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마지막 회)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티벳영화의 미래,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지금까지 페마 감독의 영화 경력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았다. 페마감독은 중국의 티벳 출신이라는 이중신분 속에 ‘티벳영화’를 제작해온 독립영화 감독이다. 페마 감독의 ‘티벳영화’는 티벳인 스스로 티벳인의 문화와 삶을 발화(發話)한 최초라는 점에서 영화사적 의의가 있다.


 그의 작품은 항상 중국/티벳 간의 정치적 문제와 중첩되면서, 문화정치학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말하지 않고 드러내기’식의 탈정치적 영화화법으로 ‘티벳스러움(Tibetan-ness)’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국스러움(Chinese-ness)’을 배제한 영화라는 점에서 정치적 발화가 들어 있는 ‘티벳영화’이지만, 동시에 평화, 화합, 우애, 단결의 공동체를 강조하는 중화민족단결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주제의식을 가진 양면성(two aspects)을 가진 영화로 분석된다. 그는 이중신분과 양면성 속에 고뇌하는 경계선상의 티벳인이며, 그의 작품 세계에도 이러한 성향이 그대로 투영되어, 〈늙은 개〉가 보여주는 저항적 민족의식부터, 〈오색신전〉에서 보여주는 양면적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그와의 3회에 걸친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된 분명한 사실은 그가 뼛속까지 ‘티벳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철저한 티벳인라는 것이다. 정치상황에 대해서 거의 언급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티벳인으로서 티벳언어를 사용하는 ‘티벳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또한, 페마 감독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문화적 자존감, 자신들의 방식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자유와 존엄감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페마 감독은 〈오색신전〉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나는 최대한 관중들을 구분하지 않는다. 나의 영화는 티벳인이 보든, 다른 민족들이 보든, 혹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사람들이 봐도 이해하기 쉽고 감동을 주는 보편성을 지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의 가장 문화적인 예술정신이 가장 정치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티벳인들의 순수하고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와 삶, “티벳을 보라! 만약에 이런 티벳을 억압하거나 탄압하는 자들이 있다면 얼마나 야만적인 세력일 것인가!” 그것이 ‘무어화(無語話)’식 페마 체덴 감독의 외침이다. 따라서, 그의 이중신분이 가진 곤혹스러움과 검열제도라는 중국의 제작환경을 감안할 때, 페마 감독을 중국 체제 내의 순응자, 혹은 회색인으로 단정하려는 시도는 편협하면서도 지나친 시선으로 보인다.


 페마 감독은 ‘티벳영화’를 통해 티벳뿐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 공동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성찰의 영화를 만들고 있다. 페마 감독이 더욱 소중한 이유는 자신의 이중신분과 엄격한 검열제도와 같은 척박한 제작환경 속에서도 용기와 열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견지해나가는 치열한 예술정신 때문이다. 우리가 그를 찾고, 공감하고, 연대해야 하는 까닭은 그의 영화에 들어 있는 평화, 우애, 단결, 정의의 목소리가 티벳이라는 특수성을 넘어,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보편적 인간과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 또한 모두 티벳인이기 때문이다.

 

 

 


 최근 페마 감독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2014년 〈오색신전〉을 계기로 대중적인 장르영화로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그 역시 5세대 선배 감독들이 그러했듯이, 독립영화와 작가주의로 명망을 얻은 후, 대중적 장르영화로 전환하는 식의 경로를 따라가는 것인지, 혹은 시장시스템 만능주의로 고착된 중국 영화산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지 현재로서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페마 감독은 영화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영화시장은 중요하다. 영화 또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제작자본의 회수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둔다. 그리고 만약 기회가 온다면 상업영화나 장르영화, 혹은 (티벳영화 외에) 중국적인 소재에 의존해서 영화를 찍는 것을 고민해볼 것이다. 나의 영화를 굳이 일개 지역이나 지방에 한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만의 예술세계와 표현방식을 지켜나가며 찍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페마 감독은 차기작으로 <Killer>라는 티벳영화를 준비하고 있다. 감독은 이번 영화 또한 티벳을 배경으로 하는 ‘티벳영화’라고 밝히고 있다. 이 영화는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서 지원영화로 선정되어 2,000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은 바 있다. 티벳 청년감독 페마 체덴의 작품은 중국영화가 가진 특이한 빛이다. 그의 ‘티벳영화’가 지역적 특수성을 넘어 보편적 인류가치를 보여주는 새로운 대중적 영화로 성공해나갈지 향후 행로가 기대된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완결(完)



 

 

Posted by 비회원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페마 체덴의 티벳영화

 

 

 페마 감독은 2002년 본격적으로 영화 연출을 시작하였는데, 그의 첫 단편영화 성스러운 돌(靜靜的嘛呢石)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그가 베이징영화학원 진수생 1년차일 때, 방학 과제물로 자신의 고향에서 영화를 찍어 오라고 하여 단편을 찍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나중에 이 영화는 2005년 그의 첫 장편영화인 성스러운 돌의 원형이 된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인물관계 구성은 장편영화에 그대로 차용되었으며, 티벳어를 사용하고 티벳문화를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 그리고 다큐멘터리적 객관적 카메라 스타일은 이후 장편영화의 특징으로 자리잡는다.

 

 2004년에는 35mm 컬러필름을 사용한 단편영화 초원(草原, TheGrassland)을 연출하였다. 이 영화는 방생한 양을 잃어버린 어머니와 아들이 야크를 타고 메이롱초원으로 떠나는 여정을 다룬 21분짜리 단편영화이다. 이 영화는 티벳 초원을 배경으로 티벳인들의 인생관과 사람관계, 그리고 자연에 대한 태도 등을 담담한 다큐멘터리적 시선으로 드러낸다.

