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두 여자를 원화로 뽑아서 무리를 맡게 했다.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했는데,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에 유인해 억지로 술을 권해 취하게 되자 끌고 가서 강물에 던져 죽였다. 준정이 사형에 처해지자 무리들은 화목을 잃고 흩어지고 말았다.
- <삼국사기>
삼국사기 기록에 짧게 나온 ‘원화’에 대한 기록이다. 누구나 한 번쯤 ‘화랑’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국사 시간이나, 하다못해 어설픈 그림체로 그려진 역사 만화책을 읽으면서 화랑이 ‘얼마나 멋있고 대단했던 청년들’이었는지 배웠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항상 원화는 그저 시기와 질투로 점철된, 그래서 살인까지 저지르는 주변 인물이라는 지점이 강조된다.
그러나 김문주 작가는 장편 소설 『랑』에서 그 이야기를 비튼다. 사실 시기와 질투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던 ‘원화’는 화랑의 뿌리였으며, 화랑을 다스렸던 능력 있고 존경받던 인물이라고. 그리하여 준정과 남모는 소설 속에서 김문주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탄생되어 신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인물로 부활한다.
물론 소설 속 내용이 모두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소설이 사실만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작가가 이에 대해 지난 2월 ‘저자와의 만남’에서 한 이야기를 빌려온다.
“소설가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 집중하지는 않지만, 역사소설을 쓰기 위해서 사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왜 이걸 뒤집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자기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역사소설의 집필은 끊임없는 공부와 성찰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은 독자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 질문을 할 수 있는 촉진제가 된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시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엔 너무 바쁜 시대이다. 그러나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하는 흥미로운 매체인 ‘소설’로 전하는 역사 이야기는 관심을 모으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랑』 속 주체적이고 당당했던 여성 준정과 남모를 통해 신라인들의 삶에 좀 더 가까이 호흡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라시대 청소년 수련단체인 화랑의 전신 ‘원화’를 소재로 한 장편소설 ‘랑’(산지니)이 출간됐다.
2000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상 공모전에 당선된 후 꾸준히 활동해온 김문주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랑’은 신라 시대의 부흥을 이끈 원동력이자 남성들의 집단으로만 알고 있었던 ‘화랑’의 기원을 두 명의 여성 ‘원화’에서 찾아본 작품이다.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해 원화가 폐지되었다’는 ‘삼국사기’ 속 짧은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주체적이고 당당했던 신라 시대 여성의 삶을 그린다.
소설 속에서는 내내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백제에서 온 사신 백아를 사랑하지만 신분의 다름으로 갈등하는 신라의 공주 ‘남모’, 여자는 왜 왕이 될 수 없냐며 아버지인 왕에게 항의하는 ‘지소’, 신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사를 도모하는 비구니 스님 ‘요’ 등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고, 반동인물도 여성이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법흥왕’, 불교가 금지된 신라에 불법을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이차돈’, 망국 금관가야의 왕족으로 가야를 재건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김휘’, 백제의 왕자로 신분을 속이고 신라에 온 ‘백아’, 남모의 호위무사로 남모를 연모하며 언제나 그 곁을 지키는 ‘유수’ 등 개성 있는 신라시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 화랑의 뿌리가 된 두 여성 ‘원화’! 신라의 부흥을 이끌었던 준정과 남모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려내다
2000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상 공모전에 당선된 후 꾸준히 활동해온 김문주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랑>이 출간됐다. 여러 권의 장편동화를 출간해온 김문주 작가는 2016년 오랜 관심이 있었던 역사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신라 화랑의 뿌리가 된 원화(源花)를 소재로 한 장편 소설을 쓰게 되었다. <랑>은 신라 시대의 부흥을 이끈 원동력이자, 남성들의 집단으로만 알고 있었던 ‘화랑’의 기원을 두 명의 여성 ‘원화’에서 찾아보는 역사 장편소설이다. 김문주 작가는『삼국유사』『삼국사기』 속 ‘원화’에 대한 짧은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주체적이고 당당했던 신라 시대 여성의 삶을 그린다. 소설 속에는 신라 시대, ‘화랑’을 이끌었던 두 원화의 삶과 사랑이 층층이 그려진다.
▶ 잊혀지고 비틀어진 역사 속 인물, 원화를 재조명하다
신라 법흥왕 시절, 귀족의 권세가 드세 왕권이 점점 힘을 잃어가고 왕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불교를 국교로 채택해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자 한다. 신라의 미래인 청년의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왕은 심신 수련과 풍류를 벗하는 청년들을 낭도(郎徒)로 조직한다. 뛰어난 활 솜씨와 리더십을 보이는 준정과 남모는 왕의 권유와 랑들의 추대로 신라의 원화가 된다. 그러나 원화는 곧 사라졌는데, 그 연유에 대한 기록은 이렇게 남아 있다.
