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 1차분 4권 출간



중국 근현대사상이 던진 삶의 근본문제와 대안세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시리즈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학문적으로 급성장함에 따라 현대의 중국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근현대사상을 돌아보는 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지만, 정작 그 시대의 고민이 담긴 텍스트들을 온전하게 읽어볼 기회가 적었다.
 이에 산지니 출판사와 경성대 글로벌차이나 연구소는 중국 근현대사상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 시대가 만들어가야 할 문명사회를 상상하는 유익한 사상자원으로 삼고자 ‘중국근현대사상총서’ 시리즈를 출간했다.
 1차분으로 출간된 책은 총 네 권으로 담사동의 ‘인학’,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과 ‘신중국미래기’, 그리고 1920년대 중국 지식인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과학과 현학 논쟁’의 ‘과학과 인생관’이다.
 변법유신운동을 주도하다가 서른넷의 나이로 아깝게 처형당한 담사동의 ‘인학’은 동서양의 다양한 근대학문과 사상을 바탕으로 간섭이 없는 평등한 세계가 무엇이고 이를 추구하기 위한 도덕 정신의 고양을 실천덕목으로 제시한 글이다.
 중국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의 ‘구유심영록’은 유럽 여행을 떠난 량치차오가 서양문명을 바라보고 새로운 문명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는 사상서이다.
 ‘과학과 인생관’은 1923년 칭화대학에서 있었던 장쥔마이의 ‘인생관’ 강연에서 촉발돼 각 분야의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1년이 넘게 지속된 ‘과현논쟁(과학과 현학 논쟁)’의 과정을 모두 실어 당대 중국 지식인들의 치열한 사상 정립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신중국미래기’는 근대 중국의 계몽사상가 량치차오의 미완의 정치소설로 미래 신중국에 대한 구상과 중국 현실에 대한 고뇌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특히 시진핑 시대의 중국몽을 예언하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4권의 작품을 먼저 선보이게 됐지만 ‘중국근현대사상총서’는 앞으로 류스페이와 리다자오, 천두슈, 두야취안, 후스의 사상선집을 비롯해 휘튼의 ‘만국공법’, 장지동의 ‘권학편’ 등 다양한 중국의 사상서들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관 | 경북도민일보 | 2016-02-18

원문 읽기

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19세기 말~20세기 초 주요 저작 '중국근현대사상총서'로 묶어
1차분에 량치차오·탄스퉁 저서




전통/현대, 개량/혁명, 자본주의/사회주의, 국가/세계, 과학/철학, 동양/서양….


19세기 말~20세기 초 중국 지식인들은 나라의 존망(存亡) 위기 앞에서 격론을 벌였다. 거듭되는 전쟁과 혁명 뒤에 중국 공산당이 승리함으로써 논쟁은 끝난 듯했지만 20세기 말 개혁과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비슷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지금 중국 지식인들은 한 세기 전 선배들이 제시했던 해법을 재성찰하고 있다.

산지니 출판사의 '중국근현대사상총서'는 청말(淸末)~민국초(民國初) 주요 인물들의 저작 중에서 중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미래 구상에 사상적 자원이 될 수 있는 것을 골라 우리말로 옮겼다. 1차분으로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계몽사상가 량치차오(梁啓超·1873~1929)의 '신중국미래기'와 '구유심영록(歐游心影錄)', 1898년 무술변법의 주역 탄스퉁(譚嗣同·1865~1898)의 '인학(仁學)', 1923년 과학의 효용과 한계를 놓고 저명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벌인 논쟁을 수록한 '과학과 인생관'등 네 권이 간행됐다.