 

  2005년에는 고대 티벳 지역에서 하늘에 날씨를 비는 주술 종교인 방백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최후의 방박사(最後的防雹師)를 연출했다. 페마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서른세 살에 단편영화로 연출을 시작했지만, 재능을 인정받아 곧바로 중국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신예감독이 되었다. 소수민족인 티벳인으로서 자신의 고향 티벳을 배경으로 티벳문화를 표현하는 그의 예술성에 대해 중국문화계 전체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2005년에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 성스러운 돌이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티벳 감독과 티벳 영화 스태프들이 스스로 티벳의 문화를 티벳어로 제작한 최초의 장편영화라 평가받고 있다.

 

 

 

▲〈성스러운 돌(静静的嘛呢石)〉영화 포스터

 

 

 “성스러운 돌은 중국영화사 100년 중에서 티벳감독이 연출한 최초의 본토영화이며, 최초의 티벳문화를 반영한 영화이다”, 티벳 소년 라마승의 눈을 통해 사회주의 현대화 바람이 부는 90년대 초 티벳 농촌의 아름다운 전통문화와 공동체문화를 표현하였다. 이 영화로 중국 국내에서는 2006년 제9회 상하이국제영화제 아시아신인상’, 25회 중국금계장 신인감독상등을 수상했으며, 해외에서도 제24회 캐나다 벤쿠버국제영화제 용호특별상 부문에 초청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두 번째 장편영화 쿤둔(즈메이겅덩)을 찾아서(尋找智美更登, Soul Searching)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고, 다큐멘터리 가타대법회(嘎陀大法會), 상야사(桑耶寺)를 연출했다.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인 쿤둔을 찾아서는 티벳의 전설 속의 왕자인 쿤둔(즈메이겅덩 왕자, Drime Kunden) 공연을 위해 일어난 일화를 다룬 110분짜리 장편영화이다. 쿤둔은 티벳민족의 전설 속의 왕자이며, 티벳민족의 대표적인 민족연극의 주요 소재이다.

 

 페마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첫번째 영화 성스러운 돌을 찍을 때, 티벳 배우들과 작업하면서 어떤 감정이 일어났다. 티벳 전통문화와 불교정신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쿤둔에서는 곳곳에서 사라져가는 티벳 전통문화와 불교세계를 보여주기 위해서 제작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영화는 암도 지방의 해발 3천 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속에는 감독의 영화스타일이 된 고정된 카메라와 풀쇼트(full shot)를 사용한 롱테이크 기법이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영화 속 배우들은 모두 티벳 출신들이고, 티벳 마을을 배경으로 티벳어로 제작된 영화이다.

 

 

 

2008년 티벳 독립 시위 현장

 

쿤둔을 찾아서가 상영되던 시기에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티벳 지역에서 1959년 이래 최대의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베이징올릭픽 개최로 중국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을 때, 인도 임시정부와 티벳지역에서 1950310일 인도 망명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314일부터 18일까지 티벳자치구 라싸시를 중심으로 쓰촨성과 칭하이성 일대에서 라마승을 중심으로 대다수 지식인과 민중들이 이 시위에 참여하였다.

 

 2008310일 티벳 망명청년조직인 티벳청년회의(TYC: Tibet Youth Congress)’가 주축이 되어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벳까지 걸어가겠다는 대장정시위가 일어났다. 라싸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300여 명의 승려들이 시위에 참여했고, 314일을 기점으로 티벳 전역에서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중국 정부는 민간인 18명과 경찰 2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인도 임시정부에서는 140여 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으며, 승려 600여 명이 군수송기로 강제이송되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티벳 문제는 전적으로 중국의 내정이며 조국 통일문제라 주장했다. 한 티벳 영화인의 증언에 의하면, “이 시기를 전후해서 국제영화제의 그의 이름을 중국식 발음인 완마 차이단(Wanma Caidan)에서 페마 체덴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2009년에는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나팔바지 휘날리던 1983(喇叭袴飄蕩在1983, Flares wafting ln 1983)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1983년 개혁개방 초기 나팔바지와 디스코춤이 유행하는 시골 마을과 청년들의 순박한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복고풍의 작품이다. 페마 감독은 연출만을 맡았으며, 그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중국어로 된 영화이다. 페마 감독에 따르면, “중앙방송 영화채널에서 이미 완성된 시나리오를 보내 연출을 부탁해서 만든 영화이다. 평소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아온 감독의 제작 성향과 티벳어 영화를 고집해온 역정에 비춰본다면, 이 영화는 페마 감독의 작가주의 영화목록에 넣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늙은 개(老狗, Old Dog)〉포스터

 

 2011년에는 그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늙은 개(老狗, Old Dog)를 연출했다. 이 작품에서 페마 감독은 물질주의 가치관과 한족 문화 유입이 티벳 농촌에 침투하여 황폐화되고 있는 티벳 공동체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 시기의 티벳지역은 2008314 독립시위 이후 티벳인 라마승과 지식인들에 대한 체포가 늘어났고, 중국 정부의 정신교육 강화와 통제가 심화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이러한 티벳지역의 시대적 분위기가 강하게 들어 있다.

 

 이후 3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페마 감독은 2014년 자신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인 오색신전(五彩神箭, The Sacred Arrow)을 연출하였다. 티벳 전통민속행사인 활쏘기 시합을 둘러싼 티벳 마을 청년 간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다.

