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조명숙 ‘조금씩 도둑’ 저자와의 만남 성황리 개최


상실, 그 이후에도 삶은 이어진다. 
 육체의 고통 속, 우리는 절절한 외로움을 느낀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는 것.  여기, 자신의 아픈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글을 쓴 소설가가 있다.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후 작품집 ‘댄싱 맘’과 장편소설 ‘바보이랑’ 등을 쓴 소설가 조명숙<사진>. 그가 최근 소설집 ‘조금씩 도둑’을 출간하고, ‘저자와의 만남’이라는 행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그날 그 현장을 찾아 조명숙의 문학, 그리고 그녀의 삶에 대해 들여다봤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정미숙’ 문학평론가가 대담자로 나서 유쾌한 대화를 이끌었다.
 “어떤 소설이 현실보다 리얼하겠어?”(221쪽)라고 말하는 조명숙. ‘리얼리즘’. 즉 현실인식이 그녀가 소설과 마주하는 방식이다. 
 이날 행사에서 정 평론가는 잔잔하게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그녀의 소설 속 ‘아픈 여성’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짚으면서 ‘고통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전 보다 나이가 들고 몸이 나약해졌지만 여전히 사건과 사람에 대해 공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학의 힘이 약해진 것이 현실이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문학의 힘이 세다고 믿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스물셋에 알 수 없었던 일은 서른셋에 알게 되고, 서른셋에 알 수 없었던 건 마흔셋…쉰셋…예순셋…. 그렇게 삶의 슬픈 의미는 아주 늦게야 알게 된다는 것을.”(54쪽)
 그녀 특유의 고통의 감각을 가장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점심의 종류’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10년 후 모습을 그린 이 소설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병치해 소설 속 인물 ‘영애’가 영화 속 캐릭터와 자신의 모습을 일치 시키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듯 그렸다.
 표제작 ‘조금씩 도둑’ 속 표면적으로는 동성애 코드가 담긴 소설이지만 그 속을 깊게 들여다 보면 ‘여성적 연대’가 가진 힘에 대해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각각 파란만장한 사연으로 남성의 부재 속 살아가는 중학교 동창 피융, 띠띠, 바바. 모든 게 결핍된 그들의 삶 속에서 그래도 조금씩 마음을 훔쳐가는 너의 ‘사랑’이 있다.
 정 평론가는 이 소설에 대해 언급하면서 그녀의 소설 속 대부분의 작품에서 ‘남성적인 남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시인의 아내로 살아가면서 강해져야 했던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아버지는 아직 달리고… 있다.”(83쪽)고 끝나는 소설 ‘러닝 맨’은 지난해 여동생을 폐암으로 잃은 그녀의 개인적인 아픔이 담겨있다. 
 이번 소설집에는 종이공장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은 남편을 기억하기 위해 종이를 만드는 오윤에 대해 그린 ‘나비의 저녁’을 비롯해 그녀의 치밀한 문체를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 수록돼 있다. 
 이날 저자와의 만남 행사에는 웃음과 눈물이 공존했다. 그것이 마치 인생이고 그것이 마치 소설인 것처럼.
 조명숙 그녀가 그린 세상은 쓸쓸했지만, 외롭지 않았고 고요했지만 적막하지 않았다.
 조명숙. 산지니. 1만3000원.


이경관ㅣ경북도민일보ㅣ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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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도둑 - 10점
조명숙 지음/산지니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