들어 내는 창작의 소설이 어떤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기만 합니다, 기존 명성황후를 그려낸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조금은 색다른 작품으로 만들어진 내용이라 알고 있습니다.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작가라는 점에서 정영선 작가님의 물의 시간을 꼭 한번 읽고 싶어 신청하게 되네요, 혹여라도 당첨이 안될지언정 조만간 구입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정영선 작가님께서 역사학을 전공하셨다는 점까지 꿰고 계셨군요! 『물의 시간』은 말씀하신 대로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시간'이라는 주제로 색다르게 조명하고 있습니다. 

정영선 작가님께서는 “그동안의 픽션이 명성황후를 야심찬 정치가, 지엄한 국모, 남편의 사랑을 바라는 여자로 그렸다면 이 소설에선 폐경으로 자신의 시간을 잃은 여자이자 조선의 시간을 잃어 가는 황후로서의 모습을 복합적으로 담으려 했다." 고 말씀하셨어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 바랍니다!

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제목부터 확 끌리네요~ 닫힌 문 출구가 없는데 어떻게 해쳐 나갈지 한 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기대되는 책이네요 ㅎㅎ

감사드립니다. 항상 수고하시고 화이팅하세요. 화이팅!


제목의 의도를 간파하셨습니다 :) 제목이 설명하고 있는 독특한 공간, 출구가 없는 비상계단을 주인공들은 어떻게 오르내리고 빠져나갈까요? 서스펜스와 반전이 있는 소설이지만,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표지에 답이 있습니다ㅎ 독자님도 화이팅 하세요!

붉은 등, 닫힌 문, 출구 없음 - 10점
김비 지음/산지니




[마르타] 를 읽고싶어요. 지금은 많이 변화되어 여성이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가 홀로 살아간다는것이 얼마나 힘들고 편견들과 싸워야하는지 느끼고 있기에  남편 없이 삶을 살기위해 사회에 나와 겪는 여인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특히  근대 유럽의 산업화를 배경으로 했다니 얼마나 많은것들을 생각하고 고민해봐야할지 문제를 던져줄것같아 기대도 됩니다.  작가의 의도대로 현재에 여성으로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사실적 문제들을 공감하고  여성이 교육과 노동에서 소외된 사회 시스템에 적극 의사표현을 하는 의지도 가져보고 싶습니다.


많이 변화된 한국 사회라고 하지만, 역자 장정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듯이 1800년대 폴란드와 2000년대 한국은 닮은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여성의 노동이나 교육, 가정 안팎에서의 역할에 대한 제한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니까요. 『마르타』와 함께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 의사표현 해주신다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좋은 일이지 않을까요. 미리 감사드립니다! 

마르타 - 10점
엘리자 오제슈코바 지음, 장정렬 옮김/산지니



3. 변화하는 중국, 온전히 이해하기


『중국 영화의 오늘』, 『방법으로서의 중국』



해양풍경, 은유를 넘어서,  발트3국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슬픔, 나는 나, 중국 민족주의와 홍콩 본토주의, 흩어진 모래 등 제 책꽂이에 꽂힌 산지니의 책만 다섯 권이 훌쩍 넘네요. 강내영 선생님의 <중국영화의 오늘>을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 100년후에는 모두 아시아의 고전이 될 훌륭한 책들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이 만들어 주세요~^^


와-- 이제 산지니 책을 여섯 권 갖게 되셨네요^^ 꾸준히 산지니 책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중국영화의 오늘』은 동시대의 중국영화를 담고 있다는 면에서 기존의 중국영화 관련 서적들과 차별화되는 책입니다. 기존의 서적들은 기념비적인 과거 작품이나 저명한 감독들에 집중하고 있거든요. 책 읽으시면서 영화도 함께 보시면 재밌겠죠?ㅎㅎ 

앞으로도 매의 눈으로 좋은 책을 찾아주시는 독자 여러분, 그리고 아시아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산지니가 되겠습니다. 

