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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7 첫 출근 (4)

2006년 7월 5일, 처음으로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하다.

아침에 영도 봉래동에서 버스를 탔다. 그리고 영도다리를 건너 남포동에서 지하철을 갈아탔다. 자리가 없어 서서 가는 내내 지하철 안의 분위기가 어색하다. 오늘이 7월 5일, 부산광역시의회에 첫 등원을 하는 날이라 여름양복을 한 벌 구해 입고 가는 중이다.

지하철 안은 마침 에어컨이 나와 시원하기는 하였지만 앉아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반팔 티셔츠에 얇고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고 있는데 나만 긴팔 양복을 입고 있다. 그것도 짙은 감청색 양복이다. 이날따라 필기구와 지갑 그리고 가지고 갈 서류가 몇 개 있어 커다란 핸드백을 어깨에 메고 가는 내 모습이 왠지 어색해 보인다. 더구나 지금까지 집안 결혼식이나 명절을 제외하고는 양복을 입고 다닌 적이 없는 나로서는 몸에 맞지 않는 헝겊을 둘러쓴 기분이다.

부산역을 지나자 마침 자리가 하나 비어 앉자마자 눈을 감아버렸다. 그리고 한번 감아버린 눈은 부산시청역에 도착할 때까지 뜨지 못하였다. 속으로 많은 생각이 났다. 당장 남편에게 승용차를 사자고 해야겠다. 그리고 나는 운전을 못하니까 남편을 자가용 운전수로 채용해야지. 차는 어떤 차를 사지? 옷도 한 벌 더 마련해야 되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나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우선 이런 내 생각들이 남편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라는 점과 짧은 기간이지만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나 자신에게 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19쪽)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
』-김영희 의정일기
| 교양 | 정치 사회

김영희 지음
출간일 : 2010년 2월 14일
ISBN : 9788965451365
신국판 | 300쪽 

부산광역시의회 5대 김영희 시의원이 4년간 의정 활동을 하며 꾸준히 써온 일기를 펴낸 책 


▶ 부산광역시의회 5대 시의원 김영희의 의정일기

부산광역시의회 5대(2006년~2010년) 시의원으로 활동했던 김영희 전 부산시의원이 의정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김영희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당내경선을 통해 민주노동당 부산시의원 비례대표로 선출된 후 시의회에 들어가 4년 임기 동안 탁월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김영희 전 의원이 4년 동안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경위원회, 보사환경위원회에서 활동한 기록으로, 의원 활동을 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꾸준히 써온 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절대 다수가 한나라당인 부산시의회에서 소수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때로는 동료 의원들과 대립하고 때로는 협조를 이끌어내기도 하면서 4년간 치열하게 싸운 결과물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시의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정치 지망생들은 구체적으로 의정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의례적인 활동 자료집이 아니라 적나라한 증언과 고백이다

의례적인 의정활동 자료집류의 책이 아니었다. 첫 장부터 흥미진진한 정치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듯했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어떻게 장난을 치는지, 공무원과 이해관계인들의 로비와 압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진보정당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들과 타협해야 하는 현실적인 고민은 뭔지 적나라한 증언과 고백이 펼쳐진다. 적어도 진보정당의 의원이라면 이런 기록과 책 발간을 의무화해야 한다. 모든 유권자들이 읽으면 좋겠지만, 적어도 정치·행정학도와 지방의원을 꿈꾸는 자는 물론 지방행정과 지방의회를 취재하는 기자, 아니 전국의 모든 지역신문 기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_김주완(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 여름 양복 한 벌 마련해 지하철 타고 첫 출근

양복이라고는 입어본 적이 별로 없는 김영희 전 의원이 여름 양복 한 벌을 마련해 입고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며 첫 출근을 하는 장면으로 일기는 시작된다.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다른 의원들은 정장 차림이 별로 불편하지 않겠으나 더운 여름에, 모두가 짧은 옷을 입고 있는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혼자 정장을 하고 있으려니 왠지 어색하다. 그렇다고 의회에서 혼자 튀는 옷차림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몇 되지 않는 야당의원이라 안 그래도 눈에 뜨일 텐데, 쓸데없는 일로 눈총 받기 싫었고, 동료 의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루는 것은 앞으로의 의정활동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했다.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시민들과 한 약속을 생각해본다. 그것은 첫째, 매일매일 시의회에 출근하는 것이고 둘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소수 야당의원으로서는 눈부신 성과 이룸

이후 김영희 시의원은 매일 ‘시의회로 출근’했다. 그래서 당연히 시의회 상임위와 본회의 출석률이 100%였다. 또한 해마다 시민단체에서 추천하는 ‘우수·모범 시의원’으로 선정되었다. 더군다나 김영희 시의원은 단 한 사람뿐인 진보정당 시의원으로서 특유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치밀한 준비, 끈질긴 대화와 설득으로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시의회에서 ‘부산광역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와 대형마트·대기업형슈퍼마켓(SSM)이 일반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제한하는 ‘부산광역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하여 통과시키기도 했다. 진보정당이 반대와 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갖춘 실력 있는 정치 세력임을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 진심을 담은 호소는 여당의원들까지 감복시켜

김영희 의원의 활동이 더욱 빛이 나는 것은 절대다수 여당의원들 틈바구니 속에서 옳다고 믿는 일은 진심을 담은 설득으로 때로는 여당의원들의 지지까지도 이끌어내곤 했다는 점이다. 사행산업 정책 관련 추진 건의안을 부결시킨 일이 대표적이다.

