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랜만에 돌아온 초코라떼 mj입니다^^ (첫 서평을 올린 이후 친구들은 제 닉네임을 보고 줄여서 '초라'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ㅎㅎ 닉네임이 유치하게 그게 뭐냐며.. 초라하다며.. 하지만 추운 겨울날 따뜻하고 달달한 초코라떼처럼 여러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은 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여러분들은 알아주실꺼라 믿습니다!!)
이전에 『고도경보』 서평을 올린 이후 하루라도 빨리 작가인터뷰도 올리고 싶었는데 다른 업무들을 보느라 이제서야 올리게됬네요.
하지만 작가인터뷰를 조금 늦게 올리는 만큼 더~욱 알찬 인터뷰 내용들로 가득가득 채워져있으니까 열심히 봐주세요~
제가 김헌일 작가님을 만난 곳은 영광도서 앞이었습니다~! 혹여나 늦을까 희얌90언니와 열심히 뛰어갔는데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을 했습니다!
만나자마자 출출한 저희의 뱃 속 사정을 걱정해주시며 갈비탕을 사주신 김헌일 작가님 그렇게 맛있는 갈비탕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습니다.
그리곤 이내 근처에 카페에 가서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습니다.
<근황>
Q1.『고도경보』 출간 후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A. 글이라는 것은 창작 에너지가 솟아야 되거든. 『고도경보』를 쓰고 나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랄까, 이런 것들이 많이 솟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작품을 좀 많이 쓰려고 해요. 우선은 얼마 전 행방불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 그리고 자바해에 추락한 에어 아시아 항공기 두 이야기를 소재로 장편 항공소설로 만들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벌써 작업을 시작하신 거예요?
구상 중에 있어요. 나는 구상을 좀 철저히 하는 편이거든.
⤷ 구상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구상만 딱 끊어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약 1~2달은 걸려요.
구상을 오래 하시는 편이시군요.
김헌일 작가님
<집필시기>
Q2. <작가 소개>에 보면 항공사에서 오래 근무하셨다고 되어있는데 소설은 언제부터 쓰시게 된 건가요?
A.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는 오래되었어요. 소설 공부를 시작한 것이 한 1978년도부터였거든. 그때쯤에 작품을 써서 신춘문예에도 내고 그랬지요.
⤷항공사에 들어가시고 나서 신춘문예에 작품을 내신 건가요?
그렇지요. 직장 들어가서. 그때는 넣은 것만으로도 당선된 듯한 기분이 들어서 혼자 뿌듯해하곤 했어요.(웃음) 근데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어. 처음에는 친구와 그림공부를 했는데, 우연히 단편소설을 한 편 적어 공모전에 투고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상당히 평을 좋게 받은 거야. 그래서 그 때 ‘아! 이 길이 내가 갈 길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어느 공모전에 작품을 투고하신 거예요?
사내잡지였어요. 작가 소개에 보면 ‘소설에서 길을 발견한 지 30년….’이런 말이 있는데 문청시절을 포함하면 그 기간을 조금 넘기는 셈이지요. 세월을 내 문학적 업적과 비교하면 무능하고 게으른 작가지.
⤷그렇다면 항공사를 들어가시기 전에도 소설에 관심이 있으셨던 것이군요?
그래요. 문학에는 원래 관심이 많았어요. 책을 많이 읽곤 했거든. 그런데 내가 소설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 내게 소설을 쓸 만한 역량이 있는지, 나 스스로도 알지 못했어요.
⤷그럼 언제부터 그 사실을 알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단편소설을 한 편 쓴 적이 있어요. 그래서 그것을 학교 교지에 투고했는데, 그 내용이 10대 사춘기 학생의 방황, 분노 등을 그린 거거든요. 그러니까 국어선생님께서 부르시더라고. 그리곤 “소설은 참 좋은데, 이것을 교지에 싣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따라할 수도 있다.”이렇게 얘기하셨지. 좀 실망이었죠. 결국 소설쓰기를 놓아버렸어요. 그러다 서른 즈음부터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어요.
