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문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정민자 시인의 시집 『인연』이 출간되었다. 1988년부터 수필가로 활동한 중견 수필가이나, 시인으로서는 첫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은 셈이다. 특별히 이번 시집에서는 정 시인의 시작 공간이기도 한 경주 고택 수오재(守吾齋)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 시와 함께 엮었다. 시인은 자유로운 영혼의 성찰을 위해 신라 천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이곳 수오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다양한 시들을 건져 올렸다. 살다 보면 눈물 나는 아름다운 인연이 누구나 하나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아름다운 인연인 것은 아니고, 고통의 악연도 함께한다. 이 시집은 이 모든 인연들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담았다. 살아 있는 한, 꼭 누군가와 만나게 되어 있는 우리네 인생사에 대한 관조와 달관을 아름다운 시상 속에 녹여내었다.
샘물 솟듯이 살려낸 이슬비 같은 시어들
우리 모두는 11월의 들판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영혼인 적도 있고, 비 오는 날 함께 비를 맞는 따뜻한 영혼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좋은 인연으로 함께하기를 기원하며, 쓸쓸한 기도마저 나를 존재하게 하는 날들이었음을 기억하고 싶다. (…) 우리는 언젠가 홀연히 혼자 떠나가는 영혼들이다. 살아 있는 동안 세상의 인연을 즐기고 아름다운 마음으로 인연을 다하기를 진정 기원해 본다. _서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며」에서, 5~6쪽.
『인연』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그대 그리고 인연」에서는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인연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담았다. “사랑, 인연, 행복, 아름다움, 향기, 존재”와 같이 고상하고 무거운 단어와 가볍고 쉬운 단어의 구분 없이 자유자재로 시어들을 길어 올린 시편에서 독자들은 시인이 말하는 일상 속의 진실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부 「수오재에서」는 시인이 수오재에 머물며 영혼을 달랜 이야기를 풀어냈다. 월명스님이 「제망매가」를 지었던 공간도 바로 이곳 수오재가 있는 곳으로, 시인은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는 자연의 힘을 시어에 담았다.
공기가 맑은 수오재의 보름달은 / 붉고도 향기로워 눈물이 난다. / 오랜 연인처럼 / (…) / 하얀 달도 제대로 보지 않고 살아온 / 도시의 여인으로 / 붉은 해 같은 달을 보니 / 잃어버린 고향에 또다시 눈물이 난다. _「보름달」 부분
깊이 있는 내면의 삶이 빚어낸
절제된 감성이 빛나다
3부 「인생 여행」은 정 시인이 갖고 있는 인생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시인의 내면에 흐르는 절제된 자아의 깊이를 깊은 발자국으로 승화”(이재호, 발문)한 모습이 명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여행자들은 살기 위해 / 처절하게 기도하는데 / 개들은 사원에서 퍼져 잠들어 있”(「無想」)다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기도 하고, “밤 벚꽃 아래 이슬 내릴 때 / 청춘은 절로 깊어진다”(「술」)며 청춘과 늙는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시어에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시인의 시에서는 성숙된 내면에서 발현된 시인만의 철학과 사상,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어 절제된 삶의 함축성을 시어에서 느낄 수 있다.
아무도 걷지 않은 / 길도 없는 / 눈 위에 길을 냈다. // 길을 낼 때마다 / 깊은 슬픔이 / 깊은 발자국으로 박힌다. // 혼자서 걸어온 / 시간의 보석들이 / 싸아락 싸아락 / 눈길에 쌓인다. _「눈길」 전문
글쓴이 : 정민자
강릉 출생.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수필과 비평』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하여 수필집 『천하장사와의 이별』을 출간하였다. 1988년부터 울산수필동인회와 울산문인협회 등에서 활동 중이며 2013년에는 『한국문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아동가정복지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울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건강가정지원센터의 수장으로서 가족의 역량 강화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상담가로서 어렵고 힘든 이들의 편에서 함께 고민하고 가슴으로 안아주는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이다. 경주 고택 수오재의 지킴이 대표이자 수오재 이재호 작가와는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인연』-정민자 시집
정민자 지음 | 시 | 신국판 변형 | 208쪽 | 12,000원
2014년 12월 29일 출간 | ISBN : 978-89-98079-09-3 03810
2013년 「한국문인」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한 정민자 시인의 시집. 1988년부터 수필가로 활동한 중견 수필가이나, 시인으로서는 첫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은 셈이다. 특별히 이번 시집에서는 정 시인의 시작 공간이기도 한 경주 고택 수오재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 시와 함께 엮었다. 이 시집은 많은 인연들에 대한 시인의 성찰을 담았다. 살아 있는 한, 꼭 누군가와 만나게 되어 있는 우리네 인생사에 대한 관조와 달관을 아름다운 시상 속에 녹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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