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똥

정형남 소설집

 

 

▶ 메마른 도시를 벗고 자연으로 귀향하다

 

『감꽃 떨어질 때』, 『진경산수』등을 발표하며 긴 세월을 옹이에 새긴 고목의 여유로움을 보여준 작가 정형남의 신작 소설집 『노루똥』이 출간되었다. 전작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산천의 사계와 고향의 정경, 그리고 그 속의 사람들이 그려내는 지난 세월의 풍경들은 본작에서도 이어진다. 다 풀어낸 것 같은 고향의 이야기 보따리는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끊임없이 샘솟아 독자들의 마음을 추억으로 적신다.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노루똥』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작가의 모습을 십분 담고 있다. 작품의 인물들 또한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고향으로 성큼 다가서고, 고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이제는 오랜 이야깃거리가 된 한 많던 시절의 이야기는 오랜 향수와 만나고 인물들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작품들은 현재와 과거 회상을 경계 없이 부드럽게 오간다. 이렇듯 물 흐르는 듯한 전개에는 정형남 작가가 구사하는 생생한 전남 사투리가 큰 몫을 한다. 인물의 개성을 살리고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키우는 표현들은 작가의 특성이자 강점이다.
현대인을 둘러싼 메마른 정서는 도시화로부터 기인한 것이 아닐까. 사람이 가진 본래의 따뜻한 심성을 찾아가는 『노루똥』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그놈의 어린 시절, 때에 절은 추억이 향수 속에 묻어나
콧날을 시큰하게 하였다.”

 

오랜 기억 속 삶의 터전, 고향

 

일제 강점기부터 마을과 역사를 함께해온 적송을 통해 오래된 기억을 다시 곱씹는 서당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반추동물의 역사」를 시작으로 『노루똥』은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고향’을 상기시킨다. 항일운동의 오랜 역사를 품은 서당골에서 친일파 후손 ‘도용’이 나무 밑둥에 깔려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도용이 베려 했던 그 나무가 마을의 항일운동을 내내 지켜본 서당골 적송이었다는 사실은 마을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 묻혀 있던 역사와 공통된 기억을 깨운다.
바닷가에서 하루 동안 시간을 보내던 ‘나’의 머릿속에 스며들듯 그려지는 고향 ‘섬목’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파도 위의 사막」 또한 흥미롭다. 고향 섬목에 대한 ‘나’의 오랜 기억은 소설 속에서 현실과 환상, 현재와 과거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넘나들며 묘사된다. 의식의 흐름 기법에 가까운 이러한 문장들은 작품의 후반부에서 바다 위에 뜬 별들 가운데로 빠져드는 ‘나’의 환상과 만나 그 효과를 극대화한다.
「마녀목(馬女木)」의 주인공 ‘나’는 막걸리 맛에 반해 찾아간 ‘개도(蓋島)’라는 섬에서 ‘마녀목’이라 불리는 고목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경험이 있을 고향의 옛이야기. 마을 어른이 들려줄 것 같은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섬의 한구석에 자리한 고목에는 어떤 사연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오랜 시절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그 고목의 의미는 무엇일까?
「고향집」은 오랫동안 도시에서 살던 최 할머니가 늘그막에 고향 ‘꽃섬’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으며 섬에 얽힌 오래된 옛 기억들을 회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오랜 기억 속, 마을 사람들이 모여 복작대며 살던 고향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섬에서 나고 자란 정형남 작가가 그리는 섬마을 사람들의 삶은 독자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적실 것이다.

 

 

▶ “길거리에서 오다 가다 만나도 안팎사돈치레인데,
부딪치는 사람마다 그 인사성이 요란스러웠다.”