2008년 7월 25일 10시, 본회의장에서

오늘은 본회의가 있는 날이다. 10시에 시의회 5층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나는 평상시처럼 내 책상 위에 놓인 회의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행정문화교육위원회가 “사행산업 정책추진 관련 건의안”을 제출해놓고 있었다.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부산시 경륜공단이 경륜사업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이를 완화해달라는 건의문을 시의회가 채택해서 정부기관과 국회 등 여러 곳에 보낸다는 것이다. 당장 본회의가 시작될 거라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급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반대토론에 나서야 할 것 같았다. 부산경륜공단의 사업이 어렵다고 시의회가 사행산업규제완화를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륜사업이 시민들에게 재미를 주고 휴식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지만 돈이 오고가는 사행성 산업으로서 결국은 도박의 성격이 짙다. 이러한 사업은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시민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사안에 시의회가 나서서 규제완화를 요구한다는 것은 부산시민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했다.(101쪽)


시의회가 제출한 안에 대해 반대토론에 나서고, 진심을 담은 절절한 호소로 기껏해야 반대표가 4∼5표 나올 줄 알았던 안건이 부결되어버린 것이다. 표결 결과가 나오는 순간 부산시의회는 술렁거렸고, 공무원들은 깜짝 놀랐다. 부산시의회 20년 역사상 시의회가 직접 발의해서 제출한 건의문이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그것도 야당의원에 의해 처음으로 부결된 것이다. 이는 부산시의회의 위상을 한껏 높이는 일이 되었다.



▶ 지방자치 시대 시의원의 역할 제시

1991년 주민 직선으로 지방의원들을 선출함으로써 지방자치가 다시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의원들이 스스로 국민과 시민의 대표라고 자처하면서도 정작 의정활동에 있어서는 대표성을 망각하고 오직 개인의 이익과 당리, 당략만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시의원이라면 시민을 위해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상임위원회 활동, 조례 제정, 시정 질문, 행정사무감사, 교육행정, 민원 처리 과정은 물론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공무원과의 대립관계, 동료 시의원과의 협조관계, 당과의 협조체제 유지 및 각종 로비에 대처하는 방식 등에 대한 김영희 의원의 활동 경험은 시민들에게는 물론 진보정치를 꿈꾸는 정치 지망생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저자: 김영희

부산광역시의회 5대(2006년~2010년) 시의원. 1963년 부산 영도 출생. 영도에서 초·중·고를 나와 1981년 부산대학교에 입학했다. 학내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학생운동에 눈을 떴다. 졸업 후 사상공단 고무공장에 미싱사로 일한 뒤 1988년 고려피혁 노동조합 간사로 노동운동에 발을 들였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 부산노련 교육부장을 거쳐 1995년부터 10년간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서 사무국장·부소장을 역임했다. 2006년 7월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부산광역시의회 5대 시의원으로 들어가 4년의 임기 동안 기획재경위원회·보사환경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사)부산장애인인권포럼∙(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부산경실련 등에서 우수의원으로 선정하는 등 여러 기관으로부터 탁월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정활동 관련 수상경력

- 2009년 7월 15일 (사)보건교육포럼으로부터 감사패 받음
- (사)부산장애인인권포럼과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로부터 광역시의원 부문에서 2008년, 2009년, 2010년 장애인 정책 우수의원으로 선정됨
- 부산경실련의 2006년 7월부터 3년간 본회의와 상임위 활동 평가를 통해 우수의원으로 선정됨
- 국제신문 2009년 6월 29일자 “5대 부산시의회 후반기 1년의 기록”에서 5대 후반기 1년 의정활동 성적표 1위, 5대 전반기 의정활동 성적표 2위로 발표됨


차례

책을 펴내며

제1부 시민을 대신해 말했다
첫 출근/ 첫 시정질문과 상임위 활동/ 첫 반대토론/ 부산시의 이상한 행정/ 카드수수료 인하와 투기과열지구 해제/ 첫 1년 의정활동 보고/ 또 절차를 지키지 않는 부산시/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심사/ 하나로카드 매각 특혜 의혹/ 공기업 이사장 업무추진비/ 사행산업 정책추진 관련 건의안 부결

제2부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내 방이 생겼다/ 보건환경연구원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 보류/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인상/ 장애인 농성/쏟아지는 민원들/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조례 제정/ 도덕불감증/ 교육감에게 한 시정질문/ 출산장려금 30만 원/ 추경예산은 선심성 예산인가?/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발의<1>/ 예결위원장의 사회권 박탈/ 도시계획조례 개정안 상임위 심의통과<2>/ 보건교육포럼의 국회토론회/ 장애인 정책 우수의원 상/ 시민단체의 부산시 예산정책/ 담당공무원들의 일하는 자세/ 부산대학병원 외상센터/ 2010 예산편성/ 교육감의 전화/ 남강물과 낙동강물/ 허남식 부산시장과 임태희 노동부장관에게 말하다/ 해운대 관광리조트 특혜의혹

제3부 그래도 남은 일기
소설 『불멸의 이순신』/ 애꿎은 택배청년/ 평범한 일상/ 경계인의 하루/ 봉화마을/ 옛 동지와의 대화


나는 시의회로 출근한다 - 10점
김영희 지음/산지니

Posted by 산지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