 

 2015년에는 <타를로(塔洛,Tharlo)>를 연출했다. 티벳인으로 티벳어를 사용하는 티벳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은, 이번에도 흑백의 화면과 롱테이크 속에 도시화와 현대화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티벳인들의 삶과 정체성 문제를 사실적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 상영되었다.

 

 이와 같이, 페마 감독은 2편의 단편영화, 3편의 다큐멘터리, 6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어왔다. 그중 나팔바지 휘말리던 1983을 제외한 모든 영화가 티벳 마을을 배경으로 티벳 배우들이 출연하여, 티벳 문화를 다루고 있는, 티벳어 영화라는 점에서, 중국영화 지형 내에서 티벳영화라는 매우 독특한 로컬영화의 영역을 개척해온 독립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티벳인 스스로 자신들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페마감독은 사회주의정부 수립 이후 진정한 의미에서 첫 번째 티벳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으며, 중국/티벳 간의 정치적 주권문제라는 문화정치학적 외부상황과 중첩되면서 국제적으로 이례적인 주목을 받는 감독으로 자리잡고 있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⑤에서 계속 >>

 

 



 

Posted by 비회원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③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페마 체덴의 영화 역정 

 

 페마 체덴 감독은 196912월 칭하이(靑海)성 하이난장족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 구이더(貴德)현에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흔히들 티벳의 중심지로 알려진 포탈라궁과 라싸시가 있는 서장자치구가 아닌 칭하이성 동북쪽 내륙 변방 해발 2000미터 고원지대이며, 티벳에서는 그 지역을 암도(Amdo, 安多)라고 부른다. 원래 암도라고 불렸지만, 1950년 중국 정부의 무력 침공에 의해 칭하이성으로 귀속되었다. 티벳인은 중국어로 장(藏)족이라 하며, 다시 티벳 고원지대에 사는 라싸(拉薩)인을 중심으로 캄바(康巴)인, 암도(安多)인으로 나뉜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언을 쓰고, 생김새와 성격도 다르다. 암도인은 간쑤(甘肅), 칭하이(靑海), 쓰촨(四川)에 흩어져 사는데, 페마 감독은 암도인이라는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 티벳자치구 지도, 암도(Amdo)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감독의 고향인 암도 지방의 구이더현은 전형적인 다민족 거주지역이다. 구이더현에는 티벳인들 외에 한족, 선비족 등이 함께 살아오면서 티벳문화와 중원의 한족문화, 그리고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서로 융합하고 교차하는 다문화 지역이다. 또한, 유교, 도교, 불교 등 다양한 소수민족의 종교가 혼용되어 발전한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곳이기도 하다. 구이더현은 ‘고원지대의 작은 강남(高原小江南)’, 칭하이성의 성도에 해당하는 ‘시닝(西寧)시의 화원(後花園)’으로 불릴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고 다양한 색채의 문화가 숨쉬는 지역이다.

 

 페마 감독의 고향과 유년시절은 그의 영화 속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마 감독의 ‘티벳영화’는 대부분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촬영하고 있다. 실제, 암도 지역의 언어와 라싸 지역의 언어는 같은 문자를 사용하지만 발음이 다르다. 페마 감독의 영화에 사용하는 티벳어는 정확하게는 암도 지방의 말이다.

 

 이처럼, 페마 감독은 티벳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인 서장자치구가 아닌 다양한 소수민족과 다원화성 문화배경을 가진 암도 지역에 성장한 것이 그의 작품 세계의 중요한 모티브가 된다. ‘티벳영화’를 지향하지만, 서장자치구 중심지 티벳인이 갖는 정치적 성격보다는 칭하이성 내륙 변방의 티벳 마을의 투박하고 진솔한 전통문화를 더 강조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한 요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영화 <타를로>의 한 장면,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티벳을 배경으로 하였다.

 

 

 그는 고향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창작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나에게 대단히 중요하며, 영화창작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다. 10대에 접어든 이후 그리워하는 모든 것이 고향과 관련이 있다.”(1차 인터뷰 중에서, 2014년 10월 7일)

 

 페마 감독이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야외 이동상영관의 영화를 보면서부터이다. “초등학교 시절 집 근처에 황하가 있었고, 그 옆에 수력발전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상영되는 야외영화를 보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 그 시절에는 해마다 열 몇 편 되는 영화들이 야외의 대형 스크린으로 방영되었다. 중학교 진학을 위해 구이더현에 가니 영화관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부분 학생들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보는 것을 좋아했다. 어린 시절 전쟁영화를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주로 일본군, 혹은 국민당과 싸우는 영화를 많이 보았던 것 같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이다. 그 영화는 다른 영화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영화였다. 나에게 풍부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공간을 보여주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주로 인도영화를 좋아했다. 인도와 티벳의 문화는 아주 유사하다.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아주 가까워서 많은 티벳인들이 인도를 좋아했고 인도영화를 즐겨 보았다.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중학교 시절에는 인도영화를 많이 보았다.”(1차 인터뷰 중에서.2014년 10월 7일)

 

 페마 감독은 초, 중, 고등학교를 한족 학교가 아닌 티벳인 학교를 다녔고, 그곳에서 중국어도 배웠다고 한다. 평소 문학과 영화를 좋아하던 그는 간수성 란저우시에 있는 시베이민족대학(西北民族大學, Northwest University for Nationalities) 티벳어문학과에 입학하였다. 시베이민족대학은 1949년 사회주의정권이 들어선 이후 최초로 설립된 소수민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이다. 시베이민족대학 시절에는 문학을 전공하면서 티벳어를 전공했고, 대학을 마친 후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 생활을 잠시 하다가, 2000년에는 티벳문학에 대한 공부 열망이 커서 시난대학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티벳어와 중국어 번역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시절에 기금회의 장학금을 받아 그토록 바라던 영화공부를 할 기회를 얻게 된다. 2002년부터 2년간 베이징영화학원에 진수생(進修生)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진수생 제도는 일종의 편입학 제도로서 학위는 주지 않고 1년 혹은 2년간 수업을 듣고 수료하게 하는 제도인데, 지아장커(賈樟柯) 감독 역시 베이징영화학원 진수생으로 학교를 다닌 바 있다.