중국영화의 오늘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늘 아시아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라 무척 고마웠습니다. 미조구치 유조가 지은 <방법으로서의 중국>은 이에 걸맞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꼭 읽고 싶습니다.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중국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저자 미조구치 유조는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에 천착해온 학자이지요. 그의  첫 저서이자 중국학에 대한 그의 신념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책이 『방법으로서의 중국』입니다. '중국을 온전히 바라봄으로써 우리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미조구치의 시각이 독자님께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4. 산지니의 고향, 부산에 대한 책



부산을 맛보다』,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을 맛보다>가 눈길이 가네요. 부산에서 시작해 올해도 10년이 된 출판사라는 소개를 읽으니, 부산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믿음이 갑니다. 부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부산 출판사가 말하는 부산이야기. 돼지국밥 같은 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


산지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산을 맛보다』를 골라주셨네요~ 이 책은 일본으로도 수출된 (산지니의 첫 수출도서(!)여서 산지니 식구들에게 더욱 특별한 책이기도 합니다. 돼지국밥과 해산물뿐만 아니라 멋진 까페와 퓨전요리까지, 지역별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니 부산을 맛보다』 들고 조만간 부산 한 번 들러주세요! 

부산을 맛보다 - 10점
박종호 지음/산지니


[금정산을 보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제 곁엔 늘 당연히 금정산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계절 내내  저와 가족들을 말없이 품어준 금정산에 대한 시인의 생각 또한 엿보고 싶어요!^^


이 시집이 출간되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금정산은 어떤 산인가"하는 질문을 받고 최영철 선생님께서 "금정산은 서울의 남산 같은 산"이라고 하셨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ㅎ 독자분께서는 이런 설명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시겠지만요. 올해도 넉넉한 품을 가진 금정산과 아름다운 사계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

(참고: 이 책도 큰 글씨 책으로 읽으실 수 있어요!)

금정산을 보냈다 (양장) - 10점
최영철 지음/산지니



전국 곳곳에 계신 독자분들로부터 이렇게 응원을 받으니

산지니 식구들,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네요 :)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답변 드리고 책을 보내드릴 수 없어 아쉽습니다.


올해도 좋은 책들로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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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별과우물 2016.04.14 09: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각 책에 맞게 사진까지 찍어주셨군요! 책장에 꽂혀있을 때와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당첨자분들 축하드립니다. ^^

  2. BlogIcon 단디SJ 2016.04.14 09: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다닛!! >.<

  3. 온수 2016.04.15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이렇게 보니 풍성하네요^^ 응모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부산출판이라는 지역성에서 그 외연을 넓혀 동아시아를 조망하는 출판을 지향하고자 해온 산지니. 그 노력들은 2011년 중국인민대학의 옌렌커 소설가, 왕자신 시인과 부산작가와의 만남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2015년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해 지속되고 있는데요. 작년에는 부산작가들이 상하이로 떠나 부산-상하이 문학 포럼을 상하이 작가들과 가지기도 했고, 올해는 부산에서 모임을 가지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102일과 3일이었는데요, 2일 저녁에는 백운포에 위치한 작은 식당에서 조그마한 ‘부산-상하이 문학인의 밤행사를, 그리고 3일에는 대한중국학회 주최로 이뤄지는 부산-상하이 문화공동체를 위한 소통과 연대학술 세미나 자리의 주요 행사로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잘 접하기 어려웠던 각국의 부산,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작가의 낭송과 번역된 작품으로 함께 접할 수 있었던 뜻깊은 자리에 저도 다녀왔는데요. 각국의 언어적 차이에도 동아시아라는 지역적 유사점으로 느껴지는 독특한 정서로 따스한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던 그 현장으로 함께하겠습니다.


#1. 백운포 한 식당에서 있었던 조그마한 문학인의 밤 자리

부산국제영화제 행사로 분주한 부산의 하루, 상하이에서 귀빈이 도착하셨습니다. 상하이의 떠오르는 대표작가 진런순(김인순) 소설가와 따이라이 소설가인데요. 다음날 있을 세미나의 발표집을 훑으며, 이미 번역된 진런순의 『녹차』 소개문을 찾아보았더니 굉장히 유명하신 작가분이셨어요^^. 이미 옌렌커, 모옌 등은 국내에도 꾸준히 소개되었지만 진런순의 작품세계는 크게 조명되지 않았는데요.

진런순 작가는 재중동포, 즉 조선인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조선인이라는 민족의식을 갖고 자라온 세대가 아닌, 태어날 때부터 중국에서 자라와 한국에 대한 막연한 인식만을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그의 작품 세계에는 디아스포라 문학으로서 뚜렷한 특이점이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따이라이 작가의 소설은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다음 날 있었던 세미나에서 소개된 작품으로 굉장히 강렬하고 독특한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날 함께한 부산 작가 세 분은 2013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부산의 대표작가 조갑상 선생님과 정영선 소설가, 정인 소설가, 김혜영 시인. 이렇게 총 네 분입니다.


