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열혈 인턴 희얌90입니다. 제가 돌아왔습니다~(헉헉) 오늘은 서평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서정아 소설집 『이상한 과일』입니다.

 

서정아 작가님은 1979년도에 인천에서 출생하셨고 여러 도시를 거치며 성장, 1996년에 부산으로 오셨다고 합니다.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하셨어요. 등단하고 첫 소설집을 묶어 내셨는데 그것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이상한 과일』입니다!

 

 

을 처음 받아들고, 놀랐습니다. 아, 정말 이상한 책이다. 생각했습니다. 이건 가로로, 시나리오 읽듯 봐야하는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물론 표지가 정말 예뻐서 책 표지만 떼서 갖고싶을 정도였습니다.

제목이 '이상한 과일'인 만큼 이상한 책을 기대하며 가로로 책을 펼쳤습니다.

 

오잉

세로로 된 책이었네요. 읽기 전 부터 기대가 up! 되는 책이었습니다.

안에는 표제작과 함께 여덟 작품이 실려있습니다.

작가님의 첫 등단 작인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도 실려있습니다.

 

뎅이가 지나간 자리는 곤충을 수집하는 남자와 사귀는 여자의 이야기인데요. 이것이 참 사귀는 사이로 말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들은 엄청나게 간단한 만남, 충동적인 헤어짐과 같이 연인 사이라고 하기엔 모자란 사이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모'를 매개로하여, 이어져있습니다. 늙은 이모를 보고 토악질을 하는 남자, 젊은 시절 죽은 이모를 기억하는 여자. 그들은 서로 다른 기억으로 서로를 잡고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무언의 압박에 대해 고민하는 여자와 주변 환경들. 그리고 박제된 풍뎅이. 그것들이 여자를 괴롭힙니다.

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고흐의 그림을 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고흐가 왜 자신의 귀를 자른줄 알아?' 남자의 물음에 저까지 고민하며, 고흐의 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 물음과 고흐. 고흐의 그림. 그 모든 것이 소설의 배경을 압축시켜 놓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고흐의 <귀에 붕대를 두른 자화상>

 

『이상한 과일』에선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벌레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작중 인물 중 주인공이 여자라는 점. 여성 화자를 사용하는 소설은 어디든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과일』에 등장하는 여성 화자는 다른 소설에서와 다릅니다. 파괴적인 내면을 가진 여성, 거짓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여성, 자신이 인간관계에 삽입되는 것을 경멸하는 여성. 모두 다 다른 신경을 가진 여성화자가 등장해 웬만한 액션 영화보다 손에 땀을 쥐게합니다. 정신차려보면 제가 전지, 이 소설 속의 여자주인공인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여 제 책상 옆에 놓인 전화기를 부수고 싶은 감정을 들게 합니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에 등장하는 직장생활의 백태 혹은 추태들은 회사원이지도 않은 제가 공감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문제적이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터 화자의 방에 들어와 사는 달팽이가 거슬리는 여자는 달팽이를 발견하면 늘 소름이 돋곤 합니다. 그리고 휴지에 그것을 싸 버려 버립니다. 그런 그녀에게 달팽이처럼 등장한 '김선주'라는 인물은 회사 동료들에게 사장의 이거라 뒷담화의 대상입니다. 주인공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끊으려 하지만 김선주도 회사 사람들도 끊임없이 질척이며, 느리게 그녀에게 신경을 쓰도록 만듭니다.

 

 

 

달팽이는 3월이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특히 비가 오거나 습기 찬 날이면 어김없이 방으로 기어 들어와 나를 보고 있었다. 때로는 벽에 붙은 채로, 때로는 이불 위에서, 때로는 화장대에서……. 분명히 내 방까지는 열심히 기어 왔을 텐데 희한하게도 방 안에서는 꼼짝하지 않고 마치 나를 기다리듯 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중략) 갑자기 귀에 확성기를 갖다 대고 외치는 듯한 김대리의 말에 문득 정신이 들어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일제히 나를 향해 있는 얼굴들 사이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p64~84)

 

어느 날 사라진 그녀처럼 달팽이도 사라지는데, 그것이 하얀 달팽이의 점액처럼 남아 그녀에게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 찬 원룸 방안에서 비를 피하는 것같은 기분에 앉은 자리가 찝찝해질 정도였습니다. 