 

 페마 감독은 영화 창작에 앞서 작가로서 문학 활동을 먼저 시작하였다. 1991년부터 티벳어와 중국어를 사용하여 이미 40여 편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해왔다. 티벳어로 쓴 소설로는 「유혹(誘惑)」, 「도시생활(城市生活)」 등이 있으며, 중국어 소설로는 「유랑가수의 꿈(流浪歌手的夢)」과 최근에 나온 「마니석, 고요하게 울린다(嘛尼石, 靜靜的敲)」 등이 있고, 중국어로 번역한 글로는 「티벳: 다하지 못한 이야기(西藏: 說不完全的故事)」가 있다. 그는 티벳어와 중국어라는 두 개의 언어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티벳어와 중국어 사이의 글쓰기는 상호보완 관계와 같다”고 긍정적으로 말한다.2) 그의 문학작품의 우수성은 평단에서 이미 인정받아왔는데, 칭하이성이 주관하는 제4회 문예창작평장(文藝創作評獎) 우수작품상을 비롯하여, 제5회 중국당대소수민족문학창작(中國當代少數民族文學創作) 신인우수상, 그리고 1981년 칭하이성에서 창립된 티벳문학의 대표적인 문학지 ‘장치아얼(章恰爾)’에서 주는 ‘장치아얼 문학상’을 받아 티벳을 대표하는 청년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페마 감독의 문학가로서의 감수성과 자질은 그의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시적 감성을 자극하는 빛나는 영상미학을 만드는 동인이 되었다. 페마 감독은 문학과 영화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문학과 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문학은 나에게 영화를 찍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해주었다”고 말한다.

 

 문학이 자신의 영화에 미친 영향을 묻자, “문학과 영화는 기본적으로 유사하며, 문학은 나에게 영화를 찍는 데 필요한 기초를 제공해주었다. 예를 들면, 시나리오를 들 수 있겠다. 아직까지 나는 소설이 영화보다 더 편하다”고 답변하였다.(1차 인터뷰 중에서, 2014년 10월 7일)

 

 2002년 베이징영화학원에 진학한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영화창작활동을 시작한다. 작가로서 명망을 얻던 청년작가가 왜 갑자기 영화를 찍느냐는 질문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아주 좋아했고, 영화를 찍고 싶었다. 특히, 한족들이 티벳영화를 찍는 것을 보고 확고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한족들이 티벳혁명에 대한 영화를 찍었기 때문에 정작 티벳인들은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다. 티벳의 풍습과 전통문화가 진실이 아니었으며, 왜곡되어 있었다. 영화 속 언어 또한 한족 언어였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티벳인의 영화, 티벳어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티벳배우들을 기용하여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티벳영화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페마 감독은 “진실한 티벳(眞實的藏區)”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창작을 시작한 것이다.(1차 인터뷰 중에서, 2014년 10월 7일)

 

 페마 감독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존경하는 감독으로는 스웨덴의 잉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을 꼽고 있다. 잉마르 베르히만(1918~2007년)은 스웨덴의 영화, 연극, 오페라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자신의 고향 스웨덴을 배경으로 신의 침묵과 부재, 광기 등 형이상학적이고 실존적 물음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제7의 봉인〉(1957년), 〈산딸기〉(1966년), 〈페르소나〉(1967년) 등이며, 1960년대 유럽 모더니즘과 작가주의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사진

 

 

 “내가 가장 존경하는 감독은 잉마르 베르히만이다. 그는 나의 영화공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특히, 종교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나는 그의 모든 영화를 찾아서 보았다. 또 다른 영향을 받은 감독은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감독이다. 그는 나에게 영화를 만들 때 어떤 소재를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영향을 주었다. 그는 어떠한 정치적 발언도 없지만, 깊은 문화적 체험을 전해준다. 이러한 방식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페마 감독의 작품에 나타나는 느리고 유장한 카메라 움직임과 롱테이크의 사용, 그리고 정치적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말하는 방식의 스타일은 이들 감독에게 받은 영향으로 보인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④에서 계속 >>



 

Posted by 비회원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②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페마 체덴(Pema Tseden)이냐,

완마차이단(萬瑪才旦)이냐

중국 티벳감독의 어떤 이름 

 

 페마 체덴 감독은 특수한 지점에 서 있다. 스스로 티벳영화를 호명(interpellat ion)하지 못했던 과거의 영화와는 달리, 티벳을 배경으로 티벳인 배우와 함께 티벳인 스스로 자신의 문화정체성을 호명하며 티벳어로 발화(發話)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티벳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페마 체덴 감독과 그의 작품에는 ‘티벳영화’로서의 어떠한 내용과 주제의식을 표출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티벳영화’는 사회맥락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장은 페마 감독과 그의 ‘티벳영화’에 대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중국 베이징과 부산을 오가며 만난 세 번에 걸친 최근의 교류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에서 처음 그를 만났다. 그가 연출한 다섯 번째 장편영화 〈오색신전(The Sacred Arrow)〉이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서 방영되었고, 그날 GV(Guest Visit) 담당자로 그와 첫 번째 만남을 가졌다. 그는 페마 체덴(Pema Tseden) 혹은 완마차이단(萬瑪才旦), 두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페마 체덴이 좋으냐, 완마차이단 이름이 더 좋으냐”라는 첫 질문에 그는 조용히 웃으며 둘 다 ‘나’라고 답했다. 이것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 장에서는 완마차이단이라는 중국어로 음역된 이름보다는 원래의 티벳 이름인 페마 체덴을 공식적인 감독명으로 사용하고자 한다.