산지니에서 출간된 조갑상 장편소설 『밤의 눈』과 정영선 장편소설 『물의 시간』 정인 소설집 『만남의 방식』을 살펴보고 계시는 따이라이(왼쪽) 작가와 진런순(오른쪽) 작가


조갑상 선생님께서 책을 전해주시고 계시네요^^


정인 선생님(맨 오른쪽)께서 표지를 하나하나 설명해주시며 중국작가분들께 한국소설을 소개해주시고 계십니다


진런순 작가의 『녹차』 한글번역본을 읽고 계신 조갑상 소설가


이날 참석하셨던 많은 분들 중 특별히 왕광둥 교수(상하이대학 중문과)님이 인상 깊었는데요. 2013년 『오늘의 문예비평』에서 구모룡 교수님과의 대담(클릭)을 통해 산지니와도 인연이 깊으신 분입니다. 이번 중국 작가 초빙에 특별히 애써주셨다고 하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 


왕광둥 상하이대학 교수(가운데)와 조갑상 소설가(오른쪽)


국가를 넘어선 문학가들의 교류는 우리 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수불가결한 일일텐데요, 아무래도 이런 이들은 주위에 숨은 조력자들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녁식사는 건강식으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는데요, 저와 함께 자리에 앉았던 정인 선생님께서는 '음식은 맛있는데, 중국 작가분들께서 드실 음식이 나물밖에 없어서 어쩌나…' 하며 많이 아쉬워하셨어요^^ 하지만 그날 음식은 저도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자연식이어서 중국분들도 다같이 맛있게 드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요^^;;)



그날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


#2. 대한중국학회 학술 행사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발표>

2일 행사를 파하고, 그다음 날 저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정영선 소설가를 만났는데요.^^ 함께 반가워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대학 캠퍼스로 향하는 틈에, 자칫 지루할 법도 한 길을 즐겁게 향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들른 접수대에서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행사장으로 향했는데요. 첫 행사는 '부산-상하이 작가의 작품 발표'였습니다.



정인 소설가

정인 소설가는 『그 여자가 사는 곳』에 수록된 「새벽이 올 때까지」의 한 구절을 낭독했습니다.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그리는 남자의 이야기였고요.


따이라이 작가는 장편 『갑을병정』의 한 대목을 낭송하였습니다. 한 연인이 어떤 곡절을 겪고 연인 중 남자가 여자를 살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한국어로 번역된 글을 읽는 내내 섬짓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만큼 흡인력 있는 서사를 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정영선 작가는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던 장편소설 『물의 시간』의 한 대목을 낭송해주셨는데요. 시대극을 다루고 있고, 중국학자와 중국작가를 대상으로 한 낭송이다보니, 작품 시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여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이 아닌 작가의 상상력으로 가공된 인물임을 먼저 설명해주셨습니다.


김혜영 시인께서는 『거울은 천 개의 귀를 연다』에 수록된 「붉은 깃발과 노란 꽃과 그리고 푸른 카페트」라는 시를 낭송하셨는데요. 정말 시인답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낭송해주셔서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가지 색상의 캔버스에 물드는 그림들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모습들이 좋았습니다. 배경음악과도 잘 어울리는듯한 느낌이었고요^^


진런순 작가는 『분수』라는 작품의 한 구절을 낭독해주셨습니다. 대화체나 서술방식을 낭독해주시는 부분이 마치 연극을 보는듯 사실감 있게 낭독해주셔서 비록 다른 나라의 언어지만, 실감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갑상 선생님의 『밤의 눈』 낭독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제목의 모티프가 되기도 했던 학살장면을 낭독하는 부분에서 일동 조용해지는 기운이 작품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해, 저 또한 엄숙해졌는데요. 이 작품 또한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 많은 이들에게 한국문학이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았습니다.


#3. 대한중국학회 학술 행사 <진런순 작가> 세미나

이후 문학소통분과 세미나로 진런순 작가에 대한 문학세계를 조망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토론자로 안은주 선생님과 통역자로 조계홍 선생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진런순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한국문화와의 접점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요. 이날 토론회의 내용은 『오늘의 문예비평』 겨울호(99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 :)


밤의 눈 - 10점
조갑상 지음/산지니

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거울은 천개의 귀를 연다 - 10점
김혜영 지음/천년의시작
만남의 방식 - 10점
정인 지음/산지니
녹차 - 10점
진런순 지음, 김태성 옮김/글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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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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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작가의 재발견] 시간의 소설가 정영선

 

정영선 소설가는 경상남도 남해 1963년에 태어났습니다.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을 전공하셨구요, 데뷔는 1997년 단편소설 '평행의 아름다움'으로 하셨습니다. 수상 내용으로는 2006년 부산작가상, 2001년 부산소설문학상이 있습니다.