⤷소설을 취미로 쓰시기 시작하신 건가요?
취미보다는…. 그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돈을 벌어야 되니까 항공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내 인생을 다 바쳐도 좋을 일은 되지 못했어요. 그러다 내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소설에서 발견하게 된 것이지요.
⤷은퇴를 하신 후의 여러 환경이 소설을 집필하시는데 어떠한 영향을 끼치기도 했나요?
은퇴 전부터 글을 쓰긴 썼는데 많이 쓰지는 못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 거칠고 삭막한 세파와 직접 부딪히게 되는데, 소설은 현실 세상을 넘어선 영역의 것이거든. 소설을 쓰려면 내가 쓰려는 소설 속에 완전히 녹아들어야 하는데 직장에서 한참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와서 글을 쓰려고 하면 모드체인지가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은퇴를 하고 나서는 하루 종일 글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면서 소설가로서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어요.
⤷고도경보는 은퇴 후에 쓰시게 된 건가요?
직장생활을 할 때 항공과 관련된 내용의 항공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었어요. 공항에서는 온갖 인생사가 집약적으로 일어나거든. 그래서 은퇴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 항공소설에 대해 진지하게 구상을 하게 되었죠. 특히 『고도경보』 중 <지상의 낙원 오로 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썼고, 나머지는 그 이후에 쓴 것이예요.
<집필동기>
Q3.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나 동기는 무엇인가요?
A. 소설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이 고민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긴 하지만 그것이 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문학에서 찾게 되었고, 그로인해 소설을 쓰기 시작했죠. 왜냐하면 문학이라는 것은 인간의 근원적이고・본질적인 것을 탐구하고 집약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글감>
Q4. 글감은 주로 어디에서 찾으시나요? 과거 항공사 근무 경험에서 대다수 찾으시는 편이신가요?
A. 글감은 주로 경험에서 많이 나오는 편이지요. 그리고 인문학 서적 읽기를 좋아해서 자주 읽는 편인데 그것도 많은 도움이 됬어요. 이렇게 과거 항공사에서의 경험과 인문학 서적, 전문서적 등에서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결합하여 글을 쓸 주제를 정하고, 그에 대한 자료조사를 시작하고…… 그렇게 써가고 있죠.
<경험>
Q5. 소설에 보면 비행기 조종사, 관제탑에서 교신을 하는 사람, 사무실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여 이․착륙을 관리하는 사람, 표를 관리하는 사람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데 작가님께서는 항공사에서 근무하실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가 궁급합니다.
A. 나는 대한항공, 타이항공 이렇게 두 군데에서 근무를 했어요. 대한항공은 규모가 커서 정해진 일만 주로 했는데, 내가 하던 업무는 카운터에서 승객들의 좌석 배정을 하는 일이였어요. 공항의 가장 대표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타이항공에서는 항공에 관련된 전반적인 업무를 모두 다 해야 했어요. 조종사 숙소관련 문제부터, 운항계획, 기상 상황, 항로, 관제, 정비에 관련된 사항까지. 그곳에서 그러한 다양한 일들을 하다 보니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조종사들을 직접, 그리고 자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예요. 전부가 외국인 조종사들이어서 한계는 있었지만.
대한항공
타이항공
⤷저는 책을 보면서 비행기 조종과 관련된 내용이 너무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서 과거에 조종사를 하신 줄 알았어요. 그렇다면 비행기 조종 관련 공부는 어떻게 하셨나요?
