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하나 건너
바로 거기가 북해도인데
바다는 한사코 달아나기만 하였고
오오츠크의 사나운 파도만 밀려왔다.
남으로 향하여 말없이 앉아 계셨던 이곳
사할린스크 코르사코프의 언덕 위엔
까마귀 울음소리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조선으로 가자, 조선!
하시던 조선은 저승길보다 멀었는가.
유지나야 까레야(남조선)의
길이 열렸는데.
안녕하세요! 우파jw입니다!
저는 요즘 낮이고 밤이고 읽고 있는 책이 있어요! 바로 이규정 선생님의 현장취재 장편 소설 『사할린』입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권당 약 350쪽가량의 분량을 가지고 있어 결코 적은 양이 아니지만, 저는 이 책을 읽는데 푹 빠져 이틀 만에『사할린』을 정독했답니다!
『사할린』은 『먼 땅 가까운 하늘』이라는 제목으로 1996년에 출간된, 출판한 지 20년이 넘은 소설을 올해에 제목을 바꿔 산지니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것이라 합니다!
『사할린』은 일제 말기 경남지역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위안부와 노무자로 사할린에 강제 징용된 후 그곳에서 겪는 여러 형태의 식민지적 참상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해방을 전후로 사할린과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여러 참극, 이를테면 소련군의 점령 이후 일본인들은 고국으로 귀향하지만, 조선인들은 무국적자로 처리되어 사할린에 남게 되면서 초래된 일련의 역사적 고통, 해방은 되었지만 일제하 민족운동에 대한 박해가 한국전쟁의 과정에서 보도연맹 사건으로 뒤틀리고 비화하여 억울하게 희생되어야 했던 역사적 상황 등이 날카롭게 교직 되고 있습니다.
1권에서는 한 쌍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지금의 사할린 교포들의 조상님들이 겪는 고난과 그 시대의 혼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3권은 해방 이후 사할린 교포 1세들이 갖는 희망과 감격스러움을 여실히 드러내 주며 우리에게 ‘사할린 교포들을 잊지 말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표현을 사용한 부분이 많아서 앞뒤 맥락을 재지 않고 한 부분 부분만을 본다면 그 아름다운 묘사·표현법에 현혹될 만하나, 오히려 그때 당시의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보여주어 책을 읽는 동안 아려오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을 실은 차는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오전에 비가 갠 하늘은 군데군데 가벼운 구름자락이 돛폭처럼 하얗게 떠 있었고 막 서산으로 지는 해가 그 산 위의 구름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바람은 선들거렸고, 길가 나무에서는 매미 소리가 건강했다. 그런 풍경들만 본다면 산하는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그 그림 가운데로 40여 명의 생목숨이 숨을 죽인 공포 속에 죽음의 행진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서 차에 찬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 아름다운 하늘도, 석양도 보지 못했다. (사할린 2권, p.90)
그러나 역사는 거대한 바퀴가 되어, 개인적으로 아무리 기구하고 한 많은 생애라 해도 때만 되면 짓밟아버리고 굴러간다. 역사의 바퀴 뒤에 남은 것은 허무뿐이다. 그러나 이문근과 최해술의 죽음은, 한 생애의 마감 치고는 허무로만 설명하고 넘어갈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었다. (사할린 3권, p.137)
그리고 오늘! 저 우파jw는 국민연금 부산회관에서 부산 인권교육센터의 주관으로 이루어진 <사할린 한인의 역사>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강연을 들으러 와 주셨었는데요, 그중에는 어르신들도 많았지만, 20대 후반의 젊으신 분들도 꽤 있으셨고, 국제신문의 기자분도 강연에 참석하셨습니다. 국제신문 기자분께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던 제게 인터뷰를 요청해오셔서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니, 어느새 강연이 시작할 시간이 되었었습니다.
최상구 사무국장님의 강의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졌었는데요,1부에서는 사할린 교포들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그들의 현황, 마지막으로 그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얘기하며 마무리하는, 다소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로 강연이 진행되었다면, 2부는 강연자께서 직접 사할린에 갔다 오시며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더욱 생생히 사할린 교포들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 내용은 제가 책 『사할린』에서 읽은 것과 아주 흡사했습니다. 거의 똑같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지요. 그래서 책을 미리 읽고 갔던 저는 강연을 듣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어서 더욱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다시 사할린 책을 살짝 들여다보았는데, 표지에 쓰여 있는 ‘현장취재 장편 소설’이라는 대목이 새삼스럽게 눈에 띄었습니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책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작가가 만들어낸 ‘교포’들이지만, 한국이나 사할린의 지명, 또는 사할린 교포들의 현황은 현실과 너무도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책 속 인물들의 사연 역시 작가가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구성해 적어낸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사연 역시 너무나 있음 직한 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마음이 아팠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할린 동포회는 이렇게 멀고도 가까운 것이었다. (사할린 2권, p.338)
“옴마는 처음 개가한 데서 아들 하나를 낳고, 그다음 개가한 데서 딸을 하나 낳았지예. 처음에 낳은 아들도 옴마가 데리고 갔지예. 그런께네 옴마 밑으로 5남매가 난 셈인데 성이 모두
다르니, 넘 부끄러버서 오데 가서 잉런 소리를 하겠습니꺼.” - 황복자
그러면서 그녀는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내쉬었다. 정상봉은 생각했다. 황칠남이란 사람이 일본에서도 일본 여인과 결혼을 해 아들딸을 낳았다니,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되는가. 누가 지어내도 너무 가혹하게 들릴 이런 비극이 이 지구상에 실제로 있다는 사실, 그것도 나라 잘못 만난 탓에 사할린으로 끌려온 사람들한테서만 볼 수 있는 이 비극을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사할린 2권, p.292~293)
양부의 운명이 어쩌면 그렇게 민족적 비극으로 다가오던지,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왜 평소에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하다가 이곳에 와서야, 그것도 양부가 별세하셨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그렇게 서럽고 억울한지. - 이철환 (사할린 3권, p.18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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