저서로는 『말하는 유물(2013, 문학수첩)』, 『부끄러움들(2011, 낮은산)』, 『시간여행(2010, 시간여행)』, 『물의 시간(2010, 산지니)』, 『실로만든달(2007, 문학수첩)』, 『평행의 아름다움(2006, 문학수첩)』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인 작가 탐구를 시작해볼까요? 자! 작가를 알려면 바로 그 작가의 작품을 보라는 말이 있죠?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구요? 그럴 수 있어, 그럴 수 있죠. 왜냐면 지금 제가 급조한 말이니까요. 하지만 작품을 보면 작가가 보인다는 건 다들 동의하시지 않나요? (하핫) 어쨌든 지금부터 정영선 작가에게 빠-져- 봅시다!☞☜

대표적으로 세가지 작품을 살펴볼까요?

 

Ⅰ. 평행의 아름다움

첫 번째로 살펴 볼 작품은 2006년 ‘문학수첩’에서 나온 『평행의 아름다움』입니다.

등단 10년 만에 첫 창작집 『평행의 아름다움』을 낸 정영선 소설가. 첫 창작집 안에는 <평행의 아름다움>을 비롯한 <맹인모상盲人模象>, <속續난중일기>, <그림자 살인>, <겨울비>, <로취베이트>이 함께 묶여 있습니다.

 

 

표제작인「평행의 아름다움」에서 보여 지는 두 부부의 관계는 자본의 권력과 가부장적 권력에 의해 와해된 관계로, 불구적 의존과 예속으로서의 결혼이라는 관계양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민석이 전하는 민석부부 이야기와 연수가 전하는 연수부부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됩니다.

 

중도 해지한 적금 하나가 바닥이 났을 때 남편은 참을 수가 없는 듯이 짜증을 냈다. 그 후 남편은 항암 치료와 감기 치료가 다를 이유가 없다는 듯이 무관심했다. 난 이를 악물고 남편보다 더 오래 살 것이라고 다짐을 했지만 결국은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암보다 남편의 무관심과 짜증이 더 무서웠다.

- p215

방사선 치료는 몇 번 중단되었다. 백혈구 수와 몸무게 부족 때문이었다. 오른쪽 겨드랑이는 화상을 입은 듯 허물거렸고 오른팔을 쓸 수 없었다. 그래도 남편은 술을 먹고 온 밤이면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뼈만 남은 내 몸 위로 올라왔다. 그때마다 눈물이 났다.

- p217

 

연수의 남편은 연수 부모님이 정해준 혼처로 명문대 박사출신입니다. 연수가 만나고 있던 민석의 집안과는 극과 극인 셈이죠. 당연히 연수의 부모님은 민석이 아닌 자신들이 정해준 혼처로 결혼하길 권합니다. 연수는 부모님의 결정을 받아들여 결혼하구요. 연수는 대전으로 떠나면서 민석에게 마지막으로 ‘마흔 살까지 우리가 서로를 기억한다면 꼭 만나자’고하며 떠납니다. 그리고 유방암에 걸린 연수는 양쪽 가슴을 다도려내고 병원에서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죠.

 

오늘은 어머니의 제사다. 처제 집에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일곱, 다섯 살인 덕우와 장우는 이모 집에서 세 살, 한 살인 이종 사촌과 같이 생활했다. 아들놈들은 언제 세수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땟국물이 겹쳐 있는 얼굴에 겨드랑이가 터진 옷을 입고 빈 요구르트 병을 씹고 있었다. 처제는 한 살 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 p218

아내는 어깨를 수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튀김이나 전은 사 왔고 다른 준비도 내가 절반이 넘게 했으니 그렇게 힘들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아내가 저렇게 팽팽한 얼굴로 피곤을 가장하며 제사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아내의 말대로 돌아가신 후에도 계속되는 어머니와의 불화 때문일까.

- p235

 

민석은 연수와의 헤어짐 뒤 중학교를 다니다 말고 봉제 공장에서 곰돌이를 만들고 있던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습니다. 민석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그녀를 작은 회사에서 일하는 경리라고 속였지만, 그의 어머니는 민석이 아무리 그녀를 경리라고해도 회사의 청소부쯤으로 치부해버립니다. 처음 결혼할 당시 민석의 무관심에도 집안을 이리저리 꾸미며 행복해하던 아내는 변한지 오랩니다. 1년에 20분 지내는 어머니의 제사에도 성의를 표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들조차 돌보지 않죠. 이런 관계에서 온전한 부부관계가 성립되기는 쉽지않을거예요. 그에 비해 민석은 반듯한 사람으로 나오죠. 그는 최선을 다해 가정을 돌봅니다만, 가끔 헤어진 연수의 생각을 하기도합니다.