항공조종에 관련된 것은 내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항공기나 조종학과 관련된 책도 다양하게 읽고, 기상학도 공부하고. 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게 있는데 이것은 실제로 비행기 조종하는 것과 똑같은 원리에 의해서 조종이 되는 거거든. 이런 시스템을 사서 집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지요. 쉽지 않아.(웃음) 아직도 많이 모자란 건 분명하지요. 흉내만 내는 거지. 진짜 조종사들이 내 책을 보면 순 엉터리라고 할 껄?(웃음)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그렇다면 소설 속에서 작가님의 경험이 많이 녹아들어있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떠나는 사람들>은 내가 항공사 근무시절에 그와 비슷한 일을 본 적이 있어서 적은 것이고, <기도>는 괌에 추락했던 대한항공 비행기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이고, <나비 속에서>는 내가 공항에서 태풍이 부는 날 항공편을 핸드링하면서 느꼈던 것을 적은 것이에요. 소설이라는 것이 원래 작가의 경험이 안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라서 그 외의 다른 작품들에도 내 경험이 조금씩은 다 들어가 있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중편 <붉은 띠>의 경우에는 고생을 많이 했지. 왜냐하면 내가 그 현장에 안 있어봤으니까.
그렇죠. 9.11 테러 때니까.
그래서 자료조사 할 때부터 많은 노력을 해야 했어요. 아랍 말이라든지 그들의 생리, 왜 어떻게 이런 테러를 하게 됐는지 등. 또 당시의 부시 대통령의 기독교 원리주의적인 사상과 정책들 같은 것들도 다 공부를 해야 됐어요.
<작품 속 불행한 가정환경>
Q6. 소설 속 주인공들의 가정사를 보면 모두들 아내 혹은 자신이 이혼을 요구하거나, 불륜을 저지르고, 외도를 하는 등 불행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그렇게 상황을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근본적으로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의 불행과 비극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 인생이니까. 아픔, 고뇌, 번민과 같은 것에서 보다 인간적이고, 행복한 상황을 추구하는 것이 예술이기 때문에 소설의 발상이 문제가 있는 인생, 가정 등에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정형남 작가는 문학을, 그 중에서도 소설을 뻘의 문학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어요. 뻘의 문학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뻘은 육지에서 나오는 온갖 오물들을 정화해서 맑은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잖아요. 이와 같이 소설이라는 것이 우리들 인생살이에서 온갖 추하고, 악하고, 불합리한 일들을 다룸으로써 그러한 것들의 해결책 혹은 타개책을 제시해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실제로 비행기 조종사들의 아내들이 남편의 직업이 조종사인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듣거나 보신 적이 많으신가요?
거의 상상이지요. 구체적으로 그런 얘기를 들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소설 내용과 같이 불행한 가정환경들을 마냥 허구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어요. 어느 가정에서나 있어날 수 있을법한 이야기들을 적은 거거든. 비단 비행기 조종사들의 가정뿐만이 아니라 모든 가정들이 각자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는 거니까.
<신과 종교>
Q7. 소설에서 보면 하늘은 신의 영역이라 인간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종교와 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작가님께서는 종교와 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도대체 알 수가 없어."
"뭐가요?"
"신 말이야. 하나님. 정말 신이라는 게 있는 거야?"
"당연하죠."
"있다면 있겠지. 그런데 도대체 신은 누구편인거야?"
"당연히 인간 편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신은 우리 편이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후쿠시마 쓰나미. 무섭고 어이가 없었네. 한순간에 도시가 없어지고 그 많은 생명들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바닷물 속으로 쓸려가도 좋은 것인가? 허리케인, 화산 폭발, 대지진…. 도대체 신의 정체가 뭐야?"
"글쎄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 <기도> p.59
A.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인간에게 종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간은 약하니까. 누구나 집에 큰 불행한 일을 당한다든지 죽을 때가 되면 하나님부터 찾게 되요. 그런데 그런 하나님이 곡해되는 경우도 너무 많은 것 같아.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 살상 이런 거지요. 우선 <붉은 띠>에서 내가 그려놓았듯이 종교의 이름으로 많은 살상과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알카에다, IS의 테러가 가깝고 손쉬운 예지요. 종교라는 것이 인류의 평화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지만 역사적으로 수많은 전쟁, 파괴의 원인이 되기도 했거든. 십자군 전쟁 이후로 인류의 전쟁사가 대체로 그래요.