 

 본격적인 첫 인터뷰는 2014년 10월 7일 12시 부산 센텀호텔 앞에서 진행되었다. 그가 감자탕을 좋아한다고 해서 둘이 감자탕을 먹은 후, 가을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해운대 모래사장을 같이 걸으며 서로의 가족과 영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페마 감독은 목소리가 작고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을 가진 문인형 인물이었다. 실제 그는 이미 4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한 작가이기도 하다. 첫 인터뷰에서 그는 티벳에 관한 나의 질문에 말을 아끼거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살짝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식의 독특한 화법으로 답했다. 그날 〈오색신전〉 GV가 시작되었을 때에, 관객들은 예민한 티벳 관련 정치와 전통문화에 대해 쏟아지는 질문을 하였지만, 그는 역시 말을 아끼고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않으며, 그저 “영화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다”는 답변을 하였다.

 

 두 번째 만남은 2014년 11월 21일 중국 베이징에서였다. 베이징전매대학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대학생영화제 참석차 베이징에 갔을 때,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베이징영화학원 건너편 커피숍 위앤딩(園丁)에서 간단한 2차 인터뷰를 한 다음, 우리는 시내에 있는 티벳전통식당에서 그의 영화 스태프(티벳인)와 만나 티벳음식과 술을 먹었다. 나와는 중국어로 대화하고 스태프들과는 낯선 티벳어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새삼 그의 이중신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었다.

 

 두 번째 만남에서는 작정하고 예민한 정치, 문화, 종교 문제를 질문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티벳 전통 불교문화와 사회주의 종교관은 서로 충돌하지 않느냐, 가난하고 궁핍한 불교 신정체제보다는 사회주의 현대화가 경제적으로는 더 풍요롭고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지, 또 티벳 독립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심지어 취중을 빌려 중국과 티벳 사이에 갈등이 일어난다면 당신의 조국은 어디인지와 같은 예민한 질문도 던졌다. 그는 항상 평상심을 잃지 않고, 가끔 손목에 찬 불교염주를 만지기도 하면서 조용히 웃으며 “영화 속에서 표현한 바와 같다”는 짧은 답변을 하였다.

 

 세 번째 만남은 2015년 1월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아트씨네마에서 중국영화포럼이 주최한 <티벳영화: 페마 체덴 특별전>의 ‘관객과의 대화’를 맡음으로써 이루어졌다. 페마 감독은 상영전을 마친 다음 날 1월 12일 한국외대 대학원 브릭스홀에서 열린 ‘제2회 중국영화포럼 전국학술대회’에서 <페마 체덴의 소설과 영화> 섹션에 참석하였는데, 그때 발표자와 방담자로 네 번째 만남을 이어갔다. 페마 감독과의 네 번에 걸친 만남과 인터뷰 속에 ‘티벳영화’에 대한 학술적 고민이 본격화되었고,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배경이 되었다.

 

 ‘티벳영화’는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세계영화사적으로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과연, ‘티벳영화’란 존재할 수 있는 용어일까, 또 ‘중국영화’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 것일까. 페마 감독은 왜 ‘티벳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으며, 티벳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또한, 중국/티벳 관계가 갖는 외재적(外在的) 현실이 ‘티벳영화’와 중첩되어 의미화되는 우리 시대에 페마 감독의 영화와 예술정신은 무엇을 지향하는 것일까. 누군가 폄하한 대로 중국 정부의 민족단결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소수민족 출신의 중국영화일까, 아니면 티벳의 정신과 문화를 내세워 현재 티벳의 정치적 종교적 염원을 표출해내는 티벳영화일까.

 

 따라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중국 티벳 출신 페마 체덴 감독의 작품을 작가주의(Auteurism) 관점에서 접근하여 분석하는 동시에, 중국/티벳과의 외부적 환경 속에 ‘티벳영화’가 독해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사회맥락적(context) 방법론으로 분석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작가주의(Auteurism)란 영화제작의 주체로서 감독을 중심에 두고 감독의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일관된 주제, 세계관, 스타일에 주목하는 연구이다. 1950년대 트뤼포 감독 등 프랑스 누벨바그 그룹에서 시작한 주장으로, 구조주의적 현대영화이론에 의해 주관적 비평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과학적 비평담론으로는 다루지 않고 있다. 콘텍스트 분석은 영화와 그것을 둘러싼 사회맥락적 의미를 분석하는 비평방법론이다. 이 글에서는 작가주의 입장에서 페마 체덴 감독과 작품을 고찰하고, 동시에 사회맥락적으로 분석하는 두 가지 층위의 방법론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페마 감독의 영화 역정을 살펴본 후, 대표적인 장편영화 세 편을 집중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중국 현지와 한국의 티벳영화 관련 문헌자료를 참조하고, 3회에 걸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페마감독과 그의 작품이 갖는 주제의식과 사회맥락적 의미를 분석하고자 한다.