연수는 같은 병실을 쓰는 할머니에게 곧 ‘방학’이라는 말을 듣고 생기가 돕니다. 교사인 민석을 생각한 것이지요. 그녀는 편지를 씁니다.

‘이 편지가 네 손에 닿거든 마흔이라 생각하고 내게 와줘.’

 

Ⅱ. 물의 시간

두 번째로 살펴 볼 작품은 2010년 ‘산지니’에서 나온 『물의 시간』입니다. 바로 이 책인데요.

 

 

문재원 교수님은 『물의 시간』에 대해 "물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상태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말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하는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는 의미였어요.

작가님이 선수쳐서 "또 명성황후야?"하는 질문의 답을 책 안에 넣어두셨더라구요. 소설의 주인공은 명성황후가 아닙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시간' 이예요.

 

명성황후

정영선 소설가는 시간에 대한 궁금증에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하셨다던데요, 결국 시간은 정의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셨다고 합니다. 또한 물에 초점을 두고 시간 이야기를 한 것은, 물이 길을 찾아가고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이 시간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네요. 또한 물은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지요. 또한 물시계를 사용했던 조선을 의미하기 위해 물에 초점을 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나라에선 아직도 물시계를 쓴다네. 하루에 한 번, 정오가 되면 물통에 물을 붓지. 그 물은 해가 뜰 무렵까지 대롱을 타고 물통으로 빠져나간다네.” / “그런데 그 나라에선 그 물을 햇볕에 말린다네. 깨끗이 증발되는 적도 있지만 한 번씩 결정이 생길 때도 있다더군. 그걸 그 나라의 왕후에게 준다는 거야.” / “ 결정이 생긴다는 건 뭔가 되돌아보아야 할 일이 생긴다는 걸 의미하고 그건 왕후들의 몫이라고…….” / “글쎄, 나도 잘 모르지만……. 그 결정을 역사와 똑같이 보는 건 아닐까. 역사는 전부 중국의 문자인 한문으로 되어 있고 여자들은 그 글을 배우지 않으니.”

- p22

 

'결정'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지만, 실제 역사에서 이미 죽은 인물인 명성황후를 역사대로 위험에 빠트리기 위한 장치로 쓰이고 있습니다. 소설은 명성황후의 죽음과 물시계의 멈춤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사라진 시간을 말하려 한 것입니다. 『물의 시간』은 한사람의 개별적 죽음과 한 시대의 죽음을 ‘시간’이라는 테마로 겹치게 하지요.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곳에 그 누구도 아닌 왕후 자신이 있었다. 왕후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이마를 만질 때마다 뭉클하게 설움이 돋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외롭지도 서럽지도 않았다. 따뜻한 기운들이 손바닥 아래로 번져갔다. 누군가 이마를 짚어주는 것 같았다. 누군가라니……. 왕후는 놀라면서도 전루군의 이름을 떠올렸다.

- p271

 

전루군을 알고 계시나요? 책의 첫 장을 넘겼을 때, 저는 ‘전루군’을 제가 모르는 어느 조선 왕자님의 군호쯤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전루군은 조선시대 시간을 측정하는 관리였다고 하네요.

 소설의 시작은 전루군이 파루를 잘못 알렸다고 끌려가는 장면부터입니다. 조선의 시간과 서양의 시간이 충돌한거죠. 수십년간 새벽에 파루 치는 소리를 들어온 명성황후는 전루군이 알린 그 시간이 맞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그를 두둔합니다. 이 소설은 명성황후와 전루군의 숨겨진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함부로 아는 척 할 수는 없었다. 권세가 조금 기울어졌지만 왕비를 배출한 부원군의 집안이었다. 천문관이었던 아비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냇물이 불어나는 지금 집안의 높고 낮음을 따질 때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딱 말문이 막혔다. 소녀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까지 붉어졌다. (중략) “빨리 업히시오!” 여자아이는 신기하게도 눈물을 뚝 그치고 그의 등에 업혔다. 살이 파일 정도로 어깨를 꽉 잡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얇은 비단 저고리를 통해 빠짐없이 들려왔다.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와 똑같아서 더 어지러웠다. 다섯 걸음이면 건널 내를 여덟 걸음이나 걸었다. 내를 다 건넜을 때도 여자아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봉출도 내려놓기가 싫었다. 멀리 소녀의 집이 보였다. 내려달라고 했다.

