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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일기

최은영 작가님『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인터뷰- 글찌의 5번째 인턴일기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6. 1. 26.

안녕하세요. 글찌입니다. 저는 어제 부산문화재단을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최은영 작가님을 인터뷰하고 왔지요. 인터뷰는 찐빵과 커피, 웃음이 있어 더욱 따뜻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글찌 희곡은 주로 연극의 형태로 관객들과 만나게 됩니다. 텍스트로 만나는 희곡은 연극으로 만나는 희곡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최은영 작가님  텍스트로 만들어져 있죠.(웃음) 언어라는 개념을 보면 말 또는 글 이런 형태로 이야기 할 수 있는데, 둘 다 언어적인 형태이긴 한데 텍스트로 된 희곡은 활자화 되어있으니까 변동이 불가능하고,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품, 하나의 작품이라고 한다면. 연극으로 쓰여 지는 희곡은… 학교에서 배울 때보면 ‘희곡은 연극의 대본이다.’라고 해서, 수단화해서 정의를 내리거든요. 그런걸 보면 확실히 연극으로 상용되면서 그 캐릭터나 연출이나 어떤 무대 장치의 힘에 의해서 가변적일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라고 얘기 할 수 있겠네요.


글찌 희곡에서는 인물이 큰 역할을 합니다.「무한각체가역반응」에서는 실존했던 문학인들이 등장을 하고,「연애戀愛, 그 오래된」은 작가님께서 강원도여행 중 만난 분의 실화를 모티브로 탄생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인물들은 주로 어떻게 탄생이 되나요?

최은영 작가님 ‘주로’라는 말은 맞지 않고요. 너무 그때그때 상황이 달라서. 질문처럼 알고 있는 인물들을 재 각색 해내는 경우나, 또는 실존했던 이야기들에 어떤 상상을 가미해서 만들어 내거나, 또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들, 또는 인물의 형태가 아닌 존재들도 캐릭터화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상상이죠. 상상인데, 그 상상이 이제 자기의 어떤 저변 지식이나 환경, 또는 생활의 역사. 이런데서 나올 수도 있고 뜬금없는 어떤 사고의 전환 속에서 나오기도 해요. 그냥 차를 달리다가 나뭇잎 사이에 햇빛이 비췄는데, 그걸 보고 뜬금없이 옛 장수의 칼날 끝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사극 드라마가 나오면서 검을 쓰는 무인이 등장을 하겠지요. 이렇게 너무 다양해서, ‘어떻게 한다.’라고 하기는 좀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문학이라는 것이 어떤 장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작가가 어떤 생각, 어떤 사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배여 나오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100프로 투영되지는 않을 거고, 아마 변형되고 바뀌고, 재탄생되어서 다양하게 나오는 게 아닐까 싶네요.