 

한(限) 맺힌 시절도 품고 보듬어 이겨내던
사람들, 인연의 이야기

 

「망각에서 깨어난 아침」에서는 망자혼례로 맺어진 두 집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젊은 나이에 스러져 영혼으로 맺어진 두 사람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옛날 고향에 대한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족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함께 마을 사람들이 함께 희로애락을 나누었던 그 시절의 따뜻함에 대해 그려낸 작품이다.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는 ‘임사백’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노루똥」은 이 책의 표제작이도 하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아내를 잃고 시신마저 거두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임사백과, 그의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벗 ‘현 화백’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부부지간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찰나에 지나가는 어떤 것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까?「노을에 잠긴 섬」은 인연으로 엮인 사람들의 정과 오랜 추억 속의 고향에 대한 작품이다. 남편과 헤어지고 떠돌며 아이 얼굴도 보러 가지 못하는 ‘화수댁’이라는 여인을 통해 우리 민족의 오랜 ‘한(恨)’의 정서와 함께 시골의 넉넉한 정을 엿볼 수 있는 소설로, 등장인물들의 인연이 겹겹이 얽혀 이어지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모든 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저마다 다른 어려움에 맞닥뜨리게 된다. 고난을 맞은 사람들은 때때로 자연이나 사물의 모습에서 위로를 얻고 역경을 이겨내는 삶의 자세를 배우기도 한다. 「누룩」에서 막걸리 빚는 술도가의 주인이 일러주는 ‘누룩 같은 인생’이 그런 것처럼. 망가지고 좌절하는 순간을 발판 삼아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며, 정형남 작가는 소설을 통해 사람을 어루만진다.

 


밑줄긋기 / 책 속으로

p.13. 그 결과 일제는 서당을 폐쇄하였고, 감시의 눈초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그 어떠한 교육도 용납하지 않았다. 서당은 폐허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서당을 지을 때 기념식수로 심은 적송은 해마다 자라나 소리 없이 서당을 지켰다.

 

p.89. 그럼, 우리 할머니는 은하의 세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겠네. 저게 우리 할머니의 별인지 모르지. 댕기머리 치렁한 누님은 나의 손을 꼬옥 잡으며 귓속말로 은하수 한가운데 유난히 크게 반짝이는 별을 가리켰다.

 

p.143. 희붐하게 밝아오는 창밖은 언제부터인가 봄을 시샘하듯 춘설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라고는 겨우내 한두 번 내릴까 말까 한 따뜻한 남녘하늘에 흰나비 떼처럼 창문에 부딪치는 눈송이가 어찌나 신선하게 다가오는지, 창문을 활짝 열고 두 손으로 눈송이를 받았다.

 

p.194. 누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온전한 밀, 쌀, 녹두, 보리를 분쇄하여 만들지 않는가. 그리고 곡류에 누룩곰팡이를 번식시켜 새롭게 거듭나지 않는가. 거기에 무한한 생명력이 재생되는 거네.

 

 

저자 소개

정형남
조약도에서 태어났고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6부작)』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진경산수』,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권)』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목차

반추동물의 역사
망각에서 깨어난 아침
파도 위의 사막
노루똥
마녀목(馬女木)
노을에 잠긴 섬
누룩
고향집

작가의 말

 

 

정형남 소설집

노루똥

 

정형남 지음 | 232쪽 국판  | 13,000원 | 978-89-98079-23-9 03810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노루똥』은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시골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작가의 모습을 십분 담고 있다. 작품의 인물들 또한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고향으로 성큼 다가서고, 고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이제는 오랜 이야깃거리가 된 한 많던 시절의 이야기는 오랜 향수와 만나고 인물들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노루똥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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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남 세번째 단편소설집 출간


- 부산서 30년 살다가 보성 이주
- 구수하고 걸쭉한 입담이 매력

단편소설에서는 첫 대목의 힘이 중요하다고 흔히 말한다. 소설가 정형남(69·사진)은 그런 힘을 잘 아는 이야기꾼이다.