또 자연재난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보더라도, 그 참상을 보는 우리도 그렇지만 그것을 직접 당한 사람들은 분명히 손바닥이 닳도록 하나님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데 그 지진을 만들어낸 것이 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니까. 그렇다면 과연 신은 누구 편인가? 도대체 신은 누구인가? 왜 인간들에게 이런 재난과 비극을 주는 것인가? 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지요. 이러한 생각이 불가지론과 흡사하긴 해요. 피상적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그 본질과 실재를 못 받아들이는 사람들. 이 소설 또한 그런 측면에서 접근해 보고 싶었던 거죠.
⤷신은 인간에게 필요하지만 항상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죠. 진정 신은 누구냐. 이것은 끝도 없는 고민인거지.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도대체 왜 유다와 같은 세기의 악인, 혹은 거대한 희생양을 만들어 냈느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논점을 가지고 예전에 중편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이 『고백』이라는 5.18 후일담 소설이에요.
작가님의 말씀을 듣다보니까 『고백』이라는 책도 곡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비행공포증>
Q8. <불꽃>에서 주인공의 애인이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공포증을 가지고 계신 분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A. 많이 있다고 봐야지요. 나도 비행공포증을 겪었었거든.
⤷그것은 증상이 어떤가요?
비행공포증이라는 것은 심리적인 불안상태의 일종이에요. 갑자기 온몸에서 땀이 나고 공포감이 들고 그렇죠.
⤷높은 곳에 올라가면 갑자기 그렇게 되는 것이죠?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혹은 밀폐된 공간에 갇혀있을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해지고, 호흡도 거칠어지고, 식은땀이 나고 그런 것이지요. 한 번은 항공사에서 근무할 때 비행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향해 나가다가 중간에 선 적이 있어요.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급히 직원을 찾길래 가보니까 멀쩡한 산사 한 사람이 툴툴 털고 내려오는 거야. 그 사람이 겪은 증세를 들어보니 딱 비행공포증인 거예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은 여행사 사장이었어요. 여행사 사장이라면 수 없이 비행기를 타고 다녔을 텐데도 비행공포증을 느끼기도 하더라고. 또 비행기 조종사 중에서도 비행공포증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어요. 한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십분의 일이 비행공포증을 느낀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요즈음 누구나 마음이 병들어 있잖아. 지쳐있고. 그런 사람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상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소설 속에서는 비행기 조종사가 조종석에서 비행공포증 환자에게 탁 트인 하늘을 보여주고 하니까 그 증상이 해결됐잖아요. 정말 그렇게 완화할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자신감을 회복시켜주고, 안심시켜주면 증세가 가라앉을 수도 있어요. 요즘 많은 연예인들이 앓고 있는 공황장애같은 것들도 마찬가지예요. 공황장애 환자들은 넓은 들판에 가서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 아마 앞으로 심리적인 불안에서 오는 이러한 병들은 더욱 많아질 거예요. 그런데 감기에 걸리면 당장 병원에 쫒아가면서도 마음의 병은 병원에 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 게 현실이에요. 우울증과 심리적인 병,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치료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 마음의 병이 깊어져서 자살을 택하게 되고 하는 것이죠. 하지만 정확한 치료법이 있다면 치료받길 원하는 이들이 엄청 많이 나타날 거예요.
<비행사고>
Q9.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도>, <불꽃>, <붉은 띠>와 같이 비행사고를 다룬 소설들이 많은데 항공사 근무시절 비행사고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세요?