- pp69-70

 

전루군인 봉출과 민 첨정의 외동딸이었던 명성황후의 첫 만남입니다. 읽으면서 두근두근했던 장면이예요. 남의 연애 소설을 몰래 들춰보는 느낌도 들었구요. 굉장히 설레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왕후에게 첫 소금을 올린 것은 원자가 돌아가셨을 때였다. 주상께서 왕후보다는 이 상궁과 그 사이에서 난 완화군에게 마음을 두고 계셨다. 완화군께서 세자가 되었으면 왕후께서는 폐비가 되실 판이었는데 그때 불란서와의 양요가 일어나 그 일을 처리할 겨를이 없었다. 그래서 소금만 올리고 다음 원자 아기씨를 기다린다는 뜻만 전했다. 일종의 경고였던 셈이다.

- p224

 

물시계의 물에서 소금이 나는 것은 왕실의 비밀이죠. 그만큼 소금은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소금의 의미는 책을 읽어보시면 와닿으실거예요.

 

Ⅲ. 부끄러움들

세 번째로 살펴 볼 작품은 2011년 ‘낮은산’에서 나온 『부끄러움들』입니다.

 

 

소설의 무대는 부산의 한 여자고등학교 글쓰기 반이구요, 글쓰기 반 학생 4명이 과제로 받은 단편소설을 각각 한 편씩 읽어 나가는 '액자식 구성'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단편소설의 제목은 책의 차례에서도 보여지듯 <브래지어>, <부끄러움들>, <침 넘기기>, <엄마 냄새가 난다> 총 4편입니다. 배경은 주인공 심온 외 아이들이 사는 곳은 부산 산복도로 마을로, 한국 전쟁 때 피난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산동네구요, 작가는 심온의 집이나 마을 풍경 등을 묘사하면서 부산 산동네의 독특한 분위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랄치는 혼자 중얼거렸다. 어둠 속에서도 랄치의 가슴은 여전히 예뻤다. 그런데 랄치 엄마는 왜 브래지어를 며칠 동안이나 베란다에 널어 둔 것일까. 나는 랄치의 가슴이 베란다에 걸어 둔 브래지어라도 되는 듯 멍하니 보고 있었다. 랄치가 내 눈길을 느낀 듯이 어깨를 들어 올렸다.

- <브래지어> p34

승주는 천천히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승주가 일부러 목을 긁는 걸 봤기 때문이다. 긁지 않았으면 두드러기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친구들은 데모하다 잡혀가는데 사법고시 치는 게 부끄러워서 깁스를 했다는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 <부끄러움들> p67

아저씨가 코를 바닥에 풀며 말했지만 연경이 눈에는 흉터로 보이지 않았다. 머리 안에 숨어 아버지를 조종하는 벌레 혹은 누군가 일부러 심어 둔 바코드 칩처럼 보였다. 그 안에 아버지의 삶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일요일도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고 버스가 끊긴 어두운 산복도로를 바람을 안고 걸어 올라와야 했고 지하철이 끊긴 날은 싼 목욕탕에서 밤을 새웠다.

- <침 넘기기> p102

악 악 악! 고함을 지르며 오르막을 올라갔다. 지나가는 차가 내뿜는 시커먼 연기가 입안으로 들어와도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인숙이 아줌마와 친구가 하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았다. 애초에 아줌마가 엄마를 기억하지 못했던 거라니, 엄마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린 아들을 업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을 엄마 생각에, 은봉이는 고함을 지르는데도 눈물이 났다.

- <엄마 냄새가 난다> pp132-133

 

정영선 소설가는 이 책의 제목 『부끄러움들』의 의미를 부끄러움을 느껴야할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해서 그 주변 사람들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소설을 읽으시면 작가가 얼마나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은지 보이실거예요.

『부끄러움들』은 읽으면서 자신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돼요. 주위에 흔하게 있지만 흔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들. 이 작품을 빗대어 내 주변에 있는 부끄러움들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자, 정영선 소설가의 대표적인 작품들 몇가지 소개해드렸습니다. 맛보기로 작품을 한부분만 뜯어봐서 감칠맛 나시죠? 여러 가지 장르를 넘나들며 집필하신 정영선 소설가의 작품. 더 읽고 싶다면, 직접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느껴보시는건 어떨까요?

