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5세대는 한국의 근현대사, 자그마치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녹아 있는 여성의 삶을 다루었다. 1900년대에 출생한 외할머니부터 2000년대생 손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혹은 살아갈 삶의 양상을 비록 달리하고는 있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외할머니와 손녀가 살아온 시대는 엄연히 다르지만 그것이 별개의 것으로만 다가오지는 않는다. 딱딱한 역사책이 아닌, 손녀이자 딸이자 엄마이자 외할머니이자, 그리고 자기 자신인 삶과, 가족들의 인생을 추억하는 것으로 전개되는 그것 때문에.

  그동안의 역사의 주안점은 여성보다는 남성에, 지방보다는 수도권에 두었으며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틀 속에서 다루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모녀5세대는 다르다. 100년이라는 시간 속에 모계를 중심으로 한 5세대가 부산에서, 그리고 가족이라는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주거·교육·직장생활·가족 관계 등 일상에 맞닿아 있는 것들을 소재로 삼은 것도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주목받을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기도 하다.

  역사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가 어렵지 않게 읽힐 수 있었던 데에는 익숙한 지명이 등장하는 것, 구어체를 사용하는 것, 저자의 경험과 가족들에 대한 기억들을 추억하는 것 등을 댈 수 있겠지만 대상을 향한 저자의 사랑이 돋보이는 것, 그것이 크게 작동하는 듯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책에 감명 받은 것이기도 하다.

  긴긴 시간에 걸친 내 가족의 여러 세대를 마음속에 떠올리고 추억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차는 행위이다. 아니 어쩌면, 내게도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작동해, ‘가족은 내 삶의 안식처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가족을 나와는 또 다른 객체로 본다면, 대상을 향한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고 보아도 무리는 없지 않을까.

Posted by 비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