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분단 뚫고 온 탈북자들과 먼저 소통했으면"



정영선 작가


정영선 작가

[출판사 산지니 제공]


"분단을 뚫고 온 사람이 탈북자들이잖아요. 통일이라는 말은 아직 낯설고, (북한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탈북자들과 먼저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문을 열어주고 싶단 생각에 이 소설을 쓰게 됐어요."


탈북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산지니)을 펴낸 정영선(55) 작가는 29일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설 집필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이 소설은 기존에 나온 탈북자들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 탈북 과정에서 겪은 고난이나 북한 체제를 고발하는 내용보다는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현실에 초점을 둔다. 이런 내용은 작가의 남다른 경험에서 비롯돼 실상에 한층 더 가까워 보인다.


그는 부산에서 소설을 쓰며 고등학교 역사 교사로 지내다 2013∼2014년 경기 안성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내 청소년학교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2년 동안 하나원 내 숙소에서 살면서 그곳 청소년들과 부대꼈다.


"어떤 소설을 쓸까 고민하다 분단에 대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하나원에서 교사 모집 공고가 나길래 가족 허락도 안 받고 바로 지원했어요. 거기 가서 제가 본 풍경들,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야기가 한 명 한 명 정말 커요. 처음엔 탈북 과정에 있었던 얘기 같은, 되게 자극적인 이야기에 매몰돼 있다가 제가 쓸 만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어떻게 서술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사실 그분들이 자기 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잘 얘기 안 하거든요. 그 내면을 어떻게 끄집어 올릴 수 있을까에 힘을 많이 들였어요."


청소년들의 속내는 역사교과 수업과 병행한 글쓰기 수업에서 학생들의 글을 통해 많이 접했고, 성인들 이야기는 하나원에서 알게 된 이들의 전언과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 탈북자들이 발표한 남한 적응기 등을 참고했다.


작가가 여러 통로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한 이 소설에는 탈북자들이 국정원을 연상시키는 정보기관 '안전부'에 이용당하거나 남한 사람들에게서 차별과 배제를 당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특히 소설 도입부에서는 안전부 직원 '코'가 선거 국면에서 유령 출판사를 차려놓고 탈북자들을 동원해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야당에 불리하고 여당에 유리한 댓글을 조작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는 "예전 정부 때 국정원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댓글부대를 운영한 사례를 시사잡지 기사에서 스크랩해둔 게 있다"며 "탈북자들이 국정원이라든가, 친정부 활동에 동원되는 경우가 있다는 걸 하나원에 있으면서 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실제 모델인 한 탈북자는 '그냥 조용하게 이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 '조용하게'가 무슨 의밀까 싶어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소설에는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를 바깥에서 볼 때 품은 환상과 실제로 겪는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도 상당한 비중으로 다뤄진다.


"한국은 사람을 쓸쓸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모든 게 허용되어 있는 것 같지만 기초수급자인 그에게 허용된 건 마트의 할인 물건과 변두리 술집, 자판기 커피와 5천 원 이하 국밥 등이었다. 조선에서도 모든 게 허용된 건 아니지만 벽은 늘 눈에 보였다. 여긴 투명한 유리벽에 둘러싸인 기분이었고 무시와 차별이라는 습기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중략) 공화국 사람은 스파게티를 잘 먹어도 이상하다고 하고, 잘못 먹어도 이상하다고 했다." (67쪽)


작가는 "탈북 청소년들을 보면 사실 철이 없다. 공부도 못 하는데 다들 검사, 의사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드라마가 CD로 구워져서 북한에 많이 들어가니까 그걸 보고 그런 꿈을 품는다. 노래 조금 잘 하면 가수나 연예인이 되는 줄 안다. 그런 환상이 깨지는 지점에서 되게 고통스러워한다. 여기서 실제론 경쟁이 너무 치열하니까, 공부도 잘하고 키도 커야 하고 얼굴도 예뻐야 하는데, 그런 경쟁 때문에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나원 청소년학교에서 학생들이 쓴 글을 모아 문집을 내고 싶다고 했다.


"거기 아이들은 아직 한국문화를 접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기억이 아주 생생합니다. 아이들이 참 맑아요.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과 거기서 친구들과 즐겁게 논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쓰여있는데, 그 글들이 참 좋았어요. 그 아이들이 (남한) 사회에 나가 6개월만 생활하면 그 옛 기억들이 아주 빨리 사라지더군요. 그런 아쉬움도 있어서 책으로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작가는 1997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해 소설집 '평행의 아름다움', 장편소설 '실로 만든 달', '물의 시간', '부끄러움들', '물컹하고 쫀득한 두려움' 등을 냈다.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을 받았다.


mina@yna.co.kr

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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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분단 넘은 탈북자들 차별이란 분단에 신음” 

‘생각하는 사람들’ 펴낸 정영선



탈북자들의 한국생활을 생생하게 그리며 분단과 통일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산지니·1만4800원·사진)이 출간됐다. 정영선 소설가(55)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분단의 벽을 넘은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차별과 생존의 어려움으로 또 다른 분단을 겪고 있다”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탈북자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소설에서 주영은 간판 하나 없는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갔다 만난 국정원 직원에게 인터넷 댓글 달기 업무를 지시받는다. 대선 후 주영은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 교육기관에서 일하게 된다. 중국에서 유학하다 자유를 찾아온 수지, 축구를 하고 싶은 창주 등을 만난다. 돈이 필요해 선거 때마다 댓글 아르바이트를 하고, 북한에 있는 부모가 고위층일지 모른다고 여긴 국정원의 감시를 받는 등 탈북자들의 일상이 구체적으로 펼쳐진다. 


실제 정 작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사무소인 하나원 내 청소년학교에서 2년간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비 오는 날이면 아이들의 눈이 부어 있었다. 고향 생각에 울어서 그렇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경제협력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경제적인 측면 외에 함께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효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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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사람들

정영선 지음 | 280쪽 | 14,800원 | 2018년 5월 24일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작가 정영선은 2013년~2014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내 청소년 학교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2년의 시간 동안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지켜보며 남한사회에서 북한출신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들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단순 정착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관찰과 고민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 - 10점

정영선 지음/산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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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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