 

작품보다 작가 정영선이 더 궁금하다면?

『문학을 탐하다』 소설가 정영선 편을 참고해보세요.

 

문학을 탐하다 - 10점
최학림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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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신소영 2014.08.12 0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만에 고등학교 선생님 작품이 생각나서 찾다가 들어왔는데 제 기억 속 선생님이 아닌 작가로서의 선생님과 마주하니 기분이 묘하네요ㅎㅎㅎ


  해가 너무나도 뜨거웠던 7월 20일, 나는 정영선 작가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위해 경남여고로 향했다. 거제에서 부산진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삼십분 정도 걸려 도착한 후, 나는 미리 알아본 유명한 빵집에 들러 롤 케이크를 하나를 샀다. 그리고 장미 한 송이를 샀다. 나는 종종 꽃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생각지도 못한 꽃을 받았을 때, 상대의 웃는 모습이 나를 설레게 한다. 고3 담임을 맡아 바쁘신 중에도 인터뷰를 응해주신 선생님께 작은 행복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경남여고에 들어섰다. 와~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내가 다니고 그리던 고등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교정은 잘 꾸며진 정원 같았고, 학교 건물의 모습은 큰 기업의 연수원의 느낌이었다.

  넓은 학교에서 교무실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렵게 찾아간 교무실에서 수시 상담을 하고 계신 선생님을 뵈었을 때,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선생님의 인상은, 선생님 작품 속 문체와 닮아 있었다.

교무실에서 교직원 식당으로 이동한 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조금 낯설어 하는 나를 위해, 선생님이 먼저 나에 대해 물어주셨다. 어색하던 자리가 믹스 커피 한 잔과 대화로 편해졌다. 긴장이 가라앉은 후 나는, 생각해 온 질문을 여쭤보기 시작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아야 친해질 수 있다는 말을 나는 믿고 신뢰한다. 그래서 선생님의 블로그를 찾아, 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정명선 선생님은 작년까지 블로그에 개인적인 글을 쓰셨는데, 그 내용에 선생님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듯했다. 슬쩍 그 이야기를 꺼내니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항상 자료 조사 많이 하는 글을 쓰다 보니, 나를 치유하고, 돌아보는 글은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기처럼 조용조용히 내 삶을 적었지요. 블로그를 봤다니 의외인데요.”

선생님은 자신의 삶을 들킨 듯 살짝 부끄러워하셨다. 삶에 대한 고뇌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글에 대한 열정이 선생님의 말 속에 나타나 있었다.

개인적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나는 인터뷰를 잊고 나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나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상처 받았고, 그것 때문에 고통 받는 내 스스로를 감옥 속에서 풀어주고 싶었다. 비록 선생님께 다 이야기 하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내 지워져 가는 상처에 대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짧지만, 긴 이야기를 끝내고 나는 선생님은 글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여쭤보았다. 선생님의 대답은 내게 조금 의외였다.

“나는 역사를 전공했어요. 나는 작가가 주는 그 고루한 이미지가 싫었어요. 낡고 어두운 그 골방에서 오직 글 하나 쓰려고 매달리는 그 모습이 답답해 보였거든요. 그런데 나를 위해 몇 편 쓴 소설 중에서 한 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어요. 평소에 책은 엄청 좋아하거든요. 등단을 하고 보니, 그 사실을 자랑할 곳도 없었어요. 그리고 문득 소설에 대해 배우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후에 소설의 매력에 빠져 지내고 있어요.”
나는 샘이 났다. 그래서 선생님께 샘이 아주 많이 난다고 말씀드렸다. 내 말에 선생님은 그럼 자극 받고 좋은 것이라 이야기 하시며 웃으셨다.

나는 소설 『물의 시간』(정영선, 산지니, 2010)을 읽으며 명성황후의 다른 모습에 놀랐다. 내가 알던 명성황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가 조선의 국모다.”가 다였는데, 소설 속 명성황후는 다른 모습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담배가 잘 어울리는 늙은 배우 윤여정과 닮아있었다. 명성황후 캐릭터에 대해 여쭤보았다.

“다르게 쓰지 않으면, 내가 또 쓸 이유가 없었어요. 많은 자료를 통해 명성황후의 다양한 모습들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나는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놀랐다. 내가 문창과에 다니면서 극복되지 않았던 것이 바로 남들과 다르게 쓰기였다. 그것은 내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였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내가 잠시 소설과 거리를 두었는지 모르겠다. 다시 다가가야겠다. 그것이 아니면 싫다던 내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서.