글찌「무한각체가역반응」과「연애의 시대」에서는 ‘감갑남’이 등장을 하는데요, 아버지가 대충 지어 준 이름과 달리 인상 깊고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최은영 작가님 특별한 이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먼저 지어진 것이 「연애의 시대」이지요. 훨씬 먼저 지어졌는데 그때 갑남이는 주인공이었고, 발음이 특이해서 지어 졌다기보다는, 대본 앞부분에 보면 부모가, 옛날 여자 아이들을 들에서 밭 매다가 애기 낳으면 들녘이! 서쪽에서 낳았으면 서쪽이!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원래 한자 어투가 아닌 고유어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나 또는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에 제가 되게 관심 있어 해요. 그래서 인물의 어떤 특징들이나 그 내용의 흐름 등을 상징할 수 있는 이름들을 찾아내서 만들기도 하고, 혹은 내가 아는 사람의 이름을 써서 선물을 하는, 글쟁이가 따로 선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름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갑남을녀는 그냥 말대로, 갑남을녀가 가장 일반적으로 의미 없이 내뱉는, ‘그렇고 그런’ 뜻으로 사용 될 때가 많아서, 그 이름을 붙이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고, 가장 발음이 어려운 성을 붙이기 위해서 족보들을 좀 뒤졌죠. 그래서 발음이 잘 안 되는 걸로. 구색을 맞추어서 감 씨를 붙인 거였죠. 그런데 작가들은 그런 재미가 있어요. 책을 한편 쓰는 게 아니라 작품을 이걸 쓰고, 또 다음에 쓸 때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장난을 좀 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때의 갑남이를 슬쩍 가져와서 전혀 다른 인물이지만… 어떻게 보면 시대가 비슷해요. 「연애의 시대」는 20년대이고, 「무학각체가역반응」은 30년대 이렇다보니까. 그 갑남이가 서울에 올라와서 만약에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아마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도로 같이 등장한 것 같아요. 그것 말고도, 글 속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들은 좀 그런 식으로 재미있게 하거나, 사건이나 장소들을 다른 작품에 다시 연계해서 저 나름의 재미는 연작 장면을 만드는 건 있어요.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에 나오는 구웅이나, 민영, 또 유근이 이런 아이들은 실제 도자기를 굽는 도예공 가족이 이름이에요. 그 집에서 제가 불 떼면서 글 구상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주인공 이름을 그렇게 정하게 되었지요.


글찌 저는「그리워할 연戀」에 나오는 '어이금'이란 인물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독특한 말투와 성격뿐만 아니라, 아련한 감정 역시 잘 전달되었기 때문이지요. 선생님께서 가장 애정하시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최은영 작가님 이런 질문들을 되게 많이 하세요. 기자 분들도 오시면, ‘제일 애정이 가는 작품이 뭐냐’, ‘인물이 뭐냐’. 저도 배우 출신이다 보니까 많이 들리는데, 저는 이렇게 생각을 해요. 제일 좋은 인물은요. 지금 작업하는 인물이구요. 제일 힘들고 미운 인물은 방금 작업을 끝낸 인물이에요. 그래서 어이금 같은 경우는 추억 속의 인물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작품을 ‘고마나루 전국 향토연극제’에 나가서 연기를 할 때 제가 어이금 역할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하다 보니까 그런 친밀도 같은 것은 있어요. 작가인 것을 떠날 수는 없겠지만, 배우로서 감정이입 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굉장히 동일시화 되는 부분이 많지요. 사실 어이금은 나이를 알 수 없는, 그리고 이게 귀신인지 사람인지 조금 모호한 상태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도, 굉장히 귀여운데도 불구하고 밉살스럽고, 또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죠. 그런데 아마 우리 할머니들이나 우리들 주변에서 너무나 어른들은 쉽게 봤던 인물이 아닐까. 하면 굉장히 애정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아. 말투는 제가 부산사람인지라 대부분의 희곡에 거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것 같아요. 

글찌 굉장히 매력적인 말투였어요. 

최은영 작가님 지금은 부산 출신의 젊은 배우들도 말을 할 때는 억양이나 이런 건 하는데 단어나 전체적인 어감이나 이런 것들은 잘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글로 써주면 읽기나 그런 것을 굉장히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기는 한데, 저는 앞으로도 쭉~(웃음) 그것이 우리 감정을 표현하는데 효과적일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말씨는 아마 그런 말투들이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글찌「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에서 '사발은 하늘을 담고, 땅을 담고, 아픔을 품고, 바람을 느끼며 … 사람을 보듬고, 삶을 담아 차고 넘쳐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로 태어'납니다. 당시 조선 사람들이 도자기 하나를 굽더라도 얼마나 큰 의미를 담고 정성스럽게 탄생시켰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연기나 글에 무엇을 담고 싶으신가요?

