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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남 속에 숨어있는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경북도민일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5. 3. 23.

영화·문학·인문학·사진·연극·여행 등 다채로운 체험 통해 체득한 사유 오롯이 담겨…
55편 날카로운 시선으로 비평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전성욱 지음 l 산지니 l 347쪽 l 1만8000원

 



 

▲ 전성욱 평론가 사진=산지니 제공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최초의 빛을 기억하는 어둠 속에서 자학과 자만도 밀려간다. 바람이 불고 나는 또 무너진다. 그제야 나는 너를 비로소 온전히 호명할 수 있다.
 비평전문계간지 ‘오늘의 문예비평(이하 오문비)’을 이끌며 활발한 비평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전성욱 평론가가 최근 첫 번째 산문집 ‘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를 펴냈다. 
 “현실에 대한 예민함 없는 언어의 자의식은 혼자만의 자폐적 사유 속에서 글쓰기를 그저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봉사하게 만든다.”(149쪽)   
 이 책에는 영화와 문학, 인문학, 사진과 연극, 여행 등 다채로운 체험을 통해 체득한 그의 사유가 오롯이 담겨있다. 이 책에 담긴 55편의 글은 날카로운 그의 시선으로부터 호명된 예술에 대한 일종의 비평적 글쓰기다. 
 1부는 프랑스 영화의 거장 장 뤽 고다르에서부터 한공주, 지슬 등 시대를 반영해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에 관한 감상이 가득하다. 또한 2부는 정수일의 ‘실크로드 문명기행’, 김학이의 ‘나치즘과 동성애’ 등 인문학과 강동수의 ‘금발의 제니’, 이상섭의 ‘챔피언’ 등 문학에 대한 글이 담겨있다. 3부는 사진전과 연극, 여행으로 진행되는 그의 일상이 노래되며 첨언에서는 평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그의 고민이 담겨있다.
 “세상의 모든 여행은 위험하다. 떠남과 만남, 그 구체적 사건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상념과 관념으로 존재하던 여행은, 바로 그 떠남의 순간부터 무수한 만남들의 지평을 연다.”(241쪽)
 호명함으로써 완성되는 그의 글쓰기는 독자를 움직이게 한다. 그가 안내하는 책, 영화, 연극을 만나다 보면 온전히 내 것으로 그것들을 사유하고 싶어진다. 떠남으로 시작된 무수한 만남, 그 만남의 선명을 위해 최근 비 오는 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를 한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 첫 번째 산문집이다. 소감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미 발표작이다. 청탁을 받아 쓴 원고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마주한 영화와 책, 연극 등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기에 다소 난잡하다. 일종의 잡문이다. 마치 일기장과 같다. 글 속에 온전한 내가 드러났다. 쑥스럽다.”
 - 최근 한국 영화의 티켓파워가 대단하다. ‘한공주’, ‘지슬’ 등 국내 영화에 대한 글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인지 가장 최근에 본 국내 영화에 대해 듣고 싶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홍상수 영화 특유의 색채가 강하며 시간에 대한 사유가 인상적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 감독의 자의식이 명확히 그려지는데 그 때문에 그의 영화가 매력적이지 않나 싶다.”
 “나에게 영화의 재미, 그러니까 줄거리나 볼거리에서 그저 얻는 즐거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다시 능동적으로 사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영화의 존재론적 힘, 그 놀라운 향락의 희열에 눈뜨게 해준 것은 고다르였다.”(27쪽)
 - 영화, 사진, 연극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듯하다. 그것들이 가진 매력은.
 “현장감이다. 영화나 사진, 연극이 주는 현장감은 나를 설레게 한다. 마치 좋은 책을 만났을 때, 활자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희열과 비슷하다. 사진 속 피사체의 모습, 영화 속 인물들의 대화, 무대 위 지친 배우의 표정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전율이 있다.”
 “지성의 기획과 조직을 통해 한 권의 결실로 드러나는 공적인 역량을 창출한다는 것이, 모든 노고를 마다할 수 있는 최선의 보람이다.”(337쪽)
 - 계간 ‘오늘의 문예비평’의 편집주간이다. 잡지를 만드는 일의 매력과 그 한계는.
 “오문비는 전국 유일의 비평전문 잡지다.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현재 비평의 현실에 대해 말하는 거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잡지를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잡지는 ‘협업’의 연속이다. 편집위원들과 주제를 잡는 등 잡지 발간과 관련, 구체적 논의를 통해 조율하는 과정이 지루하면서도 재밌다. 한계는 아무래도 재정적 어려움이 가장 크다. 지난 16일 발간된 오문비 2015 봄호도 정말이지 어렵사리 나왔다. 이번 호는 편집 위원들의 열정과 박한 고료에도 좋은 원고를 보내준 필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다.”
 “문학평론은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글쓰기다. 다시 말해 비평의 행위는 평론이라는 글쓰기로 표현된다.”(330쪽)
 - 마지막 첨언에서 평론가로서의 고민의 흔적이 가득하다. 평론은, 또 평론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평론은 ‘어긋남’의 글쓰기다. 공감이 아닌 공감하지 못하는, 그 불화에서 오는 어떤 철학, 예술, 미학의 글쓰기다. 그 불화에서 오는 소통이 평론이다. 앞으로도 평론가로서 그 어긋남 속에 숨어있는 그 어떠한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경관ㅣ경북도민일보ㅣ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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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이상한 짐승이다 - 10점
전성욱/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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