1902~3년 잡지에 연재됐던 '신중국미래기'는 중국이 입헌 국가가 된 지 50년 뒤에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형식의 정치소설이다. 공자의 후손으로 혁명운동의 핵심 인물이었던 쿵훙다오(孔弘道)는 중국이 세계 대국으로 부상한 과정을 예비 입헌(立憲), 분치(分治), 통일, 국부 축적, 대외 경쟁, 비약의 여섯 시기로 나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개량파와 혁명파로 나뉘지만 서로 배척하지 않고 경쟁과 연대를 통해 부강과 독립을 달성한다. 소설 속에서 중국이 '유신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세계평화회의와 상하이 박람회는 오늘의 중국을 예언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중국에서는 이 소설을 시진핑의 '중국몽(夢)'과 연결해 미래 중국의 비전으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구유심영록'은 1911년 신해혁명 후 사법·재정총장으로 정치에 깊이 관여했던 량치차오가 파리평화회의에 참석차 1918년 10월부터 1년 4개월 동안 유럽을 돌아보고 와서 쓴 책이다. 서양 근대 문명에 절대적 신뢰를 갖고 동아시아에 전파해온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서구 문명이 폐허가 된 것을 보고 과학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사회진화론을 반성하며 물질과 정신의 조화, 개인의 상호 부조와 국가 간 협력·소통, 서양 문명과 중국 문명의 화합을 통해 새 문명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과 인생관'은 과학만능주의를 지지하는 후스(胡適·1891~1962)와 천두슈(陳獨秀·1879~1942), 이에 반대하는 량치차오 등이 1년여에 걸쳐 벌인 논쟁이다. 결과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지지했던 전자가 승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과학과 전통문화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학'은 중국 전통 윤리의 핵심이었던 인(仁)을 새롭게 해석하여 기존 질서와 기성 종교를 해체함으로써 근대적 가치의 불을 댕긴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이 시기 주요 사상가인 리다자오(李大 조·1889~1927)·류스페이(劉師培·1884~1919)·두야취안(杜亞泉·1873~1933)·천두슈·후스의 사상선집과 장지동(張之洞·1837~1909)의 '권학편', 량수밍(梁漱溟·1893~1988)의 '중국문화요의', 위원(魏源·1794~1856)의 '해국도지(海國圖志)' 등이 계속 번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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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 조선일보 | 2016-02-17

원문 읽기

인학 - 10점
담사동 지음, 임형석 옮김/산지니


구유심영록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과학과 인생관 - 10점
천두슈 외 19명 지음, 한성구 옮김/산지니

신중국미래기 - 10점
량치차오 지음, 이종민 옮김/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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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미조구치 유조'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지난 여름입니다.

세계적인 중국 연구자의 책이라는 소개와 함께 책을 한 권 건네받았는데, 표지를 봐서는 별달리 알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국내에서 '세계적 석학의 저서'라는 찬사와 함께 출간되는 책들의 표지는 대부분 이러한 저자의 프로필을 부각했기 때문일까요? 

흰 바탕에 검은 글씨. 상당히 절제된 느낌의 이 책이 『방법으로서의 중국』원서였습니다. 



호기심에 '미조구치 유조'를 검색해봤으나 국내 자료는 몇 없었습니다. 몇 권 번역되어 있는 저서의 저자 프로필에는 학력과 저서가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지요. 


국내 출판된 미조구치 유조의 몇몇 저서들


중국 사상사, 그리고 사실상 중국학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이 미조구치 유조이고,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방법으로서의 중국』이라고 들었는데, 

중국학에 문외한인 저는 딱히 미조구치 유조가 누구인지, 왜 중요한 사람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미조구치 유조는 2010년에 타계하기 전까지 동아시아 지식인의 교류를 선도하며 왕후이, 쑨거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고, 중국에서는 사후에 전집이 출간될 정도로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본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사진출처: 한겨레

천광싱 대만 자오퉁대학 교수는 미조구치 유조를 기리는 글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지난 한 세기 넘게 유럽과 미국의 역사발전 경험과 그에 따라 형성된 지식틀이 아시아 학계에서 유일하게 참고하는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 틀로는 더이상 유럽·미국과 그밖의 여러 지역의 역사경험을 해석할 수 없다. 이제 참고할 대상을 어떻게 확대해 다원적 좌표를 만들고 새로운 지식의 방식을 창조해낼 것인지가 전세계 학술계가 마주한 공동의 문제이다. 그 다른 길을 찾는 여정에서 우리는 미조구치가 이미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줄곧 외롭게 그 길을 걸어왔다.