최은영 작가님 저는 아무것도 안 담고 싶습니다.(웃음) 이제 글이나 연기는 제가 무엇을 담아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것은 이제 연기가 나왔을 때는 관객들이, 희곡집이 이렇게 나왔을 때는 독자들이 거기에 의미를 담는 것이 맞고, 저는 굳이 제목을 빌자면 사발을 빚어내는 정도이겠죠? 제가 어떤 형태든 제 작품에 목숨을 걸고 영혼을 걸고 그릇을 만들어내면, 의미를 담는 것은, 국수 면발을 담고 싶으신 분은 면발을 담으면 되고, 아이스크림을 담고 싶은 사람은 아이스크림을 담으면 되고, 그거는 어디까지나 글을 읽고, 연극을 보는 사람들의 몫이 아닌가. 저는 되도록 아무것도 안 담고 싶습니다.

글찌「연애의 시대」에 나오는 사랑은 정말로 아이러니합니다. 사랑하지만 용기내지 못하고, 살해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지요. 갑남은 이런 사랑의 형태를 보아왔기 때문에 ‘무엇이 사랑인지 잘 모르겠다.’고 자영에게 이야기 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요?

최은영 작가님 사랑이 무엇일까요? 누가 알겠습니까.(웃음) 모르겠어요. 저는 저희 신랑을 사랑하고 우리 아이를 사랑하고 제가 하는 작업이나 식구들을 되게 사랑하고 하기는 하는데, 그것은 아마 음… 신랑 하나만 두고 보더라도, 앞으로 연애하시고, 결혼하시겠지만, 연애 처음 만났을 때랑 싸웠을 때랑, 연애가 깊어질 때랑 결혼을 앞두고, 또 신혼 초, 아이를 낳고, 그리고 아직은 겪지 못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죽어갈 때 남편과 단 둘이 남았을 때랑, 또 마지막 남은 배우자가 갈 때랑,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은 다 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뭐라고 정의한다는 자체가 조금 저한테는 불가능 한 것 같고. 이 「연애시대」. 연애라는 말이 20년대에 처음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편국이 개설되고 그러면서 갑자기 생기는 자유연애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 정신을 주체 할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그 주체할 수 없는 사랑들이 갑남의 주변에서 일어나게 되고, 갑남이가 자영에게 도대체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라고 하는 것은 갑남이의 의견도 되겠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도 아마 전체적으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고 쓸려가는 것 같은? 그리고 우리도 요즘에 뭔가 하나 유행이 되면 너도 나도 의미도 모르고 막 쓸려가는 그런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봉건 사회가 근대로 넘어가면서 굉장히 급변하는 우리나라 역사상 중에 아마 최초의 그런 급변시기가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변하는 시대였기 때문에 그때의 사랑이 던져졌을 때는 아직까지 이성이나 자신의 삶, 환경들이 정립되지 않은 나이의 사람들로써는 자기의 어떤 이성이나 정신을 가다듬고 그 위에, 삶과 시대 위에 서있기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아마도 갑남이의 얘기는 그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들의 연애라는 감정에 대해서 느끼는 총체적인 느낌을 그렇게 표현한 것 같고, 저도 역시 세월은 지났지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글찌 작품 속 인물들은 남편을 기다리거나, 새로운 시대, 고도 등을 기다립니다. 선생님께서도 무엇인가 기다리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은영 작가님 우리 신랑하고 싸웠을 때, 신랑의 전화를 기다렸지요.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이런 기다림은 다들 마찬가지 일 것 같은데, 기다림이 없으면, 기다림이라는 것은 꼭 어떤 사람이나 시대, 운명, 정의 이런 것을 떠나서 기다린다는 행위 자체로도, 그게 없으면 인간을 특정 지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직립 보행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이라면, 무엇인가를 기다리거나,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자체가 인간이 어쩌면 나도 죽을 때 까지 하는 행위인 것 같아요. 무엇인가 생명이 있는 존재, 생각이 있는 존재라면 당연한 것 같기는 해요. 저도 기다리는 것이 정말로 많지요. 저는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세상을 기다립니다. 사실 이 고도 같은 경우는 2본이 너무나 많아서 우리 배우들이 어느 대본으로 할 건 가요. 이렇게 물어보는데, 첫 번째 대본을 쓸 때는 저는 아마 울면서 썼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나 절절하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그 단순한 세상이 너무나 그리워서 쓰다가 몇 번 주책스럽게 운 적이 있어요. 그런 것을 좀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요.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고도 같은 경우는 워낙 원작이 유명한데다가, 원작을 그대로 표현해놓은 연극 같은 것을 보면 대부분 아주 늙은 고고와 디디가 나와서 끊임없이 기다리지요. 아마 그 분위기상 자신이 살아온 그 60년, 70년을 연극하기 이전에 쭉 기다려 왔는데, 연극을 하면서도 쭉 기다리고 있고, 연극이 끝나서 죽어서도 아마 기다릴 것 같은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아마 지금은 20대이니까 군대 간 남자친구가 기다려지는 거고, 그것이 조금 더 확장되거나 변이되거나 하면 다른 것들과 새로 조합이 되어서 기다림이라는 것이 형태만 바뀌는 것이지, 자기에게 다가오는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간절해지고, 지나간 시간이 쌓이는 것이 억울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만큼 더 쌓여서 그 기다림이 더 커지는 그런 상황이 될 것 같아요.