"계시오?" "왜, 또?" "워메, 답답해서 사람 똑 미치것소." "뭔 일인디?" "좀 들어 보시오. 말이 통하나, 입맛이 맞나, 생활습관이 맞나, 사람 환장하것소. 천불이 나요, 천불이…." "국제적으로 장벽이 높단 말이여?" "높고 낮은 정도가 아니요. 이건 갈수록 엉망진창이요."(소 쌀밥 첫머리)

"저, 청승 좀 보게." "누가 아닌가. 허구헌 날 실꾸리 되감듯 하는 저놈의 노랫소리도 신물이 날 만도 한디." 오일장을 보러 온 노인네들이 포장마차에서 대낮부터 술잔을 나누며 혀를 찼다.('무넘이재' 첫머리)

첫머리가 이렇게 구수하고 능숙하게 나오면, 독자는 '무장'이 해제되면서 이야기 속으로 슥 빨려들어가기 십상이다. 물론 좀 고전적인 묘사로 시작하는 작품도 있지만, 정형남(사진) 소설가의 새 소설집 '진경산수'(해피북미디어 펴냄)에 나오는 8편은 진입 장벽 없이 독자를 얘기 속으로 데리고 가는 힘이 넉넉하다.

전남 완도군의 작은 섬 조약도에서 태어난 소설가 정형남은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뒤로 부산에서 30년여 년 살며 소설을 썼다. 그에게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안긴 6부작 장편소설 '남도', 5권짜리 '여인의 새벽', 화제가 됐던 구도소설 '천 년의 찻씨 한 알' 등 많은 작품을 그는 부산에서 써냈다. 몇 해 전 그는 전남 보성으로 거처를 옮겨 계속 소설을 쓰고 있다.

   

부산의 많은 동료 작가에게 '그리운 정형남'이 된 그는 그런 옛 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은 전남 보성을 중심으로 시골과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작품을 써왔다. '진경산수'라는 제목으로 펴낸 세 번째 단편소설집인 이번 책이 그렇다. 한국의 정서와 미감을 간직한 공간으로서 섬과 시골, 이제는 기억 저편으로 가버린 사람과 사연, 그런 사람과 사연을 떠올리며 회한과 맞닥뜨리는 오늘의 사람들이 소설을 수놓는다. 전남 화도(花島)에서 오래 전 있었던 사랑 이야기를 회한 속에 떠올리는 '꽃섬', 깊은 산 속의 얼음계곡 숨겨진 일제강점기의 비극에 우연히 맞닥뜨리는 현대의 세 사람을 그린 '사금목걸이' 등을 실었다.

작가는 아등바등 기교를 부리려 하지 않고, 어찌 보면 무심해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순한 호흡으로 문장을 밀고 간다. 진경산수란 이런 연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조봉권 | 국제신문 |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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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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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보면

컬러별로 책을 모아두고 찍는 게 많더라고요.

 

우리 산지니 책들도 한 미모하는데 

이런 유행에 빠질 수 없죠!

 

그래서 색이 고운 책들로 선정(?)하여

산지니 무지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 D

 

 

1. 선명선명. ver

 

2. 아련아련.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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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수 2016.02.2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그럴 듯하네요^^ 패션과 혁명이 선두에 섰군요.

30여 년의 부산 생활을 접고 귀향하여, 전라남도 보성에서 창작활동에 전념 중인 중견소설가 정형남의 신작 단편소설집 『진경산수』가 출간되었다. 『진경산수』는 작가의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집으로서,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이 정형남 특유의 서정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 전라남도 보성이라는 공간구성을 배경으로 도시를 벗어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이번 작품집에는 정형남 작가의 여유로운 감성과 더불어 ‘한(恨)’이라는 민족 고유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이처럼 『진경산수』는 생생한 전남 사투리의 입담을 살려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 여덟 편의 단편을 한데 엮고 있다.



“참 알 수 없는 게 사람의 인연이에요.”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섬을 빠져나가는 탓에 고립된 전라남도 화도(花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꽃섬」을 시작으로 『진경산수』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억 저편을 조금씩 소환하고 있다. 주인공 ‘나’는 조카와 함께 배낚시를 하다 바다 멀리 보이는 섬 사이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꽃섬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린다. ‘나’는 함께 마을에서 버팀목처럼 지내던 종구 형이 그의 약혼녀와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을 그리며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새삼 감격한다.