아름다운 두 여자를 원화로 뽑아서 무리들을 맡게 하였다.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했는데,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에 유인해 억지로 술을 권해 취하게 되자 끌고 가서 강물에 던져 죽였다. 준정이 사형에 처해지자 무리들은 화목을 잃고 흩어지고 말았다.
- <삼국사기>
김문주 작가는 <삼국사기> 속에 짧게 전해진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해 원화가 폐지되었다’라는 기록을 비튼다. 신라가 여성 중심의 사회로부터 남성 중심의 사회로 바뀌는 세력 다툼의 과정 속에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만 치부된 것이라는 의심을 보태며, 원화를 재조명한다.
▶ “아버님, 정녕 여인은 왕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까?” 여성 인물들의 눈부신 활약
장편 역사소설 <랑>은 여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점이 독특하다. 주인공인 두 원화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는 내내 여성 인물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백제에서 온 사신 백아를 사랑하지만, 신분의 다름으로 갈등하는 신라의 공주 ‘남모’. 여자는 왜 왕이 될 수 없냐며 아버지인 왕에게 항의하는 ‘지소’, 신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거사를 도모하는 비구니 스님 ‘요’ 등 여성 인물들이 중심이 되며, 반동인물도 여성이라는 특징을 가진다.
▶ 왕부터 노비까지 당대 신라의 사람과 풍경을 그리다
소설에서는 원화로 대표되는 준정과 남모에 대한 이야기도 촘촘히 전개되지만,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소홀히 전개되지 않는다. 나라를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법흥왕’, 불교가 금지된 신라에 불법을 전파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이차돈’, 망국 금관가야의 왕족으로 가야를 재건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김휘’, 백제의 왕자로 신분을 속이고 신라에 온 ‘백아’, 남모의 호위무사로 남모를 연모하며 언제나 그 곁을 지키는 ‘유수’ 등 개성 있는 신라 시대 실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에 대한 김문주 작가의 흡인력 있는 전개는 다음 장 읽기를 멈출 수 없게 하고, 장면 장면마다 생생한 묘사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트렌디 역사 소설 <랑>에서, ‘재미있는’ 역사 소설을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속으로/밑줄긋기
P.103 : 왕은 지는 해를 바라볼 때마다 새롭게 시작될 내일을 생각했다. ‘고구려와 백제보다 늦게 시작했으나 우리 신라가 가장 번창하리라.’ 왕은 세 여인의 젊은 기운과 함께 붉은 해의 기운을 받으며 강성한 신라를 꿈꾸었다. 527년 법흥왕 14년, 저녁 까치가 힘차게 서쪽 하늘을 가르는 겨울이었다. - 「랑이 되다」 중에서
P.120 : 다과상이 들어왔다. 수수팥 경단과 절편을 얇게 썰어 놓고 차를 함께 올렸다. 남모가 찻물을 조심스럽게 따르며 말했다. “백제의 찻잔입니다. 어머니께선 차를 마실 때 늘 이 잔을 쓰세요.” 사아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남모를 힐끗 보고 수줍게 말했다. “송구하오나, 남모 공주님은 백제의 우아한 멋과 신라의 화려한 미를 두루 간직하고 계시군요. 뵙고 깜짝 놀랐습니다.” 보과 부인이 살며시 웃었다. “하하, 그런 말씀을 할 줄 아세요?” 남모는 얼굴을 붉혔다. 찻잔 위에 올린 분홍빛 꽃잎이 남모의 가슴처럼 가볍게 흔들렸다. - 「백제의 사신」 중에서
P.233 : “우리 신라는 여인네도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어머니의 신분이 세습되는 나라입니다. 낭도들의 우두머리인 원화도 여인입니다. 아버님, 정녕 여인은 왕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까?” - 「여인도 왕이 되어야 합니다」 중에서
P. 247: 온몸을 남김없이 태워 아스라이 재만 남을 만큼 격렬했던 그 밤이 다시 떠올랐다. 신라의 공주이기 이전에 한 여인이고 싶은가. 이 사내를 품는 것이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 신라의 원화이어야 하는가. 운명의 갈림길에서 결국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남모는 알고 있었다. - 「폐하를 지켜라」 중에서
P. 332:“낭도들이 있었기에 남모 원화와 저는 부끄럽지 않은 원화가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화는 그 역할이 끝났습니다. 여러분 속에는 이미 원화가 있습니다. 낭도들은 이전의 원화보다 나은 시대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이것은 물이 흘러가는 이치와 같습니다.” -「랑의 기원」 중에서
P. 334:“‘화랑(花郞)’이라고 하기로 했네.” “화랑, 이라고요?” “그렇네. 화랑. 어떠한가? 원화의 낭도들이란 의미가 있고, 또 초대 풍월주인 위화랑의 이름이기도 하고. 해서 화랑이라 이름 지었네.” “화랑, 참으로 적절한 듯합니다.” - 「화랑」 중에서
줄거리
아직 왕보다 귀족의 힘이 강했던 시절의 신라, 법흥왕은 불교를 통해 귀족들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하려 한다. 왕의 의중을 알아챈 사인 이차돈은 불교를 공인받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그를 사랑한 여인 준정은 이차돈을 따라 삶을 포기하려 한다. 그러나 준정의 활 솜씨를 알아본 법흥왕이 준정에게 낭도 훈련을 받을 것을 권하고, 준정은 재능을 인정받아 낭도들의 우두머리인 랑이 된다.