출처 독서신문i

글찌 사무엘 베케트「고도를 기다리며」를 재해석한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선생님께서「고도, 없다!」를 쓰게 되신 계기와, 선생님께서 이 작품에서 특히 강조하시고 싶으신 점이 궁금합니다.

최은영 작가님 저는 극단 바문사 단원인데, 일단 97년도 창단 했구요, 창단할 때 대표님은 제가 아니라 저의 스승님 홍정호 선생님이셨어요. 그 분하고 제가 20대 때 처음 만나서 그 선생님 돌아가시는 해까지 같이 연기를 했지요. 우리 극단에서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 고도였고, 선생님께서 가장 많이 할 때 마다 바꾸었던 작품이 고도였던 것 같아요. 음… 제가 제일 처음에 우리 선생님을 만난 것도 고도 때문이었어요. 제가 처음 연기를 할 당시에 제가 속해있던 팀에서 고도를 원작 그대로 올리고 있었고, 다른 극단에 연출로 있었던 저희 선생님이 거기서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완전히 재해석해서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가 총 들고 고도를 오면 쏘겠다. 찾아가보자. 찾아 가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서, 그런 전혀 다른, 같은 시기에 공연을 해서 kbs에서 그때 녹화방송을 떴었어요. 두 극단의 고도가 어떻게 다른가. 거기서 다른 극단의 연출 선생님으로 제가 처음 뵀었지요. 그리고 다시 만나서 했던 고도에도 스님이 나오거나, 혹은 임산부가 나오거나 할머니가 나오거나, 한국적이든 어쨌든 굉장히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한국적으로 되게 많이 재해석을 했고, 또 고도의 경우 대본을 읽기가 녹녹치는 않은데, 저한테는 그랬어요. 대본을 한 번 들면 이게 계속 돌고 도는, 쳇바퀴처럼 계속 들어오는 대본이어서 끝이 아니라 끝이 나면 다시 앞으로 가서 다시 읽어야하는, 그래서 계속 읽어야하는 대본 중에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기도하고, 많이 접했고, 제가 제일 처음 한 작품이기도 하고, 우리 선생님을 처음 만나게 된 작품이기도하고, 우리 선생님과 가장 많이 한 작품이기도 하고, 저한테 고도는 되게 추억의 작품이지요. 그래서 고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전혀 다른 생각 없이 하겠다. 했었고, 처음 했을 때는 저기 포스터에도 있지만, ‘홍 프로젝트 1탄’으로 해서 프로젝트 공연으로 만들었었어요. 그때 홍이 선생님의 성이고, 우리 선생님이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만들었던 분이라, 그런 의도의 연출력을 키울 수 있는, 연출가를 배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보자 해서 처음 시도 되었던 작품인지라, 원작을 각색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테마를 설정해서 나만의 대본으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는 고도 같은 부조리극을 보면, 연극을 좋아하거나 전공으로 한 친구들은 좋아라하는데, 일반관객들이 보면 너무 힘들어해요. 이제 뭐지? 끝나고 가면서 다들 박수도 어정쩡하고, 이게 뭐야. 연극 원래 이래? 이렇게 반응을 하셔서, 이왕이면 쉽게, 사람들에게 쉽게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고도를 만들어보자. 그래서 다양한 국가의 특징을 넣고, 언어유희도 쓰고, 또 할머니들 사투리도 쓰고, 등장해서 고도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다양한 볼거리들을 보여주자. 그래서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해요. 이 작품에게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요. 고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웃음) 제가 이 공연을 할 때 팜플렛에 제발 고도가 누군지 묻지 말아줬으면 한다. 하고 쓰기까지 했어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원작은 <고도를 기다리며>이고, 저는 고도가 없다고 말하기 때문에 너무 부정적인 것 아니냐. 너무 단정적인 것 아니냐. 너에게 고도란 뭐냐. 계속 물었어요. 그래서 제발 그 질문을 하지 말아주세요. 하고 작가의 말에 썼던 기억이 나는데, 이 작품을 썼던 당시에는 세상이 어수선 했기에. 고도가 이런 상황이라면, 지금은. 앞에 생략된 말. 지금은. 고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까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는 책을 낼 때 책 제목을「고도, 없다!」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글찌 선생님께서는 연기, 기획, 극작, 연출의 분야를 오가며, 현재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대표로도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선생님께서 얼마나 이 장르를 좋아 하시는지 알게 되었는데요. 