선생님을 만나면서 나는 반성하고 또 놀라며 내 20대 초반을 돌아보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시간의 대화에서 나는 정영선 이라는 작가를 만났고, 선생님을 만났고, 또 정영선을 만났다.

 

 







정영선 선생님 바쁘신데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연락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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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디자이너 2011.07.22 17: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남여고 교정이 이래 생겼군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운동장만 뎅그러니 있었는데.
    요즘 고등학생들은 잠자는 시간 말고는 거의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니
    학교라는 공간이 참 중요하지요.

오늘 인터넷에는 명성황후가 썼던 것으로 추측되는 표피무늬 카펫 사진이 포털 첫화면을 장식하고 있더군요. 표범 48마리의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이 카펫은 붉은 테두리 장식에 오얏꽃 문양이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그걸 보면서 과연 명성황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 번 더 궁금해졌습니다.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참 많지요. 강성 시아버지 대원군에 맞선 명성황후는 강하고 화려한 이미지로 제 머리속에도 박혀 있습니다. 대부분의 소설들 또한 그런 이미지로 명성황후를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년을 넘어서 폐경을 맞은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는 어땠을까요. 이 책 <물의 시간>의 명성황후는 새로운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완숙한 여자의 이미지랄까. 근데 명성황후는 남편인 고종을 사랑했을까요. 분명 이 여자한테도 사랑은 있었을 거예요. 그럼 그 대상은 누구일까요.

소설은 바로 소설가의 상상력이지요. 소설 <물의 시간>을 쓰신 정영선 소설가는 전루군 박봉출을 상상해냈답니다. 상상의 계기는 문헌에 나오는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명성황후가 일본인들의 칼에 죽음을 맞이한 한 달 후 조선의 시간을 재는 물시계가 멈추었다는 기록이지요. 여기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합니다. 명성황후는 죽고 조선의 시간은 멈추었다. 아, 둘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어제 백년어 서원에서 정영선 소설가와 저자와의 만남 자리를 가졌습니다. 여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선생님이기도 한 소설가 답게 풋풋한 여고생들이 한껏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네요. 덕분에 백년어서원 평균연령이 한참 낮아졌지요.


모두들 진지한 표정입니다. 학교에서도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어요. ^^ 선생님께서 만들어서 지도하고 있는 글쓰기반 학생들이랍니다. 여고에는 아직도 문학소녀들이 많다고, 문학의 위기를 말하지만 그 아이들을 보면 아직 문학은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문학인들이 할 일이 참 많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시네요.


여러 동료 소설가분들과 독자들도 함께 해주셨는데요, 그 가운데서도 책을 세 번이나 읽고 오셔서 질문공세를 퍼부어대시는 독자 덕분에 선생님께서 진땀을 좀 흘렸지요. 잡아내지 못한 오타까지 지적하는 바람에 저도 등줄기에 바람이 서늘하게 지나가더군요. 이 모두 저희 출판사와 저자에 대한 애정이라 믿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정영선 소설가이십니다. 학교에서 아이들 가르치랴, 소설 쓰시랴 몸이 열두 개라도 모자라는 분이랍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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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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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 선생님의 <물의 시간>은 시간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입니다.
시간이 주인공이라니 다소 낯선 느낌이 들 수도 있겠네요.

혹시 전루군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요, 전루군은 조선시대 시간을 측정하는 관리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시간은 현재하고는 많이 다르지요.
지금이야 기계적으로 아주 정확하게 시간을 24시간으로 나누잖아요?
조선시대는 해뜨는 시간이 기준이었답니다. 그리고 물시계로 시간을 쟀다고 하네요.
물시계의 눈금을 확인해서 새벽에 파루를 알리는 북을 치는 일이 전루군의 일이었어요.

소설은 이 전루군이 파루를 잘못 알렸다고 의금사에 끌려가는 대목으로 시작을 합니다. 일본인 관리가 시간이 잘못됐다고 항의를 한 것입니다.

여기서 조선의 시간과 서양의 시간이 충돌합니다.
수십년간 새벽에 파루 치는 소리를 들어온 명성황후는 그 시간이 맞다는 걸 몸으로 느낍니다. 그리고 전루군을 두둔하고 나섭니다.
소설의 한 축은 죽음을 앞둔 명성황후와 전루군의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더 알려드리면 재미 없겠지요?

저자와의 만남에 오셔서 이야기도 들으시고 책도 읽어보세요^^



물의 시간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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