「사금 목걸이」에서는 얼음계곡을 찾아 떠난 한 선생과 김 사장, 이 면장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볕더위 속 산골짜기에서 얼음계곡을 찾아 떠난 세 사람. 그렇게 함께 산길에 오르다 웅덩이 물에 몸을 내맡긴 한 선생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연못에서 잉어가 머리 치렁한 여인으로 변신하는 놀라운 모습을 목격한다. 한 맺힌 여인의 삶과 함께 일제강점기 당시의 가슴 아픈 비극이 오롯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이른 봄, 우연히 자전거 산책을 나섰다가 삼층석탑 앞에 말없이 치성을 드리는 여인의 모습을 보고 백제 여인의 환영에 사로잡힌 ‘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삼층석탑」 또한 주목할 만하다. 봄을 지나 풍요로운 가을이 되어 다시 찾은 들판에서 ‘나’는 또다시 여인을 마주한다. 여인은 ‘나’에게 술을 건네며 지나온 세월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데…. 수난의 가시밭길이었던 우리의 역사와 대를 이어 전통을 이어온 사람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한 많은 삶 속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정형남 특유의 해학적 정서

조카를 바라보며 골머리를 앓는 하명 양반의 이야기가 담긴 「소 쌀밥」은 『진경산수』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유쾌하며 서사가 짙은 작품이다. 하명 양반은 조카와 베트남 아가씨의 만남을 주선하여 이내 결혼식을 올리게 하였으나 술독에 빠진 조카의 몰골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베트남 색시는 계속되는 조카의 술주정에 고향으로 떠나겠다고 가출을 한 상태이며, 조카는 색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하명 양반에게 하소연을 시작한 것. 그러던 중 하명 양반은 아내로부터 조카 색시가 홀몸이 아닌 채로 다문화여성쉼터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데…. 시골 다문화가정의 단란하고도 소란스러운 삶을 엿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유쾌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바다로 간 삽살개」 또한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 없이 다가오는 작품이다. 불우한 결혼생활을 겪은 여인의 ‘한(恨)’의 정서와 함께 시골사람들의 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소설로서, 갈대밭을 풍경으로 펼쳐지는 풍경묘사가 인상적이다. 한겨울, 갈대숲 공원을 따라 걷는 동안 해산의 관심은 설송의 불우했던 과거사로 향한다. 그때 어디선가 삽살개 한 마리가 나타나 해산 일행이 전하는 술잔을 비워내며 일행을 놀라게 한다. 잠이 들던 삽살개는 이윽고 몸을 떨치고 일어나 바다 쪽으로 달려 나가는데…. 찰지디 찰진 갯벌로 달아나버린 삽살개와 우연하게 마주한 에피소드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득량만 갈대숲을 배경으로 구상하였다고 한다.


득량만 갈대밭


한편, 진주시 호남정맥을 가르는 무넘이재를 두고 펼쳐지는 이야기 「무넘이재」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정서가 살아 있는 작품이다. 마을 노인들은 초췌한 몰골로 장터를 떠도는 명수를 보며 안타까워하는데,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한 명수의 아내가 집을 떠난 까닭이었다. 명수는 텅 빈 장터거리에 남아 아내를 처음 만나던 시절을 떠올린다. 무심한 뻐꾸기 울음소리만 남아 있는 그때 그 자리에서 떠난 여인을 그리워하는 한 사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이야기의 향연

이번 작품집 『진경산수』에서는 백제와 통일신라 시대, 일제강점기, 베트남전을 넘나드는 한국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작품이 더러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소설 「고인돌」은, 베트남전에 파병되어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마의 고통을 겪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의 길을 찾아 나서듯 산에 갇혀 지내며 살아가는 사내에게, 과거 함께 동거하던 여인이 찾아오며 극적인 재회를 겪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사내는 여인의 죽음이라는 비보를 견디며 절망에 휩싸이는데…. 너럭바위 밑에 나란히 시신이 된 사내와 여인을 발견한 마을 노인들은 사내와 여인이 묻힌 너럭바위가 과거 족장의 무덤이 틀림없는 고인돌일 것이라며 이야기를 나눈다.