연극의 매력과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은영 작가님 음… 그게…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mbc에서도 와서 비슷한 취재를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저는 연극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을 안 해요. 사실은. 그 말은 또 중요하다는 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중요하죠. 사람에 따라서는 사람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작품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그리고 그런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연극이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그냥 제가 세상에 나서 어… 그나마 재미를 느끼는 놀이 중에 하나인 것이지. 이게 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의 생명이 제가 쓴, 제가 한 모든 작품과 공연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연극을 하는 이유는 그것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중요하고, 그런 사람들이 가치롭다. 라는 것을 아주 잘 보여줄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좀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좀 여러 사람들이 움직이니까 제제가 있기는 한데, 저는 기본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근데 만약에 제가 싫어한다면 다른 놀이를 찾았겠지요. 그런데 글쎄요. 우리 선생님 돌아가시면서도 하고 싶어 하신 연극이었고, 저한테도 사명이라는 것이 있고, 제가 해온 활동이 있고, 그 속에서 느끼는 가치나 사상이 지금 저를 만들었으니까. 그것에 대한 부인은 못하겠지요. 연극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팁… 연극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어떤 아이들이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을 배우고 싶다. 라고 젊은 친구들이 찾아와요. 그럼 연극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극을 많이 보면 좋겠다. 책으로, 이론으로, 어떤 기술로 이걸 대한다면 예술이 잘 안될 것 같아요. 한 순간의 득도나 자기 나름의 깨침은 도인이 아니어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 깨침이 없다면 음… 어떤 예술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무용도 마찬가지이고, 그림도 그렇고, 또 글을 쓰시는 분이니까 잘 아시겠지만, 즐기고 싶다면 전문가가 되지 말고 자기가 그것을 정말로 즐기는 사람. 재미있게 노는 사람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것을 일이나, 전문적인 식견으로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연인으로 즐기게 되면, 아마 연극이 먼저 그런 사람에게 가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되면 연극과 소통하기가 쉬울 것 같고, 연극이 어떤 예술을 지니는 예술인지도 훨씬 더 잘 알 것 같아요. 연극하는 사람들은 그래요. 극작이나 연출이나 연기자나 할 것 없이 다들, 옆 동네 예술가들도. 여기 창의촌이라 옆 동네 젊은이들이 전부 예술인들인데, 연극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어려운, 그 돈 안 되는, 이런 말들을 누구나 공통적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데, 저희는 너무나 돈 되게 잘 살고 있거든요? 안 당해보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것을 재려고 하지 말고 좋으면 그냥 빠지는 거? 젊은 친구들은 공부하지 말고 그냥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수백 편 보게 된다면 어떤 평론가, 연출가 보다 아름다운 연극의 눈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글찌 저도 사실 연극이나 희곡을 좋아하지만, 연극을 처음 본 것은 대학교 입학해서이거든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렇게 비싼 값은 아니지만, 영화나 책 등에 비하면 비싼 값이니까 제대로 즐길 줄을 모르더라구요. 그리고 어떤 작품을 보아야하는지도 잘 몰라서. 어떻게 하면 연극을 가까이 접할 수 있을까. 그런 것도 알려주세요.

