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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8 예테보리 도서전 다녀왔습니다

2019 예테보리 도서전이 지난 9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나흘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렸는데요, 북유럽 최대 도서전인 예테보리 도서전은 오래 한/스웨덴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주빈국으로 선택했습니다. 교육·학술적 성격이 강한 예테보리 도서전은 특히 300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올해는 ‘대한민국(South Korea)’, ‘양성 평등(Gender Equality)’, ‘미디어와 정보 해독력(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등 3가지 주제를 내걸고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주빈국이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참가사 신청을 받았고요, 산지니는 일찌감치 신청해서 미리 티켓을 받아두었답니다.

세 번의 환승 끝에 도착한 예테보리 공항에 우리를 반겨주는 입간판이 서 있습니다. 낯선 곳에서 한글을 발견하니 어찌나 반갑던지요...

다음 날 아침 일찌감치 행사장으로 향했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려고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엄청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과연 독서율 1위라는 나라의 시민답습니다. 저는 미리 챙겨 온 티켓을 찍고 안으로 향했습니다. 안에도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요, 다행히 입구 바로 앞에 올해의 주빈국인 한국관이 있어서 헤매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한국관에서는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세미나, 작가 행사, 문화 행사 등이 개최되었는데요, 이 한국관의 설계자는 함성호 건축가라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운명의 경사에 놓인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다.”라는 의미로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정면을 향해 기울어지게 설계했다고 하는데,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전 그것보다 여기서 산지니 책을 발견하곤 또 반가워서 어쩔 줄 몰랐지요.

보이시나요? 한국관 전시도서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조갑상 교수님의 『밤의 눈』입니다. 주빈국관 전시 도서는 ‘인간과 인간성(Human & Humanity)’이라는 큰 주제 아래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국가폭력’, ‘난민과 휴머니즘’, ‘기술문명과 포스트휴먼’, ‘젠더와 노동’, ‘시간의 공동체’ 등 6개의 소주제에 맞춰 전시했다고 하는데, 『밤의 눈』은 국가폭력(State Violence)이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This novel deals with the Bodo League Massacre, a mass murder of civilians undertaken by the government during the Korean War.”

한국관을 뒤로하고 제가 이틀 동안 있어야 할 곳, 바로 2층에 있는 Rights Centre로 향했습니다. 행사장 2층에는 세미나룸, 특별전시관, 라이츠센터 등이 있어서 또 다른 티켓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데, 제가 받은 EXHIBITOR 카드는 만능이네요. 세미나도 들을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예테보리 도서전이 특이한 게 세미나를 들을 수 있는 유료 티켓이 따로 있어요. 이번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세미나도 유료로 진행되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좌석도 꽉 차고 하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특히 연세 지긋하셔서 몸도 불편하신 분들이 한강, 진은영, 조해진, 김금희 등의 작가들을 만나려고 줄을 서 계시더라고요..


 어쨌든 도착한 라이츠 센터 게시판에 산지니 보이시나요? 글자가 작아 잘 안 보이시죠? 오른쪽 아래 7줄에 있습니다. 센터 안은 저작권을 사고파는 열기로 가득합니다. 우리 책을 어떻게 프로모션하면 좋을까, 어떡하면 책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에이전시, 출판사 저작권 담당자들의 열기가 후끈 느껴졌습니다. 

산지니는 G6 테이블입니다. 준비해 간 라이츠 가이드와 브로셔, 샘플 북 등을 펼쳐놓고 미팅 준비를 합니다. 이틀 동안 여러 에이전시와 출판사 담당자들을 만났는데요, 스톡홀름에서 온 출판사, 프랑스에서 온 에이전시 등 다양했습니다. 스웨덴은 범죄소설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어서 새로 나온 소설 중엔 범죄소설이 많았고요, 전통적으로 아동도서가 강세여서 그런지 새로운 그림책 작가도 많이 보였습니다.

이튿날은 몇몇 한국 작가들의 세미나를 들었는데요, “이주와 휴머니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조해진 소설가와 안상학 시인, 스웨덴 역사학자 딕 해리슨,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토드 에릭슨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는데, 안상학 시인께서는 몸이 안 좋으셔서 불참하셨습니다.
“이주”라는 주제는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논의가 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몇 년 전 예멘 난민에 제주도에 한꺼번에 들어왔을 때 크게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주민들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과 열악한 여건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스웨덴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2015년에 스웨덴에서는 16만 명의 난민이 밀려든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는 부모 없이 홀로 들어온 미성년자도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적인 북유럽 국가의 모습은 이들을 수용하고 정착하게끔 도와주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추방당했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토드 에릭슨은 그중 파리로 간 아프가니스탄 남자아이와 동행하며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고 합니다.

역사학자 딕 해리슨은 인류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였고, 그건 스웨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기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예테보리만 해도 네덜란드인들이 대거 이주해서 도시의 기초를 닦는 등 역사적인 사례가 아주 많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실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모른 척 외면한다고 합니다. 이주와 난민을 열린 태도로 받아들였을 때 그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며, 그런 주장을 신문 칼럼에 실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증오메일을 받기도 했다는 일화를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 메일을 읽어볼 수가 없어 다행이었다며, 그 일화가 자신이 “이주기간”이라는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말하더군요. 60년대 영국 보수당원 에녹 파월이 반이민 연설로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당에서도 배척당한 역사가 있는데, 그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그런 연설을 했다면 대단한 환영을 받았을 거라고, 그는 현 사회를 꼬집었습니다.

 

 

토요일에는 도서전 행사장 밖에 있는 세계문화박물관에서 현기영 선생님과 스웨덴 소설가 아스트리드 트로치그의 대담이 있었습니다. 현기영 선생님이 제주 4.3 관련 국가폭력의 전개 과정을 스웨덴 독자들에게 대략 설명해주셨고, 이후 이 문제를 작품으로 드러내면서 받았던 고초에 대해서도 회고하셨습니다. 도서전 행사장이나 세미나는 입장권이 있어야 들어가고 세미나용 유로 티켓을 따로 팔기 때문에 이렇게 도서전 밖에서도 한국 작가들이 독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만들어놓은 듯했습니다. 또 시내 영화관에서는 한국영화를 무료로 특별상연해 저도 한국에서 못 봤던 <버닝>을 보게 되었네요. 그리고 산지니의 인스타그램 친구이자 팬(자칭..)이라고 하시며 예테보리에 거주하시는 고민정 선생님을 만나 <서울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게 되어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도 좋았고 그 시간도 행복했네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행사 스케치 사진 몇 장 올려드릴게요.

셀마 라게를뢰프 부스입니다. 거위를 타고 모험을 떠나는 <닐스의 모험>은 예전에 티브이에서 만화로 방영하기도 했고 이 작품을 쓴 셀마 라게를뢰프는 한국에서도 대단히 인기 있는 작가인데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에 버금가는 스웨덴 국민작가입니다. 전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생가를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아주 시골마을이라서 이번에도 엄두를 못 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부스에서 마주치니 엄청 반갑네요. 특이하게도 이 도서전에는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자신이 좋아하거나 관계하는 작가의 부스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림책 작가입니다.

이분은 책 장정을 시연하시는 분입니다.

한국이 주빈국이고, 또 요리가 주제이기도 해서 김치 재료를 전시했습니다.

인쇄협회에서도 이번에 참여하셨더군요. 한국에서 인쇄한 한국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북유럽 짚풀공예입니다.

사람들이 엄청 많고 행사장도 넓은데, 제가 사진을 잘 못 찍네요. 다음엔 프랑크푸르트 소식으로 찾아 뵐게요~~
 

 

 

Posted by 아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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