 

 페마 감독 이전에도 티벳과 관련한 영화들은 있었다. 크게 ‘서구’, ‘중국 대륙’, ‘티벳 출신’에서 만든 영화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서구’에서 만든 티벳 관련 영화로는 1997년 프랑스의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하고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던 〈티벳에서의 7년(Seven Years in Tibet)〉과 같은 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연출한 <쿤둔(Kundun)> 등이 있다. <티벳에서의 7년>은 실존 인물인 오스트리아 등반가 하인리히 하러(Heinrich Harrer)의 실화를 바탕으로, 1950년 중국의 무력침공과 1959년 달라이 라마의 인도 망명에 이르는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재현하고 있으며, <쿤둔>은 인도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운 제14대 달라이 라마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중국 대륙’에서는 티엔주앙주앙 감독이 1986년 연출한 <말도둑(盜馬賊)>과 2004년 연출한 <드라무(德拉姆)>, 1997년 펑샤오닝(馮小寧) 감독이 연출한 <홍하곡(紅河谷)>, 청년감독 루촨이 2004년에 칭하이성에서 산양 밀렵군과 맞서 싸우는 티벳자경대를 다룬 중국어 영화 〈커커시리(可可西里)〉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은 모두 티벳인이 아니라 비(非)티벳인이 관찰자적 시선으로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본격적인 ‘티벳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편, ‘티벳 출신’이 만든 영화 중에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영화는 티벳계 부탄 영화감독인 키엔체 노르부(Khyentse Norbu)를 들 수 있다. 부탄의 스님이자 영화감독인 키엔체 감독은 티벳 불교의 환생자인 린포체로 알려져 있으며, 1999년 티벳어로된 부탄 영화 〈컵〉을 만들었으며, 2012년도에는 〈바라: 축복(Vara: A Blessing)〉을 연출하여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다. 2005년에는 인도의 티벳 망명자 공동체를 다룬 리투 사린(Ritu Sarin)의 영화 〈꿈꾸는 라사〉가 있었고, 페마 감독의 〈늙은 개〉 촬영감독이었던 손타르 지알이 페마 감독의 영향 속에 2011년 자신의 첫 장편영화 〈태양의 길목〉을 연출하였고, 2012년에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성장해서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텐진 체탄 초클리 감독의 〈아버지의 땅〉이 개봉되었다. 최근에는 2008년 티벳 다큐멘터리 〈공포를 극복하고(Leaving Fear Behind)〉를 만들다가 촬영지에서 체포되어 6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톤툽 원첸 감독이 복역을 마치고 2014년에 석방되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들 영화 또한 중국 외부에서 만든 영화가 대부분이며, 이에 비해 페마 감독은 티벳을 배경으로 티벳인 스스로가 자신의 문화정체성을 표현한 티벳어 영화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본격적인 첫 ‘티벳영화’라는 영화사적 의의는 있지만, 현재 페마 체덴 감독과 ‘티벳영화’에 대한 학술적 선행연구는 그다지 많지 않다. 국내에서는 중국영화연구자 이병민이 2014년 티벳독립과 연관된 관점에서 쓴 「완마이단 영화의 문화의 재구성 고찰」과 인도에서 활동 중인 티벳 문화평론가 텐징 소남(Tenzing Sonam)이 분석한 「페마 체덴과 티벳 영화의 출현」이 최근의 성과이며, 중국 현지에서도 페마 감독의 영화 개봉 시기에 맞춰 〈전영예술(電影藝術)〉이나 〈당대전영(當代電影)〉 등에서 몇 편의 소개글이 있을 뿐이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중국영화포럼학회’와 ‘(사)한국씨네마테크협의회’에 의해 2015년 1월 10일부터 2014년 1월 11일까지 서울아트씨네마에서 페마 체덴 감독 영화상영전이 열렸으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도 ‘티벳영화’에 대한 소개가 시작되었다. 이번 상영전에서는 그의 영화 7편(단편 2편, 장편 5편)이 상영되어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이러한 점에서, 이 글은 사실상 최초의 티벳 영화감독이라 할 수 있는 페마 체덴과 그의 작품 전반을 학술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문화의 종다양성 보존과 문화정치학적 개입을 하는 실천적 연구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할 수 있다. 특히, 중국/티벳이 갖고 있는 정치적 현실이 영화에 중첩되어 투영되는 외재적 상황 속에서, 중국이나 티벳이 아닌 한국인이라는 자유로운 입장에서 ‘제3자적 글쓰기’가가능하다는 점도 이 글이 갖는 의의라 할 수 있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③에서 계속 >>

 

 



 

Posted by 비회원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①

 

 

 

산지니에서는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의 소설 작품집(원제: <嘛呢石静静地敲>)을 준비 중입니다. 페마 체덴은 최근 영화 활동을 주로 하고 있지만, 그의 예술적 근원은 소설로부터 시작됩니다. 그에게 있어 영화와 소설은 둘이 아닌 하나로 통하는 길이니까요.