최은영 작가님 제가 아시는 분 중에 한 분이 노총각이신데요. 그냥 연극이 좋았데요. 보통 남자 분들은 연극을 더 잘 안보죠. 그런데 그냥 연극이 좋아서 혼자 연극을 보다가, 동호회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단체로 관극을 하다 보니 극작가분과 전화를 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용기를 내서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러나 보니 연극의 속사정을 좀 더 알게 되고, 자기가 마치 연극을 하는, 중심에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그것은 이제 그 사람의 방식인 것 같아요. 연극은… 영화는 산업이라고 얘기를 많이 하지요. 재정에 있어서 차이나는 부분이 분명히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만화책을 보면서 느끼는 희열. 굉장히 빨리 오잖아요. 그런데 소설을 읽고 나서 느끼는 희열은 굉장히 늦게 오지만 오래가거든요. 그래서 그걸 믿는 분들은 연극을 보시는 것 같아요. 연극은 한 편을 보았는데, 어린 시절 그냥 지나가다가 보았는데 평생 가슴에 남는 것이 있어요. 그것은 평생 자신의 자산이 되는 것 같아요. 믿으면 좋은 것 같아요. 연극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중국 도자기 아주 화려하고 예쁜데, 도자기 최고로 치고, 보기를 너무나 원하는데, 그 도자기를 가장 화려하게 만들어내고 가장 잘 만드는 일본인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었던 것은 우리나라 조선인들이 막 빚어낸 사발이었어요. 사실은 그것이 무늬도 없고, 아주 투박하고, 그냥 지나가면 정말 강아지 밥그릇같이 생겼던 것들이 보면 볼수록 자신의 정신이나 심금을 울리죠. 다시 만들어내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죠. 어쨌든 이것은 예술 활동이라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내가 이것에 대해 믿는 다면 즐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이들은 매체가 너무 많아요. 그리고 연극협회, 이런 단체에 들어가면 전화번호가 다 있어요. 아무데나 전화를 해서, 용감하니까. 20대니까. 아무데나 전화를 해서, 내가 지금 연극을 하나 보려고 하는데, 당신들의 연극을 한번 추천해주세요. 하고 묻는다면, 거부할 연극인은 단 한명도 없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작지만 어떤 연극의 소식지 같은 것도 꾸준히 발간되고, 비평지도 나오고, 이런 희곡집도 나오고, 부산연극제나 지역별로 연극제가 많기 때문에,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찾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랑해주시면 좋겠구요. 많이 봐주시면 좋겠구요. 많이 보는게 좋은 것 같아요. 연극 처음 시작했을 때 제가 한 작품을 하루도 안 쉬고 계속 본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나름대로 매일 매일의 감상평을 썼을 때가 있는데, 그게 저를 키운 아주 큰 거름의 하나인 것 같아요. 자기가 원하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글찌『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라는 희곡집을 통해 독자 분들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 것이 좋을까요?