역사의 숨결을 장뚱어탕이라는 요리로 풀어낸 작품 「짱뚱어탕」 또한 정형남 작가의 삶을 기반에 둔 소설로서 흥미롭다. 짱퉁어탕에 얽힌 일화를 하나둘 풀어놓는 한 선생과 윤 과장, 이 면장이 허름한 향토음식점에 함께 모였다. 우선, 어린 시절 고향인 섬에서 짱뚱어를 맛보던 한 선생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보성의 선근다리에 얽힌 이야기까지 짱뚱어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안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일행은 중도방조제를 따라 바다로 이어지는 진토재까지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맛깔스런 음식 이야기가 잘 녹아든 작품이다.

귀향 후, 정형남 소설의 체험에 전라남도 보성의 아름다운 풍경 묘사를 더하고 있는 『진경산수』. 여기 실린 여덟 편의 단편들은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진경산수화와 같은 작품으로, 도시의 각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진경산수

정형남 지음 | 문학 | 국판 | 220쪽 | 13,000원

2015년 12월 31일 출간 | ISBN : 978-89-98079-14-7 03810

전라남도 보성에서 창작활동에 전념 중인 중견소설가 정형남의 신작 단편소설집. 전남 사투리의 입담을 살려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 여덟 편의 단편을 한데 엮었다.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이 살아나고 정형남 작가의 여유로운 감성과 더불어 ‘한(恨)’이라는 민족 고유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저자 : 정형남

조약도에서 태어났고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다. 『남도(6부작)』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권)』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차례




진경산수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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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정형남 단편소설집 '진경산수' 출간

전라도 사투리 입담 살려 서정적 분위기 연출



30여 년의 부산 생활을 접고 귀향해 전남 보성에서 창작활동에 전념 중인 중견소설가 정형남의 신작 단편소설집 '진경산수'가 출간됐다.

'진경산수'는 작가의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집으로서,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이 정형남 특유의 서정과 함께 되살아나고 있다. 

전남 보성이라는 공간구성을 배경으로 도시를 벗어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고 있는 이번 작품집에는 정형남 작가의 여유로운 감성과 더불어 ‘한(恨)’이라는 민족 고유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이처럼 '진경산수'는 생생한 전남 사투리의 입담을 살려 서정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한 여덟 편의 단편을 한데 엮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 섬을 빠져나가는 탓에 고립된 전남 화도(花島)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 '꽃섬'을 시작으로 '진경산수'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기억 저편을 조금씩 소환하고 있다. 

주인공 ‘나’는 조카와 함께 배낚시를 하다 바다 멀리 보이는 섬 사이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꽃섬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린다. 

‘나’는 함께 마을에서 버팀목처럼 지내던 종구 형이 그의 약혼녀와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을 그리며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새삼 감격한다.

조카를 바라보며 골머리를 앓는 하명 양반의 이야기가 담긴 '소 쌀밥'은 '진경산수'에 실린 작품 중 가장 유쾌하며 서사가 짙은 작품이다. 

하명 양반은 조카와 베트남 아가씨의 만남을 주선하여 이내 결혼식을 올리게 하였으나 술독에 빠진 조카의 몰골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베트남 색시는 계속되는 조카의 술주정에 고향으로 떠나겠다고 가출을 한 상태이며, 조카는 색시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하명 양반에게 하소연을 시작한 것. 

그러던 중 하명 양반은 아내로부터 조카 색시가 홀몸이 아닌 채로 다문화여성쉼터에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는데…. 시골 다문화가정의 단란하고도 소란스러운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작품집 '진경산수'에서는 백제와 통일신라 시대, 일제강점기, 베트남전을 넘나드는 한국사에 바탕을 두고 있는 작품이 더러 등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소설 '고인돌'은, 베트남전에 파병되어 고엽제 후유증으로 병마의 고통을 겪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죽음의 길을 찾아 나서듯 산에 갇혀 지내며 살아가는 사내에게, 과거 함께 동거하던 여인이 찾아오며 극적인 재회를 겪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사내는 여인의 죽음이라는 비보를 견디며 절망에 휩싸이는데…. 