'꿀벌의 비행'엔 꿀벌이, '잎이 삼킨 것들'에는 파리지옥이 등장합니다. 이것들은 화자를 물거나 쏴서 그녀들에게 어떤 충격적인 사건으로 몰아가거나 혹은 정신을 차리도록 만듭니다. 소설적 장치를 벌레나 식물로 설정하여 아주 적절한 충격을 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벌레가 정말 저는 무섭거든요.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의 서평을 위해 풍뎅이를 검색했다가 바로 껐습니다. 벌레는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에겐 무섭고, 두려우며, 한편으론 음침한 무언가를 생각나게도 합니다. 그런 벌레의 이미지를 소설적 장치로 잘 사용하신 점이, 문청으로써 본받고 싶었습니다.

 

 

또한, 소방관이 벌집을 떼러와 하는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위해 스스로 파괴한다는 벌이 아이러니하다는 그의 말은, 그녀가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마음을 잡는데 확신을 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꿀벌이 어디에서 어디로 날아가는지, 자신은 어디로 날아갈 건지. 지키기 위해 파괴할 것인지, 지키지 않고 살아갈 것인지.

'해산'에는 아이를 잃은 여성이 어머니를 찾아간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화자는 아이를 잃고 남자도 잃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찾아간 것은 다방에 앉은 어머니.

 

 

 

어머니는 화자가 짝사랑했던 남자와 관계를 하고 화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줍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분개한 화자는 아이를 보내고 난 뒤 어머니를 만납니다. 어머니에게 자신을 왜 낳았냐는 질문을 던지는 화자. 화자는 어머니를 여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자신을 품었던 열 달의 시간을 생각하게 됩니다. 화자는 텁텁한 다방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 제임스의 차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자궁을 그리워 합니다. 그녀는 새로 태어난 기분일까요?

 

책을 읽는 내내 감탄하고 또 감탄하며, 또 동성애나 불륜과 같은 소재를 거부감 없이 소설의 한 내용으로 그대로 녹여 썼는지 부러워하고 또 부러워했습니다. 관계의 부조리함과 관계의 헛됨 그리고 버려짐을 마다 않는 작중 인물들. 이 책을 읽고나면 정신적 내성이 생겨 그 어떤 충격에도 호들갑 떨지 않게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배경묘사와 작중 인물들의 대화가 리얼하여, 저는 연기 대본을 읽는 것처럼 읽었습니다. 한 번은 남자친구에게 유산을 했다고 거짓말하는 여자가 되었다가, 엄마에게 못되게 구는 여자가 되었다가. 한편의 드라마를 찍었습니다.

이 책은 허무한 듯 하면서 진정한 관계 속에자아의 고요한 우물에 돌을 던져놓음으로서 우리가 겪는 관계에 어떤 행동을 취해야하는지, 어떤 행동을 취해왔는가 되묻는 소설이었습니다. 또한 주인공들의 성격도 화끈(?)해서 좋았습니다.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지만 그것이 자꾸 머리에 남아 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까?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졌습니다. 정말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하얀 점액에 이상한 과일이 열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피어서 어떻게 하려구?하면서 말이죠.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계속되는 잔상이 남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꼭-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상 열혈 인턴 희얌90이었습니다~

 

 

이상한 과일 - 10점
서정아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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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초코라떼 mj 2015.01.16 17: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서평만 봐도 정말 책의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저도 나중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특히 내 방에는 달팽이가 산다'를 읽어보고 싶어요. 오늘은 제가 첫 댓글!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