최은영 작가님 저에게 첫 희곡집인데, 처음에 내고 나면 되게 좋을 줄 알았어요. 광고도 해야 할 것 같고, 책도 팔러 다녀야 할 것 같고. 그랬는데, 사실은 희곡집 내고 나서 너무 부끄러워서, 우리 편집해주신 선생님도 책 한번 보셨어요? 하고 이틀 후엔가 전화가 왔었는데, 못 봤었거든요. 제가 표지만 봤습니다. 했을 정도로, 열어보기가 되게 좀… 부담스럽고 무서웠어요. 저에게. 아까 1번 질문하고도 비슷하기는 한데, 늘 상 현장에서 작업을 하면서 희곡을 쓰다보니까, 배우가 바뀌면 배우에 맞게 다시 언어를 고치고, 장면 바꾸고 다 하는데, 이것은 정해진 하나의 활자로 적었을 때, 이것을 독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드릴까. 어떤 의미로 받아들일까가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저도 이 책을 열어보기가 너무 힘들어서 숨겨놓고, 사람들에게 말도 안하고 그랬었거든요. 이것은 소설이나 시집이 아니기 때문에, 희곡집이라 읽는 분들이 연극을 좋아하는 독자일 수도 있고, 문학으로 희곡을 좋아하시는 독자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용언의 기본형으로 생각하시는 게 어떨까. 그냥 하나의 전범이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이걸 보고 사발에 많은 것을 담기를 원하는 것처럼, 읽는 분들이, 또 이것을 누군가가 작품을 하게 된다면 작품을 하시는 분들이 다시 자기 나름의 작품으로 바꾸고 색을 입혀주면, 아마 글을 쓴 사람으로써는 제일 좋지 않을까. 그리고 워낙 희곡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장면을 상상하지 않으면 읽기가 힘든 작품인지라 읽으면서 자기만의 무대, 캐릭터들을 새롭게 만들어가면서 읽으시면, 아마 저랑 읽으시는 분이랑 한자리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드네요. 



글찌 마지막으로 독자(관객) 분들과 글을 쓰는 문청에게 간단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은영 작가님 편견 없이 작품을 자연인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보지 말았으면 좋겠고… 근데 그렇게 편견 없이 보게 되면 의문이 생겨요. 그 의문을 그 글을 쓴 작가, 연출가와 이야기 하듯이 자기를 사색하는 데 사용하면, 아마 희곡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가치가 그대로 독자에게 오롯이 전달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희곡을 쓰는 후배들이 있다면, 술을 사주고 싶어요. 너무나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아마 써봐서 알겠지만, 저를 버리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너무 힘들어서. 근데 또 뭐 술술 나갈 때도 있지만, 정말로 지금 당신들이 하는 일이 아름다운 일이고, 멋진 일이고,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희곡으로 표현해나가고 한다면, 나이가 좀 들었을 때, 어떤 자신이 정신적으로 몇 작품을 써내고 나서의 그 성취감은 누구에게도 뺐길 수 없는, 가장 큰 자산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정말로 응원하구요. 힘들지만 용기를 내라고, 열심히 쓰시라고, 전화를 하면 꼭 술을 사겠다고, 전화하시라고. 그렇습니다. (웃음)

최은영 작가님고생하셨죠?

글찌아니에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미래의 멋진 작가 글찌님. 멋진 희곡집 기다립니다." 작가님과의 좋은 시간과 함께 좋은 문구도 선물 받은 것 같아 기분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4월에 선생님의 연극이 예정되어있다고하시는데, 꼭 보러 가려구요. 저는 오늘부터 제 사발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야겠어요. 

여러분은 사발에 무엇을 담으실 건가요? 

비어짐을 담은 사발 하나 - 10점
최은영 지음/해피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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