 

총 7회 연재될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는  2016년 출간된 <중국 청년감독 열전>(강내영 지음)에 실린 글입니다. 이를 통해 페마 체덴의 소설집 출간 전, 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중국영화’, 혹은 ‘티벳영화’라는 이중적 속성

 

  중국 티벳 출신 영화감독 페마 체덴(혹은, 완마차이단) 에 대한 작품을 소개하고 그의 ‘티벳영화’에 대한 사회맥락적(context) 의미를 분석하여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서 ‘티벳영화’란, 영화 제작의 주체로서 티벳인들이 티벳 지역을 영화 속 배경으로, 티벳인들의 문화, 가치관, 문화정체을 스스로 재현하는, 티벳어로 만들어진 영화로 정의할 수 있다. ‘티벳(Tibet)’은 지리적으로는 현재 중국 영토인 서장자치구(西藏自治區), 칭하이(靑海)성, 쓰촨(四川)성 일대에 살고 있는 티벳인들의 거주 지역을 총칭하는 말이다. 티벳은 지금의 서장자치구라 불리우는 티벳 고원 지역에 대부분 집중 거주하고 있으며, 칭하이(靑海), 쓰촨(四川), 깐쑤(甘肅), 윈난(澐南) 등에 분산 거주하고 있다. 티벳 고원지대의 정식 행정명은 서장자치구이며, 동쪽으로 쓰촨성, 남동쪽으로는 칭하이성, 북서쪽으로는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남쪽으로는 인도, 네팔, 부탄,미얀마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문화정체성이라는 기준에서 볼 때 ‘티벳영화’라는 명명(命名)은 중 국 내 특정한 지역을 일컫는 로컬(local)영화의 호칭으로서는 유효한 명제이지만, 이를 국적 개념으로 환원한다면 중국-티벳 사이의 역사적 정치적 현실 문제와 중첩되면서 복잡한 문화정치학적 개념 정의가 요구된다. 티벳은 현재 민족국가 수립을 하지 못한 ‘조국 없는 디아스 포라(statesless diaspora)’ 지역이기 때문이다. 국적으로 ‘티벳영화’를 정의하자면, 현재 티벳은 실정법상 중국의 영토이므로 명백한 ‘중국영화’이며, ‘중국영화’의 하위개념이자 로컬영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국적에 입각하여 역사・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본다면 ‘중국’과 ‘티벳’이라는 수직적 복속관계로는 쉽게 환치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티벳은 9세기 토번 왕국이 몰락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1천 년이 넘도록 독립적인 국가를 세운 적은 없다. 그렇지만 티벳 특유의 고립된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독립적인 문화정체성과 민족성을 유지해왔다. 토번(吐藩, 630~842년) 시대에는 통일된 왕조가 건립되어 국가정체성이 확립되었다. 특히, 송첸 감포(Srong-Btsan-Sgan-Po, 618649)왕이 집권하면서는 수도를 현재의 라싸(Lhasa)로 옮기고, 티벳문자를 제창하고, 영토를 확장했다. 이 시기 세력이 확장되자 당 태종은 문성(文成) 공주를 시집보내고, 네팔에서는 티춘(Khri Btsun) 공주가 시집오면서 불교가 유입되었고, 그때 세운 소조사(小照寺)가 지금도 라싸 포탈라궁 옆에 남아 있다. 두 왕비의 불교 헌신에 힘입어 불교는 적극 권장되었고 전통 토착 무속신앙인 뵌뽀교가 결합된 독특한 티벳불교의 기초가 정초되었다. 토번(吐藩)국의 ‘번’의 어원은 티벳 고대 무속 신앙 뵌뽀교의 ‘뵌(Bon)’에서 나왔다고 한다. 티벳불교는 인도 후기불교의 하나인 밀종과 티벳 토착종교인 뵌교가 결합하여 형성된 특수한 종교이며, 보통은 ‘라마교’라 부른다.

 

  토번 왕조 몰락 이후에는 호족들과 티벳불교가 결합된 정교합일(政敎合一) 체제라는 독특한 정치지배질서를 갖춰왔다. 몽골과 원나라의 세력이 밀려오자,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칸을 티벳불교로 개종시키고 “종교적 스승과 정치적 후원자(religious teacher and political suppter, 帝師關係)”라는 독특한 정치적 관계를 맺어왔다. 티벳에서는 이러한 특수관계를 정치적 예속관계로 보지 않고, 종교 중심의 공시(供施)관계로 본다. 이러한 신정체제는 청나라 옹정제 이 후에는 암반(amban, 만주족 언어로 대신이라는 뜻)이라는 관료를 상주시키게 함으로써 티벳은 청나라의 직접 보호령 아래 들어간다. 티벳 지역에서는 전통적으로 원청(元淸)과의 관계는 밀착된 반면에, 상대적으로 한족 국가와의 관계는 미약한 관계를 유지하는 전통을 보여왔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원인을 북방이민족인 몽골, 만주족과의 문화친연성과 종교적 밀착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몽골 초원과 티벳 고원과 중국 서부 간쑤, 칭하이, 신장 일대에 이르는 지역은 유목문화를 기반으로 동일한 생활양식을 공유한 ‘반월형 문화벨트’ 지역이었다고 지적한다.

 

  청 말에 이르러, 1890년에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티벳에 진출하였고, 1904년 영국군이 라싸를 강제 침략하기도 했지만, 1908년 ‘중・영 협약’을 통해 티벳의 영토적 주권이 중국에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1911년 청나라가 멸망하자, 티벳은 1913년 ‘티벳협약’을 통해 독립국가를 선포하고 내각을 구성하여 근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1937년 중일전쟁 이후 장제스의 국민당정부에 의해 중국 관할로 편입되었고, 다시 1947년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을 선포하기도 했다. 1949년 사회주의 정권 수립 이후에는 1950년 티벳을 무력으로 장악하였고, 1951년에는 중국과 티벳 사이에 ‘17개 조항’ 협약을 맺어, 군사 및 외교권을 포기하고, 대신 민족자치권과 종교적 자유를 보장받는 선에서 중국/티벳 관계가 합의되었다. 이후 민족자치권 문제를 놓고 중국 중앙정부와 줄곧 대립하다가 1959년 제14대 달라이가 인도로 망명을 하였고, 지금의 인도 다람살라 티벳 임시정부(The Government of Tibet in Exile)를 구성했다. 개혁개방 이후에도 중국 정부는 티벳문제를 주권문제가 아닌 자국의 통일문제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티벳 임시정부는 신정(神政)을 바탕으로 하는 완전한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달라이가 미국 의회연설 이후 평화 5조안을 발표하면서 티벳의 승려들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으며, 1989년에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티벳의 독립문제는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종교관과 중화민족단결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와 신정 자치권을 주장하는 티벳 임시정부 사이에는 합의할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하고 있다.