랑 중의 우두머리인 원화 자리를 놓고 경쟁이 이어지던 중, 준정은 가야 왕족 출신인 김휘의 음모를 적발한 공을 인정받아 신라 최초의 원화가 된다. 뒤이어 같은 랑이었던 남모 공주도 천관의 난을 진압하고 두 번째 원화가 된다. 개인의 삶과 원화의 삶 가운데서 갈등하는 일이 많지만, 두 여인은 월궁을 공격하는 세력으로부터 법흥왕을 지키고 낭도들을 다스리며 하루하루를 지내며 살아가게 되는데….
저자 소개
김문주
2000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상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여러 권의 장편 동화를 출간했다. 2016년 오랜 관심이 있었던 역사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신라 화랑의 뿌리가 된 원화(源花)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쓰게 되었다. 저서로 역사소설 『부여의자』, 장편 동화 『학폭위 열리는 날』, 『왕따 없는 교실』 등이 있다. 최근작 : <랑>,<부여의자>,<학폭위 열리는 날> … 총 12종
목차
작가의 말 등장인물
1 랑이 되다 시위를 당기다 순장 이차돈, 준정을 내려놓다 봄밤 남모 월성에 눈꽃 지다 다시 활을 잡다 랑이 되다
2 원화 가배 백제의 사신 스님 요 금관가야에 온 사내 원화를 뽑다 동해왕 이사부 국경의 하룻밤 실전 천관의 난
3 월궁 여인도 왕이 되어야 합니다 운명의 갈림길 폐하를 지켜라 유수의 죽음 왕이 바뀌다 재회 남모가 지다 인연과 업보
4 화랑 시샘은 칼이 되어 하늘의 별이 되는 꽃들 랑의 기원 화랑
랑
김문주 지음 ㅣ 342쪽 ㅣ 16000원 ㅣ 2019년 1월 31일
2000년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왕 공모전에 당선된 후 꾸준히 활동해온 김문주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김문주 작가는『삼국유사』『삼국사기』 속 ‘원화’에 대한 짧은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주체적이고 당당했던 신라 시대 여성의 삶을 그린다. 소설 속에는 신라 시대, ‘화랑’을 이끌었던 두 원화의 삶과 사랑이 층층이 그려진다.
다양한 인물들의 갈등과 사랑에 대한 김문주 작가의 흡인력 있는 전개는 다음 장 읽기를 멈출 수 없게 하고, 장면 마다 생생한 묘사를 통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한다. 트렌디 역사 소설 <랑>에서, ‘재미있는’ 역사 소설을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통증보감
아프면 병원 가고, 약 먹고, 수술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상. 누구나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력과 생활습관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한다. 질병의 증상과 통증 부위에 따라 원인을 정리하고, 도움이 되는 운동을 정리해 실었다.
바람, 바람, 코로나19
문선희 작가의 첫 소설집.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고, 사람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문선희 작가는 이런 세태 속에서도 인간의 내면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그의 소설은 각박한 현실 아래 상실되어 가는 절대가치의 회복을 주장한다.
보존과 창조
다양한 비평활동과 연구를 통해 지역과 문학을 잇는 시야를 꾸준히 넓혀왔던 구모룡 평론가는 이번 비평집에서는 주변 장르로 인식되어왔던 시조의 가능성을 길어 올리며, 현대시조의 새로운 세계관을 가늠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말랑말랑한 노동을 위하여
★좋은 일의 기준이 달라진다★ 우리 사회가 가진 일에 대한 낡은 관념을 되짚어보고 변화하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해 말한다. 삶과 함께하며 일할 권리, 나쁜 노동을 거절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어떠한 고용형태라도 차별 받지 않는 구조, 어린 노동자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등 일에 대해 활발하게 논한다.
오전을 사는 이에게 오후도 미래다
★2020년 부산 원북원도서 선정도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불안, 고통, 슬픔. 지치고, 지겨운 삶 속에서도 견뎌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이들에게 삶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게 하는 글들이 담겨 있다.
벽이 없는 세계
★국경 없는 시대에 필요한 지정학 전략★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의 붕괴와 포퓰리즘 부상을 필두로 한 50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국제 정치 현안을 다룬 책이다. 미국, 중국, 터키, 러시아 등 세계 주요국의 지정학 전략을 통한 국제 정세를,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새로운 측면에서 분석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