A. 그런 적은 없었어요. 사실 비행기는 가장 안전한 운송수단이니까. 여기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행기 사고 자체만이 아니에요. 만약 사고만을 다룬다면 흥미위주의 장르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 사건 이면의 인간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든. 예를 들어 <불꽃>의 경우 불륜을 이야기 한 것이지, 단순한 비행기 사고를 그린 것은 아니죠. 불륜이라는 것이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거잖아.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될 수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성에 대한 사랑, 열정, 그리움과 같은 것들은 인간의 내면에, 결혼을 했든 안했든 무관하게 살아있기 때문이죠.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에요. ‘그렇다면 불륜의 속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름대로 추적을 하고 소설화 해 본 것이지요. 사랑해선 안 될 상대를 사랑한 남자와 고장 난 비행기를 모는 조종사. 이 둘은 매우 닮아있어요. 불륜 관계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당당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진정한 사랑에의 갈구가 존재하기도 하죠. 고장 난 비행기를 몰고 안전한 기착지까지 몰고 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긴 하지만 한편으론 가치가 있는 일이에요. 둘 다 소설적인 스릴도 있는 거고. 그러한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나는 비록 불륜이기는 하지만 그 같은 사랑이 하나에서 열까지 무조건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비행기가 아름다운 불꽃을 일으키면서 폭발하잖아. 그것은 부정한 사랑이 비극적으로 끝날 수는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지요.
⤷그렇다면 주인공은 비행기가 폭발할 것을 알면서도 비행을 한 것인가요?
그건 아니지요. 비행기 응급조치는 마쳤지. 그런데 공중에 올라가서 사고로 폭발을 하게 된 거죠.
⤷그럼 비행기가 폭발을 안 할 수도 있었던 상황인데 결국은 폭발을 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으신 것이잖아요. 그렇게 결말을 설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그렇지. 소위 불륜이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예요. 불륜은 만나면서부터 이별을 예상하고 만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붉은 띠>
Q10. <붉은 띠> 소설의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붉은 띠’는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대상을 향한 적대감, 증오심, 적개심을 의미하는 거예요. 소설 속 주인공에겐 구체적으로는 세상을 대한 증오, 아버지를 향한 원망 같은 게 있어요. 주인공은 어머니가 일찍 죽고, 가난과 소외 속에서 버려진 자식같이 세상을 살아왔어요. 그러다보니까 아버지에 대한 증오감만 남아있는 거죠. 그런데 죽음의 일보 직전에서 자신의 그 마음을 돌아보는 거지. ‘아버지를 철저히 증오만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냐.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애정과 사랑은 진정 없었던 것이냐.’
또 작품 속에서 테러범이 머리에 두르고 있던 것도 ‘붉은 띠’잖아요. 제대로 된 세상에서 태어났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아이가 전쟁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살다보니 서방세계, 기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에 사무쳐 무자비한 테러범 되고 만 것이지요. 그래서 그 상징으로 붉은 띠를 맨 것이고. 즉 이 두 사람을 통해 알 수 있는 ‘붉은 띠’의 의미는 증오, 적대감, 파괴, 이런 것들이에요. 주인공의 경우에는 마지막에 마음 속에 있는 ‘붉은 띠’를 풀어헤치고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게 되죠.
난 이 소설에서 신의 이름으로 무참한 파괴와 살상을 일삼은 테러집단 등 거대 조직과 국제사회의 실상을 죽어가면서도 사랑을 고백하는 작은 인간들의 모습을 비교 대조해 보이고 싶었어요. 무엇이 더 숭고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는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믿어요.
<애(愛)작>
Q11. 여러 단편 소설 중 특별히 공들여서 쓴 작품 혹은 쓰기 힘들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A.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붉은 띠>가 가장 공도 많이 들였고, 고생도 많이 했어요. 그 작품은 세계를 무대로 했을 뿐더러 인간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 신과 인간의 이야기 등 내 나름대로 시야를 크게 보고 시작한 작품이라서 마음이 많이 갑니다.
⤷수정도 많이 하셨어요?
수정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니까.