 

  사회주의 사상에서 볼 때 티벳의 신정체제는 전근대적이고 불합리한 정치체제로 여겨질 수 있으며, 특히 중국 내 55개 소수민족과의 중화민족단결을 국체로 내건 중앙 정부로서는 완전한 신정체제로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티벳 임시정부의 요구는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에 대항하기 위해 아미타불의 환생으로 달라이 라마 다음의 영적 세속적 권위를 인정받는 제11대 판첸라마를 베이징에 억류하고, 중국 측이 새로 옹립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여왔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현대화 정책과 서부대개발(西部大開發) 정책은 티벳 전통문화의 해체와 급속한 한족화(漢族化)를 초래하였고, 2008년에는 티벳 라싸 지역과 쓰촨성을 중심으로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한 3월 14일 이른바 ‘3・14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 중국/티벳 간의 주권관계를 고려할 때, ‘티벳영화’라는 기표는 문화정치학적으로 문제적 개념이 될 수밖에 없다. ‘티벳영화’라는 개념은 ‘중국영화’의 하위개념으로 존재하는 중국 내 소수민족영화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알 수 있는 독립 투쟁과 분규, 특히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달라이 라마와 임시정부의 존재를 고려한다면, ‘티벳영화’를 ‘중국영화’ 안에 포함하는 것이 어딘가 자연스럽지가 않다. ‘티벳영화’를 ‘중국영화’이라는 국적 안에 귀속시켜 소수민족의 다문화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지, 아니면 문화정체성과 주권투쟁에 근거하여 별개의 ‘티벳영화’로 분류해야 할지는 여전히 문제적이다. ‘티벳영화’는 국적으로는 하나이지만 문화정체성으로는 중국/티벳이라는 이중신분을 가진 특수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 페마 체덴 (萬瑪才旦, Pema Tseden; 1969~ )

 

중국 칭하이(青海) 하이난티벳자치주(海南藏族自治州)에서 태어났다. 티벳인으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다. 티벳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주로 연출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서북민족대학과 베이징영화대학(전영학원)을 졸업했다. 1997년 <유혹(誘惑)>이라는 소설로 하이난티벳자치주 제1회 문학작품창작상 2등상으로 받았다. 1999년에는 <자리()>라는 소설로 제5회 중국현대소수민족문학창작 신인 우수상을 받았다. 2002년에는 단편영화 <고요한 마니석>(靜靜的嘛呢石)을 연출하여 대학생영화제 제4회 경쟁부문 드라마 우수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35mm 칼라영화 <초원>(草原)을 연출하여 제3회 베이징영화대학 국제학생영상작품전 중국학생 최우수 단편상을 수상했다. 2005년에는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장편 <고요한 마니석>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다큐멘터리 <바옌카라의 눈>(巴颜喀拉的雪)을 연출했고, 2011년에는 <올드 독>(老狗)을 연출했다. 이 영화는 부르클린영화제 최우수영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연출한 <오채신전>(五彩神箭)은 제8FIRST청년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2015년 연출한 <타로>(塔洛)는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52회 대만 금마장에서 최우수감독상, 최우수 극본상과 최우수 극영화상 등에 동시에 노미네이트됐다.

 

 

출간 예정작 소개

<(가제)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원제: 嘛呢石静静地敲)

 

  티벳은 자신이 나고 자라난 공간이자 역사이자 삶이다. 고유한 자신만의 전통을 지켜오던 자신의 고향이 중국이라는 이름과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과정을 소설과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며 창작하려고 한다. 그의 작품에는 자신들이 지켜야 하는 활불의 전통, 그러나 인민폐를 앞세워 들이닥치는 한족의 문화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들을 바라보는 현실과 상징이 녹아 있다.

  특히 그의 소설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는 동명의 영화로도 각색된 바 있다. 단편 표제작 마니석, 고요히 두드리다를 비롯하여 모두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은 우리를 신비한 티벳의 세계로 데려간다. 마치 인류 문화의 시원으로 향하는 문처럼 거기에는 스펙터클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원적 물음이 있다. 그러나 소설은 결코 진지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작가는 영화 연출의 솜씨를 뽐내듯 물 흐르는 듯한 대화의 중첩과 생생한 묘사로 잔잔하게 오늘날 티벳인에게 들이닥치는 삶의 변화를 그려낸다. 티벳인의 삶과 죽음이 거기에 있고 종교와 사상이 있고 또 일상이 녹아들어 있다. 한국 독자에게 한 번도 소개된 바 없는 티벳 소설은 각박한 경쟁의 삶 속에서 심신이 지쳐 있는 이들에게 작은 안식과 휴식을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청년감독 열전 - 10점
강내영 지음/산지니

 

 

 

중국영화의 특이한 빛 - 페마 체덴과 티벳영화 ②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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