미조구치가 1980년대 제기한 명언인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것은 세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는 당시 일본 지식상황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전까지는 ‘세계’를 방법으로 중국을 가늠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실제로는 유럽과 미국이었다. 중국을 방법으로 하는 것은 더이상 유럽을 기준으로 타인을 가늠하지 않는 다원적인 구성이다. 유럽, 중국,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모두 이 세계를 구성하는 원소다. 즉 중국의 역사를 입구로 라틴아메리카를 바라보고 아프리카 역사에서 출발해 유럽을 보는 것처럼, 다원적 진리의 대화 과정에서 더 높은 수준의 세계의 그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인식을 가져야만 이론상에서 ‘제국주의’를 피할 수 있다." 


'중국을 방법으로 하여 세계를 보는 것'에 대한 미조구치의 시각이 선명하게 정리되어 있는 곳이 바로 그의 첫 저서,『방법으로서의 중국』입니다. 1989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중국에서 '공사公私'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본에서의 의미와 비교해 명확히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미조구치가 훗날 더 깊이 파고들게 되는 주제들에 대한 열정적 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50년 넘게 학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미조구치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또한 동아시아 지식인 간의 교류였습니다. 그는 중국의 저명한 학자 왕후이, 쑨거 교수에게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중국 사회과학원의 쑨거 교수와는 1990년대에 함께 ‘중·일 지식인 회의’를 이끌었고 "스무살이 넘는 나이 차이와 국경, 전공을 넘어 친구"로 지냈다고 합니다. 쑨거는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미조구치 유조의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언급했지요. 



“어떤 국가든 사회든 인식 상대를 나와 관계 없는 외재적인 개체라고 생각하면, 상대를 숭배하거나 무시하게 되어 ‘평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때문에 다케우치 요시미나 미조구치 유조(1932~2010) 같은 일본의 사상가들은 일본인이 일방적으로 미국을 숭배하는 현상을 보면서 어떻게 중국이나 아시아를 방법으로 삼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까 고민했죠.” 

같은 인터뷰에서 쑨거 교수는 미조구치의 이론을 차용해 '방법으로서의 한국'을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미조구치의 이론은 『방법으로서의 중국』이 출간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동아시아적 탈근대론을 모색하는 연구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노년의 미조구치 유조. 사진출처: 이와나미쇼텐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미조구치 본인이 자신은 이론가가 아니라고 말했다는 점인데요. 미조구치의 제자 이토 타카유키에 의하면, 그는 줄곧 "나는 이론가가 아니라 장인(職人)"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목공이 물건을 만들듯이, 담론을 만드는 일도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어떤 실체를 구성하는 작업이란 말일까요. 

온라인 번역기의 도움을 빌린 의역입니다만, 이토 타카유키의 이야기를 잠시 읽어보시죠. 

"[미조구치에게는] 현장 감각을 가진 사람 같은 모습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광맥을 찾아내, 시대적 사조와도 겹치는 동물적인 육감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에게는] 한때 사정이 있어 가업을 잇고, 그 약진이 경제지에 취재된 것이 자랑거리였다. 일본에 온 해외 연구자 때문에, 자가용으로 가재 도구를 나르기도 했다.  『주자 어류(朱子語類)』의 강독 세미나에 참가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윤독회에는, 사망 반년 전까지 건강 악화를 무릅쓰고 발걸음해 그것이 사는 보람처럼 되어 있었다."


미조구치의 '현장 감각'은 가업을 이었던 경험에서 온 것일까요? 땀을 뻘뻘 흘리며 동료의 이사를 돕는 학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2010년 타계 직전까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장인'의 꾸준한 수련을 연상시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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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방법으로서의 중국』 담당하게 되었을 때는 막막한 느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번역되어 세상에 나온 책을 만나니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네요ㅎㅎ

"故 미조구치 유조의 대표작이 드디어 한글로 나왔어요!"


『방법으로서의 중국』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새로운 중국, 그리고 새로운 세계와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책소개 읽기


참고자료

서구의 틀을 벗어나 세계를 보다 (한겨레, 천광싱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인식 방식 없애는 게 내 역할” (한겨레, 쑨거 인터뷰)

中国思想のエッセンス』 소개글 (이와나미쇼텐)


방법으로서의 중국 - 10점
미조구치 유조 지음, 서광덕.최정섭 옮김/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