⤷쓰고 난 지금도 애착이 제일 많이 가시나요?
그렇지, 지금도.
⤷그래서 소설 순서 배치도 제일 마지막에 하신 건가요?
그건 분량이 제일 많아서. 분량 상 그렇게 배치한 거지요.(웃음)
<독자>
Q12.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혹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어떻게 수용했으면 하시나요?
A. 일단 이 소설을 흥미 위주의 소설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행기가 악천후 속에서 혹은 고장이 났을 때, 어떻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지 하는 것만을 다이나믹하게 그려낸 그런 활극은 아니거든. 소재는 그거였지만. 그 안에는 인간과 사회를 향한 내 나름대로의 의식과 인생관, 세계관을 녹아냈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런 것들을 찾아가면서 이 소설을 읽어줬으면 해요. 소설이라는 것은 재미와 의미가 적절히 배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죠. 창작을 함에 있어서도 이 점을 가장 중요시 하고 있어요. 재미만 강조하는 이야기는 자칫 통속적이 되기 쉽고, 의미만 추구하는 소설은 위선적이기도 하고 지루해질 수 있거든.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경우 ‘잘못된 권력자와 오도된 대중들이 영합한 사회가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가.’ 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어요. 눈앞의 영달만을 쫒는 권력자와 지극히 이기적인 대중들이 모이게 되면 세상이 얼마나 비인간적이 되고 위험한가 하는 것을 악천후 속을 나는 비행기를 통해 증명해 보이려 했던 거죠. 소설 속에서 보면 그 상황에선 비행기가 자칫 추락할 수도 있었잖아요. 아마 정말로 추락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에서 비행기 추락은 정의가 깨지는 것을 의미하거든. 그래서 나는 추락은 못 시켰어요. 정말 못 시키겠더라고. 추락으로써 결말을 짓는다는 것은 ‘이러한 경우에는 죽을 수 밖에 없다.’고 작가가 단정지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작품 속에서도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
Q13.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A. 써야 될 작품이 많아요. 많은 건 아니지만 나이도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도 생각이 안 들어서 부지런히 글을 쓰려고 해요. 희망이 있다면 ‘내가 이 작품을 썼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한 편의 글을 써내는 거지요.
⤷소설도 열심히 쓰셨는데, 여행 계획은 없으세요?
여행을 가더라도 소설을 위해서 가게 되겠지.(웃음)
<여담(餘談)>
혹시 소설 중 실화가 있나요?
실화는 없어요. 실화는 없고, 내가 이것저것 참조를 하지.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에서 기장의 딸 이름이 티티야였잖아요. 그런데 작가님의 다른 소설집 제목 중에서도 ‘티티야를 위하여’라는 것이 있더라구요. 특별히 그 이름을 좋아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원래 <지상의 낙원, 오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의 작품 이름은 ‘티티야를 위하여’ 였어요. 그 이름을 좋아하는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이쁘고 귀여워 사랑스런 어린아이를 나타내기에 적합한 것 같아서 쓴 것이죠. 그 아이는 우리 모두가 보호해야 할 가치, 다시 말해서 고귀함, 정의, 진리, 아름다움 같은 것의 상징이죠. 참고로 원래 태국의 어린아이 이름이에요.
오로공항은 실제로 있는 항공사인가요?
실제로 그런 공항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런 지역은 있어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다시 열심히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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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인터뷰 :: 『이상한 과일』의 저자 서정아 소설가와의 만남 (6) | 2015.01.19 |
알아? 내 방의 풍뎅이가 지나간 자리에 이상한 과일이 열렸다는 걸 - 서정아 소설집『이상한 과일』 (2) | 2015.01.16 |
아이들의,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서점 :: 책과아이들 탐방기 (2) | 2015.01.14 |
노마드를 넘어 이방인으로서의 건강한 뇌호흡 - 고봉준 평론집『비인칭적인 것』 (2) | 2015.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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