너럭바위 밑에 나란히 시신이 된 사내와 여인을 발견한 마을 노인들은 사내와 여인이 묻힌 너럭바위가 과거 족장의 무덤이 틀림없는 고인돌일 것이라며 이야기를 나눈다.



'진경산수'에 실린 여덟 편이 단편들은 우리나라 산천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진경산수화와 같은 작품이다.

소설가 정형남은 현대문학 추전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남도(6부작)'으로 제1회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했다.

창작집 '수평인간' '장군과 소리꾼', 중편집 '반쪽 거울과 족집게' '백 갈래 강물이 바다를 이룬다', 장편소설 '숨겨진 햇살' '높은 곳 낮은 사람들' '만남, 그 열정의 빛깔' '여인의 새벽(5권)' '토굴' '해인을 찾아서' '천년의 찻씨 한 알' '삼겹살'(2012년 우수교양도서) '감꽃 떨어질 때'(2014년 세종도서)를 세상에 내놓았다.



양기생 | 무등일보 |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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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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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경산수 = 정형남 지음.

전라도 보성에서 창작활동에 전념 중인 중견소설가 정형남의 단편소설집이다.

책에는 '꽃섬', '사금 목걸이', '삼층석탑' 등 단편 8편이 실렸다.

'꽃섬'에서 주인공 나는 조카와 함께 배낚시를 하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꽃섬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린다. 나는 절친했던 종구 형이 그의 약혼녀와 행복했던 찰나의 순간을 기억하며 인연에 대해 새삼 감격한다.

작가는 전라남도 보성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도시를 벗어난 현대인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는 우리 민족 고유의 한(恨)을 주제로 한 작품들에 걸쭉한 전남 사투리를 더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해피북미디어. 220쪽. 1만3천원.

▲ 아디오스 아툰 = 김득진 지음.

늦깎이 신예 소설가 김득진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제8회 해양문학상 수상작인 '아디오스 아툰'을 포함해 총 여섯 편의 중단편이 실렸다.

작가는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단한 삶을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담담하게 그린다. 표제작 '아디오스 아툰'은 보험 가입, 도시재개발 사업, 기업 운영, 참치 어획 등 현실과 밀착된 소재로 도시인의 불안을 말한다.

'나홋카의 안개'는 건설현장 일용직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주인공이 러시아에 있는 수산회사의 육상 근무자 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위안부 생활을 했던 고려인 여성의 아픈 역사가 더해지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고려인 후손의 삶이 몽환적 분위기 속에서 그려진다.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인간의 실존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산지니. 211쪽. 1만3천원.

김보경 | 연합뉴스 | 2016-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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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 - 10점
정형남 지음/해피북미디어


아디오스 아툰 - 10점
김득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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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쁘다.

 

 

시집 표지 색깔이 너무 예뻐요.

 

표지에 물고기들이 반짝거리네요.

 

사발에서 빛이 나요.

 

실물이 훨 낫네요. 모니터로 보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보여요.

 

 

소설, 시집, 희곡집 등 종류도 다양한 신간 4종이 오늘 출판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동안 공들여 만든 새책들을 보니 밥 안 먹어도 배부르네요.(사실 좀 전에 점심을 두둑히 먹었지요.^^)

 

 

화려한 자태로 오늘 저희를 감동시킨 책들은

산지니시인선 네 번째 책 나이지리아의 모자(신정민 시집),

전남 보성을 배경으로 산천의 사계를 벗 삼아 삶을 일구는 이들의 이야기 『진경산수(정형남 소설집), 부표처럼 떠도는 뱃사람들의 인생사 『아디오스 아툰』(김득진 소설집), 연기부터 연출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최은영 작가의 첫 번째 희곡집『비어짐을 담은 사발』입니다.

 

 

Posted by 산지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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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단디SJ 2016.01.07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에 온 책들은 모두 색감이 정말 좋아요 >.<

  2. BlogIcon 엘뤼에르 2016.01.08 08: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니터로 시안을 봤을 때와 실물을 직접 봤을 때 느낌이 한결 다른 걸 느낄 수 있었어요. ㅎㅎ 실물 책을 보니 다들 잘 나와서 너무 좋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